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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인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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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단, 끝없는 내전의 나라 [곽인찬의 뉴스가 궁금해?]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4.25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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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 공항에 수단에서 철수한 우리 교민이 도착해 수송기에서 내리고 있다. [사우디 국영 알아라비야 방송 캡처]=연합뉴스


아프리카 수단에 있던 우리 교민 28명이 무사히 탈출했다. 24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 공항에 도착했다. 천만다행이다. 수단에선 군벌 간 전투가 한창이다. 이들은 누구이며 왜 싸울까? 앞으로 전망은? 수단과 한국은 어떤 관계인가?


◇ 누가 왜 싸우나


압델 파타 부르한 장군이 이끄는 정부군과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 장군이 이끄는 신속지원군(RSF·Rapid Support Forces)이 싸우고 있다. 부르한과 다갈로는 2년 전 쿠데타 동지다. 하지만 지금은 권력을 두고 한치 양보 없이 싸우고 있다.

신속지원군, 곧 RSF는 준군사조직이다. 말이 준(準) 군사조직이지 군대나 마찬가지다. RSF는 잔자위드(Janjaweed)라는 민병대가 모체다. 잔자위드는 2000년대 초반 수단 내전에서 악명을 떨쳤다. 이때 수단 서쪽 다르푸르(Darfur)에서 수십만명이 목숨을 잃는 인종학살 범죄가 저질러졌다. 당시 수단 내전은 2011년 수단에서 남수단이 분리 독립하는 계기가 됐다.


◇ 수단의 슬픈 역사


역사적으로 수단은 늘 이웃 강대국 이집트의 영향력 아래 있었다. 제국주의 시대엔 영국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1956년 독립할 당시 수단은 아프리카에서 영토가 가장 큰 나라였다. 남수단이 떨어져나간 지금도 영토는 아프리카 3위다. 석유와 희귀자원 등 천연자원도 풍부하다.

그러나 끊임없이 이어지는 쿠데타와 장기독재가 나라를 망쳤다. 2021년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771달러(국제통화기금 추계)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인구는 2022년 기준 약 4800만명이다.

수단 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오마르 알 바시르다. 알 바시르는 1989년 쿠데타를 일으킨 뒤 2019년까지 30년 동안 독재자로 군림했다. 2018년 기름값, 빵값 인상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고, 2019년 알 바시르는 쿠데타로 쫓겨났다. 이후 수단에도 민주화 바람이 부는 듯 했으나 2021년 다시 쿠데타가 일어났고, 지금은 그 쿠데타의 주역들이 서로를 향해 총을 겨누고 있다.


◇ 어떻게 될까


AP통신은 수단 군벌 간 싸움이 쉽게 끝나지 않을 걸로 본다. 주변 국가들의 이해가 뒤엉켜 있기 때문이다. 이집트는 수단 군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집트가 경쟁국 에티오피아를 견제하는 데 수단 군부는 유용한 도구다.

이웃 차드와 남수단은 파장이 국경을 넘을까 전전긍긍한다. 이미 난민들이 걸어서 차드와 남수단, 이집트로 대거 이동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른다.

특히 주목할 나라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다. UAE는 수단과 국경을 접하기는커녕 홍해 건너 아라비아반도 동쪽에 있지만 RSF와 가까운 사이다. AP통신은 RSF가 예멘 후티 반군과 싸우는 UAE와 사우디아라비아에 수천명을 보내 두 나라를 도왔다고 전했다.

25일 대통령실 관계자는 "정보네트워크를 가진 UAE가 아니었으면 육로를 통해서 (수단 교민을) 구출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한다"며 UAE의 역할이 컸다고 강조했다. RSF와 긴밀히 소통하는 UAE가 우리 탈출작전을 측면 지원한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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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현지시간) 오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 공항에 수단에서 철수한 우리 교민을 태운 수송기가 도착하고 있다.[사우디 국영 알아라비야 방송 캡처]=연합뉴스


◇ 한국-수단 관계는


수단이 한국에 알려진 건 이태석 신부(2010년 작고)의 공이 크다. 성직자 겸 의사인 이 신부는 2001~2008년 당시 수단 남부 톤즈에서 봉사했다. 이 신부의 헌신은 2010년 ‘울지마 톤즈’라는 영화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톤즈는 현재 남수단에 속해 있다.

한국과 수단은 1977년에 수교했다. 한국은 1977년, 수단은 1990년에 각각 현지에 대사관을 설치했다. 수출입을 합한 교역액은 1억6600만달러(2021년 무역협회 자료)로 미미하다.

수단은 원래 한국보다 북한과 먼저 수교(1969년)했다. 그러나 지금 북한은 현지 대사관을 폐쇄한 채 에티오피아 대사관이 겸임한다. 수단은 한국에만 대사관을 두고 있다.


◇ 탈출작전 프라미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번 구출작전에서 일본인 몇 명도 같이 수단을 빠져나왔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24일 "한국, UAE를 비롯한 관계국과 유엔의 협력에 감사하다"라며 사의를 표했다. 잘한 일이다. 탈출 러시 속에서 각국은 자국민 외에 외국인이라도 여건이 되면 기꺼이 동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영화 ‘모가디슈’에선 1991년 소말리아 내전 당시 한국 대사관이 북한 대사관 직원들을 도와 함께 탈출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때 이탈리아 대사관의 도움이 컸다.

또 2021년 여름 아프간 수도 카불이 함락될 때 우리 정부는 군 수송기를 급파해 아프간인 391명을 한국으로 데려왔다. 이들은 현지 대사관, 병원 등에서 수년 간 한국 조력자로 일한 이들이다. 이때 작전명이 ‘미라클’이었다.

수단 탈출 작전은 ‘프라미스’로 명명됐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끝까지 지키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약속을 이행하는 차원에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해외 긴급사태 속에서 대통령과 정부, 군이 일사불란하게 펼친 신속 대응 능력에 칭찬을 아낄 이유가 없다.

<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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