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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사라진 ‘개천용’ 신화와 교육개혁

‘개천에서 용 나는 시대’는 이제 과거속으로 사라진 듯하다.기울어진 운동장은 더욱 가팔라지고 계층이동의 사다리는 끊어진 지 오래다. 그나마 계층이동의 사다리로 기능했던 교육은 오늘날 부모의 경제력과 결합하며 계층 대물림 수단으로 전락했다. 아무리 허리띠를 졸라매도 하늘 높은 줄 모르는 비싼 사교육비를 감당할 수 없는 서민 학부모들은 왠지 자식들에게 미안한 마음마저 든다. ‘계층 대물림’이 고착화되면서 "출발선이 다르면 노력해도 성공 못한다"는 자조 섞인 탄식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필자가 1987년 대학에 입학했을 때는 학생 대부분이 지방 출신이었다. 전라도 깊은 산골에 살다 하얀 고무신을 신고 상경한 친구도 있었다. 집이 가난해 ‘보릿고개’의 배고픈 경험을 직접 겪었던 친구도 있었다. 그러나 대한민국 어디에 살았던지, 부모가 누구든지 아무 상관이 없었다. 학원 안 다니고 사교육 없이도 학교수업만 성실하게 잘 따라가며 열심히 공부한 아이들은 소위 명문대도 갈 수 있었고 장학금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그렇지 못하다. 필자가 다닌 고려대는 예전엔 전국 팔도에서 올라온 학생들이 다수였지만 요즘은 서울수도권 출신이 훨씬 많다. 특히 서초강남 8학군 출신의 비중이 높다. 얼마전까지 모교에서 연구교수를 하면서 첫 수업 시간에 필자가 늘 학생들에게 한 말이 있다. "대입 성공을 위해 여러분 본인도 열심히 공부했겠지만, 과연 사교육과 부모의 뒷받침이 없었어도 가능했을까. 주변을 보면 공부하고 싶어도 여러 제약으로 꿈을 접는 친구들도 많을 것이다. 학벌을 내세워 으스대지 마라. 인생은 성적이나 학벌 등으로 결정되는게 아니다." 학생들이 이 말을 얼마나 이해하고 받아들였을 지는 모를 일이다. 이처럼 심각한 수준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어낸 기성세대는 청년들에게 큰 빚을 지고 있다. 특히 일부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행태는 더욱 실망스럽다. 이들의 삐뚤어진 자녀교육열은 사회적 위화감과 갈등지수를 높이고 있다. 소위 ‘엄빠 찬스’로 돈과 권력을 가진 부모의 ‘입김’을 이용한 자녀 입시특혜는 힘없는 서민들의 허탈감과 분노를 자아낸다. 사실상 부모가 만들어준 허위 스펙으로 좋은 대학을 가는가 하면 어떤 전 장관의 자녀는 고교 3학년 때 출간한 책에 당시 압둘 칼람 인도 대통령의 추천사가 포함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공기업이나 대기업에 자녀의 채용을 청탁해 유죄판결을 받거나 자리에서 물러난 국회의원과 공직자들도 수두룩하다. 대학에 진학하고 나서도 온라인 시험을 부모가 같이 치르기도 한다. 정말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그런 행위들에 대해 최소한의 부끄러움조차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피고인의 입시비리는 공정하게 경쟁하는 많은 사람에게 허탈감과 실망감을 야기하고 우리 사회 입시 시스템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게 했다." 자녀 입시를 위해 표창장을 위조한 모 대학교수의 1심 재판부 판결문 일부이다. 태어날 때 물고 나온 수저 색깔에 따라 자녀의 인생이 결정되어 버린다면 돈도 사회적 배경도 권력도 없는 ‘흙수저’들은 희망의 끈을 놓아버릴 수밖에 없다. 심리학에서 ‘좌절- 공격’이론이 있다. 불공정이 만연한 사회에서는 상대적 박탈감과 증오가 독버섯처럼 피어나기 마련이다. 노력한 만큼 결과를 얻을 수 있고 사회가 공정하다는 믿음이 있을 때 사회구성원들의 연대의식이 높아질 수 있다. 입시와 취업을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하는 젊은이들이 깊은 좌절의 수렁에 빠지지 않고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용기’를 가질 수 있게 만드는 일은 기성세대인 어른들의 책임이고 숙제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는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엄청난 사회적 비용과 댓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부의 대물림과 교육격차, 이대로 방치해서는 결코 안된다.송문희 정치평론가/한양대 겸임교수

[기자의 눈] 尹정부 에너지정책, 합리적 요금체계 정착부터

하루가 멀다 하고 에너지와 관련한 국제 뉴스가 어지러울 정도로 연일 쏟아져 나오고 있다. 작년의 주요국 탄소중립 선언을 전후해 에너지 상품의 가격 상승랠리가 시작되었고, 이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에너지 정책이 연일 수정되고 있다. 세계 경제도 심상치 않다. 연일 인플레이션과 경기하강에 대한 경고가 이어지고 외환위기에 몰린 개도국들의 소식이 우려를 더한다.발단은 연초에 발생한 우크라이나 전쟁이었다. 서방국가의 러시아에 대한 제재는 국제 원유가격을 7년 만에 100달러 이상으로 끌어올렸고 이어 각종 원자재 가격이 치솟았다. 코로나 대유행 시기에 풀린 공적 자금에 원자재 가격의 상승은 급격한 물가상승을 불러왔고 미국은 금리 인상을 통해 대응에 나섰다. 미국 연방준비은행의 ‘자이언트 스텝’은 우리나라의 금리 인상은 물론 환율의 상승을 불러왔다. 일련의 사태는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급체계가 얼마나 취약한 상태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국제 유가의 변동은 그대로 국내 유가에 반영되었고 시민들은 휘발유 가격 2000원대를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전력도매가격(SMP)이 치솟으면서 한국전력공사가 역대급 적자에 빠지고 꿈쩍 없을 것 같던 전기요금 인상도 이뤄지고 있다. 에너지 수입액은 지난해 약 1300억 달러에서 올해는 1800억 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수입액의 약 30% 해당하는 금액이다.지금까지 정부는 에너지와 관련한 비용에 대한 소통을 꺼리는 경향이 있었음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국민에게 부담이 될 만한 얘기가 나오는 순간 지난(至難)한 비판과 설득의 시간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소통은 되도록 하지 않거나 가능하면 다음 정부로 폭탄을 돌리는 일이 반복됐다. 이 고통스러운 과정을 정부로부터 독립시킬 필요가 있다.결국 안정성·합리적 비용·친환경성의 균형이 우리나라 에너지믹스를 무너트리지 않고 바로 서 있을 수 있도록 하는 핵심이다. 삼각대의 한 발이 길거나 짧으면 넘어지게 되는 이치는 에너지정책에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윤석열 정부가 전문가들의 참여를 바탕으로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 우리나라 에너지믹스의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줄곧 밝혀왔다는 점은 반가운 일이다. 성공적인 에너지정책 수립을 통해 탄소중립을 달성하고 국가경제 성장에도 기여하게 되길 바란다.jjs@ekn.kr전지성 에너지환경부 기자

[이슈&인사이트] 미국의 韓전기차 차별에 총력 대응을

지난달 16일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인프레이션 감축법(IRA)의 국내 파장이 심각해지고 있다. 한 마디로 이 법은 미국 차원에서 자국 논리로 첨단 기술에 대한 주도권과 자국 영토로 연구개발과 생산을 집중시키는 전략이다. 우리에게는 치명적인 산업적 폐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특히 자동차 분야의 경우 미래 먹거리인 전기자동차를 중심으로 미국 시장에서 우리에게는 치명적인 결과가 우려된다. 약 3개월 전 바이든 대통령의 내한 당시 국내 기업의 대규모 투자에 호응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발언이 허언이 된 사례가 아닐 수 없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의 내한은 ‘이재용으로 시작하여 정의선으로 끝났다’고 언급될 정도로 국내 대표 기업의 투자를 자국으로 유치하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마지막 일정에서 현대차 그룹 정의선회장과 약 14조원에 이르는 미국 투자 발표가 있었고 바이든 대통령은 "투자결정에 실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전폭적인 지원을 다짐했었다. 그러나 이번 법이 시행되면서 가장 심각한 타격을 받는 기업이 바로 현대차그룹이 됐다. 즉 미국에서 판매되는 현대차와 기아차의 전기차 및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전 기종에 대해 차량 1대당 약 1000만원의 보조금을 받지 못하면서 타사 경쟁차 대비 경쟁력을 상실한 것이다. 벌써부터 판매 감소율이 두자릿수에 이르면서 미국 시장에서 비상이 걸렸다. 바이든 대통령이 약속과 다르게 도움은 커녕 뒷통수를 때린 것이나 다름없다. 미국 내에 판매되는 친환경차 대상 약 221개 기종 중 약 71개 차종이 보조금 대상에 선정되었고 이 중 미국차종이 약 80%를 차지했다. 자국 차 중심으로 노골적으로 보조금을 주면서 앞서 자국 산업에 대해 노골적인 지원정책을 펴고 있는 중국보다 더한 정책을 펴고 있는 셈이다.가장 큰 문제는 이 법안이 자유무역협정(FTA) 기조를 무너뜨리는 편협된 정책이라는 것이고 향후 이 법안 등과 같은 세계 질서를 무너뜨리는 자국 중심의 심각한 법안이 각 지역에서 계속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향후 유사한 법안이 지속적으로 등장할 경우 FTA 기조를 중심으로 하고 있는 우리의 수출기조 기반은 무너질 수 있어서 더욱 우려가 크다. 이번 법안에 대한 대책도 필수적이지만 큰 그림으로 미래를 내다보는 산학연관의 노력이 배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법안에 대해 정부는 방미 활동을 통해 법의 특례조항 등을 통해 최소한 유예기간이라도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이 정치적 이유로 인하여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 법안의 위험성과 문제점을 미국도 알지만 표를 의식한 행보에 대한 후퇴는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통령 서명 직후 즉시 발효는 비상 시에 이루어지는 예외적 조치지만 이번과 같은 즉시 발효는 더욱 설득력이 떨어진다. 미국을 상대로 FTA의 위반의 문제점과 즉시 발효의 무효성을 설득하는 것이 핵심이라 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경제계, 심지어 일반 국민들도 미국의 부당성에 대한 반발로 반미 정서가 커지고 있음을 미국에 잘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지난 정부와 달리 이번 정부는 미국의 정책에 호응하면서 힘을 모아주는 상황에서 이런 조치가 갖는 파장이 심각하다는 것을 인지시킬 필요가 있다. 지정학적인 측면에서 우리의 입지가 가장 중요한 시기인 만큼 국내의 반미 기조 확대는 가장 심각한 문제를 준다는 것을 미국측에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이번 미국의 법안통과에 대하여 상호호혜의 일환으로 우리도 같은 법안으로 맞서서 미국의 국내 진입을 제도적으로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수출을 기반으로 하는 우리의 입장에서 큰 자동차 시장인 미국과 정면 대결은 피해를 더욱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냉정하게 대처해야 한다. 다만 미국과 같은 자국 중심의 보조금 정책을 참조하고 해외 수입차에 혜택이 크게 간 보조금 정책을 고민하여 우리 중심으로 바꾸는 노력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전제조건에는 FTA 기조가 흔들리지 않고 국제 관례를 어기지 않는 잘 만들어진 제도적 고민이 더욱 중요하다. 미국과 같은 노골적인 편협된 법안은 절대로 안된다는 뜻이다. 이번 사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것도 뼈아프다. 일본 등과 달리 공식적인 로비스트가 없다 보니 미국 정가의 내부적인 정보 입수나 조치가 없어서 지금과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사태로 전기차에서 우리보다 약 2~3년 뒤진 일본이 격차를 좁힐 기회를 얻게 됐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번 법안 이전에 진행되었던 ‘더 나은 재건(BBB)’ 법안은 미국 내의 자동차 제작사의 노조가 없으면 보조금을 주지 않는다는 법안으로 바이든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진행된 법안이었으나 현재 이 법안은 없어지고 축소된 이번 IRA라는 법안이 등장한 것이다. 일본 등의 경우 미국 토요타 공장 등에 노조가 없어 불이익을 받을 우려가 컸었는데 로비를 통하여 BBB 법안의 무효화에 성공한 것이다. 결국 이번 법안의 최대 피해자는 대한민국이고 구체적으로 현대차그룹이 되고 말았다. 정부의 책임이 가장 크지만 지금이라도 정부를 중심으로 민관이 최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바로 잡아야 한다. 동시에 현대차 그룹도 미국 내에서의 전기차 생산 확대에 적극 나서야 한다, 노조의 발목잡기가 없어야 함은 당연하다. 앞으로 더욱 심각한 규제로 인한 글로벌 시장의 악재가 등장할 가능성이 큰 만큼 더욱 만반의 준비가 요구된다. 무엇보다 이번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틀을 바꾸는 노력이 가장 시급하다.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EE칼럼] 열요금 규제, 전력과 분리해야

열요금 인상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4월 천연가스 가격인상을 반영하여 열요금이 오른데 이어 7월에 열요금이 9.81% 인상되었고 10월에도 7.18%의 추가 인상이 있을 예정이다. 열요금의 연이은 인상은 그동안 집단에너지 사업이 겪었던 재무적 어려움을 다소 덜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집단에너지 사업자 중 가장 가격 경쟁력이 높은 한국지역난방공사(한난)는 지난 1분기에 1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고 2분기에도 실적 악화가 이어져 올 상반기 2200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했다. 상반기 2천억원이 넘는 적자는 한난 설립 후 처음이다.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한난이 이럴진대 나머지 중소 집단에너지 사업자의 형편은 말할 필요도 없다. 집단에너지사업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80% 가까이 줄어들었고 아직 회계가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2분기 및 3분기도 주 연료인 국제 LNG 가격의 인상으로 적자 폭이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이 천연가스 공급 위기에 내몰리면서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급증하고 LNG 현물가격이 증가함에 따라 LNG를 연료로 쓰는 집단에너지 사업은 심각한 경영위기를 겪고 있다.올 상반기에 한난이 기록한 영업적자의 94%가 열부문에서 발생했다. 지역난방사업은 대부분 열과 전기를 함께 생산하는 열병합발전소를 운영하므로 수익은 열과 전기로 이루어진다. 이 중 전기는 전력거래소를 통하여 한전에 판매하는데 올 상반기에는 전력수요가 꾸준히 증가하여 열병합발전소도 가동률이 개선되었고 판매단가도 kWh당 89.6원에서 184.3원으로 증가하여 전력판매 매출액은 대폭 늘었다. 그러나 이 같은 전력부문에서의 전력판매 수익금 증가는 열요금에 대한 경직적 규제로 이어진다. 정부가 공기업인 한난의 열부문과 전력부문에서의 수익을 모두 합하여 이를 규제대상으로 삼기 때문이다. 즉, 두 사업의 결합이윤(joint profit)이 적정 이상이 되지 않도록 규제하는 것이다. 전력부문에서의 수익이 좋으므로 열부문에서는 이윤이 마이너스가 될 정도로 열요금을 규제하고 낮추는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규제된 한난의 열요금 수준이 다른 집단에너지 사업자에 대한 열요금 규제의 표준이 된다는 점이다. 즉, 다른 집단에너지 사업자의 열요금은 한난 열요금의 110%를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제되고 있다. 한난에 대한 결합이윤 규제가 열요금을 낮추었고 이는 다른 집단에너지 사업자의 열요금도 묶어버려 지역난방사업 전체의 수익성이 훼손되는 것이다. 한난에 대한 수익규제가 열요금을 지나치게 낮게 규제하는 셈이다. 한난을 표준으로 한 일종의 잣대경쟁(yard stick competition)이 다른 집단에너지 사업자에 대한 과도한 열요금 규제로 파급되고 있는 것이다.열요금은 열사업의 기준으로만 규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난이 전력사업을 잘하여 수익을 남겼다고 해서 열요금을 내려야 한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안된다. 전력은 전력이고 열은 열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부문에서 수익이 크다고 해서 TV값을 깎아줘야 하는 것은 아닌 것처럼 말이다. 한 가지 방법은 한난을 열부문과 전력부문으로 회계분리하고 두 사업부문이 시장거래 방식으로 값을 치르도록 하는 것이다. 일례로 열병합발전 설비를 전력부문으로 이관하고 전력부문은 열부문에 열 도매요금을 사전에 정해진 방식으로 부과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물론 전력부문의 수익성이 좋다고 해서 열 도매요금을 깎아줄 필요는 없다. 우리나라 집단에너지 산업에는 한난만 참여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여러 민간 사업자가 다양한 방식으로 열과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공기업에 대한 수익규제를 네트워크 사업에 대한 자연독점적 원가규제와 혼용할 필요는 없다. 이미 발전부문은 경쟁이 도입되었고 경쟁력 있는 발전사업자는 높은 수익도 올릴 수 있다. 이런 마당에 한난이 버는 전력부문의 판매수익을 열요금 억제로 상쇄할 필요가 있겠는가.조성봉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기자의 눈] 은행 예대금리차 공시의 한계

지난달 22일부터 시작된 은행 예대금리차 매달 공시 의무화 제도에 대해 금융당국이 보완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대금리차 공시에 서민금융상품인 햇살론의 높은 금리가 적용돼 이 상품을 많이 취급할 수록 예대금리차가 벌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평균 대출금리와 평균 저축성 수신금리를 활용해 생기는 평균의 함정도 문제로 꼽힌다.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적용하는 중저신용자 대상의 중금리 대출을 많이 취급할 수록 은행의 예대금리차가 커지게 된다. 당국은 신용평가사 기준 신용점수 구간별 대출금리와 예대금리차를 함께 공시하도록 했다는 입장이지만, 공시 화면에서 직관적으로 보이는 것은 평균 예대금리차와 평균 가계예대금리차다. 이에 따라 은행들이 예대금리차를 줄이기 위해 서민금융상품이나 중저신용자 대상 상품을 기피하고 대출 금리가 낮은 고소득·고신용자 위주의 대출을 선호하는 현상이 생길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예대금리차 공시는 윤석열 대통령이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대선 후보 때부터 내세웠던 공약이다. 예대금리차 공시가 금융소비자들이 은행별 예대금리차를 한눈에 확인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은행을 잘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는 목적이지만 지금의 모습은 그 목적이 변질된 것 같아 아쉬운 부분이 있다. 은행이 과도한 이자장사를 한다는 명분으로 은행을 비난하기 위한 수단으로 비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이 이자장사를 통해 돈을 벌어들이는 것은 사실인데 잘못된 방식으로 돈을 벌어들이고 있는 것처럼 몰아가는 것이 억울하다는 은행권 반응도 나온다.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있다. 은행마다 적용하는 대출 금리는 공시되는 신용평가사의 신용점수 기준이 아닌, 은행이 자체 평가한 신용등급과 그동안의 이용 실적 등에 따른 우대 항목 등을 적용해 정해지기 때문이다. 또 평균 대출, 수신금리와 예대금리차를 비교해보면 은행의 금리 수준이 예대금리차 수준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NH농협은행의 경우 7월 평균 가계예대금리차는 1.4%포인트로 5대 은행 중에서도 높은 편에 속하는데, 평균 가계대출 금리는 3.94%로 유일하게 3%대로 낮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평균 가계대출 금리는 4%대다. 예대금리차 공시 시작으로 은행권의 줄세우기가 고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진다. 예대금리차 1등, 2등, 꼴지 은행까지 등수를 매겨 공개적으로 알려지자, 은행들은 등수 비난을 피하는 것에 급급해지고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은행별 상품 특징도 다르고 대출금리도 천차만별이지만 예대금리차 하나로 모든 게 집중되는 분위기다. 예대금리차 공시 이후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 공시도 시작되며 은행들은 등수 경쟁에 매몰되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다. 경쟁을 통해 금융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한다는 취지는 바람직하더라도 정부 개입에 따른 은행권 줄세우기가 지속되면 관치금융이란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dsk@ekn.kr

[기자의 눈] 정치와 씨름하는 금융사...누가 이들을 흔드나

제20대 대선이 끝난 지 6개월이 지난 현재, 금융사들은 아직도 보이지 않는 정치적 논리와 다투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달 처음으로 시작된 예대금리차 공시, 금리인하요구권 공시가 대표적이다. 이 중 예대금리차 공시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주요 공약 중 하나였다. 금리 인상으로 소비자의 금융 부담이 가중된 가운데 평균 대출금리에서 저축성 수신금리를 뺀 값인 ‘예대금리차’를 투명하게 공시해 은행들의 과도한 이자장사를 막겠다는 취지다. 은행, 카드, 보험, 저축은행 등 각 업권별로 금리인하요구권 현황을 공개하도록 한 것도 금융사 간에 금리인하요구권 경쟁을 촉진해 소비자들의 이자 부담을 줄이는 것이 목적이다. 세부적인 항목은 차치하고서라도 예대금리차가 높고, 금리인하요구권 수용 건수 및 감면액이 낮은 금융사들은 지나치게 탐욕을 부린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것이다.은행에 대한 비판적 시각은, 특정 누군가에게는 정치의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한다. 오는 18일 총파업을 앞둔 전국금융산업노조가 대표적이다. 금융노조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 과정에서 임금 6.1% 인상, 주 36시간 4.5일제 실시 등 근로시간 단축, 정년 연장 및 임금피크제 개선 등을 요구했지만, 사용자 측 단체인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는 이러한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양 측은 일주일에 1~2차례 실무교섭을 진행 중이나, 아직까지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 상태라면 오는 16일 금융노조는 전면파업(총파업)이 불가피하다. 이 중 2019~2021년 임금 인상 폭이 2.4%에 그쳤던 만큼 올해는 물가상승률을 임금 인상에 반영해달라는 노조 측의 주장은, 국민적 공감대라는 보이지 않는 원칙에 막혀 좀처럼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사측이 노조와의 협상에서 조금 더 우위에 설 수 있는 것은, 은행원을 바라보는 비판적인 시각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고액 연봉을 받는 은행원들이, 임금 인상은 물론 근무 시간 단축까지 요구한다는 일부의 비판적 시각을, 사측 입장에서는 교묘하게 ‘협상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최근 종영한 한 드라마에서는 "이 세상 모든 것은 다 정치적이야"라는 대사가 나온다. 이 세상 모든 것까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2022년 대한민국의 금융 산업은, 누군가의 정치적 셈법 속에서 성장통 아닌 성장통을 겪고 있는 듯하다. 10월 국정감사가 다가올 수록 금융을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누군가의 속내는 더욱 노골화될 것이 분명하다. 물론 정치적 논리에 따라 시행되는 제도가 금융소비자의 편의성 제고와 직결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정치적 셈법이 무조건 나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어느 상황에서건 금융에서 파생된 정치적 논리가 ‘금융소비자 보호, 소비자 편의성 제고, 대한민국 금융 산업 발전’이라는 큰 원칙보다 앞서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곧 당국, 금융사, 금융업 종사자, 금융소비자가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고 이해해야 하는 이유다.

[이슈&인사이트] 금리상승기 한계기업 대책 시급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의 최근 ‘매파발언’은 금리 상승에 대한 불안을 증폭시켰다. 그는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잭슨홀 회의 연설에서 "당분간 제약적 통화정책을 유지하고 조기 정책 완화는 없다"며 지속적인 큰 폭의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지난 6월 41년만에 최대폭인 9.1%를 기록한 후 7월에는 8.5%로 다소 둔화되자 시장에서는 연준의 금리상승폭이 다소 낮아질 것이 아닌가 예상했었다. 그러나 파월의장의 발언은 이달 미 연준 공개시장조작회의에서 다시 0.75% 포인트 금리를 인상하는 자이언트스텝을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파월의장의 발언이 알려진 날 뉴욕증시에서도 3대 지수가 모두 3%대의 낙폭을 보이며 추락했다. 아시아증시와 외환시장도 일제히 약세를 기록했다. 국내 금융시장도 요동쳤다. 원/달러 환율은 1350원대로 치솟았다. 주가도 급락세를 면치 못했다. 코스피는 54.14포인트(2.18%) 하락한 2426.89로 마감했다. 이런 가운데 연준이 9월에 0.75%포인트 금리를 인상하고 12월 금년 마지막 공개시장조작회의에서도 큰 폭의 금리인상을 단행하면 현재 2.5%(상단기준)인 연방기금금리는 연말에 3.75~4.0%까지 올라간다는 의미다. 현재 한은의 기준금리가 2.5%인데 10월과 11월 두 번 남은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를 0.25%포인트씩 올리면 연말에 3.0%가 되고, 0.5%포인트씩 올리면 3.5%가 되어 어떤 경우에도 한국의 기준금리가 미국의 연방기금금리보다 낮게 된다. 이에 따라 달러강세가 이어지면서 연말에 원/달러 환율이 1400원에 도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코스피도 2000대 초반까지 하락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외국인투자자금 유출 우려도 커질 전망이다.국내 경제여건이 이처럼 사면초가인 가운데 외국인투자자금 유출 우려로 한은이 금리를 큰 폭으로 올릴 경우 한계기업의 부실이 가파르게 심화될 우려가 크다. 산은 KDB미래전략연구소이 발표한 ‘한계기업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는 우리나라 기업의 재무상황이 이미 얼마나 악화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한계기업은 4478개사로 2016년 2165개사 대비 5년 만에 무려 106%나 급증했다. 같은 기간 한계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11.6%에서 18.3%로 6.7%포인트 급등했다. 한계기업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이자보상배율이 3년 연속 1 미만인 기업이다. 더욱 심각한 점은 5년 이상 한계기업 신세를 면치 못한 사실상의 ‘좀비기업’도 총 1762개사(7.19%)에 이르고 있다는 점이다전임 문재인 정부의 정책 오류에 코로나까지 덮치면서 초래된 결과임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급격한 최저임금인상과 경직적인 주 52시간제도 도입 등 무리한 소득주도성장정책에다 전세계가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해 법인세를 내리는 가운데서도 독단적인 법인세 인상으로 기업들의 어려움은 가중되었다. 옥상옥으로 각종 반기업악법과 규제는 끊임없이 도입되고, 강성노조가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불법 집단행위를 일삼아 오고 있는 가운데서도 해고자 실업자의 사업장점거파업 허용 등 갈수록 강화되는 친노조정책 등으로 기업들의 경쟁력은 이미 코로나 이전부터 무너지기 시작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기업의 부채도 천정부지로 늘어나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금년 1분기 말 기업신용이 2685조원으로 GDP의 130%에 이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오랫동안 0.5%를 유지해 오던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3% 넘게 급등하면 기업의 무더기 도산이 잇따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자도 감당 못하는 기업의 부도가 확산될 수 밖에 없다.이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고정금리 정책대출상품’ ‘자영업자·소상공인 대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정도로 문제가 해소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잘못하면 좀비기업까지 살리려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우려도 있다. 선제적 사업 재편, 채무재조정 등 출구전략을 신속하게 적기에 추진해야 할 시점이다. 신속한 적기 기업구조조정이 되지 않을 경우에는 기업부실 증가가 은행부실을 가져오고 심할 경우 공적자금투입 등 국민세금이 소요된다. 신속한 적기 기업구조조정으로 국민경제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위기극복을 위한 비상한 각오와 대책이 절실한 시점이다.오정근 자유시장연구원장/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

[EE칼럼] 美

미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시행에 따른 충격파가 이어지고 있다. 미 연방의회를 통과한 이 법안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서명함으로써 정식 발효됐다. 이 법은 향후 10년간(2022~2031년) 재정 적자를 약 3000억달러 삭감함으로써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주요 내용을 보면 대기업에 대한 법인세 최저세율 15% 도입, 전기차 등 친환경차 구입에 대한 세액공제, 재생에너지 투자촉진 세액공제, 2025년까지 의료보험 보조 3년 연장, 기업의 자사주 매입 시 1% 과세 등이다. 이들 조치로 재정적자를 7370억달러 줄인 뒤 이를 기초로 에너지안전보장 및 기후변화 분야 세액 공제와 보조금 등에 3690억달러를 투입한다. 재정적자를 줄이는 것은 국가의 총수요를 줄임으로써 물가를 안정시키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또한 보조금 지급은 제품의 소비자 가격을 낮추고 생산자 잉여를 높임으로써 국가 전체의 후생을 높이는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 재생에너지 투자촉진 세액공제는 재생에너지 산업 활성화와 탄소중립 실현에 기여할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 민주당은 이 법에 따라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이 2005년보다 40%가량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법이 없을 경우의 25~30% 감소에 비해 감소폭이 커지는 것이다. 이 법안과 관련해 국제적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은 미국 정부가 자국내에서 최종 조립되지 않은 제품을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일방주의적 조치를 취했다는 점이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전기차의 경우 우리나라 현대·기아차는 미국내 생산라인이 없기 때문에 보조금(중고차 4000달러, 신차 7500달러)을 받을 수 없게 됐다. 이는 한미자유무역협정(FTA)에 규정된 내국민대우 원칙에도 위배되는 것으로 철저한 자국 우선주의 조치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차별적인 전기차 보조금 정책은 우려를 키우고 있는 것과 달리 미국의 전례없는 대규모 기후변화 대책 지원은 미국 기업 뿐 아니라 우리나라 기업을 포함한 많은 외국 기업에 큰 사업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는 점에서 기대가 높아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번 법안의 최대 투자 대상은 클린 전력이다. 지원 총액의 40% 이상(1603억달러)이 클린 전력에 대한 세액 공제다.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와 기존에 설비가 구축된 원자력 발전에 대해 2024년부터 2032년까지 세액공제가 적용된다. 탄소포집·저장(CCS)에 대해서는 2032년까지 건설 개시한 시설에 대해 기존의 세액공제를 확대한다. 화력발전소와 함께 소재 산업의 공장에서 CCS를 도입하거나 탄소의 직접공기포집(DAC)을 하는 경우도 포함된다. 2025년 이후에는 기존의 발전기술별 세액공제에서 배출 제로의 경우 모든 발전기술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중립적인 세액공제로 서서히 이행해 나간다. 클린전력 도입을 뒷받침하는 제조업에 대한 지원도 포함된다. 태양광 패널이나 풍력 터빈, 배터리 등의 생산이나 리튬 등 중요한 광물의 재활용이나 처리에 세액 공제를 인정해 10년간 306억달러를 배정한다.클린수소에 대해서도 생애주기 전체에서 탄소 배출량에 따른 세액공제가 부여된다(10년간 132억달러). 재생에너지나 원자력 전기로 물을 전기분해하는 시설의 경우 발전과 수소 모두에 세액공제가 적용되지만 천연가스 개질과 CCS를 조합할 때는 어느 한쪽 공제만 받을 수 있다.이상과 같은 미국의 대규모 기후변화 대책 지원은 우리 기업의 대미진출 확대에 촉매제로 작용할 것으로 여겨진다. 태양광, 풍력, 원자력 발전 등 클린 전력 분야에서 미국 수출이나 현지생산 기회가 확대될 여건이 마련됐으므로 우리 기업은 이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미국 혹은 제3국 기업과의 기술협력이나 자본제휴 등도 가능할 것이다. 최근 가속화되고 있는 미국 중심의 세계 공급망 재편 조류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 다만 향후 클린 전력 관련 제품에 대해서도 친환경차처럼 원산지 기준에 따라 세제혜택을 차별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에 대해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한다. 이번 법안에 클린에너지 설비가 국산화율의 요건을 충족할 경우 공제가 추가되는 내용이 이미 포함돼 있어 외국에서 생산된 제품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제품수출과 함께 대미 직접투자 등 현지화 전략도 적절히 병행 추진해 불이익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세계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고자 하는 미국의 전략이 강화되고 있는 만큼 과도하게 높은 대 중국 소재·부품 조달 비율을 점차 낮춰나가는 노력도 필요하다.온기운 에교협 공동대표

[데스크 칼럼] 尹대통령 믿을맨 당내 ‘윤핵관’ 뿐인가

국민의힘 내 최근 돌아가는 사정을 보면 그 당이 주요 선거에서 3연승을 한 집권 정당인가 싶다. 추악한 권력투쟁의 진수를 보여주는 듯 해서다. 집권당으로서 국정 운영의 주도권을 잡기는커녕 오히려 훼방꾼 역할을 하는 데 작정하고 나선 것 같다. 경제 복합위기가 태풍으로 다가오고 있다. 지난 2년 간 코로나와 싸우느라 지쳐 민생도 가뜩이나 어렵다. 위기극복 해법과 민생안정 대책을 내놓고 국민을 안심시킬 수 있는 정기국회도 시작됐다.집권당이 이런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대표와 대통령 측근들이 뒤엉켜 듣고 보기 민망한 언동들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홍준표 대구시장의 말마따나 정말 ‘구질구질’하다. 국민 실망감, 안타까움을 넘어 불편감을 준다. 아니 화나게 한다는 게 맞는 표현 같다. 국민의힘 내분이 표면화한 직접적인 계기는 지난 7월 8일 이준석 당 대표에 대한 당 윤리위원회의 ‘당원권 정지 6개월’ 중징계였다. 이 징계는 사실상 대표직 수행을 어렵게 하는 것이다. 징계 사유도 ‘성 상납 증거인멸교사’ 의혹에 따른 품위 유지 의무 위반이다. 성 관련 의혹으로 정치인 생명에 치명적인 도덕성을 건드린 것이다. 당은 더 나아가 그로부터 불과 한 달 여 만인 지난달 9일 이준석 대표의 대표직까지 박탈했다. 국민의 공감은 물론 당내에서도 납득하기 어려운 ‘비상상황’을 이유로 ‘주호영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킨 것이다. 이를 두고 윤석열 대통령 ‘친위 쿠데타’란 얘기까지 흘러나왔다. 윤 대통령의 ‘내부총질’ 문자 공개와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관계자) 권성동 원내대표의 주호영 비대위 출범 주도가 이 쿠데타설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내부총질’ 문자는 당 윤리위의 중징계 결정으로부터 약 보름여만인 7월 26일 윤 대통령이 권 원내대표에 보낸 것이었다. 누가 봐도 이준석 대표를 겨냥한 것으로 읽혔다. 비대위 출범도 당내 서열 2위인 원내대표가 1위인 당대표를 몰아내는 것으로 비춰졌다. 그렇잖아도 30대 나이의 젊은 이 대표에 대해 당내 일각에서 ‘대표 대장놀이’ 한다며 못마땅해 하는 기류가 있었다. 사정이 이쯤 되니 뭔가 시나리오에 의해 ‘이준석 죽이기’ 프로젝트가 진행됐다고 밖에 볼 수 없는 것이다. 이준석 대표는 당연히 이런 시중 여론을 모를 리 없다. 곧바로 반격이 시작됐다. ‘개고기’, ‘양두구육’ 등 거친 말로 윤 대통령과 윤핵관을 비판했다. 현 정권을 신군부에 비유하기도 했다. 급기야 윤 대통령이 뒤에서 자신한테 "이 새끼 저 새끼 했다"며 사적인 대화내용까지 깠다. 이 대표의 이런 처신은 사실 여부를 떠나 비호감에 지지율까지 낮은 대통령 이미지에 타격을 줬다. 윤핵관은 이 대표가 만든 일종의 프레임이다. 이 프레임은 이 대표가 당초 의도했든 안 했든 먹혀 든 것 같다. 본인도 상처를 입었다. 윤핵관 좌표 찍기에 본인도 타격을 받은 것이다. 당 민주화나 개혁을 외쳤지만 당에 칼 꽂은 당 대표란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못했다.이 대표의 대응은 어이없고 분한 마음에 벼랑 끝에서 나온 것일 수 있다. 하지만 막 나간 것이다. 정치엔 금도가 있고 당 대표라면 절제가 필요한데 이 대표는 그렇지 않았다. 정치로 풀 수 있는 사안에 사법 대응한 게 옳다고 볼 수 없지만 법정으로 끌고 갔으면 자중하고 사법적 판단을 기다렸어야 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지 않고 윤 대통령과 윤핵관을 자극, 건너 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 자꾸 과도하게 흥분한 것처럼 보여졌고 상식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처신을 한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새삼스럽게 정당 민주주의도 꺼냈다. 이러니 성 상납 의혹으로 수세에 몰리니 정면돌파를 선택, 국면전환해 의혹을 물타기 하려 했던 것 아니었느냐는 얘기까지 나왔다. 사단이 이렇게 된 것엔 무엇보다 본인의 책임도 적지 않다. 우선 본인으로선 치졸하다고 할지 모르지만 징계 사유에 대한 본인의 해명이 분명치 않다. 지난 대선 때로 돌아가면 그가 정권교체의 공을 세웠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처신으로 윤 대통령과 윤핵관에 찍힌 것도 사실이다. 엄중한 대선 때 그 난리 쳐놓고 무사할 줄 알았다면 그게 이상하다. 대통령 후보일 때와 대통령일 때 신분 자체가 다르다. 똑같이 봤다면 착각이었거나 순진하다. 대선 때 몽리가 천하를 얻은 대통령에게도 통할 리 없다. 되돌아보면 대선 때 윤 대통령이나 윤핵관엔 이 대표가 아무리 옳은 말을 해도 응석 또는 어리광 피우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던 것 같다. 사실 직접적인 징계 사유보다는 대선 때 괘씸 죄가 더 컸다. 정치판은 그리 만만치 않다. 온갖 권모술수가 판치는 세상이다. 내 편 네 편 나눠 줄 세우기하며 반대편에 보복·응징하는 곳이다. 이 대표는 아직도 그 걸 몰랐다는 말인가. 그런데도 법원은 이 대표의 손을 들어줬다. 국민의힘과 주호영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법원에 낸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일부 받아들여졌다. 주 위원장의 직무 집행정지가 결정됐다. 절차 자체는 정당했을지 모르지만 결론을 정해놓고 형식만 갖춘 것에 법원이 제동을 건 것이다. 윤핵관 등이 ‘비상상황’을 자의적으로 만들어 당 지도체제를 와해한 것은 잘못이라고 봤다. 이에 이 대표는 대표직을 되찾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6개월 징계 기간 종료 후 복귀, 당 대표 직무 수행 가능성도 열렸다. 하지만 권 원내대표 중심 세력은 순순히 물러나지 않았다. 새 비대위를 꾸리기로 했다. 당원권 정지 6개월 뒤 이 대표의 직무 복귀도 끝까지 막겠다는 것이다. 앓던 이 빼내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드러냈다.결국 윤핵관의 힘은 앞으로 다소 약화하더라도 계속될 것 같다. 이 대표를 물러나게 하고 당권을 쥐면 대리인을 세우는 모양새를 갖출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벌써 그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윤핵관 중 핵심으로 꼽혔고 윤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을 지냈던 장제원 의원은 백의종군하겠다고 했다. 권 원내대표의 2선 후퇴도 불가피해 보인다. 그는 이미 새 비대위 출범 후 거취를 정하기로 했다. 대통령실 인적 개편을 통해 윤핵관과 가까운 인사들도 밀려나고 있다. 그러나 윤 대통령으로선 이제 와서 윤핵관까지 완전히 내치기 쉽잖아 보인다. 당내 권력싸움으로 윤 대통령의 정치력 밑천이 다 드러났다. 윤 대통령은 선이 굵고 포용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윤 대통령이 요즘 소인배로 평가받고 있다. 이준석 대표는 물론 안철수·최재형 의원, 유승민 전 의원 등도 제대로 품지 못했다. 오래 전부터 오빠오빠 따랐다는 나경원 전 의원조차 윤 대통령과 서먹한 사이로 바뀐 것 같다. 윤핵관 말고 당내에 ‘믿을 맨’이 많지 않아 보인다. 국정은 대통령이 대통령실과 정부 만 움직여 운영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집권당의 뒷받침 없이는 국정을 제대로 이끌 수 없다. 조강지처 내치고 잘 된 집안 본 적 없다. 윤 대통령은 당내 갈등을 조기 수습할 수 있도록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정치 책사라도 둬라. 이준석 대표든, 윤핵관이든 똘똘 뭉쳐 국정운영에 힘을 보태도 아쉬운 판이다. "정치인의 정치적 발언을 제대로 챙길 기회가 없다", "당무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등의 표현은 정직하지 못하다. 딴청 부리는 것이다. ‘내부총질’ 문자할 정도면 당내 돌아가는 사정을 훤히 안다는 것 아닌가. 윤 대통령은 "대통령이 바뀌었다고 정권교체된 것 아니다"는 나경원 전 의원의 진단을 곱씹어봐야 한다. 윤 대통령의 겸손과 절제, 진정성과 포용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구동본

[EE칼럼] 에너지안보 강화할 호시절 허송한 ‘탄소중립법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이 국회를 통과한 것이 지난해 8월 31일이다. 법 제정이후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는 동안 세상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탄소중립이라는 구호보다는 에너지위기라는 절실함이 처절하게 다가오는 세상으로 변한 것이다. 단 1년이라는 시간도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우리는 탄소중립법안을 둘러싼 갈등과 반목으로 지금까지 논란을 힘들게 이어가고 있다. 무의미한 논쟁의 시간에 대한 허무함과 동시에 그간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대비해야 하기 위해서는 법제화 이전인 2020년부터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2020년 10월 28일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2050년까지 탄소배출을 ‘넷제로’로 만들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전 세계 만방에 선포한 것이다. 이 엄청난 선언을 준비하기 위하여 2020년 내내 무슨 일이 있었을까. 2020년은 제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제 14차 장기천연가스수급계획을 세워야 하는 해였다. 이미 2019년 제 3차 에너지기본계획법을 통해 탄소중립이라는 큰 그림을 그려놓고, 2020년에는 이를 구체적으로 뒷받침할 전력수급의 중장기 계획과 여기서 정해진 전력공급을 위한 천연가스 장기계획을 세워야 하는 시점이었다. 그런데 국가 에너지 장기계획을 세워야 했던 2020년 초반부터 코로나 사태가 전 세계를 강타하기 시작했다. 전 세계적인 록다운과 이동금지로 인해서 극심한 글로벌 수요감소가 나타났고 모든 국가가 경제공황상태에 빠져 들었다. 심지어 4월 20일에 유가가 배럴당 37.64달러까지 추락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경험했다. 이후 영국 천연가스 NBP는 100만 BTU당 0.99달러까지 떨어지며 1∼ 2 달러 짜리가 널려 있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심지어 미국 셰일업체들도 버티지 못하고 다수가 파산하는 등 바이어가 협상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시절이었다. 맘만 먹으며 얼마든지 유리한 협상조건과 낮은 가격으로 천연가스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고, 20년간 천연가스를 안전하고 저렴하게 공급받을 절호의 기회였으며 국가적으로 너무나도 중요한 결정을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2020년을 탄소중립만 만지작거리면서 장기계약이나 해외자산매입 등에 완전히 손을 놓고 허송하며 좋은 시절을 보내버리고 말았다. 2년도 채 안돼 천연가스 공급부족을 경험하면서 원유, 천연가스, 석탄까지 가격이 폭등하고 인플레이션 위기에 직면해 벌벌 떨게 될 상황을 아무도 대비하지 않았다. 이제 추운 겨울이 오면 더 큰 경제위기가 닥쳐올 것을 두려워해야 한다. 2020년 그 좋았던 시절에 우리는 대통령의 무리한 탄소중립 선언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모든 공무원과 공공기관을 동원하여 정책을 내기에 바빴고, 탄소중립위원회는 재생에너지 확대 일변도로 모든 국가 계획을 변경하려고 압박하였다. 결국 에너지 안보는 고려하지 않고 탄소중립에 맞추기 위하여 전력수급계획은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70%까지 확대하는 무모하고 현실성이 전혀 없는 계획만 세우다가 시간을 다 허비하였다.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국가의 모든 명운을 걸어버린 것이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이 나와야 그에 맞춰 천연가스 장기공급계획이 마련되기 때문에 천연가스 계약을 해야 할 시점에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허송세월하고 말았다. 2020년 내내 천연가스 장기계약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필자는 탄소중립 계획만 세우고 현실을 무시하는 지 이해할 길이 없었다. 화석연료를 당장 안 쓸 수도 없는 상황에서 가격이 껌값이 됐는데 이렇게 좋은 기회를 놓치고 있는 현실이 정말 안타까웠다. 국내 도입 장기계약 물량이 종료되는 시점이 도래하는 데 이 좋은 시절에 대체 물량을 찾아서 장기계약을 하면 유리할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물론 당시에는 전쟁이 일어날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지만, 탄소중립의 현실성을 조금만 생각해 보면 좌초자산 우려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강화로 화석연료 투자 감소로 곧이어 화석연료 가격 폭등을 예상할 수 있었고, 재생에너지 자원의 투자 증가가 결국 광물자원 부족으로 상승할 수밖에 없음을 예상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화석연료 수요는 여전히 넘치고, 재생으로 대체하는 데는 천문학적 기술 투자와 엄청난 상용화까지 시간이 필요한데 이러한 일은 쉽게 해결이 안될 것이기 때문이다. 탄소중립 법제화 1년이 지난 시점에서 2020년을 돌이켜보니 너무나도 안타깝고 허탈해지는 기분을 지울 수 없다. 유가가 마이너스였고, 천연가스는 헐값이었던 시절을 기억하자니 현재 현실로 닥쳐오는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과 에너지 요금 폭등으로 인한 처절한 생존의 몸부림이 이제 곧 우리의 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니 두려움이 엄습한다. 미래는 한 치 앞도 예상하기 어렵지만 변화에 대한 과감함으로 포장된 개혁은 가끔은 현실의 제약을 무시하게 되고 대비할 수 없는 저소득층과 저개발국에게 더 큰 피해를 주게 되는 것을 자주 목격한다. 그들은 변화를 대비할 수 없으며 결국 파산으로 이어질 운명에 처해 있다. 대한민국도 그런 처지가 되지 않으려면 이제라도 정신을 차리고 친환경은 수단이지 목표가 아님을 되새기며 2020년을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조홍종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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