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정훈식 칼럼]무너진 주거사다리

주필 전세 수난시대다. 무자본 갭투자 이른바 ‘빌라왕’으로 불리는 전세사기 사건이 곳곳에서 터지면서다. 빌라왕의 먹잇감이 된 전세입자들은 보증금을 돌려 받지 못해 난리고 일반 전세입자들도 역전세난에 발을 동동거린다. 애먼 선의의 주택임대인들도 날벼락을 맞고 있다. 가뜩이나 전셋값 급락으로 차액환급이 발등의 불인 가운데 전세를 월세로 돌려달라는 세입자들의 갑작스런 요구에 전세반환금 마련을 못해 아우성이다. 이래 저래 서민들만 피곤한 세상이다. 전세는 다른 나라에선 찾아볼 수 없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주거형태다. 지난 수십 년간 월세→전세→내집 장만으로 이어지는 주거사다리의 한 축으로주택수급 안정과 서민의 주거안정에 기여해 왔다. 그런데 이 전세시장이 전세사기로 얼룩지며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지난 수십 년간 아무 탈 없었던 전세시장이 하필이면 이제와서, 왜,갑자기 주택공급 시장의 천덕꾸러기가 됐을까. 여기에는 무엇보다 지난 문재인정부의 주택 정책실책 탓이라는 지적이 힘을 얻는다. 물론 주택시장 침체와 나홀로 가구 증가 등 세태변화 탓도 있다. 전세 투기와 시장 붕괴는 3년 전부터 예견됐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집권하자 마자 "부동산 가격 문제에서는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라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규제·억제 중심의 고강도 대책을 쏟아부었다. 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 확대, 다주택자 양도세·종부세 징벌적 과세폭탄, LTV·DTI등 대출규제 옥죄기,재개발·재건축 규제 강화,초과이익 환수제 부활 등 약 30차례에 걸쳐 온갖 규제와 압박을 총동원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2017년 8·2대책을 내놓으며 "이번 대책은 집을 많이 가진 사람이 불편해지는 것으로, 내년 4월까지 시간을 드렸으니 자기가 사는 집이 아닌 집들은 좀 파시라"며 압박했다. 한편으로는 "우리 국민의 40%가 임대주택에 살지만,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사람은 10%밖에 안 된다"며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세제·금융 혜택을 드리니 다주택자는 임대사업자로 등록하시면 좋겠다"며 임대사업을 권장했다. 수요 있는 곳에 제때, 제대로 공급해야 한다는 시장원리를 거스르며 수요를 억누르는 데 만 열을 올렸으니 결과는 뻔할 뻔자였다. 수요는 느는데 공급이 달리니 결국 수급불균형으로 집값이 폭등했고 이것이 전세시장으로 옮겨 붙었다. 문재인정부의 170석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입법폭주가 기름을 끼얹었다. 2020년 서민주거안정을 명분으로 대표적인 포퓰리즘 입법으로 지목된 임대차 3법을 앞뒤 재지 않고 밀어붙였다. 전세 시장에 대혼란을 초래한다는 전문가들의 반대 목소리를 무릅썼다. 임대차 기간을 ‘2+2년’으로 연장하고 임대료 인상률을 5%로 제한하는 한편 계약갱신권까지 반 시장 종합세트를 들였다. 가뜩이나 2020년에는 전세공급의 한 축을 담당했던 민간 임대사업제도 마저 사실상 폐지하며 화를 키웠다. 등록된 민간임대주택사업자는 임대료가 저렴하고 임대보증금 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돼 있어 보증금 반환사고가 나지 않는 구조다. 그 틈을 전세보험조차 들지않은 전세 사기꾼이 파고들어 이지경이 됐다. 전문가들의 우려는 적중했다. 임대차 3법으로 전세매물이 잠기면서 전세가격은 미친 듯이 뛰었다. 서울아파트 전세가격(KB국민은행 조사 기준) 상승률은 2020년 6월 0.35%에서 7월 1%, 8월 1.18% 9월 2.0%로 상승폭을 키웠다. 연간 12.25%라는 기록적인 폭등장세를 기록했다. 폭등장세는 이듬해에도 이어져 2021년에도 11.86% 폭등했다. 전셋값이 폭등하면서 주택 매매가격에 대한 전세가격의 비율인 전세가율이 70∼90%,더 나아가 매매가보다 전세가격이 높은 역전현상까지 빚어지자 이른바 갭 투자의 먹잇감이 됐다. 수중에 돈 몇 푼 없이도 집을 사들여 집값이 오르면 큰 차익을 볼 수 있는 여건이 되면서 대학생이고 주부고 너도나도 갭 투자에 뛰어들었고 갭 투자자들의 먹잇감은 아파트에서 연립,단독 등으로 확대되며 오늘의 지경에 이르게됐다. 여기에는 빌라왕 같은 전세사기꾼들도 활개를 쳤고 시장에서 경고음이 나왔지만 당국은 규제에만 집중했다. 포퓰리즘 입법폭주가 부른 참사다. 애초 에 신중하게 접근했더라면 호미로도 안 막아도 될 일을 결국 가래로도 막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피해와 책임은 모두 ‘정책실패 청구서’로 국민에게로 돌아오고 있다. 그런데도 무리한 정책과 입법에 대해 책임지거나 반성하거나 사과하는 자는 아무도 없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전세가격이 최고점이었던 2021년 임대차 계약 2년 만기가 도래하는 가운데 역전세난은 심화하며 집주인들은 차액 환급에 비상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전세 사기에 겁먹은 세입자들이 월세로 전환을 요구하거나 계약해지로 대거 보증금 반환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일반 전세입자와 집주인간의 보증금을 둘러싼 갈등이 분출하고 있다. 가뜩이나 고금리로 집주인들도 이중 삼중의 고통을 받고 있다. 이른바 역전세 대란이 시작됐다. 한국은행은 역전세 위험가구가 전국적으로 100만가구를 넘어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는 전세를 월세로 돌리려는 월세전환 수치는 빠진 것이다. 이런 가운데 거대 야당 민주당을 중심으로 전세사기 피해자를 구제한다며 특별법을 제정하는 등 호들갑을 떨고 있다. 사기 피해를 입은 전세입자에게 국민혈세를 투입한다는 게 골자다. 한 마디로 병 주고, 약 주고다. 근본대책이 아닌 땜방에 몰두하는 모양새다. 정부와 정치권은 사기피해자 구제는 물론이고 냉철한 진단과 근본적인 처방에 나서야 한다. 그것은 전세시장이 이 지경이 된 배경을 철저히 따지고 여기서에서 해법을 찾아내야 한다. 전세시장을 망가뜨린 임대차 3법과 민간임대사업 등 임대사업 제도의 전반적인 개편을 서둘러야 한다. 찔끔 찔끔 대책을 발표할 게 아니라 사태가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방치한 시스템부터 점검해서 근본대책을 세워야 한다. 시장이 제대로 작동되도록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게 그 근본 해법이다. 그래야 무너진 주거사다리도 다시 세우고 서민의 내 집 마련 꿈도 살릴 수 있다.정훈식 정훈식 주필

[데스크 칼럼] 넘쳐나는 제주도·영호남 재생에너지 해법 찾아야

이제 봄철에 제주도는 블랙아웃(대정전)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급격하게 늘어나는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때문이다. 전기 수요가 줄어드는 봄철이면 태양광과 풍력으로 생산하는 전기가 남아돌기 때문이다.대정전은 공급하는 전기가 모자라도 발생하지만 남아도는 전기에 의한 과부하로 전력계통에 문제가 생기면서 일어난다.태양광과 풍력 발전은 출력을 탄력적으로 조절하기 쉽지 않다. 이에 전력수급에 만반의 준비를 해놓지 않으면 대정전에 직면할 수 있다. 일조량이 좋은 휴일이나 연휴에는 전력 수요는 낮아지고 태양광 발전은 증가하기 때문에 이 시기에 안정적 전력계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2015년부터 제주도에 적용됐던 봄철 전력수급 대책이 올해부터는 호남과 영남 지역으로 확대된다. 산업부에 따르면 따르면 2018년 7.5GW 수준이던 태양광 설비 용량은 올해 26.4GW까지 늘었다. 특히 태양광 발전설비는 땅값이 상대적으로 싼 영남과 호남지역에 급격하게 증가했다. 이에 산업부는 단기적 대책으로 공공기관의 태양광 발전시설부터 출력제한 조치를 취하고, 이어 전압과 주파수 변동에도 발전설비 가동이 가능하도록 고성능 인버터를 설치하지 않은 태양광 발전설비에 출력제한 조치를 시행한다. 또한 남아도는 전력을 양수발전에 활용하고, 출력 조절이 가능한 수력, 바이오발전 순으로 발전을 선제적으로 줄여 나갈 방침이다. 이마저도 부족하면 석탄, LNG에 이어 원자력발전까지 출력 조정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현재 제주도는 안정적인 전력계통 운용을 위해 육지에서 전체 사용량의 약 40%의 전력을 끌어다가 쓰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제주도에 안정적인 전력 공급은 물론 남아도는 전기를 육지로 보낼 수 있는 송전설비가 구축되고 있어 이 설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바로 제주와 완도간 약 90km를 잇는 ‘제3 해저케이블’ 공사다. 제3 해저케이블 공사는 초고압직류송전(HVDC) 방식으로 구축된다. HVDC는 교류송전에 비해 전력손실을 줄여주고 신재생에너지와의 계통연계에 신뢰성을 높여준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향후 전남 신안 등 해상풍력으로 생산되는 전기를 수도권으로 공급하는 서해안 HVDC 해저케이블 구축에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국내에선 LS전선이 기술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대한전선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국내에서의 장거리 HVDC 구축 경험은 세계시장으로 뻗어나가는데 아주 중요한 자산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세계 HVDC 시장은 2030년 1430억달러 규모로 성장 될 것으로 예상된다. LS전선, 대한전선 등 국내 기업들이 당당하게 세계시장 점유율 한 축을 담당해 줄 것으로 믿는다. 물론 남아도는 전기를 수도권으로 송전하는 것에 만족해서는 안될 것이다. 기존 전력망과 재생에너지 계동을 적기에 조절할 수 있는 송·변전 설비 구축도 필요하다. 또한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확충 이용도를 높이고, 남는 전기를 수소 생산 등에 활용하는 방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문제는 대규모 투자사업에 들어갈 재원 확보다. 한국전력이 연간 30조원의 막대한 영업손실을 보는 현 상황에선 모든 게 그림의 떡이다. 민간 사업자에게 다양한 전력계통 사업부문 참여를 유도한다고 해도 그것은 한계가 분명하다. 한전이 스마트 그리드사업에 과감하게 투자 할 수 있는 여력을 마련해 줘야 한다. 그렇기에 정부와 국회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탈원전, 신재생에너지 대폭 확충 등에 함몰돼 비현실적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하는 우를 다시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 현실에 맞는 전기요금책정방안 등도 마련해 일관되게 시행해야 한다. 산업부도 호남과 수도권을 잇는 서해안 송전설비의 확충, 조속한 동해안 송전설비 구축 등 전력계통의 안정성을 위한 꼼꼼한 장기대책을 세우고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 정부를 믿고 따라온 태양광·풍력 발전사업자들을 외면해서도 안된다.

[데스크 칼럼] 국민 현혹하는 정치

소매점에 가보면 미끼상품이란 게 있다. 고객을 끌어 모으기 위해 전략적으로 내놓은 것이다. 통상 원가 또는 일반 판매가격보다 훨씬 싸게 판다. 일단 미끼상품으로 고객들을 불러들인 다음 이들 고객이 값 비싼 다른 상품도 많이 사게 한다. 수익을 올리는 일종의 마케팅 기법이다. 미끼상품에 끌려 해당 소매점을 찾는 경우가 많다. 그런 고객 중엔 소매점에서 미끼상품만 골라 구입하는 사람이 있다. 소매점의 상술을 역이용하는 것이다. 현명하다는 평을 들을 만 하다. 소매점 입장에서 보면 얌체 고객이지만. 하지만 미끼상품만 사는 고객은 드물다. 대체로 미끼상품에 더해 비싼 품목들까지 장 바구니에 많이 담는다. 고객으로선 알뜰 소비를 하려 한 것이겠지만 결국 과소비로 이어지고 만다. 그래서 소매점의 미끼상품 판매 전략은 종종 사람들의 빈축을 산다.미끼상품은 정치권이라고 없는 게 아니다. 검찰이 들여다보는 더불어민주당의 과거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도 정치권에 미끼상품이 발붙이지 못했다면 가능했겠는가. 상품이나 정치나 소비자 또는 국민을 상대로 판다는 측면에선 똑같다. 정치는 국민의 마음을 사는 상품이다. 정치인이 자신을 뽑아 준 유권자, 국민 눈치를 보는 건 당연하다. 민심에 귀 기울인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국민을 의식해 좋은 정치를 하도록 하는 게 민주정치 원리다. 그 원리가 지지를 받는 것은 국가를 발전시키고 국민 개인의 생활을 윤택하게 한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선심 정치를 반드시 나쁘게만 볼 수 없다. 국민의 복지 혜택을 넓히는데 일정 부분 역할을 한 것도 사실이다. 정치 미끼상품의 문제는 과도한 선심성에 있다. 개인 또는 정당 지지를 얻기 위해 내건 선심 정책이 실현 불가능하거나 현실화하지 않으면 사기(詐欺)다. 그런데도 이건 그나마 차라리 낫다. 국민 스스로 "속았다" 생각하고 위로하면 된다. 국민에 직접적인 피해로 돌아오는 경우는 선심 정책의 강행이다. 그 부담이 국민에 고스란히 전가돼서다.요즘 정치권의 선심 경쟁이 점차 뜨거워지고 있다. 1년 앞으로 다가온 내년 4.10 총선을 겨냥해 호객행위에 나섰다. 민심과 표의 향방을 누구보다 잘 아는 정치권이 벌써부터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지율 20~30%를 오르내리며 국정동력을 얻지 못한 윤석열 정권, 현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이어 전 대표까지 검찰 수사를 받게 된 거대 야당이 이런 선심경쟁을 더욱 부채질한다. 정치권은 최근 하지 말아야 할 일은 서두르고 해야 할 일은 꾸물거린다. 우선 여야가 해서는 안 될 선심성 정책을 마구잡이로 쏟아낸다. 단적으로 대학생 1000원 아침밥 확대를 놓고 장군멍군하는 게 그렇다. 마치 물건 흥정하듯이 한다. 1000원 아침밥 제공 논의는 당초 학기 중 대상 확대에 그쳤다. 이제는 방학 중에도, 또 점심·저녁까지 주자고 한다. 걱정이 갈수록 태산이다. 여야가 승부처인 청년 표심 잡기의 심산이 아니었다면 이럴까 싶다.무상급식 논란의 새로운 버전이다. 대상이 586 부모세대를 겨냥한 중등학생에서 MZ 자녀세대를 타겟팅한 대학생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무상급식 논란은 2011년 서울시에서 무상급식의 선별지원이냐 보편지원이냐를 놓고 줄다리기하다 주민투표까지 간 것을 말한다. 2012년 4월 19대 총선, 12월 18대 대선을 앞둔 때였다. 급기야 당시 오세훈 시장이 그 책임으로 물러났다. 그 오 시장이 10년 넘게 지나 다시 시민의 지지를 받아 컴백한 것은 아이러니다.야당이 최근 줄줄이 제안한 정책도 선심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전 국민 최대 1000만원 기본대출, 대학생 학자금 대출의 졸업 후 취업 때까지 이자 면제, 대중교통 반값 정기권 발행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여야는 또 텃밭 표를 겨냥한 입법에 모처럼 손을 맞잡았다. 서로 으르렁대더니 불가능할 것처럼 보였던 협치가 극적으로 이뤄졌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양당의 ‘텃밭 사업’이라 불리는 ‘쌍둥이 공항법’을 속전속결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시킨 것이다. 이 법안들은 대구·경북(TK) 신공항을 건설하고 광주의 군 공항을 이전하는 내용이다. TK 신공항 건설사업비는 12조 8000억원, 광주 군 공항 이전 사업비는 6조 7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정치권과 정부는 꼭 해야 할 일엔 팔짱을 끼고 있거나 굼뜬 모습이다. 전기요금 인상이 대표적이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한 달도 안돼 관련 당정회의를 네 차례나 열었다. 그 자리에서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면서도 요금 인상 결정은 미루었다. 한국전력공사의 경영악화 상황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한전의 영업손실은 지난해 사상 최대인 33조원을 기록한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하루 이자비용만 25억이라고 한다. 윤석열 정부는 한전 적자가 전기요금을 제 때 올리지 않은 전임 문재인 정부의 탓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면서 정작 자신들도 전기요금 인상을 머뭇거린다. 한전의 자구노력이 미흡하다며 핑계를 댔다. 그런 자구노력이 천문학적인 한전 적자 해소에 얼마나 도움이 될 지 모르겠다. 설령 도움이 된다고 하더라도 자구노력은 나중에 챙기고 요금 인상 먼저 하면 안되나. 한전은 정부 말 잘 듣는 공기업이다. 한전 자구노력 요구는 요금 인상 뒤에 해도 늦지 않다.여야가 국가 재정 관리에 필요한 재정준칙 도입에 뜸을 들이고 국민연금 개혁에 뜨뜻미지근한 것도 다르지 않다. 정부가 유류세 인하 혜택의 적용 시기를 연장한 것이나 최장 69시간 근로시간제 개편을 놓고 미적거리는 것 역시 전형적인 표 의식 행태로 꼽힌다. 재정을 수반하는 선심 정책은 초콜릿처럼 달콤한 유혹이다. 마약처럼 중독성도 강하다. 한번 돈 풀기 시작하면 끊기가 어렵다. 그런데 재정은 화수분처럼 한정 없이 꺼내 쓸 수 있는 현금 인출기가 아니다. 재정은 국민의 피 같은 세금으로 마련된다. 정치인들의 생색용으로 쓰라고 낸 돈이 아니다. 정치인들이 자신의 호주머니에서 내는 돈이라면 누가 뭐라 하겠는가. 그것도 아닌데 표를 얻기 위해 나라 곳간의 바닥까지 박박 긁어, 아니 빚 내고 부도수표까지 발행해 무분별하게 선심 정책을 남발하면 그 책임은 결국 국민이 짊어질 몫이다. 국정 최고 책임자인 윤석열 대통령은 뚝심과 결단력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의 지도자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의지·추진력에선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한다. 두 사람이 현재 서로 마주하기조차 꺼리는 사이일지언정 적어도 책임 있는 지도자라면 한 가지만이라도 함께 결의하고 실천했으면 한다. 돈 푸는 선심 정치의 중독에서 만이라도 벗어나는 것 말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얼마 전 사회 전반에서 들끓은 저항에도 굴하지 않고 나라의 발전과 미래를 위해 연금개혁을 밀어붙였다. 우리는 그런 용기 있는 지도자를 가질 수 없는가.

[데스크 칼럼] 근로시간 개편

윤석열 정부 노동개혁의 핵심축인 근로시간 개편이 ‘개문정차(開門停車)’한 상태다. 정부가 시동만 걸어둔 채 출발하지 못하고 있다. 1주 12시간으로 제한된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확대한다는 개편안은 특정 주에 최대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다는 내용이 알려지면서 노동계는 물론 젊은 MZ세대의 강한 반발에 직면하자 윤대통령이 서둘러 ‘전면 재검토’를 지시한 때문이다. 당초 고용노동부는 이달 17일까지 근로시간 개편안을 입법예고할 작정이었다. 그러나 대통령의 재검토가 떨어지자 부랴부랴 MZ세대 주축 노조와 청년 근로자, 중소기업 노사, IT업계와 연구기관 등과 현장간담회를 갖고 현장 의견을 수렴했다. 조만간 전국민 6000명 대상으로 근로시간 개편 관련 여론조사도 실시할 예정이다. 17일 입법예고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올 하반기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지만, 이 또한 희망 섞인 전망일뿐이다. 윤 대통령이나 집권여당인 국민의힘 입장에서 윤석열 당선의 지지표였던 2030세대의 이반은 내년 4월 국회의원선거 필승전략에 발등의 불이 떨어진 격이다. 가뜩이나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취임 첫 달인 지난해 5월에만 ‘50%’를 찍었을뿐 이후 줄곧 ‘30% 박스권’(한국갤럽 여론조사 기준)에 갇혀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선 내년 선거에서 야당을 찍겠다는 응답이 과반을 기록할 정도로 ‘국정 안정’보다 ‘권력 견제’ 여론이 더 높다. 이같은 ‘반(反) 여권 정서’는 윤 대통령과 집권여당의 국정 동력을 저하시킨다. 근로시간 개편안도 그 연장선상에 놓여있다. 인력난에 허덕이는 기업 경영주 입장에선 납품기일을 맞추기 위해 근로시간을 늘리기를 원한다. 현행 주 52시간으로는 납기를 맞추기 힘들고, 규정을 어기면(시간 초과하면) 법 위반으로 범법자가 될 처지에 몰리기 때문이 주 52시간 개편을 촉구하고 있다. 친기업 노선의 윤 정부와 여당은 이런 주 52시간제를 ‘기업 규제’로 규정하고 주 69시간제의 개편안을 내민 것이었다. 그러나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안에는 ‘근로의 주체’ 노동계의 주장이 빠져있다. 그동안 경제단체 위주의 설명회, 간담회에 몇몇 중소벤처기업 근로자를 참석시켜 ‘일을 더해서라도 돈을 더 받고 싶다’는 발언을 마치 근로자 대표 입장인양 치장됐다. 기업들의 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인공지능(AI)과 휴머노이드 로봇의 진화로 ‘내 일자리가 사라질까 걱정하는’ 21세기의 산업 근로자들에게 ‘일을 더하는 것만이 생존’이라는 구시대적 근로 가치관이 통할 것으로 생각한다면 그건 큰 오산이자, 착각이다. 전국경제인연합(전경련)이 최근 발표한 ‘MZ세대 기업(인) 인식조사’ 결과가 이같은 단면을 잘 보여주고 있다. 전경련 조사에서 2030세대들은 취업하고픈 기업으로 ‘월급과 성과보상체계가 잘 갖춰진 기업(29.6%)’보다 ‘워라밸(일과 여가의 균형) 보장되는 기업(36.6%)’을 가장 많이 꼽았다. 전경련도 "(MZ세대가) 월급과 정년보장보다 개인의 삶을 중시하는 인식변화가 반영된 결과"라고 평가했다. 근로시간 연장이 더 우려스러운 점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암울하게 만드는 ‘저출산’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고물가, 고금리로 국민들의 경제적 여유가 침식되고 있는 마당에 부족한 생계비를 근로시간으로 더 때우라고 한다면 어느 월급쟁이 부부가 자녀 갖기를 원하겠는가. 좋은 정책은 국민의 삶에 공평한 복지를 가져다 주는 것이지, 특정 집단의 편의를 보장해 주는 것이 아니다.이진우 칼럼용 유통중기부 이진우 부장(부국장)

[데스크 칼럼] 지방에서도 지방, 시민들의 청약 열기는 뜨거웠다

사흘 동안 1만2000여명 방문. 총인구가 10만 정도인 전라북도 정읍에서 열린 최초 1군브랜드 아파트 분양 현장에서 수요자들의 뜨거운 열망이 분출됐다. 정읍 시민 적어도 10명당 1명 이상이 모 대형건설사 분양 견본주택에 방문한 수치여서 업계뿐 아니라 지역 여론은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정읍의 면적은 전북 시·군중 4위로 평야가 펼쳐져 경지율이 높지만, 경제·사회·인구적으로 보면 지방에서도 벽지로 분류된다. 이렇다 할 유력 대기업 계열사도 없고 농업 비중이 높은 소도시로 생활인프라도 부족하고 인구 유출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산업화 이전인 1960년대 농업이 주력산업이었던 시절 인구가 27만명을 넘을 만큼 큰 도시였지만 지금은 지척에 있는 전주(64만), 익산(27만), 군산(26만) 등 중소도시들과 비교해도 인구는 반의 반토막, 반토막도 안되는 수준이다. 특히 전북 인구 상위 1~4위까지인 전주, 익산, 군산, 정읍 인구를 총망라해도 고작 수도권에 위치한 수원특례시(120만) 수준이다. 경기도 화성시(91만), 성남시(92만), 고양시(107만) 인구를 감안할 때 정읍이 얼마나 작은 도시인지 실감이 된다. 참고로 전북 인구는 176만 정도로 이는 서울(942만), 경기도(1360만), 인천(297만) 등 수도권뿐만 아니라 전라남도(181만), 경상북도(259만), 경상남도(327만), 부산(331만), 대구(236만) 등과 비교해도 열위에 있다. 이렇게 인구 규모면에서 타지역에 비해 떨어지고 있는 전북에서도 소외받고 있는 정읍에서 이런 대형건설사 분양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건설업계는 단순히 정읍 시민들의 브랜드 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폭발했으며, 지방에서도 청약시장이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해석하지만 첫 1군 브랜드 아파트에 대한 열렬한 사랑은 바로 정읍시민들 뿐 아니라 전북도민들의 지역 발전에 대한 숙원이 고스란히 투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1군 브랜드, 그것도 그간 수도권과 지방 대도시에 집중됐던 세련된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지방의 소도시에서도 대도시 못지않게 높다는 반증이다. 수도권, 지방 대도시에서만 공급됐던 1군 건설사 아파트, 소고기로치면 한우 1등급 품질이다. 왜 지방 사람이라고 소고기 맛을 모르겠는가? 1등급 소고기가 수도권, 지방 주요 도시에만 공급되다보니 정읍 시민들, 인근 주민들도 시위하듯 수천명이 몰려들어 장사진을 이룬 것이다. 이 아파트는 청약 결과 975건이 몰리며 정읍 역대 최다 청약 통장 접수 건수를 기록한 바 있다.물론, 1군 브랜드가 최근 전북에서도 잇따르긴 했다. 군산에서는 최근 개발한 택지에 ‘군산디오션시티’ 등 총 6200여가구 대규모 브랜드타운이 형성되며 신흥 부촌으로 떠올랐다. 이는 새만금 개발 본격화,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재가동, 전북대병원 건립 추진이 인구유입 전망 등 호재가 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2022년 이후 심화된 부동산 경기 침체, 급격한 금리인상 여파로 지난 1월 말 기준 전북의 미분양 주택 물량은 4086가구로 지난해 12월 대비 1566가구 대비 62.1% 급증했다. 이같은 문제들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람들이 모이는 고장이 돼야 할 것이다. 지역 경제 위기감에 전북은 특별자치도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오랫동안 전북보다 인구가 적은 지자체로 충북과 강원, 제주가 있었다. 항상 충북이나 강원보다 낫다는 얘기를 해왔지만 지난해 기준으로 보면 전북의 1인당 국민소득은 충북, 강원보다도 낫다"고 지적했다. 또 변화와 혁신에 도전하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도민들에게 주문했다. 김 도지사의 과감한 지역 발전 정책 추진으로 낙후된 전북에 젊은이들이 자꾸 모여서 1군 브랜드 아파트가 많이 지어지고 대도시못지않은 청약 열기도 이어지길 고대해본다.

[데스크 칼럼] 기업가치 좀먹는 정치셈법

이번엔 KT다. NH, 신한, 우리금융지주 등 굴지의 금융사 최고경영자(CEO) 인선이 3월 정기주주총회를 끝으로 완전히 봉합됐지만, KT 대표이사 선임을 둘러싼 잡음은 현재진행형이다.KT의 상황을 보면 차라리 국내 금융사 인선은 빠르게, 조속하게 마무리됐다고 느껴질 정도다. 금융사 스스로도 관치금융, 주인 없는 회사라는 이름표에 익숙해졌는지도 모를 일이다. CEO에 낙하산이 오더라도, 낙하산이 올 조짐이 보이더라도, 당국이 금융사의 CEO 인선에 과도하게 개입한다고 느껴질지라도 금융사 직원들과 주주들은 으레 또 올게 왔구나 싶다. 금융사 노조의 출근저지 투쟁도 길어야 한 달을 넘지 않는다. 시간을 오래 끌면 끌수록 노조의 몽니이자 고집, 아집으로 비춰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3개월 가까이 이어진 이른바 KT 사태는 어떠한 각도로 봐도 납득하기 어렵다. 작년 말 서원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기금이사·CIO)가 구현모 당시 KT 대표를 차기 대표 후보로 결정한 것을 두고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경선 기본 원칙에 부합하지 못한다"며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이 이번 사태의 시발점이었다. 이어 윤경림 대표이사 후보도 논란 끝에 후보직을 사퇴했으며, 사외이사 2명도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두 대표이사 후보가 사의를 표명한 것은 사외이사진 스스로 KT 지배구조에 대한 불신을 자초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가 강충구, 여은정, 표현명 사외이사의 재선임 안건에 대해 "지배구조와 리스크를 관리하는데 중대한 실패를 했다"며 반대를 권고한 것이 이러한 의구심을 뒷받침한다. 구현모 대표가 법인 돈으로 상품권을 사들인 뒤 되파는 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해 국회의원들에게 쪼개기 후원을 한 혐의로 약식 기소됐는데, 사외이사진들이 이에 대해 특별한 문제제기를 하지 않은 것이 ‘지배구조 및 관리감독 실패’의 방증이라는 게 ISS의 진단이다. 이들 이사진 재선임 안건에 대해서는 2대 주주(7.79%)인 현대차그룹도 반대했다. 결국 이들 사외이사 후보 3인은 31일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동반 사퇴했다. 현재 KT 이사회는 헌법재판소 사무처장 출신인 김용헌 사외이사만 남게 됐다. KT의 지배구조가 불안정하고, 사외이사진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일각의 지적도 일견 일리가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KT의 지배구조를 둘러싼 논란이 정부, 여당의 의도였는지에 대해서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둘 수 없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달 초 윤경림 대표이사 후보를 "구현모 아바타"라고 평가 절하한 사례만 봐도 그러하다. 이들은 검찰과 경찰을 향해 "구 대표, 일당들에 대한 수사를 조속히 착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일개 기업의 CEO인선에 정치권까지 개입하는 것이 과연 온당한 일인가. KT의 이사회가 사실상 해체된 것은 "관치경제를 넘어 권치경제의 민낯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일갈한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발언에 수긍이 가는 이유다.사상 초유의 경영 공백은 주주의 피해, 고객들의 피해로 돌아갈 것이 자명하다. 당장 KT 주가는 올해 들어 12% 넘게 급락했다. 경쟁사인 SK텔레콤 주가가 2% 오른 것과 대조적이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는 11% 올랐다. KT의 주주 행세를 하고 싶은 정부와 정치인들이 스스로 자중해야 하는 이유다. 한 애널리스트는 최근 리포트에서 "CEO 선임 후에도 향후 3년의 전략을 수립하는 데 최소 한 개 분기가 소요되고, 11월부터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2024년 경영목표 수립을 시작하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올해는 최고 의사결정권자 부재 속에 KT가 시스템으로만 움직여야 한다"고 진단했다. KT 주주 입장에서는 정부, 정치권, KT이사회 모두 곱게 보일 리 없다. 기업지배구조의 선진화는 이젠 일상화된 정부, 정치권의 개입이라는 ‘구태’를 차곡차곡 끊는데 달렸는지도 모를 일이다.mediasong@ekn.kr

[데스크 칼럼] 민주당의 ‘이재명 덫’ 탈출법

창당 70년 역사를 자랑하는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개인 덫에 갇혀 있다. 지금 민주당은 문재인 정권 때 기세등등했던 모습과는 전혀 딴 판이다. 몽골 기병처럼 기민하고 유연한 옛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공룡 정당으로서 무기력하고 굼뜬 이미지 만 보일 뿐이다.문재인 정권 시절 민주당의 100년 집권론까지 제기됐다. 그것도 이해찬 당시 대표 입에서 나왔다. 당연히 논란의 대상이 됐다. 오만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2019년 2월 문재인 정부 출범 3년차 때의 상황이었다. 민주당의 100년 집권이 가시화하는 듯 했다. 2020년 총선에서 실제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냈다. 행정 권력과 의회 권력을 함께 거머쥐었다. 민주당으로선 100년 집권이 단순한 꿈이나 환상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질 수 있었다.요즘 민주당에선 그런 호기나 자신감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위기 또는 불안감에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이 들린다. 민주당의 최근 상황은 지난 금요일인 17일 이 대표의 대비된 행보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이 대표는 그날 오전 9시 당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며 한일 정상회담 결과를 놓고 윤석열 정부의 저자세 외교를 강력 비판했다. 그 자리에서 ‘하수인’ ‘조공’ ‘숭일’ 등 거친 표현까지 썼다. 이 대표는 그로부터 1시간여 뒤인 10시30분 서울중앙지법 법정에 섰다. 자신의 공직선거법 위반의혹 사건 재판에 피고인으로 출석한 것이다. 이 대표의 이런 모습은 그날로 끝나지 않을 것 같다. 국민들은 앞으로도 그런 장면들을 자주 볼 것이고 그 때마다 과연 무슨 생각을 할까. "제 앞가림이나 잘 하지, 뭐 잘 났다고 남의 탓을 하나"이지 않을까. 이 대표 개인의 ‘사법 리스크’가 민주당에 터 잡고 있는 한 이 대표는 물론 민주당의 어떤 정치행위나 정책도 제대로 먹힐 수 없다. 이 대표와 민주당이 마지막 믿는 구석은 절대다수 의석을 차지한 의회 권력이다. 이마저도 내년 4.10 총선에서 이기지 못하면 앞으로 1년 밖에 남지 않은 시한부 권력일 뿐이다.이 대표는 지난 3.9 제20대 대통령선거를 100일 앞둔 2021년 11월 20일 "민주당의 이재명이 아니라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만들어 가겠다"고 선언했다. 당시 ‘문재인당’인 민주당의 대선후보로서 높은 정권교체론에 맞선 이 대표의 승부수로 평가됐다. 하지만 이 대표는 3.9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권력을 내줬다. 그런데도 그 선언으로부터 9개월여 뒤 ‘이재명의 민주당’은 현실화했다. 대선 패배 불과 84일 만인 6.1 재·보궐선거에 나가 국회의원 배지를 달더니 그로부터 88일 만인 지난해 8월 28일엔 무려 80% 가까운 득표로 당 대표에 선출됐다. 여기에 걸린 기간은 겨우 6개월도 안됐다. 당 대표가 된 데 그친 게 아니다. 당 최고 의사결정 기구의 구성원인 최고위원 9명 중 7명이 이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이다. 이 대표가 민주당을 접수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지난 대선에선 이재명 간판만 내걸고 졌으니 그나마 이 대표만 책임지면 됐다. 이젠 명실공히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거듭나 자칫 잘못하다간 동반 침몰할 수도 있다.‘이재명의 민주당’은 현재 민주당의 짐이다. 이 대표를 둘러싼 개인 비리 혐의가 한 둘이 아니다. 한 가지라도 입증되면 중형을 면치 못할 혐의들이다. 이 대표 관련 각종 혐의는 아직 유죄로 확정된 게 없다. 그러나 검찰 수사 등을 통해 이미 기소됐거나 앞으로 속속 기소될 것이라고 한다. 얼마 전엔 이 대표 체포동의안까지 국회에 날아들었다. 그 체포안이 가까스로 부결돼 이 대표는 위기를 넘겼다. 이 대표 체포안이 추가로 제출될 것이란 얘기가 들린다. 만약 그런 상황이 오면 그 때도 부결될 것으로 장담할 수 없다는 게 당내 일각의 분석이다. 최근엔 당내에서 이 대표 거취 결정 또는 인적 쇄신 요구도 터져나왔다. 이 대표는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때 발언으로 지옥까지 다녀온 적이 있다. "친형을 강제입원시키려고 한 적이 없다"고 한 게 이유였다. 당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죄 혐의로 기소됐다. 나중에 대법원 판결로 살아 돌아왔다. 그 판결조차도 재판거래 결과 아니냐는 의혹까지 불거졌다.이제는 그 때와 전혀 다르다. 민주당의 집권시기가 아니다. 혐의의 가짓수나 내용을 보면 과거와 비교할 수 없다. 이 대표 주변 인물이 죽음으로 내몰린 게 벌써 다섯 명이다. 더 이상 정치보복 타령이나 정치탄압 피해자 코스프레만 하며 위기에서 벗어날 형편이 못 된다. 자꾸 방벽을 높이 쌓으면 공세도 그만큼 강해지는 법이다. 이 대표의 혐의는 누구보다 스스로가 잘 알 것이다. 이 대표는 변호사 출신이 아닌가. 모른다면 측근들에 솔직히 물어봐도 된다. 민주당에도 검사·판사 출신 의원들이 많지 않는가. 민주당과 이 대표의 현 위기는 자초한 측면이 강하다. 민주당은 이 대표를 둘러싼 여러 의혹에도 그를 당의 대통령 후보와 대표로 연거푸 선출했다. 이 대표도 그간 관행으로 자리잡아온 ‘대선 패배 후 정치 공식’을 깨고 곧바로 정치활동을 재개했다. 섶을 지고 불에 뛰어든 격이다.이 대표는 지난 대선 패배로 당과 지지자들에 적지 않은 충격과 상처를 줬다. 그 책임을 외면해 또다시 당과 지지자들에 부담이 되고 있다. 민주당의 정신적 지주로 꼽히는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도 재임 중 각각 자식과 형을 감방에 넣는 아픔을 겪었다. 이 대표에 빗발치는 의혹은 가족을 겨냥한 게 아니다. 이 대표 본인, 그것도 개인비리 관련 의혹이다. 이 대표는 지난 9일 자신의 경기도지사 시절 초대 비서실장이었던 전모 씨가 숨진 채 발견되자 이튿날 아침 "이게 검찰 수사 때문이지, 저 때문이냐"고 반문했다. 그런 이 대표는 당일 점심 때쯤 전모 씨의 유서가 발견되자 곧바로 전모 씨 빈소를 찾아 무려 7시간을 대기하다가 겨우 조문했다. 그 유서엔 이 대표를 향해 "더 이상 희생은 없어야 한다", "이제 정치 내려 놓으시라"고 한 내용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이 대표는 그 뒤 달라지고 있다. 지난 14일 유튜브 방송을 통해 "어쨌든 제 곁에 있었다는 이유로 당한 일이어서 저로서야 어떤 방식이든 간에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없는 그런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말한 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지난 16일 당 의원총회에선 "내년 총선에서 당이 패하면 당도 어려워지고 내 정치도 끝난다"면서 "총선 승리를 위해선 어떤 일도 할 수 있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이 대표를 후원해온 당의 핵심 원로가 당초 입장을 바꿔 선당후사(先黨後私)를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의 ‘질서 있는 퇴진’ 또는 ‘인적쇄신 결단’ 요구도 있었다. 이 대표로선 억울하겠지만 뭔가 결단해야 하는 시점을 맞았다. 이 대표가 결단한다면 그 결단이 무엇이든 미봉에 그쳐선 안된다. 꼼수를 두려면 차라리 하지 않는 편이 낫다.구동본

[데스크 칼럼] 윤석열 정부 결국 이럴려고 부동산시장에 개입하나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시장 개입에 대한 결과는 민망하다 못해 참담한 수준이다. 연초부터 1·3 대책 등 잇따른 구제책을 쏟아내면서 떨어지는 칼날이 되고 있는 부동산 시장을 연착륙시키려하고 있지만, 결국 시장에 역행하는 해법은 실패할 수 밖에 없다는 걸 또한번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특히 고분양가의 종말은 결국 미분양이 될 수 밖에 없는데도 정부가 나서서 미분양을 해소하려는 시도가 정말 옳은건지, 취임 이후 윤석열 정부가 강조해왔던 ‘시장원리’ 회복에 들어맞는 건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국토교통부 등 당국의 노골적인 둔촌주공(올림픽파크 포레온)구하기, 서울 미분양 아파트에 대한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고가 매입 논란 등 미분양을 해결하려는 일련의 정부 조치는 또다른 부동산시장 아노미 사태를 낳을 수 있다. 미분양 문제의 핵심은 고분양가에 있다. 그리고 최근의 급락장 이전의 대세상승기는 코로나 팬데믹 사태에 따른 저금리 기조에 의한 유동성 장세였기 때문에 당시 급등했던 가격의 조정은 경제 사이클상 필수불가결하다. 결국 시장 법칙이 제대로 작동해야 현 부동산 시장의 미분양 급증, 거래절벽 등의 우려는 완화될 수 있다. 시장의 원칙인 수요와 공급에 따른 가격 형성 기능이 왜곡된다면 전례없는 상황은 지속될 수 밖에 없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정부의 반시장적 조치는 지양해야 할 것이다. 예를들면 미분양 주택에 대한 정부의 매입임대가 그렇다. LH는 지난해 12월 서울 강북구 칸타빌 수유팰리스 약 36가구를 총 79억5000만원이란 거액을 투입해 매입임대 목적으로 사들였다. 칸타빌 수유팰리스의 전용면적 ㎡당 매입가격은 920만원으로, 서울주택도시공사(SH)의 공공주택인 세곡 2-1단지 ㎡당 건설원가 436만원의 배를 웃돌았다. 미분양 민간주택을 매입임대를 위해 바싸게 사들인 것은 건설사 이익을 챙겨줄뿐만 아니라 가격거품을 떠받치는 행위라는 질타가 잇따랐다. 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양도세 등 세제 완화로 정부가 다시 갭투자(전세끼고 매매)를 통한 부동산시장 부양을 묵인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크다. 다주택자가 갭투자 등의 방식으로 매물을 대량 매집하는 투기를 허용해 집값을 인위적으로 떠받치고자하는 정부의 불순한 의도라는 시각이다. 집값이 장기약세에 빠졌던 2014년 박근혜 정부는 갭투자를 양산하는 유사한 규제 및 금융완화 정책을 펼쳤고, 이 여파로 강남 3구 지역 집값은 폭등세를 연출했다. 특히, 다주택자 투기 조장 등으로 폐기수준에 들어갔던 민간등록임대제도 부활은 시장 안정화가 아니라 부동산 투기 열풍을 또 부채질하는 꼴이 될 수 있다. 이같은 전방위적 규제 완화에 대해 비정상의 정상화라고 윤 정부가 주창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그 시점에 의구심이 든다. 정부가 서울 전역과 경기도 4개 지역만 남겨두고 규제지역을 푼 지 54일 만에 전격적으로 서울 강남 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수도권 전 지역의 부동산 규제지역 해제를 발표했고, 이는 올해 분양시장의 ‘바로미터’로 여겨졌던 둔촌주공의 청약 경쟁률이 지난해 12월 예상보다 낮은 한 자릿수를 기록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결국 정부의 이같은 노골적인 둔촌주공 구하기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민간 분양의 저조한 결과는 고금리에 의한 실수요자들의 부담도 컸지만 집값이 당분간 상승하지 않을 것이라는 국민들의 비관적 전망이 크다. 이는 시장에 가격으로 매겨져야 하지만 정부가 과도하게 시장에 개입했고, 이에 불구하고도 시장 내 미분양은 청약불패였던 서울에서 마저도 위험수준으로 커졌다. 당분간 기준금리 추가 인상, 고금리, 거래절벽은 어쩔수 없으며 정부 부양책으로 일부 급매물이 올들어 소진되고 있지만 부동산 시장은 오락 가락하며 횡보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아무리 부동산냉각기 경착륙이 두렵더라도 이제 ‘인위적인 손’으로 완화하려고 하면 안된다. 이는 결국 또 다른 비이성적 과열로인한 거품이나 그 이후 더 골 깊은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명심했으면 한다.

[데스크 칼럼] 무거운 첫걸음 딛는 임종룡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내정자에는 항상 '합리적', '엘리트 관료'라는 수식어가 빠지지 않는다. 이력은 말할 것도 없다. 행정고시 24회로 공직에 입문해 기획재정부 기획조정실 실장,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국무총리실 실장, NH농협금융지주 회장, 금융위원장을 지냈다. 이른바 공무원이 꿈꾸는 주요 요직은 거의 경험한 셈이다.어떤 자리에 가던 존재감이 확실한 것도 임 내정자가 가진 무기이자 장점이다. 위기 때마다 해결사 역할을 자임하고, 정면돌파를 택하며,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원칙에 기반한 최적의 선택을 한다.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시절 KB금융을 제치고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한 것은 지금까지도 두고두고 회자될 정도로 대표적인 일화다. 농협금융은 우리투자증권에 1조원을 베팅하며 본입찰 참가기관 가운데 가장 낮은 가격을 써내면서도 우리투자증권, 생명보험, 저축은행을 묶은 패키지 전체 가격에는 1조700억원을 써내며 고르게 베팅했다. 우리투자증권에 1조2000억원을 제시하고, 다른 계열사에는 마이너스를 써낸 KB금융과는 반대되는 전략을 가동한 것이다. 정부는 당시 우리금융 민영화 속도를 높이기 위해 계열사를 ‘패키지’로 매각하겠다는 원칙을 세웠는데, 임 회장은 정부의 이러한 원칙을 정확히 꿰뚫고 현명한 베팅을 했다는 평가다. 금융위원장 재임 중에는 '거친 개혁'도 마다하지 않는 임 내정자 특유의 추진력이 더욱 빛을 발했다. 임 내정자는 재임 기간 초대형 투자은행(IB)을 비롯해 자본시장 5대 개혁과제를 힘있게 추진했다. 이 중 초대형 IB는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인 초대형 IB에 발행어음 업무를 허용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지금의 증권사들이 발행어음을 통해 사업 영역을 다각화하고, 경쟁력 있는 금융상품을 공급하는데 중요한 토대가 됐다. 그랬던 임 내정자가 우리금융지주 회장 후보군으로 거론됐을 때, 금융권 사람들은 반신반의했다. 임 후보자는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 내정되기 전까지만 해도 현 정부 초대 국무총리 후보군으로 유력하게 거론됐다. 그런 임 후보자가 굳이, 5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어수선하고 굴지의 과제들이 산적한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올 이유가 있냐는 게 금융권의 대체적인 시각이었다.임 내정자는 이때도 정면돌파를 택했다. 회장직에 도전하겠다고 천명하고, 자신을 관치라고 규정짓는 일부의 비판에 대해서는 "왜 관치냐"고 반문하며 자신이 관치가 아닌 이유를 조목조목 짚었다. 임 내정자는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시각을 보유한 자신만이 우리금융지주에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통상 금융지주 회장 후보군에 오른 인물들이 향후 혹시라도 낙마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며 최종 확정되기 전까지 말을 아끼는 것과 대조적이었다. 임 내정자의 실력과 능력에는 이견이 없지만, 그간의 성공이 앞으로의 성공을 답보하지 않는다는 것은 임 내정자가 앞으로 헤쳐나가야 할 큰 과제다. 우리금융을 둘러싼 상황은 10년 전 임 내정자가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을 맡았을 당시와 비교해도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금융권은 현재 매일매일 보이지 않는 치(治)와 씨름 중이며, 우리금융이 거칠게 베팅할 만한 증권사, 보험사 매물도 언제 나올지 알 수 없다. 경영 외적으로는 재임 기간 '관치 인사', '낙하산 인사'라는 의구심을 불식시키는 동시에 조직내 파벌 갈등 봉합, 당국과의 관계 개선 등도 해결해야 한다. 임 내정자는 우리금융 노조와 만나 우리금융의 일원이 되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임 내정자가 진정한 '우리금융의 일원'이 되기 위해서는 이전 회장과 우리금융 임직원들이 쌓아올린 역사들을 모두 '개혁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 3년 뒤 오늘, 임 내정자가 NH농협금융 회장, 금융위원장을 넘어 누구보다 우리금융 직원들을 사랑했던 회장으로 기억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mediasong@ekn.kr

[데스크 칼럼] 자유시장경제의 위기…윤정부 관치경제 유혹 벗어나야

고금리·고유가 등의 영향으로 국민들의 삶이 팍팍해지자 윤석열 정부가 민간 기업의 자율성과 책임성에 무게를 두던 자유시장경제 원칙에서 벗어나는 발언과 정책 추진으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국민생활과 밀접한 대출금리가 두 배 이상 오르고, 겨울철 난방비 폭탄, 통신비를 포함한 물가 인상, 국민연금·건강보험료 인상 등으로 자영업자와 직장인들의 불만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이런 가운데 국민 ·신한·우리·하나 등 4대 금융지주의 작년 순이익이 16조원에 달하고, 농협은행을 포함한 5대 은행 직원들에게 지급한 성과급이 전년보다 35.6% 증가한 1조3823억원에 달했다는 소식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여기에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의 작년 영업이익이 4조3800원을 넘었지만 기존 요금제보다 저렴한 5G 중간 요금제를 선뜻 내놓지 않고, 통신품질 개선을 위한 투자에는 인색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또한 고유가에 정제마진이 좋아 사상최대 영업이익을 내고 1000% 성과급 지급 소식을 전한 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도 ‘횡재세’ 논란에 휩쌓여 있다. 그렇다고 해서 갑자기 대통령이 나서서 공공재의 성격과 과점체제 등을 거론하면서 실질적인 경쟁 시스템을 강화하라고 특단의 주문을 하는 모양새는 뭔가 어색해 보인다. 이전까지 윤 정부는 전 정부와 차별화에 나서며 민간 기업의 자율경영을 지지해 왔고,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의 발전과 반기업 정서 탈피에 노력한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었다.모든 기업은 장사를 잘해서 구성원들의 고용안정과 고용창출, 넉넉한 임금(후생복지) 지급, 미래사업에 대한 투자자금 확보, 기술개발과 인재육성 등으로 지속발전가능한 체제를 구축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기업이 이익을 많이 내서 임금 인상과 성과급을 지급함으로써 구성원들의 사기진작과 자긍심 고취, 충성도 향상 등을 추구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경영활동이고 칭찬받아 마땅하다. 이를 비난하는 것은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전근대적 사고에 머물러 있는 것과 같다. 일을 잘해서 성과가 좋은 사람과, 기업에게는 박수를 쳐주는 것이 훌륭한 태도이지, ‘너와 같은 여건이라면 나도 잘 할 수 있다’며 시기와 질투의 태도를 보이는 것은 열등의식 에서 나오는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최근 윤 정부는 ‘노동·연금·교육’ 등 3대 개혁에 방점을 찍고 모든 역량을 집중 시켜 나가고 있다. 3대 개혁에 성공하려면 여소야대의 국회를 반전시켜 입법을 지원받아야 하고, 국민적 여론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모든 구성원들의 지지를 받을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좌와 우를 모두 품으려는 태도까지 비판할 생각은 없지만 윤 정부가 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은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도록 표를 던진 유권자들의 심정, 바람 등을 헤아리고 그들이 외면하지 않도록 하는 기본 국정운영 원칙을 지켜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가운데 반대 진영에 있는 국민과와도 끊임없는 소통과 설득으로 지지세력을 넓혀 나가야 한다. 개인의 발전과 대한민국의 발전을 바라는 국민들이라는 전제가 있다면 그 과정에 이르는 방법과 전략이 다를 뿐이라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앞서 이명박 정부시절, 집권 초기에는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내세우며 530만 표의 차이로 당선시켜 준 유권자의 바람대로 국정운영을 해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얼마 후 총선을 앞두고 부쩍 ‘서민 경제’ ‘동반성장’ ‘상생’이란 용어를 쓰면서 관련 정책을 펼치다가 기존 지지세력마저 이탈시키는 우를 범했다. 복합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민간·기업·시장주도 경제’를 내세우고 ‘규제개혁’을 다짐했던 윤 정부가 초심을 잃지 않기를 기대한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