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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최적의 에너지 믹스 설계와 황금비율

자연법칙 중에 황금비율이라는 것이 있다. 해양에서의 파도, 꽃눈, 조개껍질, 은하 등 수많은 자연계에서 발견되는 황금비율은 우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비율이라고 한다. 두 개의 사물을 비교할 때에는 1:1.618의 비율로 표현되는데, 이 황금비율은 피보나치 수열에서도 발견된다. 1, 1, 2, 3, 5, 8, 13, 21, 34, 55, ...의 피노나치 수열은 앞의 두 숫자를 더하여 그 다음 숫자를 생성하는 방식으로 무한히 연결되는데, 옆의 두 숫자 사이에는 1:1.618의 근사적 관계가 성립한다. 인간이 보기에도 가장 아름다운 구조인 이 황금비율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 그리스 신전과 같은 인류의 위대한 작품에서도 발견되며, 현재까지도 수많은 건축물과 소비제품의 디자인 설계 시에도 적용된다. 황금비율을 면적이나 비중 단위로 전환한 것을 황금분할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피보나치 수열에서 13을 경계수로 삼아 각 수의 비중을 계산하면, 3%, 3%, 6%, 9%, 15%, 24%, 39%가 나온다. 피보나치 수열에서 의미있는 최소단위의 경계수인 3의 경우에도 43%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경계수가 커질수록 그 경계수의 비중이 작아지는데, 경계수 55의 경우 38%가 된다. 이게 구조적으로도 아름다운 황금비율이라는 것이다.이러한 황금분할을 염두에 두고 발전원 구성을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우선 유럽을 살펴보자. 전력계통이 연결되어 있는 유럽에서 각 개별국가의 석탄이나 원자력, 재생에너지를 두고 논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예를 들어, 스웨덴은 탈원전을 추진하였다고는 하지만 국내에서 모자라는 전기는 폴란드의 석탄화력 발전에서 끌어다 쓴다. 독일 역시 탈원전 하였다지만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극명하게 경험하였듯이 원자력 발전의 전기를 프랑스에서 수입하였다. 독일 북부의 재생에너지는 독일 남부로의 계통연결이 부족하여 일부를 북유럽 국가에 수출하기도 한다. 따라서 EU의 정책을 우리가 벤치마킹할 때에는 개별국가가 아닌, 전체 계통 상에서 접근해야 한다. 유럽연합(EU)의 원별 발전비중을 살펴보면 천연가스와 석탄의 화석연료 비중이 36%, 원자력이 25%, 태양광과 풍력의 재생에너지가 19%를 담당하고 있다. 미국의 2022년 11월 기준 발전원별 비중을 살펴보면 천연가스 38%, 석탄 22%, 원자력 19%, 태양광과 풍력 12%로 구성되어 있다. 뭔가 황금비율의 구조를 느끼지 않는가. 물론 저탄소 에너지전환이 진행되기에 지금의 비율은 고정적이지 않으며 앞으로 바뀔 것이라는 점에는 유념해야 한다. 탄소중립으로 이행되다보면 태양광과 풍력의 비중이 훨씬 증가할 것이다. 아울러 자연계의 황금비율을 발전원 비중으로 끌어들여 적용하자는 무리한 주장을 펼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강조하려는 것은 에너지 믹스의 구성에도 뭔가 아름다운 비율이라는 것이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법칙을 무시하고 예를 들어 특정 발전원을 가분수로 만들어버린다면 이는 바로 재앙이다. 사람이 양팔과 양다리를 벌리고 있는 다빈치의 인체 스케치 작품을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이 작품 역시 황금비율을 따른다. 만일 머리의 면적비중이 60%라면 어떻게 될지 각자 상상해보시길 바란다. 스리랑카의 라자팍사 정권은 100% 유기농을 강행하다가 결국 국가 부도 사태를 경험하게 되었다. 농업생산력을 떠받쳐 주던 비료이용을 포기하고 유기농으로 무리하게 전환한 결과였다. 포린폴리시 저널은 이를 국가 단위의 실험이라고 규정하였다. 우리나라 발전시장에도 이와 유사한 주장이 없는 것도 아니다. 재생에너지 100% 주장이 단적인 예다. 비가역적인 경제정책을 국가 단위에서 실험하려는 무리수를 두지 말아야 한다. 독일은 러시아 천연가스에 의존하겠다는, 애초에 많은 경고가 있었던 정책을 무리하게 강행하였지만 그나마 인접국에서 에너지를 수입하면 되는 구조였다. 전력 계통고립인 우리나라는 유럽 보다는 훨씬 더 신중하고 과학적인 수치에 기반하여 정책이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구조적으로도 안정적이며 보기에도 아름다운 황금비율은 발전 믹스에도 존재할 것이다.박호정 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특별기고] 새해엔 국민에게 희망 주는 정치를

올 한해도 숨 가쁘게 달려왔다. 코로나와 경제위기로 힘든 가운데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는 비판 속에서 대통령선거가 치러졌다. 보수와 진보 지지층이 초결집한 혈투의 결과 0.73%p 차이라는 초박빙으로 승부가 갈렸다. 20년 장기집권을 떠벌이던 더불어민주당은 5년 만에 국민의힘에 정권을 내주었다. 새로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선거과정에서 불거진 이념·세대·지역·젠더 등 사회갈등의 골을 메워야 하는 버거운 부담을 안고 출발했다. 여소야대라는 의회 지형 속에서 ‘협치와 통합’이라는 화두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그러나 취임 초부터 청와대 이전, 인사난맥, ‘윤핵관’과 이준석 전 대표를 둘러싼 여당 내 권력다툼과 여야 강경 대치 등으로 새 정부에 대한 여론은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았다. 기존 정치인들과는 완전히 다른 문법을 구사하는 윤대통령 스타일에 대한 평가도 엇갈렸다.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하며 용산시대를 열고 ‘출근길 문답(도어 스테핑)’도 시작했지만 여러 논란 끝에 결국 중단되고 말았다. 취임 초기 20%대라는 낮은 지지율을 거쳐 30%대 초반 박스권에 갇혀 있던 윤 대통령에 대한 긍정평가는 연말을 앞두고 완만한 상승세를 타며 40%를 넘어섰다. 민주노총 화물연대파업에 대한 원칙 있는 대응과 노동개혁의 의지가 좋은 평가를 받은 덕분이다. 윤 대통령은 ‘원칙’과 ‘공정’을 무엇보다 강조하고 있다. 사회 정의는 공평(equality)과 공정(equity)이라는 두 가지 큰 원리에 의해 지지되고 실현된다. ‘통합’과 무조건적인 ‘봉합’은 구분해야 한다. 중대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처벌받지 않는 세상은 공정하지 않다. ‘불의’와의 싸움에선 무소의 뿔처럼 흔들림 없이 전진해야 한다. 그러나 아직 부족하다. 대통령 임기 2년 차로 접어드는 내년부터는 제대로 된 골을 넣어 국정운영 점수를 높여야 한다. 새해에는 경제 성장 둔화와 고물가가 맞물리는 ‘슬로우플레이션(Slowflation)’이 예상된다. 전기·도시가스 요금도 올해보다 약 2배 이상 인상될 것이다. 지난 정부의 실패한 부동산정책으로 치솟는 집값에 놀라 영끌로 부동산을 산 사람들은 높은 대출금리에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대출금리가 1%만 상승해도 자영업자 1인당 이자 부담이 연 240만 원 가까이 늘어나고 이는 자영업자의 부실위험률을 높인다. 정부는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는 기조하에서 부동산·기업 규제 완화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경기침체 충격의 직격탄을 맞는 취약계층과 자영업자·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적극적 지원도 필요하다.취업준비생 100만 명 시대에 급속한 경기침체로 기업들이 신규채용을 줄이려는 분위기라 내년에는 청년들이 최악의 취업난으로 내몰릴 것이다. 한국은행은 내년 월평균 취업자 수 증가가 올해 82만 명의 9분의 1인 9만 명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아예 구직을 포기하고 단기 아르바이트나 빚으로 생활하는 청년들이 느끼는 ‘체감경제고통지수’가 전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심각하다는 전국경제인연합회의 분석 결과까지 나왔다. 고금리의 영향과 벤처투자 위축으로 30세 미만 청년이 세운 스타트업의 숫자도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정부는 청년을 뽑는 기업에 대한 지원이나 세제혜택 등의 인센티브 정책과 함께 위축된 청년창업이 활성화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일에 힘을 쏟아야 한다. 탄소중립이 글로벌 아젠다로 자리매김했다. 유럽연합 국가들은 2023년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를 실시한다. 한국은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지만 이를 위해선 비싼 비용이 들어가고 국민적 공감대도 필요하다. 에너지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을 보며 우리도 위기의식을 느껴야 한다. 에너지안보는 곧 국가안보로 연결된다. 정부는 실효성 있는 에너지정책을 수립·추진해야 한다. 미·중 패권경쟁하에서 한국은 선택을 강요당하고 있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균형자 외교나 줄다리기 외교는 더 이상 실효성이 없을 것이다. 한국정부는 미국이 내미는 손을 잡고 한미동맹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지만, 이 경우 중국의 반발과 보복 우려가 상수로 존재한다. 윤 정부는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등에 참여하면서도 ‘반중연대’ 참여라는 불필요한 오해를 방지하기 위한 양면전략을 섬세하게 구사해야 한다. 계속되는 미사일도발에 이어 서울 하늘에 무인기까지 날려보내고 있는 북한이 내년에는 7차 핵실험으로 한반도의 위기를 증폭시킬 가능성이 높다. 윤석열 정부의 위기관리능력이 시험대에 오를 것이다. 추운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살림살이가 팍팍한 사람들에겐 더욱 혹독한 겨울이 될 것이다. '무항산 무항심(無恒産 無恒心)' 이고, 곳간에서 인심이 나는 법이다. 떳떳한 살림이 없으면 마음도 떳떳하기 어렵다. 먹고 사는 기본적인 걱정을 해결하고 국민의 삶이 편안해질 수 있는 정책을 펼쳐나가야 한다. 사회적 약자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일, 이 또한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교육·연금·노동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초심을 잃지 않고 전진하길 기대한다. 개혁을 추진하는 일은 이해관계자집단과 기득권의 저항이 강하고 당장은 박수받기 어렵다. 그러나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는 꼭 해야만 하는 일이다. 민생은 뒷전이고 당리당략의 정쟁으로 얼룩졌던 여야 두 당의 정치성적표에는 좋은 점수를 매길 수 없다. 양 당이 힘든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큰 정치를 했는가, 자기 편만 바라보는 편협한 정치를 했는가 국민은 냉정하게 평가하고 있다. 국민의 마음을 갈라치기하고 포퓰리즘으로 인기영합하는 정치는 냉소와 정치불신으로 이어지고 민주주의의 질을 하락시킨다. 사표를 양산하고 대표성이 부족한 ‘승자독식’의 현행 선거제도를 반드시 개혁해야 한다.그러나 여소야대의 불리한 지형임을 감안하더라도 국정운영의 무한책임은 결국 대통령과 집권여당의 몫이다. 대통령과 정부는 야당을 협상 상대로 인정하고 끊임없이 소통하고 설득하고 협력해야 한다. 야당인 민주당 역시 당대표 리스크에 매몰되지 않고 민주정당·민생정당으로서의 본래 모습을 회복해야 한다. 계묘년 새해엔 건강한 ‘진보’와 건강한 ‘보수’의 두 날개를 활짝 펼치며 비상하는 한국민주주의의 모습을 기대한다. 대한민국이 다시 앞으로 나아가고 국민 모두가 미래에 대해 더 큰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된다면 침묵하는 다수가 진정으로 박수치는 대통령이 되리라 믿는다.송문희 한양대학교 겸임교수/ 정치평론가

[기자의 눈] 재벌집 막내아들

화제의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이 막을 내렸다. 마무리를 두고 설왕설래가 있지만 많은 이들이 이 작품을 사랑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재벌가 일상에 대한 호기심, 통쾌한 복수가 주는 쾌감, 현실을 잘 반영해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점 등이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뒷맛은 개운치 않았다. 내용 때문이 아니다. 재벌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시선이 치부처럼 드러난 느낌이 들어서다. 등장인물들을 ‘오너 일가’라고 표현하고 받아들인 사례가 대표적이다. 집단의 우두머리를 의미하는 ‘총수’와 소유자라는 ‘오너(Owner)’는 그 뜻이 분명히 다르다. 기업의 주인이 주주라는 점을 감안하면 오너보다는 총수라는 말을 쓰는 게 맞다. 소위 ‘재벌 저격수’를 자처하는 이들도 오너라는 단어를 무분별하게 쓴다. 고백하자면 기자 역시 그랬다. 고작 지분 몇% 들고 있는 그들을 대기업의 ‘주인’으로 대접한 게 바로 우리였다. 재벌을 무조건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바라본 것도 문제다. 재벌은 언제나 논란의 대상이었다. 한국 경제의 고속성장을 견인했다는 평가와 빈부격차를 키운 주범이라는 비판이 공존한다. 이들이 축적한 부를 활용해 사회적 책임을 다했는지도 논쟁거리다. 공과를 분명히 구분할 필요가 있지만 시청자 입장에서 어두운 면만 본 것 같아 부끄러웠다. 드라마는 재벌 체제에 대한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동시에 짚었다. 이성민 배우의 연기를 보면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과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등의 ‘기업가 정신’이 엿보인다. 부정한 지분 승계나 불투명한 기업 경영에 대한 일침도 있다. 대기업 총수는 위기 속에서 과감한 결단을 내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전문경영인과 비교된다. 일감 몰아주기나 불법 승계 등 위법행위는 엄중히 단속하면 된다. 지배력을 유지하며 자본만 끌어모으려는 ‘물적 분할 후 상장’ 같은 꼼수는 못 쓰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자식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재벌 내부에서는 이미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묻고 싶다. 행정·입법권을 지닌 정치권의 움직임은 어떤지.yes@ekn.kr

[이슈&인사이트] 中企 인적역량 강화 집중 지원해야

네덜란드의 저명한 경영전문가 아리 드 호이스는 자신의 저서 ‘살아 있는 기업, 100년의 기업 ’에서 "기업의 성공과 장수는 근본적으로 맞물려 있으며, 다른 모든 목표들을 희생시키면서 이윤을 위해 경영하고 주주가치를 극대화하는 정책은 경영의 구습이 되었다"고 설파했다. 노동시장의 유연화에 대한 갑론을박이 한창인 요즘 그의 주장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실 기업의 경영자들은 감원 후에 남은 인력들의 업무과중에 따른 비용, 그리고 경기가 호전될 경우 헌신성이나 역량이 부족한 직원을 고용해야 하는 비용에 대해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투자수익율이 개선되어야 할 때마다 인건비를 감축하려 든다. 필자는 수년 전 반도체장비를 제조하는 중소기업에 부임한 대기업 임원출신 사장 A씨와 대화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반도체 특수장비를 생산해 대기업 납품해오던 그 기업은 당시 수년째 매출이 정체되었고, 이를 타파하기 위해 외부에서 전문경영인을 스카웃 해온 것이었다. 신임사장이 부임해서 가장 눈에 띈 것은 잦은 이직율이었다. 반도체 산업은 불황과 호황의 전환이 급격해서 불황일 때는 매출이 바닥을 쳤다가 호황일 때는 사람을 구하기 힘든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었다. 반도체 산업에 속해 있는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그렇듯이 이 회사도 불황일 때 해고하고 호황일 때 채용하는 것을 반복하다 보니 직원들의 충성심은 극히 낮았고, 일과 후에는 당구나 술로 시간을 소일하고 있었다. 신임 최고경영자(CEO)가 목격한 것은 경쟁사에서 연봉을 몇 백만원만 올려 준다고 하면 바로 회사를 옮기는 현실이었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 지를 고민하던 그는 직원식당에 눈이 갔다. 대기업 카페테리아 못지 않게 식단과 인테리어를 개선하고, 실내 운동시설을 갖추는 등 근무환경부터 개선함으로써 직원들의 사기를 올려주었다. 다음으로 직원들의 자기개발을 위한 분위기 조성을 위해 독서발표회를 열었다. 처음에는 매달 1권씩 선정하다가 매주 1권씩으로 독서량을 점차 늘려나갔다. 어느 정도 직원들이 새로운 변화에 익숙해져 갈 무렵 업무관련 고강도 교육을 도입했다. A 사장은 자신이 본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가장 큰 차이는 교육 및 훈련에 있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대기업에 있을 때는 중소기업의 교육·훈련시간이 대기업의 70% 수준은 될 것이라고 짐작했는데 현실은 20% 이하여서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교육은 투입비용에 비해 성과가 바로 나오는 것도 아니어서, 자원이 빈약한 중소기업이 대기업만큼 교육에 투자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업주를 설득하여 대기업의 60% 수준으로 꾸준히 교육시간을 늘렸다. 그 결과 일과 후에도 공부를 해야 하느냐는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으나, 이 방침을 강력히 밀고 나가자 사내문화가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다. 일과 후에 술 마시고 동료들과 툭하면 시비를 벌이던 직원들이 각자 과제를 처리 하느라 바쁘게 시간을 보내게 됐다. 처음에는 학습과제가 과도하다며 불만이 많던 직원들이 실력이 올라가고 자신감이 붙자 업무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졌다. 신제품 개발주기는 이전보다 대폭 단축돼 제품라인이 크게 늘어났으며 매출도 큰 폭으로 성장했다. 직원들에게 교육훈련을 잘 시키는 것으로 소문이 나자 외부 스카웃이 이어져 인재가 다수 빠져 나가는 부작용도 있었다. 하지만 전문인력을 단기간내 육성하는 학습조직이 자리잡음에 따라 회사운영에는 전혀 지장이 생기지 않고 매출도 고성장을 지속할 수 있었다. 직원들 스스로도 자신들의 몸값이 올라간다는 것을 깨닫고 학습과 업무에 몰입함으로써 회사의 경영성과는 지속적으로 개선되었다. 정부는 중소기업 경영에 도움을 주기 위한 다양한 지원지원을 펴고 있다. 위의 사례에서 나타나듯이 교육·훈련시간의 차이가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격차를 키우는 중요한 요인일 수 있다. 중소기업들은 금융과 기술, 인력 등을 당장 필요한 지원이라고 느낄지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지원은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개선시키지 못한다. 소모적인 지원은 소모적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이 스스로 지속발전하기 위해서는 교육과 훈련이 가장 기본이 된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중소기업의 노동역량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지원사업이 재편성되어야 한다.박주영 숭실대학교 경영대학장

[EE칼럼] 제3차 대기환경개선계획 제대로 성과 내려면

환경부가 27일 제3차 대기환경개선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이와 같은 종합 계획은 대기질 개선을 위한 향후 10년간의 정책방향과 주요 과제를 제시하는 계획으로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제2차 종합계획이 2025년까지를 목표로 작성된 바 있다. 이번 3차 계획은 2차 계획 종료를 2년 남겨둔 시점에서 WHO(세계보건기구)가 지난해 강화된 초미세먼지 권고 기준을 내놓는 등 외부적 상황 변화와 함께, 최신의 국가 과학 기술 경쟁력을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종합 계획안을 세울 필요가 있다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이번 3차 계획에서는 2021년 대비 2032년까지 초미세먼지를 12ug/Nm3 수준으로 약 33% 정도 낮추고 오존 측정소의 1시간 환경기준 달성률 50% 달성을 목표로 삼고 있다. 초미세먼지 목표달성을 위해 초미세먼지의 고체상 분진 이외에 각종 원인물질 들에 대한 종합적인 관리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으로서 첫번째 과제로는 ‘국민 건강 중심의 관리 체계 구축’을 선정했는데 국민의 건강을 위하여서는 정확한 대기질 예보 정보 제공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또 이러한 정보를 기반으로 예상되는 고농도 초미세먼지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응이 적절하고 효과적으로 진행될 수 있어야 한다는 정부 차원의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이를 위하여 정보관리 체계를 지속적으로 보완 확충할 계획이라고 한다. 또한 36시간 전 예보의 경우에는 수도권을 시작으로 2024년까지는 다른 권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현재까지 구축된 국가 대기 오염 측정망, 위성 기후 정보, 굴뚝 원격 축정 자료, 도로 재비산 먼지 데이터, 등의 대기 관련 빅데이터를 활용하고 AI기법 등을 활용하는 경우에 예보의 정확성과 예측성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전략을 통하여 한국환경공단에 새로운 IT 기술과 장비 등이 제공되고, 해당 전문 인원의 추가 배치 등이 이루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다른 주요 과제로는 대기 관련 오염원의 배출 관리 고도화가 제시되었다. 사업장 배출 관리, 이동 오염원 배출 저감, 생활 주변 다양한 오염원 저감 지원 대책 등이 계획에 반영되어 있다. 우리의 경제 환경이 바뀌고 IT를 비롯한 산업 기술이 빠르게 진화 발전하게 됨에 따라서 미세먼지 개선 분야에서도 대응할 수 있는 자원과 방법들이 경제성의 범위 내에서 늘어가고 있다. 계량화된 데이터들이 있으면 개선의 영역과 문제점들이 분명하게 들어나고, 각종 인과 관계도 명확해지기 때문이다.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걸맞는 측정 장치 기술 개발, 무선 정보 통신 방식의 안정성과 신뢰성 향상, 분석 기법과 관리 시스템의 개선을 바탕으로 배출 관리 고도화가 추진될 예정이다.‘이동오염원 배출 저감 가속화’와 관련하여서는 추진 과제가 주로 친환경 무공해 차량 지원 정책이 계획되어 있다. 현재 환경부의 전통적인 역할이 주로 내연기관 제작차의 배기가스와 온실가스 배출 허용 기준을 강화하는 부분에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분야에서는 범정부 차원의 협력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본다. 예를 들어서 차량 검사는 국토교통부에서 관리하는데, 검사 시의 개별 차량의 배출가스 농도 자료와 운행 거리 등의 자료를 일부 환경부에서 활용할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는 선박 및 항만 분야에서도 동일하다. 정부 부처간에 업무의 역할과 책임을 분명히 한다고 하더라도 자료와 정보의 활용과 공유는 부처간 협조가 아니라 기본이라고 생각하는 문화가 확고하게 뿌리 내려야 한다.이번 종합계획에는 국내 대기질의 대외 변수에 대한 해법으로 국제 협력에 대한 계획도 포함되어 있다. 특히 인접국인 중국 일본과 정기적이고 실효적 협력을 이끌어 내겠다는 의지를 표명하였다. 이러한 노력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현황 파악과 예측 정확성이 기본이 되지 않을까 한다. 각국이 4차 산업 혁명의 시대에 걸맞는 각국의 빅데이터와 대형 데이터를 분석 처리하여 근거 있는 자료를 기반으로 공동의 관심사를 논의할 때에 가능하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지난 10년간 대기 환경 데이터를 생성할 수 있는 방안들이 많이 구축되고 산업별 지역별 배출 오염원에 대한 인벤토리도 잘 정리되어 있다. 온실가스 종합정보센터와 기상청의 데이터들도 환경부 내부에서 잘 통합될 수 있으므로, 모든 대형 데이터들을 기반으로 인공지능(AI) 기법을 활용하여 보다 좀더 수준 높은 분석 시스템과 예보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필요하다. 이러한 접근은 대기 문제에서 대외 변수를 줄이는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이번 제3차 대기환경개선 종합 계획은 전문가들의 참여를 통하여 시의적절하게 준비되고 작성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대내외 환경, 기술의 발전 속도, 대기질에서 기후환경까지의 연결된 고민, 각종 IT기법과 가용한 데이터, 지구 환경에 대한 글로벌 대응 노력 등을 감안할 때 발 빠른 대처와 적시의 전략 목표 수정이 매우 필요하다고 보인다. 이를 통해 새로운 장기 대기환경개선 계획이 미세먼지 걱정 없는 푸른 하늘을 여는데 실효성 있는 역할을 수행하기를 기대해 본다.박기서 전 대기환경학회 부회장

[기자의 눈] 한전채 한도 상향은 임시방편, 요금인상 막으려면 결국 절약 뿐

한국전력공사와 국내 전력시장 붕괴를 막기 위한 전(全)국가적 전기 절약이 필수불가결한 상황이 됐다. 국회가 결국 올해를 넘기기 전에 한국전력공사의 채권발행 한도를 기존 2배에서 5배로 늘리는 한전법을 통과시킬 전망이다. 한전은 올해 30조원이 넘는 적자가 예상되는데다 이미 23조원의 채권을 꽉 채워 발행했다. 채권 시장을 한전이 독식하다시피 하면서 다른 기업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등 한전의 재무위기는 전력시장 뿐만 아니라 국내 경제전반의 위기로 확산될 수 있다. 추가 채권 발행이 막히면 당장 발전사들로부터 전기를 사올 수 없고, 이로 인해 발전사들도 연료조달에 차질을 빚는 전력시장 붕괴가 현실화 될 수 있다. 다만 한전법이 통과된다 해도 당장의 위기는 피할 수 있어도 여전히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산업부는 내년 3월까지 한전채 발행 잔액을 약 72조원으로 추산했다. 또 현행법에 따른 한전채 발행 한도를 약 40조원으로 계산해 32조원의 간극을 전기요금으로 올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내년 기준연료비가 kWh당 51.6원 인상된다 해도 적자해소는 여전히 어렵다. 현재 kWh당 128.5원인 주택용 전기요금을 자그마치 40%나 더 올려도 올해 발생한 30조원대 적자 해소는 물론 사채나 대출 원리금 상환에도 부족한 상황이다. 한전은 정부와 단계적인 전기요금 인상 계획을 조기에 수립하는 한편 정부 재정 지원 방안과 전력시장 제도 개선 방안 등 다각적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 강도 높은 재정 건전화 자구 노력도 적극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장기적으로는 요금수준 현실화와 에너지원간 상대가격 구조 개선을 위해 단계적 요금 인상으로 원가회수율 100%를 달성해야 한다. 정부도 자원배분의 효율성 제고를 위한 에너지원간 상대가격 조정 등 전기에 대한 직접과세 부과를 검토할 필요도 있다. 모든 재화의 가격 왜곡은 소비 비효율을 초래해 국민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전력은 특히 가격왜곡이 발생하는 경우 다른 에너지원보다 큰 비효율을 초래한다. 한전의 적자와 채권시장 왜곡도 저렴한 가격으로 인한 비합리적인 에너지 소비구조로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저해한 결과다. 결국 국민들이 에너지위기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절약을 생활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발적 절약이 되지 않는다면 결국 요금 인상으로 인한 강제 절약방법 밖에 없다.

[EE칼럼] 수송용 연료에 ‘저탄소 연료 혼합의무제’ 도입하자

지난 22일 개최된 ‘2022 석유 콘퍼런스’에서 정부는 ’친환경 바이오 연료 확대 방안’을 통한 국내 석유산업 지원을 재차 약속했다. 지난 10월 발표된 ’친환경 바이오 연료 확대 방안‘은 바이오 항공유·선박유·에탄올,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폐윤활유 등 신규 바이오 연료 개발·실증, 상용화 지원 등과 함께 신재생 연료 혼합의무제(RFS) 개편에 방점을 찍은 바 있다. RFS는 신재생에너지법에 따라 정유사에게 규정된 혼합 의무비율 이상의 바이오 연료를 석유류에 혼합하도록 강제하는 제도다. 2015년부터 시행에 들아가 현재는 차량용 경유에 바이오디젤(BD)을 3.5% 혼합하도록 하고 있다. 정부는 우선 BD 혼합 의무비율을 30년까지 8%로 높이고, 전과정 탄소 감축 효과를 이행실적 가중치에 연계하려고 한다. 또한 신규 바이오 연료로 RFS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정유사가 폐플라스틱 열분해요, 폐윤활유 등을 자체 생산, 혼합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 개정도 준비 중이다.이러한 정부의 RFS 개편 의지는 변화하고 있는 수송에너지 상황을 적극 수용, 제도화하는데 신속히 나섰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할만하다. 특히 2030년 수송부문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달성하기 위해, 무리한 수준의 전기·수소차 보급 확대 강요보다 바이오 연료가 일정정도 보완적인 역할을 수행케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수 있다. 더욱이 도로 부문 이외 전기화가 사실상 어려운 해운·항공 부문에서 바이오 항공유·선박유의 역할은 대체 불가능하다. 하지만 2030년을 넘어 그 이상 중장기적인 수송에너지 시장·산업의 구조 변화를 생각하면 이번 개편에는 아쉬움도 남는다. 우선 BD에서 신규 연료로 RFS 적용 범위가 확대되었지만, 어디까지나 바이오 연료에 국한되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신재생에너지법상 신재생에너지 연료인 ’수소‘나 나아가 청정수소와 탄소를 합성 제조한 e-휘발유, e-디젤 등 ‘재생합성 연료(e-Fuel)’까지도 검토가 필요하다. 특히 e-Fuel이 작년 10월 확정된 2050 수송부문 탄소 중립 시나리오의 주요 감축 수단으로 인정되었다는 점에서, 본격적인 상용화 단계 이전 투자 확대 지원 차원에서라도 더욱 그렇다.또한 국내 수송에너지 사업의 다각화·융합화 등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 기존 수송에너지 사업은 휘발유·경유·LPG 등 석유류 공급사업이 주류였다. 하지만 2050 수송부문 탄소 중립 시나리오가 보여주었듯, 석유류 공급사업의 축소와 수송용 전기·수소 공급사업으로 대체를 통해 해당 사업 지형이 탈바꿈하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가 되었다. 이에 국내 정유사들도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전기·수소 공급사업으로 진출하거나, 연료전지·태양광발전·전기차 충전·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을 주유소에 통합 설치한 ‘에너지 슈퍼스테이션’ 등과 같은 석유류 사업과의 융합도 추진 중이다. RFS도 이런 변화를 반영해야 한다고 본다.무엇보다 이런 변화를 고려한다면, 굳이 정유사에만 RFS 의무를 지우는 것이 정당한 것인지에 대해 숙고도 필요하다. 수송용 전기·수소도 전과정적 관점에서 생산·유통단계의 온실가스·미세먼지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다. 앞으로 몸집이 커질 수송용 전기·수소 공급사업자에게도 비슷한 의무를 줘야 하지 않을까.이런 중장기적인 고민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저탄소 연료 혼합의무제(Low Carbon Fuel Standard: LCFS)’ 도입을 검토해볼 만하다. 2006년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시행 중인 LCFS는 특징적으로 의무대상자인 수송에너지 공급사업자가 준수해야 할 의무가 판매 연료의 ‘전과정 탄소집약도(Carbon Intensity: CI)’, 즉 생산·유통·소비 전과정 온실가스 배출량이다.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면, 바이오 연료나 수송용 전기·수소 생산·공급을 넘어 정유공장의 공정혁신 등까지도 포함, 의무대상자에게 폭넓은 재량권을 주고 있다. 나아가 CI 충족 여부에 따른 크레딧 발급과 거래가 가능, 저감 활동에 유인책으로 활용되고 있다. 더욱이 수소충전소 건설 등에 크레딧 발급을 연계할 경우 수송용 전기·수소 관련 인프라 구축을 유도하는 데 일조할 수 있다. 물론 LCFS의 국내 도입은 국내 여건에 맞도록 정교한 재설계 과정도 수반된다. 이에 대한 사전적 준비를 주문한다.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이슈&인사이트] 겉치레식 산업안전, 새해엔 달라져야

‘고비용 저효과’, ‘관료적 형식주의’, ‘보여주기’. 산업안전을 두고 현장에서 많이 나오는 말이다. 우리나라 산업안전이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되었는가. 어느 때부터인가 산업안전이 불합리의 대명사이자 냉소의 대상이 되었다. 가장 큰 책임은 전문성과 진정성 없는 정부에 있지만, 기업·학계·로펌·컨설팅기관의 잘못도 그에 못지 않다. 많은 기업들은 중대재해처벌법이라는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해 이 법을 ‘근로자’ 보호를 위한 법이 아니라 ‘경영책임자’ 보호를 위한 법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안전역량을 끌어올리기보다는 치장하는 데 엄청난 돈을 쏟아 붓고 있다. 외부기관에 과도하게 의존하다 보니 자율역량은 향상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현실과 맞지 않는 보여주기 대책이 남발되면서 실질적 역량은 되레 후퇴하는 모습마저 보인다. 학계에도 학자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안전에 무지한데도 정부와 기업을 상대로 허장성세하는 자들이 적지 않다. 이들은 전문성이 없다 보니 엄벌이 곧 정의라는 프레임에 갇힌 채 정부의 들러리가 되어 왔다. 교수라는 직함을 돈벌이에 활용하는 인사들도 적지 않다. 자신의 무능을 이념으로 가리려는 학자들도 있다. 진보 코스프레를 하면서 안전에 대한 허황된 주장으로 혹세무민하는 자들이야말로 꼴불견 중에서도 압권이다. 진보를 오염시키고 진보에 대한 환멸을 불러일으키는 몹쓸 자들이다. 모름지기 학자는 지식인으로서 정부를 비판하고 기업을 견인해야 한다. 일찍이 막스 베버는 학문에 대한 역량과 사명감을 갖고 있지 않는 자들은 학자가 될 생각을 접으라고 일갈했다. 학문적 열정과 전문성으로 무장하는 것은 산업안전 분야 학자도 그 예외가 될 수 없다. 로펌은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가장 신나 있다. 문제는 상당수 로펌이 산업안전에 대한 기본지식도 없으면서 산업안전 전문가 행세를 하며 공포 마케팅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을 횡재 수단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로펌은 노동부 출신의 변호사를 전면에 내세우면서까지 돈벌이를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있다. 직업윤리라곤 찾아볼 수 없다. 산업안전의 문외한을 대표선수인 양 내세우는 것은 법률시장을 혼탁하게 하는 것이자 스스로의 위상을 훼손하는 일이다. 로펌은 자신들에게 특화된 전문영역에 충실해야 한다. 처벌을 위해 자의적인 법집행을 일삼는 수사기관으로부터 피의자의 인권을 보호하는 일이 정작 로펌이 집중해야 할 일이다. 안전컨설팅시장은 최근 하향평준화 현상이 뚜렷하다. 무늬만 전문기관일 뿐 의뢰하는 기업보다도 전문성이 못한 컨설팅기관들로 넘쳐나고 있다. 이들은 중대재해처벌법을 배경으로 기업들의 ‘묻지마’ 컨설팅 분위기에 편승하면서 내용적으로 빈약하기 짝이 없는 컨설팅에 ‘몰빵’하고 있다. 당연히 오래 갈 수 없다. 명실 공히 안전에 관한 전문성을 갖춘 기관으로 성장해야 컨설팅기관으로서 지속 가능하고 산업안전 발전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 산재예방선진국과 비교하여 사회적으로 엄청난 자원이 산업안전에 투입되고 있지만, 안전역량은 올라가지 않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낭비되고 있다. 현장작동성을 도외시한 대책이 쏟아지면서 현장의 안전이 곪아가고 있다. 새해에는 이러한 뒤틀림이 바로 잡힐 수 있도록 산재예방시스템이 정상화되어야 한다. 국가적으로 막대한 비용을 들이고도 산업재해가 줄지 않고 있는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고 그 원인을 밝히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정부가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하면 단기간엔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문제가 고착화될 수 있다. 산업안전의 실질적 발전을 위해선 정부를 위시하여 산업안전 관계자들 모두 환골탈태해야 한다.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이 많은 인사들은 산업안전 시장에서 퇴출되도록 하고, 전문성이 없는 자들이 전문가 행세를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이럴 때 비로소 산업안전 분야가 진정성을 갖춘 전문가들로 넘치고 보람 있게 일하는 영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이런 방향으로 분위기를 바꾸는 데 정부부터 앞장서야 한다. 난마처럼 꼬인 작금의 상황에 정부가 가장 큰 책임이 있는 만큼 결자해지해야 한다. 새해에는 산업안전이 관계자들의 잇속 챙기기나 보여주기 수단이 아니라 근로자들의 실질적 보호수단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

[기자의 눈] CEO 줄줄이 퇴진, 커지는 관치금융 우려

금융지주, 은행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줄줄이 퇴진하고 있다. 몇 차례 연임을 해가며 자리를 지키던 이전과는 다른 분위기다. ‘세대교체’, ‘후배들에게 기회’ 등의 이유를 들고 있지만 올해 들어 연임 사례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은 외부에서 압력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들게 한다. CEO 퇴임과 관련한 금융사들의 공식적인 입장이 나와도 금융권 안팎에서는 자리에서 물러난 CEO들의 결정이 자의일지, 타의일지에 대해 추측을 내놓고 있다. 정부가 금융사에 개입하는 이른바 관치금융에 대한 우려와 비판의 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 CEO 인사 때문만이 아니다. 지난 5월 새 정부가 출범한 후 금융권은 줄곧 정부의 눈치를 보기에 바빴다. 금리 개입이 대표적이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이자장사를 문제 삼으며 예대금리차를 축소할 것을 주문했고, 지난 8월부터 매월 예대금리차 공시를 하도록 의무화했다. 금리인상기에 대출금리가 계속 높아지자 은행들은 예대금리차를 줄이기 위해 예·적금 등 수신금리를 빠르게 올렸다. 그러던 중 레고랜드발 자금시장 경색이 발생했다. 금융당국은 자금이 쏠리지 않도록 은행들에 은행채 발행을 최소화할 것을 요청했는데, 은행들은 자금조달 통로가 막히자 또 다른 통로인 수신 상품에 집중하며 수신금리 인상을 지속했다. 높아진 수신금리에 자금은 은행으로 몰렸고, 지난 11월 금융당국은 수신금리를 과도하게 높여서는 안된다며 이번에는 금리 인상 자제령을 내렸다. 은행들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자금시장이 경색된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개입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해도, 몇 달 사이 바뀌어 버린 금리 기조에 은행들은 혼란이 가중됐다고 토로했다.이번 은행권 CEO 인사도 정부 개입의 연장선이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국책은행, 특수은행을 넘어 시중은행, 지방은행에서도 보은성 인사, 낙하산 인사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금융당국 수장들은 공개적으로 반박하고 나섰지만 시장의 시선은 더욱 곱지 않아 보인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20일 관치 논란에 대해 "주인이 없는데 CEO가 주변에 우호적인 세력만 놓고 (이사회를) 운영하는 내치는 맞는 것인가"라며 "관치가 문제가 있지만 (내치와) 합리적인 접점은 필요한 것 같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에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대놓고 관치를 선언하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김 위원장의 발언에 일리가 있는 부분도 있다. 금융사 CEO들이 셀프 연임 하는 사례가 생기면서 이를 비판하는 소리도 많다. 그렇다고 관치금융 부활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돼서는 안된다. 금융사들이 내부견제 장치를 강화하고,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하면서 스스로 인사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먼저다. 금융산업은 관치금융과 그 폐해를 겪으면서 성장해 왔다. 경제 상황이 어느 때보다 어려운 지금 관치금융이 다시 고개를 드는 것은 그동안 겪어온 과거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dsk@ekn.kr

[이슈&인사이트] 인공지능과

최근 들어 해외 무기 수출이 활발히 성사되면서, K-방위산업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오랜 시간 국방로봇 분야에서 연구 개발에 매진한 필자는 갑자기 국산 전차가 해외에서 호평받는 이유가 무엇인지 지인으로부터 질문을 받은 바 있다. 아마 국방산업에 종사한 경험이 없는 대다수 국민은 당연히 이러한 의문을 가질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쉽게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시기적 상황과 오랫동안 북한과 대치하는 환경적 상황, 여기에 우리의 가격 대비 성능이 우수한 무기 제조 능력과 정부의 지속적 군수 지원이라는 내재적 요인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필자는 과거 우리가 처했던 현실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과정을 통해 우리나라의 어떤 환경이 오늘날 K-방산을 발전시킨 원동력이 됐는지 심층적인 분석을 해보려 한다. 또한 현재의 K-방산 열풍을 기반으로 미래 방위 산업을 더 높은 단계로 발전시킬 수 있는 전략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과거의 어떤 노력이 현재의 K-방산에 대한 높은 관심을 만들었는지 정확히 분석할 수 있다면, 이를 토대로 미래를 잘 대비할 수 있는 향후 국방 전략도 더 정교하게 가다듬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K-방산 열풍을 이뤄낸 원동력은 과연 무엇일까. 첫째, 우리나라가 산업화 초기 단계에서 낮은 국민소득에도 불구하고 중화학 공업을 집중 육성하면서 자동차, 조선 등 기계산업이 발전하고 총포, 화약, 차량 등에 대한 방위산업을 자주국방의 기조로 비약적으로 성장하였기 때문이다. 둘째, 여기에 ICT 기술이 접목되면서, 신속한 인프라 조성과 정보화 산업이 활성화되고, 무기체계도 단순 모방에서 탈피하여 신속한 디지털화, 소프트웨어 부문 등에서 독자적인 기술 개발을 추구한 결과이다. 셋째는 K-방산 기술을 주도한 국방과학연구소의 우수한 연구진과 기계 가공 등 중공업 기반의 제작기술을 보유한 산업체 간의 협력적 생태계가 잘 만들어 진 것도 빼놓을 수 없다. 다시 말하면, 장기간 투자된 중공업 기반과 산업의 변화에 신속히 대응한 정보산업이 융합되면서, 가격경쟁력을 갖추면서 동시에 첨단 기능이 포함된 K-무기체계 기술을 보유하게 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소프트웨어 등 첨단 기술이 포함된 디지털 무기체계를 신속하게 개발 및 획득한 것이 근본 원인으로 판단된다. 그럼 이제 어떻게 방산수출을 지속하면서 동시에 우리의 국방력을 강화할 수 있을 지 난제를 풀어보자. 첫째, 국방 인력을 감축하는 과감한 국방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인력감축을 통해 국방운용비를 절감하자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인력차감에 대한 따른 전력 공백은 무인체계로 보완될 수 있다. 무인체계라도 단순히 사람이 플랫폼에 탑승하지 않는 것에서 더 나아가 원격의 운용자도 최소화되는 수준까지 완성되는 그야말로 인공지능 기반의 무인자율 무기체계로 전환되어야 한다. 둘째, 이를 통해 세계 무기시장에서 기술적 경쟁 우위를 점하게 되는 핵심 전략으로 삼아야 한다. 예를 들어 기존의 어떤 기술로도 불가능한 자율화 부분이 최신의 인공지능 기술로 완성될 수 있고, 이는 곧 소프트웨어 산업 및 데이터 생태계의 확산으로 진화될 것이다. 이로써 우리는 잘 준비된 과거의 국방 과학 기술 기반 위에 다시 인공지능 기술이 융합되면서 혁신으로 도약하여 지능화 및 자율화 무기체계 기술로 세계를 선도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더구나 인구 절벽에 직면한 우리의 현실을 극복하고 지속적인 국방산업 경쟁 우위를 유지하는 유일한 방법은 인공지능 기반의 자율 무기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국방 연구개발(R&D)는 세계 최고의 자율 기술을 국방에 접목하고, 이를 기반으로 민간 산업에 활용되게 하거나 동시에 민간의 우수한 지능 기술을 신속하게 국방 무기 체계에 접목하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국방 개혁은 단순히 인공지능을 국방 운용에만 국한하는 것이 아닌 인공지능 기반의 자율형 무기체계의 지속적인 개발과 및 활용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전개해야 한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은 다시 ‘지능 강군’으로 전환되고 동시에 지속적인 방산 강국으로 발전하는 국방과 산업의 두 마리 토끼를 잡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박용운 동국대 교수(자율기술 연구센터장)/전 국방과학연구소 고등기술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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