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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잼버리 파행에도 국회는 ‘잘되면 내 덕 못되면 남 탓’

‘잘되면 제 탓 못되면 조상 탓’이라는 말이 있다.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남 탓 하는 모습을 비유한 말이다. ‘네 탓’ 공방을 벌이는 국회 여야의 오늘날 현주소이기도 하다. 여야는 21대 국회 마지막 정기회를 앞두고 지금까지 8개월간 다양한 현안 문제를 해결하고자 치열하게 임시회를 열었지만 지독하게 남 탓만 되풀이하고 있다. 연초부터 금융·마약·부동산 등 여러 현안을 두고 핑퐁질을 반복하면서 ‘덮어두자’는 식의 정치권 관성은 결국 세계잼버리대회 파행이라는 문제를 야기시켰다. 문제 해결을 제쳐두고 남 탓만 반복하던 정치권의 고질병으로 결국 국제 망신만 얻은 셈이다. 하필 잼버리 기간 동안 숨 막히는 폭염이 이어지는 등 불가피한 점도 있었지만 간척지인 새만금에 야영장을 마련했으니 그늘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형적 문제점에 대해서는 미리 알았을 터다. 대회 개최 전부터 배수가 제대로 되지 않는 우려도 이미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회 기간 중에도 ‘곰팡이 달걀’과 시중보다 비싼 ‘바가지 얼음컵’ 등 먹거리 문제에 수백명이 탈진하는 일까지 벌어지면서 영국과 미국 등 일부 참가국들이 텐트를 접고 퇴영하기도 했다. 세계 행사인 만큼 준비 규모는 어마어마했다. 5년이 넘는 준비 기간, 5명의 공동위원장, 1000억원의 예산이 무색할 정도로 부실하게 진행됐다. 나름의 기지를 발휘해 전세계인들이 열광하는 아이돌 그룹들의 공연으로 겨우 마무리했지만 스카우트 대원들이 떠난 자리에는 정쟁만 남았다. 공동위원장 5명에는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3개 부처 장관이 선임됐다. 그러다 보니 관가에서는 책임이 분산돼 버렸다. 정계에서는 여야가 유치 시기와 개최 시기를 두고 다투고 있다. 여야는 더불어민주당이 여당이던 문재인 전 정권 때 유치됐고 이번 윤석열 정부에서 개최했다는 점에서 해결보다 정쟁에 힘을 쏟고 있다. 몇 년 전 풍경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지난 2018년 강원도 평창에서 열린 동계올림픽을 마무리한 뒤 국민의힘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유치한 결실’, 더불어민주당은 ‘짧은 기간 준비를 잘한 덕’이라고 자화자찬했다. ‘잘되면 제 탓 못되면 조상 탓’과 상반되는 말이 있다. ‘반구제기(反求諸己)’다. 화살이 적중하지 않았을 때 본인에게서 원인을 찾는다는 뜻이다. 어떤 일이 잘못됐을 때 남을 탓하지 않고 본인의 자세와 실력을 탓하는 자세다. 핑계댈 거리는 지천에 깔렸다. 오늘 날씨가 좋지 않아서, 입고 나온 옷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보기 싫은 사람을 마주쳐서 등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남 탓 하기는 쉽다. 하지만 한 나라의 정책을 좌우하는 사람들이라면 스스로를 먼저 살펴 문제점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채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오세영 기자수첩

[EE칼럼]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거는 기대

문재인 정부 5년간의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정부의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에너지계획의 기본에서 많이 벗어났다. 윤석열 정부 들어 에너지믹스를 합리적으로 재정립하겠다고 약속했다.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조화시키고, 전력망을 적기에 건설하고, 에너지 시장구조를 개편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그러나 지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이전 정부의 영향이 너무 커서 새 정부의 의지를 제대로 반영했다고 보기 어렵다. 이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착수됨에 따라 다시 기대를 가져본다. 전력수급계획은 미래의 전력수요를 예측하고 이를 어떻게 공급할지 결정하는 것이 기본적인 틀이다. 지금까지 전력수요 예측은 경제 성장률 예측치와 가전기기의 교체주기 등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이뤄져 왔다. 그러나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기후온난화 대응이라는 새로운 과제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전기자동차와 인덕션 레인지 처럼 화석연료를 사용하던 것 들이 전기화되는 것을 고려했다고 하지만 크게 미흡했다. 탄소중립을 위해 전통적인 화석연료 사용분이 전기로 전환되는 부분도 전력수급계획에서 반영돼야 한다는 뜻이다. 지난 정부에서 수립한 ‘탄소중립 2050’ 계획은 원전 증설을 배제한 채 태양광을 중심으로 목표를 달성하려다 보니 국민 1인당 1억 원 이상을 부담해야 하는, 실현 불가능한 계획이 돼 버렸다. 이 또한 바꾸어야 한다. 둘째, 전력 생산이 들쭉날쭉한 재생에너지가 확대된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낮을 때에는 실시간으로 어떻게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지에 대해서는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고려할 필요가 없었다. 재생에너지 전력 생산이 들쭉날쭉해도 다른 발전원이 출력을 조절해줘 전력을 공급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비중이 커짐에 따라 다른 발전소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 됐다.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20∼30% 이하로 하는 방식의 전력 수급은 특정 지역에서는 이미 초과해 버려서 이제 통하지 않는다. 따라서 실시간으로 전력을 어떻게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지도 이번 전력수급계획에서는 고려돼야 한다. 특히 태양광이 많은 전남 지역이나 풍력이 많은 제주 지역에는 더 이상 재생에너지를 짓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문제가 있는데 그것을 해결한다고 또 돈을 써가면서 문제를 더 키울 이유는 없다. 또 전력망을 안정화하는 비용도 재생에너지 때문이라면 재생에너지 발전단가에 포함시켜야 한다. 셋째, 재생에너지 공급 일변도의 이전 계획은 부지도, 사업자도 정해지지 않은 재생에너지 건설 용량을 확보해 뒀다. 재생에너지 시설을 건설하는 데는 1년이 채 걸리지 않는다. 그런데 거기에 전력망을 연결하는 데는 그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실제로 현재 재생에너지 발전소는 준공돼 전력망의 연결되지 않거나 가까스로 우회적으로 전력을 송출할 수밖에 없는 허수의 발전원이 상당수 있다. 따라서 건설 기간이 짧은 재생에너지 발전소는 전력망 계획에서 우선돼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원자력발전소와 같이 건설 기간이 10년이 넘는 발전소의 경우 건설 도중에 전력망을 연결할 수 있다. 따라서 발전소를 짓는 것 뿐 아니라 전력망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도 고려해야 한다. 넷째, 무엇보다도 에너지 계획은 안정적 공급과 사회적비용 최소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런데 지난 정부는 이 원칙을 ‘안전’과 ‘깨끗’이라는 해괴한 원칙으로 바꿔놓았다. 이 원칙이 바뀌었는지, 안 바뀌었는지도 이번 전력수급계획을 통해서 확인해 봐야 한다. 다섯째, 환경급전도 손질해야 한다. 환경급전은 전력을 공급할 때 연료비가 가장 싼 발전원부터 한전이 구입하도록 한 것으로 연료비가 들지 않는 재생에너지가 가장 우선 구매 대상이 된다. 그러나 재생에너지가 연료비만 들어가지 않을 뿐 발전단가는 가장 높다. 결과적으로 전남지역에서 한전은 값싼 원자력 전기를 줄이고 이 보다 4배 비싼 재생에너지 전기를 사서 국민에게 공급하고 있다. 그러니 한전은 적자를 면할 수가 없다. 연료비가 아니라 발전단가가 싼 순서로 전기를 사들이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제11차 전력수급계획은 어떻게 하면 앞으로 한전이 적자를 면할 수 있는지에 대한 방안을 담아야 한다. 전력수급계획을 불합리하게 세워놓고 전기 요금을 더 올리자고 하면 안된다. 새로운 전력수급계획에도 한전이 계속 적자를 보는 구조라면 그것은 국민을 위한 계획이 아니다.정범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

[이슈&인사이트]정권의 방송장악과 정상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지 1년 하고도 3개월이 지났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는 말처럼 정권이 바뀌었는데도 변한 것이 별로 없다. 100여 명의 전 정권 임명 인사들이 여전히 공공기관을 장악하고 있는 것도 그렇지만 공영방송은 더욱 그렇다. 지난 5월 30일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면직되면서 정권교체 1년이 지나서야 겨우 방송개편의 시동이 걸렸다. 그리고 2개월이 지나면서 KBS이사회와 MBC 방송문화진흥원이사장 및 이사들의 면직이 진행되고 있다. 정권교체와 함께 제일 먼저 방송을 장악하고 이후 KBS와 MBC의 모든 시사프로그램의 PD, 진행자, 작가, 출연자들을 교체하며 공영방송을 ‘정권의 나팔수’로 만들었던 문재인 정부에 비하면 거북이걸음이 아닐 수 없다. 여론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공영방송은 국민세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중립성과 독립성이 생명이다. 그런 측면에서 정권교체와 함께 공영방송을 장악하는 것은 뭐라고 포장해도 반민주적 행태임이 분명하고, 정치권이 작금의 사태를 놓고 방송장악이냐, 정상화냐를 두고 다투는 것 자체가 웃기는 일이다. 정권을 잃은 쪽은 ‘장악’, 잡은 쪽은 ‘정상화’라 주장하니 논란 자체가 무의미한 일이라는 말이다. 필자가 보기엔 문재인 정부나 윤석열 정부나 똑같이 언론장악이 맞는 말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언론장악이 훨씬 더 심각한 문제를 일으켰다. 그 근본 이유는 박근혜 정부에서의 공영방송은 비교적 여야의 주장을 공정하게 방송에서 다뤘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당시에 비록 경영진이 박근혜 정부에 의해 임명됐지만 KBS와 MBC 두 공영방송의 가장 큰 노조가 모두 친 민주당 성향이 강했고 자연히 경영진에 대한 견제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은 집권 후 3개월 만에 완성됐다. KBS 이사회와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원 이사들에게 압력을 가해 사퇴를 유도했는데, 그때만 해도 집권세력의 막무가내 사퇴 요구가 통했을 때였다. 그런데도 KBS 사외이사였던 강규형 명지대 교수가 강력히 저항하자 말도 안되는 법인카드 불법 사용을 이유로 면직 처분했다. 강 교수는 소송을 냈고 4년이 넘는 외로운 법정투쟁 끝에 대법원의 확정판결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의 면직이 불법이었음을 만천하에 알렸다. 경영진 교체 후엔 인사권을 활용해 국장급 인사를 단행하고, 이후 프로그램 개편, PD와 작가 교체 등을 통해 정권에 비판적 인사들을 모두 방송계에서 퇴출시켰다. KBS는 특히 TV와 라디오의 모든 시사프로그램 진행자들을 막대한 출연료를 줘가면서 외부인사로 채웠는 데, 그들이 모두 정권에 우호적 인사들이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심지어 KBS 라디오의 아침 시사프로그램인 ‘최강시사’는 당시 최강욱 변호사를 진행자로 삼아 프로그램의 이름을 그렇게 지었다가 불과 한 달여 만에 최 변호사가 청와대 비서관으로 가는 바람에 명칭만 그대로 남은 케이스다. 이들 중 대다수는 지금도 남아 그대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고, 이들은 여전히 친 민주당 인사들을 중점적으로 출연시키고 윤석열 정부를 희화화시키거나 집중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이념과 가치를 공유한 사람들에게 막대한 보수가 지급되는 일자리를 주는 것은 물론 그들을 반복적으로 노출시킴으로써 향후 정계진출의 발판을 마련해주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의 방송장악이 더 위험한 이유는 방송사 노조들이 문재인 정부와 경영진에 우호적이라는 점이다. 박근혜 정부때와는 달리 문재인 정부에서는 견제세력이 전혀 없었다는 게 근본 문제였다. 친정부적 행태를 보이다가 윤석열 정부로 바뀌니 반정부적으로 돌아서서 마치 정권을 견제하는 정론처럼 ‘화려하게’ 변신했다. 그래서 이들을 공영방송이라기 보다 ‘노영방송’이라고 한다. 자유민주주의에서 공영방송이 제대로 역할하려면 정권으로부터 격리해야 한다. 그러나 방송노조가 경영과 인사, 심지어 편성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상황 아래서는 정상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정권교체와 함께 경영권 개편을 위해 공영방송이 흔들리는 사태를 막기 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영국의 BBC나 일본의 NHK처럼 진정한 공영방송으로 거듭날 수 없다면, 아예 민영화해 국민의 혈세라도 아끼는 것이 좋지 않겠나.홍성걸 국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중국 경제가 시한폭탄? [곽인찬의 뉴스가 궁금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국은 똑딱거리는 시한폭탄"이라고 말했다. 바이든은 "중국은 연간 8%씩 성장했다. 지금은 연간 2%에 가깝다"고 말했다. "중국은 곤경에 처해 있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중국 경제를 두고 비관적인 전망이 쏟아진다. 디플레이션이 걱정이다, 청년실업률이 다락같이 올랐다, 수출이 예전같지 않다 등등 분야도 다양하다. 압권은 부동산 시장이 무너질 수 있다는 거다. 이러다 중국판 리만 브라더스 사태가 터질 수 있다거나 일본식 불황이 올 거라는 예측까지 나온다. 화불단행(禍不單行), 곧 나쁜 일은 혼자 오지 않는다더니 지금 중국 경제가 꼭 그렇다. 그런데 가만, 중국 경제가 과연 시한폭탄일까? 행여 미국을 비롯해 서방국들은 중국 경제에서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것은 아닐까? 중국 경제를 둘러싼 논란을 살펴보자. ◇ 디플레이션 우려 지난 9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7월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0.3%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전년 대비 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진 것은 2021년 2월(-0.2%) 이후 2년5개월 만이다. 선행 지표인 생산자물가는 마이너스로 진입한 지 오래다. 디플레이션 곧 저물가는 일본을 30년 가까이 괴롭힌 원흉이다. 디플레이션은 사람으로 치면 시름시름 앓는 병이다. 금방 숨이 넘어가는 건 아니지만, 두고두고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우리말 골병이 딱 어울린다. 물가가 떨어지면 사람들은 소비할 마음이 없다. 얼마 뒤면 가격이 더 싸지기 때문이다. 소비가 줄면 기업은 생산과 투자를 줄인다. 생산·투자가 줄면 공장이 서고, 공장이 서면 고용이 준다. 고용이 줄면 소비가 준다. 디플레이션 악순환이다. 중국은 지난해 12월 3년 가까이 이어오던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포기했다. 이를 계기로 억눌려 있던 ‘보복소비’가 나타날 것이란 기대감이 컸다. 웬걸, 중국 소비자들은 지갑을 열지 않았다. 부동산을 비롯해 주변 여건이 소비를 짓누른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태가 이어지면 디플레이션 우려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 통계조차 숨기는 청년실업률 이론상 공산주의 국가에선 실업이 있을 수 없다. 생산수단을 독점한 국가가 모든 이에게 일자리를 공급하기 때문이다. 현실은 딴판이다. 지난 6월 중국 청년실업률(16∼24세)은 21.3%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섯 명 중 한 명은 일자리가 없다는 뜻이다. 한국도 청년실업이 늘 골치다. 그러나 중국에 대면 양반이다. 7월 한국 청년실업률(15~29세)은 6%에 머물렀다. 두 나라 청년실업률은 대상 연령이 다르다. 하지만 전반적인 상황을 파악하는 데는 무리가 없어 보인다. 중국의 실제 청년실업률은 공식 통계를 배 이상 웃도는 것으로 추정된다. 연합뉴스는 "(7월) 20일 현지 경제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베이징대 장단단 교수팀의 분석 결과 지난 3월 기준 중국의 16∼24세 청년층의 실제 실업률은 46.5%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고 보도했다. 한국 청년의 체감실업률(확장실업률)은 지난 7월 16.8%를 기록했다. 중국엔 탕핑족이 있다. 가만히 누워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부모에게 기대어 사는 캥거루족도 있다. 구직난 속에 취업을 포기하는 ‘전업자녀(全職兒女)’라는 말까지 나왔다. 식사와 청소 등 집안일을 하는 조건으로 부모로부터 급여를 받는 청년을 가리킨다. 정식 근로계약을 맺기도 한다는 점에서 캥거루족과 차이가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7월 청년실업률을 공개하지 않았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푸링후이 국가통계국 대변인은 15일 "올해 8월부터 청년실업률 공개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된 이유는 경제·사회 발전으로 노동 통계를 좀 더 최적화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누가 들어도 군색한 변명이다. 사회주의 중국에서 청년 실업률이 이처럼 높다니 놀랍다. 어느 나라든 청년 실업은 사회 불안을 야기하는 요인이다. ◇ 태풍의 눈 부동산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은 중국에서 가장 큰 부동산 개발회사다. 1992년에 설립됐고 2007년 홍콩 증시에 상장됐다. 광둥성에 본사가 있고, 종업원은 7만명에 이른다. 이렇게 큰 회사가 지난주 만기가 돌아온 액면가 10억달러 채권 2종의 이자 2250만달러(약 300억원)를 지불하지 못했다. 앞으로 한달 주어진 유예 기간 안에 이자를 갚지 못하면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진다. 어려움에 빠진 건 비구이위안 뿐이 아니다. 최근 몇 년 새 중국 부동산 업체들은 정부가 돈줄을 죄면서 허덕거리고 있다. 이미 지난 2021년 헝다(恒大·에버그란데)가 디폴트를 선언하면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헝다는 비구이위안만큼 큰 부동산 개발업체다. 헝다는 현재 채권자들과 부채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또다른 부동산 개발회사인 완다(萬達)도 지난달 디폴트 위기를 겪었다. 부동산은 중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5%에 이를 만큼 중요한 산업이다. 부동산이 무너지면 경제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벌써 불똥이 금융권으로 튈 기세다. 은행은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할까 조마조마하다. 중국에서 발행한 회사채의 절반 이상이 부동산을 담보로 한다. 부동산 값이 급락하면 정크 본드가 속출하고, 그 손실은 회사채에 투자한 금융사에 돌아간다. 지난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 때 리만 브라더스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즉 비우량 주택담보채권에 대량 투자했다 파산했다. 부동산 시장 불안이 중국판 리만 브라더스 사태를 부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지방정부 재정도 불안하다. 중국에서 땅은 지방정부 소유다. 부동산 개발회사는 지방정부에 돈을 주고 땅 사용권을 얻는다. 토지 사용권을 팔아서 지방정부가 올리는 수익이 전체 수익의 약 40%에 이른다는 통계가 있다. 이 수익이 줄면 가뜩이나 좋지 않은 지방정부 재정은 더욱 나빠진다. 중국이 1990년대 초 일본처럼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마저 나온다. 당시 일본은 집·건물 가릴 것 없이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장기불황 수렁에 빠졌다. 가계와 기업이 오로지 빚 갚기에 몰두한 나머지 소비가 사라지고 투자와 생산이 줄었다. 이를 ‘대차대조표 불황’이라 한다. ◇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 중국이 처한 어려움은 미국이 주도하는 대중 견제 전략과 시기를 같이 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전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아메리카 퍼스트’라는 슬로건 아래 고율 관세로 중국의 목을 졸랐다. 트럼프는 2018년 1월 중국산 태양광 패널과 세탁기에 30~50% 관세를 부과한 것을 신호탄으로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였다. 2019년 5월엔 행정명령을 내려 중국 통신업체 화웨이가 미국 기업으로부터 핵심 부품을 구입하는 길을 차단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반도체 등 첨단 기술 공급망에서 중국을 철저히 배제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미국은 반도체 설계, 장비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미국이 제동을 걸면 최첨단 반도체 생산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마당에 또다른 반도체 강국인 한국과 일본, 대만이 미국에 동조하는 칩4 동맹 이야기까지 나온다. 21세기에 반도체 없는 세상은 상상하기 힘들다. 중국 경제가 타격을 피해갈 도리가 없다. 미국은 세계 1위 경제대국 지위를 넘보는 나라를 용납하지 않는다. 1980년대 일본 경제는 그야말로 잘나갔다.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이란 책이 나온 것도 바로 이때다. 그러자 미국 의회는 ‘일본 때리기’에 열을 올렸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이던 1985년 미국 정부는 이른바 플라자 합의를 통해 엔화 가치를 확 끌어올렸다. 인위적인 엔고는 일본 경제에 자산 거품이라는 치명상을 안겼다. 중국 개혁·개방을 이끈 덩샤오핑은 1980~1990년대 외교노선을 도광양회(韜光養晦) 네 글자로 정리했다. 자기 재능이나 명성을 드러내지 않고 참고 기다린다는 뜻이다. 힘을 더 키울 때까지 미국에 맞서지 말하는 뜻으로 해석됐다. 반면 시진핑 국가주석의 외교노선은 유소작위(有所作爲)로 요약할 수 있다. 해야 할 일은 적극 나서서 이뤄낸다는 의미다. 떨쳐 일어난다는 뜻의 굴기라는 용어도 자주 쓰인다. 심지어 전랑(戰狼) 외교라는 말까지 나왔다. 전랑은 늑대전사란 뜻이다. 글로벌 패권에 도전한 시 주석의 외교 전략이 유일 초강대국 미국의 심기를 건드렸고, 미국은 즉각 반응했다. 덩샤오핑이 오늘의 미·중 관계를 본다면 과연 뭐라고 할지 궁금하다. ◇ 과도한 우려인가? 사실 중국 부동산 기업들이 처한 어려움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다. 시진핑 주석은 "집은 사는 곳이지 투기하는 곳이 아니다"라는 말을 되풀이 강조했다. 중국 정부는 집값 거품을 잡기 위해 2020년 8월 이른바 삼도홍선(三道紅線) 규제를 도입했다. 3대 레드라인은 부채비율 70% 미만, 시가총액 대비 부채비율이 100% 미만, 단기 차입금 대비 보유 현금 1배 이상을 말한다. 셋 중 하나만 걸려도 신규 대출을 끊고 기존 대출은 회수하는 강력한 규제다. 헝다 등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바로 이 레드라인에 걸렸다. 부동산 거품 제거는 당국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구조조정엔 늘 대가가 따른다. 돈줄을 죄는 긴축에 경기침체라는 대가가 따르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데 최근 들어 부동산 정책에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지난달 하순 시 주석은 당 중앙정치국 회의를 열어 하반기 경제 정책 방향을 논의했다.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회의는 "부동산 시장 수급에 중대한 변화가 생겼다"며 "새로운 상황에 적응해 부동산 정책을 적시에 조정하고 최적화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번 회의에서 ‘집은 거주하는 곳이지 투기 대상이 아니다’라는 시 주석의 언급이 빠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블룸버그는 "중국 당국이 부동산 시장을 지원하는 쪽으로 선회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아니나 다를까, 중국 인민은행은 단기 정책금리를 잇따라 인하하는 등 고위층의 ‘정책의 최적화’ 방침에 장단을 맞추기 시작했다. 기획재정부 산하 국제금융센터는 9일 ‘불안한 중국 경제, 위기인가?’라는 제목으로 외부 전문가 간담회를 열었다. 전문가들은 "최근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중국 위기론은 과도하다고 진단"했다. 이들은 현재의 경기 부진이 중국 정부가 구조조정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데 기인하고 있는 만큼 심각한 경기침체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부동산 시장 위축을 비롯한 경기 하방 압력은 지속될 것으로 봤다. ◇ 위기 유의하되 과장은 피해야 세계은행은 2006년 보고서에서 ‘중진국 함정’(Middle Income Trap) 현상을 깊이 분석했다. 왜 어떤 나라는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하고, 어떤 나라는 중진국에서 정체 또는 후퇴하는지 원인을 살폈다. 남미의 아르헨티나 등이 정체에 빠진 대표적인 나라다. 반면 한국, 대만, 싱가포르는 선진국 도약에 성공했다. 그 차이는 경제체질 혁신과 과감한 투자에 있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한국은 외환위기 때 함정에 빠질 위험에 처했다. 그러나 IT 혁신으로 체질을 바꾸는 데 성공했고, 연구개발(R&D) 투자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시스템 반도체 절대강자인 TSMC 사례에서 보듯 대만 역시 체질 개혁으로 함정을 피해갔다. 중국이 한국과 대만처럼 중진국 함정을 슬기롭게 극복할지는 미지수다. 미국 등 서방의 견제는 또다른 변수다. 지금과 같은 국가주도형 경제체제가 머잖아 한계를 드러낼 것이란 관측도 있다. 중국 경제 위기론은 언제든 불거질 수 있는 이슈다. 다만 유의하되 현상을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서방 정치인이나 언론은 중국 경제를 비관적으로 보려는 또는 보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다. 사실 바이든 대통령이 정치자금 모금 행사에서 언급한 중국 성장률 수치도 부정확하다. 그는 "2%에 가깝다"고 했지만,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올 1분기 중국 경제는 전년동기에 비해 4.5%, 2분기는 6.3% 성장했다. 중국은 올해 성장률 목표치를 5% 안팎으로 잡았다. 7월 소비자물가가 2년 5개월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고는 하지만, 한달치로 디플레이션 여부를 가늠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부동산 시장도 ‘정책 최적화’로 방향을 튼 만큼 당분간 동향을 지켜보는 게 현명하다. 재차 강조하지만 중국 경제 곳곳에 불안한 구석이 보이는 건 사실이다. 압축성장 이후 중진국 함정에 빠지는 것도 흔한 일이다. 다만 보고 싶은 것만 봐서는 곤란하다. 한·중 두 나라 경제는 깊숙이 연결돼 있다. 비중이 점차 줄곤 있지만 중국은 여전히 한국이 수출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다. 냉정하게 봐야 올바른 대책을 세울 수 있다. 곽인찬의 뉴스가 궁금해 GLOBAL-MARKETS/VIEW-USA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인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이 디폴트 위기에 빠지면서 중국 부동산 시장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상하이에 있는 비구이위안의 상하이 센터. 사진=로이터/연합뉴스 CHINA-ECONOMY/PROPERTY-INVESTMENT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이 베이징에 건설 중인 주거용 건물(8월11일 촬영). 사진=로이터/연합뉴스

[기자의 눈] 에너지식민지 전쟁 중인데 우리끼리 서로 못믿어

과거의 식민지 전쟁이 총칼을 앞세운 무력 전쟁이라면 요즘은 에너지를 확보하는 전쟁에 가깝다. 주권이 독립된 나라라도 에너지를 스스로 만들지 못하면 나라 경제는 타국에 종속된다. 러시아가 마음 먹고 가스관을 틀어막으니 세계경제가 휘청거릴 정도다. 석유 한 방울 안 나오는 우리나라는 살아남기 위해 발전소만큼은 국내산 기술로 만들겠다는 에너지 산업 육성에 나섰다. 하지만 정부, 업계, 정치권, 환경단체 등은 힘을 합쳐도 모자를 판에 산업 육성 과정에서 서로 믿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일부 기업들은 지원과정에서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정치권과 환경단체들은 대기업에 특혜를 주는 건 아닌지 의심한다. 정부는 논란을 피하고자 정보를 숨기기에 급급하다. 지원을 받는 기업들은 괜한 논란에 얽히는 게 부담스러워한다. 일부 기업은 산업 육성으로 혜택을 보게 돼 있다. 기업이 본 혜택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게 아니니 전기요금 인상으로 국민이 추가로 부담할 몫이다. 정부가 에너지 안보를 지킨다는 명분이 있더라도 산업 육성에 모두가 군말 없이 따라줄 것으로 생각한다면 오산인 것이다. 산업 육성 정책 중에 태양광 탄소인증제, 풍력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중치, 수소발전 전력구매 입찰시장 국내산 가점 등이 있는데 모두 논란을 피하지 못했다. 가장 최근인 지난 6월 열렸던 수소발전 입찰시장을 보자. 수소발전 입찰시장을 두고 업계에서 뒷얘기가 무성하다. 일부 국내산 수소연료전지가 수소발전 입찰시장에 대거 참여하게 됐는데 과한 혜택 아니냐는 이야기다. 낙찰가가 공개되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비싸다면 과한 혜택이라는 꼬리표가 또 붙을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수소발전 입찰시장 평균낙찰가격이 기존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시장의 수소연료전지 평균 거래 가격보다 약 10%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말하는 RPS 시장가격은 얼마인지 알 수 없다. RPS 시장 가격이 워낙 요동쳐왔기 때문이다. 만약 이날 기준 RPS 시장의 현물시장으로 보면 수소연료전지 전력거래가격은 킬로와트시(kWh)당 약 300원(REC 가중치 1.9 반영)으로 계산된다. 산업부는 이보다 10% 낮은 kWh당 270원을 말하는 것일까. 그럼 일반적인 태양광 RPS 시장 현물시장 전력거래가격인 1kWh당 약 225원(REC 가중치 1.0 반영)보다 20%(45원) 비싸다. 수소연료전지가 RPS에서 워낙 비싼 전력거래가격을 받다 보니 10% 낮더라도 전력시장에서 그리 저렴하지 않을 수 있다. 가뜩이나 수소연료전지는 야당과 환경단체로부터 연료생산 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한다고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이라고 지적받는 에너지원이다. 국회 국정감사에서 수소발전 입찰시장을 두고 한 소리 듣느니 정보를 미리 투명하게 공개하고 협력을 구하는 게 에너지 안보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더 나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wonhee4544@ekn.kr이원희(증명사진)

[EE칼럼]중국의 자원 무기화…

강천구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중국이 미국의 무역제재에 대한 보복으로 지난 1일부터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광물인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 제한에 나섰다. 중국이 세계 시장을 장악한 품목 중심으로 보복 카드를 하나씩 꺼내고 있다. 수출 제한품목을 희토류로 확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다각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갈륨은 40일분 정도를 비축하고 있지만 게르마늄은 비축 대상에 제외돼 비축 자체가 없다. 주로 디스플레이 업체가 사용하는 갈륨 40일분은 대략 6개월~1년치 분량이다. 정부는 이번 중국의 수출제한에 따라 게르마늄을 비축 품목으로 추가 했다. 한국광해광업공단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갈륨의 시장 가격이 kg당 345달러로 한달 만에 22.12% 급등했다. 게르마늄도 3일 현재 kg당 1440달러로. 한달 전인 7월(1340달러)에 비해 7.46%가 오르며 고공행진 중이다. 중국 정부가 지난달 3일 국가 안보와 이익 보호 차원에서 이달 1일부터 갈륨과 게르마늄 관련 품목의 수출 제한을 예고하자 수요가 몰리며 가격이 치솟고 있다. 중국은 미국, 일본, 네델란드 등이 자국으로의 반도체 및 반도체 제조 장비 수출을 제한하자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 제한을 전격 발표했다. 이들 국가가 반도체와 장비를 중국에 주지 않겠다고 하자 반도체 생산에 들어가는 재료를 주지 않겠다고 맞선 것이다. 세계 빅2 경제대국인 미·중간 갈등이 격화되면서 자원민족주의 확산과 후폭풍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냉전 이후 세계 경제를 지탱해 온 글로벌 시장이 붕괴되면서 산업 전반을 넘어 다방면에서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 EU집행위원회에 따르면 중국의 주요 광물 세계 시장 점유율 60% 이상인 광물은 디스프로슘(100%), 테르븀(100%), 갈륨(94%), 마그네슘(91%), 네오디뮴(85%), 게르마늄(83%), 천연흑연(67%) 등이다. 더구나 중국은 올 상반기에만 해외 자원개발에 100억 달러를 투자했다. 지난해 동기보다 131%나 늘어난 것이다. 주로 자원이 풍부한 아프리카(나미비아.탄자니아), 남아메리카(볼리비아), 동남아(인도네시아) 국가들이다. 중국은 핵심광물의 공급을 막아 주요국의 첨단제품 생산을 위험에 빠뜨리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특히 이번에 발표한 갈륨과 게르마늄은 반도체, OLED(유기발광 다이오드) 등 첨단산업은 물론 야간 투시경과 같은 전쟁물자에도 사용된다. 뿐만 아니라 중국은 티타늄, 텅스텐 등 군수용 광물도 상당량 보유하고 있다. 미국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주요 전략용 군수 광물 13개 중 텅스텐, 바나듐, 희토류, 갈륨 등 8개는 중국 지원 없이는 제품 생산이 어렵다고 진단했다. 특히 희토류가 문제다. 미국은 2025년까지 희토류 공급망 구축을 위해 캐나다, 호주 등 우방국과 결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당장의 수급이 문제다. 적어도 2030년까지는 각종 핵심광물의 공급을 간접적으로라도 중국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정부는 중국의 조치가 당장은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문제는 세계 광물시장을 장악한 중국이 주요국을 상대로 전선을 확대할 경우다. 미국에 이어 EU도 핵심 원자재법을 통해 공급망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한국의 자동차, 반도체, 배터리 산업 등은 척박한 토양에서도 정부와 기업의 유기적 협력과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성장했다. 여기에는 기업의 ‘각자도생’형 자원 확보 노력이 뒷받침됐다. 안정적인 자원 공급망 확보는 해외 자원개발이 우선돼야 가능하다. 우리의 자원개발은 자본, 기술, 인력, 경험 등에서 선진국에 뒤쳐져 있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연속성을 갖고 지속적으로 추진하면 자원강국이 될 수 있다. 한국이 글로벌 공급망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으려면 ‘한국형 글로벌 공급망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한다. 세계 각국은 자국 중심의 공급망 구축을 위해 공급망 핵심 기업과 기술 보호를 위한 규제 강화와 함께 공급망 협력 채널을 구축하고 있다. 미국은 2021년 10월 인도 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를 결성했고, EU는 2020년 9월 원자재 전략적 파트너십, 일본은 2021년 4월 일본-인도-호주를 잇는 공급망 이니셔티브를 출범시켰다. 우리나라도 정부간 협력채널로 ODA 지원 대상, FTA 네트워크 등 협력 기반을 활용해 공급망 협력 의지가 있는 국가와 우선적으로 채널을 가동시켜야 한다. 그리고 기업이 진출한 국가와도 협력을 넓혀야 한다. 즉 원자재 생산 인프라 구축 여건이 있어 기업 주도로 협력이 가능한 국가와 공공부문 협력이 필요한 국가로 나눠 유형화 시키는 것이다. 예를 들면 기업주도의 경우 호주 광산개발, 인도네시아 니켈, 칠레 리튬과 구리, 정부주도는 비교적 핵심광물이 풍부한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희토류 풍부) 등이다. 세계는 자원이 풍부한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가 있다. 그러나 자원이 풍부하다고 선진국은 아니며 선진국이라고 해서 자원을 많이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실제의 영토가 아니라 자원의 영토를 얼마나 확보하는가에 달려 있다.강천구 인하대 교수 강천구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이슈&인사이트] 중국의 단체관광 허용과 한중관계 발전

중국 정부(문화여유부)는 지난 10일 한국·미국·일본 등 세계 78개국에 대해 자국민의 단체여행을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올해 1월 ‘제로 코로나’ 정책 폐기에 따라 태국과 인도네시아 등 20개국에 단체여행 빗장을 풀었고, 3월에는 네팔, 베트남, 이란, 요르단, 프랑스, 스페인, 브라질 등 40개국에 대한 자국민 단체여행을 추가로 허용했다. 1·2차 단체여행 허용 국가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던 한국과 미국·일본 등은 이번에 포함시켰다. 아울러 비자 신청 외국인에 대한 지문 채취도 올 연말까지 면제하기로 했다. 이번 한국에 대한 단체여행 허용은 ‘사드 보복’ 이후 6년여 만에 중국인의 한국행 단체관광이 자유화됐다는 의미다. 2017년 3월 중국은 여행사를 통해 한국 관광을 사실상 금지했고, 여행사들의 단체 상품 판매가 일제히 중단되면서 중국인의 한국행 단체관광객은 끊어졌다. 그 후 중국 일부 지역에서 한국 단체관광이 다시 시작됐다가 코로나19 사태로 한국은 물론 전 세계를 향한 자국민 단체관광이 ‘명시적’으로 금지됐다. 이번 조치의 배경에서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했을 것이다. 첫째, 다음달로 다가온 항저우 아시안게임(9월23일 개막) 흥행을 위해서는 주변 주요국과의 관계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등 미국 고위인사들의 방중과 대중국 디리스킹 정책을 계기로 미중 관계가 다소 긴장 완화 분위기로 돌아섰는데, 이런 분위기 변화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둘째,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제기될 정도로 침체한 중국 경제 상황 때문이다. 중국의 7월 소비자물가는 2년 5개월 만에 마이너스(-0.3%)에 진입했고, 수출은 3년 5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세(-14.5%)를 보이는 등 내수와 수출이 동시에 부진하다. 관광객 급감도 중국 경제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올해 1분기 중국에 입국한 외국인 관광객은 5만3000명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분기(370만명)의 1.4%에 그쳤다. 강력한 반간첩법 시행과 비자 신청 외국인에 대한 지문 채취로 관광객들이 등을 돌리고 있다.셋째, 전랑외교 전사로 불리는 친강 외교부장이 낙마하고 한반도 등 동북아에서의 국가간 역학관계를 잘 이해하는 왕이 중앙정치국 위원이 외교부장으로 복귀한 것도 한 요인이다. 올해 초 박진 외교부 장관이 친강 신임 중국 외교부장 취임 축하인사 통화때 친 부장이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한국의 방역 강화 조치에 우려를 표명하는 등 경색된 분위기였다. 반면, 지난 7월 14일 자카르타에서 개최된 박진 장관과 왕위 위원간의 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 진행됐고 이때 인적교류 확대 등을 위해 적극 협력해 나가기로 하였다. 그리고 오는 18일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3국 정상회의를 앞둔 상황에서 중국이 가능한 한미간 밀착을 견제하기 위해 단체관광 제한 조치를 푼 것으로 풀이된다. 앞으로 우리는 한중관계 발전을 위해 어떻게 해야할까? 무엇보다도 사드 컴플렉스에서 벗어나야 한다. 사드 배치는 북핵이 고도화함에 따라 불가피하게 취한 한국의 주권행사다. 이제 중국도 보복조치의 지속은 무의미하다고 인식할 것이다. 그동안 사드문제로 국론이 분열돼 국익이 많이 손상됐다. 일부세력들은 "성주 참외가 전자레인지 참외가 될 것"이라며 사드 배치를 반대했지만 환경영향평가를 통해 사드 레이더의 전자파가 인체에 거의 무해한 것으로 밝혀졌다. ‘괴담’으로 국가의 행정을 방해하는 일이 없도록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리고 문화교류의 모멘텀을 다시 살려야 한다. 한국의 TV드라마, K-팝으로 대표되는 ‘한류’ 열기는 양국 국민을 정서적으로 가깝게 하는 데 기여했다. 무엇보다도 문화콘텐츠 교류 확대에 힘써야 한다. 양국관계의 뿌리인 지방간 교류도 활성화해야 한다. 지방은 이념이나 가치적 요인의 영향을 덜 받는 지방은 다양한 협력이 가능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지방정부를 통하는 게 훨씬 지속 가능하며 중앙정부간 협력을 효과적으로 보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마침 3여년만에 한중 페리 운항이 재개되는 등 지방간 교류를 위한 좋은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인문교류, 청소년교류, 우호도시연합회 개최 등 다양한 행사를 지렛대로 삼을 필요가 있다.이강국 전 중국 시안주재 총영사

[기자의 눈] 中企 근무환경이

[에너지경제신문 김철훈 기자]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청년노동자 주축의 노동조합 협의체인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와 공동으로 ‘청년근로자-중소기업 공감소통 토크콘서트’를 열었다. 중기중앙회가 중소기업 사장과 청년근로자의 대화 자리를 마련하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대기업과 비교해 열악한 중소기업의 근로문화 개선을 위해 당사자들인 경영자와 청년직원들이 마주앉는 자리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크게 주목받았다. ‘경영환경 고충’을 이해시키려는 고용주와 ‘근로환경 개선’을 호소하는 근로자 사이에 얼마나 진솔한 얘기가 나올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이날 참석자들도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진행을 맡은 사회자와 중소기업 근로현황에 관해 주제발표를 한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 모두 ‘이 자리가 다른 어떤 자리보다 부담이 크고 긴장되는 자리’라는 소감을 잊지 않았다. 그러나, 행사는 중기중앙회 부회장과 새로고침 의장의 인사말과 중기연 연구위원의 발표를 끝으로 비공개로 바꿔버렸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비공개 방침은 새로고침과 사전에 합의해 결정한 것"이라고 강조한 뒤 "그동안 오해가 있거나 이해가 부족했던 점에 좀더 솔직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비공개하기로 했다. 사후공개 역시 공개 후 오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해명했다. 중기중앙회가 의미 부여를 했던 첫 행사인데다 대화 내용이 민감한 만큼 공개하는데 부담을 느꼈을 수 있다. 하지만, ‘토크콘서트’라는 행사명을 붙여놓고 미공개 전환에 대화내용 사후 공개마저 않겠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었다. 오히려 이같은 비공개 운영이 중소기업계가 숨겨야 할 정도로 열악한 근로문화 상황을 자인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중소기업들이 힘들다는 사실은 국민들도 다 안다. 그럼에도 대기업에 상생을 촉구하는 중소기업들이 반대로 내부의 노동조건을 개선하려는 상생 노력을 기피한다면 중소기업의 인력난 등 고질적 문제는 탈출구가 없을 것이다. 중기중앙회가 어렵게 청년노동자단체와 첫 대화의 물꼬를 튼 점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이왕이면 일반국민에게 중소기업계가 애쓰고 있음을 소통하고 공유할 수 있는 자리로 만들어 주길 바란다. kch0054@ekn.kr김철훈 기자 김철훈 유통중기부 기자

[주원 칼럼] 앞뒤 확 꼬인 ‘경기종합지수’ 손 볼때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10일 새롭게 수정해 제시한 경제전망을 통해 "최근 우리 경제는 제조업을 중심으로 경기부진이 완화되고 있다"며 올해 경제성장률을 지난 5월 제시한 1.5%를 그대로 유지했다. 그러면서 "상반기에 경기 저점을 형성한 후 하반기에는 경기가 완만하게 회복될 것"이라고 낙관론을 폈다. 그 다음날 민간연구기관인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2023년 3분기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극심한 부진을 겪고 있는 우리 경제가 연내 흐름을 반전시키기는 힘들 것"이라며 올해 경제성장률을 역대 최저 수준인 1.3%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국책연구기관과 민간연구기관이 같은 사안을 놓고 상반된 전망을 내놓으면서 경제계에서 큰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동시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경제 상황의 좋고 나쁨을 판단하는 것 즉 ‘현재의 경기 국면 판단’, 그리고 경제가 좋아지는 방향인지 나빠지는 방향인지를 가늠하는 것 ‘미래 경기 국면 예측’은 쉽지 않은 일이다. 왜냐하면 우선 경제 상황을 판단하는 데 있어 어떤 지표를 보느냐에 따라 의견이 갈리고, 특히 향후 경제의 방향성을 판단하는 것은 말 그대로 예측이어서 더 큰 불확실성을 가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통계청은 연구자나 연구기관들의 경기 국면 판단과 예측에 도움이 되도록 ‘경기종합지수’라는 것을 매달 발표한다. 경기종합지수는 크게 경기동행지수, 경기선행지수, 경기후행지수로 구성된다. 동행지수(순환변동치)는 현재의 경기국면을 판단하는 데,선행지수(순환변동치)는 향후 경기 방향성을 예측하는 데,후행지수(순환변동치)는 나중에 경기 국면을 확인하는 데 각각 활용된다.그런데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으로 유발된 경제 위기 이후 경기지수의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바로 선행지수와 동행지수가 가리키는 경기 방향성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경기 선행지수는 2021년 6월 이후 계속 하락하다가 올해 4월 바닥을 찍고 2개월 연속 상승 중이다. 이 부분만 놓고 보면 향후 어느 시점에서 실제 경기 저점이 형성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 과거 경기순환사이클에서 선행지수가 실제 경기 저점보다 짧게는 1개월 길면 8개월 미리 반등했던 경험을 비추어 보면 이번 경기 저점은 2023년 5월에서 2023년 12월 중 형성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반면 경기동행지수는 2023년 2월에 바닥을 찍고 강하게 올라가다가 6월에는 주춤거리며 소폭 하락하는 모습이다. 여기서 두 가지의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첫째는 이론상에만 근거할 때, 동행지수의 2월 저점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즉 선행지수가 4월에 저점을 찍었기 때문에 동행지수는 선행지수보다 먼저 반등을 할 수 없다. 이에 따르면 경기 저점은 아직 오지 않았고, 대략 하반기 언제 쯤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하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어떤 이유로 선행지수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해 실제 경기 저점이 2월이고 이후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올해 6월 의 동행지수 하락은 일시적이고 향후 다시 반등하면서 경기가 좋아질 가능성을 시사한다. 최근 정부나 국책기관의 하반기 경제에 대한 낙관적인 시각은 두 번째의 시나리오와 궤를 같이한다. 반면 첫 번째 시나리오는 동행지수가 미래 어느 시점에서 다시 찐 바닥을 찍어야 하기 때문에 하반기 경제 상황은 좋지 않을 것이라는 민간의 시각과 합치된다. 어느 쪽이 맞을지는 모른다. 다만 두 번째의 낙관적인 시각이 맞는다면 통계청 경기선행지수의 무용론이 도마 위에 오를 것은 분명해 보인다. 통계청은 수년에 한 번씩 경기종합지수를 개편한다. 각 지수는 여러개의 개의 경제 지표들로 구성돼 있는 데 개편 때마다 구성 지표에 대해 가감한다. 최근 개편의 주된 이유는 선행지수가 경기선행을 하지 않고 경기동행을 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낙관적인 시나리오는 경기선행지수가 동행은 고사하고 되레 후행하고 있어 이전과는 전혀 다른 근본적인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이런 혼란은 코로나 위기 이후 인플레이션, 고금리,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 경제 디플레이션 등 다양한 경제 충격이 혼재하면서 기존의 경제를 움직이는 규칙에 큰 균열이 갔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는 전통적인 경제 이론이 아닌 새로운 세상에 맞는 새로운 경제 이론으로 바라봐야 한다. 그래도 여전히 난감하다. 정부의 시각대로라면 선행지수가 동행지수에 후행한다는 것인데, 그러면 그것이 경기후행지수이지 경기선행지수가 될 수 없지 않은가. 어쩌면 많은 연구자들이 경기 판단과 전망에 대한 근거 없이 이제는 경험과 직관에만 의존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반기 경제전망을 놓고 민간부문과 국책기관이 비관론과 낙관론으로 갈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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