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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원 칼럼] 반도체시장 지나친 낙관은 금물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이 발표될 때마다 주식시장이 요동을 친다. 유가증권시장에서 반도체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가증권시장의 시가총액이 약 2010조원인데 이 중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2개 기업의 시가총액이 499조원으로 25%를 차지한다. 따라서 이들 기업의 실적이 잘 안 나오면 해당 종목의 주가가 하락하고,이것이 전체 유가증권시장 지수인 코스피(KOSPI)의 약세로 이어지게 된다. 주식시장 흐름을 보면 반도체와 관련이 없는 업종들도 덩달아 동조화 현상을 보인다. 반도체 산업이 한국 경제 전반에 미치는 직·간접적 파급 영향이 적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반도체가 산업의 쌀이라고 불릴 정도로 거의 모든 산업의 핵심 기초 부품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세계 경제는 물론 한국 경제의 방향성을 예고해 주는 일종의 선행 지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지난 7일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약 40%의 시장점유율을 가진 삼성전자의 2분기 잠정실적이 발표됐다. 2분기 매출은 약 60조원으로 작년동기(약 77조원)에 비해 20% 이상 줄었고 영업이익은 약 6000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14조원)와 비교하면 쇼크다. 영업이익이 시장 예상치인 3000억원 수준보다는 높게 나왔다는 점과 1분기에도 영업이익이 6000억원 정도로 반도체 업황이 바닥을 지나고 있다는 점은 다행이다. 그나마 선방할 수 있었던 것은 반도체 가격의 하락세가 둔화된 영향이다. 국내 2개사와 마이크론 등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3사가 감산에 나서면서다. 이를 근거로 다수의 시장 분석 기관에서는 3분기부터 반도체 업황이 개선될 것으로 점친다. 거시 경제 분석기관에서도 반도체 시장의 회복으로 한국 경제가 하반기에 강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반도체 산업은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의 18.9%와 설비투자의 20%를 각각 차지하기 때문에 반도체 산업의 시황은 곧 한국 경제의 시황이 된다. 그래서 정부도 하반기 경기 회복을 점치는 근거 중 하나로 반도체 시장 회복을 든다. 여러 기관이 하반기 반도체 시장을 낙관하는 방향성에는 동의한다. 최악 상황이 지나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몇 가지 생각해 볼 부분이 있다. 2분기 반도체 기업의 실적이 더 나빠지지 않은 이유가 수요 회복이라기 보다 공급량을 줄였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시장의 수요-공급 원리에 따라 공급을 줄이면 가격은 올라가게 돼 있다. 반도체 기업들이 웨이퍼 투입량을 10~25% 줄였기 때문에 시장에서 단가가 더 내려가지 않고 상승하게 된다. 재고도 단가 상승으로 평가액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과장되게 말하면 우리는 인위적 감산으로 실적이 개선되는 것 같은 착시 현상을 보고 있는 중이다. 시장의 회복은 본질적으로 수요가 회복돼야 한다. 가격이 하락하면 수요가 조금은 늘 수 있지만 그것은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수 밖에 없다. 반도체 시장이 진짜 살아나려면 세계 경제가 살아나면서 IT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컨센서스가 만들어지고 이후 IT 제품에 사용되는 반도체 수요가 눈에 띄게 증가하는 순차적 경로가 확고히 자리 잡아야 한다. 그런데 세계 경제 상황은 여전히 어둡다. 그동안 잘 버티던 미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이 상존하고, 우리 반도체 수출의 약 56%를 차지하는 중국 시장의 회복은 소가 걷는 것처럼 더디기만 하다. 유럽은 여전히 옆에서 벌어지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헤매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반도체 경기의 대세회복을 논하기에는 시기상조다. 과거의 경험에 비춰볼 때 반도체 사이클이 불황 국면에 진입한 후 본격적인 회복으로 이어지는 시점이 시장의 예상보다 더 멀었다. 필자는 주식투자를 하지 않지만 개인 투자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10만 전자’가 되기를 바라는 기대를 충분히 이해한다. 또 개인적으로는 선행지표의 역할로서 반도체 업황이 크게 개선되면서 하반기 한국 경제가 좋아졌으면 하는 바람도 크다. 그러나 기대는 기대고, 현실은 현실이다. 지금은 개인이나 기업이나,경제 정책을 이끄는 정부나 모두 시장에서 한 발 물러나서 시장을 보다 냉철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어찌됐든 그래도 하반기 한국 경제의 바로미터인 반도체 산업이 도약하길 기대해 본다.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EE칼럼]미중 기후변화 협력, 한국의 국제기구 적극 활용해야

지난주 재닛 옐런(Janet Yellen) 미국 재무부 장관이 3박 4일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했다. 옐런 장관은 방중 일정을 마치며 연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중국의 ‘디커플링(decoupling·분리)’은 세계 경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재앙이 될 것"이라면서, 본인의 이번 방중이 "중국의 새 경제 부처와 함께 탄력적이고 생산적인 소통 채널을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반도체 등을 둘러싸고 격화하는 듯했던 미중 간의 경쟁과 갈등이 지난달 토니 블링컨(Antony Blinken) 국무장관, 이 달 옐런 재무장관의 방중으로 일거에 해소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양국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기보다는 협력의 접점을 모색하려는 것은 다행스럽다. 이번 방중에서 이렇다 할 합의나 성과가 없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긴 하지만, 옐런 장관이 중국을 향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협력을 촉구한 것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역사적으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글로벌 거버넌스 레짐의 구축에 있어서 큰 걸림돌 중 하나가 되었던 것은 미국의 일관되지 못한 정책이었다. 미국은 교토의정서는 물론 파리협정에서도 이탈했다가 복귀했다. 이제는 최대 탄소 배출국은 중국이 됐지만 미국 역시 여전히 2위 배출국으로 다른 나라들의 배출량을 압도하기 때문에 결국 두 나라가 극적으로 줄이지 못한다면 나머지 국가의 노력도 무위로 돌아갈 공산이 크다. 미국이 중국과의 협력을 도모하려 한다는 것은 그 속내나 전략적 계산이 무엇인지를 차치하고라도 기후변화 대응 차원에서는 기회로 포착해야 한다. 최근 한 달 사이에 국무장관과 재무장관을 연이어 중국에 보냈던 미국이 다음으로는 존 케리(John Kerry) 기후변화 특사를 중국에 보낼 것으로 전해져 귀추가 주목된다. 케리 특사는 다음 주(16~22일) 즈음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셰전화(解振華) 기후변화사무특사 등 중국 고위급 인사를 만날 것으로 전해진다. 2021년 8월 이후 약 2년 만에 공식적으로 양국 간 기후변화 관련 논의가 재개되는 것이다. 특히 옐런 장관이 세계에서 가장 큰 온실가스 배출국이자 재생에너지 최대 투자자인 미국과 중국에게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공동의 책임과 능력이 있다"고 언급하면서 기후금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점이 매우 흥미롭다. 그는 기후금융은 효율적이면서도 효과적으로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면서 중국이 미국 등 다른 국가들과 함께 녹색기후기금(GCF·Global Climate Fund) 등 국제 기후기구를 지원하면 큰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면서 국제기후기금 협력을 촉구했다. 이 부분이 케리-셰 특사 간 논의를 통해 진전을 보일 수 있을지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옐런 장관이 언급한 GCF는 2010년 유엔(UN) 산하에 설치된 국제금융기구로 개발도상국의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에 대처하는 이른바 ‘적응(adaptation)’ 부분도 지원하도록 하고 있다. 사무국은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있다. 2012년 GCF 이사회 투표를 통해 인천 송도가 독일의 본(Bonn) 등을 제치고 사무국 유치에 성공해 2013년 정식 출범했다. 2022년에는 총 네 차례에 걸쳐 이사회가 진행되는 등 활발한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2022년 8월 말 기준 GCF의 가용재원은 5억7900만 달러이며 이에 더해 이미 체결된 공여협정에 따라 올해까지 26억1900만 달러가 추가로 투입될 예정이다.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Global Green Growth Institute)도 마찬가지다. GGGI는 개발도상국의 저탄소 녹색성장 전략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이 주도해 만든 최초의 국제기구로 2010년 6월 서울에 설립됐다. 개발도상국이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경제개발을 할 수 있도록 자문을 제공하고 한국의 발전 경험을 공유하며, 연구 활동을 통해 녹색성장 모델을 제시한다는 것이 GGGI의 설립 취지다. 기후변화 대응은 전 지구적인 차원에서의 노력이 필요한 만큼 미국이나 중국 역시 미래 산업과 직결된 녹색기술 분야에서는 여전히 경쟁을 계속해 나가겠지만, 기후금융을 통해 개도국의 감축과 적응은 물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계획을 수립·이행해 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은 계속돼야 하는 과업이다. 이런 의미 있는 일을 수행할 수 있는 국제기구가 한국에 있으므로 정부는 이를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특히 미·중 간 갈등과 경쟁 국면에서도 기후변화 대응은 이견이 거의 없는 공동의 목표인 만큼, 한국이 주도적으로 의제를 설정하고 GCF나 GGGI를 적극 활용해 양국 간 협력을 끌어내는 데에 기여한다면 그 역시 한국의 국익에도 부합하는 일이 된다. 한국이 글로벌 중추 국가로 발돋움하는 데에 기후 관련 국제기구들과 더욱 긴밀하게 협력하기를 주문한다.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기자의 눈]

지난해 정유업계의 이례적인 ‘호실적’을 두고 횡재세를 부과해야 한다 외치던 정치권의 목소리들이 올해엔 잠잠하다. 횡재세는 정부의 정책이나 대외환경이 급격히 바뀌면서 기업이 운 좋게 초과 이익을 얻은 부분에 대해 부과하는 소득세를 뜻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야당을 중심으로 정치권에서 불이 붙기 시작했다. 그러다 지난 4분기부터 횡재세 징수 주장 목소리가 쏙 들어갔다. 아마도 최근까지 정제마진 하락으로 실적 부진이 예견되자 이를 밀어 부칠 근거가 약해진 탓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분석에 따르면 올해 2분기 SK이노베이션의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가 평균 전망치)는 3960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83%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에쓰오일의 2분기 영업이익 역시 1년 전과 비교해 78% 줄어든 3843억원으로 전망된다. 연합인포맥스가 최근 1개월 내 보고서를 낸 증권사의 실적추정치(컨센서스)를 집계한 결과에서도 이들의 실적 부진이 예견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 추정치는 2985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87.2% 급감할 전망이며 에쓰오일의 2분기 영업이익 역시 작년 동기보다 95.6% 급감한 759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비상장사인 GS칼텍스와 HD현대오일뱅크의 실적 역시 부진한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앞서 1분기에도 이들 정유업계의 합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9.4% 감소했다. 초과 이익에 대한 ‘횡재세’ 부과라는 논리대로라면 현재 정유업계가 처한 실적 부진에 대해 지원을 해주는 것 어떠냐는 말이 나올 법 한데 정치권의 어느 누구도 일절 관련된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있다. 다시 한번 그들의 횡재세 부과 주장이 얼마나 형평성에 어긋나는 발언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지금도 정유업계는 언제 다시 점화될 지 모를 ‘횡재세’ 부과 주장에 긴장하고 있다. 영업이익이 늘어도 좋아할 수 없는 입장이다. 오죽했으면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하기 보단, 부족하거나 미미한 실적 개선이 되레 나을 정도"라는 웃을 수 없는 말이 나올 정도다. 시장 경제 체제에 있는 어느 나라도 기업들이 이익 실현을 주저하게끔 하지 않는다. 기업에 대한 지원을 해주지 못할 망정 횡재세로 기업들을 불안하게 해선 안된다. 형평성에도, 조세 법률주의에도 맞지 않는 횡재세가 더 이상 거론의 대상이 돼선 안될 것이다.김아름23

[이슈&인사이트] 성공한

지인 중에 자식들을 다 훌륭하게 키워낸 어르신이 있다. 여기서 ‘훌륭하게’란 세속적 기준에서 ‘성공했다’고 인정받는 경우를 말한다. 아이들 교육에 헌신하고 비싼 학비를 대느라 평생 허리를 못 펴고 살아온 덕분에 아들 셋은 의사, 변호사, 교수가 됐다. 자식들의 성공을 평생 훈장처럼 자랑스러워하던 어르신은 아내가 세상을 떠난 뒤 홀로 남게 되었다. 상실감과 외로움으로 힘들어하던 어르신은 얼마 안 있어 병을 얻었다. 그러자 아들 셋은 곧바로 아버지를 요양원으로 보내버렸다. 물론 혼자서 거동이 힘든 정도가 되면 요양원이나 요양병원 신세를 지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선택일 수는 있다. 그러나 거동을 할 수 있는 데도 서로 모시지 않으려고, 신경 쓰지 않으려 미루며 다투다가 ‘손쉬운 타협’을 본 것이다. 아픈 몸보다 자신으로 인해 자식들이 눈치 보고 아웅다웅하는게 더 견디기 힘들었던 아버지는 두 말 않고 요양원으로 갔다. 너무 잘 나가는 자식들이라 늘 바쁘다는 핑계로 면회는 가물에 콩 나듯 하는 자식들을 하염없이 기다리던 몇 년의 시간이 흐른 뒤 어르신은 쓸쓸하게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 그 이후가 더 가관이었다. 저마다 사회적인 지위가 있는 자식들이다 보니 장례식장엔 문상객이 넘쳐났다. 그러자 막대한 조의금을 나누는 문제로 삼형제가 혈투를 벌이다 결국 재판까지 가고 의절로 마무리되었다. 세상 떠난 어르신이 하늘에서라도 이 모습을 본다면 얼마나 가슴이 미어졌을까. 지인 중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자식 둘을 대학에 보내지 못한 분 있다. 대대로 가난한 집안에서 공부는 사치였고 그저 자식들 안 굶기기 위해 평생 뼈 빠지게 노동일을 했다. 그러자 자식들은 일찌감치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직장을 잡고 돈을 벌기 시작했다. 가난한 부모님 때문에 공부를 더 하지도 못했고 이래저래 부모에 대한 원망이 있을 법도 한데 자녀들은 늘 부모님에게 항상 "고맙다"고 말한다. 낳아주고 길러주느라 최선을 다한 부모님의 인생을 존경하며 틈만 나면 부모님을 모시고 서로 살가운 정을 나누고 산다. 2019년 뇌졸중으로 투병 중인 유명 영화배우 알랭들롱((Alain Delon)이 일본인 동거녀에게 정신적 학대를 당하고 있다고 자녀들이 고소했다. 안락사가 합법인 스위스에 살고 있는 알랭들롱은 "안락사가 논리적이고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사람은 병원을 거치지 않고 평화롭게 떠날 권리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나가다 쇼윈도만 바라보고 있어도 옷가게 주인이 달려 나와 제발 자기네 옷을 입어달라며 공짜로 양복을 줬다는 세계 최고 미남 배우의 노후도 외롭고 힘들기는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아 씁쓸하다. 노년의 삶은 여러 가지 이유로 힘들다. 경제적 여유가 없어 힘들고, 병마와 싸우느라 힘들고, 외로워서 힘들다. 자식에게 학대를 받으면서도 드러내지 못하고 속앓이만 하는 노인들도 많다. 노인복지법에 따르면 노인학대는 ‘노인에게 신체적, 정신적, 정서적, 성적 폭력 및 경제적 착취 또는 가혹 행위를 하거나 유기 또는 방임하는 것’을 말한다. ‘노인 한 명이 사라지면 도서관 하나가 사라지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다. OECD 회원국 중 노인자살률이 1위인 한국에선 40분마다 한 개의 도서관이 사라지고 있다. 노인 고독사 역시 한국의 주된 사회문제 중 하나다. 사실 병약한 어르신을 돌보는 일은 쉽지 않다. 병원이나 요양시설이 아니라면 배우자나 자녀가 이를 감당해야 하지만 배우자 역시 역시 연로한 노인인 경우가 많다. 장성한 자녀가 있어도 각자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기 바쁜 데 부모를 봉양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경우도 많다. 우리 속담에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는 말이 있다. 효자는 하늘에서 내린다는 데 도대체 성공한 ‘자식 농사’의 기준은 뭘까? 한 아이는 가슴에 안고, 한 아이는 손을 잡은 채 박물관에 들어오는 젊은 부부의 모습을 보며 잠시 상념에 잠긴다.송문희 경기도어린이박물관장/전 고려대학교 연구교수

[EE칼럼]기후변화와 ‘Me First’ 정책

지구 온난화는 가뭄, 홍수, 폭풍과 같은 극단적인 기후 참상을 초래한다. 이로 인해 더 많은 곳에서 더 많은 사람이 살기 어려워진다. 더욱이 이런 결과들은 기후변화 폐해 보정을 위한 UN 등 국제기구들과 환경운동·시민단체들의 노력에 정면 배치돼 매우 당혹스럽다. 특히 UN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보고서가 제시한 대로 2040년 대기 온도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하로 규제를 지지해온 관련 학계도 당혹스러운 것이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1990년 이후 72개 개발도상국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 GDP 1% 상승 때 0.7%의 온실가스 배출 증가를 유발한다고 발표했다. 따라서 여러 정황상 현존 인류문명 지속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한 ‘파리 협정’의 준수는 어려워지게 됐다. 이런 결과는 자극적인 정보와 현상 파괴적인 주장이 정책 결정에 미친 영향 때문이다. 바로 정책실패다. 정책 결정권자들은 항상 자신들이 새로운 정책 시도를 통해서 왜곡된 시장과 시민들의 관념을 바로잡을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많은 저명한 경제학자들이 지구 온난화 방지대책에 대한 시장 논리 적용의 한계를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다. 온난화를 막는 동시에, 성장과 복지를 증진하는 이른바 ‘녹색개발(green development projects)’은 여러 논리적 한계로 실현이 거의 불가능하다. 적정 탄소가격체계의 부재와 관련 민간 시장의 한계가 가장 큰 제약점이다. 이로 인해 선진국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에도 연간 1000억달러, 총액 1조달러 규모의 후진국에 대한 녹색개발 금융 제공은 불가능하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기후변화 방지를 위해서는 후진국에 대해 최소 2조8000억달러의 지원이 필요하다. 녹색개발의 꿈은 이렇게 어그러진다. 투입 재원의 부족은 더 많은 갈등과 논란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결국 상호의존적 글로벌 경제체제 붕괴와 자국 이기주의 팽배 등 투입자원의 부족 사태는 인류 공동선(善)인 기후변화 방지 노력을 무위로 돌리는 것 같다. 이런 기후변화 방지 실패는 특히 저개발국 농촌지역 주민들에게 가혹한 영향을 준다. 이들은 가뭄과 홍수 등 지역여건 악화와 농·어업과 같은 생업 유지의 어려움으로 조상 땅을 떠나야 한다.가뜩이나 농촌주민들은 이주여력이 부족해 결국 자국 내 인접 도시로 이주할 수밖에 없다. 농촌주민들의 도시이주는 더 많은 교육, 교통복지, 특히 여성들의 지위 향상에 도움이 되지만 생태계 파괴와 빈부격차 확대 등 많은 도시화 문제를 낳는다. 선진국들은 다르다. 경제가 성장하면 온실가스 배출 등 나쁜 효과는 줄어든다. 이에 선진국 정부나 경제학자들은 기후변화에 따른 악순환의 방지는 가능하다고 한다. 선진국 관련 정책은 감축 중심이다. 이에 반해 후진국은 성장에 따른 환경재앙은 감수해야 할 필요악이다. 따라서 지금은 지구환경 악화에 적응,생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어쩔 수 없이 선·후진국들 간의 대응 체제 격차는 벌어지고 상호보완도 어려워진다. 에너지기업 중 가장 부유한 석유·가스 기업들도 2012년 파리협정 체결 이후에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극히 미흡한 것으로 언론매체에 의해 밝혀졌다. 지난해 3800억달러가 넘는 사상 최대 순이익을 올린 엑손모빌과 BP,사우디 아람코 등 메이저 석유기업들의 기후대응 투자가 극히 미미하고 그마저 관련 투자를 줄이는 상황이다. 파리협정에 따르면 이들 석유·가스 기업들은 2030년까지 생산·수송과정이 메탄 유출을 60% 이상 줄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6000억달러 이상의 저탄소 사업투자가 필요하다. 정확한 투자 규모를 밝히기를 꺼리는 그들의 속성에 따라 투자 규모파악은 어렵다. 다만 민간의 기후변화 대응 투자 부족은 제한된 정부투자를 고려하면 녹색투자 자원 부족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우리나라도 기후대응 투자가 줄어들긴 마찬가지다. 2009년 이명박 정부는 향후 5년간 GDP의 2%를 기후변화 대응에 투자한다고 선언했다. 해방 이후 지속해온 저개발국형 ‘You First’ 관행에서 벗어나 선진국형 ‘Me First’ 투자 전략으로 전환을 선언했다. 그러나 2018년 문재인 정부까지 온실가스 감축 성과는 기대 이하다. 이념 추구형 문재인 정부는 세계 12번째 경제 대국이자 OECD 회원국으로서 녹색성장 주도권을 잡는다며 온실가스 배출을 2030년까지 40% 감축하고 2050년에는 탄소배출을 완전제로화하는 도전적인 목표를 설정했다. 이는 선진국에서도 유례 없는 ‘Me First’ 전략이다. 당연히 그 부작용을 우려 움직임이 경제·산업계를 중심으로 고조됐다. 국익에 반하는 이념정책으로 매도되기도 하였다. 이에 따라 윤석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도입 속도 조절, 탈 원전 정책 폐기 등을 통해 이념 정책 완화에 노력하고 있다. 그렇지만 문재인 정부의 ‘2030년 감축목표’는 공식적으로 폐기하지 않고 있다. 가장 최근 나온 IPCC 6차 보고서 검토를 통해 새로운 에너지 전환 정책의 형태로 가시화될 것 같다. ‘You First’ 정책은 물색없고, ‘Me First’ 정책은 책임질 수 없다. 정확한 상황 논리 분석과 논리 개발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지난 20년 이상 변화하는 상황 논리를 모두 해결 가능하다고 해온 전문가들은 이제 그 능력을 보여야 할 때다. 아니면 양심적 침묵을 택하든지.최기련 아주대학교 에너지공학과 명예교수

[데스크 칼럼] 작전세력과 전쟁, 이번엔 승전보를 듣고 싶다

"단 한 번의 주가조작만으로도 패가망신한다는 원칙이 자본시장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엄정 대처하겠다" -서울남부지검 관계자금융당국과 검찰이 자본시장을 병들게 하는 ‘작전세력’에 본격적인 철퇴를 꺼내들었다.이복현 금감원장은 ‘증권범죄와의 전쟁’을 각오해야 한다며 ‘페가망신법’ 개정안의 필요성을 연일 호소 중이다. 검찰도 ‘여의도 저승사자’라고 불리는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수단을 주축으로 거침없는 행보에 나섰다. 합수단 ‘부활’ 1년만에 자본시장 교란 사범 373명을 재판에 넘겼고, 이 중 48명을 구속한데 이어 범죄수익 1조6387억원을 추징 보전한 상태다.국회도 화답에 나섰다. 사안의 심각성을 받아들여 지난달 30일 주가조작 등에 과징금을 최대 2배로 물리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 본회의 통과를 결의했다.금융당국이 제안하고, 검찰이 추상 같은 법집행을 추진하고, 정치권까지 동참한다니 일이 착착 맞물려 돌아가는 듯하다.하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서 산전수전을 겪은 소위 ‘선수’들의 의견은 조금 다르다. "과연 이번에는"이라며 갸우뚱한 반응이다. 증권범죄 일당인 세력을 뿌리 뽑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는 판단인 셈이다.공권력의 삼각공조 의지에도 시장에서의 이런 부정적 인식은 왜 일까. 여기에는 몇 가지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우선 세력이 지닌 특성 자체가 첫 번째 원인이고, 둘째는 이런 특성을 키워준 법 집행의 한계가 두 번째고, 세력과의 전쟁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확고한 의지에 대한 의문이 세 번째 이유이다. 세력의 주가조작 행위는 사실상 범죄를 입증하기까지 많은 논란의 여지를 남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이번에 대한민국 증시를 뒤흔든 ‘라덕연 사건’이다. 라 회장이 구속되면서 한 이야기가 이를 방증한다. 라 회장은 "가치투자를 했을 뿐, 주가조작을 목적으로 불법 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항변하고 있다.모든 주가조작 세력은 그럴듯한 M&A, 신사업 진출, 신약개발 등은 물론이고 오래전 단골주제였던 자원개발 테마에 이르기까지 나름의 ‘근사한 미끼’를 던지고 주가를 끌어올린다. 이 부분에서 ‘거짓임을 알면서도 주가를 올릴 의도성이 있었는지’를 입증하기는 매우 난해한 부분이다. 통정매매나 자전거래 등 거래 기록을 가지고 얼마 만큼의 위법성을 규정지어야 하는지에 대한 숙제가 남는 것이다.세력의 황당해 보이기까지 한 해명이 당혹스럽지만, 이런 뻔뻔함을 조장한 것은 사실상 ‘솜방망이 처벌’의 탓이 크다."잡혀도 (감옥 가서)2~3년 고생하면 빌딩하나 생긴다"라는 그들만의 ‘보험’이 있기 때문이다.세력이란 범죄공동체를 묶는 가장 강력한 결속력은 결국 돈이다. 성공하면 수십억에서 수백억의 불법이득을 챙기고, 혹시 걸려도 돈은 남는다고 여긴다. 그렇기 때문에 설계자에서부터 바지사장, 리딩방 운영자까지 하나의 목표를 향해 질주한다.이들이 받는 처벌이라고 해야 경제사범으로 고작 2~3년의 실형이고 운이 좋으면 불기소 되거나 집행유예로 풀려난다.실제 2016~2021년 불공정거래로 고발·통보된 사건 중 불기소율은 53.5%에 달한다. 최근 4년간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로 제재를 받은 643명의 23%는 재범 이상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5개 종목 하한가 사태’의 배후로 의심 받는 인터넷 카페 운영자 강모 씨도 과거 비슷한 혐의로 재판을 받은 전력이 있다. 에디슨모터스(에디슨EV) 주가조작 의혹으로 1800억대 부당이득을 챙긴 이모씨 역시 이번 구속 이전에도 주가조작으로 실형을 받은 전과가 있다. ‘SG증권발 주가폭락’을 부른 라덕연 사건에는 현직 증권사 간부가 연루된 정황까지 드러나고 있다. 자본시장 선진국인 미국은 비슷한 범죄에 어마어마한 추징금과 징역형이 내려진다. 2009년 다단계 폰지 사기를 벌인 버나드 메이도프에는 징역 150년형이 내려졌고, 8년여에 걸친 회계 부정과 주가 조작을 벌인 엔론의 창업자 케네스 레이 역시 징역 45년형을 선고받았다.이번에 구속되거나 수사를 받는 주가조작 의혹의 배후들은 과연 얼마의 처벌을 받을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하지만 이들은 벌써 발 빠르게 대응중이다. 구속 수감된 라덕연 회장과 ‘에디슨모터스 사건’의 이모 씨는 ‘남부지검의 전관이 포진해 있다’고 알려진 같은 법무법인에 수임을 맡긴 상태다. 이번에도 이들이 다시 소리만 요란한 솜방망이 처벌을 받고 자본시장에서 활개를 치게될지 우려된다.회계사 출신의 이 씨는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이 증권범죄합수단을 해체할 당시 ‘저승사자’ 손에서 한번 풀려났던 경험이 새록새록 떠오를 듯 하다.사법당국의 ‘증권범죄와의 전쟁’이 이번에는 승전보를 울리길 기원하며 현재 구속된 세력의 핵심인물이 과거 주가조작이 한창일때 자신감을 내보였던 한마디를 건넨다. "코스닥 종목의 90%는 사실상 작전입니다. 다 아시지 않습니까… 3년여만의 컴백인데 저희도 모든 것 걸고 합니다" -주가조작세력 ‘전주’ J회장이들의 입에서 남부지검이 공언한 "패가망신 당했다"는 탄식이 나오길 기대한다.

[기자의 눈] ‘매도 리포트’ 자주 볼 수 있을까

증권사 리포트에서 ‘매도’ 의견을 찾기 어려워진 건 참 오래된 얘기다. ‘매수’가 대부분인데, ‘중립’ 의견이 나오면 사실상 ‘매도’ 의견으로 받아들여야할 정도다. 실제 올해 1분기 말 기준 국내 증권사의 평균 ‘매수’ 의견 리포트는 91.0%였다. 반면, ‘매도’를 제시한 리서치보고서는 0.1%에 불과했다. 금융당국이 올해 주가조작 사태가 터진 이후 증권사 리포트에 대해 시장 탓을 하지말라며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증권업계는 불편하다는 기색이다. 증권사 리서치 연구원들은 기업정보를 얻기 어려우니, 매도의견을 내기도 어렵다는 입장이다. 과거에는 기업들이 실적 공시 발표 전 자료나 정보를 미리 제공했지만, 주가조작 등 사건사고가 늘어나면서 이러한 관행은 사라진지 오래라는 것이다. 연구원들은 자신이 담당하는 기업의 실적조차도 제대로 추정하지 못할 정도로 정보력이 부족하다는 게 대다수 증권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특히 잠재적 IB 고객인 상장사들의 주식을 ‘매도’하라는 리포트를 내는 순간 거래처를 잃을 수 있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크는 점도 문제다. 일례로 한 증권사에서 심각한 부실이 의심되는 기업의 매도 리포르를 내자마자, 해당 기업은 곧바로 증권사 펀드에 있던 돈을 모두 빼버리기도 했다. 투자자들의 반발도 애널리스트에겐 상당한 부담이다. 지난 4월 하나증권은 에코프로에 대한 투자의견을 기존 매수에서 매도로 하향했다. 리포트가 나간 다음 날 12만원 이상이 떨어지면서 주식 투자 토론방에는 해당 애널리스트에 대한 비방글이 대부분이었다. 심지어 매도 리포트를 쓴 연구원에게 전화와 메일로 강력 항의할 인원을 모집하는 글까지 올라오기도 했다. 증권업계에서는 ‘매수·매도’ 의견을 없애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중이다. 금융당국은 자본시장 질서와 투자자 보호를 위해 하루 빨리 증권사 리포트를 개선해야한고 강조하고 있다. 모든 리스크를 감수하고 애널리스트들이 소신 있는 리포트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당국과 증권사, 상장사, 투자자 모두가 해야 할 일이다.2023050301000182700008471

새마을금고에 맡긴 돈, 어떡하지 [곽인찬의 뉴스가 궁금해?]

<요약> 새마을금고가 불안하다. 연체율이 급등하면서 문을 닫은 곳도 나왔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부실이 원인이다. 정부는 연일 "안전하다"는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고객들은 고민 중이다. 차제에 예금자 보호 한도를 1억원으로 높이고, 새마을금고 관할권을 행정안전부에서 금융당국으로 옮기는 방안도 깊이 논의할 필요가 있다. 새마을금고가 영 불안하다. 정부는 "안심하라"며 고객들을 다독이고 있다. 그러나 고객들은 지난 봄 미국 중견 은행이 순식간에 망하는 걸 봤다. 당장이라도 돈을 찾으러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 중이다. 새마을금고에 맡긴 내 돈, 그냥 두어도 될까? 관련부서가 입을 모아 괜찮다고 했으니, 적어도 정부가 부실을 방치하지는 않을 것이다. ◇한박자 늦은 정부 대응 지난 6월 중순 경기도 남양주동부새마을금고는 총회에서 인근 화도새마을금고로 흡수합병을 결의했다. 부실 대출을 감당하기 힘들어서다. 올들어 새마을금고는 전체 연체율이 껑충 뛰었다. 지난해 말 3%대에서 6월 6%대로 높아졌다. 정부의 본격적인 대응은 7월 들어서야 나왔다. 5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 기획재정위 답변에서 "개별 새마을금고에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건전성·유동성은 대체로 양호하고 충분히 관리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부실 새마을금고가 있으면 인근 우량 새마을금고에서 인수·합병을 통해 예·적금 100%를 이전해 보호한다"며 "불안 심리로 예금을 인출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같은 날 행정안전부는 보도자료를 내고 "새마을금고는 새마을금고법에 따라 예금자보호기금이 설치돼 1인당 5000만원까지 예금자를 보호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새마을금고법은 "새마을금고중앙회에 예금자보호준비금을 설치·운영한다"고 규정한다(71조). 구체적으로 시행령은 "동일인에 대한 대위변제의 한도는 5000만원으로 한다"고 정했다(46조). 이는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은행, 증권사, 보험사, 저축은행 고객들이 받는 예금 보호 한도와 같은 액수다.이어 행안부는 새마을금고가 예금보호제도 외에도 "고객의 예·적금에 대한 지급보호를 위해 상환준비금 제도를 운용 중"이라며 "현재 상환준비금은 약 13조3611억원으로 고객의 예금지급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금고 예·적금 대비 30%인 약 77조3000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지급 여력이 충분하다"고 덧붙였다.7월6일엔 행안부와 기재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으로 이뤄진 범정부 대응단이 합동 브리핑을 열어 "필요 시 정부 차입으로 (새마을금고에) 유동성을 충분히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는 새마을금고법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금고나 중앙회가 행하는 사업의 육성을 위하여 필요한 지원을 해야 한다"고 규정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행안부는 "새마을금고에서 중도 해지한 예·적금을 재예치하면 비과세, 만기이자를 복원한다"고 안내했다. 7월7일엔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금고 이용자들의 귀중한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새마을금고에 대한 자금 지원 등 필요한 모든 조치를 책임지고 수행하겠다"고 재차 말했다. 정부 대응은 다소 늦은 감이 있다. 새마을금고 연체율은 지난해 말 3.59%에서 3월 말 5.33%, 5월 말 6.19%, 6월 15일 6.49%로 뛰었다. 지난 3월엔 미국 자산 기준 16위 규모의 실리콘밸리은행(SVB)이 뱅크런이 발생한 지 이틀만에 파산했다. 적어도 4월쯤 정부가 선제 대응했다면 지금처럼 불안이 퍼지는 걸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남긴다. 그나마 정부가 7월 들어 긴박하게 움직인 것은 다행이다. 관련부서가 입을 모아 괜찮다고 했으니,적어도 정부가 새마을금고 부실을 방치하지는 않을 것이다. ◇연체율 왜 높아졌나연체율 급등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한발 더 들어가면 작년부터 시작된 세계적인 금리인상 러시가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주도한 금리인상 탓에 글로벌 경제가 침체에 빠졌다. 건축업은 경기에 민감하다. 자연 새마을금고 등 금융사에서 빌린 돈을 제때 갚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저축은행 사태 때도 부동산 PF 대출에서 사달이 났다. 이번에도 부동산 PF 대출이 문제다. 저축은행과 새마을금고는 은행 등 제1 금융권에 비해 높은 이자를 준다. 그래야 고객을 끌어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부동산 PF처럼 리스크가 큰 대출을 감행한다. 보도에 따르면 새마을금고 전체의 건설부동산업 대출 잔액은 2019년 말 약 27조원에서 2022년 말에는 약 56조원으로 급증했다. 프로젝트 사업성만 보고 돈을 빌려주는 PF 대출은 담보대출에 비해 금리가 높지만 그만큼 리스크가 따른다. 공사가 착착 진행되면 탈이 없다. 그러나 공사 일정이 어그러지거나 갑자가 금리가 뛰거나 하면 상환에 차질이 생긴다. ◇부실 금융사 처리는부실 금융사가 파산하거나 파산 위험이 있을 때 우량 금융사에 흡수합병시키는 것은 흔한 일이다. 지난 3월 SVB가 파산하자 미국 정부는 고객이 맡긴 예금은 예금 보호 한도에 상관없이 전액 지급을 보장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퍼스트시티즌스 은행이 SVB를 인수했다. 결과적으로 SVB 고객은 돈을 한 푼도 잃지 않았다.역시 지난 3월 스위스 1위 은행 UBS는 2위 크레디트스위스(CS)를 헐값에 인수했다. 국내에서도 2011년 저축은행 사태가 터졌을 때 우량 시중은행이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한 사례가 있다. 다만 이때는 예금 보호 한도 5000만원을 초과한 예금자나 후순위채권 투자자들은 원금 손실을 피하지 못했다. ◇새마을금고 현황새마을금고는 금융협동조합이다. 금융기관 분류상 비은행 예금취급기관, 곧 제2 금융권에 속한다. 중앙회는 새마을금고가 "전통적인 계, 향약, 두레 등의 상부상조 정신을 계승했다"고 설명한다. 1963년 경남지역에서 태동했고, 1982년 새마을금고법 제정으로 법적 기반을 갖췄다. 현재 거래자 수는 2180만명이며, 금고수는 약 1300개(본점 기준)에 이른다. 자산은 260조원 규모다.◇근본적인 이슈은행 등의 예금 보호 한도는 23년째 5000만원으로 묶여 있다. 새마을금고는 1983년부터 예금 보호 제도를 시행 중이다. 현행 5000만원을 1억원으로 올리자는 논의는 오래전부터 나왔다. 현재 국회에는 1억원으로 올리자는 내용의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이 다수 발의돼 있다. 1억원이면 뱅크런을 저지하는 데 상당한 효과가 기대된다.새마을금고에 대한 관할권은 현재 행정안전부에 있다. 고객들은 새마을금고를 금융사로 본다. 그런데 행안부가 연달아 대책을 내놓으니 어쩐지 어색해 보인다. 새마을금고법은 "신용사업과 공제사업은 행안부 장관이 금융위원회와 협의하여 감독한다"고 규정한다(74조). 또 "행안부 장관은 금고 또는 중앙회를 검사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금융감독원장에게 지원 요청을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표면적으론 감독권이 이원화된 것처럼 보이지만 현실적으론 금융당국의 손이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다. 어디까지나 주무부서는 행정안전부다. 관할권 변경은 2015년 대부업법 개정을 참고할 만하다. 개정안은 일정 규모 이상의 대부업체들은 시·도 지사가 아니라 금융위에 등록하고 감독을 받도록 했다. 개정안은 제안이유로 "대부업 및 대부중개업에 대한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등록·감독 체계 구축"을 들었다. 중소 대부업체는 그대로 시·도 지사가 관리하도록 했다. 이번 기회에 일정 규모 이상의 새마을금고에 대한 관리, 감독권을 금융당국으로 옮기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했으면 한다. 정부는 부실 금고가 있더라도 우량 금고로 자산을 옮겨 예·적금 100%를 보호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시장 불안을 잠재우는 효과는 있지만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부추긴다는 지적을 살 만하다. 고객이 은행이 아니라 새마을금고를 찾는 가장 큰 이유는 이자율이 높기 때문이다. 금융은 고수익·고위험이 철칙이다. 이 원칙이 헝클어지면 굳이 금리가 낮은 은행을 택할 이유가 없다. 금융불안을 잠재우면서 동시에 모럴 해저드를 방지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높은 수익에는 높은 위험이 따른다는 금융의 대원칙만은 저버리지 않았으면 한다. <경제칼럼니스트> 7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새마을금고 지점에 예금을 안전하게 보호하겠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연합뉴스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7일 서울 종로구 새마을금고 본점에 방문해 예금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사진=연합뉴스

[기고] 드론작전사령부 배치장소 재고하라

[기고] 드론작전사령부 배치장소 재고하라 일생을 살아감에 있어 국민으로, 시민으로 사는 것을 구별하는 건 큰 의미가 없다. 국가가 있어야 시민이 있는 것이요, 시민이 있어야 국가가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국민과 시민은 분리적(分離的) 개념이 아닌 일체적(一切的) 개념으로 봄이 맞다. 하지만, 시의원으로서, 시민 입장 대변을 업(業)으로 삶고 있는 필자 입장에서는 이 당연한 일체적 개념이 상호 분리하여 충돌하는 것을 종종 목도(目睹) 하게 된다. 최근 드론작전사령부 포천 배치 논란이 대표적인 예이다. 모두가 주지하다시피 작년 북한은 우리 수도 영공에 무인기를 침범시키는 만행을 자행했다. 이 사건으로 인해 우리 군의 무인기 대응 태세가 수면 위로 떠올랐고, 대통령은 무인기를 전담 운용하는 드론전담부대 창설을 지시했다. 국가 안보 차원에서 당연한 결정이자 취지 자체에 있어서 이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드론부대 사령부가 포천시에, 그것도 우리 시 주요 권역 배치가 유력하다는 소식은 우리 시민과 지역 정치권이 강한 이견(異見)을 표출하지 않을 수 없는 사안이다. 우리 시민은 국민으로서 국가 안보를 위해 묵묵히 희생한 지난(至難) 한 과거사(過去事)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70여 년간 우리 시의 허리를 두 동강 내고 지역발전을 저해해온 6군단, 동양 최대 규모 사격장 등 다수의 군사안보시설로 인해 우리 시 발전은 지체됐고, 시민은 재산상 피해와 생명의 위협을 감내하며 살아왔다. 그러면서도 우리 시민은 이러한 희생을 묵묵히 감내했을 뿐이지 결코 반발하지 않았다. 안보를 중시하는 성숙한 국민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안도 마찬가지다. 드론전담부대 창설 배경, 필요성 사령부 배치 취지에 대해서 우리 시민 모두 절감(切感)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문제는 위치다. 이 사령부가 관내 군 유휴지가 아닌 우리 시 주요 권역. 즉 우리 시 앞마당에 반드시 자리 잡을 필요가 있냐는 것에 대해서 이견이 있다는 것이다. 만약 이곳이 아니라 관내 비교적 한적한 장소를 배치 지역으로 선정했다면 우리 시민도, 우리 시도 이처럼 반발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 논란에 앞서 우리 시는 국방부와 6군단 부지 반환 협상을 시작하고 현재 진행 중이다. 많은 시민이 협상을 지켜보며 우리 시가 더욱 발전할 것이라는 희망에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이런 와중에 또다시 드론작전사령부 배치라는 소식을 접하게 되니 우리 시 입장에서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국방부는 우리 시민의 이러한 반발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꼭 시 주요 권역에 드론작전사령부를 배치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지 깊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현 배치 예정지가 아닌 관내에 비교적 한적한 지역에도 사령부 배치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부지가 있는지 파악해볼 필요가 있다. 강조하지만 드론부대 창설을 반대하거나, 무조건 우리 지역은 안된다는 지역이기주의가 아니다. 지난 70년간 안보를 위해 희생한 우리 시민을 존중하고, 시민 권리와 국가안보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묘안(妙案)을 찾아달라는 것이다. 국가 안보를 중시하는 국민으로서 삶과, 지역 발전과 행복을 추구하는 시민으로서 삶은 결코 상대적이지 않고, 상대적이어서도 안된다. 국민이자 시민으로서 안보와 행복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도록 국방부의 전향적인 검토를 기대한다. 서과석 포천시의회 의장서과석 포천시의회 의장 서과석 포천시의회 의장. 사진제공=포천시의회

[기자의 눈] 물가안정, 정부 압박이 능사 아니다

[에너지경제신문 서예온 기자] "수요와 공급이 가격을 결정한다는 말이 있지만, 우리나라 시장 구조에 딱 들어맞는 건 아니다." 최근 정부의 ‘일방적’ 가격인하 압박을 바라보는 한 시장 전문가가 전한 불만 섞인 항변이다. 시장경제체제에서 정부가 기업의 상품 가격에 간섭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라면·빵 등 서민 대표 먹거리를 판매하는 기업들이 사실상 과점 또는 독과점으로 운영되고 있는 국내 일부 품목의 시장 구조에선 이번 정부의 가격 인하 압박은 불가결한 조치였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시장경제체제의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용하지 않는 만큼 소비자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선 정부의 간섭이 필요했다는 해석이다. 앞서 정부는 물가안정의 첫 타깃으로 서민 대표 먹거리 ‘라면’을 선택했다. 국제 소맥(밀) 시세가 떨어진 만큼 국내 라면 제조사들도 상품 가격을 내리라는 주문이었다. 초기에 ‘검토’ 수준을 언급하면 간보기를 하던 라면업계는 정부가 밀가루를 공급하는 제분사의 가격 인하를 유도하며 재차 압박해 오자 결국 ‘백기’를 들고 줄줄이 라면 가격을 인하했다. 불똥은 제과제빵업계로 튀어 가격 인하 도미노 현상을 빚기도 했다. 그렇다고 정부의 물가잡기가 성공했다고 판단하는 것은 섣부르다. 오는 8월 우유 원유 가격 인상이 예고돼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유업계 및 유제품 생산업체, 낙농가는 8월 1일부터 적용될 원유 가격을 놓고 협상을 벌이고 있다. 가격 인상으로 확정될 경우, 우유뿐 아니라 빵·과자·아이스크림 등 관련 식품 물가도 연쇄적으로 오르는 ‘밀크플레이션’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라면·과자업계 가격과 달리 낙농가 원유 가격엔 정부가 직접 개입할 수 없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본다. 낙농가들이 생산비 급등으로 도산 위기에 내몰렸다며 원유가격 협상 시 낙농가의 현실을 반영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가공식품은 수입 원유를 많이 쓰는 특성상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언급해 우회적으로 업계에 ‘인상 자제’ 신호를 보냈다. 문제는 이같은 관의 가격시장 개입정책이 항상 효과를 거둔 것은 아니었다. 이전 이명박 정부는 밀가루·빙과류·제빵 등 가공식품 가격의 편승 인상이나 담합 등 불공정행위를 집중 감시하며 기업들을 가격조정 행위를 옥죄었다. 그러나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에 라면·빵 일부 제품의 가격 인하를 인위적으로 관철시켰다고 정부가 ‘시장 개입’의 달콤한 유혹에 빠져선 안될 것이다. 물가안정 정책의 우선순위는 사후처리가 아니라 사전예방이다.pr9028@ekn.kr서예온 기자 서예온 유통중기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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