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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KB금융의 양종희 승부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11.14 09:00

에너지경제 송재석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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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금융지주 가운데 예측 불가능한 금융사를 꼽으라면 그 주인공은 단연 KB금융지주일 것이다. 곧 취임을 앞둔 양종희 KB금융 회장 내정자 역시 KB의 ‘예측 불허한 면모’를 보여주는 방증이다.

냉정하게도 KB금융이 차기 회장 선임 절차에 착수하기 몇 달 전부터 시장에서 양종희 부회장을 차기 회장 유력 후보로 점찍은 이들은 소수에 불과했다. 윤종규 회장이 추가로 임기를 부여받거나, 윤석열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후배인 허인 부회장이 차기 회장으로 내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여러 정황을 고려해보면 두 가지 방안 모두 KB금융 이사회가 택할 수 있는 가장 안정적인 카드임에 틀림없었다. 리딩금융인 KB금융 이사회가 차기 회장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굳이 모험을 강행할 이유는 많지 않았다.

예상을 깨고 KB금융은 이번에도 승부수를 띄웠다. 행원 출신이지만 금융지주 회장이라면 응당 거쳐야할 KB국민은행장을 경험하지 않은, KB손해보험 대표 출신의 비은행 전문가인 양 내정자를 회장으로 발탁했다. 뻔하지 않았기에 흥미로웠고 신선했다. KB금융그룹의 맏형은 더 이상 국민은행이 아니라는 냉철한 분석이 없었다면 결코 나올 수 없는 결정이었다고 본다. 이사회가 현 정권과 가깝게 지낼 수 있는 허인 부회장을 택하지 않은 것도 의외의 결과다. KB금융은 앞으로도 정권과 정치라는 큰 바람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그럼에도 양 내정자와 KB금융은 새 수장 취임 전부터 달갑지 않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조만간 퇴임을 앞둔 윤종규 회장이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5대 금융지주 수장 가운데 유일하게 증인으로 채택된 것이 대표적이다. 공교롭게도 국감 전후로 KB경영연구소가 금융당국의 정책을 비판하는 보고서를 작성했다가 삭제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발언도 KB금융에는 신경쓰이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 원장은 지난 6월까지만 해도 KB금융을 향해 금융지주 회장 승계프로그램이 잘 짜여져있다고 호평했는데, 최근 들어서는 KB금융이 회장 후보군을 먼저 정하고 평가 기준을 정했다며 표정을 바꿨다.

최근 몇 달 새 KB금융을 향해 날아오는 따가운 시선들은, 앞으로 양 회장이 풀어야할 숙제와도 같다. 최대 실적, 배당 확대 등 겉으로 보여지는 공(功)보다 지배구조 개편, 내부통제 부실이라는 과제에 고개를 숙이는 것이 금융업이 처한 숙명이다. KB금융을 이끌게 된 양 내정자가 외부에서 KB금융에 요구하는 정답이 무엇인지, 그 정답을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수없이 질문하고 행동해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다행스럽게도 양 내정자에는 윤 회장이라는 위대한 선배가 있다. 윤 회장은 9년 전, 차기 KB금융지주 회장으로 내정된 직후 "KB금융그룹의 리딩뱅크 위상을 반드시 회복하겠다"고 공언했고, 결국 그 약속을 지켰다. 윤종규 회장은 KB금융을 글로벌 빼고 다 갖춘 금융사로 키웠다.

양 회장은 자신을 신임한 이사회, 주주들에게 무엇을 보여줄 수 있는가. 윤 회장이 KB금융 내 전무후무한 CEO로 평가받는 것은 자신에게 주어진 과제 그 이상을 해냈기 때문이다. 이미 시장에서는 윤 회장을 이을 차기 수장이라면 리딩금융이라는 왕관을 지키면서 부코핀은행 정상화, 글로벌 금융그룹으로의 도약 등은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 하다. 특히나 부코핀은행의 부실이 진정 끝난건지에 대한 질문은 모두가 궁금해하는 부분이다. 이 정답 또한 양 내정자가 더 잘 알 터이다.

국내 최대 금융지주인 KB금융을 바라보는 시장의 기대치, 그리고 경쟁사들의 긴장도는 9년 전과는 비교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 보인다. 양 내정자가 최고의사결정권자로서 어떤 고유의 색깔을 드러낼지, 기대감과 부담감 모두 안고 출발하는 새 KB금융이다. 

mediasong@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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