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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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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폐기물의 경제학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11.02 14:23
김정인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

김정인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

▲김정인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

흔히들 환경문제라고 하면 기후변화, 매연, 소음, 쓰레기 등을 떠올린다. 특히 쓰레기의 경우 더러운 것, 지저분한 것만을 생각한다. 경제가 성장하고 소득이 증가하면서 쓰레기는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를 단순히 쓰레기로 보느냐, 폐기물로 보느냐에 따라 큰 차이가 난다. 쓰레기는 진짜 사용할 게 없는 것이고 폐기물은 분류, 가공 등의 과정을 거쳐 재활용이 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쓰레기를 단순히 쓰레기로 보느냐, 아니면 자원으로 보느냐에 따라 경제적 가치가 엄청나게 달라진다. 쓰레기로 취급할 경우 고스란히 버려야 하기 때문에 폐기에 따른 추가 비용이 발생하고, 쓰레기의 종류에 따라 수많은 환경문제를 유발해 많은 기회비용이 들게 된다. 이에 비해 폐기물로 간주할 경우 이는 자원으로서의 경제적 가치를 얻게되는 것이다.

소비만능주의에 젖은 현대인들은 쓰레기를 자원으로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농경사회의 옛 선인들은 "기회자 장 삼십, 기분자 장 오십(棄灰者 丈 三十, 棄糞者 丈 五十·재를 버리는 자는 곤장이 서른대요, 똥을 버리는 자는 곤장이 쉰대)" 라며 폐기물을 자원으로 인식하고 자원의 재활용을 강조하는 말을 남겼다. 그러나 현대에서는 대량 생산, 대량소비가 미덕인 것을 유도함으로써 재활용에 대한 인식이 낮은 것이 사실이다. 환경 운동차원에서만 지속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폐기물의 합리적인 이용은 생산성의 강화, 지속가능성의 증대, 자원의 보존, 그리고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한 가장 좋은 수단이라는 점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인식돼야 한다. 특히 최근부터는 순환 사회라고 하여 철저하게 자원을 순환하는 사회를 구축하겠다는 국가들이 많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에서 폐기물은 여전히 ‘쓰레기’ 취급을 당하기 일쑤다. 제품의 생산과정에서 나온 폐기물이 그나마 어느 정도 수집은 되고 있지만 그 다음 유통단계에서는 대부분이 폐기처분된다.

선진국에서는 사전처리 기술, 폐기물 최소화, 청정생산, 공정개선 등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며 자원으로서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대표적으로 일본의 철강기업들은 알루미늄 사업이나 가전제품 등에서 리싸이클링을 극대화해 100% 재자원화 하기 위해 오랫동안 많은 투자와 연구개발을 추진해왔다. 일반 플라프라스틱을 원료화하기 위해 열분해성 염화수소 개발에도 많은 연구를 해 왔다. 심지어 탈 플라스틱 국제협약이 등장한 것도 자원사용을 넘어 아예 원천적으로 없애나가는 것이다. 탈 플라스틱을 선언하고 해조류를 플라스틱 대용으로 사용하기 위한 연구와 제품개발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폐기물 재활용 시장을 더욱 확대시켜야 한다. 이는 폐기물의 감축과 함께 환경산업의 창출이라는 점에서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철강, 시멘트, 석유화학, 건설, 등 주요 재활용 대상 업종에 대해서는 전폭적인 재정 지원과 기술 개발에 대한 공동 노력을 하도록 정부가 지원해 주어야 한다. 특히 철강이나 석유화학, 산업 단지 열병합발전소 등에서 나오는 폐열을 이용한 에너지를 적극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열 시장을 조속히 구축해 에너지 시장이 활성화되도록 해야 한다. 재생 에너지시장에서도 재활용으로 사용되는 모든 물질, 예컨대 바이오 매스 에너지, 등이 적극 이용되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에서 역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사업이다.

1970년대에 불조심을 강조하기 위해한 ‘꺼진 불도 다시 보자’ 표어가 유행했다. 단순하지만 명확한 표현이다. 버리면 쓰레기지만, 잘 쓰면 경제적 가치가 있는 자원으로 바뀌는 것이 폐기물의 경제학이다. ‘버린 쓰레기도 다시 보자’는 인식의 확산과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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