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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인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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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금고에 맡긴 돈, 어떡하지 [곽인찬의 뉴스가 궁금해?]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7.07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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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새마을금고 지점에 예금을 안전하게 보호하겠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연합뉴스


<요약> 새마을금고가 불안하다. 연체율이 급등하면서 문을 닫은 곳도 나왔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부실이 원인이다. 정부는 연일 "안전하다"는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고객들은 고민 중이다. 차제에 예금자 보호 한도를 1억원으로 높이고, 새마을금고 관할권을 행정안전부에서 금융당국으로 옮기는 방안도 깊이 논의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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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금고가 영 불안하다. 정부는 "안심하라"며 고객들을 다독이고 있다. 그러나 고객들은 지난 봄 미국 중견 은행이 순식간에 망하는 걸 봤다. 당장이라도 돈을 찾으러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 중이다. 새마을금고에 맡긴 내 돈, 그냥 두어도 될까? 관련부서가 입을 모아 괜찮다고 했으니, 적어도 정부가 부실을 방치하지는 않을 것이다.

◇한박자 늦은 정부 대응

지난 6월 중순 경기도 남양주동부새마을금고는 총회에서 인근 화도새마을금고로 흡수합병을 결의했다. 부실 대출을 감당하기 힘들어서다. 올들어 새마을금고는 전체 연체율이 껑충 뛰었다. 지난해 말 3%대에서 6월 6%대로 높아졌다.

정부의 본격적인 대응은 7월 들어서야 나왔다. 5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 기획재정위 답변에서 "개별 새마을금고에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건전성·유동성은 대체로 양호하고 충분히 관리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부실 새마을금고가 있으면 인근 우량 새마을금고에서 인수·합병을 통해 예·적금 100%를 이전해 보호한다"며 "불안 심리로 예금을 인출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같은 날 행정안전부는 보도자료를 내고 "새마을금고는 새마을금고법에 따라 예금자보호기금이 설치돼 1인당 5000만원까지 예금자를 보호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새마을금고법은 "새마을금고중앙회에 예금자보호준비금을 설치·운영한다"고 규정한다(71조). 구체적으로 시행령은 "동일인에 대한 대위변제의 한도는 5000만원으로 한다"고 정했다(46조). 이는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은행, 증권사, 보험사, 저축은행 고객들이 받는 예금 보호 한도와 같은 액수다.

이어 행안부는 새마을금고가 예금보호제도 외에도 "고객의 예·적금에 대한 지급보호를 위해 상환준비금 제도를 운용 중"이라며 "현재 상환준비금은 약 13조3611억원으로 고객의 예금지급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금고 예·적금 대비 30%인 약 77조3000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지급 여력이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7월6일엔 행안부와 기재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으로 이뤄진 범정부 대응단이 합동 브리핑을 열어 "필요 시 정부 차입으로 (새마을금고에) 유동성을 충분히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는 새마을금고법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금고나 중앙회가 행하는 사업의 육성을 위하여 필요한 지원을 해야 한다"고 규정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행안부는 "새마을금고에서 중도 해지한 예·적금을 재예치하면 비과세, 만기이자를 복원한다"고 안내했다.

7월7일엔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금고 이용자들의 귀중한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새마을금고에 대한 자금 지원 등 필요한 모든 조치를 책임지고 수행하겠다"고 재차 말했다.

정부 대응은 다소 늦은 감이 있다. 새마을금고 연체율은 지난해 말 3.59%에서 3월 말 5.33%, 5월 말 6.19%, 6월 15일 6.49%로 뛰었다. 지난 3월엔 미국 자산 기준 16위 규모의 실리콘밸리은행(SVB)이 뱅크런이 발생한 지 이틀만에 파산했다. 적어도 4월쯤 정부가 선제 대응했다면 지금처럼 불안이 퍼지는 걸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남긴다.

그나마 정부가 7월 들어 긴박하게 움직인 것은 다행이다. 관련부서가 입을 모아 괜찮다고 했으니,적어도 정부가 새마을금고 부실을 방치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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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7일 서울 종로구 새마을금고 본점에 방문해 예금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사진=연합뉴스


◇연체율 왜 높아졌나

연체율 급등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한발 더 들어가면 작년부터 시작된 세계적인 금리인상 러시가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주도한 금리인상 탓에 글로벌 경제가 침체에 빠졌다. 건축업은 경기에 민감하다. 자연 새마을금고 등 금융사에서 빌린 돈을 제때 갚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저축은행 사태 때도 부동산 PF 대출에서 사달이 났다. 이번에도 부동산 PF 대출이 문제다. 저축은행과 새마을금고는 은행 등 제1 금융권에 비해 높은 이자를 준다. 그래야 고객을 끌어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부동산 PF처럼 리스크가 큰 대출을 감행한다. 보도에 따르면 새마을금고 전체의 건설부동산업 대출 잔액은 2019년 말 약 27조원에서 2022년 말에는 약 56조원으로 급증했다.

프로젝트 사업성만 보고 돈을 빌려주는 PF 대출은 담보대출에 비해 금리가 높지만 그만큼 리스크가 따른다. 공사가 착착 진행되면 탈이 없다. 그러나 공사 일정이 어그러지거나 갑자가 금리가 뛰거나 하면 상환에 차질이 생긴다.

◇부실 금융사 처리는

부실 금융사가 파산하거나 파산 위험이 있을 때 우량 금융사에 흡수합병시키는 것은 흔한 일이다. 지난 3월 SVB가 파산하자 미국 정부는 고객이 맡긴 예금은 예금 보호 한도에 상관없이 전액 지급을 보장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퍼스트시티즌스 은행이 SVB를 인수했다. 결과적으로 SVB 고객은 돈을 한 푼도 잃지 않았다.

역시 지난 3월 스위스 1위 은행 UBS는 2위 크레디트스위스(CS)를 헐값에 인수했다.

국내에서도 2011년 저축은행 사태가 터졌을 때 우량 시중은행이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한 사례가 있다. 다만 이때는 예금 보호 한도 5000만원을 초과한 예금자나 후순위채권 투자자들은 원금 손실을 피하지 못했다.

◇새마을금고 현황

새마을금고는 금융협동조합이다. 금융기관 분류상 비은행 예금취급기관, 곧 제2 금융권에 속한다. 중앙회는 새마을금고가 "전통적인 계, 향약, 두레 등의 상부상조 정신을 계승했다"고 설명한다.

1963년 경남지역에서 태동했고, 1982년 새마을금고법 제정으로 법적 기반을 갖췄다. 현재 거래자 수는 2180만명이며, 금고수는 약 1300개(본점 기준)에 이른다. 자산은 260조원 규모다.

◇근본적인 이슈

은행 등의 예금 보호 한도는 23년째 5000만원으로 묶여 있다. 새마을금고는 1983년부터 예금 보호 제도를 시행 중이다. 현행 5000만원을 1억원으로 올리자는 논의는 오래전부터 나왔다. 현재 국회에는 1억원으로 올리자는 내용의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이 다수 발의돼 있다. 1억원이면 뱅크런을 저지하는 데 상당한 효과가 기대된다.

새마을금고에 대한 관할권은 현재 행정안전부에 있다. 고객들은 새마을금고를 금융사로 본다. 그런데 행안부가 연달아 대책을 내놓으니 어쩐지 어색해 보인다. 새마을금고법은 "신용사업과 공제사업은 행안부 장관이 금융위원회와 협의하여 감독한다"고 규정한다(74조). 또 "행안부 장관은 금고 또는 중앙회를 검사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금융감독원장에게 지원 요청을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표면적으론 감독권이 이원화된 것처럼 보이지만 현실적으론 금융당국의 손이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다. 어디까지나 주무부서는 행정안전부다.

관할권 변경은 2015년 대부업법 개정을 참고할 만하다. 개정안은 일정 규모 이상의 대부업체들은 시·도 지사가 아니라 금융위에 등록하고 감독을 받도록 했다. 개정안은 제안이유로 "대부업 및 대부중개업에 대한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등록·감독 체계 구축"을 들었다. 중소 대부업체는 그대로 시·도 지사가 관리하도록 했다.

이번 기회에 일정 규모 이상의 새마을금고에 대한 관리, 감독권을 금융당국으로 옮기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했으면 한다.

정부는 부실 금고가 있더라도 우량 금고로 자산을 옮겨 예·적금 100%를 보호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시장 불안을 잠재우는 효과는 있지만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부추긴다는 지적을 살 만하다. 고객이 은행이 아니라 새마을금고를 찾는 가장 큰 이유는 이자율이 높기 때문이다. 금융은 고수익·고위험이 철칙이다. 이 원칙이 헝클어지면 굳이 금리가 낮은 은행을 택할 이유가 없다.

금융불안을 잠재우면서 동시에 모럴 해저드를 방지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높은 수익에는 높은 위험이 따른다는 금융의 대원칙만은 저버리지 않았으면 한다.

<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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