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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2022년을 떠나보내는 소회

엿새 뒤면 2022년 한 해를 떠나보낸다. 개인이나 국민, 국내나 국외든 ‘다사다난(多事多難)’하지 않은 해가 없었지만, 2022년은 유독 힘들었던 한 해가 아니었나 싶다.지난 1년을 정리하면서 우리 삶을 힘들게 만들었던 것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신3고(高) 경제위기, 이태원 10.29참사를 꼽아본다.먼저, 코로나 팬데믹은 근 3년에 걸쳐 우리의 일상 삶을 짓누르고 있다. 상반기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일상회복)에도 국민들은 여전히 ‘마스크 라이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행히 방역당국과 여당이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마저 해제하기 위한 방역조치 조정 방침을 정한 것은 환영할만 일이다.그러나,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코로나바이러스 연구센터에 따르면, 실시간 집계하는 전세계 감염자 수 통계에서 한국은 일본·미국 다음으로 많다. 25일 오전 11시(한국시간) 기준으로 최근 28일 동안 발생한 코로나 감염자 수는 전세계 1557만명에 이르며, 나라별로는 일본 369만명, 미국 179만명, 한국 171만명, 프랑스 153만명, 브라질 94만명, 중국 86만명 순이었다.이같은 감염 양상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나 국내 방역전문가들이 ‘코로나 전면해제’ 조치에 주저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 2023년엔 코로나19와 마스크에서 완전 해방되는 기쁨을 하루빨리 만끽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둘째로 경제적 고통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야기된 글로벌 물류망 문제는 해외물자 수급 차질을, 지구 온난화에 따른 이상기후 확대는 국제 곡물 작황 부진으로 이어져 결국 전세계에 걸쳐 원자재 가격 급등을 초래했다.또한, 미국을 중심으로 한 주요국의 코로나 팬데믹 대처를 위한 막대한 유동성 확장은 인플레이션을 초래했고, 이를 수습하려 금리인상 긴축정책으로 이어졌다. 그럼에도 글로벌 경제는 물가상승과 저성장이 맞물리는 스태그플레이션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는 형국이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어서 올해 연초부터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신3고(高)’로 기업과 국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국내 물가는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새해부터 일부 공산품의 가격 인상 소식이 들려오고, 전기·가스·대중교통 요금의 인상 예고 등 여전히 ‘상승세 불씨’를 키워나가고 있다.환율은 안정세에 들었음에도 주식 등 자금시장으로 선순환이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고금리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진정, 경기 회복 등 연착륙 여부에 달려있어 역시 ‘불안한 진행형’이다.정부 부처나 기업이 아니더라도 일반국민들도 직감적으로 새해 살림살이가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걱정한다. 늦었지만 여야가 내년도 정부 예산을 합의 통과시킨 것은 이런 국민의 근심거리를 덜어준 잘한 처사이다. 정쟁은 하더라도 그 목적이 항상 ‘민생’이어야 한다는 점을 정치권이 명심해 주길 바란다.마지막으로 이태원 10.29 참사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코로나 팬데믹과 신3고로 고통받는 국민들에게 158명의 애궂은 죽음은 엄청난 사회적 트라우마로 남을 것이다.참사 발생 두 달이 다 돼 감에도 진상 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이를 빌미로 책임자 처벌이 더딘 것은 희생자 유가족과 국민들을 두 번 울리는 처사이다. 더욱이 국정을 책임진 정부여당에서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들을 폄훼하고 비방하는 언사들이 난무함에도 제재하지 않는 여권 지도부의 행위는 10.29 참사의 후유증을 키우는 어리석은 일이다.정부의 기본책무는 국민 안전이며, 국민 불행이 있어났을 경우 철저한 규명과 빠른 치유, 그리고 재발방지다. 새해 계묘(癸卯)년에는 더도 덜도 아닌 이같은 정부의 기본책무가 제대로 작동되기를 바랄뿐이다.

[EE칼럼] 시장원리 거스른

한국전력공사 회사채(한전채) 발행 한도를 기존 자본금과 적립금을 더한 금액의 2배에서 최대 5배까지 늘리는 ‘한국전력공사법 일부 개정안’이 지난 8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전문가들은 한전채 발행 없이 관련법을 위반하지 않고 정상 운영하려면 내년 초 전기요금을 올해 인상분의 3배가 넘는 1kW당 약 64원 올려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저렴한 전기요금의 문제점들이 일시에 분출하듯 터진 한전 적자 사태의 심각성 때문인지, 새로운 개정안에 한전채 발행 한도를 5배에서 6배로 높이고, 5년 일몰제 등을 추가하여 15일 국회 상임위원회 소위, 20일에는 상임위를 빠르게 통과했고, 해를 넘기지 않고 28일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기로 여야가 합의했다. 올해 전기요금은 전력량요금 2.5원, 기준연료비 9.8원, 기후환경요금 2.0원, 연료비조정요금 5.0원씩 올라 1kW당 총 19.3원 인상됐고 누적 적자는 약 30~37조 원이 예상된다. 반면 한전 적자 이면에 4개 대기업 계열 민간 발전 6개사의 영업이익은 3분기까지 1조 4781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영업이익 7579억 원의 약 2배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한전 적자의 근본적 원인은 팔면 팔수록 손해가 나는 누적되어온 전력시장 왜곡과 지나친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 때문이다. 전례 없는 글로벌 에너지 위기 속에 원유·가스·석탄 3대 에너지원 특히 발전 연료로 주로 사용되는 가스·석탄 가격이 폭등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수출입통계를 보면 9월 기준 지난해 동월 대비 가스는 190.2%, 석탄은 143.0% 각각 상승했다. 2020년 대비로 보면 가스는 최대 8배, 석탄이 5.8배가 되었고 같은 기간 전력시장가격인 계통한계가격(SMP)은 68.9원에서 올해 1~9월 177.4원으로 2.6배가 되었다. 다만 판매단가는 고작 116.4원이었다. 비싼 원료로 만든 전기를 비싸게 사서 싸게 파니 적자가 발생한 거다. 한전 적자 사태는 전기를 수입 화석연료에 의존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위험과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지 여실히 드러냈다. 지난해 한전 전력통계월보에 따른 국내 연료 원별 발전 비율을 보면 석탄 34.3%, 가스 29.2%, 원자력 27.3%, 신재생 7.5%, 기타 1.6%였다. 반면 계약 종별 판매량 비율은 산업용 54.6%, 일반용 22.4%, 주택용 15.0%, 농사용 3.9%, 심야 1.9%, 교육용 1.6%, 가로등 0.6%였다. 전기를 만드는 데는 무역수지적자 키우는 값비싼 수입 가스, 석탄으로 63.5%를 만들었고 값싼 전기요금의 혜택은 산업용이 54.6%를 가져갔다. 그런 과정에서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중 온실가스 배출증가율 1위, 전력량 중 재생점유율 꼴찌가 되어 ‘기후 악당’으로 조롱받는 국가가 되었다. 그것도 모자라 2022년 석탄발전 원자력발전 용량이 각각 증가하는 유일한 국가가 될 것이며 CBAM, RE100 대응은 더 힘들게 되었다. 이전 정부는 전기생산에 들어간 연료비 변동분을 3개월 단위로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해 시행했다. 다만 유보 권한을 발동해 동결했고 지난 3월 치뤄진 대선에서는 ‘4월 전기요금 인상 백지화’를 공약으로 내건 후보가 당선됐다. 새 정부는 늘 시장 논리를 중시한다고 강조하면서도 정작 전력시장 왜곡을 바로잡거나 기능 정상화에 대한 노력은 부족했다. 한전 적자가 증가할 때도 SMP 상한제를 도입해 전기가 거래되는 중간 단계에서 캡을 씌워 전력시장 왜곡을 심화시켰고 원전 중심의 에너지 정책으로 기후위기 대응, 에너지 안보 강화에 핵심인 재생에너지를 위축시켰다, 한전 또한 최근 발표한 이번 사태대책에서 ‘화석연료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언급하지 않아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한전의 천문학적 적자는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렵다. 다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국가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그동안 전문가들이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던 원가주의에 입각한 전기요금 현실화 및 재설계, 에너지 세제개편, 교차 보조 문제 등이 해소되어야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수입 화석연료에 대한 과도한 의존에서 벗어나 연료가 ‘국산 공짜’ 면서,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재생에너지로 빠르게 전환해야 한다. 전기요금이 시장에 정상적인 가격 신호를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에너지를 적게 쓰는 소비자가 혜택을 보게 되고 에너지 효율 향상을 기대할 수 있으며 기후변화 대응, 재생에너지의 확대, CBAM, RE100 등 탄소 배출과 관련한 규제비용에도 대응할 수 있다. 이제 저렴한 전기요금의 역습이 시작되었다. 인플레이션, 고금리, 실질 소득 감소와 함께 잘못된 에너지 정책으로 인한 저렴한 전기요금의 역습으로 우리는 미래 세대에게 부끄러운 유산을 물려주는 것과 동시에 다시 경제위기를 걱정해야 할지도 모른다.황민수 한국전기통신기술연구조합 전문위원/ 에너지전환포럼 이사

[기자의 눈] ‘내 집 마련’에 대한 갈망은 누구나 있다

견본주택 취재를 가면 "지금이 부동산 시장 하락세가 맞기는 한가?"라는 의구심이 들고는 한다. 살을 에는 강추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관람객들은 견본주택 입장을 위해 밖에서 긴 시간 기다리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이를 보면 지금이 나만 모르는 부동산 시장 호황기인가 하는 착각이 든다. 우리 국민의 ‘내 집 마련 욕구’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발표한 ‘2021년 주거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택보유의식 조사에서 88.9%가 내 집을 보유해야 한다고 응답했다.그렇지만 올해 부동산 업계는 금리 인상·집값 하락·전세의 월세화·거래절벽·원자재 가격 상승 등 부정적인 키워드로 가득했다. 분양시장 또한 이러한 영향을 크게 받은 모습이다. 올해 전국 1순위 청약 경쟁률은 평균 8.5대 1로 집계되면서 2014년(평균 6.7대 1) 이후 8년 만에 한 자릿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기록인 19.1대 1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며 지난해 서울 아파트 평균 청약 경쟁률인 164.13대 1과 비교하면 더 큰 대조를 이룬다. 이 가운데 서울 평균 분양가는 3.3㎡당 3552만원으로 지난해 2945만원에서 20.6% 상승했다. 이 때문에 올해 최대어로 관심을 받던 ‘둔촌주공’은 5.45대 1의 초라한 성적을 기록하면서 관심사 밖으로 사라졌다.이러한 수치와 견본주택을 가득 매운 인파를 함께 떠올리면 그들의 관람이 그저 ‘아이쇼핑’에 그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이처럼 주택에 대한 관심과 내 집 마련 욕구는 크지만 막상 청약을 신청하지 못하는 모습은 최소 기준금리 인상이 끝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수요자들이 분양시장에 몰렸던 이유는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당첨돼 차익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근 분양가가 상승하고 집값은 하락하는 상황에 금리마저 끊임없이 오르며 선뜻 위험부담을 안고 분양시장에 뛰어들 사람이 없었던 것이 이러한 현상의 핵심이라고 사료된다.내년에도 이어질 분양시장에 대한 관심을 단순 아이쇼핑에서 끝나지 않도록 하려면 우선적으로 금리가 내려가야 하며 시장 안정화와 더불어 각종 규제 완화가 뒤따라야 한다. 최근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중과 제도 및 대출 규제 완화 등 파격적인 부동산 정책을 펼치고 있는 정부의 노력이 내년에는 빛을 보기를 기대해 본다.

[이슈&인사이트] AI 붐과 위협 받는 ‘인간의 존엄성’

2020년 6월 9일(미국 현지시각) IBM은 인공지능 안면인식 사업에서 손을 떼겠다고 선언했다. 안면인식 기술은 인공지능에서도 가장 앞서 있는 기술 분야 중의 하나이면서 동시에 수 많은 응용이 가능해 많은 기업들이 미래의 먹거리로 생각하는 핵심 기술 중 하나이다. 심지어 AWS,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AI 기업들도 IBM과 뜻을 같이 했다. 안면인식 기술이 인간을 대량으로 감시하고, 인권 침해의 소지 및 인종적 문화적 침해의 소지가 크다는 이유에서다.그동안 ‘인공지능으로 할 수 있을까’에 집중되던 질문은 이제 ‘인공지능으로 해도 되는가’로 그 초점이 바뀌어 가고 있다. 실제로 중국은 2020년을 기점으로 2000만대가 넘는 CCTV에 인공지능 안면인식 기술 등을 탑재해 전 국민의 일거수일투족을 24시간 감시하고 있다. 감시 시스템의 이름도 하늘의 그물이라는 뜻의 텐왕(天網)이다. 무단횡단 하는 사람을 적발하여 자동으로 벌금을 부과하는 것은 물론 신호등에 모니터를 달아 무단횡단 한 사람의 얼굴을 일정기간 보행자들에게 노출시킨다.이렇게 감시한 전국민의 행동분석에 기반해 중국은 자국민을 10등급으로 나누었는데, 최하 등급인 10등급에 해당하는 사람은 무려 900만명이며, 이들은 열차나 비행기 표 구매에도 자유를 제한당하고 있다.2018년 KAIST는 한화와 제휴해 국방과학 연구를 진행하겠다고 선언하였는데, KAIST가 군수산업업체인 한화와 함께 무기를 개발한다는 사실로 인해 세계 과학계에서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세계 과학자들은 군사화에 인공지능이 도입되는 것을 강하게 비판했고, KAIST에는 항의 전문이 빗발쳤다. KAIST는 뒤늦게 자신들의 연구가 인공지능 기술의 무기화라는 것은 오해일 뿐이라는 성명과 함께 관련 계획을 철회했다. 이는 세계의 석학들이 인공지능에 대한 윤리문제에 대해 깊게 생각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 사례이기도 하다.네이버는 포털뉴스의 편향성이 문제가 된 적이 있었는데, 당시 인공지능이 고른 결과이고 사람이 개입한 것이 아니므로 편향이 아니라는 식으로 설명했는데, 이는 더 큰 비난을 받았다.인공지능이 골랐든 사람이 골랐든 결과는 얼마든지 편향적일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사람이 개입되어 알고리즘이 편향되지 않도록 끊임없이 튜닝하는 것이 상식이다. 단순히 사람이 개입되지 않았다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기저 기술이 무엇이든 그 결과의 편향성은 사람이 모니터링 해서 편향되지 않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고, 노력으로 개선되지 않으면 그 결과물은 사용해서는 안된다.2020년 12월 23일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위원회에서는 그 해 마지막 회의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마련한 AI 윤리기준을 심의 의결했다. 해당 윤리기준은 3개 기본원칙과 10대 핵심요건을 담고 있는데, ‘인간의 존엄성 원칙’, ‘사회의 공공선 원칙’, ‘합목적성 원칙’의 3대 원칙과 ‘인권보장’, ‘프라이버시 보호’, ‘다양성 존중’, ‘안정성’ 등 10가지 핵심요건이 정해졌다. 이에 발 맞추어 각 기업들도 AI 윤리기준에 기반하여 저마다의 윤리 기준을 만들고 있다.그러나, 전세계가 그리 평화로운 방향으로만 움직이는 것 같지는 않다. 2022년 12월 샌프란시스코 주 정부는 경찰이 살상용 로봇을 사용하는 것을 허가해 주었다. 물론 당장 그러한 로봇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기업들이 그러한 로봇을 개발하기 위해 기술력과 자본 그리고 시간을 투자하게 될 것은 자명하다. 바이든 대통령도 무기개발에 인공지능을 허용해야 한다는 여러 단체의 압력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다. 이들의 논리는 미국이 손 놓는 사이, 중국 같은 곳에서 인공지능을 탑재한 무기를 개발하여 군사력에서 미국을 앞서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인공지능 윤리강령을 비롯하여, 기술 개발에 관한 대부분의 사항은 자율 규정일 뿐, 법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근거는 아직 세계 어디에도 없다. 보다 많은 첨단 기술이 사람을 감시하고, 통제하거나 혹은 대량 살상 무기에 탑재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지만 이를 제재할 마땅한 근거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더 강력한 법적 수단이 동원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지만 아직은 뾰족한 방법이 없다. 핵개발 초기 때처럼, 강대강의 논리가 더 많이 퍼져 있기 때문이다.현재로서는 가장 중요한 첫 단계는 ‘절대 해서는 안되는 일’부터 나열하여, 각국의 공조하에 이를 법적으로 금지하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다. 첫 단추가 잘 끼워진다면, 그 후속 조치도 조금씩 진전될 것이다.이병욱 서울과학종합대학원 AI전략경영 주임교수

[EE칼럼] 글로벌 메탄 감축 강화 움직임에 철저히 대비해야

필자가 몸담고 있는 기후변화센터는 지난 14일 주한미대사관과 공동으로 ‘메탄 감축 활성화를 위한 한미협력 방안’에 대해 세미나를 진행했다. 국내 메탄 감축에 대한 인식제고와 함께 특히 에너지 부분에 있어 우리가 준비해야할 부분을 살펴보는 자리였다. 지난해 글래스고 기후당사국총회(COP26)에서 메탄 감축 선언은 주요 결과 중 하나였고 한국 역시 ‘글로벌 메탄 서약(Global Methane Pledge, GMP)’에 서명했다. 올해 이집트 ‘기후당사국총회(COP27)’에서도 미국을 중심으로 메탄 감축에 대한 목소리는 강력해지고, GMP가입국은 150개 이상으로 늘었다. 가입국들의 자발적 노력으로 2030년까지 2020년 수준으로 최소한 30퍼센트를 감축시키면 2050년까지 지구평균기온을 0.2도 이상 낮출 수 있다는 과학자들의 목소리가 반영된 결과이다. 아울러 COP27에서 7개국(미국,EU,일본, 캐나다, 노르웨이, 싱가포르, 영국)이 메탄 감축 협력을 촉구하며 발표한 공동선언문을 눈여겨봐야 한다. 에너지 부문은 이미 상용화된 기술을 활용, 비용효과적으로 메탄을 단기간에 급격히 감축할 수 있다. 그래서 천연가스의 불필요한 배출, 연소, 누출로 발생한 에너지 손실을 막아 에너지 안보를 지키고 동시에 기후문제와 공중보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정확성, 투명성, 신뢰성에 기반한 메탄 배출 데이터 구축을 통해 구매자가 공급자에게 공급망 전반의 메탄, CO2배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MRV(모니터링&보고&검증) 기준 개발을 지원하고, 석유·가스 공급망 전반에 LDAR(누출 감지·수리) 수행 관련 정책을 도입하며, OGMP(Oil & Gas Methane Partnership)2.0에 기업의 참여를 독려하고 화석연료 수출입 공급망 전반에서 발생하는 메탄 감축 정보 교류와 기술 지원을 실시하는 것 등이 주요 골자다. 한국은 아시아 최대 천연가스 수입국 중 하나이기에 메탄 배출 기준 및 규제 강화에 따른 선제적 대응이 불가피하다. 이번 세미나에 참석한 릭 듀크(Rick Duke) 미국 대통령 기후부특사는 "미국은 메탄세를 2024년부터 톤당 900달러를 부과하고, 2026년에는 톤당 1200달러까지 인상할 예정"이라면서 "한국이 글로벌 메탄 서약 달성에 중요한 국가인 만큼 7개국 공동선언에 동참하여 부처 간 기술 및 정보를 지속적으로 교류하자"고 제안했다. 또한 브렌다 데블린(Brenda Devlin) 유럽위원회 에너지 총괄 고문은 "유럽연합(EU)은 메탄가스 누출 감지를 위한 공급망 관리를 글로벌 시장으로 더욱 확대할 것"이라며, 탄소국경조정과 같이 EU역외에서 메탄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경우 페널티를 요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추진 방안을 소개했다. 기후변화센터는 지난 9월 1300명 시민 대상으로 메탄에 관한 인식조사를 한 바 있다. 시민들은 메탄 배출원으로 폐기물>화석연료>농축산 순으로 인식하고 있었으며, 메탄 감축에 산업계의 협력, 정부의 지원이 가장 중요하다고 답한 바 있다. 정수종 교수는 발제를 통해 국내 메탄 배출현황에서 주목해야할 점은 파이프라인에서 새고 있는 탈루인데, 1년에 서울시 전체 가정에서 약 한달간 쓸 수 있는 가스양이 세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가 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서 사용하는 메탄 배출량 계산 및 통계방식은 실배출량과 차이가 있다는 점을 정부 차원에서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무엇보다 양 배출량의 간극을 줄 일 수 있는 통계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우선이다. 글로벌 차원에서 기술 발전을 통해 메탄 배출원 감시가 정확해지고, 배출량 관리에 대한 모니터링·보고·검증이 강화되는 것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그 다음은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현장에서 탈루 발생을 줄이려는 적극적인 감축 노력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RE100과 같이 글로벌 기업들의 자발적 이니셔티브가 결국 국내 기업에 큰 영향을 미쳤듯이, OGMP 역시 국내 가스 수입 기업에 조만간 영향을 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가스 공사를 비롯해 국내 천연가스 수입사들은 OGMP에 가입하여 파트너십 멤버들 간에 논의되는 정보를 취득하여, 늦지 않게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기후 대응에 있어 메탄 감축의 시급성과 효과성을 고려한다면 기업들의 노력에 정부의 관심과 시의 적절한 지원도 필요하다.김소희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

[기자의 눈] 2023년, 정부·당국에 대한 체념과 기대

최근 제6회 금융투자협회장 후보 인터뷰 취재를 진행하면서 가장 많이 듣게 되는 키워드는 ‘소통’이다. 금투협이 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기관인 만큼, ‘소통력’이란 금투협회장에게 요구되는 가장 당연한 덕목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최근 수년 짧은 기간 동안 시장의 급격한 흥망을 겪으며 현 업계의 구조적 문제점과 한계를 느꼈고, 그 결과 금투협의 강력한 발언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라는 점을 절실히 깨닫게 된다.하지만 금투협회장이 바뀐다고 엄청난 ‘개혁’이 일어나길 바라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라는 점도 우리는 알고 있다. 업계에 당면한 여러 이슈의 심각성과 해결방안이 여러 차례 보고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칼자루를 쥔 정부와 금융당국이 이를 받아들여 개선하려는 태도는 거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귀를 닫은 채 오만과 무능만을 보이는 금융당국의 잘못일까. 혹은 ‘자본시장을 선진화하겠다.’ 장담한 새 정부의 호언장담을 지나치게 믿은 우리 탓일까.작년 코스피 사상 최초로 ‘3000’이라는 숫자를 목격한 후 올해 힘없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새 정부가 장담한 ‘선진화’는 요원하기만 한 채 9개월여가 지나가 버렸다. 정부 출범 후 금융당국의 행보는 미래 업계 발전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사그라들게 만들고 있다.‘제재’는 알아도 ‘상생’은 모르는 검사 출신 신임 금융감독원장의 부임과, 일단락된 라임·옵티머스 건을 굳이 들쑤시며 업계 분위기를 위축시킨 것은 현재 금감원이 가진 부정적인 인상을 더욱 확고하게 만든다. 라임·옵티머스에 이어 최근 독일 헤리티지 펀드에 대해서도 판매사에 대해 ‘전액 배상’을 권고한 것은, 금투업에 대한 구시대적 인식에 아무런 개선이 없다는 것을 방증한다.최근 대법원이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에 대해 징계 취소소송 승소 판결을 내리고, 라임·옵티머스 사태에 연루된 증권사 CEO에 대해서도 무혐의 및 무죄판결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무능과 오만으로 점철된 당국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것만 같다.지금은 기술의 발전과 사회상의 급격한 변화로 금투업계에 있어 역사적 전환점을 맞은 시기다. 이제부터라도 정부·당국이 업계인들의 호소, 해외 선진국의 사례를 받아들여 신속한 규제 완화와 업계 친화적인 새로운 기준을 확립해 준다면, 미래에 금투업계에서만큼은 ‘역대급 정부’라는 평을 들을 수 있지 않을까. 금리 인상기를 뒤로 하고 ‘경기 둔화’라는 새로운 위기를 맞는 2023년, 지금부터라도 정부와 금융당국의 태도에 전향적 변화가 있기를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는지.suc@ekn.kr

[이슈&인사이트] ESG 경영, 기업과 소비자의 동상이몽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여파로 인한 경기침체는 세계 경제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경제의 내년 전망을 점점 더 어둡게 하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sian Development Bank, ADB)은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을 1.5%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 9월의 내년 2.3% 전망에서 0.8% 포인트 하향한 것이며, 올해 전망치 2.6%에서도 하향한 것이다.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 역시 어두운데 국제통화기금(IMF)의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지속적 영향과 미국, 중국, 유럽의 동반 경기둔화로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이 2%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얼마 전까지 유행이었던 기업들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열풍이 식어가는 조짐이다. 즉, 고금리와 고물가 등 거시경제의 불안정성이 커지자 전세계적으로 ESG 투자열기가 꺾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 글로벌 증시 약세장 속에서 특히 ESG 투자 수익률이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대표적 글로벌 ESG 지수인 모건스탠리 캐피탈 인터내셔날(MSCI)의 ESG 수익률은 15.4%로 MSCI 전세계 지수의 수익률 14.4%보다 낮게 나타났다. 사실 생존을 위협받는 한계기업들도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재무적 관점이 아닌 환경(E), 사회적 관점(S), 거버너스 관점(G) 같은 비재무적 가치에 대해 기업이나 투자자들의 관심이 떨어지는 게 당연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소비자들은 ESG 관점을 점점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ESG 경영에 대해 기업과 소비자는 동상이몽이다. 먼저 E(환경)에 있어 소비자들의 환경에 대한 관심은 점점 커지고 있다. 작년 초 전남 영광의 초등학교 학생들이 빨대를 줄여달라는 편지와 함께 쓰지 않고 모은 빨대를 업체로 보냈으며, 빨대 반대운동 참가자들은 다른 기업에도 빨대를 모아 발송하였다. 이렇게 소비자들이 환경보호에 적극 나서고 있고, 기업들은 소비자들의 요구를 제품에 적극 반영하여 제품 포장에서 빨대를 제거하였다. 또한 2019년 말 화장품 용기 겉면에 재활용 등급 표기를 해야 하는 것을 수출 대기업에 한해 예외로 인정했는데, 이에 대한 항의가 거세게 일어났다. 즉, 소비자들은 화장품 공병을 수거해서 화장품 회사에 보내는 캠페인(#화장품어택)에 적극 동참하여 2주 만에 8000여개를 보냈고 그 결과 예외 인정이 철회되었다. 이렇듯 기업들이 경기침체를 이유로 ESG 경영에 관심을 덜 두고 싶어 해도 소비자들은 환경친화적 경영을 요구하는 행동을 기업에 적극적으로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ESG 경영의 S(사회적 관점)는 결식 아동 돕기, 빈곤층을 위한 연탄 나르기, 장애인 대상 봉사활동, 기부 활동 등의 사회공헌 활동에 머무르지 않고 인권, 상생 등의 가치까지 실현하는 것을 말한다. 즉, 기업 구성원과 공급망 관계자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상생하는 방안을 적극 펼치는 것으로 인권에 있어서는 근로환경, 근로조건, 안전보건, 사업영향 등 항목에 대한 인권 가이드라인을 설정하고 실천해야 한다. 그리고 공급망 관계자 예를 들면 협력사에 대해서는 협력사 자가진단, 서면현장 평가, 개선사항 관리 등의 과정을 통해 ESG 현황을 파악하고 개선해야 한다. 따라서 지난 10월 경기평택 SPL 제빵공장에서 일어난 근로자 사망사고는 기업 구성원의 인권을 보호하고 상생하는 S(사회적 관점)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기업 구성원의 근로환경, 근로조건, 안전보건 등의 인권이 보호되지 못한 것이다. 특히 사건이 일어난 다음 날 해당 층의 다른 기계를 작동시켜 생산 활동을 하고, 사망노동자 빈소에 자사 빵을 보내는 등 사건 초기의 대처는 구성원의 인권에 대한 기업의 인식과 행동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이는 급기야 소비자들의 분노를 유발시켜 불매운동이 거세게 촉발되었다. 불매운동은 지난 달 카타르 월드컵으로 다소 잠잠했는데 크리스마스 케익 판매 시즌이 다가오면서 최근 다시 불붙는 조짐이다. 이는 사건 후 SPC가 그룹 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하고, 고용노동부가 인증하는 4개 외부전문기관의 안전진단을 받고 개선조치를 시행하였으며, 안전경영위원회와 근로환경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는 등 기업의 여러 조치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사회적 관점(S)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ESG 경영은 비재무적 지표이기는 하나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매우 중요하다. 경기침체의 시기에 ESG 경영에 대한 기업의 입장과 소비자의 생각이 동상이몽이더라도 기업은 소비자의 생각을 토대로 해야 한다. 기업이 E(환경적 관점)이나 S(사회적 관점), G(지배구조 관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고 여겨질 때, 소비자들이 제기하는 불매운동은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위협이 될 수도 있음을 실례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

[EE칼럼] 탈원전으로 病 주고 한전법 개정 막아 藥도 빼앗나

한전채 발행 한도를 늘리는 한전법 개정안이 국회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전기가격 대폭 인상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한전의 파산을 막으려면 50% 이상 인상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렇게 되면 내년 전기요금은 올해 인상분 16%를 포함하여 올초 대비 거의 80% 정도 인상되어, 월평균 사용량(304Kwh) 가구가 매월 지불하는 전기요금은 올해 초 3만 6750원에서 내년에는 약 6만 6000원으로 치솟게 된다. 이번 한전법 개정안 부결은 탈원전 선봉장인 양이원영 민주당 의원의 반대토론이 결정적이었다고 알려져 있다. 양이의원은 "연료비를 전기요금에 반영하지 않으면서 한전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기 때문이므로 전기요금 인상 없는 한전채 발행 한도 확대는 근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부결을 호소했다. 겉으로 드러난 현상으로만 판단하면 올바른 진단과 근본적 해결 방안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한전채 발행 규모가 이토록 커지게 된 내면의 이유 중 하나가 탈원전 정책이라는 사실을 애써 외면하는 것 같아 아쉽기만 하다. 우리나라는 반도체·철강·석유화학 등 전기 다소비 업종의 비중이 높은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어 전기사용량이 상대적으로 많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1인당 전기 사용량은 세계 3위 수준으로 매우 높다. 그만큼 전기요금 인상 충격에 취약한 구조라는 의미다. 역대 정부가 세심한 전기요금 관리에 진력한 배경이다. 평상시에는 발전단가가 낮고 연료 공급이 상대적으로 안정된 원전과 석탄발전의 비중을 높여 가격불안 요인을 최소화하고, 올해와 같은 세계적 에너지위기가 갑자기 닥쳤을 때는 한전채 발행을 통해 전기요금 인상 압력 일부를 흡수하는 식으로 전기요금 안정 기반을 구축해왔다. 그런데 지난 정부의 과격한 탈원전·탈석탄 정책은 전기요금 안정 기반을 뿌리 체 망가트리고 말았다. 양이 의원은 "탈원전 정책으로 폐쇄한 원전은 월성 1호기뿐이었고, 원전 비중이 29.5%였던 2012년은 고유가로 적자였지만 원전 비중이 29%였던 2020년에는 저유가로 흑자였다는 사실로 볼 때 탈원전을 한전의 적자의 원인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조금만 자세히 보면 사실은 조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발전원가를 직접적으로 상승시키는 연료비 인상이 한전 수지를 악화시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문제는 연료비 인상에 따른 한전 적자의 크기다.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기의 구성 즉 전원믹스가 연료비 인상에 얼마나 민감한가에 따라 적자폭은 크게 달라진다. 대개 연료비 변동은 석유, 가스 가격에서 비롯된다. 올해 에너지대란도 천연가스 가격 폭등이 주원인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원전 원료인 우라늄과 석탄은 상대적으로 안정된 에너지다. 이런 이유로 원전과 석탄발전과 같은 기저전원 비중이 높은 전원믹스는 안정적으로 평가받는다. 지난 정부 탈원전·탈석탄 정책은 기저전원 비중을 크게 낮췄다. 양이의원 주장처럼 월성1호기 폐쇄만이 탈원전 정책의 결과물이 아니다. 신한울 1·2호기 준공 지체, 신한울 3·4호기 건설 중단, 신고리 5·6호기 건설 지체, 신규민간석탄발전소 건설 중단 요구 등은 탈원전·탈석탄과 결코 무관한 일이 아니다. 이렇게 계획이 중단되고 지체되다보니 현재 기저전원 용량은 원래 계획 보다 약 11GW가 부족해졌고 그만큼 우리의 전원믹스는 연료비 인상에 취약한 구조가 된 것이다. 연료비 인상에 대한 완충 능력이 줄어든 전원믹스는 2∼3배 이상 급등한 연료비 인상폭을 그대로 전기가격의 대폭 인상 압력으로 전가시켰다. 하지만 정부는 전기가격 인상에 취약한 우리 경제의 특성을 감안하여 인상 속도와 인상폭을 조정할 수밖에 없었고, 바로 이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한전의 대규모 적자와 한전채 증가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다시 말해, 한전채는 탈원전으로 취약해진 전원믹스를 고려하여 처방된 응급처치인 것이다. 따라서 한전법 개정안 부결은 응급처치도 못하게 한 것이다. 병주고 약도 못 먹게 하면 어쩌란 말인가.※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

[이슈&인사이트] 외부법률감사로 정비사업 투명성 높여야

국내 최대 재건축 사업으로 주목받았던 둔촌주공아파트의 일반 분양 신청이 예상보다 저조한 청약 경쟁률로 마감됐다. 조합과 시공사들의 추가 공사비 인상 분쟁으로 촉발된 상황이 시공사들의 공사 중단, 공사 지연에 따른 막대한 조합원들의 추가 분담금 부담과 높은 일반 분양대금으로 인한 청약 경쟁률 저하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조합원들은 이런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겠지만, 관련 업계의 우려가 현실화한 것이기도 하다.하루가 멀다고 언론에서 보도되는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관련 분쟁은 그만큼 정비사업에 걸린 이권이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정비사업 조합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에 따라 공법인의 성격을 갖고 있지만, 공익보다는 정비사업의 투자자라 할 수 있는 조합원들의 이익을 추구한다. 때때로 조합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조합장 등 조합 임원들은 자신의 이익을 우선하기도 한다. 여기에 막대한 공사비를 받는 시공사와 용역업체들 역시 비대칭적인 정보와 자금력으로 협상에서 우위에 섬으로써 더욱 큰 이윤을 얻으려고 한다.이렇게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향해 질주하다 보니 분양가는 치솟고, 일부 조합 임원들은 부정한 돈을 챙기게 된다. 정비사업 조합은 조합원들의 출자가 아닌 시공사와 용역업체들로부터 차입한 자금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기형적 사업 구조로 인해 결과적으로는 더 큰 경제적 손해를 입기도 한다. 조합과 시공사, 용역업체들이 계약 전후로 갑을관계가 역전된다거나, 조합 임원과 업체 간 유착이 생기는 근본 원인이기도 하다.필자는 2015년부터 서울시 등에서 외부 전문가 위원으로 40여 개의 조합에 대한 실태점검에 참여하면서 긍정적 변화를 느꼈던 것은 사실이다. 최초 실태점검 당시에는 조합 운영의 기준조차 세부적으로 정해지지 않아 조합 임원들의 전횡을 막기가 어려웠다. 다행히 계속되는 도시정비법의 개정과 지방자치단체의 조례, 규칙 제정으로 조합의 업무 투명성과 부패 방지를 위한 제도가 추가되면서 조합 운영도 전반적으로 많이 개선되었다.하지만 정비사업의 실질적인 운영자라고 할 수 있는 소수의 조합 임원들이, 투자자라고 할 수 있는 다수의 조합원을 대리해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여전히 부정부패가 발생할 여지가 많다. 비록 도시정비법은 중요 안건에 대한 의사결정을 조합원들이 총회에서 직접 하도록 정하고 있으나, 상당수 조합원이 안건의 내용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총회 개최일 이전에 서면결의서를 제출해 버린다. 결국 사실상 조합 임원들의 의사대로 조합이 운영되지만, 전문성이 부족한 내부 감사만으로는 견제도 쉽지 않다.많은 이권이 자리한 곳에는 여전히 유혹이 많을 수밖에 없으므로 이런 구조 속에서 조합 행정을 제대로 감시하고, 부패를 예방하려면 법과 행정에 전문성이 있는 외부 감사가 조합 임원들을 견제할 필요가 있다. 법률감리라는 이름으로도 도입 필요성이 제기되어 온 외부 법률감사는 본인인 조합원들의 이익보다 대리인인 자신의 이익을 우선하여 본인-대리인 비용을 발생시키는 조합 임원들과 장기간 법적 분쟁에도 대응할 수 있어 한계가 드러난 내부 감사의 대안이 될 수 있다.조합만이 아니라 공동주택인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입주자대표회의나 관리주체인 관리사무소장 등은 관리비로 다양한 공사와 용역계약을 체결하는데, 여기에 이권이 개입되는 경우들이 있다. 경기도 시·군의 공동주택 관련 감사를 나가보면 계약 관련 문제들이 적발되기도 하는데, 규정을 제대로 알지 못해서 그런 경우도 있지만 저변에 부패의 조짐이 보이는 사례도 있다. 계약만이 아니라 선거 관련 민원 역시 빈번하게 접수되는데, 이권에 접근할 기회가 엮여 있어 더욱 치열한 분쟁이 생기기도 한다.이런 문제는 단지 조합이나 공동주택 입주자대표회의 임원들의 선의에 기대 해결 방법을 찾기 어렵다. 내부의 자정 기능이 한계에 이른 지는 오래됐으나, 조합원들과 입주민들은 추가되는 비용이, 조합과 입주자대표회의 임원들은 자신들을 감시할 새로운 역할의 등장이 부담스러웠을 수 있다. 하지만 이미 보아 왔듯이 이런 분쟁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너무 커지고 있다. 외부 법률감사 제도의 도입을 통해 정비사업 조합과 공동주택의 부정부패를 예방할 사회적 논의를 더 미룰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양희철 법무법인 명륜 파트너변호사

[EE칼럼] 전력산업 위기, 요금 정상화·수요관리로 극복해야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지난해 유럽과 중국, 인도, 텍사스 등에서는 전력 부족과 대규모 정전을 겪었다. 올해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발발로 유럽과 전 세계는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에너지 위기를 겪고 있다. 러시아 천연가스에 40퍼센트나 의존하던 유럽연합(EU)은 급하게 미국과 중동으로 액화천연가스(LNG)의 도입선을 돌렸고, 그 여파로 세계 LNG 시장은 그야말로 부르는게 값인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 위기의 진원지인 유럽은 천연가스 가격 폭등에 따라 전기요금 급등, 전력수급 불안, 산업체의 가동 중단, 전력회사들의 재무 위기 등 130여년의 전력산업 역사에서 가장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다. 올해 독일을 포함한 EU 주요국들은 마이너스 경제성장이 전망된다. 바야흐로 에너지 위기와 경제 위기가 결합되는 복합 위기를 맞고 있다. 유럽발 에너지 위기는 지구촌을 돌아 천연가스, 석탄, 석유 등 주요 화석연료를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 일본, 대만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여기에, 일본은 공급력 부족으로 전력공급의 제한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전력공급이라는 전력산업의 목표는 아득한 먼 옛날의 이야기처럼 들린다. 그나마 미국 등 소수의 천연가스 부국만이 안정적인 전력공급과 전기요금을 보이고 있을 뿐이다. 우리나라의 올해 상반기 주택용 전기요금은 115원/kWh 정도로 전년 동기간 대비 7% 상승에 거쳤다. 반면, EU 국가들의 상반기 주택용 전기요금은 평균 260원/kWh 수준으로 전년보다 44% 정도나 올랐다. 심지어 그리스는 420원/kWh, 139%나 폭등하였다. 독일도 올해 7월 대대적으로 전기요금을 인상하였다. 주택용은 37.30ct/kWh(500원/kWh 내외), 산업용은 40.05ct/kWh(540원/kWh 내외)까지 인상되었다. 작년 대비 각각 16%, 87% 오른 것이다. 그나마 부담금 및 세금의 인하로 이 정도에 머물렀다. 에너지 위기가 진행되고 있는 현재, EU 소비자들은 우리나라보다 적게는 2배, 많게는 5배까지 지불하고 있다. 가격 인상 등으로 올해 상반기 EU의 전력소비는 0.5% 감소한 반면, 우리나라는 4% 정도나 증가했다. 전기요금을 제때 인상하지 않아 역대 최대가격인 LNG 수입량은 늘고 있다. 올해 상반기의 무역적자 24.7억달러는 순전히 에너지 수입의 증가에 따른 것이다. 글로벌 에너지 위기를 맞아 우리나라와 EU의 대응 방식은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먼저, 우리나라는 소비자의 물가 부담을 줄이기 위하여, 주요 에너지 공기업인 한전, 가스공사, 지역난방공사의 적자로 이 위기에 대응하고 있다. 이는 발전사업자의 수입처인 도매전력시장 가격의 규제, 소위 SMP 상한제의 도입으로까지 전개되었다.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대신, 생산자인 발전사업자와 판매사업자인 한전 등에게 고통을 분담하는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그 결과, 최종에너지 소비의 주체인 기업과 소비자는 에너지 절약과 수요 관리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올해 한전은 30조 원, 가스공사는 10조 원, 지역난방공사는 수천억 원수준의 영업 적자가 예상된다. 적자에 허덕이는 에너지 공기업의 천문학적인 채권 발행으로 사채 시장은 요동치고 있다. 긴급하게 자금을 확보해야 하는 민간기업이 피해를 볼 수 있어 우려가 된다. EU와 일본은 천연가스 등 연료비 상승분을 제때 소비자에게 전가하여 소비 절약과 수요 관리를 적극 유인하고 있다. 기업과 소비자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 소비자 요금을 직접 감면하는 대신 정부가 재정을 지원하거나 제반 부담금, 세금 등을 감면하는 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에너지 위기의 충격이 큰 독일은 350조 원 이상, 영국, 프랑스, 일본 등은 100조 원 이상, 스페인은 50조 원 이상을 재정으로 지원하고 있다. 요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적자가 불가피한 전력회사들에게는 긴급 유동성 지원에서부터 정부가 지분을 인수하여 재정으로 지원하는 정책까지 펼치고 있다. 즉, 연료비 상승에 따른 비용 상승분을 원칙적으로 소비자에게 요금으로 전가하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하여 보조적으로 소비자, 기업, 전력회사들에 대한 재정 지원과 부담금 감소 등을 도입하고 있다. 가격 신호를 통한 에너지 절감이 에너지 안보의 출발점이자 종착역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우리도 지금부터라도 최종소비자에게 적정한 에너지 요금을 부과하여, 이들이 혁신적으로 에너지를 절감하고 절약할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그 다음이 기업과 소비자에 대한 보조금과 재정의 지원이다. 본말이 전도된 현 상황을 가능한 빨리 바로잡아야 이번 에너지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박종배 건국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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