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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국가주도 양육·보육 대전환 안되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따르면 올해부터 태어나는 아이 1명당 0세부터 7세까지 아동수당과 부모급여, 첫만남이용권 등을 합쳐 총 2960만원의 현금성 지원 혜택을 받는다. 어린이집, 유치원 등의 보육기관을 이용할 때 보육료나 가정에서 보육할 때의 양육수당 등도 추가로 지원받을 수 있다. 하지만 출산을 하면 따라오는 금전적 보상과 지원은 우리나라 출산율의 변동 추이를 볼때 예비 부모들의 출산 의사 결정에 효과가 크지 않다고 판단된다. 이에따라 저출산의 사회구조적 요인들을 통합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는「사교육비가 저출산에 미치는 영향」보고서를 통해 월평균 실질 사교육비가 1만원 증가하면 합계출산율이 0.012명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하였으며, 합계출산율 하락의 약 26.0%가 사교육비 증가에 기인한다는 주장을 제기하였다. 한국에서 살아가는 주택 가격과 자녀 교육비 관련 요인들은 저출산 현상에 심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분석이 아주 흥미롭다. 그 중에서도 교육비와 출산 간 연계성을 고찰해 본 결과, 고학력화로 인해 결혼이나 출산이 지연 되는 문제나 과중한 양육과 교육비 부담이 저출산을 유발하는 연계성을 찾아낸 것이다. 2000년 이후로 특히 우리나라의 10대, 20대들은 치열한 경쟁으로 입시를 치르고, 또다시 취업 준비를 위한 무한 경쟁을 해왔다. 성공과 출세에 대한 부모님의 교육비 지원에 부응하기에 오랜 기간 학업을 통해 고학력을 갖추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고, 서른 살이 다 되어서 사회에 진출하는 청년이 비일비재하다. 결혼의 기반을 갖추기 위한 초혼 연령도 늦어진 상황에 우리나라 '일자리 상황'과 결혼 자금의 크기를 고려했을때 실제로 결혼 자체를 결정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한편, 여성의 경우에도 고학력은 노동시장에서는 유리한 입지를 담보해 줄 수 있지만 결혼시장에서는 배우자 선택의 범위와 기회를 좁히는 결과를 초래하곤 한다. 신부보다 더 고학력의 신랑감을 찾는 기존 한국의 사회문화가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어렵게 배우자를 찾아 결혼을 하더라도 본인이 성장하면서 부모로부터 지원받은 교육비를 계산해보면 이미 결혼 연령이 늦은 상황에서 아이를 갖는 것을 포기하거나 한 자녀만 출산한 이후에 추가적인 출산을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녀의 성공과 출세'를 실현시켜 주고자 하는 자녀에 대한 부모의 성취 욕구가 교육과열과 늦은 결혼 즉, 만혼을 야기하고, 부모가 가진 경제 소득이 본인에게 전폭적으로 투자되었던 경험은 합리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초과하는 자녀 사교육비 부담으로 다시 작용하게 된다. 본인이 퇴직이나 은퇴할 때까지 아이를 제대로 키워 대학에 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한국 사회의 부모로서 공통적으로 갖는 출산과 양육의 큰 경제심리적 부담이다. 이제 한국은 투자된 사교육비를 회수하기에 힘든 저성장기에 본격적으로 진입했다. 노동시장에서 명문대 졸업장과 박사 학위의 사회적 가치도 크게 떨어졌다. 고학력이 아니더라도 사회진출과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데 어려움 없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아이들은 국가가 알아서 행복하게 키운다"는 기조를 바탕으로 정책입안자들이 출산 장려금이나 보육비 뿐만 아니라 부모들이 사회구조적으로 최대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양육 및 교육 환경을 만들어내야 한다. 자신이 한국이 다시 태어나고 싶을 만큼 즐겁고 행복한 성장과정을 누렸다면 아이를 더 낳어서 내 아이들에게 그 무형의 유산을 물려주고 싶을 것이다. 사교육비 부담 없이도 좋은 사회가 필요로 하는 교육적 성취와 사회적 역량을 충분히 키워줄 수 있는 양육과 교육 환경이 절실하다.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사회경제적 원인을 해소하는 것뿐만 아니라, 한국의 모든 세대가 결혼과 출산이 줄 엄청난 행복과 풍요로움을 기대하게 만들어 보자. 사교육비 부담, 세계 1위의 한국이 아닌, 아이를 양육하고 교육하기 가장 좋은 한국이 되었으면 한다. 박세원

[이슈&인사이트] 부동산 PF부실위험과 캐피탈 업계의  위험관리

최근 우리 경제에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화가 뇌관으로 부각되고 있다. 지속되는 고금리 여파로 가계의 채무부실과 함께 부동산 시장의 PF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부동산 PF는 이미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돌입으로 추가적인 부동산 금융 부실의 가능성도 있다. PF는 기업 담보에 기초한 금융권 대출과 달리 부동산 개발 사업의 미래현금흐름에 의한 금융지원방식으로 부동산 경기에 크게 연동된다. 국내 부동산 개발은 사업을 주관하는 시행사의 토지 매입과 사업 인허가 획득으로 시작되며, 초기 사업단계에 필요한 비용은 대체로 저축은행, 증권사, 캐피탈사 등 제2금융권으로부터 조달된다. 조달된 자금은 분양과 착공절차가 진행되는 본 사업과 초기 사업을 연결한다는 의미에서 브릿지론(bridge loan)이라고 칭한다. 그런데 최근 A급 이하 캐피탈사의 부동산 PF 대출이 자기자본의 1.5배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저축은행, 증권사와 달리 수신기능이 없는 캐피탈사는 회사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다. 그런데 고금리 여파로 조달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전적으로 회사채 등 시장성 수신에 의존하는 캐피탈사의 경우 브릿지론 부실이 확대되면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캐피탈 업권은 자동차 할부금융 및 리스업에 주력하는 A급 이상 회사와 기업금융 및 PF 대출의 사업 비중이 높은 A급 이하 업체로 구분된다. 당연히 후자의 경우 브릿지론 보유 비중이 큰 관계로 건전성 악화 가능성이 큰 편이다. 따라서 향후 A급 이하 캐피탈사의 대출자산 부실화로 인한 고정이하자산 비중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단기적으로는 자산 부실화에 대비한 대손충당금 적립률을 높일 필요가 있다. 현재 130% 수준의 대손충당금 요적립액 대비 실적립액 비율을 상향 조정해서 유지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 중장기적으로는 대손발생시 이를 감내할 자본확충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자본적정성 지표로 많이 사용되는 레버리지 배율에는 문제가 있다. 현 레버리지 배율은 자기자본 대비 총자산의 배율을 의미하는데, 캐피탈업권의 경우 10배가 한도로 부여돼 있다. 레버리지 배율을 통해 캐피탈사의 부채위험 및 자본적정성 수준을 가늠해볼 수 있다. 레버리지 배율 규제가 캐피탈사의 위험 발생에 따른 완충 수준을 판단하는 데 있지만, 현 레버리지 배율로는 정확한 자본확충 정도를 가늠하기 어렵다. 총자산의 경우 운용되는 자산종류별 위험 수준이 정확히 반영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A급 이하 캐피탈사의 경우 PF 및 기업금융 등 위험자산 비중이 높지만, A급 이상의 캐피탈사는 자동차 할부금융 및 리스자산 비중이 높다. 당연히 후자의 경우 부실 가능성이 작고, 금리 변동에 따른 위험노출액도 적은 편이다. 따라서 자산종류별 위험 수준을 차별적으로 고려하지 않는 명목 수준의 현 레버리지 배율은 규제지표로 활용이 제한된다. 이로써 레버리지 배율 지표의 개선을 위해 각각의 자산종류별로 적용되는 위험가중치를 곱한 후 이를 모두 합산하는 방식의 위험가중자산을 총자산 대신 사용해야 한다. 위험가중자산을 분자로 고려할 경우 A급 이상 캐피탈사의 레버리지 배율은 하락하고, A급 이하의 레버리지 배율은 분자의 금액 증가로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최근 명목 레버리지 배율의 경우 A급 이하 캐피탈사의 수치가 오히려 낮아진 것으로 확인된다. 이를 토대로 A급 이하 캐피탈사의 자본적정성 수준이 높아진 것으로 잘못 판단할 수 있다. 실상은 신용등급이 낮은 A급 이하 캐피탈사의 조달금액이 줄어들며 부채 축소에 따른 총자산 수치가 감소한 데 원인이 있다. 오히려 A급 이상 캐피탈사의 경우 중고차 할부금융 및 리스 이용 수요가 많아지며, 상대적으로 높은 신용등급을 활용하여 자금조달 규모가 늘어났다. 따라서 오히려 A급 이상 캐피탈사의 레버리지 배율이 상승한 것으로 확인된다. PF 대출 부실에 따른 캐피탈업권의 부채위험과 자본확충 수준을 가늠해줄 레버리지 배율이 위와 같은 착시현상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이러한 문제점은 업권의 건전성과 자본적정성 수준의 판단에 왜곡을 가져올 수 있다. 결론적으로 PF 대출 부실로 건전성 악화가 우려되는 제2금융권 중에서 수신기능이 부재해 유동성 위기 가능성에도 노출되어 있는 캐피탈 업권에 대한 위험관리 강화가 필요하고, 이를 위한 레버리지 배율의 개선이 시급하다. 아울러 자본력이 취약한 제2금융권 업체들의 무분별한 부동산 PF 참여를 제한하는 제도 마련도 시급하다. 금융사의 부실은 금융소비자의 손실로 귀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PF 채무보증, 브릿지론 등을 취급하는 제2금융사에 대한 위험노출액 수준을 제한하고, PF 대출 집중위험 규제도 한층 강화해야 한다. 서지용

[주원 칼럼] 미·중 패권 전쟁에서 살아남기

최근 한국 사회에서 중국을 바라보는 시선은 복잡미묘하다. 1992년 수교 당시 우리나라의 대중국 교역 비중은 전체 수출액의 3.5%, 수입의 4.6%로 보잘 것 없었다. 그러던 것이 수출을 기준으로 보면 1997년 10%를 넘어선 데 이어 2005년에는 20%를 넘어섰다. 그리고 2018년에는 대중국 수출비중이 26.8%로 치고치를 찍으며, 같은해 대미국 수출 비중(12.0%)의 두배를 훌쩍 넘어서기도 했다. 그만큼 중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고 이는 양국 모두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얻을 수 있는 윈윈하는 국제 분업 구조가 잘 작동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한국과 중국의 관계는 빠르게 멀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만 놓고 보면 대중국 수출 비중이 18.8%로 대미국 수출(19.6%)에 역전됐다. 다만 대중국 수입(비중 20.5%)은 대미국 수입(11.8%)보다는 높아 공급망 측면에서 대중 의존도는 여전히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수출시장으로서의 중국 경제에 대한 위상이 약화되는 데는 중국 경제가 당면한 디플레이션(경기침체)이 가장 큰 원인이 이지만, 중국 기업의 경쟁력 상승으로 인한 우리 기업들의 중국 시장점유율 하락과 미·중 갈등에 따른 서방 세계의 중국에 대한 수출 규제 등의 원인도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가운데 경기 침체 요인은 단기적인 리스크여서 경기 순환 관점에서 언젠가는 사라지겠지만, 나머지 두 개의 요인은 상당 기간 우리에게 불확실성으로 다가올 것이다. 미·중 간의 헤게모니 전쟁이 지속된다면, 결국 양국 간 무역, 투자, 기술 등의 관계에서 단절이 발생하면서 블록화가 진행될 것이고, 중국 시장은 더욱 폐쇄적으로 되는 것과 동시에 개방성을 잃어버린 중국 경제가 외부 혁신 동인을 상실하면서 저성장에 빠지게 돼 우리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서 밀려나는 속도가 가속화될 우려가 있다. 그리스의 아테네와 스파르타 간의 패권 전쟁에서 유래된 투키디데스 함정(Thucydides Trap)이라는 말이 지금의 중국이 처해 있는 입장을 명확히 보여주는 키워드가 아닌가 생각된다. 문제는 그동안의 역사를 보면 패권국과 신흥국의 갈등이 해소되는 데에는 수십 년의 시간이 필요했고 승패가 갈려 명확히 서열이 정리가 돼야 끝났다는 경험이다. 이제 시작된 미·중 전쟁이 장기간 우리에게 불확실한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 특히 오는 11월에 치러지는 미국 대선 결과가 이 갈등을 우리가 전혀 예측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틀어버릴 수도 있다. 우리의 대응 방법이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보기가 두 개인 이지선다(二枝選多)의 객관식 문제가 될 것인지, 아니면 상황을 봐가며 가운데서 적절히 대응해야 하는지도 아직 불확실하다. 일부에서는 중국 시장에 주력하면서 대체할 시장을 마련해 두는 '차이나 플러스 원(China Plus One)' 전략이나, 등거리 중립 외교적 접근 방식을 가져와 양국의 갈등을 이용해 최대한의 이익을 얻어내는 '스윙보터(Swing Voter)' 전략이 답이라고 주장한다. 그럴듯해 보이기는 하나,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일단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은 시장 규모나 생산기지 입지 측면에서 중국을 대체할 국가는 거의 없다. 인도 시장에 대한 언급이 많이 나오기는 하지만 글로벌 스탠다드로 보면 인도 시장은 상당한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또한 가운데서 '스윙보터'로써 얻을 수 있는 것을 최대한 얻겠다는 전략도 과연 우리 생각대로 될지는 의문이다. 그럴싸해 보이기는 하지만 세상이 그렇게 만만할까? 국제정치학적 관점에서 제시되는 이러한 전략은 정부 차원의 대응에나 적용될 수 있는 제한적 용도를 가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시장의 대응은 이처럼 판에 박힌 것처럼 명확할 수 없다. 산업에 따라서, 기업에 따라서도 다양한 접근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어찌 보면 이 난제에는 솔루션이 없다. 어떤 답도 틀릴 수 있고, 어떤 답도 맞을 수 있는 해답지가 존재하지 않는 주관식 문제다. 주원

[이슈&인사이트] 사과 그리고 유감

'사과의 법칙'이라는 말이 있다. 타인 혹은 대중에게 어떻게 사과해야, 자신의 진정성을 잘 표현해 사과의 목적을 성공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가를 다루는 '법칙'이다. '사과의 법칙'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이 있다. 그 중 공통적인 요소 네 가지를 꼽자면 첫째, 사과는 빠르고 진정성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다만'이나 '그러나' 등의 수식어를 붙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셋째,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정확히 밝히고, 이런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넷째, 실행 계획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알려야 한다. '사과의 법칙'을 강조한 이유는 최근에 있었던 윤석열 대통령의 신년 대담 때문이다. 대통령의 신년 대담은, 방영되기 이전부터 다양한 논란이 있었다. 일단 여론의 부정적 평가를 받았던 부분은, 왜 생방송이 아니고 녹화로 방송했는가 하는 부분이다. 20년 넘게 방송 MC를 하고 있는 필자의 경험으로는, 정치 관련 인터뷰나 토론은 생방송으로 진행해야 한다. 녹화를 하면 불필요한 '말'이 나오기 때문이다. 정치인 측에서 왜 그 부분은 편집했느냐, 혹은 편집해달라고 요청했는데 왜 안 해줬느냐는 항의가 빗발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토론의 경우는 더하다. 상대방은 편집해 줬는데, 왜 나는 편집해 주지 않았느냐는 항의가 쇄도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이런 꼴사나운 상황을 보지 않기 위해 현재 대부분의 정치인 출연 시사 프로그램은 생방송으로 진행한다. 그런데 이번 대통령 대담은 녹화로 방영됐기 때문에 뒷말들이 나올 수밖에 없다. 두 번째 지적할 부분은,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관련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이나 대통령 부인이 누구한테도 이렇게 박절하게 대하기는 참 어렵다"라면서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것이 좀 문제라면 문제이고, 좀 아쉽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사과는 그 타이밍과 진솔함이 중요하다. 그런데 윤 대통령의 사과는 타이밍을 놓친 감이 있다. 해당 사안의 파장을 줄이려 했다면, 진작에 사과를 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 타이밍을 놓쳐 지지율이 급기야 20%대로 추락하는 일도 있었다. 지난 2일 공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은 지지율 29%를 기록했다. 이런 지지율 저하는 전적으로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에서 비롯됐다고는 할 수 없지만, 해당 논란이 영향을 미쳤음을 부인하기는 힘들다. 만일 윤 대통령이 재빠르게 대응했더라면, 상황은 조금 나아졌을 것이라는 말이다. 사과의 시기도 놓쳤지만, 사과의 진정성 부분도 논란이 있을 수 있다.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것이) 문제라면 문제이고, 좀 아쉽지 않았나"라는 부분이 바로 “사과"라고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인데, 사과는 해석을 통해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사과의 진정성을 자연스럽게 느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보자면 윤 대통령의 발언이 “아쉽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정말 송구하게 됐다"는 말 한마디만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는 말이다. 더 다른 부분을 살펴보자. 윤 대통령은 “정치공작이라고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앞으로는 이런 일이 발생 안 하게 조금 더 분명하게 선을 그어 처신하는 게 중요하다"며 “단호할 때는 단호하게, 선을 그을 때는 선을 그어가면서 처신해야 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언급 속에는 앞서 사과의 법칙에서 언급한 '재발 방지 의지'를 분명히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제2부속실은 우리 비서실에서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그런데 이런 일을 예방하는 데는 별로 도움 안 되는 것 같다“라고 언급한 것은, 논란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재발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음을 자인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제2부속실을 설치하기도 전에 별 의미 없음을 말하는 것은, 대통령이 제2부속실 설치에 부정적인 입장이라는 인상을 여론에게 주기에 충분하다. 거기다가 다른 대안 제시도 없었다. 결론적으로 대통령의 대담은 '사과'라는 측면에 보자면, 의미 부여가 쉽지 않다. 필자는 후보 시절의 윤 대통령을 두 번 본 적이 있다. 두 번 모두 대선 후보 TV 토론 MC를 하면서다. 당시 윤 대통령에게서 받은 인상은 상당히 솔직한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그 솔직함이 인간적인 매력으로 다가왔었는데 그런 윤 대통령의 매력이 사라진 것 같아 안타깝다. 신율

[이슈&인사이트] 한국 교육의 서글픈 현실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독일 사람 안톤 숄츠(Anton Scholz)씨가 쓴 『한국인의 이상한 행복』(문학수첩, 2022)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는 책이면서 고마운 책이다. 한국인의 비합리적인 사고방식을 예리하게 분석했다. 교육에 대한 것도 있다. “유치원 입학시험이 있는 곳도 있다"(151면), “교과 선행 학습은 물론, 한국의 사교육 산업은 줄넘기나 레고 만들기처럼 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는 것조차 학원에서 배워야 할 과목으로 만들어 낸다"(154면)는 지적은 정곡을 찔렀다. “중요한 것은 시험에 합격했다는 사실"(156면), “독일 학생들은 1시간씩 1주일간 수영을 배우면 웬만큼 하는데, 한국에서는 6개월이 걸려도 수영을 제대로 못하는, 말하자면 '가르치는 척'하는 교육"(156면)에는 할 말이 없다. “한국인의 영어 수준은 높아졌지만 영어를 잘 하는 사람은 드문 편"(156면), “독일에서는 잘 배우려고 시험을 보는데 한국에서는 시험을 잘 보려고 배우므로, 가장 중요한 것을 중요하지 않게 여기는 것이 한국 교육의 특징"(159~160면)이라는 대목에서는 감탄하게 된다. “무엇을 배우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시험을 통과할지에 교육의 초점이 있는 한국"(160면)이라는 비판은 설득력 있다. 대학 교수들은 요즘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것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학생들이 점점 좌경화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성적이 아주 조금씩 점점 나빠지고 있다는 것이다. 좌경화의 원인은 정치권과 좌파 경제학자들의 영향이 크다. 백광엽 지음, 『경제 천동설 손절하기』(미래, 2023)를 보면, “한국에는 '따뜻하고, 착한 경제학'이라는 수식어를 앞세우는 자칭 진보경제학자 그룹이 존재한다. 서민을 위하고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일에 진심이라면서 목소리를 높이는 부류다. 이들은 여러 정부에서 요직을 차지했고 검증되지 않은 '진보 경제정책'으로 폭주했다. '사람 중심 경제'라는 깃발 아래 문재인 정부에서 소득주도성장을 기획하고 밀어붙인 일단의 학자들이 대표적이다"(11면, 들어가는 말). “진보경제학자의 대부 변형윤 교수가 직접 '학현학파'로 거론한 40여 명 중 절반 이상이 김대중ㆍ노무현ㆍ문재인 등 자칭 진보정부에서 큰 감투를 썼다. 정권을 바꿔가며 두세 번씩 요직에 오른 이도 수두룩하다"(105면). 해가 갈수록 성적이 나빠지고 있는 이유는 비정상적인 교육 시스템에 있다. 시험이 공부내용을 결정하는 것은 한국에서는 피할 수 없다. 한글학회가 '한글 전용'을 주장해 관철됐고, 학생들이 '익일', '작일'이 무엇인지 모르고, '금일'을 '금요일'로, '공황장애'를 '공항장애'로 알아듣는다. 그런데 202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는 미적분Ⅱ와 기하를 보는 '심화수학'은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 한다. 미적분은 '수학의 꽃'으로서 자연과학ㆍ공학 분야에 핵심 역할을 하는 데다, 인공지능(AIㆍ기계ㆍ원자력ㆍ바이러스 증식 등의 현상을 분석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사회과학 영역인 경영, 경제, 사회학, 심리학 등 분야에서도 기본적인 통계학 지식을 학부 수준에서 다루기 때문에 그 근간이 되는 데이터를 이해하는 데에도 미적분은 필수다. 기계공학의 근본인 뉴턴 역학은 힘(벡터)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기하 과목에 대한 기초지식 없이 벡터를 좌표계 및 대수로 연결하는 개념을 접하게 되면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기하를 모르고 어떻게 기계를 만들고 건축설계는 어떻게 하나. 숄츠씨가 정확하게 지적했듯이 시험과 무관한 공부를 할 수 없는 것이 한국의 현실인데, 오히려 수학교육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했노라 자화자찬하는 장관은 화성 사람인가? R&D 예산도 크게 줄었다. 정부가 우주 분야 육성을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최근 연구개발 예산 삭감에서 우주 분야 기업을 지원하는 '스페이스 이노베이션' 사업 등이 대폭 삭감되었다. 과학자와 대학교수들을 화나게 해 간단하게 적으로 돌려놓았으니 4월 총선에서 여당의 참패는 이미 정해진 것 아닌지? 정훈식 기자 poongnue@ekn.kr

[이슈&인사이트] 기업가 정신 살려 저성장 파고 넘자

유정주 한국경제인협회 기업제도팀장 한국경제는 2024년 새해에도 그리 밝지 못하다. 대외적으로는 우크라니아-러시아 전쟁 장기화와 중동 분쟁의 확산, 글로벌 공급망 교란과 급격한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우리가 어찌 해볼 수 없는 불안 요소와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고금리로 인한 소비 위축과 기업의 투자 둔화로 경기침체를 겪고 있다. 이러한 대내외적 요인으로 올해도 2% 초반의 저성장이 예상된다. 과거에는 이러한 경기 위축 이후 기저효과로 경제성장률이 크게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제는 그런 기저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 이렇게 경기 회복력이 약화된 것은 글로벌 경제의 어려움도 있지만 무엇보다 자체적인 성장동력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완전고용 상태에서 물가상승을 일으키지 않는 최대성장률을 의미하는 잠재성장률 추이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2023년 OECD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2013년 3.5%를 기록한 이후 계속 낮아져 올해는 1%대 중후반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한국경제의 활력이 떨어지는 이유는 뭘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기업하기 어려운 제도적 환경이 중요한 원인 중 하나라는 것에 대다수 기업인들이 동의한다. 제도적 환경은 한마디로 '규제'다. 규제는 집행력을 확보한다는 이유로 제재가 따르게 마련이다. 규제가 불합리하거나 과도해서 순응하기 어려우면 불합리한 제재가 수반되고 기업인들은 전과자가 된다. 법을 어긴 사람이라면 정치인, 기업인 가릴 것 없이 처벌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과도한 규제에 동반되는 과도한 처벌은 기업인의 기업가 정신을 꺾고 결과적으로 기업의 투자와 고용을 막아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준다. 2021년 한경협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16개 중앙부처의 경제관련 법령 301개 중 6568개의 기업 형벌 규정이 있다. 이 가운데는 이중 삼중 처벌도 있으니 '기업인들은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정부는 기업인 과잉 처벌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하에 이를 개선하기 위한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지만 대부분이 번번히 문턱을 넘지못한다. 이렇게 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처벌을 개선하기 어려운 것은 정치권에서 이들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보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인은 감시, 통제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이 문제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해외에서는 자국에 투자하는 기업인을 극진히 대접한다. 1995년 삼성전자가 영국 윈야드에 7억달러를 투자할 당시 영국은 투자금의 20%에 해당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했고, 공장 준공식에는 엘리자베스 여왕, 왕실 유력인사, 정치인 등이 대거 참석했다. 당시 영국입장에서는 대한민국은 아시아의 조그마한 미지의 국가에 불과했겠지만, 자국에 투자하는 기업인에 대해서는 최고의 예우를 제공한 것이다. 최근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의혹에 관련된 인사들이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2020년 9월 검찰 기소로 시작된 사법적 다툼이 3년5개월이나 지난 2024년에야 겨우 1심이 끝난 것이다. 무죄 판결이 내려진 것은 다행이지만 그간의 조사, 심리절차 등을 위한 시간과 재정적 비용, 돈으로 계산이 불가능한 기업과 기업인의 평판 훼손 등 해당 그룹과 경영자도 많은 고초를 겪었다. 여기에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사회적 비용도 만만치 않다. 검찰 조사에 대한 국민의 불편한 시선, 언제 내 차례가 올지 모른다는 경영자들의 불안감 등 사회적 자본의 돌이킬 수 없는 훼손이 그것이다. 돈의 가치로 환산할 수 없는 엄청난 사회적 자산을 잃어버린 셈이다. 기업인들은 최고의 예우를 기대하며 사업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쩌면 누가 괴롭히지만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일지도 모른다. 이제 기업인이 자유롭게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내버려 두자. 나아가 기업인의 공을 그대로 인정하는 성숙한 사회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의 미래가 있고, 후세들에게 부모세대만 경제성장의 과실을 누렸다는 비판을 면할 수 있을 것이다. 정훈식 기자 poongnue@ekn.kr

[이슈&인사이트] 대구 전쟁으로 본 해양분쟁 해법

김봉철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EU연구소장 국민생선 대구(cod)는 맛이 좋고 영양가가 높아서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많다. 한국에서는 입이 크다는 의미에서 대구(大口)라고 불리는 이 생선은, 사실 세계적으로 어획량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는 수산물로 갈 수록 귀한 몸 대접을 받는다. 이런 가운데 한-미 통상문제는 물론이고 아이슬란드, 영국, 러시아, 노르웨이, 뉴질랜드 등과 긴급수입제한조치(Safeguard) 관련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위반을 사유로 국가간 분쟁을 낳기도 했다. 아이슬란드 연근해와 북극해에서는 여전히 대구 어획량이 풍부한 편이어서 아이슬란드와 영국 사이에 수산자원의 확보에 관한 '대구전쟁'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이 전쟁은 국지전에 불과한 소규모 전쟁이었지만, 포격전도 있었고 사상자도 발생했으며 국제사회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오랫동안 영국 어부들이 아이슬란드 영해에서 대구를 남획하며 양국 어부들 사이에 갈등이 발생했다. 제2차 세계 대전으로 영국 어선들이 해군으로 징발되면서 이러한 모습이 잠시 사라지기도 했지만 전쟁이 끝나자마자 대구 어획을 목적으로 하는 영국 어선들은 다시 아이슬란드 영해에 나타났다. 아이슬란드 정부는 자국의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자국의 영해 범위를 지정하여 강력히 대응했고, 아이슬란드의 일방적인 조치에 영국 정부는 자국 어민들의 불만을 해결하고자 반발하며 전쟁에 이르게 됐다. 영국은 세계 대전 이전까지 세계 최강의 해군력을 자랑하는 강대국이었고 아이슬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에서 겨우 독립한 작은 국가에 불과했으므로 당시 아이슬란드의 대응이 무모하다고 볼 수도 있었다. 이 전쟁은 시기에 따라서 제1차(1958-1961), 제2차(1972-1973) 그리고 제3차(1975-1976) 전쟁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시기별로 구체적인 내용은 조금씩 다르다. 그러나 아이슬란드 정부의 강경책과 영국 해군의 물리적 대응, 포격전과 외교적 협상 등이 이루어지는 모습들은 대체로 비슷했다. 그러한 과정에는 유럽경제의 변화, 냉전 시기의 국제안보, 중동전쟁으로 인한 오일쇼크 등 국제사회의 큰 사건과 배경이 도사리고 있었는데, 아이슬란드는 이러한 국제정세를 활용해 유리한 상황을 만들었다. 아이슬란드는 영국에 대한 전면전을 선언하며 미국에 무기 구매를 의뢰했고, 미국이 이를 거부하자 당시 소련 호위함을 구매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만약 아이슬란드가 소련 무기를 구매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서 탈퇴한다면, 이것은 아이슬란드에 주둔한 미국 해군이 철수하고 이 자리를 소련이 대체하면서 북해와 북극해를 장악할 수도 있다는 의미였다. 당시 미국과 유럽공동체는 이러한 상황을 우려하며 이른바 '200해리에 관한 해양수역법'을 통과시키는 등 아이슬란드를 끌어안고자 노력했고, 양국 사이의 분쟁은 NATO의 중재로 아이슬란드의 협상안이 관철되면서 종결되었다. 약소국 아이슬란드는 국민적 이해와 국제관계를 활용해 강대국인 영국을 상대로 승리한 셈이다. 양국은 원래 NATO라는 안보공동체에 속해있었고 유대관계를 맺고 있었지만, 자국민의 어업권 확보라는 당면한 이해관계에는 첨예하게 대립했다. 대구전쟁의 경과와 그 결과를 보면, 국익은 국가의 존립 기반이자 존재 이유라는 사실을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해양 거버넌스와 해양 자원의 확보를 위한 영해권 관할 문제는 동맹국 사이에도 갈등을 초래할 가능성으로 연결되며, 어업권 수호는 해양 국가가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할 핵심 사안이다. 그 형태와 양상은 다르지만 본질적으로 대구전쟁이 오늘날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할 때, 약소국이라도 영해권 또는 어업권 분쟁에 성공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점을 추론할 수 있다. 이 전쟁에서 아이슬란드의 요구가 받아들여지면서, 그 내용이 이후 제정된 UN해양법협약(united nations convention on the law of the sea, UNCLOS)에서도 '배타적경제수역'(EEZ)이라는 개념으로 명시되었다. 이 규정으로 이제 자국 연안으로부터 200해리까지의 수역에 천연자원 탐사와 개발 및 보존, 그리고 해양환경의 보존과 과학적 조사 등 모든 주권적 권리가 국제사회 전반에서 합법적으로 보호될 수 있다. 그리고 현재 국제적으로 해상 영해권에 관한 분쟁은 국제법에 따라 해결할 수 있도록 해결의 통로를 열어두고 있는데, 실례로 국제사법재판소(ICJ)의 판정을 들 수 있다. 이처럼 국제사회는 해양 분쟁에 대해 과거보다는 성숙한 기준과 분쟁의 해결 방법을 확보하고 있다. 다만 ICJ의 판정을 통한 분쟁의 처리는 당사국이 이 방법에 합의해야 성립한다는 조건이 필요한 것처럼, 여전히 보완해야 할 과제도 많다. 해양강국인 우리나라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훈식 기자 poongnue@ekn.kr

[이슈&인사이트] 전기차 시대의 또다른 복병 ‘멀미’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최근들어 전기차 판매가 주춤하고 있다. 그렇더라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온실가스 감축이 전 인류의 최대 현안인 만큼 전기차와 수소차 등 무공해차 보급은 필연적이다. 단지 속도의 차이일 뿐이다. 전기차 보급이 주춤하는 사이 하이브리드차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낙인찍힌 내연기관차는 찜찜하고, 전기차는 아직도 충전 등 이용에 제약이 많다 보니 연비가 좋고 비교적 친환경적이면서 중고차 가격도 높아 가성비 효과를 톡톡히 보는 탓이다. 사실 전기차는 아직도 개선해야 할 단점이 많다. 충전시간과 인프라 부족은 물론이고 화재·침수에 취약하고, 비상 시 대처방법도 내연기관차에 비해 까다롭다.내연기관차는 130여 년에 걸친 진화 끝에 완벽에 가까운 시스템이 갖춰진 데 비해 전기차는 보급과 동시에 각종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생기며 시간적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멀미는 특히 전기택시 이용과정에서 승객이 많이 호소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는 승객 본인이 신체적으로 느끼는 감각이 빠른 차량과 크게 달라지면 바로 멀미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전기 택시의 보급이 활성화되면서 승객의 전기택시 거부 현상도 부쩍 늘고 있다. 멀미 등 감각이 민감한 여성 승객 등을 중심으로 택시 호출 때 전기택시 여부를 사전에 확인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전기차에서 멀미가 유독 심한 이유는 뭘까. 가장 큰 이유는 속도를 가속할 때와 줄일 때 회생제동을 심해 차량이 꿀렁거리기 때문이다. 파도가 심할 때 배멀미를 하는 원리와 같다. 전기차는 에너지 절약을 위해 속도를 줄일 때 제동장치가 동작되지 않아도 가속력을 발전기로 동작시켜 전기에너지를 발생시키고 이를 다시 배터리에 재충전하는 에너지 절약장치를 장착하고 있다. 이 회생제동장치가 심하면 제동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제동하는 특성이 크고 회생에너지도 커져서 연비가 증가한다. 문제는 꿀렁거림이라는 특성이 크게 작동하며 탑승객의 멀미를 유발시킨다는 점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제동장치를 동작시키지 않아도 제동이 되면서 뒤따르는 차량의 추돌문제도 발생한다. 운전자가 제동장치를 동작시키지 않아도 제동이 되면서 뒤차가 브레이크등이 켜지지 않아 뒤차가 준비하지 못하고 추돌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 등 여러 선진국에서 운전자가 제동을 하지 않아도 회생제동으로 인한 일정속도 감속 시 자동차용 브레이크등이 켜지는 의무장치 의무화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관련 법안을 마련했다. 무엇보다 전기차 멀미를 잡는 방법은 화생제동 기능을 줄여서 기존 내연기관차와 같은 감각을 유지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해도 가속특성이나 운전자의 운전 행태에 따라 멀미문제가 발생한다. 전기차의 멀미 문제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한 이유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전기차용 다단 변속기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전기차용 다단 변속기는 즉 5단 이상이 되면 같은 배터리 용량으로 30% 이상 연비가 향상되고 높은 등판능력과 모터의 온도 유지로 냉각장지 축소나 제거 등 일석 십조의 효과가 발생한다. 물론 자동으로 속도가 올라가는 특성상 전기차의 급가속과 급감속을 이루어 전기차의 멀미 문제도 해결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기차 멀미 문제의 해결은 단순하게 차량만 만드는 것이 아닌 탑승자의 선택도를 높일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문제라고 판단된다. 전기차 관련 업계는 전기차 판매가 주춤하는 지금을 각종 문제해결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사현재 시간 동안 각종 전기차 문제와 배터리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찾는 것도 좋은 시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하이브리드는 내연 기관차에서 전기차로 넘어가는 사이에 있는 '중간자' 역할에 머물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전기차에서 가장 큰 단점으로 부각되는 충전과 가격 문제가 머지않아 해결될 것이기 때문이다. 전기차 보급이 늘어나는 가운데 보급 속도를 높이기 위해 배터리 수명연장과 충전소 설치등 인프라 확대, 저가 전략 등을 동시다발적으로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정훈식 기자 poongnue@ekn.kr

[이슈&인사이트] 미래산업 발목잡는 R&D 예산 삭감

양희철 법무법인 명륜 파트너 변호사 올해 초 열린 세계가전전시회(CES 2024)의 주인공은 단연 인공지능(AI)이라고 할 만했다. 많은 국내 기업들이 참여해 역대 최다 혁신상을 받기도 했다. 무엇보다 혁신상을 받은 국내 기업 가운데 상당수가 중소벤처기업들이라 그 의가 크고 미래가 더욱 기대된다. 이번 CES 2024 행사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처럼 이제 인공지능은 특정 분야만이 아니라 전 산업 분야에서 기존 기술과 결합해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우리 삶을 보다 풍요롭고 윤택하게 만드는 보편적인 도구로 쓰이고 있다. 이처럼 인공지능이 점차 산업과 국민 생활의 필수재로 자리잡는 추세지만 인공지능을 직접 개발하는 업체나 인공지능을 도입해 업무를 하는 기업들이 아직 제대로 수익을 내지는 못하고 있다. 특정한 기술이 개발되고 상용화되어 실제 매출로 이어지기까지는 일정한 수요가 창출되어 시장이 형성되어야 하는데, 아직 그 단계에 이르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에 폭발적인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인공지능이 미래 경제와 안보 등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을 결정할 핵심 요소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이제 막 새싹이 나기 시작한 인공지능 산업은 화려한 꽃을 피울 때까지 많은 정책적,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자체적으로 수익이 나지 않는 상황에서 민간 투자만이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 육성에 힘을 쏟아야 한다. 민간 투자는 수익을 목적으로 하고, 투자 이후 빠른 회수를 기본으로 한다. 이제 막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하는 인공지능 산업에 민간기업, 특히 자금력이 취약한 중소벤처기업들이 장기적인 안목에서 투자를 하기에는 본래 성격에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 결국 정부가 큰 그림을 그리고, 멀리 보면서 지원을 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이런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최근 정부의 움직임을 보면 인공지능 산업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 정책이 존재하는지 의문이 들게 한다. 지난해부터 과학기술계의 큰 반발을 불러왔던 예산을 살펴보면 올해 연구개발(R&D)분야 국가예산은 2023년(31조 1000억원) 대비 15% 삭감된 25조 9000억원으로 최종 의결이 됐다. 전년도 대비 과학기술 연구개발비 예산이 삭감된 것은 1991년 이후 33년만에 처음이다. 국가 부도 위기였던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에도 국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유지했던 예산을 줄인 것이다. 정부의 연구개발비 예산이 대규모로 삭감되면서 정부의 지원을 받거나 공공기관과 공동으로 과제를 수행하던 인공지능 관련 중소기업이나 학계 연구자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이미 계약이 체결되어 수년에 걸쳐 진행하던 과제의 예산을 갑자기 줄이자는 협약 변경을 요구받거나 신규 연구개발 과제가 시작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협약 변경의 조건이다. 큰 틀에서 보면 연구개발 예산 삭감은 15% 정도지만 개별 연구과제에 있어서는 그 편차가 극심하다. 정부 산하기관과 체결된 계약에 따라 수년간 수행하고 있는 과제를 갑자기 예산이 삭감되었다는 이유로 적게는 30%, 많은 경우는 심지어 80%까지 기존 계약 내용보다 금액을 낮춰서 변경 계약을 요구받고 있다. 이미 체결된 계약에 맞춰 연구 인력을 채용하고, 시설과 장비를 구매했는데 이 정도 비율로 계약 금액을 변경한다는 것은 사실상 제대로 된 과제 수행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자금력이 충분하지 않은 중소벤처기업들은 변경되는 계약 조건을 수용하지 않으면 대금 지급을 하지 않겠다는 일방적인 통보에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어쩔 수 없이 변경을 받아들이기도 한다. 그나마 변경되는 계약대금에 맞춰 과제 범위를 축소할 수 있다면 다행이다. 때로는 기존 과제 범위는 유지한 채 계약대금 변경을 수용하라는 강요를 받기도 한다. 변경에 동의하지 않아 계약을 해지하면 향후 정부 과제 선정에 불이익을 줄 수도 있다는 은근한 압박을 덧붙인다. 사정 변경에 따른 합리적인 수준의 변경 계약을 넘어 기업 간에서라면 불공정거래에 해당할 수 있는 사안이다. 이것이 바로 정부가 연구개발비 예산을 삭감하면서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인공지능 분야 현장에서 현재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명확한 실체를 알 수 없는 과학기술 연구비 카르텔을 잡는다는 명목으로 휘두른 칼에 실제로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어갈 인공지능 산업과 연구개발이 고사할 위기다. 정부가 앞에서는 인공지능 산업을 지원한다고 말하면서도 뒤에서는 자라나는 새싹을 자르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인공지능을 이용하는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는 감독자 역할을 하는 한편으로 과도한 규제로 인공지능 산업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후원자 역할도 해야 한다. 불필요한 규제 개선으로 뒤에서 밀어주고, 연구개발 지원을 통한 육성책으로 앞에서 끌어주는 인공지능 산업에 대한 정부의 실질적인 지원을 기대한다. 정훈식 기자 poongnue@ekn.kr

[이슈&인사이트] 유승민 활용법

얼마 전 필자는 에너지경제신문에 ‘한동훈 활용법’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썼다. 당시는 정치를 시작하기 직전의 한동훈을 비대위원장이나 선대위원장 등의 직으로 영입하자는 의견이 분분한 때였다. 이 칼럼에서 한동훈의 가장 적절한 활용법으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지역구에 전략공천하는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한동훈이 비대위원장에 부적절하거나 그 역할을 잘못 수행할 것이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 이유를 여기서 장황하게 반복할 필요는 없을 것이지만, 결론만 말하자면 용산(대통령실)과의 거리두기와 수도권 판세에의 영향, 그리고 실질적인 비대위원장 혹은 선대위원장으로서의 영향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면서도 이재명 대표를 지역구에 묶어두고 그의 사법리스크를 극대화할 수 있는 ‘신의 한 수’가 바로 이재명 대표와 맞대결을 시키는 방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당시 칼럼에는 쓰지 않았지만 만일 한동훈을 인천 계양을 지역에 공천한다면 누가 비대위원장을 맡을 것인가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 당시 이 질문을 한 여권 인사 중 한 사람에게 사견임을 전제로 내 의견을 밝힌 바 있었는데, 비대위원장직은 유승민 전 의원에게 맡기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 이유는 이렇다. 유승민은 보수적이며 개혁적 이미지를 가진 정치인으로 젊은 세대와 여성들에게 지지도가 높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기 직전, 지방선거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출마했는데 내부경선 과정에서 당시 당선인 측에서 김은혜 인수위 대변인을 밀면서 패배하고 말았다. 이것이 공정하거나 상식적이지 않았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본선에서 민주당의 김동연 후보에게 패함으로써 국민의힘은 수도권 중 경기도의 지방권력을 잃었다. 이것은 단순히 경기도 하나를 잃은 것이 아니었다. 서울과 인천을 이겼는데, 경기도에서 패배함으로써 가장 인구가 많은 지역을 잃었을 뿐 아니라 바로 전 도지사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각종 의혹을 입증할 증거자료가 묻혀버렸다. 또 보수정당의 내부 분열이 탄핵의 강을 넘지 못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했다. 더욱 중요한 것은 ‘공정과 상식’의 회복을 앞세워 집권한 윤석열 정부가 그다지 공정하지도, 상식적이지도 않다는 것을 보임으로써 윤 정부에 대한 불신이 시작된 첫 사례였다는 점이다. 물론 유승민이라는 정치인에 대한 호불호는 크게 갈린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과정에서의 행보만이 아니라 이후 정치과정에서 현재의 국민의힘 주류와 많은 갈등을 일으켰고, 지금도 직설적 비판으로 윤석열 정부를 곤란하게 만든다. 그런데도 그가 비대위원장을 맡는다면 무엇보다 보수통합을 이룰 수 있고, 당시 탈당을 저울질하던 이준석을 주저앉힐 수 있을 것이었다. 그 여당 정치인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듯한 얼굴로 한 마디로 ‘불가능’이라고 했다. 그에 대해 나는 정치란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예술이고,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개딸 중심의 독재가 극심해지는 민주당과 용산 리스크 및 적어도 당시까지 리더십 부재로 지리멸렬한 국민의힘의 상황을 고려할 때, 총선에서의 필승카드는 보수통합 외에는 없고 이를 수행할 현실적 대안은 유승민 비대위원장 카드라는 것이었다. 그로부터 약 한 달이 지난 현재,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나름 제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지만 명품 백 소동으로 인한 용산발 리스크는 여전하다. 국민의힘 지지도는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이준석은 개혁신당을 창당해 중도층 공략에 나섰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의 러브콜에 유승민 전 의원은 "탈당은 없다", "공천신청도 없다"고 답했는데, "출마는 없다‘가 아니라 ’공천신청은 없다‘는 것은 스스로 국민의힘 승리에 힘을 보탤 의사가 있음을 밝힌 것으로 읽힌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수도권 승리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이려면 유승민 전 의원을 적어도 수도권 선대위원장으로 임명하고 서울이나 수도권의 민주당 거물 정치인 지역에 전략공천하는 것을 생각해 봐야 한다. 그 길만이 이준석 신당으로 쏠리는 중도 유권자들의 마음을 다시 붙잡을 수 있다. 여전히 많은 국민의힘 인사들은 유승민의 복귀에 부정적이고 일부 보수적 유권자들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잘 안다. 그러나 지금 국민의힘 사정이 과거의 관계나 특정 인물에 대한 호불호를 따질 만큼 여유롭지 않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이 선거에 승리하지 못하면 윤석열 정부는 물론 이 나라의 미래는 없다. 식물정부 상태로 전쟁과 자국 이기주의가 팽배한 국제관계를 극복할 방법이 있는가. 법안 하나도 통과시키지 못하고 지나갈 5년을 생각하면 AI 시대 국가경쟁력을 유지한다는 것도 꿈에 불과할 뿐이다.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무엇이든 다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없다면 지금 쏟아내는 수많은 포퓰리즘적 지원 정책도 백약이 무효다. 최악은 아직 오지 않았다. 4·10 총선에서 질 때, 비로소 최악의 상황은 현실화될 것이다. 늦었지만 이길 수 있는 길을 선택해야 한다.홍성걸 국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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