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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가격 인하 압박’은 처음인 식품업계...익숙한 시중은행들

최근 농심이 7월 1일부로 신라면, 새우깡 출고가를 각각 4.5%, 6.9% 인하한다는 소식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화제였다. 신라면 가격 인하는 2010년 이후 13년 만에 처음이었고, 새우깡 가격 인하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이번 가격 인하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이 영향을 미쳤다. 추 부총리는 이달 18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지난해 9~10월 (기업들이 라면값을) 많이 인상했는데, 현재 국제 밀 가격이 그때보다 50% 안팎 내렸다"며 "기업들이 밀 가격 내린 부분에 맞춰 적정하게 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정부가 하나하나 원가를 조사하고 가격을 통제할 수는 없다"면서도 "이 문제는 소비자 단체가 압력을 행사하면 좋겠다"고 했다. 사실상 라면업체들을 향해 가격 인하를 권고한 셈이다. 사기업의 가격 결정권에 대해 정부가 개입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일부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일반 서민이 자주 찾고 먹거리 물가에도 즉각 영향을 미치는 식품기업들이 원재료 가격이 오를 때는 즉각적으로 가격을 올리다가 원재료가가 하락할 때는 모르쇠로 일관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논란의 소지가 적은 듯하다.정부의 가격 인하 권고가 당황스러운 라면업계와 달리 은행권은 이러한 상황이 너무나도 익숙하다. 특히나 식품업계는 원재료가 인하로 가격을 내릴 수 있는 명분이라도 있지만, 은행권은 한국은행이 2021년 8월부터 기준금리를 10차례에 걸쳐 인상했음에도 금융당국으로부터 금리 인하 압박을 지속적으로 받아왔다. 금리 상승기 은행이 시장금리 수준, 차주 신용도 등에 비춰 대출금리를 과도하게 올리는 것을 근절하고, 예대금리차 확대로 인한 지나친 이익 추구를 근절하라는 게 당국 발언의 요지다. 금리 인하뿐만 아니다. 당국이 금융지주사 최고경영자(CEO) 선임은 물론 지배구조 개선과 같은 은행, 금융사의 세세한 내부 살림에도 발언을 쏟아내는 것은 이제 더 이상 놀랍지도 않다. 최근 은행들이 청년도약계좌를 내놓은 것 역시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공약에서 청년들에게 자산 형성 기회를 만들어주겠다며 도입을 약속한 영향이 컸다.그간 시중은행들은 주인 없는 회사라는 이유로 다른 업종에 비해 유독 당국의 간섭에 휘둘리는 경향이 있었다. 당국이 적절한 수준의 메시지를 내놔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때로는 당국의 시각들에 지나침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앞서 식품업계의 사례에서 보듯이 민생 경제를 위해서는 업권 간에 차별적인 시선, 편파적인 시각을 어느 정도 절제할 필요가 있다. 정작 서민 물가에 영향을 주는 기업들의 꼼수에는 눈을 감은 채 주인 없는 회사니까, 은행이니까, 금융지주사니까 당국의 말에 따라야 하고, 은행권은 이자 장사에만 몰두하기 때문에 당국이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는 편파적인 시각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또 한 가지, 은행을 넘어 다른 업권으로 확대된 정부의 권고 발언과 이로 인한 기업들의 가격 인하 행보가 부디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았으면 한다. 식품가격을 올려야 한다고 정답을 정해두지 않고, 가격 인상의 적정선은 무엇인지, 그 근거가 타당한지, 인상 요인과 인하 요인은 무엇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때다.ys106@ekn.kr

[EE칼럼]전력산업,선도형 산업으로 전면 재편해야

요즘 매일같이 전력 관련된 뉴스가 등장한다. 대부분이 전기요금, 원자력, 신재생에너지 관련이다. 이들 이슈는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문제들이 적지 않다. 특정 전원의 발전량이 적거나 많아지면 당연히 다른 전원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주어진 수요에 맞춰서 공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력수요가 적은 지역에서 제어하기 어려운 재생에너지의 발전량이 많아지면 강제로 차단하거나 다른 발전기의 출력을 줄여야 한다. 제도를 설계할 때 미처 예상치 못한 문제라면 서둘러 경제적, 기술적 미비점을 보완해야 할 것이다. 지역별로 편중된 수급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설비보완 뿐 아니라 획일적인 보조금이나 요금체계도 바꿔야 한다. 가뜩이나 전원믹스, 공급비용, 공급신뢰도, 보조금 문제, 환경문제 등과 얽히면서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새롭게 나타나는 문제들도 있지만, 어디서나 발생할 수 있는 일반적인 현상들도 난마처럼 얽히고 있다. 매듭을 풀기 어렵다면 매듭을 끊어내는 새로운 결단이 필요하다. 지금은 우리 전력산업에 대한 성찰과 미래에 대응하는 방향 전환이 필요한 때다. 먼저 전력산업에 대한 공감대가 필요하다. 전력산업이 언제까지 산업에 필요한 동력을 싸고 안정되게 공급하는 책무를 수행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다. 일각에서는 제조업 경쟁력과 값싼 에너지 공급이 상호 불가분의 관계라고 여긴다. 전력이 생산요소이자 산업인프라 기능을 하는 것은 사실이다. 이는 에너지가 필요할 때 제대로 공급할 수 있느냐의 문제이지, 반드시 낮은 가격을 전제로 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전기 다소비 업종을 제외하면 전기요금이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전기요금이 제조업 경쟁력에 미치는 효과도 마찬가지다. 다음으로 전기 재화는 국가가 국민에게 값싸게 충분히 공급해야 하는 공공재인가의 문제다. 전기가 일정한 범위에서 필수재적 성격을 갖고 있지만, 그것을 넘어서면 시장재화의 기능도 한다. 갈수록 많은 전기제품이 보급되며 전력수요는 늘어나는 추세다. 냉난방도 지속적으로 전기에너지로 전환되고 있다. 요금이 낮다고 무턱대고 쓰지는 않겠지만 가격효과는 있다. 주택용 전력수요는 주택 유형, 가구원수, 기후와 같은 외적 요인과 소득수준, 요금과 같은 경제적 요인에 영향을 받는다. 낮은 전기요금이 국민의 후생에 크게 이바지한다면 원가보다 낮더라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고 반드시 다다익선은 아니다. 낮은 요금이나 불합리한 요금체계로 인해 에너지 낭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요금이 갖고있는 가격신호 역할이 필요한 이유다. 앞서 언급한 두가지 문제에 대한 사회적 통념이나 정책결정자의 시각이 바뀌지 않는다면 우리 전력산업은 내일도 여전히 똑같은 행태를 반복하며 허망한 담론만 되풀이하게 될 것이다. 자주 얘기되는 전원 문제나 송전망 확충 그리고 전기요금 문제는 발등의 불을 끄는 기존의 방식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여태껏 보아왔듯이 이러한 문제는 앞으로도 반복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시스템 변화와 함께 전력산업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에 대해 새로운 시각에서 답을 찾아야 할 때다. 전력산업 환경은 지난 10년을 보더라도 크게 변했다. 온실가스 감축 문제는 이제 변수가 아니라 상수가 되었다. 국제적 협약과 국가적 체면을 넘어 산업 전반에 걸쳐 전방위적 기술규제 압력으로 다가오고 있다. 국지적 전쟁만으로도 국제유가가 폭등하고 에너지 안보가 위협받는 현상도 상존하는 불확실성의 하나다. 나아가 기술적 변화는 알게 모르게 우리의 생활방식 자체를 크게 변화시키고 있다. 전기차, 수소차는 물론 반도체, 데이터센터로 이어지는 새로운 에너지 수요는 얼마 전만 해도 생각하기 어려운 것 들이다. 원거리 전력망으로 유지되던 전력네트워크도 이제는 보다 정교하고 지역화된 분산에너지 시스템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사회구조의 변화와 더불어 에너지시스템에도 커다란 변화의 물결이 몰려오고 있다. 아직도 전력산업이 송전망을 확충하고 대형 발전소 몇 개를 더 지어서 공급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가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전력산업은 이제 단순히 규모의 경제나 공급안정이라는 지표로 보던 관점에서 산업의 경계를 넘어서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전력산업이라는 좁은 시각에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앞으로 더 이상 답을 찾기 어렵다. 전력은 철강, 석유화학, 반도체, 자동차, IT와 밀접하게 연결되고 있다. 국방, 안전, 금융과 같이 거리가 있어 보이는 분야와의 접합점도 생겨나고 있다. 전력은 새롭게 전개되는 사회경제시스템의 핵심 드라이버로서의 역할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정해진 파이를 놓고 치고 받는 치킨게임에 더 이상 매달릴 때가 아니다. 새로운 사회,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 가는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과 제도적 기반을 구축하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 새로운 인식과 발상의 전환을 통해 전력산업의 새로운 미래를 준비할 때다.이창호 가천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과 교수

[이슈&인사이트] 진보 vs. 보수의 차이

필자의 미국 유학시절 시카고대에서 학교를 옮긴 교수가 수업시간에 보수와 진보의 차이가 무엇인지 정의를 내려보라고 했다. 대부분의 MBA 학생들은 보수와 진보에 대해서 우리가 흔히 생각할 수 있는 추상적인 개념으로 설명하려고 했다. 즉, 보수는 기존의 것을 지키고 보존하며 점진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고, 진보는 기존의 것을 버리고 급진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라고들 답했다. 그러나 교수의 답은 뜻밖이었다. 진보와 보수의 차이를 ‘세금’에 있다고 했다. 보수인 공화당이 선거에서 이기면 세금을 낮추고, 진보인 민주당이 집권하면 세금을 올리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공화당은 시장은 보이지 않는 손에 움직이며, 정부는 공정한 관찰자의 역할만 하면 되기에 세금을 인하하면 민간은 소비를 촉진하고 기업은 투자를 늘린다고 주장한다. 반면 큰 정부를 지향하는 민주당은 시장을 그대로 놔두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경기를 일으키고 복지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흥미로운 것은 시카고대는 시장 자유주의 중심의 대학으로 공화당 정책의 정신적인 지주 역할을 하며 공화당이 집권하면 시카고대 경제학자들이 경제정책자문을 한다고 했다. 반면 민주당이 집권하면 자유방임주의는 시장실패로 귀결된다고 주창하는 프린스턴대·컬럼비아대 등 동부해안에 자리 잡은 대학들의 경제학자들이 대거 백악관의 정책자문으로 입성한다는 것이다. 복지혜택의 수혜자인 저소득층을 제외하고는 세금인상은 인기가 적어 2차 세계대전 이후 선출된 미국 대통령 중 연임에 성공한 민주당 대통령은 클린턴 대통령이 최초다. 미국 역사상 전쟁에서 승리한 대통령이 연임을 못한 경우는 드문데도, 걸프전을 승리로 이끈 공화당 대통령인 아버지 부시대통령을 물리치고 무명에 가까운 아칸소 주지사였던 민주당의 클린턴이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경제가 보수와 진보 모두에게 첨예한 이슈가 될 것이라는 전조를 시사한다. 클린턴의 대통령 당선은 ‘경제대통령’이라는 국민의 기대에 힘입었다. 부시 대통령을 겨냥해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그의 구호가 유명세를 타며 지지를 얻었다. 클린턴은 집권 후 4년만에 걸프전으로 인한 막대한 재정적자를 해결하며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초로 재선에 성공한 민주당 대통령이 됐다. 재정적자 해소라는 클린턴의 전무후무한 업적에도 세금 인상정책을 펴는 민주당이 클린턴의 뒤를 이어 3 연임하는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클린턴 이후 미국 대통령은 공화당의 아들 부시가 연임한 뒤 민주당의 오바마가 연임했다. 그 이후엔 공화당의 트럼프가 단임에 그치고 다시 민주당의 바이든이 집권하는 등 미국정치 지형에 격랑이 일고 있다. 클린턴 이전까지만 해도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공화당 대통령이 연임 하고, 잠깐 민주당에 대통령 자리를 넘겨 준 뒤 다시 찾아오는 상황이 반복됐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공화당을 지지하는 미국의 중산층이 미래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는 여유가 있던 시기에는 공화당 대통령을 두 번 찍고는 사회 안정화를 위해 자신이 세금을 더 내더라도 민주당으로 스윙 보트를 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러나 클린턴 이후로는 공화당의 부시가 8년 집권한 이후 민주당의 오바마가 8년을 집권하고는 공화당의 트럼프가 연임에 실패를 한 것을 보면 미국의 선거 지형이 달라진 것 같다. 사실 클린턴 이후부터는 대통령 선거마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접전을 벌이며, 선거 후에도 결과를 승복하지 않고 소송전을 벌이는가 하면, 부정선거 의혹이 불거지고,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선거불복을 내세우며 의회 의사당에 난입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는 미국의 소득불평등이 1990년대 중반 이후 심화되고 있고, 특히 과거의 중산층에 속했다고 생각한 백인 중산층이 더 이상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여유롭지 않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를 뒷받침하는 대표적인 지표인 지니계수를 보면 2019년 0.395로 0.339인 우리나라보다도 높다.미국보다 지니계수가 낮다는 이유로 우리나라가 안심할 수는 없다. 한국은행은 우리나라가 저성장 국면에 들어섰다고 봤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도 1.5%로 낮췄다. 정치도 마찬가지로 위기이다. 윤석열 정부는 ’공정‘이라는 시대정신을 중심으로 서서히 지지를 확보해 나가는 정책을 펴고 있다. 국민의힘이 집권했지만 여전히 민주당의 지지층도 37%로 팽팽하다. 대한민국은 ’팬덤정치‘라는 극한적 이념 갈등의 중심에 있다. 이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최우선 과제는 경제활성화다. 경제활성화에 따른 소득 불평등의 감소는 자연스레 정치적 대립을 감소시키고 나아가 사회의 안정으로 이어질 것이다.박주영 숭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기자의 눈] 자본시장 조사국 분리가 필요한 때

[에너지경제신문 양성모 기자] "금융감독원 내 자본시장 조사국을 따로 분리해 독립적인 기구로 만들어야 할 시점이다."최근 불공정거래 수법이 나날이 발전중인 것과 관련해 전직 금융감독원 관계자가 던진 말이다. 최근 주식 시장을 표현하자면 질서가 없는 상태를 뜻하는 ‘난장판’으로 정리가 가능하다. 카카오톡, 트위터, 텔레그램과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유튜브 등 동영상 공유 플랫폼이 발전하면서 이를 이용한 불공정거래가 확산중인 가운데 라덕연 주가조작 사태와 증권사 임원의 리딩방 운영까지 하루가 멀다 하고 사건사고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이와 반대로 불공정 거래 적발 건수는 매년 줄어들고 있다. 금감원이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조사와 관련한 적발 실적은 2018년 151건을 기록한 뒤 2019년 129건, 2020년 94건, 2021년 80건 등 매년 감소세다. 그만큼 불공정 거래 세력들의 수법이 지능화·고도화 되면서 빈틈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황이 이렇자 지난 5월 금감원은 조사 3개 부서의 인력을 70명에서 95명으로 늘리고, 특별조사팀과 디지털조사대응반도 신설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을 촘촘히 감시하기엔 역부족이란 의견이 나온다. 또 다자간매매체결회사(ATS, 대체거래소) 출범을 앞둔 상황에서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불공정거래를 적발하기가 어렵다. 대체거래소 자체적으로 시장감시 시스템을 운영하기란 어렵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거래소 내 인력을 활용할 수밖에 없는데 ATS의 운영 시간이 오후 12시까지임을 감안하면 한국거래소측이 이를 달가워 할리 없다. 거래소와 경쟁하는 기업을 돕는 것이고, 업무까지 늘어나는데 누가 이를 반갑게 맞이하느냐는 거다. 이외에도 금융위원회와 금감원 간 자본시장 조사 업무를 두고 마찰을 빚는 것 또한 문제다. 조사국을 분리, 한국거래소 시장감시 인력과 통합해 새로운 조직을 만든다면 이 같은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 조직의 규모를 키워 미국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같은 역할을 맡길 수 있다. 새로운 기구가 만들어지는 만큼 인력을 더 충원하기도 용이하며 분산된 업무를 한 곳에서 집중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또한 ATS와 같은 새로운 시스템들이 나올 때마다 반복될 각 기관 간 마찰 또한 해결이 가능하다. 금융위와 금감원의 조사업무 다툼도 말끔히 사라진다. 앞으로 얼마나 자본시장 내에서 ‘밥그릇 싸움’, ‘땜질 처방’이라는 말을 들어야 할지 모르겠다. 현상유지는 퇴보를 의미한다. 정부의 발 빠른 대응을 기대한다.

예금보호한도 1억원으로 올리자 [곽인찬의 뉴스가 궁금해?]

<요약>예금보호한도는 23년째 5000만원으로 묶여 있다. 경제규모, 소득, 예금액 증가 등을 고려하면 손질할 때가 됐다. 무엇보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에서 보듯 디지털 시대 뱅크런은 순식간에 일어난다. "내 돈은 안전하다"는 믿음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관련 법안도 다수 국회에 발의돼 있다. 예금보호한도를 1억원으로 올리는 게 바람직하다.예금보호한도를 현행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높이자는 논의가 일고 있다. 올 봄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순식간에 파산한 게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뱅크런은 디지털런으로 진화했다. 이젠 자기 돈을 찾으러 은행까지 뛰어갈 필요도 없다. 불안하면 스마트폰에서 몇 번 클릭만 하면 된다. 예금보호한도를 높이면 뱅크런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은행 등 금융사는 부정적이다. 예금보험료를 더 내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도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우려한다. 재무건전성이 낮지만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 등으로 예금이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공짜 점심은 없다. 예금보험료 부담이 커지면 은행 등은 예금금리를 낮추거나 대출금리를 높일 수밖에 없다. 결국 그 부담은 고객에게 돌아간다. 예금보호한도를 올릴지 말지,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선 어떻게 하는지 등을 살펴보자.◇ 지금은 어떻게 보호하나예금보호제도는 1995년 제정된 예금자보호법에 근거를 둔다. 이듬해인 1996년 예금보험공사가 출범했다. 처음엔 2000만원까지 보호했다. 은행 등이 망해도 2000만원까지는 예보가 대신 지급했다는 뜻이다. 외환위기 직후인 2001년에 보호한도가 5000만원으로 높아졌다. 이 금액이 23년째 그대로다. 은행, 보험사, 증권사, 저축은행 등 금융사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예보에 예금보험료를 낸다. 이런 금융사를 부보(附保) 금융사라 부른다. 보험료율은 업종마다 다르다. 재무 구조가 탄탄한 은행은 예금액 대비 0.08%만 낸다. 보험사와 증권사는 0.15%, 저축은행은 0.4%를 낸다. 예금보호한도 5000만원은 개별 금융사별로 본점·지점 금액을 합친 금액이다. 예컨대 A은행 (가)지점에 4000만원, (나)지점에 6000만원을 예금했다면 A은행 예금액 1억원 중 5000만원만 보호한다. 예외도 있다. 확정기여형(DC형) 퇴직연금과 개인형 퇴직연금(IRP)은 예금과 별도로 보호한다. 여기에 더해 금융위원회는 최근 연금저축과 사고 시 받는 보험금에 대해서도 별도 적용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신용협동조합, 새마을금고, 우체국, 농·수협 지역조합에서 가입한 예금은 예금자보호법에 따른 보호 대상이 아니지만 개별 법에 따라 자체 기금 등으로 보호를 받는다.◇ 한도를 올리자는 게 중론예금보호한도를 높이자는 논의는 꽤 오래전부터 나왔다. 2001년 5000만원으로 높인 이래 나라 경제 규모가 커진 것은 물론 1인당 소득과 예금액도 몇 배로 불었기 때문이다. 1인당 국내총생산은 2001년 약 1만1500달러에서 2021년 약 3만5000달러로 늘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작년 2월 당시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GDP(국내총생산) 규모 등을 보면 한도를 상향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그렇게 되면 예금보험료율 등 부담이 커지는 부분도 있어 15년간 얘기가 돼왔던 것인데, 충분히 검토를 해야 된다"고 말했다.예보는 연구 용역과 민관합동 TF 논의 등을 거쳐 올 8월까지 예금보험제도 전반에 걸친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중이다. 결정적인 계기는 지난 3월 미국에서 왔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인상 드라이브를 거는 와중에 중견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했다. 트위터 등으로 SVB가 불안하다는 소문이 돌자 이른바 디지털런이 발생했다. SVB는 36시간만에 문을 닫았다. 불길이 다른 금융사로 번질 조짐을 보이자 미국 재무부와 연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은 예금을 전액 보장하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미국은 최대 25만달러(약 3억2700만원)까지 예금을 보호한다. 하지만 25만달러도 디지털런 광풍 속에 맥을 추지 못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4월 블룸버그 통신과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SVB와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면 뱅크런 속도가 미국보다 100배는 더 빨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디지털 시대에 대비하는 것이 한은과 당국의 새로운 과제"라고 말했다.이미 국회에는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이 다수 발의된 상태다. 대다수는 보호 한도를 1억원으로 높이자는 내용이다. 예보가 손질하는 개선안이 8월에 국회에 보고되면 예금보호한도를 높이자는 논의가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롤 모델은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1930년대 초 대공황이 미국을 짓눌렀다. 은행 가운데 3분의 1가량이 망했다. 뱅크런은 수시로 일어났다. FDIC는 은행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1933년 출범했다. 초기 예금보호한도는 2500달러였다. 이 금액은 여러차례 바뀌었고,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부터 25만달러로 높아졌다.FDIC는 정부 예산 지원 없이 회원(부보) 금융사한테 보험료를 걷어서 예금보험기금(DIF)를 쌓는다. 보험료율은 업권별 예금 규모, 위험도 등에 따라 차등 적용한다. 2010년 제정된 도드프랭크법에 따라 FDIC는 전체 예금의 1.35%를 기금으로 적립해야 한다. 2020년의 경우 예금의 1.35%는 1200억달러(약 156조원)에 해당한다. 최고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는 5명으로 구성한다. 당연직 2명을 빼고 3인은 상원 인준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임명직 3인의 임기는 6년이다. 대통령은 3인 가운데 한 명을 위원장(임기 5년)으로 임명한다. 큰 틀에서 예금보험공사는 FDIC 체제와 비슷하다. 그러나 이사회 구성에서 보듯 FDIC는 권한이 훨씬 세다. 예보 내 예금보험위원회는 7명의 위원으로 구성하는데 예보 사장이 자동으로 위원장을 맡는다. ◇ 금융안정계정 신설은 또다른 이슈정부는 작년 12월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예금보험기금 계정에 금융안정계정을 설치하는 게 핵심이다. 여태껏 금융사 구제금융은 대부분 사후에 이뤄졌다. 정부는 이걸 사전 대응으로 바꾸려 한다. 금융사가 부실 낌새를 보이면 그 회사가 망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자금을 지원하자는 것이다. 그러려면 미리 금융안정계정을 통해 ‘실탄’을 확보해야 한다. 현재 예보 기금 안에는 업권별 고유계정과 저축은행 특별계정이 있다.미국 FDIC는 2008년 금융위기 때 DGP, 곧 ‘부채 보증 프로그램(Debt Guarantee Program)’을 가동했다. 금융사가 발행한 채권에 사실상 정부가 보증을 선 셈이다. 이는 금융 불안정을 잠재우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일본 예금보험공사는 위기대응계정을 신설했다. 우리나라 예금보험제도는 크게 두 번 홍역을 치렀다. 외환위기 때는 공적자금을 통해 금융사 부실을 국민이 온전히 떠안았다. 2011년 저축은행 부실 사태 때는 은행 등 다른 업권에 구조조정 비용이 전가됐다. 둘 다 사후 대응이다. 금융안정계정 신설은 사전 대응 장치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1억원으로 올리자예금보호한도는 23년째 5000만원으로 묶여 있다. 소득과 물가 등을 고려하면 손을 볼 때가 됐다. 더구나 SVB 파산에서 보듯 디지털 시대에 금융사 파산은 전광석화처럼 이뤄진다. 금융은 신뢰를 먹고 산다. 그 어느 때보다 "내 예금은 안전하다"는 믿음을 고객에게 심어줄 필요가 있다. 1억원으로 올리는 게 바람직하다. 부작용이 우려된다지만 고객 신뢰 확보에 비하면 부차적인 문제다. 만약 한도 상향으로 예금 쏠림 부작용이 우려된다면 업권별로 한도를 차등 적용하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 내가 맡긴 예금을 철통같이 지키려면 금융사가 내는 예금보험료율 인상이 불가피하다. 그 여파로 대출금리가 높아지거나 예금금리가 낮아질 수 있다. 이는 고객이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경제칼럼니스트>미국 중견은행인 실리콘밸리은행(SVB)이 지난 3월 뱅크런으로 순식간에 문을 달았다. 사진은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 위치한 SVB 본사 입구. 사진=연합뉴스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로고

[EE칼럼]세월이 지나면 진실은 밝혀진다

‘탈진실(post-truth)’은 사실보다는 감정이나 개인의 신념이 여론 형성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오늘날의 시대상을 지칭하는 말이다. 하지만 과거가 오늘날에 비해 더 진실에 가까운 시대였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과거에 비해 거짓말이 심해졌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게 옳겠다. 정도의 문제지 인류의 역사는 거짓말의 역사다. 거짓말이 없어지지 않는 이유는 의외로 성공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성경의 베드로는 스승인 예수를 세 번이나 부인했지만 회개하고 복음 전파에 힘써 초대 교황이 됐다. 유명한 ‘베드로의 부인’이다. 망한 사례도 있다. 닉슨은 재선을 위해 벌인 민주당 전국위를 도청한 사실을 부인했다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임했다. 워터게이트 사건이다. 톰 필립스는 그의 저서 ‘진실의 흑역사(TRUTH)’에서 "인간은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한다"고 썼다. 그는 저서에서 거짓말의 역사와 사례를 통해 사람들은 왜 거짓말을 할까, 거짓말은 어떻게 확산되는가, 대중은 왜 거짓말에 현혹되는가에 대해 설명한다. 설명이 흡족하지는 않지만(번역본을 읽은 탓도 있음) 흥미로운 주제다. 이미 알고 있었지만 매스컴은 거짓말의 생산과 확산의 주인공이다. 1833년 창간된 뉴욕의 ‘선’지는 1835년 ‘달나라 이야기’를 일주일 동안 연작으로 싣는다. "천문학자 존 허셜(영국의 천문학자이자 수학자)이 달에서 날개가 달린 생명체의 존재를 관측했다. 달에는 숲과 호수, 사파이어로 쌓아 올린 신전이 있다….생태계가 유지되고 있으며 박쥐인간이 살고 있다"는 상상으로 쓰여진 이 연작기사는 충격과 동시에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나중에 기사 내용 중 어느 하나도 사실이 아닌 조작으로 밝혀졌지만 창간 2년에 불과한 ‘선’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신문이 됐다. 옛날 얘기라고 치부해 버릴 수도 있겠지만 현대에도 언론을 포함한 이해집단의 ‘꾸며내기’, ‘과장 보도’는 계속 진행 중이며 정보 통신망의 발달에 힘입어 상상을 초월하는 파급력을 갖게됐다. 정보의 빠른 유통이 거짓말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는 물거품이 되었다. ‘거짓말이 지구 반 바퀴를 돌 동안 진실은 신발 끈을 매고 있다’는 말로 비유된다. 거짓말이 늘다 보니 요즘에는 팩트 체크라며 거짓말을 기사로 내보내는 매스컴도 있다. "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 전임 대통령이 했던 이 말은 어떤 일이 거짓으로 밝혀질 때마다 우리를 즐겁게 하는 유머가 되었다. 후쿠시마 오염물 처리수 방류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도쿄전력은 방류를 위해 해저터널 굴착공사를 끝내고 시운전을 시작했다. 7월 초 IAEA의 최종 평가보고서가 전달되면 방류시기를 결정하게 된다. 좀처럼 입장을 밝히지 않았던 원자력학회가 모처럼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학회는 처리된 오염수가 무해하다며 주장이 다른 측에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어민과 수산업 보호 그리고 국민 불안 해소를 위해서다. 방류가 시작되기도 전인데 수산물 가격이 폭락하고 판매량이 감소하니 점잔은 과학자들도 수수방관하기 어려웠을 거다. 방류 반대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아직 이렇다 할 반응이 없다. 사실 오염 처리수 방류 반대를 시작할 때만 해도 자신들 내부로 향하는 시선을 돌리기 위한 목적으로만 생각했다. 그러니까 "깨끗하면 너나 마셔라" 몇 번 외치고 끝날 줄 알았다. 무리수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난 직후 처리되지 않은 고농도 오염수가 하루 300톤씩 방류됐지만 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기술원에서 우리나라 바닷물과 수산물의 방사성 농도를 12년 동안 측정했는데도 아무 영향이 없었다. 그 사이 우리는 국내산 생선을 잘 먹었고 아무 이상도 없었다. 이것이 우리가 경험을 통해 확인한 팩트다. 이른바 ‘내먹내확’(내가 먹고 내가 확인했다)이다. 거짓말의 성공 여부는 목표를 달성하는가에 있다. 예수를 부인한 베드로는 생명을 유지함으로써, 달나라 이야기를 보도한 ‘선’지는 판매부수를 늘림으로써 성공했다. 오염수 방류 반대 주장의 목표가 시선 돌리기였다면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방류의 유무해 판단이 언제, 어떻게 결론 내려질 지는 알 수 없다. 그 시기는 방류가 시작된 직후가 될 수도 있다. 세월이 지나면 진실은 밝혀진다. 앞의 거짓기사를 썼던 ‘선’지의 로크는 달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폭음을 일삼다가 언론계를 떠났다. 진실이 밝혀진 뒤 사람들이 그의 글을 의심부터 했기 때문이다.노동석 에너지정보문화재단 원전소통지원센터장

[이슈&인사이트] 이제는 글로벌 서비스 기업 육성할 때

한국 기업들은 6·25 전쟁으로 산업인프라가 완전히 무너진 잿더미 속에서 놀라운 성장을 거듭하며 이제 세계적인 기업, 세계 속의 기업으로 우뚝 섰다. 자동차, 철강, 조선, 석유화학, 전자, 반도체, IT 등 전통 제조업에서부터 첨단 산업에 이르기까지 기적과 같은 성과를 이뤘다. 최근 한국은 게임, K-팝, 드라마, 영화 등 문화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세계인을 열광시키고 있다. 지금은 한국인으로서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자부심과 긍지를 가질 수 있는 시기이다. 그러나 이럴수록 냉정하게 우리나라의 콘텐츠 산업을 들여다보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스마트 폰이 보급되던 초기 우리나라 게임사들은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게임을 많이 만들어 냈다. 이에 비해 중국 게임사들은 매우 초보적인 수준이어서 상품성 있는 게임을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 당시 게임이 없으면 스마트 폰이 잘 팔리지 않았기 때문에 중국의 관련 회사들은 한국 게임사를 찾아 게임을 구매하기 바빴다. 그 중에 텐센트(Tencent)라는 기업은 한국 게임을 구매해 중국 전역에 배급하면서 고속성장을 이뤘다. 텐센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한국 게임사의 지분을 대거 사들이면서 한국 게임사의 대주주로 등극했다. 텐센트는 게임을 단순히 유통하는 배급사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직접 게임을 제작해 배급하면서 아시아 최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한국의 드라마는 중화권을 넘어 중동, 아프리카, 남미, 심지어 미국과 유럽에까지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초기 반짝 흥행에 그칠 것이라던 우려를 불식시키면서 장기간 흥행이 이어지고 있다. 드라마에 이어 한국 영화가 유럽과 미국에서 잇따라 수상하면서 새로운 경지에 접어들고 있다. 그러면 한국 드라마와 영화가 한국에 얼마나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 주고 있는지 생각해보자. 한중 관계가 좋았을 때는 중국 기업의 투자를 받아 드라마를 제작했는 데 , 중국 자본 덕분에 한국 드라마는 완성도가 높아졌고 흥행에도 성공했다. 그러나 셈을 해보면 중국 투자사는 한국 기획사의 10배 이상 수익을 챙겨갔다. 한한령 이후 새로운 후원자인 미국 넷플릭스가 등장했다. 거액을 투자해 한국 드라마와 영화의 수준을 한층 더 끌어올렸다. 마찬가지로 ‘재주는 한국이 부리고, 돈은 넷플릭스가 챙겼다.’ 한한령 이후 K-팝이 전환위복이 되며 글로벌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BTS가 빌보드를 석권했지만 과연 누군가 활동을 중단한 BTS를 이어갈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기우로 만들면서 K-팝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덕분에 기획사들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고 심지어 대기업으로 성장해가고 있다. 그러나 한국 기획사들은 아이돌 그룹들이 미국이나 유럽 등 세계 무대에서 공연할 때 그 수익금 중 얼마나 챙기고 있는가. 훨씬 큰 수익은 한국 아이돌 그룹을 불러들인 현지 기획사들이다. K-콘텐츠는 언제까지 지금과 같이 세계적으로 맹위를 떨칠 수 있을까. K-콘텐츠의 대유행이 약해지면 K-콘텐츠 산업은 무너져야 하는가. 이제는 K-콘텐츠로 한국 기업이 돈을 버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한국의 텐센트, 한국의 넷플릭스, 한국의 세계적 공연기획사를 육성해야 한다. 정부는 일찍이 문화산업의 중요성에 눈을 떠 K-콘텐츠 산업이 잘 성장하도록 지원해 왔다. 이제는 정부가 콘텐츠 개발(제작) 기업을 지원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글로벌 콘텐츠 배급사를 육성해야 할 것이다. K-콘텐츠가 언제까지나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그때는 미국 영화사가 알라딘, 뮬란 등 세계 각국의 소재를 끌어다 자신의 수익을 높이는 것을 벤치마킹해야 할 것이다.구기보 숭실대학교 글로벌통상학과 교수

[기자의 눈] 끊이지 않는 반도체 기술 유출, 솜방망이 처벌이 키운다

[에너지경제신문 여이레 기자] 최근 우리 반도체 기업에 대한 기술 유출 시도가 연이어 적발되면서 업계가 몸살을 겪고 있는 가운데 기술 유출에 대한 우리나라의 처벌이 솜방망이 수준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대검찰청의 ‘기술 유출 범죄 양형기준에 관한 연구’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8년간 해당 범죄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496명 중 20%(73명)만 실형을 살았고 80%(292명)는 집행유예로 풀려난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형사 사건의 무죄 비율이 3%인 것과 비교하면 기술 유출 범죄의 무죄 비율은 높은 수준이다.2019년 9월 개정된 산업기술보호법이 국가핵심기술 해외유출 범죄는 징역 3년 이상 및 벌금 15억원 이하, 산업기술 국내 유출은 징역 10년 이하 또는 벌금 10억원 이하로 법정형을 대폭 상향했으나 정작 법정에서는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한 예로 지난 4월 미국의 경쟁 기업으로 이직하기 위해 삼성전자의 최신 반도체 초미세 공정과 관련한 국가핵심기술 및 영업비밀 수십 건의 파일을 유출한 A씨에 대한 선고는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000만원에 불과했다.반면 전세계는 기술 유출 범죄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내리고 있다.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기업 TSMC를 보유한 대만은 지난해 국가안전법 개정을 통해 군사·정치 영역이 아닌 경제·산업 분야의 기술 유출도 ‘간첩 행위’에 포함시키며 처벌 수위를 높였다. 미국의 경우 기술 유출은 6등급 범죄에 해당돼 0~18개월까지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지만, 피해액에 따라 최고 36등급까지 상향 조정이 가능하다. 이 경우 최대 405개월(33년9개월)의 징역형을 내릴 수 있다.양형 기준 미비 속 우리 기업이 막대한 비용과 노력을 들여 연구 개발한 국가핵심기술이 중국 등으로 유출되는 행태는 계속되고 있다. 이달에는 전 삼성전자 임원 출신에 의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설계 자료가 통째로 중국에 넘어갈 뻔한 아찔한 일이 발생했다. 삼성전자에 수조원대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사건이었다. ‘기술 유출’에 엄중한 책임을 묻고 이에 걸맞는 엄중한 처벌이 필요한 시점이다. gore@ekn.kr▲여이레 산업부 기자.

[EE칼럼]ESG,나부터 실천하자

우리 사회에서 ‘ESG’라고 하면 공공기관이나 기업에서나 하는 활동 쯤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하다. 민간기업과 공기업 등을 중심으로 환경문제와 투명경영, 공익활동 측면에서 ESG를 운운하다 보니 일반 시민들은 ‘그들만의 활동’으로만 오인하는 듯 하다. 이는 ESG가 왜,지금 대두됐는 지에 대한 근본적인 이유를 간과한 채 기업에 대한 의무사항만 강조하다 보니 나타난 현상인 듯 싶다. 사실 ESG는 기후위기 극복과 배려·화합·정직·투명한 사회를 통해 인간다운 사회와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자는 게 근본 취지다. 따라서 기업은 물론이고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자연인에게 해당되며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하는 활동이다. 환경·사회·지배구조 등 ESG의 3요소 중에서 개인의 역할이 가장 중요시되는 부분이 바로 환경이다. 환경 문제는 기업과 정부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노력을 빼놓고는 해결이 불가능하다. 소비자 입장에서 우리 국민의 1인당 플라스틱 사용량이 몇 십 년째 세계 1위를 지키고 있으며 이는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 증가로 이어지며 매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플라스틱 사용량 및 폐기물 증가의 주된 요인은 1인 가구 증가와 함께 온라인 쇼핑이 급증하면서 포장비닐,포장용기 등의 사용이 덩달아 늘어나면서다. 우리나라의 1인당 택배건수가 세계 1위라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배출되는 플라스틱 중 40%가량이 재활용되지 않고 폐기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플라스틱 활용률은 62%에 불과하다. 그마저 민간에서의 폐플라스틱 처리에 대한 통계는 아예 이뤄지지 않는다. 더 나아가 분리배출된 플라스틱에 대한 재활용률은 27%에 그치고 이중 일회용 플라스틱이 큰 부분을 차지하는 생활계 폐기물의 재활용률은 16.4%에 불과하다. ‘Reduce(감축), Reuse, Recycle’ 이라고 하는 ‘3R 지침’과 재활용이라는 구호에 의지하기에는 플라스틱 오염과 이로 인한 생태계 파괴와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는 등 폐해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그런데도 국민들은 플라스틱 생활을 너무 친숙하게 즐기고 받아들이니 총체적 난국이다. 화학물질을 포함한 인공물질과 천연물질은 근본적으로 다른데도 우리는 이를 동일시한다. 유럽인들은 의식주에서 값싸게 인식되는 인공재료는 쓸 만한 것이 못 된다는 인식과 함께 천연재료를 쓰는 것을 당연시한다. 이에 비해 우리는 ‘아무거나 가격만 싸면 된다’는 식이다. 먹거리도 각종 인공가공식품을 아무렇지 않게 마구 즐기고, 화학물질 덩어리인 집에서 매일 거주하면서 국민의 절반이상이 도시에 살면서 화학물질로 오염된 공기를 들이마신다. 요즘 보기 드물게 3대에 걸친 6명의 대가족이 한집에 사는 필자는 과거 어려웠던 우리 부모님 세대의 검소하고 자연적인 생활행태와 MZ세대의 풍족하고 인공적인 문화를 즐기는 이질적인 두 문화와 매일 접하며 그 속에서 생활한다. 그러면서 어느 쪽이 지구위기를 구하기 위한 삶의 방식인가를 생각해 보게 된다. 하찮은 물건이라도 버리지 않고 몇 번이라도 반복해서 재활용해서 쓰레기 배출을 원천적으로 줄이는 우리 부모님들의 생활방식이 더 점수를 받는다. 이에 비해 자손들은 3R 교육을 받았음에도 모든 포장지는 쓰레기라는 생각으로 무분별하게 버린다. 환경적 측면만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자원빈국으로 에너지원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데도 요즘 세태는 에너지를 함부로 팡팡 쓴다. 가계에서는 정책은 물론이고 가격에 의한 통제가 어렵다 보니 절약을 모르는 신세대들은 여름과 겨울에 난방과 냉방기기를 팡팡 돌린다. 이러니 다가오는 미래에는 얼마나 많은 발전소를 더 지어야 할지, 이로 인해 얼마나 많은 탄소가 배출될지 걱정이 앞선다. 실제로 조명, 가전제품, 냉난방 등 가정용전기 사용비율은 20%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게다가 앞으로는 전기차를 충전해야 하고 챗GPT 등 인공지능 기술 활용도 크게 늘어나 전기사용량은 급증할 것이다. 국가적으로 ESG를 잘 실행하는 길은 국가, 기업, 가계의 각 경제주체들이 자발적으로 동참하는 것이다. 국가가 나서서 리더십과 정책 결정 아래 관련 기술개발을 지원하고 국민 교육 및 인식 제고를 위한 계몽할동을 펴야 한다. 국민들은 자발적인 에너지 절감 인식 아래 생활습관으로 무장해야 기업들의 ESG 활동이 비로소 조기에 빛을 보게될 것이다.류덕기 고려대학교 공과대학 연구교수/대한민국ESG메타버스포럼 사무총장

[이슈&인사이트] 유니콘 성장 발목잡는 낡은 규제들

유정주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제도팀장 최근 고금리와 경기 불확실성으로 많은 기업들이 어려움에 처해있다. 한국경제를 이끌어가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기업들도 글로벌 경기의 영향을 받아 실적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하반기에 반등을 기대하는 시각도 있지만 실제로는 어떻게 될지 불확실하다. 대기업들이 이러한데 재정적으로 취약한 벤처기업들의 어려움은 더 할 것이다. 벤처기업에 대한 활발한 투자는 벤처생태계를 건전하게 유지할 수 있는 출발점이다. 그런데 최근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가 줄면서 벤처업계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벤처기업에 대한 신규 투자금액은 8815억 원으로,지난해 동기(2조2214억 원)에 비해 거의 3분의 1토막 수준으로 줄었다. 2022년에도 한해동안 벤처 누적 투자 금액이 6조7640억원으로 전년(전년 7조 6802억원)에 비해 11.9% 감소하며 벤처·스타트업 시장에서의 투자 경색 기조가 가시화되고 있다. 신규 투자 뿐만 아니라 미래에 신성장동력이라고 할 수 있는 유니콘 기업 상황도 좋지 않다. 세계적으로 유니콘 기업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세다. 2019년 447개였던 유니콘 기업수는 올해는 현재까지 1209개로 2.7배 증가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2019년 10개에서 올해 14개로 1.4배 증가하는데 그쳐 세계 평균에 미치지 못했다. 미국이 유니콘 기업의 증가를 주도한다.미국은 유니콘기업이 2019년 218개에서 올해 655개로 3배 늘었다. 기업가치 측면에서도 그리 다르지 않는데, 전 세계 유니콘 기업 가치는 2019년 1조 3546억 달러에서 올해 3조 8451억 달러로 2.8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한국은 290억 달러에서 325억 달러로 1.1배 증가하는데 그쳐 역시 세계 평균 증가율에 미치지 못했다. 유니콘 기업 가치 상승도 역시 미국 선도한다. 미국 유니콘 기업가치는 2019년 6615억 달러에서 2023년 2조 523억 달러로 3.1배 증가했다. 우리나라의 유니콘 기업을 이야기 할 때 항상 지적하는 구조적 문제는 업종 편중 현상이다. 이커머스, 인터넛 서비스 등의 업종에 유니콘기업의 절반 이상이 쏠려 있는 데 비해 최근 주목받는 AI, 헬스케어 업종에는 단 1개도 없다.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을 가진 유니콘 기업이 우리나라에서는 잘 나타나지 않는 이유가 뭘까?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고금리, 우크라이나 전쟁 등 전적으로 외부요인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세계적으로 유니콘 기업의 개수와 가치의 증가 속도가 우리나라 보다 더 높은 것을 볼 때 외부요인 만은 아닌 것 같다. 원인은 내부에서 찾아야 한다. 유니콘 기업과 같이 혁신적인 벤처기업이 탄생해 국가 경제의 중심이 되는 대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왕성한 기업가 정신과 함께 기업을 지원하는 제도적 환경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는 대기업으로 키우는데 치명적 약점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글로벌 스탠더드와는 거리가 먼 대기업에 대한 차별적 규제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공정거래법상 대기업집단 규제, 상법상 지배구조 규제다. 이런 규제들은 기업규모가 커질수록 더 강해지고 더 많아진다. 대기업으로 성장할 제도적 유인이 없다 보니 전체 기업에서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OECD 주요국가 중 최하위권이고, 이제는 유니콘 기업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 기업규모별로 차등적용되는 규제를 최소해야 한다. 대기업이 되면 사회적 책임과 경제적 파급력도 커지기 때문에 규제가 많아지는 것은 당연할 수 있다. 하지만 글로벌 스탠더드에 비추어 과도하거나 국가 경제가 글로벌화되면서 그 의미를 잃은 낡은 규제들은 과감하게 개선하거나 철폐해야 한다. 이는 대기업 특혜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환경을 정상화하는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과거 재벌개혁, 경제민주화 관점에서 기업을 바라보면 어떠한 개선도 기대할 수 없다. 우리 경제와 기업의 현실을 즉시하고 대담한 규제개혁을 추진해야 한다.유정주 팀장 유정주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제도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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