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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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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에너지 믹스,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10.16 08:28

유종민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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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민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에너지 부문 만큼 사상검증을 많이 받는 직군도 없을 것이다. 철저한 자유시장주의자라 하더라도, 기후위기의 극복을 위한 재생에너지의 중요성을 피력하는 순간 그 사람의 정치적 성향까지 한꺼번에 좌파라는 딱지를 붙여버리는 식이다.

에너지 정책의 방향은 좌우 구분 없이 일관되고 분명해야 한다. 첫째로 온실가스 감축 등 국제적 합의에 의한 의무를 다하고, 둘째로 최소 비용으로 국가 살림살이에 큰 부담이 가지 않은 전원 선택을 해야 하며, 셋째로 기왕 에너지 전환을 하는 김에 향후 산업화를 통해 국부를 창출할 수 있는 방향이다. 재생이니 원자력이니 하는 것은 이런 원칙을 달성하기 위한 검은 고양이니, 흰 고양이니 하는 선택일 뿐이지 일개 수단의 선택이 목표의 정체성을 흔들 수는 없다.

일방적인 ‘원전 죽이기’ 혹은 ‘재생에너지 죽이기’가 마치 공존을 불허하는 영역싸움으로 인식되면서 결국에는 대선 판국에 정책공약으로 까지 들어가는 지경이 됐다. 정치적으로 만들어진 공약은 늘 그렇듯 지지층의 결집으로 이용되기 때문에,수단의 문제가 마치 금과옥조처럼 받들여지는 현상이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물론 정책 결정권자가 그렇게까지는 의도한 바가 아닐 수도 있으나 실무선으로 갈수록 ‘알아서 기는’ 현상이 나타난다. 처음엔 그저 좀 밝은 색의 고양이를 원했다 해도, 현장에선 순백색의 고양이를 알아서 갖다 바치는 식이다. 다들 밥줄을 걸고 업무에 임하기 때문에 이런 과잉충성을 이해하지 못할 바도 아니나, 여기에 편승해 한몫 잡아보려는 특정 에너지원 카르텔은 이런 과도한 쏠림현상을 더욱 심화시킨다. 이는 특정 정권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고 계속 반복되는 문제다. 과도한 쏠림은 역풍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정권이 바뀌면서 일선의 정책 실무진들은 사상전향을 강요당하는 모양새다. 물론 이들이 정책 방향의 판단까지 해야 하는 영혼이 있어야 하는 존재인지는 역사적으로도 이견이 있어 왔다.

하지만 엽관주의(獵官主義·정당에 대한 충성도와 기여도에 따라 공직자를 임명하는 인사제도)를 채택하지 않은 대한민국에서 이러한 급격한 방향 전환은 일선 실무진으로 하여금 극도의 피곤함을 줄 수밖에 없다. 시간이 갈수록 담당자들은 유체이탈 식의 업무태도를 강요당할 수밖에 없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이 되고 있다. 국가 인프라인 송전망 건설 방향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예컨대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위주 기조가 손바닥 뒤집듯 바뀌면 일관성이 있을 수가 없다.

그동안 이전 문재인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정책 ‘과속’으로 인해 신재생에너지 구입 비용이 눈덩이가 되었고, 많은 이러한 지원의 상당 부분이 세금계산서 부정 발행 혹은 신재생에너지의무화제 가중치 확대를 노린 부정행위로 점철되어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진즉에 밝혀졌어야 할 어두운 면이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에서 대안으로 힘을 주고 있는 원자력은 주민수용성 및 분산에너지 측면에서, 수소는 경제성 측면면에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100% 충당해 줄 완벽한 해결책은 아직 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 개발도상국에 대한 대한 기후변화 극복을 위한 사다리론을 들으며 많은 관계자들이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의 정책은 주춤하고 있는데 해외 원조라니? 이전 문재인 정부당시 국내에서는 탈원전을 외치며 신고리 원전을 연장을 불허하면서, 한편으로 해외에서는 한국형 원전 세일즈를 떠밀던 기억과 판박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정권 스스로도 한쪽으로 쏠리는 정책의 부작용을 알 것이다. 부디 잘못된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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