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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택지개발촉진법 개정과 중견건설사 존폐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11.19 09:01

에너지경제 김지형 건설부동산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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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와 정치권이 추진하고 있는 ‘택지개발촉진법 시행령 개정안’이 중견건설사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되레 시장 내 공정경쟁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비판이 업계 내에서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택지 입찰을 두고 중견건설사들이 모기업 계열사들과 함께 입찰에 나서는 것을 두고 ‘불공정경쟁’·‘벌떼입찰’이라고 매도하는 것이 정작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를 추구하는 우리나라 시장주의 원칙에 맞는건지 의구심이 들 수 있기 때문이다.

대형건설사에 비해 브랜드 파워가 약하고 시공능력평가에서도 격차가 있는 중견건설사는 사실상 필지를 확보하고 개발에 들어가야 하는 상대적인 약점이 있다는 게 중견건설업계 항변이다. 특히, 재개발·재건축의 경우, 조합이 중견건설사와 정비사업 도급계약을 체결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깨고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대형사와 재계약하는 경우도 업계에서 속출하고 있다. 즉, 개발과 시공을 위해서 중견사로서는 필지 확보가 필수불가결하며 공룡같은 대형건설사들 틈바구니에서 생존하기 위한 ‘최후의 보루’(The last resort)인 셈이다.

이러한 필지 확보를 위해 입찰을 하는 데 있어 모회사뿐 아니라 계열사들까지 복수로 지원하는 것은 사실상 지금까지 관례처럼 여겨져왔다. 약육강식의 생태계에서 덩치 큰 육식동물들이 먹지 않는 먹잇감을 그보다 작은 동물들이 차지하기 위해 쟁탈전을 벌이는 것과 마찬가지다. 문제는 정부가 그들만의 생태계에 인위적으로 개입하려 하는데서 출발한다. 생태계 보존을 위해 유령회사나 페이퍼컴퍼니, 위장계열사를 동원해 입찰을 불법적으로 방해하는 중소건설사들을 걸러내고 적절히 처벌하는 것은 마땅하다. 하지만 합법적인 법인을 설립하고, 회사에 필요한 인력을 구축하고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중소건설사들이 모기업의 계열이란 이유만으로 입찰에서 원천적으로 배제한다면 올바른 시장주의 원칙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한 중견건설사 고위 관계자는 최근 자기 회사가 이러한 벌떼입찰이란 오명을 썼다고 하소연을 했다. 그는 아직 택지개발촉진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되지도 않았을뿐더러 공공 택지를 분양한 주택 당국과 지자체 산하 공사는 입찰 자격에 택지개발촉진법 시행령 개정에 위배되는 행위에 대해 명확히 규정하지도 않고 있다고 피력했다. 이런 상황에서 아직 중견건설사가 복수의 계열사와 함께 필지 입찰에 들어가는 것이 탈법이나 위법은 아니며, 정상적인 경영행위를 한 것이라는 게 중견 건설업계가 개진하는 의견이다. 제 삼자가 볼 때 이런 관례 속에서 정부가 택지개발촉진법 시행령 개정안을 시행하려면 무엇보다 먼저 벌떼입찰이라는 것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그동안 중견 건설사들이 숨쉬고 살아왔던 생태계가 급변할 때 이들이 도태되지 않고 유기적인 시장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며 진화할 수 있도록 돕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벌떼입찰 문제는 불법적인 부분에 대해 규제할 필요가 있고, 입찰의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제재를 가해할 분야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최근 "벌떼입찰은 건설사들의 대표 불공정행위로, 국토부는 모든 제재를 통해 공공택지 시장에서 페이퍼컴퍼니를 퇴출하고 벌떼입찰을 차단해 공공택지 시장의 공정질서를 바로 세우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같은 정부 수장의 발언은 시장 경제의 공정성 확보를 위한다는 목적에서 법적으로 볼때 불합리한 제한이 될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같은 택지개발촉진법 시행령 개정안이 금지하고자 하는 행위의 범위와 형태에 대해 명확히 법률에 규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아울러, 그 조사의 대상과 처벌의 정도를 수사기관 또는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에 따라 좌우될 수 있도록 하는 규제 방안은 헌법상 ‘법률유보의 원칙’에 위반돼 기업들의 직업 수행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할 것이 우려되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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