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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헌우 산업부 기자 |
‘실패’ 이후 현장 분위기는 예상과 달랐다. 스페이스 X 직원들은 탄식 대신 환호성을 질렀다. 발사 현장 주변에 모인 수천명의 인파도 뜨거운 박수갈채를 보냈다. ‘4분간 성공’에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트위터에 "몇 달 뒤 있을 다음 시험을 위해 많이 배웠다"고 적었다. 머스크가 2002년 했던 말이 뇌리를 스쳤다. "나는 실패할 것을 알지만 스페이스 X를 세웠다."
혹자는 미국 경제 발전의 원동력을 ‘실패’에서 찾는다. 실패를 용인하는 사회 분위기가 더 큰 성공사례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도 4차례 파산 경험이 있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에게 해고됐을 당시를 "인생에서 가장 멋진 일"이라고 회상했다.
우리나라는 다르다. 실패가 곧 낙인이다. 몸집이 조금만 커져도 신사업 진출에 두려움을 느낀다. 적자라도 났다가는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 숫자로 성과를 증명해야 하는 CEO들은 혁신을 두려워한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속담은 공허하게 들린다.
반도체 분야 한 전문가는 우리나라 기술력이 대만에 뒤진 이유로 "실패를 용인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대만은 정부 차원에서 기술 개발을 독려·지원하며 실패를 유도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우리 정부도 적극적으로 나서자는 게 요지였지만 유독 "많은 대만 반도체 기업들이 실패한다"는 말이 귀에 박혔다.
바야흐로 ‘복합위기’ 시대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는 다양한 형태로 혁신을 도모해야 한다. 정치·경제·기업 모두 변화가 절실하다. 이런 상황에서 살아남으려면 ‘실패할 줄 알아야’한다. 인식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다음달 24일 오후 6시24분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우주로 향한다. 성패를 떠나 우리나라 과학기술이 한층 발전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ye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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