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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역사가 평가해 줄 한국의 ‘탈원전 폐기’와 독일의 ‘원전 제로’

2023년 4월16일 0시를 기해 독일은 원전 선진국 중 유일한 원전 제로(0) 국가가 됐다. 자축하는 국민들도 있지만 우려도 작지 않다. 독일의 기민당 등은 52%의 계속운전 지지 여론을 등에 업고 탈 원전 정책이 기후변화 대응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원전의 계속운전을 주장했지만 집권 여당인 녹색당과 사민당의 완고한 반대로 일축됐다. 독일의 원전 제로에는 불가피한 측면이 여럿 있다. 다음은 필자가 생각하는 몇 가지 이유다.첫째, 에너지정책을 정치인들이 좌우하고 있는 점이다. 2011년 후쿠시마 사고 이후 독일은 탈 원전을 법으로 못 박았다. 게다가 탈 원전을 주장하는 사민·녹색당이 현재 집권하고 있다. 그게 전부가 아니다. 독일 에너지정책 정보를 제공하는 CLEW(clean energy wire)는 ‘원자력은 역사적으로 독일 사회에서 강력한 기반을 갖지 못한 새로운 에너지이고 석탄은 200년 동안의 깊은 뿌리를 가지고 있으며 정치적 영향력이 훨씬 크기 때문에 탈 원전이 탈 석탄에 비해 쉬웠다고 설명한다. 1960년대 초반부터 지리하게 이어져 온 원자력 논쟁을 다시 시작할 만한 정치세력이 없다는 것도 한 이유다. 둘째, 1980년대 이후 신규원전이 없어 원전 생태계가 완전히 없어진 이유도 있다. 독일에는 보호해야 할 원전산업이 없어졌다. 공급망이 소멸된 국가에서 원전을 다시 추진하려면 생태계 구축 등에 훨씬 많은 비용이 발생한다. EU의 신규원전 건설비용 집행실적은 독일 원전 지지자들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했다. 원전의 경제성이 없어진 것이다. 프랑스 Flamanville의 새로운 원전(EPR) 건설비용은 190억 유로 이상으로 당초 예정된 34억 유로보다 6배 가까이 늘었다. 영국의 Hinkley Point C의 전력 판매 예정가격은 92.5파운드/MWh(kWh당 155원)으로 우리나라 원전 정산단가의 2.5배가 넘는다. 셋째, 독일 국민의 원전 안전성에 대한 걱정이 생각 이상이라는 점이다. TMI 사고는 의회 밖에서 논의되던 원전 안전성 주제를 의회 안으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했고, 체르노빌 사고는 독일 사회의 원전에 대한 생각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국민들은 원전사고를 공포로 받아들였고, 원전운영사인 전력회사 마저도 스스로 탈 원전을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어쩌면 독일의 원전제로는 예정된 수순이라고 봐야 할 듯 하다. 그러면 앞으로 독일의 에너지 수급에는 어떤 상황이 전개될 것인가. 첫째, 독일의 에너지주권이 매우 취약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원전제로 상태에서 탄소중립, 에너지안보 증진을 위한 선택은 재생에너지 밖에 없다. 일부 전문가들은 바람이 유럽대륙을 가로질러 이동할 때 바람이 많이 부는 국가가 다음 국가에 전기를 융통해 주고 다음 국가에 바람이 많이 불면 전기를 공급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렇게하기 위해서는 다른 국가와의 전력망 연계를 더 강화해야 한다. 이것은 에너지 안보(수급안정)를 기상조건에, 그리고 다른 국가에 의존하는 정도를 높이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둘째, 전기요금은 수용가능한 수준에서 유지될 수 있을까. 잘 아는 바와 같이 독일의 전기요금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에너지위기가 발생했던 지난해 우리나라 전기요금의 6배까지 오른 때도 있었다. 독일 전기요금은 도매가격, 재생에너지 보조금, 망 비용, 세금으로 구성되며 각 4분의 1의 비중으로 보면 크게 틀리지 않는다. 2000년 OECD 평균 수준이던 전기요금이 최고 수준이 된 이유는 탈 원전과 재생에너지 확대가 결정적이다. 당시 7% 수준이던 재생에너지 비중이 45% 안팎으로 확대되면서 재생에너지 보조금은 6배 넘게 증가했다. 독일은 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까지 80%로 늘린다는 계획인데 보조금과 망 비용이 어느 정도 증가할 것인지가 전기요금 수준을 결정하는 관건이 될 것이다. 전기요금이 현재의 두 배로 올라도 전기소비자가 수용할 지는 의문이다. 셋째, 재생에너지 목표 달성은 가능할까? 2022년 독일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은 태양광이 60GW, 풍력 64GW 수준이다. 재생에너지 발전비중 80%를 달성하려면 2030년까지 매년 29GW씩 늘려야 한다. 지난 21년 동안의 재생에너지 용량이 연간 5GW 정도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는 이 보다 5∼6배의 가속이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는 5년 동안 전력망 연계도 없이 독일의 에너지정책을 그대로 복사, 추진했다. 이제 정권이 바뀌어 우리나라는 탈 원전 폐기, 독일은 탈 원전 고수로 원전제로 국가가 됐다. 어떤 선택이 옳은 것인지는 약 7년 후 역사가 판단할 것이다.노동석 서울대학교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

[EE칼럼]도시 기후위기 대응.국가 계획과 연계돼야

며칠 전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을 심의 의결했다. 기본계획에는 우리나라의 국가적 기여(NDC) 달성을 위한 목표 와 구체적인 이행 계획을 담고 있는데, 이행기반 강화 차원에서 지자체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서울특별시를 포함해 우리나라 5대 도시의 인구는 지난해 기준 전체 인구의 약 37%를 차지하고, 10대 대도시로 그 범위를 넓히면 50%에 달한다. 유엔에서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도시 문제를 다루는 유엔정주기구 (UN Habitat)에 따르면 전 세계 지표면적의 2%를 차지하는 도시에서 세계 에너지의 78%를 사용하고, 세계 온실가스 배출 비중도 약 60%를 차지한다. 도시 차원에서 중앙정부와 보조를 맞춰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을 잘 추진하면 효과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음은 명약관화하다.전 세계적으로 도시들의 기후변화 대응방법은 다양하다. 연간 2000만 명의 관광객이 찾고 1000만명이 거주하는 태국의 수도 방콕은 기후변화 대응에 각별히 신경쓰고 있다. 방콕은 중앙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 부응하기 위해 녹색지역을 획기적으로 확대하는 ‘방콕 2030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그 결과 대학교 지붕에 태양광 시설 설치, 11개의 새로운 공원의 조성, 연장 15㎞의 녹색길 조성 등의 성과를 거뒀다.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의 방한을 계기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사우디아라비아의 2만6500㎢ 규모 네옴시티 건설 계획도 눈길을 끈다. 네옴시티는 사우디아리비아의 국가 계획인 ‘비전 2030 (Vision 2030)’의 일환으로 홍해 연안 170㎞에 달하는 긴 지역 (The Line)의 다수의 마을에 100% 재생에너지 공급과 녹색공원 조성을 포함한 탄소중립 스마트 메가도시를 건설하는 야심찬 프로젝트다. 영국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적극적으로 협력해 공공주택 탄소중립을 추진하고 있다. 중앙정부에서 설치한 사회적 주택 탈탄소 펀드 (Social Housing Decarbonisation Fund)를 이용해 지방자치단체는 기존 공공주택의 에너지 효율 개선을 추진해 보다 저렴하면서도 온실가스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런 각 국의 도시들의 노력들은 자국 차원은 물론 지구사회 전체 차원의 기후위기 대응에 많은 보탬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노력들이 각 국의 중앙정부 차원의 기후변화 대응 시스템과 효과적으로 연동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국제사회에서 파리협정에 바탕을 두고 있는 가장 보편적인 성격의 기후변화 대응체제는 각 중앙정부가 마련하는 국가적 기여 (NDC)를 중심으로 추진하고, 온실가스 감축 결과는 파리협정의 투명성 체계로 불리는 보고체계에 따라 취합되고 관리된다. 그런데 대부분의 도시에서 이뤄지는 온실가스 감축활동의 결과는 중앙정부의 온실가스 정보 관리체계에 체계적으로 연계돼 있지 않다. 우리나라 도시들은 중앙정부와 체계적으로 연계된 기후변화 대응책을 마련해 국제사회를 선도하면 좋겠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도시들은 국가 인벤토리와 연계된 도치 차원의 온실가스 인벤토리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각 도시의 온실가스 감축량을 측정·보고·관리하는 제도가 중앙정부의 제도에 연동돼 하나의 큰 체계를 이룰 때 비로소 도시 차원의 효과적인 기후위기에 대응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갖춰지는 것이다. 이런 제도적 기반을 갖추고 나면 각 도시별로 중앙정부의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연계된 공격적인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설정하고, 교통·건물 등 각 도시별로 중요한 분야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을 마련해 시행해야 한다. 이렇게 시행되는 도시별 기후변화 대응 노력은 다른 나라의 파트너 도시와의 국제협력을 통해서 전 세계에 전파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이뤄지는 타국 도시의 대량 온실가스 감축결과는 우리나라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에도 활용될 수 있다. 이러한 온실가스 정보 관리 체계의 구축 및 관리에 기반을 한 도시의 기후변화 대응 계획 시행은 온실가스 감축은 물론 관련 전문분야의 청년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이것이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이 강조하고 있는 지역주도의 상향식 탄소중립·녹색성장 이행 체계 확립을 이루는 방법이다.정서용 고려대학교 국제학부 교수/서울시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위원

[EE칼럼]반도체 산업 육성과 탄소중립형 에너지믹스 딜레마

정부는 지난달 경기도 용인을 포함해 전국 6개 지역에 총 15개 1200여만 평의 국가첨단산업단지룰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용인 지역에 세계 최대의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지방에도 14개 국가산단을 새로 지정해 반도체·미래차·우주 등 첨단산업을 육성한다는 것이다. 특히, 용인에는 기존 반도체 생산단지인 기흥, 화성, 평택, 이천과 연결해 세계 최대의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이에 따라 이곳에는 최대 150개 이상의 관련 기업이 유치되고 민간투자 규모만 30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초격차 역량을 보유한 국내 주력 및 미래 산업군에 필요한 핵심 공급사슬의 협업생태계를 구축해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적극적인 행보로 환영할 만한 일이다. 국내에서 전력소비 1위 기업은 삼성전자로 연간 약 30 TWh의 전력을 쓰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전력 소비의 약 5%에 해당하는 양이다. 그 다음이 SK하이닉스다. 한국이 글로벌 초격차 역량을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반도체 산업군이 전력을 가장 많이 소비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 두 기업을 포함해 국내 주력 산업군의 30개 기업이 사용전력을 모두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RE100 캠페인’에 가입했다. 따라서 이들은 2050년까지 사용전력 전체를 신재생 전력으로 충당해야 하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RE100’이 바람직한지, ‘CF100’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논란을 떠나 ‘RE100’은 해당 기업들이 상대하는 고객사들의 강력한 요구로 이미 실존하는 무역장벽이다. 2022년 대한상공회의소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 300개 제조기업 중 14.7%(대기업 28.8%,중견기업 9.5%)가 애플, BMW 등 글로벌 고객사로부터 재생전력 사용 압박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시스템반도체 기업인 인텔이 170억 유로의 대규모 투자로 유럽 내 제조공장을 건설할 장소로 독일의 ‘막데부르크(Magdeburg)’를 선정해 화제가 됐다. 막데부르크는 독일 영토가 컸을 때 중요했던 역사적 도시로 베를린과 포츠담에서 가깝지만 독일통일 이전 동독 지역에 위치해 크게 발전하지 못했다. 그 주변지역으로 따져볼 때 전통 깊은 드레스덴대학교가 있어 고급인력 수혈이 쉽고 이미 반도체 단지가 조성된 드레스덴이나 베를린, 공업단지가 이미 활성화된 뮌헨 등이 더 적합할 텐 데도 인텔은 막데부르크를 최종 후보지로 선정했다. 지자체의 여러 가지 유인책도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주변에 넘쳐나는 풍력전기였다는 것이 독일 전문가 친구들의 전언이다. 인텔은 대표적인 ‘RE100’ 선언 기업으로, 산업단지의 선정에 있어 재생전력 수급 여부를 중요한 고려사항이 되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용인 반도체 메카클러스터가 계획대로 조성될 경우 전력수요는 6~9 GW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표준 원전 6~9개, 태양광으로만 따지면 약 30~60 GW 태양광발전에 해당하는 엄청난 규모다. 초격차 주력산업의 육성이라는 명제와 기후변화 대응 및 국내 제조기반 확보를 위한 탄소중립형 에너지믹스라는 명제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딜레마’가 우리 앞에 놓이게 된 것이다. 특히 수도권으로의 송전용량은 거의 포화상태로, 추가 송전선로를 기한 내에 확보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는 것도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시기별 수급 밸런스 문제와 계통 선진화 미비로 올해 약 1 GW 정도의 태양광발전이 출력제한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고 이는 향후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송전용량 확대도 어렵고 재생전력을 충분히 수용할 수 없는 계통으로 어떻게 수도권에 대형 산단을 구축할 수 있을까? 이런 경우 인근에 LNG 기반 열병합발전소를 건설하는 해법이 종종 등장했는데 앞으로 이마저 어려워질 것이 자명하다. 장기적으로는 HVDC (고압직류송전) 포함 수도권으로의 송전선로를 보강하고 재생전력 저장설비 및 계통안정화 설비를 확충하는 등의 노력을 해야 하겠지만 지역 마이크로그리드 및 가상발전소(VPP) 확대에 의한 송전수요 감축, 원전 등 전통전원의 유연성 강화, 재생전력의 자가소비 확대, 출력제한 재생전력의 수소로의 전환, 원전수소 활용, 수소터빈 열병합발전 등도 모두 고려한 최적화를 추구해야 할 것이다. 메가 클러스터의 구축에 있어 협업생태계, 인력수급, 물류 등 환경 뿐만 아니라 에너지믹스(특히 청정전력) 환경도 고려해야 하는 딜레마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박진호 한국에너지공대 석학교수/연구부총장

[EE칼럼]탄소중립,녹색성장 시계는 잘 가고 있나요?

요즘 트롯 열풍이 지속되고 있다. 그래도 나는 나훈아의 트롯이 제일 좋다. 그의 노래 ‘고장난 벽시계’에 이런 가사가 나온다." 고장난 벽 시계는 멈추었는데, 저 세월은 고장도 없네." 그렇다. 봄은 고장도 없이 또 찾아왔다. 물론 기후변화로 짧아졌지만 말이다. 새 정부가 고친 시계를 가지고 나왔다. 국가 탄소중립 녹색 성장 기본계획(안)이다. 이전 문재인 정부 안과는 크게 몇 가지가 다르다. 전환 부분의 감축 목표는 늘리고 산업 부분의 감축 목표는 크게 줄였다. 그러면서 CCUS(탄소 저장 및 이용)과 국제 감축 등은 늘리겠다는 것이다. 다른 것은 거의 문 정부와 동일하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2030년까지의 감축 경로다. 탄소배출을 2018년 기준 6억86000만톤에서 2030년에는 4억36000만톤으로 줄이겠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는데 2028년까지는 거의 2%씩 줄이고 2029∼2030년 사이에 거의 10%인 1억톤을 감축하겠다고 한다. 과연 1∼2년만에 그러한 감축을 달성할지 의문이며 정부와 산업계의 역할은 무엇인지도 모르겠다. 또 이상한 것은 탄소 포집 및 이용이나 양국간의 협상에 의존하는 국제 감축에는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장 우려되는 것은 현재의 산업경쟁력을 지키고자 미래의 경쟁력을 상실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매는 먼저 맞는 것이 낫다’는 속담을 산업계가 새겨야 할 말이다. 지금까지 한국기업이나 산업들의 대응은 매우 부족한 데 조속히 체질개선을 하도록 해야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게 되는’ 실수를 막는 법이다. 물론 정부의 지원은 필수적이다. 무엇보다 간과하고 있는 것이 기후적응 대책이다. 기후적응은 손실과 피해를 보상하는 차원에서도 미래에 가장 중요한 기후 정책이다. 그 이유는 기후 위기로 인하여 경제적으로나 물리적으로 많은 피해를 발생하기 때문이다. 유엔 통계에 따르면 1998년부터 2017년 사이에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액이 1230억 달러에 달하고 그 피해액은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영국에서는 보상에 합의를 하고 기금도 설치하도록 했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도 기존의 적응정책 수준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예컨대 기후위기 감시 체계 및 예측기술 강화, 적응정보생산 및 기술개발 촉진, 홍수·가뭄에 대비한 물안보 강화, 자연재난 신속대응 체계 구축, 기후위기 취약계층 보호기반 구축, 국민과 함께하는 거버넌스의 구축 등 흔히 접해보던 대책들이다. 적응정책이야말로 지역이 중심이 돼 추진하는 속성이 강한데 지역에 대한 지원이나 방안은 보이지 않는다. 거버넌스를 이야기 하지만 여전히 적응 주관기관인 환경부와의 부처간 협의가 잘 안되고 있다. 평가와 이행점검을 하고 있지만 유인 제도라든가, 달성을 못 할 경우의 패널티 같은 대책은 부족하다. 혁신적으로 기후적응 법이나 기금의 조성이 필요하다. 이런 것을 만들어 지방의 역할에 대한 책임과 권한 및 지원 기준을 명확히 해두어야 한다. 재정이 취약한 지역에는 재원도 마련해 두어야 한다. 재원 마련을 위해서는 기후대응 기금을 확대 개편해 적응 기금을 따로 분리하거나 새롭게 적응 기금을 만드는 방안 등이 연구돼야 한다. 기존에 시행하고 있는 교통·에너지·환경세, 지역환경시설세, 유상 할당의 증가, 에너지 환경 관련 기존 기금의 전용가능 법의 개편 등을 검토해야 한다. 기업들이 쉽게 사업 하도록 하는 제도 개편과 지원 체계 및 협력 지원을 하면서 늑색 금융과 전문 인력의 양성도 필수적이다. 벌써 전쟁은 시작됐다. 아직 준비가 아직 안됐다고,자금과 기술이 없다고 한 말은 오래전부터 들은 이야기다. 준비와 대응을 차일 피일 미루다가 때를 놓친 산업들도 많다. 시간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 나훈아의 가사처럼 ‘저 세월은 고장도 없듯이’ 저탄소 시대는 온다. 아니 우리 곁에 이미 왔다. 나중에 세월을 탓하지 말기를 바라는 마음이다.김정인 중앙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E칼럼]양수발전 확충 서둘러야

제주도에 이어 전라남도 지역에서도 재생에너지에 대한 출력 제한이 시작되면서 에너지 전환에 따른 문제가 예상보다 훨씬 빨리 발생되고 있다. 에너지 전환에 대한 많은 준비가 매우 시급함을 새삼 절실히 느끼게 된다. 제주도에서는 지난해에만 132회의 출력 제한이 일어났으며, 올해도 햇볕이 좋은 날에는 거의 매일 발생하고 있다. 제주도와 전라남도에서 시작된 출력 제한은 앞으로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전국으로 확산되고 심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정부가 최근 발표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발전 믹스는 2036년까지 많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특히 원자력과 재생에너지 비중이 2030년에 54%에 달하고 2036년에는 65%를 넘어서는 것으로 예고했다. 원자력과 재생에너지의 확대는 세계적인 추세이고 탄소중립을 위해 우리가 가야 하는 길이다. 하지만 두 전원 모두 전력수요의 증가와 감소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어려운 경직성 전원이라는 점이 문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대책이 필요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본질적이고 중요한 해결 방안은 에너지 저장장치의 확대다.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저장장치는 재생에너지가 급격히 늘어난 국가를 중심으로 예외 없이 많이 보급되고 있다. 재생에너지와 더불어 원자력을 많이 늘려야 하는 우리나라는 당연히 에너지저장장치의 확대에 시급히 나서야 한다. 빠른 응동 속도를 필요로 하는 단주기 저장장치와 응동 속도는 조금 느리나 경제적으로 많은 전력을 수용하는 장주기 저장장치 모두 늘려야 한다. 최근 여러 전문가가 새로운 형태의 에너지저장장치의 기술성과 경제성을 함께 연구하고 논의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단주기 저장장치로는 배터리, 장주기로는 경제성이 압도적으로 우수한 양수발전을 시급히 늘려야 한다. 양수발전은 전 세계적으로 100년 이상 운영돼 오고 있어 기술 성숙도와 운영 신뢰성이 높고 전 세계 모든 전력계통 운영기관이 가장 선호하는 에너지저장자원이다. 양수발전 방식은 높이 차이가 나는 두 개의 저수지를 활용해 남는 전기로 하부 저수지의 물을 상부 저수지로 퍼올린 후 전기가 부족할 때 상부 저수지의 물을 하부 저수지로 떨어뜨려 전기를 생산하는 것으로 세계적으로 역사가 가장 오래된 자연적인 저장장치다. 양수발전은 이러한 원자력과 재생에너지 등의 잉여전력을 저장하는 역할 외에도 3분 이내에 신속한 전기 공급이 가능하고 8시간 이상 장시간 운전도 장점이다. 전력계통이 정전(블랙아웃)이 되는 비상시에도 자체적으로 전기를 생산해 다른 발전소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는 송전 발전역할도 한다. 한 번 건설되면 60년 이상 100년까지도 쓸고 있고 청평양수발전의 호명호수에서 보듯이 아름다운 자연과 조화를 이뤄 관광지로 개발이 가능하며 물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물을 보존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국내 양수발전은 1980년부터 지금까지 반세기를 운영하고 있는 청평양수 등을 포함해 전국 7곳에서 4.7GW 용량의 설비가 운영되고 있다. 지난 제9차 전기본에서 1.8GW 추가건설이 확정돼 현재 건설 인허가 절차가 진행되고 있고 제10차 전기본에서도 신규로 1.75GW 용량의 설비가 반영됐다. 국내 에너지저장장치 확대 노력은 해외 선진국에 비하면 많이 부족하다. 해외에서는 이미 재생에너지 확대에 대응할 에너지저장장치의 관심이 높아 양수발전 등의 대규모 설비확충이 추진되고 있다. 한국수력산업협회에 따르면 미국은 현재 23GW 규모에서 2050년까지 150GW까지 확대할 계획이고 가장 많은 양수설비를 보유하고 있는 중국은 2030년까지 120GW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총 발전 설비용량인 138GW와 맞먹는 규모다. 또한 양수확대를 위해 입지를 내륙에 국한하지 않고 해안가에서 바닷물을 이용한 해수양수도 운영 및 건설이 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일본 오키나와에 1999년 준공된 Yanbaru 해수양수발전소다. 호주 컬타나 지역에서도 대용량 해수양수 건설 프로젝트가 추진 중이다.우리나라에도 해수양수가 내륙양수와 더불어 저렴하고 친환경적인 훌륭한 저장장치를 제공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으며, 이미 좋은 후보지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속도다. 에너지 전환에 따른 높은 비용이 문제가 되는 상황에서,또한 에너지저장장치가 시급히 필요한 상황에서 양수발전은 시급히 그리고 보다 많이 건설돼야 한다. 이를 위해 신속한 의사결정과 과감한 추진력이 필요하다.김희집 서울대학교 공학전문대학원 객원교수

[EE칼럼]에너지 분산정책,공급 뿐 아니라 수요도 손 봐야

지난달에 분산에너지특별법이 소관 상임위원회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통과됐다. 상정된 지 약 1년 6개월 만이다. 법안에는 기본계획수립 및 시행, 사업자 요건 및 시장 참여 범위, 분산에너지 의무화 등을 포함해 계통 운영 측면에서 배전망의 관리와 감독, 계통영향평가 실시와 이행 뿐 아니라 지역별 차등 요금에 관한 내용도 담고 있다. 기존에도 분산에너지에 대한 목표와 계획 등은 국가 차원의 에너지 분야 상위 계획인 에너지기본계획 및 전력수급계획에 일부 포함돼 꾸준히 관리해 왔다. 하지만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았고, 목표와 계획이 구체적이지 않았으니 결과적으로는 발전설비의 분산 효과가 크지 않는 등 많은 한계를 드러냈다.그런 의미에서 이번 분산에너지특별법의 제정은 의미가 크다. 이 법이 제정됨에 따라 분산에너지 확산 및 활성화를 통해 국내 에너지 수급을 다원화하고 에너지 분야의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등의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분산에너지특별법 제정의 근본적인 배경은 오래 전부터 존재해 온 지역별 전력수급 불균형에서 비롯됐다. 실제로 냉각용수가 풍부한 해안지역을 중심으로 평균 생산비용을 낮추기 위해 대규모로 발전소가 지어졌다. 문제는 여기서 생산된 전기를 도시지역으로 보내기 위해 장거리 송전망을 갖춰야 하는 데 이 과정에서 많은 송전망 구축비용은 물론이고 송전탑 및 송전선로 설치 과정에서의 주민 반발 및 갈등,송전망 설치지연 등으로 인한 많은 기회비용이 소요됐다. 따라서 이 같은 문제점을 해소하고 기회비용 등을 줄이자는 취지에서 수요지 인근에 발전소를 설치해 전력을 공급하는 분산에너지를 확대하는 것은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분산형 에너지시스템으로의 전환은 단순히 공급 측면으로만 국한되어서는 안 된다. 전력공급원을 다양화하려는 노력은 재생에너지 보급·촉진을 통해서도 오랫동안 진행돼 왔다. 특히 생산된 전기를 한국전력을 통해 매입하는 과정에서 가중치를 도입하여 다양한 재생에너지원 간의 차이나는 발전원가에 대해 비슷한 수준의 이익을 보장함으로써 다양한 에너지의 균형적인 보급을 유도해 왔다. 하지만 국내 재생에너지 전원 포트폴리오는 결과적으로 총사업비 규모가 상대적으로 적은 전원 중심으로, 사업비의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토지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고 해당 자원의 잠재량이 높은 지역에 편중돼 나타났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이 과연 전력수요가 높은 수도권 인근에 들어설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수도권의 토지비용은 다른 지역에 비하여 상당히 높고, 밀집도가 높은 주거 형태상 지붕의 면적도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따라서 수도권에 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이 제대로 들어서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많은 편익 요소들이 발굴 및 적용되어야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일정규모 이상의 건물에 대해 재생에너지 설비 의무화를 통해 강제적으로 확대할 수는 있겠지만, 경제성 및 설치의 용이성 등의 측면에서 분산에너지에 속하는 다른 에너지원들의 경쟁력이 재생에너지보다 더 높게 여겨지는 현실을 고려해 보면 탄소중립이라는 큰 목표에 대한 기여도는 생각보다 낮게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분산에너지특별법의 제정은 분산에너지 활성화와 에너지수급 다원화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지만 분산에너지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위한 수단으로 공급 측면에만 초점이 맞춰졌다는 점에서 아쉽다. 전체적으로 보면 수요가 공급지역으로 이전하는 것도 분산의 한 경우일 수 있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전기요금의 지역별 차등이 수요를 전원에 가까운 지역으로 옮길 수 있게 유인 작용을 할 수도 있지만, 장거리 송전 비용의 절감 부분이 배전망 구축비용으로 상쇄돼 실제 요금에 큰 차이가 없는 등 편익이 크지 않다면 수요 이전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정책 당국은 공급 측면 뿐 아니라 수요 측면의 분산에너지 정책도 함께 발굴해야 한다.그래야 분산형 에너지시스템 전환으로 인한 탄소저감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다.손성호 한국전기연구원 책임연구원

[EE칼럼]무너진 개화 질서, 이래도 기후위기론이 사기인가

올 봄 한반도에서는 꽃 피는 시기가 전반적으로 열흘 이상 빨라지며 개화 질서가 파괴되는 양상이 나타났다. 원래 벚꽃보다 1주일 가량 앞서 피는 목련이 올해는 벚꽃과 같이 피거나 오히려 더 늦게 피었고 벚꽃은 제주에서 서울까지 시차 없이 전국에서 일제히 만개했다. 3월에 기온이 초여름 수준인 25도 안팎까지 올라가면서 매화, 개나리, 진달래 등도 동시에 꽃망울을 터뜨렸다. 꽃의 개화시계가 고장나 버린 셈이다. 현재의 속도로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면 21세기 후반에는 봄 꽃 개화 시기가 2월로 앞당겨질 것이라 하니 한반도가 아열대 기후로 변하는 건 시간 문제다. 문제는 꽃에서 그치지 않는다는다는 점이다. 꽃들이 일찍 피면서 지상보다 아직 온도가 낮은 땅속에서 뒤늦게 태어난 꿀벌들은 제 역할인 수분을 제대로 하지 못할 뿐 아니라 스스로 먹이(꽃)를 구하지 못하는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식물과 곤충간 동조화가 깨지고 있다. 생태계 붕괴는 농작물의 수확 감소와 인류의 식량위기로 이어질 수 있음은 물론이다. 그런데도 기후변화에 무감각한 사람들이나 기후위기를 과학자들의 사기극으로 치부하며 국제사회의 친 환경 노력에 반기를 드는 세력이 존재한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환경보호에 앞장서 온 유럽에서 조차 최근 친 환경 정책에 반대하는 정치세력이 약진하고 있고 ‘녹색반란’에 부딪쳐 각국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의지도 흔들리고 있다. 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협의체(IPCC)가 지난달 20일 공개한 보고서는 각국의 온난화대책 지연에 대한 위기감을 표출했다. IPCC는 산업화 이전(1850~1900년)에 비해 지구기온이 이미 1.1도 올랐고, 2030년대 전반에는 2100년까지의 억제 목표인 1.5도를 넘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그러면서 2035년에 온실가스를 2019년 대비 60%, 2040년에는 69% 감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전례 없는 대담한 대책을 각국에 촉구한 것이다. 사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천연가스 가격이 폭등하면서 세계적으로 석탄 의존도가 높아졌고, 유럽을 중심으로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 의지가 약화됐다. 유엔 환경프로그램(UNEP)이 지난해 10월 발간한 ‘Emissions Gap Report 2022’에 따르면 국제적 지원이 따르지 않는 각국의 무조건부 NDC(국가 온실가스감축 기여)가 완전히 구현돼도 ‘2030년에 1.5도 상승’ 시나리오보다 배출량이 230억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제적 지원이 전제된 조건부 NDC의 완전한 구현의 경우에도 1.5도 시나리오 보다 배출량이 200억톤을 초과한다. 현재 각국이 유엔에 제출한 NDC 목표는 탄소중립으로 가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정부는 2030년에 2018년 대비 온실가스를 40% 줄이겠다는 NDC를 유엔에 제출했다. 7억 2700만톤에서 4억 3660만톤으로 줄이는 것이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온실가스가 각각 전년 대비 3.5%, 6.4% 줄었으나 코로나19 팬데믹 직후 위축됐던 경기가 회복되면서 2021년에는 다시 3.5% 늘었다.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는 지난해에도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NDC를 달성하려면 2018년 이후 연 평균 4.17%씩 배출량을 줄여야 하지만 되레 늘고 있으니 NDC가 공염불이 될 공산이 크다. 정부는 지난달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량의 36%(2021년 기준)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산업 부문의 감축 목표를 14.5%에서 11.4%로 낮췄다. 산업계의 반발에 부딪치면서 후퇴한 것이다. 대신 발전 부문의 감축 목표를 44.4%에서 45.9%로 높였으나 구체적 대안이 뒷받침되지 않은 수치만의 상향이다. 문재인 정부 5년간의 탈 원전 정책 때문에 온실가스를 제대로 줄이지 못했고, 전기요금 등 에너지 요금도 ‘정치요금’으로 억제돼 에너지절약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 성과도 거두지 못했다. 윤석열 정부는 2030년까지 원전 10기를 계속운전해 안정적 전력공급과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도록 한다는 방침이지만 당장 이달 설계수명이 끝나는 고리2호기의 계속운전 절차는 전혀 진행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적어도 2년간은 운전 정지가 불가피하며, 온실가스 감축 차질은 그만큼 커질 수 밖에 없다. 세계 온실가스 배출 순위 7위로 ‘기후악당’ 소리를 들었던 우리가 이렇게 안이한 대응을 한다면 기후위기는 되돌리기 힘들다. 지구가 파멸에 이르는 것을 바라만 보고 있을 것인가.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온기운 에교협 공동대표

[EE칼럼]폐 매트리스 재활용 시장 구축 시급하다

필자가 근무하는 기후변화센터는 지난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박대수 의원실과 함께 ‘순환경제를 위한 침대 폐 매트리스 회수 및 재활용 활성화 방안’ 세미나를 진행했다.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대형 폐기물인 침대 매트리스 재활용 시장 구축이 무엇보다 시급한 상황임을 알리기 위한 자리였다. 실제로 많은 지자체에서 대형 폐기물인 침대 매트리스가 제대로 처리되지 못하고 불법 소각하거나 쓰레기로 쌓아 놓아 2차 공해에 노출돼 있다. 글로벌 매트리스 시장은 지난해 기준 43조20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40%를 차지한다. 과거에는 입식문화인 유럽과 북미가 훨씬 컸지만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중산층이 확대되면서 판도가 바뀌고 있다. 한국은 관련 기업의 매출액 기준 지난해 2조원 수준으로 전년대비 20% 급증했다. 현대인의 스트레스와 우울증으로 인한 수면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돈을 지불하는 소비 트렌드와 겹치며 매트리스 시장은 다양화하며 확대되고 있다. 더불어 1인 가구 증가, 중저가형 매트리스 보급, 온라인 유통 확산 등으로 교체 주기도 짧아지고 있다. EUROPUR의 통계에 따르면 유럽연합(EU), 미국 등에서 지난해에만 2000만~3000만개의 폐 매트리스가 발생했다. 우리나라는 폐 매트리스 발생 통계가 아예 없다. 환경공단에서 제공하는 2016년 전국폐기물통계조사에 따르면 연간 약 80만개로 집계됐으나 이 마저 표본이 전체 가구 중 0.1%, 사업장 0.8% 수준이다. 침대 매트리스는 통계법 제18조에 따라 승인받은 조사항목이 아니라서 집계 및 보유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의 통계법은 아직 온돌문화에 머물러있다. 지난해 침대 매트리스 불법 소각문제가 발생한 통영시가 침대 매트리스 처리 현황을 자체적으로 조사했다. 대부분 일일이 손으로 뜯어내서 분리하는 수작업인데 처리시간도 많이 걸리고 작업환경도 매우 위해한 상황이다. 또는 통째로 분쇄한 후 철 스크랩만 분리해서 재활용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 마저도 소음 때문에 주민들의 민원으로 운영이 중단되기도 한다. 지자체별로 데이터 보유 현황이나 관리가 천차만별인데 예산, 기술 등의 여건으로 지자체의 처리 역량은 현저히 떨어진다. 처리되지 못하고 쌓인 채 방치돼 폐 매트리스에서 자연 발화 되기도 하고 불법재사용 문제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EU는 2018년 ‘WEEE(Waste Electrical and Electronic Equipment) 지침’에서 매트리스, 가구 등을 포함시켰다. 그리고 회원국별로 매트리스 EPR(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을 도입,2035년까지 매트리스를 포함해 도시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최소 65% 재활용 하는 목표를 수립했다. EU회원국 중 프랑스가 최초로 매트리스 EPR을 시작했는데 제조사와 유통사로 구성된 조합이 최신식 분해공정을 구축, 고품질 원료를 추출하고 재활용 하는 시장을 만들었다. 정부와 기업(생산, 유통, 호텔 등), 시민들간 협력을 통해 매트리스 순환경제를 1조5000억원 규모로 키웠다. 미국은 국제수면제품협회가 비영리단체 ‘매트리스 재활용 협의회’를 설립해 2015년부터 ‘바이 바이 매트리스’ 프로그램을 시작해 현재 3개 주(캘리포니아, 코네티컷, 로드아일랜드)에서 참여 중이다. 소비자 가격에 폐 매트리스 처리 비용을 포함시켜 재활용 처리 뿐 아니라 꾸준히 연구개발에 투자 하고 있다. EU와 미국은 폐 매트리스 분리를 위한 전자동시스템을 구축했다. 수면시장 규모는 계속 확대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서둘러 매트리스의 폐기를 줄여서 유용한 자원으로 반복 사용하는 재활용 시장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관련 산업의 육성과 일자리 창출 등 경제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시장 구축을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폐 매트리스 통계를 작성하고 이를 근거로 재활용을 비롯한 산업활성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국내에서도 폐 매트리스의 스프링 철과 섬유 부산물을 전 자동으로 분리하는 기계의 설계기술을 확보한 업체가 있지만 시장 조성이 안돼 실제 제작되지 못하고 있다. ESG경영 차원에서 매트리스 제조사들도 분리 배출과 수거를 지원하고, 재활용 관련 기술과 서비스 개발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동참이 필요하다. 궁극적으로는 ‘원인자 부담원칙’에 따라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를 도입해야 한다. 재활용 시장은 정부와 지자체는 물론이고 매트리스 생산 기업과 수거·해체업체,재활용업체 등이 협력하지 않으면 형성되기 어렵다. 환경부의 적극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김소희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

[EE칼럼]우리는 여전히 화석연료 시대에 살고 있다

현대 물질문명은 에너지를 기반으로 한다. 산업혁명 이전에 인류는 나무를 에너지원으로 널리 사용했으나 18세기 말부터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졌다. 여기에는 15~17세기 대항해시대를 거치며 교역이 활발해지면서 선박을 만들기 위한 목재 수요가 증가한 것도 한 몫 거들었다. 숲은 황폐해져 갔고 공장은 가동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석탄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석탄은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발열량이 높으며 매장량이 충분해서 인기를 얻었다. 석탄은 증기기관, 선박, 발전소 등에서 사용됐고 이를 통해 산업이 크게 발전했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자동차 산업의 성장에 따라 석유 수요가 급증했다. 특히 제1차 세계대전에서는 석유가 군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자원이 됐고 제2차 세계대전에서는 전투력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됐다. 두 번에 걸친 세계대전이 끝나고 중동 지역에서 석유 생산이 크게 늘어나면서 석유의 시대가 도래했다. 1970년대 이후 두 차례의 오일쇼크로 석유 가격이 급등하자 전 세계적으로 석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천연가스 사용을 확대했다. 석탄에 비해 온실가스가 덜 배출되는 천연가스는 화석연료의 환경문제가 대두되면서 수요가 더욱 늘어났다. 1980년대 들어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기후변화 문제가 심각해지자 1992년 브라질 리우에서 열린 유엔환경개발회의에서는 석탄, 석유, 천연가스와 같은 화석연료 사용 증가에 따른 기후변화 등 부정적 영향을 완화하고 대기 중의 온실가스 농도를 안정화시키기 위해 기후변화협약을 채택했다. 그러나 온실가스 배출의 역사적 책임이 있는 선진국들에 대해 서는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부여하지 않아 실효성이 없다는 인식 아래 1997년 교토의정서가 채택됐다. 교토의정서는 선진국들에 대해 2008~2012년에 1990년 대비하여 평균 5.2%의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하는 의무를 부과했다. 이 때 선진국들의 감축 의무 이행을 지원하기 위해 교토메커니즘이라고 부르는 3대 시장메커니즘이 도입했다. 바로 배출권거래제(Emission Trading), 공동이행(Joint Implementation), 청정개발체제(Clean Development Mechanism)다. 이 가운데 선진국들이 개도국들의 온실가스 감축 지원을 통해 발생한 감축량을 자국의 감축 의무에 활용하는 청정개발체제가(CDM)가 전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추진됐다. 중국은 청정개발체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상당한 경제적 이득을 얻었다. 이 때문에 ‘CDM는 중국개발체제(China Development Mechanism)의 약자’ 라고 불리기도 했다. 교토의정서가 2020년 만료되자 국제사회는 오랜 협상을 거쳐 2015년 파리협약을 채택했다. 기후변화협약이 체결된 지 30년이 지나는 동안 우리는 화석연료 소비를 얼마나 줄였을까? 1차 에너지 기준으로 전 세계는 기후변화협약 체결 원년인 1992년에 약 82억3000만 TOE(석유환산톤)를 소비했으며 이 중 화석연료가 71억8000만 TOE로 전체의 87.3%를 차지했다. 2020년에는 총 소비량 132억9000만 TOE에 화석연료는 110억5000만 TOE로 비중이 83.1%다. 산업화와 인구증가, 경제성장 등으로 전체 에너지 소비량은 약 30년 새 1.5배 이상 늘어난 가운데 전체 소비량에서 화석연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간(4.2%포인트) 떨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80%이상을 화석연료에 의존해 살고 있다. 기후변화협약의 나이는 사람으로 치면 30세를 넘었다. 논어 위정편(爲政篇)에서 공자는 30세를 ‘뜻이 확고하게 섰다’는 의미의 이립(而立)이라고 했다. 최근에 기후변화 음모론과 같은 이야기들이 줄어들고, 기후변화가 화석연료 사용 증가로 인한 것이라는 데 대부분 공감하는 것은 기후변화협약이 이립에 들어섰기 때문일 거라는 생각은 필자만의 희망 섞인 바람은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30년 동안 화석연료 비중이 4.2%포인트 줄어드는 데 그친 점을 감안하면 2050년 탄소중립까지 앞으로 30년 동안 우리는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얼마나 줄일 수 있을까? 2009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 참석했을 때 경험했던 에피소드로 글을 마친다. 당시 공식 회의석상에서 한 태평양 도서국가 대표가 자기들과 같은 국가들은 해수면이 높아져서 국토가 사라져가고 있다며 협상 타결을 눈물로 호소했다. 잠시 회의장이 숙연해지는가 싶더니 금새 자국의 이익을 위해 한치의 양보도 없이 고성을 주고받던 장면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박성우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정책실장

[EE칼럼]탄소중립에 기여하는 수소경제 시대

수소경제 사회가 시나브로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수소경제는 수소를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경제 산업구조를 말한다. 수소경제 하에서는 화석연료 중심의 현재 에너지 시스템에서 벗어나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자동차, 선박, 열차, 기계 혹은 전기발전, 열 생산 등이 늘어나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수소를 안정적으로 생산·저장·운송하는 데 필요한 산업과 시장이 새롭게 창출될 것이다. 수소는 ‘신 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촉진’법 상의 신 에너지의 한 종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 법에서 ‘신 에너지’는 기존의 화석연료를 변환시켜 이용하거나 수소ㆍ산소 등의 화학 반응을 통해 전기 또는 열을 이용하는 에너지 중의 하나로 인정받으며 개발·이용·보급·촉진의 대상이 되었다. 그 동안 태양에너지, 풍력에너지, 바이오에너지 등은 ‘신 재생에너지법’상의 여러 촉진 제도를 통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수소에너지는 신 재생에너지법만으로는 시장에서 선택받고 확대되는 것에 한계가 있었다. 이런 배경에 따라 지난 2021년 ‘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수소법)이 제정됐다. 이 법은 수소경제 이행 촉진을 위한 기반 조성 및 수소산업의 체계적 육성을 도모하고, 수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국민경제의 발전과 공공의 안전 확보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수소법은 수소경제 이행 촉진을 위한 추진체계를 마련하고 수소전문기업 육성을 위한 다양한 촉진 제도를 담고 있으며 수소경제 이행을 위한 기반 조성을 위한 다양한 수단들을 법제화하고 있다. 그리고 수소연료공급시설 설치와 관련해 수소특화단지의 지정 등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으며 수소에너지와 관련한 안전사고 방지를 위한 안전관리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 이런 배경 하에 탄생한 ‘수소법’은 지난해 6월에 일부개정이 있었다. 수소경제가 지향하는 방향이 수소의 생산단계에서부터 대기오염물질이나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도록 함으로써 탄소중립에 기여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수소의 생산ㆍ수입 등의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거나 적게 배출하는 청정수소 중심의 수소경제 생태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에 따른 것이다. 개정 수소법에서는 청정수소에 대한 등급별 인증제를 도입했다. 청정수소 인증제도는 암모니아, 탄소포집·저장·활용(CCUS) 등 다양한 수소 생산방식의 생산과정에서 발생되는 탄소 배출량에 따라 등급을 매기는 제도로, 배출량이 적을수록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청정수소 인증제도는 생산방식이 아닌 생산과정의 탄소 배출량에 따라 등급을 매긴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그리고 수소연료공급시설의 운영자 등에게 수소판매ㆍ사용량의 일정 비율 이상을 청정수소로 판매ㆍ사용하도록 해 수소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비교적 높은 비용이 드는 청정수소가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때까지 법에서 일정량의 수요를 창출해 청정수소가 시장에서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개정 수소법의 또 하나의 의미는 ‘수소발전’을 제도화했다는 점이다. 개정 수소법은 수소발전을 ‘수소 또는 수소화합물을 연료로 전기 또는 전기와 열을 생산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수소발전사업자와 수소가스터빈을 법상의 개념으로 도입하면서 일정한 전기사업자에 대해 수소발전 입찰시장을 통해 수소발전량을 구매ㆍ공급하도록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그 동안 수소발전은 ‘신 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 제도’(RPS)를 기반으로 연료전지 등을 통해 보급됐으나, 태양광·풍력과 다르게 연료비가 높아 별도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개정 수소법의 수소발전량 구매·공급제도는 수소발전을 RPS에서 별도로 분리해 수소와 산소의 화학에너지를 전기화학 반응에 의해 전기에너지로 직접 변환하는 발전장치인 연료전지 외 수소터빈, 암모니아 혼소 등 다양한 수소발전 기술들이 경쟁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의미가 크다. 청정수소 판매ㆍ사용 의무화와 함께 수소발전량 구매·공급 및 수소발전 입찰시장을 통해 수소발전시장이 활성화 되고, 수소 생산단계에서부터 대기오염물질이나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도록 함으로써 탄소중립에 기여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이동일 법무법인 에너지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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