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기자의 눈] 통계 기본원칙 간과한 태양광 실태조사 결과

지역마다 청년의 평균 연봉을 조사한다고 하자.서울시에서 만 19세부터 39세까지 연봉을 조사한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부산에서는 만 19세부터 29세까지만 연봉을 조사했다. 연령대가 높을수록 연봉도 높을 가능성이 크다. 이 결과를 토대로 서울시의 청년 평균 연봉이 부산보다 높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통계에서 표본을 통일하는 게 기본인 이유다 최근 국무조정실이 태양광을 주 대상으로 한 신재생에너지 금융지원사업 위법·부적정 대출 적발 조사에서 통계를 통일하지 않는 일이 일어났다. 국조실은 조사항목 3개에 12개 지방자치단체를 4개씩 쪼개 표본을 만들었다. 각 조사항목에서 조사한 지자체가 다르다는 의미다. 한 항목에서는 서울시를 조사하고 다른 항목에서는 부산시를 조사한 것과 같다. 조사항목 1개는 한국에너지공단 전수조사 표본으로 삼았다. 이 4개 항목에 나온 적발 내용을 모두 합쳐 12개 지자체 표본을 조사한 것처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관련 사업은 문재인 정부 때부터 부실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문 정부 때는 조용히 넘어가던 것을 윤석열 정부에서 본격 조사하겠다고 나섰다. 인제야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제대로 자리를 잡을 수 있겠다는 기대도 나왔다. 실제로 한국에너지공단 전수조사한 것만 해도 전체 6509건 중 17%인 1129건에서 불법 사례가 적발됐다. 이 수치만 해도 국내 신재생에너지 사업에서 위법 행위가 상당하다는 게 드러났다. 하지만 국조실은 여기서 표본을 통일하지 않은 채 3개 항목을 추가했다. 차라리 표본을 축소시켜 통일하거나 시간을 더 들여서라도 발표를 했으면 어떨까 싶다. 아니면 에너지공단 전수조사 적발 건만 발표할 수도 있었다. 결국 정치 공방으로 이어졌다. 야당 의원인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재생에너지 업계는 적발 실적을 4.6배 부풀렸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 적발 실적 을 4.6배 부풀린 것도 사실보다는 주장에 가깝다.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사업을 포함한 표본조사만으로 적발된 총 금액은 1170억원이다. 전수조사가 포함된 총 금액은 2616억원으로 2.2배 부풀렸다고 볼 수 있다. 국조실은 보도자료 제목에서도 총 2616억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4.6배는 신재생에너지 금융지원사업 부분인 401억원과 1847억원을 따졌을 때 그렇다. 신재생에너지 사업 감찰과 조사는 본격화될 계획이다. 통계를 명확하게 발표하지 않으면 에너지 분야가 사실을 바탕으로 한 분석이 아니라 정치 논란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 wonhee4544@ekn.kr이원희(증명사진)

[EE칼럼] 광폭화되는 기상재해, 기상예보능력 키워야

‘힌남노’에 이어 18∼19일 한반도에 영향을 미친 제14호 태풍 ‘난마돌’로 인해 남쪽 지방을 중심으로 인명과 재산에 피해가 발생했다. 경로와 위력에서 힌남노보다는 한반도에 훨씬 덜 위협적이었다고 하지만 힌남노의 상흔이 아직 아물지 않은 상황에서 닥친 태풍이라 불안감을 키웠던게 사실이다.태풍 ‘힌남노’는 강한 열대성 저기압인 태풍의 발생 특성상 적도 인근에서 발생하고, 발생지점에서 북서 방향으로 전진하며 시계방향으로 돌면서 북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힌남노’는 적도 한참 위에서 발생하고 반시계 방향으로 남서진하다가 급격히 북상하였다. 북상하면서 다른 열대성 저기압을 흡수하며 ‘태풍 먹는 태풍’이 되어 더 강한 태풍으로 거듭났다. 안타까운 인명피해와 막대한 재산손실에도 그나마 ‘힌남노’의 피해를 줄일 수 있었던 것은 태풍의 경로와 크기를 실시간으로 지표면에서 상공까지 관측할 수 있는 31대의 기상레이더와 전국 510곳에 설치된 자동기상관측장비(AWS) 덕분이다. 이들 관측장비 덕분에 실시간으로 수백m 해상도의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행운이라면, 최근 한국형 수치예보모델(KIM)이 개발되어 관측자료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었고, 태풍 진로와 강우량, 풍속에 대한 보다 정확한 예측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때마침 한국형 도구가 개발되어 좋은 재료가 귀한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지난달초 서울지역 집중호우로 인명과 재산상 큰 피해를 보았다. 당시 동작구에는 435mm의 비가 내렸는데, 최근 30년 평균 강수량의 1/3이 한 번에 내린 것이다. 태풍 ‘힌남노’는 한라산을 지나가면서 1년 내릴 비에 버금갈 1059mm의 비를 쏟아부었다. 피해가 심했던 포항의 9월 6일 강수량은 342mm였지만 인근 지역 안동의 강수량은 17mm에 불과했다. 이렇게 하늘이 뚫린 듯 폭우가 내리고, 예측을 불허하는 지역별 편차는 ‘기후변화’가 아니면 달리 설명할 수 없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는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온난화가 1.5℃ 진행될 경우, 50년에 한번 발생하는 극한 고온 현상이 8.6배 증가하고, 관측 역사상 전례 없는 극한기상이 더 자주 발생할 거라고 전망했다.2004년 영화 ‘투모로우’의 한 장면이 태풍 ‘힌남노’로 2022년 우리나라에서 재현되었다. ‘자유의 여신상’을 넘어 뉴욕시를 덮친 거대한 해일이 해운대에서 수십 대의 차량을 뒤쫓는 것만 다를 뿐. 영화에서는 주인공이 "지금 아니면 늦는다"라고 아무리 절규해도, 귀담아듣는 사람이 없었는데, 우리는 다른가. 현재와 같이 온실가스 배출이 증가한다면, 21세기 말 우리나라 평균기온은 전 지구 예측값보다 훨씬 높은 7℃ 상승할 거라고 기상과학원이 밝혔는데, 관심있는 부처나 지자체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힌남노’와 같은 괴물 ‘태풍’이 더 자주 발생하게 될 것은 자명한데도.태풍과 같은 기상재해는 발생한 후에 대비할 수 없다. 앞으로 더 자주 더 크게 발생할 기상재해에 대비하기 위해서 더 촘촘한 관측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한국형 예보모델을 더욱 발전시켜서 예측력을 높이고 세계 1등 모델로 만들어야 한다. 태풍의 55%(44개)가 북태평양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고, 태평양 지역 경제협력체인 ‘APEC’의 기후센터(APCC)가 우리나라에 있으니, 우리가 개발한 모델로 권역 내 기상재해도 대비할 수 있으면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흔히 날씨는 그날의 ‘기분’이고 기후는 ‘성격’으로 비유하곤 한다. 기분은 시간 지나면 쉽게 좋아지지만, 성격은 변하게 하기 어렵다. 이번 집중호우와 ‘이상한 태풍’을 보면서 멀리 ‘기후변화’를 대비해야 하는 이유이다. 사람이 태풍 발생을 막을 수는 없지만 잘 대응할 수는 있다. 더 정밀하게 관측하고 더 정교하게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더 정확한 한국형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구축하여야 한다. 기상재해 대응에 대한 정답은 현재를 밝히고 미래를 내다보는 ‘기후과학’이다. 기상재해가 더 광폭해진다 해도, 기후과학은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 다만, 우리가 잊지 않아야 하고, 모든 부처와 지자체와 국민이 제 역할을 해야 하고, 또 시간만 놓치지 않는다면전의찬 세종대 기후변화특성화대학원 책임교수

[이상호 칼럼] BTS 병역논란과 국가안보

최근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유명 K팝 그룹인 방탄소년단(BTS) 병역 특례와 관련해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는 방안으로 국민 여론조사를 제시했다가 역풍을 맞았다. 이후 이 장관은 여론조사에 따라 병역 여부를 결정한다는 의미는 아니었다고 해명했지만, 한국 특권층과 유명인의 병역 회피 문제 관련 논란은 피할 수 없었다. 비록 한국의 대표적인 K팝 그룹으로 전 세계적으로 많은 인기가 있는 BTS가 빌보드 순위 상위에 진입하여 국위를 선양하고 국제 사회에 한국을 알리는 데 크게 기여했지만 이를 치하하기 위해 병역 특례를 줄 수 있다는 소식은 특히 20~30대 젊은이들의 큰 반발을 초래했다.실제 BTS 병역 특례 타당성에 대해 진행한 한 여론조사 결과 ‘병역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응답이 54.1%, ‘특례 혜택을 줘야 한다’는 응답이 40.1%로 병역 특례 반대 의견이 찬성보다 14% 포인트 높게 나왔다. 국민 절반 이상 BTS의 병역 특례를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반대한 것이다. 이런 국민의 냉정한 반응을 예상하지 못하고 BTS 병역 특례를 공론화한 국방부가 난처하게 되었다. 더군다나 국가 안보와 국방을 그 어떤 가치보다 소중히 생각한다는 보수·우파 정부 국방 수장의 이런 단견에 많은 국민이 실망했다. 한국은 문재인 정부가 병역을 18개월로 단축하고 저출산 상황이 악화하면서 병역 자원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전방 여러 부대를 통폐합할 정도로 인력 자원 부족은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다. 심지어 투병 생활을 하는 암 환자들까지 징집하는 막다른 골목에 몰린 상황이다. 현실적으로 20대 건강한 한국 남자는 거의 모두 군에 간다고 봐야 한다. 당연히 군에 가야 하는 이들의 불만이 급증하고 있다. 더군다나 남녀 갈등이 고조되며 남성만 병역을 수행하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이처럼 한국군의 인력 수급 문제는 총체적 난국이다. 비록 미래 전장은 첨단 무기와 화력이 주도하는 환경일 것이라지만 첨단 장비와 드론, 장거리 로켓·미사일 등이 우수한 인력을 대신하지 못한다. 더군다나 100만 명 이상의 병력을 보유한 병영국가인 북한을 상대하기 위해 한국도 충분한 병력 유지가 필요하다. 결국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국방부가 탁상공론으로 BTS에 일반 국민이 누리기 어려운 혜택을 줄 수 있다는 발상을 한 것이다. 만약 국방부가 BTS 병역 특례를 강행한다면 국민의 반대에 부딪히는 것만 아니라 낮은 지지율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더욱 확산될 수 있다.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 사례를 봐도 공정한 병역이 전쟁의 승패를 결정하는 주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러시아의 경우 여론 악화를 우려해 ‘특수군사작전’이라는 애매한 상황에서 전 국민 대상 징집을 회피하고 있다. 현재 러시아는 가난하고 소수 민족이 사는 변방 지역 출신 병사를 주로 전쟁에 투입하고 있다. 더군다나 부족한 병력을 충당하기 위해 노숙자, 범죄자 등 사회 낙오자를 고용해서 최전선에 보내고 있다. 푸틴의 지지 기반인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부유한 대도시의 젊은이들은 아직 본격적인 징집 대상이 아니다. 러시아군이 상대적으로 약체인 우크라이나에게 고전하고 있는 배경에는 교육과 훈련을 제대로 받지 못한 변방 지역 소수 민족 출신 오합지졸의 부족한 실력 때문이다. 한국은 위기 상황이 오면 국민이 단결하고 합심하여 극복해왔다. 앞으로도 한국의 젊은이들은 국가 위기 상황이 되면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적극적이고 자발적으로 노력하고 참여할 것이다. 그러나 BTS 관련 논란 같은 문제는 한국 젊은이들의 신념과 애국심에 상처를 주는 몰지각한 행위다. 이런 현상은 여론 조사 결과에도 반영된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할 경우 참전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20~30대 젊은 층 비율이 약 44%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과거 비교하면 현저하게 낮은 수준이다. 이런 결과는 소위 특권층과 유명인의 병역 특례 논란이 초래한 불공정성 때문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힘이나 능력이 있으면 가급적 군대에 안 가는 게 좋다는 망국적인 발상도 확산하고 있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국방부 장관의 여론조사 발언은 생각보다 더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국방부는 특권층 병역 특례 사례를 엄격하게 관리하여 병역을 기다리는 모든 젊은이 좌절하지 않게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이상호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 전공 교수

[데스크 칼럼] 이재용의 ‘신환경경영전략’ 결단…尹정부 ‘화답’을

삼성전자가 ‘2050년 넷제로’와 ‘RE100(재생에너지 100%) 이니셔티브’ 동참을 골자로 하는 ‘신(新)환경경영전략’을 발표했다. 이는 구글과 애플, 인텔, TSMC 등 글로벌 주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과 SK와 현대차, LG그룹 등 국내 4대 대기업 가운데 마지막 RE100 가입 선언이다. 언뜻 삼성전자가 환경을 소홀히 하는 기업인 것으로 비쳐진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친환경 노력에 대한 역사를 살펴보면 이런 생각은 금세 사라진다. 지난 1992년 고(故) 이건희 명예 회장은 환경문제에 대한 중요성을 내다보고 ‘삼성경영선언’을 했다. 삼성은 당시 환경에 대한 지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인식으로 각종 환경문제를 산업현장에서 추방하는 ‘클린 테크, 클린 라이프’ 운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또 삼성은 2005년엔 ‘환경 중시’를 삼성의 5대 경영원칙 중 하나로 정해 책임을 다했으며, 2009년엔 ‘녹색경영비전’을 발표하고 직·간접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친환경 제품 확대 등을 추진해 왔다. 이를 계승한 것이 이번에 발표된 ‘신환경경영전략’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환경 문제를 생각하는 삼성은 왜 RE100 가입을 늦춰야만 했을까.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와 관련된 국내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해 원활한 공급에 한계가 있고, 발전 단가와 구매 프리미엄(REC)도 매우 비싸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또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ICT 제조기업으로 연간 25.8TWh(2021년, 400만 가구 전력사용량)의 전력을 사용하는데, 이를 모두 재생에너지로 전환할 경우 관련 시장에 큰 파장도 우려된다. 삼성의 RE100 이니셔티브에 가입으로 재생에너지 수요가 큰 폭으로 늘어남에 따라 녹색프리미엄과 REC 등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게다가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비중 축소 계획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지난달 30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실무안에 따르면 2030년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21.5%로, 지난해 확정한 2030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상의 비중(30.2%)보다 8.7%포인트 줄었다. 이는 원전 비중을 32.8%로 NDC상 비중(23.9%)보다 대폭 올린 대가다. 재생에너지 수요는 커지는데 공급은 되레 줄이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전력 사용량이 막대한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섣불리 탄소 중립을 외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재생에너지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아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대안도 마땅치 않았다. 제대로 된 기반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모든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공급 받으려는 시도가 자칫 회사의 존립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이 같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재용 부회장이 결단을 내린 것은 ESG(환경·사회적책임·지배구조)에 대한 글로벌 사회의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조만간 회장 승진이 예상되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무게감을 더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공식 석상에서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세계 최고를 향한 길" "이웃과 사회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우리 모두 함께 나가자" 등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발언을 이어왔다. 재생에너지 확대는 윤석열 정부의 에너지정책 기조와는 큰 차이가 있다. 미국과 유럽 등의 주요국들은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에 모든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국내 산업계에 파장을 몰고온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EU의 ‘역외보조금(Foreign Subsidies) 법안’ 등은 모두 자국의 친환경 기업을 지원하는 정책이다. 정부는 부디 어려움 속에서도 RE100에 나선 삼성전자의 결단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글로벌 친환경 강화 기조에 발 맞추기 위해서라도 재생에너지 전략 수정에 나서길 기대한다.

[기자의 눈] 정부,해운업계 친환경선박 지원 서둘러야

[에너지경제신문 이승주 기자] 해상운임이 날개 잃은 새처럼 추락중이다. 일부는 비정상적으로 치솟았던 운임이 정상화 되는 것이라고 분석하지만 그렇게 이야기 하기엔 떨어지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지난 16일 2312.65로 33% 급락하는 데 한달이 채 걸리지도 않았다. 여기에 내년부터 시행되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EEXI/CII)는 해운업계를 더욱 옥죄고 있다. 해당 규제로 바다 위를 항해하는 선박들은 2008년 대비 2030년까지 40%, 2050년까지 50%까지 탄소배출량을 감축해야 한다. 미래의 바다 위에서는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는 선박만 운항이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현재 해운과 조선 업계는 ‘친환경 선박’ 개발을 향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어떤 ‘친환경 연료’를 사용해야 할지 아직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외항 해운업계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여러 항을 거치며 운항해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연료 공급 인프라가 깔려 있어야 된다"라며 "어떤 연료를 동력으로 하는 선박에 투자 해야하는건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국내 해운업계가 메탄올, 암모니아, 수소 등 차세대 친환경 연료를 찾기 위해 갈팡질팡 하는 사이 덴마크의 글로벌 해운사 머스크(MAERSK)는 이미 행동에 나섰다. 차세대 친환경 연료를 메탄올로 낙점하고 메탄올 공장까지 자회사로 편입하며 공급망을 확보하고 있다. 머스크가 이를 자신의 힘 만으로 해낸건 아니다. 덴마크를 포함한 해운강국들은 정부 차원에서 국가 기간 산업인 해운업을 적극 보호하고 있다. 국가 안보와 전략 차원에서 중요성을 인식하고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업계는 해운 시장이 급변하고 있는 현 시점이 정부의 지원이 절실한 때라고 입을 모은다. 현재 정부의 지원책은 자금 조달의 어려움을 해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노후선 폐선 보조금 등 정부의 지원이 있지만 금융 상품 제공은 물론 공공부문 투자 확대로 국적 선대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한국은 세계 9위 무역 대국이다.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라는 것이다. 정부가 모든 산업의 ‘다리’ 역할을 하는 해운산업을 지켜줘야 할 때다.

[EE칼럼] 가격 통제가 부른

토마토와 휴가 그리고 축구를 삶의 기쁨이라고 여길 정도로 축구 사랑이 남다른 이탈리아에서 프로축구 1부 리그인 세리에A가 지난 2일 경기장 조명 시간 단축을 단행했다. 같은 시간 지구 반대편 우리나라에서는 대낮같이 밝은 조명 아래서 야간 골프가 한창이었다.우리나라와 이탈리아는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각각 93%, 81%에 이르는 에너지 최빈국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언제든지 에너지 위기로 경제가 마비될 수 있는 위험 앞에 노출되어 있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이탈리아는 전시와 같은 위기감이 감도는 반면, 우리나라는 에너지측면에서는 이탈리아보다 결코 나을게 없으면서도 에너지 위기의 무풍지대처럼 지내니 어리둥절하다. 작년 말 유럽의 예상 밖 풍력발전 감소로 시작한 에너지가격 폭등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맞물리며 그 추세가 꺾일 줄 모르고 있다. 러시아가 자국산 에너지를 무기화하며 유럽행 천연가스 공급량을 대폭 줄이자 즉각적으로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유럽 각국이 부족해진 천연가스를 석탄과 LNG로 채우는 과정에서 석탄과 LNG 가격도 덩달아 오르며 전 세계 에너지시장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불과 2년여 전 코로나 발발 직후 0.99달러까지 떨어졌던 유럽의 LNG 가격이 지난 8월 26일 93.9달러를 찍었다.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LNG의 기준가격인 JKM 가격도 60달러 선으로 작년 이맘때의 3배가 넘는다. 정상적 대응이 불가능한 믿기지 않는 폭등세다. 실제로 유럽은 비상체제가 가동 중이다. 헝가리는 아예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탈원전을 선언했던 독일은 가동 중단하려던 원전 3기의 계속 운전 방안이 논의 중이다.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내년 3월까지 가스 수요를 15% 줄이는 비상체제에 돌입하며 대대적인 에너지절약 운동에 나서고 있다. 체코에서는 에너지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일부 유럽인들은 추위에 떠는 엄혹한 겨울이 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며 나무, 석탄 땔감을 준비하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에너지 위기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는 모양새다.이와는 대조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에너지 위기는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로 들릴 정도다. 에너지 위기 불감증이 심각하다. 하지만 소비자들을 탓 할 일이 아니다. 개별 소비자들은 에너지 수급 상황을 알 길이 없다. 러시아가 유럽행 가스관 밸브를 잠가 가스가 얼마나 부족한지 알 도리가 없는 것이다. 사실 알 필요도 없다. 소비자들은 그저 가격만 보고 자신의 소비를 합리화할 뿐이다. 정상적인 가격은 남으면 내려가고 모자라면 올라간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에너지위기로 인해 크게 오른 가격에 비례해 위기감을 느끼고 에너지절약을 통해 위기에 대처하게 된다. 유럽과 우리나라의 에너지 위기감 차이는 바로 가격 신호에서 비롯된다. 유럽 4개국(영국, 독일, 프랑스, 스페인)과 일본의 올 3월 전력 소매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평균 36% 상승하였다. 에너지 위기가 반영된 결과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우리나라의 전기가격은 지난 3월까지 8년간 사실상 동결되었고, 그 이후 두 차례에 걸쳐 12% 가량 인상하였으나 인상률은 유럽에 비해 1/3에 지나지 않는다. 지나친 가격 통제의 결과다. 수급 위기를 적절히 반영하지 못한 통제된 가격 신호는 소비자들의 긴장감을 끌어내지 못한다. 조명시간이 단축된 이탈리아 축구장과 우리나라의 야간 골프가 대비되는 이유다. 물론 전기와 같은 생필품의 가격 급등은 고스란히 소비자들의 피해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따라서 가격 인상 속도는 조절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경제 충격을 최소화하는 속도를 정하는 일은 정치의 영역이 아니라 전문가의 영역이다. 전기가격을 결정하는 전기위원회를 전문가 중심으로 독립적으로 운영해야 하는 이유다. 수급 안정은 가격 인상 억제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수급은 순리로 풀어야 한다. 모자라면 아껴 쓰는 것이 순리다. 야간 골프를 즐길 정도로 한가롭지 않다. 무리한 가격 통제는 프랑스혁명시대 ‘로베스피에르의 우유’ 사례처럼 위기를 더 키워 시장을 완전히 붕괴시킬까 두렵다.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

[기자의 눈] 자본시장 체질 개선, ‘상시 비상체계’ 마음으로 임해야

올해 들어 코스피가 속절없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1월 3일 2988.77을 기록하던 코스피는 이달 현재 2400선으로 20%가량 급락했다. 최근 국내 증시가 출렁이는 가장 큰 원인은 미국발 금리인상 충격이다. 추석 연휴 직후 발표된 8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국제유가 하락에도 1년 전보다 8.3% 올랐다. 시장 전망치(8%)를 상회했고, 전월보다도 0.1% 하락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긴축 정책에도 소비자 물가가 잡히지 않았을 뿐더러, 앞으로 더욱 큰 폭의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국내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현재 원/달러 환율은 1390원대로 2009년 3월 30일(1391.5원) 이후 13년 5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경기 둔화 우려로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외국인의 매도세를 자극하면서 국내 증시 수급에도 악재로 작용한다. 결국 올해 들어 코스피가 기를 펴지 못하는 것은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라는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진 영향이 크다. 이는 금융당국 입장에서 국내 증시 부양을 위해 가동할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이러한 상황에서도 최근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는 금융당국의 발언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15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정책세미나’에서 "최근과 같은 국내외 거시경제, 금융상황 변경 등 충격요인이 발생했을 때 우리 주식시장 변동성이 다른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크다는 것도 지속적으로 제기됐다"며 "결과적으로 우리 자본시장의 체질이 아직 튼튼하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우리나라 기업이 수익성이나 자산가치가 유사한 외국 기업에 비해 낮은 평가를 받는 것을 의미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이미 우리나라 자본시장에 고질적인 문제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낮은 배당성향 등 주주환원 미흡, 우리 기업의 낮은 수익성, 지배구조 취약성 등이 오랜 기간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현재 금융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걷어지더라도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되지 못한다면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새로운 도약도 기약없는 기다림이 될 것이다.금융당국은 ‘상시 비상체계’의 마음가짐으로 국내외 투자자들이 믿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김 부위원장의 발언처럼 우리나라에만 있는 규제, 오래 전에 도입돼 지금은 이유도 찾기 힘든 낡은 규제 등을 하나하나 발굴해 엉킨 실타래를 푸는 것이 급선무다. 당국, 투자자, 금융사 등 모두의 노력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탄탄한 자본시장’이라는 업적으로 남기를 기대한다.

[이슈&인사이트] 금리인상에 요동치는 전세시장

전세가격이 떨어지고 있다. 임대차2법(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이 도입된지 2년차가 되면서 전세매물 감소와 전세가격 상승을 우려했지만, 시장은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계약갱신청구권을 활용해 2년전에 전세계약을 한 임차가구는 계약기간 2년이 도래되면서 일반 전월세시장으로 이동하던지, 아니면 살던 집 전세금을 집주인과 적당하게 협상해서 재계약 하던지 해야 한다. 지난 2년간 전세시장에서 벌어졌던 대혼란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혼란을 전망했었다. 큰 폭의 상승은 없겠지만 전세가격 상승세는 유지되고, 전세가구가 내 집 마련에 나서면 매매가격도 소폭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주택시장은 예상했던 것과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 이유가 뭘까. 시시각각 달라지고 있는 시장상황에 대한 원인 진단이 필요해 보인다.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동한 결과겠지만, 과격한 금리급등과 보증부월세시장의 존재, 그리고 최근 2~3년간 비상식적으로 높아져 버린 전세금이 큰 이유가 아닐까 한다.금리는 매매가격보다 전세가격과 더 밀접한 관계가 있다. 연구원에서 2010년부터 2020년까지 금리변화와 주택가격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매매가격은 0.10. 전세가격은 0.29의 관계성을 보였다. 즉 금리상승은 주택가격 하락과 관계가 있는데, 매매가격보다 전세가격의 하락폭이 약 3배 정도 크다고 할 수 있다. 지난해 7월까지 기준금리는 0.5%였다. 이후 7차례에 걸쳐 금리가 2.5%로 5배 인상됐다. 0.25%포인트씩 올리던 금리를 6월달에는 0.5%포인트 인상했다. 금리인상기에 0.5%포인트를 인상했던 적이 없었던 점을 고려해 본다면, 상당히 급진적인 금리인상이다. 이 여파가 전세시장에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금리인상은 예고된 사실이다. 그러나 그 속도와 강도는 예상했던 것보다 더 빠르고 깊다. 2000년 이후 금리인상기는 크게 2번 정도 있었다. 2005년 9월부터 2008년 9월까지 3년에 걸쳐 기준금리를 3.25%에서 5.25%로 8번에 나눠서 2%포인트 인상했다. 점진적인 금리인상이었다. 당시 전세가격은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면서 안정적이었다. 두 번째 인상기는 금융위기 이후에 있었다. 금융위기 여파로 5.25%였던 기준금리는 2%까지 낮아진 상태였다. 2010년 6월 들어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2011년 6월까지 3.25%로 인상했다. 1년에 걸쳐 5번에 나눠서 1.25%포인트 올린 것이다. 이 당시에도 점진적인 금리인상이었지만, 전세가격은 큰 폭으로 상승했다. 금리가 전세가격과 관계가 있는 것은 맞지만 방향은 일정하지 않다, 금리인상 속도(횟수)와 강도(인상폭)에 따라서 가격 움직임이 다르다. 금리인상기에 금리를 2%포인트 이상 올렸던 경험은 적어도 2000년 이후에는 한 번도 없었다. 이미 1년 동안 2%포인트 올린 상황이고, 앞으로 더 올라갈 것으로 보이는 지금은 처음 경험하는 상황이다. 미국금리는 2023년까지 인상을 예고했다. 국내 금리도 여기에서 자유롭지 않다. 금리가 전세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신중하게 살펴야 하는 이유다. 금리가 오르면 임차인들을 높아져 버린 전세금을 대출로 충당해서 이자를 내는 것보다 상승부분을 월세로 전환해 보증부월세로 사는 것이 더 유리하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에 월세전환이 빨라지고 있다. 그 결과 그동안 거의 움직임이 없던 월세가격이 오르고 있다. 이 부분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우리나라 월세는 대부분 보증부월세다. 보증금 규모가 웬만한 전세급인 것도 상당히 많다. 서구의 월세와 다른 점이다. 보증금과 월세부담이 동시에 발생하는 이중부담가구다. 전세가격이 내려가고 있다고 임차가구의 주거비부담이 줄고 있는 것이 아니다. 너무 높아져 버린 전세금과 계속 오르는 월세금을 함께 살펴야 한다. 그 이유는 당분간 금리인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

[EE칼럼] 실망스러운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정부가 지난달말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초안을 공개했다. 2036년까지 117.3GW의 예상 최대 전력수요를 확보하는 방안을 담은 계획이다. 그런데 내용을 보면 황당하다는 느낌을 떨쳐내기 어렵다. 2036년까지 마련해야 하는 발전설비의 용량이 237.4GW나 된다. 최대 전력 예상치의 2배가 넘는 엄청난 규모다. 전력 설비의 절반이 무용지물로 놀게 된다는 뜻이다. 전임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의 대안으로 무작정 밀어붙였던 태양광·풍력 설비의 비효율이 더욱 심각하게 증폭된다는 뜻이다.2036년까지 107.4GW의 태양광·풍력 설비를 마련하겠다고 한다. 매년 축구장 1만 개가 넘는 면적의 숲·농지를 포기해야 가능한 규모다. 지난 반세기 동안 애써 가꿔놓은 숲과 소중한 식량 생산에 써야 할 농지는 함부로 훼손할 수 없는 것이다. 수상 태양광과 해상 풍력이 대안이 될 것이라는 기대는 비현실적이다. 63빌딩보다 높은 해상 풍력은 어민들의 삶을 망쳐버린다. 안정적인 관리도 기대하기 어렵다.영세 민간 사업자들에게 떠맡겨버린 태양광·풍력의 안정적인 운영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약속해놓은 각종 보조금도 부담스럽다. 과연 기록적인 적자와 부채에 허덕이고 있는 한전의 현실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이제 막 드러나고 있는 태양광·풍력 설비 확대의 윤리 문제도 가볍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태양광·풍력의 비효율이 무엇보다 심각하다. 실무위가 예상하는 태양광·풍력의 발전효율은 21%에도 미치지 못한다. 현재의 13.8%보다 훨씬 높아질 것이라는 예상도 무작정 믿을 수는 없다. 간헐성·변동성까지 고려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이 호언장담하던 에너지 저장장치(ESS)의 가능성도 사라져버렸다.태양광·풍력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LNG 설비에 의한 낭비도 감당하기 어렵다. 태양광·풍력의 보조전원에 지나지 않는 LNG 설비의 효율도 24%에도 미치지 못한다. 원전의 80%, 석탄의 46%와는 비교하기도 어려운 효율이다. 엎친 데 덮친다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으로 불안해진 국제 LNG 시장의 혼란도 부담스럽다. 이미 탈원전으로 늘어난 LNG 발전량의 증가가 한전의 기록적인 적자와 부채 증가의 직접적인 원인인 상황이다. 탈원전을 포기하더라도 신재생 증가에 의한 LNG 발전을 줄이지 못하면 한전의 정상화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탈원전 폐지의 의지도 분명하지 않다. 지난 정부가 폐로를 선언했던 12기의 원전을 계속 가동하고, 완공을 눈앞에 둔 신한울 1·2호기와 신고리 5·6호기 이외에 지난 정부가 불법적으로 공사를 중단시켜버렸던 신한울 3·4호기의 건설을 재개한다는 것이 고작이다. 역시 지난 정부가 무작정 백지화시켜버렸던 천지 1·2호기와 대진 1·2호기의 공사 재개도 초안에 담아내지 못했다. 새로 추가된 ‘무탄소 전원’의 정체도 불확실하다. 지난 정부가 뒤늦게 탄소중립을 강조하면서 내놓았던 ‘수소·암모니아’라는 설명은 어처구니없는 것이다. 수소를 생산·운반·활용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이 턱없이 부족하다. 발전원으로서의 역할도 기대하기 어려운 태양광·풍력으로 그린 수소를 생산하겠다는 주장은 공상소설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원전에서 생산한 전기로 핑크 수소를 생산하겠다는 국무총리의 최근 발언도 비현실적인 억지다. 국내에서 개발했다는 수소차에 대해서는 뒤늦게 그린 워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초안을 마련한 실무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출범했다. 지난 정부가 5년 동안 이념적 이유로 무작정 밀어붙였던 비현실적인 탈원전·탄소중립을 고착화시키는 기본계획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런 실무위원회가 정반대로 탈원전 폐지를 공언한 새 정부에서도 작업을 계속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국가의 미래가 달린 15년 장기계획을 고작 넉 달 만에 급조해낸 배짱은 놀라운 것이다. 무엇보다도 지난 5년 동안 탈원전을 외치던 전문가들이 자신의 영혼을 헌신짝처럼 내던져버리고 탈원전 폐지에 앞장서는 모습은 절망적이다. 탈원전 폐지가 합리적 에너지 정책과 기후 위기를 극복하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정부의 의지를 재확인해야만 한다.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이덕환 서강대학교 명예교수(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기자의 눈] 장애인 지하철시위, 방법이 틀렸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가 수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장애인 복지에 공공 예산과 국민의 관심이 더 많이 필요하다는 사실에 어느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기자가 장애인 시위자들과 함께 지하철에 탑승해 승객 표정을 살펴봐도 시위 대형앰프에서 흘러나오는 구호 소리에 귀를 막거나 다른 칸으로 자리를 뜨는 몇몇 승객은 있어도 대부분이 대놓고 불쾌감이나 반감을 표시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전장연의 시위 장기화로 장애인에게 우호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던 ‘선량한 시민’들도 피로감을 느끼며 ‘장애인=데모꾼’이라는 인식을 갖게 되지 않을까 우려감이 드는 건 왜일까. 먼저 전장연의 시위 방식이 과연 대중에 소구력을 가지는 지 의문이다. 지하철은 버스·항공기·선박과 비교해 장애인 이동시설이 가장 잘 갖춰져 있고 교통약자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대중교통이라는 평가를 받는다."(시위자) 여러분, 안심하고 타십시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 분들이 (우리를) 안전하게 지켜주고 있습니다"라며 장애인 시위자들을 독려하는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의 말이 이를 입증한다.전장연 시위자도 "지난 10여년간 아무리 시위를 해도 정부·언론 누구도 관심을 주지 않았다. 시민에게는 미안하지만 이 방법(지하철 출근 시위)밖에 없다"며 지하철 시위의 불가피성을 ‘고백’하기도 했다.전장연 시위로 일반시민들로부터 애궂게 눈총을 받고 있는 서울교통공사도 정부의 무임수송 정책 ‘남탓’으로 수년째 적자 누적에 시달리고 있으며, 상급기관인 서울시로부터 오히려 구조조정 등 강도 높은 ‘내탓’ 자구 노력을 강요받는 처지다.이런 상황에서 서울교통공사는 지난해 4월 광화문역에서 캐릭터 인형 ‘또타’ 판매 행사를 열고 무임수송 국비보전을 호소하는 ‘시위 아닌 시위’를 선보여 시민을 볼모로 삼지 않으면서 시민과 언론의 관심을 끄는데 성공했다.전장연은 서울교통공사 사례를 본보기 삼아 시민들의 호응 속에 시위의 효과를 높이는 현명한 의사표현 방식을 찾을 필요가 있다. 정부와 서울시, 정치권도 전장연에 대해 한층 더 열린 자세로 대해야 문제가 풀린다.kch0054@ekn.kr김철훈 성장산업부 기자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