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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새해 에너지정책, 더 이상 시행착오 없게

새해가 되면 많은 분들이 작심삼일 일지라도 새롭게 뭔가 해보려는 의지를 갖는다. 작심이 10일이 되기도 하고 100일이 되기도 하고, 진짜 달성하는 분들도 있지만 대부분 실패하는 것이 인생의 이치다. 그래서 짧게 목표를 잡아야 성공한다고 조언도 있다. 새로운 정부가 시작하면서 처음에는 서툴기만 하던 정책들이 하나둘씩 제자리를 찾아가는 듯 하다. 물론 여전히 미흡한 것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을 것이니 약간은 더 지켜 봐야 할 것이다. 당장 눈 여겨 볼 것은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다. 향후 15년 동안의 에너지 정책에서 전력수급 계획은 한국에게는 국내외적으로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의 탄소시대와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미래의 탄소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는 증거는 차고도 넘친다. 우선 세계 각국은 2030년까지 자국의 실정에 맞게 온실가스를 감축 하겠다고 선언하였으며, 2050년에는 아예 탄소중립으로 가겠다고 선추진하고 있다. 심지어 더 당기겠다는 국가도 있다. 두 번째 탄소시대는 15년 이상 된 탄소 배출권 거래제도가 말해주는 데 지난해에는 최대 탄소배출국가인 중국이 발전소를 대상으로 전국적으로 탄소배출권을 도입하였고 몇 년 뒤에는 중요한 산업, 정유, 철강, 시멘트, 화학 등의 산업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세 번째 증거는 유럽에서 23년부터 시작되는 탄소 국경 조정세, 즉 ‘탄소 관세‘다. 네 번째는 이와 연계하여 대기업들부터 기후변화 관련된 재무정보를 의무적으로 공시해야하는 것도 시작된다.다섯 번째는 탄소감축 인지 예산제도, 외국에서는 녹색 예산 탄소 예산이라고 불리는데 정부의 예산 편성시에 무조건 탄소감축을 하는 예산을 기획 편성하고, 평가하라는 것이다. 이외에 유럽 중심의 탄소세도 있고, 탄소마일리지 탄소마크 등의 제도도 있다 바야흐로 ‘탄·탄·탄소’의 시대가 된 것이다. 이런 탄소 시대의 핵심에는 전력이 있다, 이번 10차 전력 수급 계획의 핵심을 발전원별 구성으로 보면 다음과 같다. 원자력 비중은 2030년에 32.4%에서 2036년에는 34.6%가 되고, 석탄은 19.7%에서 14.4%로, LNG는 22.9%에서 9.3%로 각각 낮아진다. 또한 신재생은 21.6%에서 30.6%, 그리고 수소 암모니아는 2.1%에서 7.1%, 그리고 기타 전원이 1.3%에서 4%정도 되게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전임 문재인 정부에서 세웠던 계획과 비교할때 원자력이 늘어나고 신재생과 LNG 발전은 당초 목표치보다 비중을 낮춰 잡았다. 물론 수소만을 합치면 비슷한 수준이 될 수도 있겠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전력이나 에너지 정책은 정말 중요한 정책이니 심사수고 하여 계획하고 정권이 변하더라도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에너지 시장에 강한 시그널을 줄 수 있으며 이것이 투자로 연결되어 시장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 두 번째는 특히 한국의 경우 원자력, 신재생 에너지 심지어 기존의 발전소 건설도 이제는 모두 선 전력계통망 확보, 후 건설이 되어 가고 있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물론 전력계통 영향 평가, 재생에너지 입지 계획 등이 10차 계획에 반영되어 있지만 현실에 기반한 것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결국에 주민의 수용성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세 번째는 원료수급에 취약한 한국 에너지 공급 구조를 볼 때 안정적인 공급의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 천연가스 발전의 경우 너무 과감하게 구상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가격의 불안정성이 상당한 천연가스 시장에서 과연 공급 안정을 가져올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신재생 에너지, 특히 수소를 혼소하는 것도 바람직하기는 한데 제약 조건들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원료확보, 수송, 저장, 그리고 적정가격의 유지 등이 고민거리다. 국산화도 반드시 고려하여야 한다. 허기야 에너지 가격의 예측은 신의 영역이라 할 정도로 어렵기는 하다. 그래도 석탄의 경우 자원 안보차원에서 전력비상시를 대비한 정책을 고민한 것은 바람직하다고 본다. 앞으로 탄소시대에는 모든 것이 무탄소, 저탄소로 변해갈 것이다. 그래서 에너지 전환은 필수적이다. 에너지 업계도 시대의 흐름을 알고 있다. 문제는 에너지 정책 만큼은 작심 3일, 아니 작심 4년이 되지 말아야 한다. 반복되는 논쟁은 사회발전에 도움이 안된다. 그럼으로 15년이 지나도 계속갈 수 있는 정치적인 합의와 국민들의 논의가 필요하다. 에너지말고도 대한민국은 고민할 것이 많다. 저출산, 고령화, 양분화, 도농 격차, 진정한 지방 분권 등등. 할 일은 많고 시간은 없다. 에너지 정책만큼은 시간 낭비를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게 새해의 큰 바램이다.김정인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이슈&인사이트] 진정한 경제강국 이루려면

졸업을 앞둔 젊은이라면 좋은 직장에 들어가 부모님의 잔소리에서 해방되는 것이 새해 소망 중 하나일 것이다. 개인의 생각과 여건에 따라 다를 수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좋은 직장이라면 정부 또는 공공기관의 공무원이 되거나, 대기업에 취직하는 것이 가장 대표적이다. 공무원은 국민 세금으로 만들어지는 일자리이기 때문에 고시라는 높은 진입장벽을 만들어 공무원의 수가 너무 늘지 않도록 조절한다. 따라서 공무원과 같은 공공 일자리를 획기적으로 늘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민간기업에 취업하기를 원하는 구직자 대다수는 대기업에 취업하기를 원하는데,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좋은 근로조건이 가장 큰 이유일 것 같다. 요즘 MZ세대 입장에서 좋은 근로조건이라면 급여는 높으면서 워라벨이 가능한 것일텐데, 이러한 근로조건에 가장 근접한 것이 바로 대기업 일자리일 것이다. 대기업 입사도 공무원이 되는 것만큼 어렵지만 경영자가 경영을 잘하고 정부가 정책적으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든다면 대기업 일자리는 자연스럽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론적으로 삼성전자 같은 회사가 하나 정도만 더 있다면 10만개가 넘는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다만 현재는 대기업 수가 주요국가에 비해 많지 않아 대기업 일자리 총량도 적다는 것이 문제이다. 미국 포천지는 소위 세계에서 잘나가는 기업을 선정해 매년 ‘포천 글로벌(fortune global) 500기업‘을 발표한다. 각 국가를 대표하는 대기업을 집대성했다고 보아도 무리가 없다. 2022년 포천 글로벌(fortune global) 500기업을 국적별로 분석해 보면 중국 기업이 136개(27.2%)로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 미국 기업 124개(24.8%)이었다. 세계적인 기업의 절반 이상이 미국과 중국에 몰려있다. 이외에 일본 기업 47개(9.4%), 독일 기업 28개(5.6%), 프랑스 기업은 25개(5.0%), 영국 기업은 18개(3.6%) 순이었다. 한국 기업은 16개(3.2%)로 주요국 대비 대기업 수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수가 적은 것뿐만 아니라 규모면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2021년 기준 미국 기업의 1사당 매출액은 약 905억 달러로 가장 크고, 중국 기업은 약 810억 달러로 그 다음이었다. 이외에도 독일 기업 749억 달러, 영국 기업 703억 달러, 프랑스 기업 653억 달러 순이었고 우리나라는 624억 달러로 주요국 대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대한민국에도 삼성전자, 현대차와 같은 글로벌 기업이 있음에도 전반적으로 기업 규모가 작은 것은 국내에서는 대기업이지만 글로벌 무대에서는 중소기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예를 들어, 삼선전자의 매출액은 2443억 달러, 글로벌 경쟁사인 애플의 매출액 3658억달러로 삼성전자보다 약 1.5배 크다. 자동차 분야는 그 격차가 더 큰데 독일 폭스바겐사의 매출은 2958억 달러로 현대차 매출액 1028억 달러의 약 2.9배에 달한다. 국가별로 경제규모가 다르기 때문에 이러한 단순비교가 의미가 없다고 주장할 수 있으나 진정한 경제 대국이 되기 위해서는 주요 국가 수준의 대기업을 보유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즉 대한민국을 대표할 만한 새로운 대기업이 더 많아지고, 기존 대기업은 더 커져야 대한민국이 진정한 경제대국의 반열에 오를 수 있는 것이다. 올해 대한민국의 경제는 매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고금리, 고물가로 인한 경기침체를 피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 살림살이는 팍팍해지고 일자리가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그나마 경기침체에도 우리 경제를 버티고 일자리를 지킬 수 있는 것은 대기업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위기상황에서도 미래를 위해 해고를 자제하면서, 위기 이후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기도 했다. 대기업에 대한 평가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부정 할 수 없는 사실은 국가경제와 민생안정에 적지 않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라도 대기업을 더 크지 못하게 하거나 중소·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을 막는 각종 규제를 철폐해 우리나라가 진정한 경제 강국으로 도약하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유정주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정책팀장

[기자의 눈] 공항면세점

[에너지경제신문 서예온 기자]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에 대부분 참여하겠지만 열기는 예전만 못할 것 같다." 지난달 공고된 인천공항공사 면세점 입찰의 전망을 묻는 질문에 한 면세점업계 관계자가 보인 반응이었다. 인천공항공사가 이번 입찰에서 임대료 방식을 ‘고정 최소보장액’에서 ‘여객당 임대료 납부’ 방식으로 변경한 것은 합리적인 조치로 평가하지만, 중국발 코로나 이슈의 지속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아 입찰 셈법이 어느 때보다 더 복잡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배어있었다. 인천공항공사가 이번에 제시한 임대료 납부방식은 파격 조치로 평가받는다. 기존의 고정 임대료 납부 방식과 비교하면 여객 수 변동에 따라 기업들이 임대료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면세점 기업들이 인천공항 입찰에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대내외 여건은 차치하더라도 인천공항 입점의 이점이 예전 같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과거에 면세점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던 시기, 인천공항 입찰 열기는 시내면세점 못지 않았다. 그러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와 코로나19 사태 등 잇단 악재로 방한 외국관광객이 줄어들고, 공항 면세점을 찾는 내국인도 줄었다. 최근 A면세점의 출국자 면세점 구매 전환률은 환율 여파가 더해지며 15%(올해 여름 7~8월)에서 10%까지 떨어졌다. 온라인 면세점 이용 증가와 환율 영향 등으로 공항면세점을 찾지 않는 여행객이 많다는 의미다. 업계는 중국 코로나 재확산세가 진정되면 이르면 하반기부터 실적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본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의 실적 회복은 상당 시간 소요될 것으로 전망한다. 기업들이 공항 입찰에 보수적인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최근 인천공항공사가 제시한 임대료 납부 방식은 기업들이 공항 입찰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충분조건이다. 다만, 이런 변화만으론 입찰 참여의 필요조건에 이르지 못한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면세점업계는 당장 입찰업체 선정 이후 지불해야 하는 수천억원의 ‘보증금 납부 방식’을 현금이 아닌 보증보험증서 제시로 개선해 줄 것을 희망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가 시들해진 면세점 입찰 열기를 키우기 위해 새겨들어야 할 현장의 목소리다. pr9028@ekn.krclip20230110104231 유통중기부 서예온 기자.

[이슈&인사이트] 물류산업 디지털 전환 성공하려면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소비문화로 재편되면서, 온라인 상거래가 소비자들의 주요 소비방식으로 부상하였다. 이에 배송 관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주문에서 배송 그리고 고객관리까지 통합적으로 관리되는 디지털 기반 종합 물류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증대하고 있다. 특히 기업들은 소비자들에게 효과적으로 물류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현장 상황이 고려된 차량배차 및 동선 최적화를 위한 물류 관리 해법을 고민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물류 서비스는 규모를 통해서 효율성 높이고 수익을 창출하는데 집중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즉, 물품의 대량 유통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계획하고, 이를 위해 정기적인 배치 작업과 표준화된 운영방식 그리고 효율적인 대량 수송과 물류창고를 통한 지리적 분산 방법에 물류 서비스의 핵심이 맞춰져 있는 것이다.그러나 이제는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고객에게 더 나은 배송 경험을 제공하는 물류 서비스 가치의 패러다임을 만들어야 한다. 즉, 기업들은 디지털 기술을 통해 새로운 서비스 가치의 패러다임을 만들어 내기 위해 디지털 기술의 활용 방안을 고민하고 있으며, 물류관련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활용하여 고도화 하는 방법으로 물류서비스를 더욱 가치 있게 변화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오늘날 물류 서비스는 최초 생산자로부터 소비자에게 물품을 전달하기 위한 수송 단계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러한 시장상황에서 물류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시장의 변화를 예측하고 고도화된 디지털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선제 대응이 중요하다. 따라서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빅데이터를 통한 수요예측과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재고관리와 같은 분야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특히 물류산업에서는 입고부터 분류, 출고, 라스트마일 등에 이르기까지 비즈니스 프로세스 전 분야에 걸쳐 수집되는 데이터의 양과 종류가 많아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물류 빅데이터의 종류와 규모 역시 이전보다 다양하게 변하고 있다. 실제로 물류산업에서는 바코드와 RFID 등으로부터 수집된 화물 데이터 및 물류기업들의 내부 활동자료 등 다양한 정보들이 물류 빅데이터로 활용되고 있다.이처럼 물류산업에서는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물류를 체계적으로 관리하여 기존의 물류 및 유통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추세 강화로 오프라인 유통이 타격을 받으면서, 온라인 상거래 중심의 유통이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성장세 덕분에, 기업들은 상품의 입고부터 고객주문 및 배송까지 제공하는 풀필먼트 배송에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물류기업들은 소량 다착지 배송, 다수의 운송수단, 일정하지 않은 주문, 소비자들의 빠른 변화와 같은 서비스 환경변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울러, 교통체증이나 최종 소비자에게 물품을 전달할 때 발생 되는 착지 제약 조건 등의 현실적 문제도 존재한다. 이에 물류기업들은 물류관련 솔루션과 인공지능 기술 등을 활용한 물류자원의 최적화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그러나, 대기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물류기업들은 업무프로세스와 정보시스템의 연동에 한계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 일부 물류관리 시스템은 현장의 업무 현실과 괴리감을 보이기도 한다. 아울러 물류 기업들 역시 그들이 희망하는 물류 서비스에 대한 체계적 전략이 부족하기도 하다. 따라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물류 빅데이터를 수집해야 한다. 수동으로 입력된 배차정보가 아닌 자동화된 데이터를 통해 착지별도착시간과 체류시간을 분석하여 불필요하면서 비현실적인 배차 요건을 제거하고 효율적인 물류 운영방안을 연구해야 한다. 실제로 소상인들의 경우 신규 주문에 대해서 합리적인 배송비를 제시하는 배송기사를 선택할 수 있게 하는 문제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기존의 물류 서비스 현장의 요구사항을 반영하고 물류 빅데이터를 축적하여, 이를 분석할 수 있는 인공지능기술을 활용하면 최적화된 관리방안과 종합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될 것이라 전망한다. 그러나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바로 데이터의 수집과 분석의 한계를 뛰어 넘어야 하는 것이다. 실제로 잘못된 데이터의 수집으로 오히려 배송기사들의 노동강도가 증가하기도 했으며 업무의 효율성이 저하되기도 했다.디지털 기술은 더 좋은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도구이다. 즉, 물류의 효율성 뿐만 아니라 더 향상된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기술인 것이다. 따라서, 물류산업의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을 위해서는 디지털 기술 중심의 사고가 아니라,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해법을 제시할 수 있는, 현장의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하는 디지털 전환이 되어야 할 것이다.이홍주 숙명여자대학교 소비자경제학과 교수

[EE칼럼] 새해 글로벌 에너지 시장 흐름과 한국의 기회

지난해 에너지 시장은 혼란 그 자체였다. 2021년 9월과 12월 유럽은 두 차례 에너지 수급 위기로 에너지 비용 급등과 역대급 물가 상승을 맞이했는데 이것이 지난해에도 지속되었고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맞은 3차 에너지 위기 국면에서는 모든 에너지 가격이 수직 상승하기 시작했다.1년전 이맘때 겨울 날씨가 온화해 에너지 수요가 줄었음에도 적설량 부족이 지난해 폭염과 가뭄으로 연결되면서 발전소 냉각수 부족과 수력발전 전력 생산이 급감했고 라인강의 역대급 최저 수위로 독일로 싣고 갈 석탄 운송선은 물론이고 라인강 내륙운송에도 영향을 끼치며 4차 에너지 위기와 경제침체에 일조했다. 그러나 유럽은 이런 연결성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여전히 올 겨울의 온화함을 바라고 있는 실정이다.부(負)의 북극진동으로 인한 미국의 역대급 한파로 정전과 난방은 연례행사가 되었다. 한두 번의 정전은 기후변화 탓을 할 수 있지만 반복되는 정전 위험이라면 이를 극복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뉴잉글랜드 주는 지난 한파에 이어 이번에도 전체 전력의 36%를 석유 발전소를 통해 얻고 있었음에도 전력 공급 부족을 경고하고 나섰으며 미국 에너지부는 한파로 인한 발전소 전력 공급 실패로 텍사스의 전력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재생에너지는 이 상황에서 전력 생산이 오히려 급감하며 에너지 공급에 도움을 주지 못했는데 한국도 12월 21일 태양광 전력공급이 전날에 비해 81.7%나 줄었지만 전력수요는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었다.전 세계 자산운용사 2위인 뱅가드와 3위인 스테이트 스트리트가 넷제로에서 이탈했고 1위인 블랙록은 과거에도 현재도 미래에도 화석연료의 최대 투자자가 될 것을 선언하며 자신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린 텍사스에 연신 고개를 조아리고 있다. COP27(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모든 화석연료의 감축을 인도와 함께 반대한 블록은 다름 아닌 유럽이었다.따라서 올해 국제은행과 투자 기관들은 특정 에너지원의 비중을 늘리고 줄이는 캠페인 대신 ‘모든 에너지원의 탄소중립’을 표방하며 자신들의 화석연료 투자를 정당화하려 노력할 것이다. 그것이 자신들의 넷제로 이탈과 화석연료 투자에 면죄부를 줄 것이기 때문이다. 블랙록과 월가는 이미 2021년에 개도국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펀드에서 자신들의 투자금을 모두 인출했고 새로운 사업에 투자할 준비를 마친 상태다. 유럽의 에너지 위기는 올해는 물론이고 그 이후에도 나아질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에 여전히 천연가스와 석탄에 의존해야 하는데 일시적 사용이라 말했던 자신들의 발언을 올해엔 수정해야만 한다. 2020년 지멘스 가메사는 이산화탄소를 줄인다며 아세안 지역의 석탄발전에 관심을 보였고 중국의 해외 석탄발전 수출은 늘어가고 있다. 재생에너지를 옹호하는 진영에서는 이런 현상들을 비판하고 있지만 화석연료를 불러내 그들에게 기록적 수익을 안겨다 준 것은 다름 아닌 그린 아웃과 그린 인플레이션이다.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원전에 대한 세계적 관심은 올해에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유럽은 택소노미를 통해 원전 투자를 허용했고 에너지 위기 이후 체코, 폴란드, 튀르키예, 필리핀, 사우디와 영국까지 대륙과 나라를 가리지 않고 한국에 원전 비즈니스를 타진하고 있다. 이전까지 원전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러시아 로사톰은 12개국에서 36기의 원전을 건설 중이고 수출도 늘어 현재 수주잔고만 2000억 달러(253조 7천억)에 달한다. 그러나 이제 중국과 러시아에 원전을 맡기려는 서구사회는 없을 것이고 에너지 위기에서 원전 건설에 가장 중요한 덕목은 납기 준수가 되었다. 웨스팅하우스를 비롯한 서구 국가들의 원전 밸류체인은 납기 준수는 커녕 건설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도 의문시되는 상황이다.‘모든 에너지원의 탄소중립’이라면 한국이 전 세계에 기여할 부분은 적지 않다. 다만 한국은 로사톰과 같은 규모로 해외 사업을 해본 전례가 없다. 벨기에 총리는 에너지 위기를 10번의 겨울로 언급했고 조지 소로스는 화석연료 붐을 10년으로 예상했다. 유럽의 탄소 국경세는 에너지 부족과 생활비 위기에 신음하는 국민들에게 마지막 결정타가 될 것이며 모든 에너지원의 탄소중립을 가속화하는 계기로 다가올 것이다. 이전과 전혀 다른 문법으로 프로젝트를 대해야 하는 날이 오고 있다.팀 코리아 비즈니스는 가격과 기술에서 관계의 시대로 전환을 의미한다. 단순한 수주형 사업이 아니라 해당 국가의 에너지 믹스를 설계하고 조언하며 이를 위한 자금조달까지 총체적이고 다면적인 역량을 요구한다. 단순한 에너지 시설 건설이 아니라 짧게는 십수 년에서 수십 년간 해당국과 에너지, 산업을 비롯한 다양한 부문에서 관계를 맺으며 상호 이익을 공유하는 중장기 비즈니스로 진화하고 있다.한국은 다가오는 에너지 위기를 기회로 맞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최승신 C2S컨설팅 대표

이창준 서울에너지공사 신임 집단에너지본부장 취임

[에너지경제신문 이원희 기자] 서울에너지공사(사장직무대행 이기완)는 이창준 서울에너지공사 신임 집단에너지본부장이 취임했다고 9일 밝혔다. 이 신임 본부장의 임기는 3년이다. 이 본부장은 인하대학교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집단에너지업계에 근무하면서 31년여간 플랜트기술과 고객서비스, 신재생에너지사업을 이끌었다. 그는 1964년생으로 한국지역난방공사에서 광교지사장과 플랜트기술처장, 동탄지사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이 본부장은 취임식에서 "그동안 쌓아온 경험들은 서울공사의 현안을 해결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서울공사 앞에 놓인 현안사업들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원활히 추진할 수 있도록 방안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wonhee4544@ekn.krclip20230109171557 이창준(앞줄 왼쪽 네번째) 신임 집단에너지본부장이 취임식 후 이기완 사장직무대행(// // 세번째) 및 서울에너지공사 임직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서울에너지공사

[기자의 눈] 삼성, 반도체 이을 ‘왕관의 보석’ 찾아야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 69% 급감하며 5년만에 분기 영업이익이 5조원 아래로 내려갔다. 실적발표 전 증권사가 전망한 수치에서 2조원 정도가 사라졌다. ‘반도체 한파’가 예상보다 더 매서웠다는 뜻이다.하지만 실적은 더 나빠질 여지가 크다. 세계 반도체 시장은 경기 침체 여파로 내리막을 걷고 있다. 올해 하반기까지는 어려운 경영 환경이 계속될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올해 영업이익이 지난해 절반 수준만 해도 선방한 것이란 우울한 전망도 나온다.당장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반도체는 TV와 가전제품, 스마트폰 등 다른 사업 부문이 부진한 와중에도 회사를 버티게 해준 효자 역할을 했다. 삼성전자에 반도체 사업은 ‘왕관의 보석(Crown Jewel)’에 해당한다. 가장 중요한 핵심 사업을 왕관에 박힌 다이아몬드에 비유한 표현이다.하지만 반도체가 무너지자 곧바로 수익이 큰 폭으로 줄어들며 위기가 찾아왔다. 영업이익 절반 이상을 반도체 사업에 의존하면서 업황이 나빠지면 덩달아 실적이 고꾸라지기를 반복했다. 반도체 중에서도 특히 변동이 심한 메모리 반도체에 편중됐다는 점에서 지속해 삼성전자가 지닌 약점으로 지적돼왔다.반도체를 대신할 미래의 보석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7년 전장기업 하만을 인수한 이후 반도체 외에 마땅한 미래 먹거리 후보를 키우지 않았다. 5세대(5G) 이동통신이나 로봇, 인공지능(AI) 등 분야에서 ‘빅 딜’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추진 중이란 소식만 들릴 뿐이다.경쟁사인 LG전자가 최근 전장(자동차 전자 장비) 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점도 삼성전자를 뼈아프게 한다. LG전자가 장기간 적자를 감내하며 미래 먹거리로 키워온 전장 사업은 주력이던 가전제품과 TV에 버금가는 핵심 사업부로 커졌다. 특히 세계적으로 TV 시장이 침체하며 적자가 심화하는 가운데 전장 사업이 높은 수익성을 갖추며 이를 상쇄하고 있다.삼성전자는 지난해 초 열린 실적발표회에서 3년 내 의미 있는 규모로 인수·합병(M&A)에 나서겠다고 공언했다. 인수 예상 후보군에는 반도체 기업 뿐만 아니라 AI와 5G 등 다양한 기업이 오르내렸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된 뒤 회장에 취임하며 새로운 사업에 발 빠르게 뛰어들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6년째 멈춘 삼성전자 M&A 시계가 더 이상 멈춰서는 안될 것이다.jinsol@ekn.kr

[EE칼럼] 최악 무역적자 부추긴 에너지 가격정책

지난해 연간 수출입 동향이 발표되었다. 한해동안 수출은 6839억 달러를, 수입은 73121억 달러를 기록해 472억 달러의 역대 최대 무역적자가 발생하였다. 수출이 크게 부진한 것도 아니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경제성장의 둔화 등 여건이 열악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출은 6.1% 증가하였다. 그나마 대단한 성과다. 물론 2021년의 수출증가율 25.7%에는 미치지 못하였으나 이는 그 전해의 코로나 확산에 따른 글로벌 경기침체 이후의 기저효과라는 점을 고려할 때 2022년의 성과도 나쁘지는 않은 것이다. 문제는 수입이다. 2021년의 6151억 달러에서 지난해에는 7312억 달러로 전년 대비 무려 18.9%, 1161억 달러가 증가하였다. 수입 증가액 중 68%가 에너지 수입 증가액이다. 에너지 수입은 2021년의 1124억 달러에서 지난해에는 1908억 달러로 784억 달러가 증가하였다. 에너지 외 산업 중 알루미늄·구리와 반도체·철강 등 원부자재 그리고 의류·소고기 등 소비재도 고르게 증가했다. 그러나 그 증가 폭은 크지 않았다. 에너지 수입액 증가분이 수입액 증가의 2/3 이상을 차지했다. 에너지 수입 급증이 무역적자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었다.에너지 수입 항목을 다시 에너지원별로 살펴보자. 가장 큰 항목은 역시 원유다. 2021년의 670억 달러에서 2022년의 1058억 달러로 57.9%, 388억 달러가 증가했다. 다음은 천연가스로 2021년의 308억 달러에서 2022년의 568억 달러로 무려 84.4%, 260억 달러가 증가하였다. 석탄 수입액도 급증하여 2021년의 145억 달러에서 2022년의 281억 달러로 93.8%, 136억 달러가 증가하였다. 수입액 증가액 순으로는 원유(388억 달러), 천연가스(260억 달러), 석탄(136억 달러)이지만 수입액 증가율 순은 석탄(93.8%), 천연가스(84.4%), 원유(57.9%)다. 에너지 수입액 증가의 원인은 2021년부터 이어진 공급망 경색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따른 에너지원의 가격 상승이다. 2021년 대비 2022년 가격은 원유가 두바이유 기준으로 배럴당 평균 69.41달러에서 96.41달러로 39%, LNG가 JKM 기준으로 MMBTU당 평균 15.04달러에서 34.24달러로 128%, 석탄이 호주탄 기준으로 톤당 평균 138.33달러에서 361.18달러로 161% 증가하였다. 원유가격의 증가폭도 적지는 않았지만 LNG와 석탄의 가격 상승폭은 전례 없이 컸다.원유의 경우 2021년 도입물량이 9억6000만 배럴로서 그 전해의 9억8000만 배럴보다 오히려 줄었으나 2022년에는 10억 3200만 배럴로서 7.4% 증가하였다. 원유 수입의 경우 2022년에는 물량과 수입액 모두 증가하였는데 석유 소비 자체가 무역수지를 악화시켰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원유를 수입해서 만든 석유제품의 수출실적이 2022년도 617억 달러를 기록하여 무려 65.1%의 증가율을 보였기 때문이다. 비록 원유가격이 올랐고 이로 인해 비싼 원유를 많이 수입한 것은 사실이나 우리 기업들이 이를 원료로 제조한 석유제품의 수출액이 커서 수입액 증가를 상당 부분 상쇄하였기 때문이다. 문제는 LNG와 석탄이다. 전력을 생산하고 도시가스 및 열을 공급하는 데에 활용되는 이 두 에너지원의 수입물량은 전기요금과 가스요금 수준에 달려 있다. 2022년의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의 인상폭이 적지는 않았다. 전기의 경우 2022년 4·7·10월 세 번에 걸쳐 kWh당 19.3원을 인상했고, 도시가스는 4·5·7·10월 네 번에 걸쳐 MJ당 5.47원을 인상했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것처럼 LNG와 석탄의 수입가격이 두 배 이상 인상되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전기요금과 가스요금 인상은 소비량에 큰 변화를 주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정부는 올 1분기에 전기요금을 13.1원/kWh 올리기로 했다. 연료비 급증으로 요구되는 전기요금 인상폭 51.6원/kWh을 네 번 나누어 올리기로 한 것이다. 가스요금은 일단 동결하였다. 전기와 가스요금은 아직 원가를 크게 못 따라잡아 적정수준을 한참 밑돌고 있다. 주저하며 조금씩 올린 에너지 가격의 후유증이 어떻게 나타날까. 눈덩이처럼 불어난 에너지 외상 값 계산서가 되어 부메랑으로 돌아오지 않을까.조성봉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이슈&인사이트] 선거구제 개편, 정치발전 도움 되려면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개혁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대선거구제를 통해서 대표성이 좀 더 강화되는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함으로써 새해초부터 정치권을 들썩이게 하고 있다. 노동·교육·연금개혁을 추진하고 민생 챙기기에도 바쁠 대통령이 갑자기 선거구제 개편이라는 화두를 툭 던진 이유가 무엇일까. 대통령 선거를 치른 후 반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극한의 대립구도로 치러졌던 대선전쟁이 지속되고 있는 듯한 생각이 들 정도로 협치가 실종된 국회의 모습을 보며 ‘이대로 가선 안된다’는 답답함의 발로가 아닐까 추측된다. 사표를 줄이고 정치적 다양성을 강화해 지역구도와 적대적인 양당 대결정치를 개선하려는 방향으로의 선거구제 개편논의는 중요한 화두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선거구 제도만 바꾼다고 정치발전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중선거구제 역시 운영에 따라 기득권 양당이 나눠 먹는 위험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작년 6월 지방선거에서 기초의원 선거구 30곳에 중대선거구제가 시범실시되었지만 거대 양당이 아닌 정당이 당선된 사례는 광주와 인천의 4석(정의당, 진보당 각 2석)에 불과했다. 2~5석을 뽑는 중대선거구제라도 거대 양당이 복수공천하는 경우 다당제 실현은 요원하게 된다. 또한 소수정당이 거대정당의 2중대 역할을 하거나 설득과 대화가 아닌 대결정치로 치닫는다면 다당제의 장점을 살릴 수 없다. 한 지역구가 지나치게 커질 가능성도 있고 여성, 장애인, 정치 신인 등 사회적 약자에게 오히려 불리하고 중진 의원들 중심의 기득권을 고착화할 위험도 있다. 소선구제하에서도 소수파를 대변하는 비례대표제가 적실성 있게 가미된다면 꼭 다양성을 실현하지 못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비례의석수가 늘어나고 지역구 수가 줄어들면 사표의 문제도 완화되고 스윙지역의 표심이 선거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현행 비례대표제에 대해 효능감을 느끼지 못하는 국민의 지지가 낮은 것이 큰 걸림돌이다. 선거구제는 매우 복잡하고 각 나라의 정치체제나 정치문화 등과 긴밀히 연동되어 있다. 소선거구제로 시작했던 일본은 중선거구제로 갔다가 다시 소선거구와 권역별 비례대표제로 바꾸었다. 역사적으로 파벌정치가 강한 일본이 2~5인 중대선거구제를 실시하면서 공천권을 갖기 위한 당내파벌정치가 더 심해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역시 현행 대통령제 정부형태와의 정합성이나 역사성 등 제반 여건들을 고려한 바탕 위에서 신중하게 선거제도 설계가 구상되어야 할 것이다. 소선거구제와 결합된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단, 위성정당의 출현을 막는 제도적인 장치와 비례대표의 순위를 국민이 정한다는 조건이 전제돼야 한다.선거구제도 등 정치개혁 논의가 기존 정치세력들만의 나눠먹기 잔치가 되어서는 안된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국민의 뜻을 묻고 의견을 수렴하는 공론의 장이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 한 발짝 더 나아가 제왕적 대통령제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도 기대해본다. 비토크라시(vetocracy, 극단적 파당 정치)하에서 적대적 공생관계로 서로 이득을 보는 현 정치시스템을 바꾸지 못한다면 한국정치의 발전은 요원할 것이다. 제도도 중요하지만 중요한 것은 결국 어떻게 운용하는가이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우여곡절 끝에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통과되었지만 여야 두 당이 서로 욕하면서도 뒤로는 ‘위성정당’을 만들어 편법으로 비례대표를 대거 당선시켰다. 최소한의 정치도의도 저버린 채 어떻게든 꼼수를 찾아내고야 마는 기득권 거대양당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었다. 강고한 양당제와 지역구도를 깨는 일은 "특정 정당이 특정 지역에서 2/3 이상의 의석을 독차지할 수 없도록 선거법을 개정해달라"고 요청했던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꿈이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권력을 야당에게 넘기더라도 선거구제를 개편하자고 했다. 노 대통령을 존경한다는 윤 대통령이 재임기간동안 선거구제 개편을 이뤄낼 지는 미지수이다. 그러나 당장의 실현가능성과는 별개로 윤대통령이 현재의 질 낮은 정치를 업그레이드할 시스템에 대한 진지한 고민거리를 던져준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윤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기득권의 집착은 집요하고 기득권과의 타협은 쉽고 편한 길이지만 우리는 결코 작은 바다에 만족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개혁에는 강고한 기득권세력의 저항이 따르기 마련이다. 정치개혁 역시 마찬가지다. 윤 대통령의 중대선거구제 개편 발언은 정치 기득권 깨기의 일환이다. 기성 정치판에 빚진 것이 없는 0선의 검찰총장 출신 윤대통령이야말로 제대로 정치개혁을 시작할 적임자일지 모른다. 더 매섭게 지적하자면 선거구제도보다는 한국 정치의 질이 너무 형편없다는 점이다. 선거 때마다 줄 세우기와 명분 없는 이합집산, 당대표의 공천전횡과 밀실 공천 등 고질적인 문제가 반복되면서 국민의 정치혐오도를 높이고 있다. ‘특권으로서의 정치’가 아닌 국민의 심부름꾼으로서 ‘사명감의 정치’를 제대로 하는 정치인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정치지형을 만드는 일이 시급하다. 강제당론제의 남발을 피해 국회의원이 국민대표로서의 양심에 따라 자유롭게 표결할 기회가 많아지고 국회 상임위에서 여야 교차투표가 활성화된다면 숙의민주주의의 다양성이 한층 강화될 것이다. 여야 거대 양당도 당리당략에서 벗어나 기득권을 내려놓고 정치발전을 위해 먼저 희생하겠다는 각오를 보여주길 촉구한다.송문희 한양대학교 겸임교수/ 정치평론가

[기자의눈] 새해 벽두부터 여야 격돌에 亂場 우려

새해부터 ‘난정(亂政)’이다. 아니, ‘난장(亂場)’이라고 보는 게 맞겠다. 여야는 올해 첫 회기인 1월 임시국회 소집 여부부터 엇갈린 주장을 내세우며 팽팽했다. 결국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임시국회 소집 요구서를 단독으로 제출, 9일부터 30일간의 회기로 1월 임시국회가 열리게 됐다. 국회 개회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다. 1월 임시국회 모습도 불 보듯 뻔하다. 여야 가릴 것 없이 ‘남 탓’ 혹은 ‘상대방 깎아 내리기’를 이어가면서 또 국회는 떠들썩할 게 분명하다. 1월 임시국회를 두고 개회 여부부터 소란이 일었던 이유도 이 때문이었을 것이다. 국민의힘은 집권당으로서 야당의 공세를 차단하며 윤석열 정부의 국정을 뒷받침해야 한다. 민주당으로선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며 이재명 대표 관련 ‘사법 리스크’를 막아내야 입장이다. 두 정당 모두 방어할 사안이 큰데 국민의힘은 1월 국회를 ‘열지 않아야’ 야당의 공격을 방어할 수 있는 반면 민주당은 1월 국회를 ‘열어야’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사안들이다. 민주당은 1월 임시국회에서 ‘안보 참사’와 ‘경제 위기’에 주요 안건으로 내세워 현안 질의에 나설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26일 우리 영공을 침범한 북한 무인기가 서울 북부 상공보다 더 남쪽으로 침투해 용산 대통령실 일대까지 비행하면서 인근 지역을 촬영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까지 불거졌다. 군 당국은 북한 무인기가 비행금지구역 내 진입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확인했다는 점 등으로 은폐 의혹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 관련 ‘사법리스크’를 겨냥하고 있다. 검찰은 현재 이재명 대표 관련 여러 건의 의혹을 조사 중이다. 이 대표는 그 중 ‘성남FC 후원 의혹’ 관련 수사를 받기 위해 1월 국회 회기 개시 이튿날인 10일 검찰에 출석한다. 이 의혹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성남FC 구단주로 있으면서 2016∼2018년 두산건설, 네이버, 차병원 등 기업들에 건축 인·허가나 토지 용도 변경 등 편의를 주면서 이들 기업으로부터 후원금 160억여원을 유치했다는 것이다. 결국 여당과 야당 각각 원하는 대로 이뤄졌다고 봐야 할까. 여당은 야당이 단독 소집한 1월 임시국회를 검찰의 이재명 대표 체포를 막기 위한 방탄국회로 규정하고 야당의 사법리스크를 부각하며 윤석열 정부에 대한 야당 공세에 맞대응할 수 있다. 반면 야당은 있을 수 있는 검찰의 이 대표 체포 영장에 대비하면서 윤석열 정부의 안보 및 민생 관련 실정을 파고 들 것으로 관측된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둘러싼 ‘대장동 의혹’까지 끄집어 내면서 ‘사법리스크’를 물고 늘어질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은 북한 무인기 사건 군 당국 은폐 의혹 제기, 각 경제부처 장관 대상 경제 위기 초래 정책 실패 지적, 이태원 참사 관련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 추진 등 카드를 꺼내들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는 계묘년(癸卯年) ‘검은 토끼의 해’다. 토끼는 영특함을, 검은색은 지혜를 상징한다. 한 해 동안 지혜롭고 영특하게 경제 위기나 민생 안정 등을 헤쳐나가야 하는데 국회는 아직도 ‘눈 먹던 토끼 얼음 먹던 토끼’가 제각각 서로 물고 뜯으면서 민의의 전당조차 각자 편리한 대로 이용할 궁리만 하고 있다. 그야말로 난정, 아니 난장이다.오세영 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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