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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SK이노베이션의 해상유전 성공이 주목받는 이유

지난달 초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으로 시작된 중동의 위기가 확산 조짐을 보이자 다들 반세기 전인 1970~1980년대 중동전 당시의 석유파동 상황을 거론하며 국제유가가 치솟고 물가가 오르며 경제가 나빠질 것이라고 호들갑이다. 한국은행까지 나서서 시나리오 분석을 하며 언론의 관심을 받고 있다. 그런데 그 시절에 우리나라가 중동발 1·2차 석유파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시행한 정책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당시 석유파동 극복을 위해 정부가 내놓은 처방전은 바로 국내 석탄 증산 정책이다.정부의 석탄 증산 정책 덕택에 한때 우리나라의 석탄 생산량은 국내 에너지소비의 50% 이상을 감당했다. 석탄은 서울올림픽이 열린 1988년까지도 국내 가정용 난방연료의 80%를 차지할 만큼 대표적인 에너지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1987년 국제유가 하락과 더불어 국내 석탄산업은 전세계에서 보기 드물게 성공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대부분 도시가스 산업으로 전환했다. 이제 대한석탄공사가 운영하는 마지막 남은 국내 대규모 탄광인 장성광업소가 내년 에 문을 닫는다고 한다.지난 50여 년간 세계 에너지산업은 크게 변했다. 21세기 초반에는 미국의 셰일가스와 셰일오일 산업이 급격한 성장을 이뤘다. 자본투자 못지 않게 기술개발투자에 집중한 덕분에 미국은 에너지수출국이 됐고, 에너지산업의 혁신에 성공했다. 유럽은 에너지절약과 재생에너지 확대에 집중하면서 재생에너지와 청정에너지 분야 전문기업이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유럽에서는 첨단 IT기술과 빅데이터를 동원해 건물과 공장의 에너지 효율화를 주도하는 회사들이 앞서가고 있다. 최근에는 전통적으로는 에너지산업이 아니었지만 전기자동차와 배터리 산업이 새로운 에너지산업 혁신을 주도하는 강자로 등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에너지산업은 어떻게 변화해 왔을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에너지산업은 변화와 혁신 면에서 한참 뒤처져 있다. 2010년 국제유가의 급상승과 함께 일어난 우리나라의 해외자원개발 붐은 공기업 위주로 진행되면서 국제 경쟁력 확보에 실패했다. 가뜩이나 공기업 주도로 해외자원 개발이 진행되다 보니 시장의 변화에 대한 뒤늦은 대응과 느린 혁신 속도로 인해 모두 부실사업으로 전락하며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세상에 나가서 국제적 경쟁력을 확보해 더 많이 벌어오게 하는 정책 대신, 국내 기업의 비용을 절감시키는 역할에만 그치는 정책이 이어지며 에너지 공기업들은 수십, 수백조원 단위의 빚더미에 올라 있다. 이러는 사이에 중국의 CNOOC등 에너지공기업은 세계 굴지의 규모와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국영회사로 성장했다. 중동의 위기가 발생하던 지난 9월 말 국내 대표 에너지기업인 SK이노베이션은 남중국해의 해상유전에서 원유생산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2015년 광구권 확보 이후 8년간 노력한 결과로 국내 민간기업이 광구 운영권을 가지고 자체 기술력을 통해 초기 탐사부터 원유 생산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성공시킨 첫 사례다. 국제적인 경쟁력을 확보했기에 가능한 멋진 성공 사례이다. 아직 희망은 있다. 국제적인 경쟁력을 가진 우량한 에너지 기업이 한국에 많이 생긴다면, 중동사태로 물가는 오를지 모르나 경제 발전에는 크게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이다. 국제유가가 오를수록 더 많은 매출이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경쟁력 갖춘 우량 에너지기업이 에너지독립을 이끄는 셈이다. 따라서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에너지산업 역시 공기업이든, 민간기업이든 국제경쟁력의 확보가 최우선이다. 정부의 적극적이며 전폭적인 에너지산업 육성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위원회 위원

[EE칼럼] 편집된 인용, 오도된 진실

1986년 영국 가디언지는 30초짜리 짧은 ‘관점’ 광고를 TV와 영화에 내 보냈다. 첫 번째 관점은 한 남자가 차를 피해 도망치는 듯한 장면이고, 두 번째 관점은 차를 피해 도망치는 줄 알았던 남자가 양복차림 남자의 서류가방을 탈취하려는 듯한 장면이며, 세 번째 관점은 차로부터 도망치며 가방을 탈취하려고 하는 듯한 남자가 양복차림 남자를 잡아채서 떨어지는 건축자재를 피하게 하는 장면이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장면만 봤다면 남자를 누군가에 쫓기는 강도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세 번째 장면까지 전부 봤다면 남자가 떨어지는 건축자재를 발견하고 양복 입은 남자를 구한 착한 사람임을 비로소 알게 된다. 어떤 일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관점에 따라 달라지므로 사실을 제대로 알려면 전체를 보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이다. 이 광고는 대성공을 거둬 가디언지가 다른 언론 매체에 비해 진실을 보도한다는 인식을 크게 높였다. 오늘날에도 언론의 진실 보도를 촉구하는 소재로 자주 인용된다. 요즘 ‘악마의 편집’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지난 20대 대선 선거일 직전 윤석열 대통령은 상대 후보로부터 ‘대장동 몸통’이라는 거센 공격을 받았다. 아마도 유권자의 막판 표심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대선 일년 반이 지나 ‘윤석열 커피’ 보도는 의도적으로 편집된 것이었다는 정황과 증언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관련 보도를 했던 유력 보도매체는 "보도에 누락, 왜곡이 있었다"는 사과문을 발표했다. 「만들어진 진실」의 저자 헥터 더글라스는 오도자를 "잘못된 현실 인식을 만들어낼 것을 알면서도 일부러 그런 내용의 경합하는 진실을 적시하는 사람"으로 정의했다. 관련 인터뷰 내용을 선택적으로 편집, 보도한 기자는 오도자이다. 이런 종류의 사건은 에너지분야에도 종종 발견된다. 팩트 체크를 가장해 잘못된 정보가 보도되기도 한다. 얼마 전 한 경제지는 슈뢰더 전 독일총리 인터뷰 기사를 실었다. 기사의 제목은 ‘獨, 섣부른 탈원전으로 경쟁력 추락’이었다. 유사한 내용이 국내외 언론에서 자주 다뤄지긴 했지만 유독 이 매체가 대상이 됐다. ‘뉴스의 이면, 팩트 너머의 진실’을 표방하는 언론비평지(신문도 발행한다)는 선택된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일부 발언만 가지고 탈원전 때문에 독일에 에너지 위기가 온 것처럼 잘못 묘사", "탈원전 관련 보수 신문의 악의적 프레임" 등의 표현으로 비판했다. 특히 "독일의 도매 전기요금이 프랑스보다 오히려 더 싸다"는 대목에는 어리둥절할 뿐이다. 세계 최고 수준으로 알려진 독일의 전기요금이 프랑스 보다 싸다니 말이다. 아마도 대부분의 독자는 도매 전기요금을 전기요금으로 읽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글은 팩트다. 전력시스템에서 재생에너지의 공급비중이 늘어날수록 도매가격은 낮아진다. 독일의 경우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 변동비가 ‘0’인 재생에너지가 한계설비가 되는 시간대가 많다. 이때 도매 전력가격은 ‘0’이 된다. 나아가 공급전력이 수요를 초과할 때는 ‘마이너스’ 도매가격이 발생하기도 한다. 독일에서는 1년 8760시간 중 2021년 139회, 2022년 69회의 마이너스 도매가격이 발생했다. 따라서 독일의 도매 전기가격이 프랑스 보다 싸다는 말은 팩트다. 그렇지만 소비자가 지불하는 독일의 전기요금이 프랑스 보다 싸다는 말은 오보다. 2010년 이후 독일의 비가정용 전기요금이 프랑스에 비해 싼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https://tradingeconomics.com/germany/electricity-prices- non- household-medium-size-consumers-eurostat-data.html) OECD/IEA에서 발행하는 「Energy Prices and Taxes」의 2022년 산업용 전기요금 비교에서 137.1달러 대 203.5달러로 독일이 훨씬 비싸다. 세금을 제외해도 130.6달러 대 166.7달러다. 해당 기자가 이 사실을 알고 기사를 썼다면 그 기자는 ‘선택적 인용’으로 사실을 왜곡한 것이고, 모르고 썼다면 취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다. ‘팩트를 넘어 진실을 추구’하는 언론은 ‘탈원전 관련 진보 신문의 악의적 프레임’을 설정하고 싶었는지 모른다.이렇게 본다면 ‘재생에너지는 원자력보다 싸다, 또는 재생에너지는 원자력 보다 비싸다’라는 완전히 대립되는 명제도 둘 다 사실로 보도될 수 있다. 전자는 유럽 등의 나라에서, 후자는 한국에서를 생략한다면 말이다. ‘만들어진 진실’의 한 구절. "사건을 한 가지 관점에서 보면 한 가지 인상만 남는다."노동석 에너지정보문화재단 원전소통지원센터장

[EE칼럼] 최악의 미세먼지 공습 가능성에 철저히 대비해야

박기서 전 대기환경학회 부회장 지난 10월30일에서 이달 2일까지 중국 베이징의 미세먼지가 최근 몇 년 동안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했다. 특히 이달 1일에는 초미세먼지가 250ug/Nm3로 기록됐다.기록적인 초미세먼지가 몇 일간 이어지자 베이징시는 중대 오염 수준으로 판단해 대기 오염 오렌지 경보를 발령했다. 우리나라도 중국으로부터의 미세먼지 유입이 우려됐지만 다행스럽게 이 기간에 남쪽 바다로부터 더운 공기가 한반도로 유입되면서 중국 미세먼지의 영향이 크지 않았다. 베이징의 초미세먼지 상황을 연도별로 살펴본 결과, COVID-19 사태가 시작된 2019년 이래로 2022년까지는 꾸준히 대기질이 지속적으로 개선이 됐다. 이는 중국의 봉쇄정책에 따른 산업 생산 감소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같은 긍정적인 추세는 COVID-19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고 단계적 일상회복 정책으로 전환되면서 올해부터 전반적으로 다시 악화하며 2021년 수준으로 회귀하는 모습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올 겨울에는 중국발 미세먼지의 유입이 우려된다. 특히 석탄과 같은 화석에너지 사용에 있어서 중국은 올 상반기에만 석탄 수입이 2억2000만톤 정도로, 지난해보다 93% 정도 늘어난 것은 물론이고 중국 내 자체 생산량도 23억톤으로 지난해보다 4.4% 증가한 점을 감안하면 올 겨울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미세먼지 증가에 대한 우려를 더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중국의 올해 상반기 석탄 생산과 수입 증가는 방역 완화 이후 산업망 가동이 정상을 회복한 데다 올 여름 폭염에 따라 급증한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IEA는 올해 중국의 연간 석탄사용량은 46억8000만톤으로 지난해보다 3.5%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비해 미국은 올해 석탄사용량을 지난해보다 24%, EU는 17% 정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도 2.8%정도 줄어든 1억 1700만톤 정도의 석탄이 사용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중국의 석탄 사용량 증가는 중국내 대기질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을 하기에 충분하다. 더 큰 문제는 중국의 석탄사용량 증가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미-중 간 대립이 갈수록 심화되면서 중국 경제 성장률이 5% 수준으로 꺾이 것으로 전망된다. 가뜩이나 부동산 시장 침체 등의 영향으로 내수 부진과 수출 감소가 계속되고, 고용지표도 악화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 정부는 성장률을 끌어 올리기 위해 제조업 등 에너지다소비 산업에 대한 화석원료 사용 규제를 완화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사회적 양극화 추세 확대로 급증하는 경제적 약자층의 난방 등 에너지 문제 해결을 위해 값싼 화석연료 에너지 사용이 늘어날 전망이다. 중국은 지난 2020년 9월 제75차 유엔총회에서 2030년을 정점으로 탄소배출량을 감축하고,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탄소감축 로드맵을 국제사회에 약속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상황이라면 기대난망이다. 이 계획이 지켜진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2030년까지는 석탄에너지 중심인 에너지의 획기적 전환을 기대하기 어렵다. 당장 최근 베이징시의 미세먼지 대란 상황은 석탄에너지 난방 수요가 집중되는 내년 3월까지는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중동 전체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면서 에너지 위기로 번질 가능성까지 생겼다. 에너지원의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중국과 같은 세계의 제조공장에서는 값싸고 효율이 높은 석탄에너지의 사용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비용이 많이 들고 효율은 떨어지는 신재생에너지 사용이 위축되고 대기오염 우려는 커진다. 에너지위기가 현실화되면 계절관리제를 통해 난방 수요가 커지는 겨울철에 석탄발전소 가동제한 등 대기질 개선을 위한 수단이 큰 제약을 받는다. 따라서 올 겨울철 대기질 관리는 과거와는 달리 그간의 위기 대응 단계를 넘어설 수 있다는 가정과 에너지 위기 상황을 모두 고려해 현실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박기서 전 대기환경학회 부회장 박기서 전 대기환경학회 부회장

[EE칼럼] 폐기물의 경제학

김정인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 흔히들 환경문제라고 하면 기후변화, 매연, 소음, 쓰레기 등을 떠올린다. 특히 쓰레기의 경우 더러운 것, 지저분한 것만을 생각한다. 경제가 성장하고 소득이 증가하면서 쓰레기는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를 단순히 쓰레기로 보느냐, 폐기물로 보느냐에 따라 큰 차이가 난다. 쓰레기는 진짜 사용할 게 없는 것이고 폐기물은 분류, 가공 등의 과정을 거쳐 재활용이 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쓰레기를 단순히 쓰레기로 보느냐, 아니면 자원으로 보느냐에 따라 경제적 가치가 엄청나게 달라진다. 쓰레기로 취급할 경우 고스란히 버려야 하기 때문에 폐기에 따른 추가 비용이 발생하고, 쓰레기의 종류에 따라 수많은 환경문제를 유발해 많은 기회비용이 들게 된다. 이에 비해 폐기물로 간주할 경우 이는 자원으로서의 경제적 가치를 얻게되는 것이다. 소비만능주의에 젖은 현대인들은 쓰레기를 자원으로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농경사회의 옛 선인들은 "기회자 장 삼십, 기분자 장 오십(棄灰者 丈 三十, 棄糞者 丈 五十·재를 버리는 자는 곤장이 서른대요, 똥을 버리는 자는 곤장이 쉰대)" 라며 폐기물을 자원으로 인식하고 자원의 재활용을 강조하는 말을 남겼다. 그러나 현대에서는 대량 생산, 대량소비가 미덕인 것을 유도함으로써 재활용에 대한 인식이 낮은 것이 사실이다. 환경 운동차원에서만 지속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폐기물의 합리적인 이용은 생산성의 강화, 지속가능성의 증대, 자원의 보존, 그리고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한 가장 좋은 수단이라는 점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인식돼야 한다. 특히 최근부터는 순환 사회라고 하여 철저하게 자원을 순환하는 사회를 구축하겠다는 국가들이 많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에서 폐기물은 여전히 ‘쓰레기’ 취급을 당하기 일쑤다. 제품의 생산과정에서 나온 폐기물이 그나마 어느 정도 수집은 되고 있지만 그 다음 유통단계에서는 대부분이 폐기처분된다. 선진국에서는 사전처리 기술, 폐기물 최소화, 청정생산, 공정개선 등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며 자원으로서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대표적으로 일본의 철강기업들은 알루미늄 사업이나 가전제품 등에서 리싸이클링을 극대화해 100% 재자원화 하기 위해 오랫동안 많은 투자와 연구개발을 추진해왔다. 일반 플라프라스틱을 원료화하기 위해 열분해성 염화수소 개발에도 많은 연구를 해 왔다. 심지어 탈 플라스틱 국제협약이 등장한 것도 자원사용을 넘어 아예 원천적으로 없애나가는 것이다. 탈 플라스틱을 선언하고 해조류를 플라스틱 대용으로 사용하기 위한 연구와 제품개발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폐기물 재활용 시장을 더욱 확대시켜야 한다. 이는 폐기물의 감축과 함께 환경산업의 창출이라는 점에서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철강, 시멘트, 석유화학, 건설, 등 주요 재활용 대상 업종에 대해서는 전폭적인 재정 지원과 기술 개발에 대한 공동 노력을 하도록 정부가 지원해 주어야 한다. 특히 철강이나 석유화학, 산업 단지 열병합발전소 등에서 나오는 폐열을 이용한 에너지를 적극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열 시장을 조속히 구축해 에너지 시장이 활성화되도록 해야 한다. 재생 에너지시장에서도 재활용으로 사용되는 모든 물질, 예컨대 바이오 매스 에너지, 등이 적극 이용되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에서 역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사업이다. 1970년대에 불조심을 강조하기 위해한 ‘꺼진 불도 다시 보자’ 표어가 유행했다. 단순하지만 명확한 표현이다. 버리면 쓰레기지만, 잘 쓰면 경제적 가치가 있는 자원으로 바뀌는 것이 폐기물의 경제학이다. ‘버린 쓰레기도 다시 보자’는 인식의 확산과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절실한 시점이다.김정인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 김정인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

[EE칼럼] 복잡한 전력시장에 골치 아픈 아젠다 추가하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확전 양상을 보디고 있다. 천연가스가 몰려있는 이 지역의 갈등은 중동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의 에너지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후 급등한 국제 에너지 가격의 후유증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진행형으로 지속되고 있다. 한전은 적자가 50조 원에 육박하고 부채는 200조 원을 넘어서고 있고, 가스공사의 미수금은 12조 원을 넘어섰다. 가스요금은 원가의 78% 수준이다. 지난해 난방비 폭탄이란 말을 들을 정도로 가스요금을 올렸지만 여전히 턱없이 모자란다.전기요금도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kW당 40.4원 올렸지만 원가를 맞추려면 26원 정도는 더 올려야 한다. 현재 한전과 가스공사를 비롯한 발전사업, 지역난방사업, 신재생에너지, 배전관련 사업 등 전 에너지업계에 위기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전력산업에는 요금 말고도 심각한 골칫거리가 쌓여 있다. 한전은 동해안에서 강원도를 넘어 수도권으로 이어지는 송전망 공사를 약속기한을 한참 지났는데 착공도 못하고 있다. 값싼 전기를 생산하는 동해안의 원전과 석탄발전소는 배달 수단이 없어 제대로 가동조차 못하고 있다. 2011년 순환정전 사태로 전기가 모자라자 석탄발전소가 필요하다며 건설을 권유한 것이 정부다. 그런데 전력사정이 나아지자 상황은 돌변했다.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이라는 온갖 구박과 서러움을 다 겪으면서 천신만고 끝에 완공한 강릉과 삼척의 민간 석탄발전소는 서해안보다 공사비가 더 들어간다며 건설비 인정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겹쳐 이제는 송전제약 문제로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2030 NDC(온실가스감축 목표)와 2050 탄소중립을 맞추기 위한 로드맵을 전력수급기본계획과 장기천연가스수급계획 등에 반영하도록 탄소중립법 시행령에 못을 박았다. 발전소 건설과 천연가스 도입이 이 로드맵의 내용과 일치돼야 한다. 전력수급계획에서 정부는 가스 발전량을 적게 예측해 비싼 현물시장에서 매년 추가로 LNG를 도입해야 했고 이는 전기요금 인상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런데 이제는 이 보다도 천연가스 발전량을 더 줄여야 할 판이다. 장기도입물량은 줄일 수밖에 없고 현물시장 물량을 늘릴 수밖에 없어 전기요금 인상 압력은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전력수요는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지난 3월 발표한 국가반도체 단지 등 첨단 15개 클러스터 조성과 우후죽순으로 늘고 있는 데이터센터를 고려하면 전력수요는 현재의 공급능력으로 쉽게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 와중에 문재인 정부에서 논의된 단일 배출권 할당계수(BM)의 적용이 다시 추진되고 있다. 단일 BM의 목적은 지금까지 연료별 특성을 고려해 상이한 값을 적용했던 BM계수를 동일한 값으로 묶어 LNG에 대한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비율은 높이고 석탄발전은 낮추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석탄발전의 배출권 비용부담이 커지고 LNG발전의 비용은 줄어들게 된다. LNG발전의 비용감소는 SMP의 감소로 이어져 한전의 부담을 줄여주게 될 것이고, 동시에 LNG발전은 늘고 석탄발전은 줄어서 온실가스도 감축될 것으로 보는 것 같다. 그러나 이런 계산이 맞을까? 여전히 두 발전원의 한계비용 차이는 커서 급전순위가 크게 바뀌지는 않아 LNG발전량이 늘고 석탄발전량이 줄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석탄발전사들의 배출권 구매비용이 커져 한전의 정산부담금이 증가되기 때문에 한전의 전력구입 총비용이 감소되리라는 보장도 없다. 정부는 누적된 전력시장의 요금인상 압력을 전기요금 인상 억제, SMP 상한제의 연장 등과 같은 규제로 일단 모면해 보려는 것 같다. 그러나 이 외에도 전력산업은 송전선 건설지연, 판매사업자의 적자와 부채 급증에 따른 상류의 발전사업 및 관련 부문의 수익성 악화로 깊은 수렁에 빠져있다. 복잡한 전력시장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문제점을 한 번에 하나씩 시장원리를 통해 차근차근 해결하는 것이 정도이다. 단일 BM 도입과 같은 골치 아픈 아젠다를 추가하는 것은 전력시장의 문제를 더욱 증폭시킬 뿐이다.조성봉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E칼럼]

윤석열 대통령의 중동방문을 계기로 ‘제2의 중동 붐’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순방을 통해 5조원 규모의 LNG운반선 건조 계약을 포함해 총 27조원대 경제적 성과를 거뒀다. 앞서 지난해의 사우디와 290억달러, 올해 아랍에미리트와 300억달러 규모의 MOU를 합치면 취임 후 중동 지역을 상대로 총 107조 원의 세일즈 외교 성과를 올렸다. 중동 붐은 과거에도 있었다. 1970년대 건설 수출 붐이 그것이다. 국제 유가 급등으로 산유국 주머니를 불려줬던 소위 오일머니의 재투자 과정에서 만들어진 중동 건설 수출 붐은 두 차례의 석유 위기로 휘청거리던 국내 경제를 구해냈다. 당시 중동과의 경제 파트너십은 석유와 건설 분야가 거의 전부일 정도로 간단한 구조였다. 중동과 협력할 분야가 석유와 건설 이외에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월이 많이 흘러 중동과의 경제협력 가능성은 양과 질 모든 면에서 크게 확대됐다. 국내총생산에서 석유 판매가 차지하는 비중이 쿠웨이트 32%, 사우디 18%, UAE 12%에 이를 정도로 중동 지역에서 석유, 가스 산업의 중요성은 여전히 절대적이다. 따라서 지금처럼 석유, 가스에 크게 의존하는 탄소경제가 계속 이어진다면, 중동 국가들은 풍부한 석유, 가스 자원을 활용해 지속 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재 인류는 기후변화 위기에 직면해 탄소중립에 대한 공감대를 넓혀 가는 중이다. 탄소중립은 탄소경제의 종식과 무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무탄소 경제하에서 석유, 가스는 무용지물이 되는 좌초자산이 될 공산이 크다. 석유, 가스 산업 이외에 변변한 산업이 없는 중동 국가에게 탄소중립은 그야말로 청천 하늘에 날벼락이라고 할 수 있다. 중동 국가들은 탄소중립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제조업, 신재생에너지, 관광 및 엔터테인먼트 산업 등 신산업 육성을 통한 경제 다각화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중동과의 경제협력을 다양한 분야로 확대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에너지 파트너십의 가치가 줄어드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에너지전환을 위한 파트너십의 가치는 몇 몇 분야를 중심으로 더욱 커질 것이다. 첫째, 원전 파트너십이다. 사우디아라비아, UAE 등 중동 각국은 탄소중립의 방안으로 원전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UAE에 한국형 원전 4기를 수출하고 성공적 가동을 눈앞에 두고 있어 중동에 추가적인 원전 수출을 기대할 수 있다. 둘째, 탄소중립 에너지전환의 새로운 핵심 에너지원으로 떠오르고 있는 수소 파트너십이다. 수소도 생산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면 말짱 꽝이다. 재생에너지로 생산하는 그린수소나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지하에 저장하는 CCS와 결합돼 생산되는 블루수소를 확보해야 한다. 중동 지역의 재생에너지 잠재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고, 폐유전과 같은 이산화탄소 저장 공간도 풍부하다. 실제로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에서 3개의 상업 CCS 설비가 운영 중이다. 중동 지역의 이산화탄소 지중 저장 잠재량도 300억톤에 달한다. 우리나라가 1년간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약 7억톤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잠재력이다. 중동은 우리에게 훌륭한 수소 공급처가 될 수 있다. 셋째, 천연가스 파트너십이다. 탄소중립 에너지전환은 단기간에 이룰 수 있는 목표가 결코 아니다. 최근 미국의 석유 공룡 엑손모빌과 셰브론이 각각 초대형 석유가스 생산회사를 인수합병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이번 에너지전환도 100년 이상에 걸쳐 장기적으로 서서히 이루어질 공산이 크다. 상대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은 천연가스가 가교에너지로서 가치를 인정받는 이유다. 최근 몇 년 동안 경험한 것처럼 앞으로 에너지전환이 전개됨에 따라 천연가스 시장의 변동성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중동 국가들과 견고한 천연가스 파트너십을 맺어 에너지안보 수준을 높여야 한다. 과거 중동 붐은 탄소 경제에서 위기에 빠진 우리나라를 구했다. 앞으로 다가올 제2의 중동 붐은 무탄소 경제로의 성공적인 전환을 이끄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쇼수

[EE칼럼] 기업의 국제 탄소시장 활용 방법

최근 국내 기후변화·환경 관련 민간기업들이 관심을 많이 갖고 있는 분야가 국제 탄소시장의 활용이다. 2015년에 채택되고,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발효되기 시작한 파리협정이 민간부문의 관심을 모으는 탄소시장에 대한 기회의 근원지이다. 하지만 파리협정을 잘 이해를 하고 기업활동 계획을 마련해야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자칫 잘못하면 달성하고자 하는 기회 실현이 무산되고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파리협정에서 탄소시장과 관련한 가장 중요한 조항은 제6조다. 파리협정 제6조는 시장원리를 활용해 온실가스 감축을 더욱 촉진하려고 했던 청정메커니즘(CDM), 공동이행(Joint Implementation), 그리고 배출권거래제(Emission Trading) 등 이른바 교토의정서의 ‘시장 메커니즘’에 그 뿌리를 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파리협정 아래서 탄소시장을 활용하려는 사업자들은 교토의정서 하에서의 경험에 전적으로 의존하려는 경우도 종종 보인다. 하지만 파리협정 제6조는 교토의정서의 시장 메커니즘과 다른 특징을 많이 갖고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먼저 기업은 외국에서, 국내에서 흔히 해외배출권이라고 잘못 알려져 있는 이전된 국제 온실가스감축결과(ITMOs)를 활용하려는 경우, 그 활동 목적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파리협정과 그 이행규칙에 따르면 ITMOs의 사용목적은 크게 NDC 달성에 활용되는 경우와 여타국제감축목적(Other International Mitigation Purpose: OIMP)으로 사용되는 경우로 나뉜다. 이 양자의 차이는 ITMOs를 활용하는 주체가 국가인가, 민간부분인가에 있다. 여타국제감축목적으로 사용되는 경우에도 항공부문을 다루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탄소시장인 CORSIA에서 국제감축목적(International Mitigation Purpose)으로 사용되는 경우와 국내에서 많이 알려진 자발적 탄소시장에서 활용을 위한 여타의 목적(Other Purposes)로 구분 된다. 이런 차이로 인해 꼭 유념해야 하는 것은 ITMOs의 사용목적이 결정이 되면 이를 바꾸기 어렵다는 것이다, 예컨대 기업자체의 ESG 목적 달성을 위해서 개도국 현지에서 직접 온실가스 감축활동을 통해 취득한 ITMOs는 우리나라 NDC 상 온실가스 국외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사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ITMOs의 NDC사용과 OIMP간의 변경 절차가 존재하지 않고, 또 지나치게 자유롭게 목적변경을 허용하면 민감하게 제기되는 환경건정성을 해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로 인한 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국내 정부 가이드라인이 존재하지 않는 것도 혼란을 부추기는 또 한가지 요인이다. 이런 ITMOs의 사용목적에 따른 차이는 상응조정 여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파리협정 제6조는 원칙적으로 NDC 이행을 위한 국가 간의 ITMOs 이전을 예정하고 있는데, 이 경우 상응조정은 국가 인벤토리를 통해 이뤄지게 된다. 그러나 ITMOs를 여타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 사용 주체가 민간행위자가 되므로 개도국이 ITMOs를 해외로 이전하기 전에 자국 인벤토리에서 상응조정을 할 수 있다는 점과는 별개로, 민간이 NDC 이외 목적, 즉 OIMP 목적으로 취득한 ITMOs를 우리나라 정부가 국가 인벤토리 상에서 상응조정을 할 수는 없다. 더욱이 NDC 목적으로 이전하는 경우라도 자발적 시장 메커니즘의 방법론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내에서 검증되거나 인증되지 않는 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유의해야 한다. 물론 자발적 시장 메커니즘을 활용해 NDC 목적으로 사용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자유롭게 사용하는 것은, 일부 개도국에서 이미 정부가 일정부분의 온실가스 감축결과를 정부가 보유하는 준 조세적 정책을 추진하는 것처럼 정부가 다른 목적으로 규제를 하거나 정책을 마련하지 않는 한 가능할 것이다. 아직 우리 정부에서는 국내로 유입되는 OIMP 목적의 ITMOs를 어떻게 다룰지에 대한 자세한 입장이 정해져 있지 않은 만큼 계속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어느 경우이든 국내 민간 기업은 파리 협정을 이해한 바탕에서 국제 탄소시장을 잘 활용해 다양한 새로운 기회를 많이 만들어 갈 필요가 있다.정서용 고려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김성우 칼럼] 국제사회에서 한국 녹색성장 위상 드높일 때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확산의 불안감을 고조시킨 가자지구 내 알아흘리 병원 폭발이 있던 지난 17일 필자는 가자지구의 유일한 출구 접경국인 이집트에 있었다. 세계은행이 이날 카이로에서 개최한 KGID(Korea Green Innovation Days)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KGID는 세계은행내 유일한 녹색성장 신탁기금인 KGGTF(Korea Green Growth Trust Fund)의 지원을 받은 개발도상국 녹색성장 사례를 확산하기 위한 연례행사다. 올해 KGID는 아자이 방가(Ajay Banga) 신임 총재가 부임한 후 처음으로 진행한 모로코 연차총회와 연계해 개최됐다. 세계은행의 새로운 비전인 ‘To create a world free of poverty on a livable planet(살기 좋은 행성에서 가난으로부터 자유로운 세상을 만들기’ 아래 개발도상국 녹색성장을 위한 민간투자 연계가 핵심 의제였다. 세계은행 19개 사업팀과 이집트 중앙부처, 한국 16개 기관 등에서 200여명이 참석해 세계은행과 한국의 자금과 경험으로 만들어낸 개발도상국의 녹색성장 성과를 중동 및 북아프리카(MENA) 지역 리더들과 공유했다. 이-팔 전쟁의 긴장감 탓인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에너지 부문 피해 및 재건 발표에 우선 관심이 쏠렸다. 전쟁 발발 후 1년간 에너지 시설의 58%가 파괴돼 가용 에너지시설 용량이 36GW에서 14GW로 급감했고, 피해 금액은 100억 달러가 넘는다고 한다. 이에 전기와 열 공급 재개를 위해 변압장비와 이동형 발전기 등에 5억달러 규모의 지원이 시작됐다. 그리고 향후 에너지시설 재건 때 핵심 고려사항 중 하나로 EU기준에 맞는 고효율전력설비와 에너지저장장치 및 재생에너지설비 등을 지원하는 녹색성장 기반의 재건을 꼽았다. 에너지 전환을 고려하자는 것이다. 개발도상국은 전쟁영향 뿐만 아니라 인플레이션,부채증가,기후피해까지 최악의 여건 속에서도 다양한 녹색성장을 시도하고 있다. 모터, 보일러, 공조시스템 등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설비별 전기소비 현황을 파악하고 설비효율 기준을 만들어 고효율설비 확산을 도모한 사례는 물론이고, ICT기술을 접목해 자원순환, 기후조기경보 및 기후정보관리(기후적응), 재생에너지 공급관리 및 전자지불시스템(에너지전환), 이모빌리티 운영체계(친환경운송)를 시도한 사례까지 다양하게 소개됐다. 이런 개발도상국의 녹색성장 시도는 미래 기술에도 적용된다. 이집트 환경부장관 및 환경공단 CEO와 별도 간담회를 가졌는데, 일조량이 한국의 두 배인 이집트는 재생에너지가 원료인 그린수소를 싸게 생산해 수출하는 것을 중요한 국가 전략으로 삼고 있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현재 신재생발전 비중이 약 20%인데, 2035년 이를 42%로 높여 2040년에는 전세계 그린수소 중 5%를 공급한다는 전략이다. 화석연료시대 가스수출국에서, 탄소중립시대의 수소수출국으로 변모하려는 확고한 의지가 엿보였다. 이같은 시도의 뒤에는 한국정부와 세계은행이 2011년 설립한 KGGTF의 지원이 있다. 한국은 그 동안 교통·환경·에너지·디지털·물 등 7대 분야에 걸쳐 총 217건에 1억1700만 달러 규모의 무상지원을 통해 190억 달러의 파이낸싱을 이끌어 냈고, 2024년부터는 60%를 증액할 예정이다. 돈 보다 더 주목할 것은 정책과 기술이다. 고성장 경제구조 아래서의 녹색성장 경험으로 한국의 정책(탄소가격제)과 기술(에너지효율)이 개발도상국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필자가 기조강연에서 ‘한국 녹색성장의 교훈과 기업투자 유인 방안’을 소개하면서 MENA지역에 한국의 탄소시장제도 도입과 친환경ICT기술 적용을 구체적으로 제안한 이유다. 개발도상국 입장에서는 민간의 기후대응 투자를 촉진하고 기술확보와 비용절감 등 성장도 도모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큰 관심을 받았다. 이집트에서 귀국 직후 국내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사우디·카타르 순방이 주요 뉴스였다. 특히 사우디 국빈 방문 마지막 날인 지난 24일 빈살만 왕세자가 윤 대통령을 태우고 직접 차를 몰아 행사장까지 가는 파격 대우를 했다는 소식이 눈에 띄었다. 화석연료가 주 수입원인 국가이기에 녹색성장이 더 절실할 텐데, 마침 한국이 무에서 유를 창조하며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한 성과를 보여주었고 녹색성장에 필요한 정책과 기술에 대한 경험까지 있으니 어쩌면 이런 대우는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국제사회에서 녹색성장에 대한 한국의 높은 위상을 정확히 인지하고 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EE칼럼] 지금이 신재생에너지 R&D투자 늘릴 때다

가정이지만 ‘만일 십오 년 전 녹색성장 때부터 신재생에너지를 기술기반의 국내 산업 육성 방향으로 이끌었다면 지금 우리나라는 탄소중립 전열에 훨씬 더 유리한 위치에 있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해 본다. 안타깝게 당시에도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는 R&D보다는 보급 주도의 정책이 지배적이었다. 기술개발에 자금을 쏟기보다는 국산이든 수입산이든 설치만 하면 보조금을 받을 수 있으니, 아직 성과를 인정받지 못하는 국산 보다는 당장 설치 가능한 수입산으로 물량 목표 채우기에 급급했던 것이다. 그 결과 국내의 태양광·풍력 발전 산업 생태계는 붕괴됐고, 오늘날 국내 재생에너지 보급은 해외 종속형으로 변질됐다. 탄소중립도 좋고 넷제로도 좋고 2030 온실가스 감축도 다 좋지만, 장기적으로 이를 달성할 수 있는 국내 산업기반이 없고 부가가치 제고로 연결되는 글로벌 밸류체인 구축에도 실패한다면 좋다고 하는 이 모든 정책의 지속가능성 자체가 무의미하다. 미국, 유럽, 중국, 호주, 일본 모두 자국의 기술과 산업, 자원 육성을 근간으로 정책을 추진한다. 정부는 최근 마련한 내년도 예산안에서 재생에너지 분야에 대한 R&D 예산을 대폭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보조금 나눠먹기 식으로 무분별하게 집행된 재생에너지의 보급 관련 예산을 조정하는 것은 일견 타당하다. 그러나 산업육성을 위한 R&D 예산은 이와는 구분되어야 한다. 특히 지금처럼 경기가 좋지 않을 때일수록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는 우선되어야 한다. 연방정부와 주정부, 시장간의 역할이 분권화된 미국에서는 화석연료를 선호하고 재생에너지를 터부시했던 트럼프 행정부 당시에 오히려 재생에너지 보급속도는 역대 최대였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의도 여부와는 상관없이 결과가 그랬기에 트럼프를 이은 바이든 행정부는 에너지전환 정책에서 비교우위를 갖게 됐다.우크라이나 전쟁과 이-팔 전쟁으로 인한 중동위기 고조, 미국의 경기침체설 재부상 등 거시경제 지표가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글로벌 메이저 기업들의 신재생 에너지 분야 투자가 끊이지 않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미국의 옥시덴털 페트롤리움은 탄소포집저장 사업인 스트라토스(Stratos)에 11억 달러를 투자했는데 여기에는 아마존, 쇼피파이와 같은 이커머스 기업은 물론 휴스턴 텍사스 풋볼팀까지 가세했다. GE는 올해 해상풍력에서 막대한 손실을 입었는 데도 관련 투자는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R&D 예산을 줄이면서 일부에서는 이런 주장을 하기도 한다. 사업성 갖춘 R&D는 굳이 정부 재정 지원없이 민간이 주체적으로 수행하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전력 및 가스시장을 보면 이러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을 공공 물가안정 차원에서 철저하게 규제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앞서 언급한 미국의 옥시덴탈도 바이든 행정부의 투자 인센티브 없이는 탄소포집 사업을 개시할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가 이전 정부의 탈원전 내상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신재생에너지 분야 투자를 게을리 하는 사이에 해외 유수 메이저들의 저탄소 전열은 재정비될 것이다. 그리고 어느 때에 이르면 지금보다 훨씬 더 가혹한 에너지 전환 비용 청구서를 받게 될 것이다. 지난 몇 년간 탈원전 정책 속에서 혼선을 겪었고 지금은 태양광과 풍력 발전 등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비슷한 경험을 되풀이하고 있다. 정치적 구호와 목표수치로만 점철되는 원자력과 재생에너지의 대립구도 아래서는 지속가능한 기술개발과 산업생태계를 이룰 수 없다. 사회적 피로현상만 누적될 뿐이다.송전 계통과 ESS 등 제반 장애요인을 하나씩 해결하면서 태양광과 풍력의 보급은 속도조절에 나설 필요가 있다. 그동안 2030 NDC 목표에 매몰돼 물량위주로 추진된 부작용을 해소한 후 전진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히려 이럴 때일수록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R&D에 대한 정부의 적절한 지원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박호정 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EE칼럼] 온실가스 감축, 해법은

지난해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총 배출량이 전년보다 3.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는 지난해 6월 ‘2021년 온실가스 배출량 잠정치’를 발표할 당시 2022년에는 에너지수요가 증가할 것이므로 위기의식을 가지고 적극적인 감축노력을 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는데, 다행히 실제 배출량이 줄었다.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8년 7억2700만톤을 정점으로 2019년과 2020년에 각각 3.5%, 6.4% 줄었다가 2021년에 다시 3.3% 증가했다. 그러나 지난해에 다시 3.5% 줄어든 6억 5500만톤을 기록했다.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2.6% 늘었는데도 배출량은 오히려 줄어 배출원단위(GDP 당 배출량)가 5.9% 감소했다. 1990년 이후 최저 배출원단위로, 그만큼 배출 효율성이 개선됐음을 의미한다. 주목되는 것은 국내 온실가스 총 배출량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전환 부문의 배출량이 총 배출량보다 더 많이 줄었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전환 부문 배출량은 2억1390만톤으로 전년보다 4.3% 줄었다. 이는 총 배출량 6억 5450만톤의 32.7%로, 전환부문 배출량 비중이 2018년 36.9%에서 크게 낮아졌다. 2018년만 해도 전환부문의 배출량 비중은 산업 부문의 비중(35.9%)을 웃돌았지만 그 후 역전돼 지난해에는 산업 부문(37.6%)과 격차가 더 벌어졌다. 우리나라 전환 부문 배출량 비중은 세계 전체 전환 부문 배출량 비중(40%)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전환 부문은 여전히 국내 주요 배출 부문으로 이 부문의 감축 여하에 따라 향후 총 배출량 감축여부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발전량이 3% 늘었는데도 전환 부문의 배출량이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은 전원 구성이 온실가스를 줄이는 쪽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석탄 발전량이 198.0TWh에서 193.2TWh로 감소한 가운데 원전 발전량은 158.0TWh에서 176.1TWh로,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은 43.1TWh에서 53.2TWh로 각각 증가했다. 특히 윤석열 정부의 탈원전 정책 폐기로 원전 발전량이 11.5% 늘어난 것이 배출량 감소에 크게 기여했다.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 목표(NDC)와 2050 탄소중립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무탄소 청정에너지 발전 비중 확대가 불가피하다. 신재생에너지는 우리나라 지리적 여건이나 일조량, 풍속·풍량 등 자연여건, 주민 수용성 등을 감안할 때 늘리는데 한계가 있다.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송전선로 확보 등도 난제다.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 원전의 활용도 제고다. 이를 위해서는 설계수명이 끝나는 원전의 운영허가 기간 연장과 이용률 향상, 신규 설비 건설 등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2~2036년)에서 설정한 원전 이용률은 79.7%다. 이를 90% 이상으로 끌어올릴 경우 추가적인 온실가스 배출 없이 전력공급을 늘릴 수 있다. 원전 이용률을 90%로 높일 경우 원전 발전량은 2030년에 227.8TWh로 제10차전력수급기본계획 수치에 비해 약 13% 늘어난다. 하지만 이용률을 9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이를 위해서는 원전 가동일수를 연간 330일 이상으로 늘려야 하고 과도한 정비기간도 줄여야 한다. 규제기준 개선과 가동중 정비 등 정비기술도 향상돼야 한다. 따라서 전원 구성에서 신재생에너지만을 의미하는 RE100보다는 신재생에너지와 원전, 수소·암모니아, CCUS(탄소 포집·이용·저장) 등을 적절히 조합한 무탄소에너지(CFE·Carbon Free Energy) 쪽으로 가야 한다. 수소·암모니아 발전은 실증시험이나 실용화 목표 등을 보다 구체화하고 신재생에너지 못지 않은 정책적 지원도 요구된다. CCUS의 경우 우리나라는 대규모 지하 탄소 저장소가 마땅치 않은 만큼 이용 쪽에 중점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광물탄산화나 인공광합성, 메탄생성(metanation) 등이 좋은 예다. 탄소 재순환(recycle) 기술을 잘 이용하면 화력발전을 조기 퇴출시키지 않고도 에너지안보와 안전성 측면에서 이를 적절히 활용할 수 있다. 국제사회로부터 ‘기후악당’이라는 비아냥을 듣던 우리나라에서 최근의 탄소배출량 감축이 성과를 내고 있는 점은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배출량 감소가 아직 추세로 굳어졌다고 보기는 이르다. 전환 부문의 2030년 NDC 배출량 목표가 1억4590만톤으로 2018년(2억6840만톤)보다 45.9%를 줄여야 하는 만큼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올해부터 8년간 연평균 4.7%씩 줄여야 하지만 결코 쉽지 않다. 따라서 무탄소에너지 기반의 보다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감축 노력이 요구된다.온기운 에교협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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