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5월 03일(금)



[이슈&인사이트] 양도제한조건부주식 제대로 평가해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3.21 08:28

유정주 한국경제인협회 기업제도팀장


유정주 한국경제인협회 기업제도팀장

▲유정주 한국경제인협회 기업제도팀장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은 경영자의 장기 성과에 따라 주식으로 보너스를 부여하는 것이다. 이 경우 매년 현금으로 지급하는 성과급을 폐지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에서는 RSU가 지배주주의 경영권 승계에 악용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이는 기우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현금 위주의 경영자에 대한 보수 체계를 주식으로 전환하여 기업의 장기적 발전을 도모하는 장점이 많은 제도이다.


첫 번째 장점으로는 연 단위의 단기적 성과를 기준으로 하는 성과급제도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그해 성과에 따라 매년 지급되는 성과급은 경영자가 현직에 있는 동안에만 반짝 성과를 내면 된다. 경영자가 기업의 지속적인 발전보다는 올해 경영 목표를 달성해 많은 보너스를 받는 것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일부 건설사가 해외에서 저가로 수주한 건설 공사가 몇 년 후에 부실로 돌아온 경우가 있었는데, 눈앞의 성과를 위해 기업의 장기 성과는 등한시한 결과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경영자의 5~10년 동안의 실적에 따라 주식으로 성과급을 주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당장에 자금이 필요한 벤처기업에 유용한 제도이다. RSU제도는 미국에서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창업초기 한 푼이 아쉬운 벤처기업으로서는 보너스로 나갈 현금을 투자로 돌릴 수 있고, 경영자는 기업경영에 매진해 벤처기업이 소위 대박이 나면 몇 년 후 큰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기업-경영자 모두가 win-win 할 수 있는 제도이다.


세 번째로 스톡옵션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스톡옵션은 정관에 규정이 있어야 하고, 부여대상도 제한된다. 특히, 주가가 하락하면 스톡옵션이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에 경영자에 대한 성과급으로서의 매력이 떨어진다. 반면 RSU는 이러한 제한이 없고 성과급을 대신해서 지급되기 때문에 주가 하락에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다.




네 번째로 일반 주주에게도 나쁘지 않다. RSU를 도입한 회사는 매해 지급하기로 한 주식을 시장에게 자사주로 매입해서 별도로 관리해야 한다. 실제로 경영자가 주식을 받기까지 기업이 자사주를 보유하게 되어 실제 시장에서 유통되는 주식 수가 일정기간 감소하게 된다. 어느 정도 주가 부양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제도가 유연하고 장점이 많다 보니 RSU제도를 도입하는 국내외 기업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미 애플사의 경우 2011년 RSU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팀 쿡 CEO는 2022년 RSU 7,500만 달러를 받기도 했다. 경영자뿐만 아니라 일반 직원인 엔지니어의 10~20%가 5~18만 달러의 RSU를 받기도 했다. 이외에도 테슬라는 2010년에 전직원을 대상으로 RSU를 지급했고 메타도 2012년 경영자들뿐만 아니라 사외이사, 일반직원에게도 RSU를 부여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네이버, 씨젠, 쿠팡, 한화 등이 임직원에게 RSU를 부여하고 있다.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RSU의 악용 가능성을 이유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경영권 승계에 악용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만일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주식을 확보한다면 연말에 경영자에게 보너스를 몰아주고 그 돈으로 주식을 사는 것이 훨씬 단순하고 효율적이다.


RSU에 대한 견제장치가 없는 것도 아니다. 주식회사의 등기임원에 대해 보수결정의 절차나 내용에 대한 공시제도가 상법과 자본시장법에 규정되어 있고, 2024년 3월부터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에 부여한 RSU를 공시하도록 기업 공시서식을 개정한 바 있다. 이러한 공시를 통해 시장에서 모니터링이 가능하고, 편법적인 승계나 사익편취가 발생한다면 배임죄 등 형사처벌도 가능하다. 또한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공정거래법상 일감몰아주기 위반에 따른 처벌 등으로 제재가 가능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또 다른 규제를 도입해 제도를 형해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기업은 그 크기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대기업이 도입한 제도라고 해서 색안경을 쓰고 볼 필요는 없다. 우리 경제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대기업을 정당하게 평가해야 한다. RSU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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