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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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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CCUS 기술개발 활성화를 위한 과제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5.03 10:05

유종민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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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민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탄소를 포집·활용·저장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 Storage) 한다는 것은 사실 온실가스 저감 측면에서는 가장 비싼 기술군에 속한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선 세부적으로는 다양한 방식이 있지만 효율개선, 연료전환 등 온실가스를 아예 나오지 않게 하는 방식에 비해 흡수 혹은 포집과 같이 D이미 배출된 온실가스를 다시 잡아다가 격리시키는 방식은 효과에 비해 비용이 크게 들어 경제성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낮은 온실가스 감축비용 및 감축잠재력 순으로 여러 기술들을 쭉 줄세우면, CCUS 는 맨 뒤쪽에 가장 비싼 최후의 방법으로 손꼽혀 왔다. 당장의 감축목표를 당면한 기업들 입장에선 가성비가 떨어지고 카피할 기술도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으며 기술개발의 필요도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일단 포집기술 상용화만 되면 감축할 수 있는 양은 지리적 운송이나 온실가스를 격리할 장소의 지질 불투과성 혹은 충분한 공극의 존재 등 안정된 여건만 받쳐준다면 감축잠재력 측면에선 무제한에 가까운 양적 우위를 보일 수도 있다. 따라서 정책당국 입장에서 항상 CCUS는 탄소 가격의 상단을 결정할 수 있는 마지막 옵션이다.

공급 측면에서 일방적인 기술개발 투자가 이뤄왔지만 그동안 괄목할 만한 발전은 없었다. 소에게 물을 먹이기 위해 물가까지 억지로 끌고가 봤자 직접 물에 입을 대어 삼키도록 해야 하는데, 현재 기업들에게 CCUS 란 기술에 목마르도록 할 유인이 없다는 건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10년 동안 그래 왔다. 일정 수준의 탄소가격 등 경제적 인센티브 부재 상황에서 CCUS라는 가장 비싼 기술의 개발은 정부 및 기업 입장에선 허상 뿐인 양두구육(羊頭狗肉)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공공주도의 직접적인 R&D는 축구 패널티킥 라인에서 골대 안으로 돈 뭉텅이 풍선을 차서 넣는 것과 비슷했다. 풍선은 방향성을 잃고 공중에 흩뿌려지기 일쑤였다.

반면, 수요진작 방법은 자생적 기술진보가 이뤄질 여건조성에 집중한다. 가장 쉬운 방법은 제도적 측면에서의 회유 및 압박이다. CCUS 활용의 경제성을 강제로 만들어 주기 위해 높은 탄소세나 이에 상응하는 양적 부담을 가하는 탄소시장(Emission Trading Scheme)을 설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국내 시장에서는 여러 가지 이유로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기회비용이 낮게 유지될 수 밖에 없었고, 당연히 기업들 입장에선 해외사업 개발이나 일부 생산공정 개선 등 매우 싼 옵션만이 사용될 수밖에 없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이러한 탄소시장 상황에서도 CCUS 에 투자할 수 있도록 경제성 측면에서의 투자 불확실성을 줄여줄 수 있는 탄소차액계약제도(CCfD·Carbon Contracts for Differences) 도입 주장도 제기되는 것이다. 기술개발에서는 시행착오가 포함된 학습곡선을 통과해야 하고 적용 과정에서의 규모의 경제도 필요하기 때문에, 정책을 통해서라도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다.

수요진작을 위한 궁극적 방안의 하나는 CCUS 가 결부된 산업 자체를 창출하는 것이다. 최근 탈 탄소의 방편으로 수소(H₂)와 같은 대체 에너지원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데, 이런 대체 에너지원이 청정 에너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생산 과정에서의 탄소 포집이 필수적이다. 수소 자체도 과거 화석연료에 비해 경제성이 떨어져 채택되지 못했을 뿐이다. 다만 기후변화 등 시대의 요구에 당면해 수소와 같은 청정 에너지를 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며 이를 생산하는 데 다양한 방식이 존재한다.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탄소발생이 전혀 없는 이른바 ‘그린(Green)수소’는 경제성은 고사하고 그동안 국토 적합성 등 재생에너지 자체의 경제성 문제를 둘러싼 수많은 논쟁이 있었기 때문에 논외로 하고, 현재 가장 경제면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것은 블루(Blue)수소, 즉 천연가스와 같은 화석연료에서 탄소만 쏙 빼서 포집 및 격리시켜 수소만 유통시키는 방식이 유력하다. 사회 전반의 인프라가 화석연료에서 수소경제로 전환된다는 대전제 아래 CCUS 분야의 기술진보는 수소의 경제성 확보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바늘과 실의 관계인 상황이다. 요점은, 공급 측면에서의 단편적인 기술개발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실제 활용의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는 수요정책 및 산업 인프라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CCUS 기술개발도 탄소중립을 위한 성가신 숙제가 아닌 성장의 도구로 활용하고 싶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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