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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봉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
전력산업에는 요금 말고도 심각한 골칫거리가 쌓여 있다. 한전은 동해안에서 강원도를 넘어 수도권으로 이어지는 송전망 공사를 약속기한을 한참 지났는데 착공도 못하고 있다. 값싼 전기를 생산하는 동해안의 원전과 석탄발전소는 배달 수단이 없어 제대로 가동조차 못하고 있다. 2011년 순환정전 사태로 전기가 모자라자 석탄발전소가 필요하다며 건설을 권유한 것이 정부다. 그런데 전력사정이 나아지자 상황은 돌변했다.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이라는 온갖 구박과 서러움을 다 겪으면서 천신만고 끝에 완공한 강릉과 삼척의 민간 석탄발전소는 서해안보다 공사비가 더 들어간다며 건설비 인정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겹쳐 이제는 송전제약 문제로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2030 NDC(온실가스감축 목표)와 2050 탄소중립을 맞추기 위한 로드맵을 전력수급기본계획과 장기천연가스수급계획 등에 반영하도록 탄소중립법 시행령에 못을 박았다. 발전소 건설과 천연가스 도입이 이 로드맵의 내용과 일치돼야 한다. 전력수급계획에서 정부는 가스 발전량을 적게 예측해 비싼 현물시장에서 매년 추가로 LNG를 도입해야 했고 이는 전기요금 인상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런데 이제는 이 보다도 천연가스 발전량을 더 줄여야 할 판이다. 장기도입물량은 줄일 수밖에 없고 현물시장 물량을 늘릴 수밖에 없어 전기요금 인상 압력은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전력수요는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지난 3월 발표한 국가반도체 단지 등 첨단 15개 클러스터 조성과 우후죽순으로 늘고 있는 데이터센터를 고려하면 전력수요는 현재의 공급능력으로 쉽게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 와중에 문재인 정부에서 논의된 단일 배출권 할당계수(BM)의 적용이 다시 추진되고 있다. 단일 BM의 목적은 지금까지 연료별 특성을 고려해 상이한 값을 적용했던 BM계수를 동일한 값으로 묶어 LNG에 대한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비율은 높이고 석탄발전은 낮추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석탄발전의 배출권 비용부담이 커지고 LNG발전의 비용은 줄어들게 된다. LNG발전의 비용감소는 SMP의 감소로 이어져 한전의 부담을 줄여주게 될 것이고, 동시에 LNG발전은 늘고 석탄발전은 줄어서 온실가스도 감축될 것으로 보는 것 같다. 그러나 이런 계산이 맞을까? 여전히 두 발전원의 한계비용 차이는 커서 급전순위가 크게 바뀌지는 않아 LNG발전량이 늘고 석탄발전량이 줄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석탄발전사들의 배출권 구매비용이 커져 한전의 정산부담금이 증가되기 때문에 한전의 전력구입 총비용이 감소되리라는 보장도 없다.
정부는 누적된 전력시장의 요금인상 압력을 전기요금 인상 억제, SMP 상한제의 연장 등과 같은 규제로 일단 모면해 보려는 것 같다. 그러나 이 외에도 전력산업은 송전선 건설지연, 판매사업자의 적자와 부채 급증에 따른 상류의 발전사업 및 관련 부문의 수익성 악화로 깊은 수렁에 빠져있다. 복잡한 전력시장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문제점을 한 번에 하나씩 시장원리를 통해 차근차근 해결하는 것이 정도이다. 단일 BM 도입과 같은 골치 아픈 아젠다를 추가하는 것은 전력시장의 문제를 더욱 증폭시킬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