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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인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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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가 시한폭탄? [곽인찬의 뉴스가 궁금해?]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8.16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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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인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이 디폴트 위기에 빠지면서 중국 부동산 시장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상하이에 있는 비구이위안의 상하이 센터.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국은 똑딱거리는 시한폭탄"이라고 말했다. 바이든은 "중국은 연간 8%씩 성장했다. 지금은 연간 2%에 가깝다"고 말했다. "중국은 곤경에 처해 있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중국 경제를 두고 비관적인 전망이 쏟아진다. 디플레이션이 걱정이다, 청년실업률이 다락같이 올랐다, 수출이 예전같지 않다 등등 분야도 다양하다. 압권은 부동산 시장이 무너질 수 있다는 거다. 이러다 중국판 리만 브라더스 사태가 터질 수 있다거나 일본식 불황이 올 거라는 예측까지 나온다.

화불단행(禍不單行), 곧 나쁜 일은 혼자 오지 않는다더니 지금 중국 경제가 꼭 그렇다.

그런데 가만, 중국 경제가 과연 시한폭탄일까? 행여 미국을 비롯해 서방국들은 중국 경제에서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것은 아닐까? 중국 경제를 둘러싼 논란을 살펴보자.

◇ 디플레이션 우려

지난 9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7월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0.3%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전년 대비 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진 것은 2021년 2월(-0.2%) 이후 2년5개월 만이다. 선행 지표인 생산자물가는 마이너스로 진입한 지 오래다.

디플레이션 곧 저물가는 일본을 30년 가까이 괴롭힌 원흉이다. 디플레이션은 사람으로 치면 시름시름 앓는 병이다. 금방 숨이 넘어가는 건 아니지만, 두고두고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우리말 골병이 딱 어울린다.

물가가 떨어지면 사람들은 소비할 마음이 없다. 얼마 뒤면 가격이 더 싸지기 때문이다. 소비가 줄면 기업은 생산과 투자를 줄인다. 생산·투자가 줄면 공장이 서고, 공장이 서면 고용이 준다. 고용이 줄면 소비가 준다. 디플레이션 악순환이다.

중국은 지난해 12월 3년 가까이 이어오던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포기했다. 이를 계기로 억눌려 있던 ‘보복소비’가 나타날 것이란 기대감이 컸다. 웬걸, 중국 소비자들은 지갑을 열지 않았다. 부동산을 비롯해 주변 여건이 소비를 짓누른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태가 이어지면 디플레이션 우려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 통계조차 숨기는 청년실업률

이론상 공산주의 국가에선 실업이 있을 수 없다. 생산수단을 독점한 국가가 모든 이에게 일자리를 공급하기 때문이다. 현실은 딴판이다.

지난 6월 중국 청년실업률(16∼24세)은 21.3%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섯 명 중 한 명은 일자리가 없다는 뜻이다. 한국도 청년실업이 늘 골치다. 그러나 중국에 대면 양반이다. 7월 한국 청년실업률(15~29세)은 6%에 머물렀다. 두 나라 청년실업률은 대상 연령이 다르다. 하지만 전반적인 상황을 파악하는 데는 무리가 없어 보인다.

중국의 실제 청년실업률은 공식 통계를 배 이상 웃도는 것으로 추정된다. 연합뉴스는 "(7월) 20일 현지 경제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베이징대 장단단 교수팀의 분석 결과 지난 3월 기준 중국의 16∼24세 청년층의 실제 실업률은 46.5%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고 보도했다. 한국 청년의 체감실업률(확장실업률)은 지난 7월 16.8%를 기록했다.

중국엔 탕핑족이 있다. 가만히 누워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부모에게 기대어 사는 캥거루족도 있다. 구직난 속에 취업을 포기하는 ‘전업자녀(全職兒女)’라는 말까지 나왔다. 식사와 청소 등 집안일을 하는 조건으로 부모로부터 급여를 받는 청년을 가리킨다. 정식 근로계약을 맺기도 한다는 점에서 캥거루족과 차이가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7월 청년실업률을 공개하지 않았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푸링후이 국가통계국 대변인은 15일 "올해 8월부터 청년실업률 공개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된 이유는 경제·사회 발전으로 노동 통계를 좀 더 최적화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누가 들어도 군색한 변명이다.

사회주의 중국에서 청년 실업률이 이처럼 높다니 놀랍다. 어느 나라든 청년 실업은 사회 불안을 야기하는 요인이다.

◇ 태풍의 눈 부동산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은 중국에서 가장 큰 부동산 개발회사다. 1992년에 설립됐고 2007년 홍콩 증시에 상장됐다. 광둥성에 본사가 있고, 종업원은 7만명에 이른다. 이렇게 큰 회사가 지난주 만기가 돌아온 액면가 10억달러 채권 2종의 이자 2250만달러(약 300억원)를 지불하지 못했다. 앞으로 한달 주어진 유예 기간 안에 이자를 갚지 못하면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진다.

어려움에 빠진 건 비구이위안 뿐이 아니다. 최근 몇 년 새 중국 부동산 업체들은 정부가 돈줄을 죄면서 허덕거리고 있다. 이미 지난 2021년 헝다(恒大·에버그란데)가 디폴트를 선언하면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헝다는 비구이위안만큼 큰 부동산 개발업체다. 헝다는 현재 채권자들과 부채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또다른 부동산 개발회사인 완다(萬達)도 지난달 디폴트 위기를 겪었다.

부동산은 중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5%에 이를 만큼 중요한 산업이다. 부동산이 무너지면 경제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벌써 불똥이 금융권으로 튈 기세다. 은행은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할까 조마조마하다. 중국에서 발행한 회사채의 절반 이상이 부동산을 담보로 한다. 부동산 값이 급락하면 정크 본드가 속출하고, 그 손실은 회사채에 투자한 금융사에 돌아간다. 지난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 때 리만 브라더스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즉 비우량 주택담보채권에 대량 투자했다 파산했다. 부동산 시장 불안이 중국판 리만 브라더스 사태를 부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지방정부 재정도 불안하다. 중국에서 땅은 지방정부 소유다. 부동산 개발회사는 지방정부에 돈을 주고 땅 사용권을 얻는다. 토지 사용권을 팔아서 지방정부가 올리는 수익이 전체 수익의 약 40%에 이른다는 통계가 있다. 이 수익이 줄면 가뜩이나 좋지 않은 지방정부 재정은 더욱 나빠진다.

중국이 1990년대 초 일본처럼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마저 나온다. 당시 일본은 집·건물 가릴 것 없이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장기불황 수렁에 빠졌다. 가계와 기업이 오로지 빚 갚기에 몰두한 나머지 소비가 사라지고 투자와 생산이 줄었다. 이를 ‘대차대조표 불황’이라 한다.

◇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

중국이 처한 어려움은 미국이 주도하는 대중 견제 전략과 시기를 같이 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전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아메리카 퍼스트’라는 슬로건 아래 고율 관세로 중국의 목을 졸랐다. 트럼프는 2018년 1월 중국산 태양광 패널과 세탁기에 30~50% 관세를 부과한 것을 신호탄으로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였다. 2019년 5월엔 행정명령을 내려 중국 통신업체 화웨이가 미국 기업으로부터 핵심 부품을 구입하는 길을 차단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반도체 등 첨단 기술 공급망에서 중국을 철저히 배제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미국은 반도체 설계, 장비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미국이 제동을 걸면 최첨단 반도체 생산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마당에 또다른 반도체 강국인 한국과 일본, 대만이 미국에 동조하는 칩4 동맹 이야기까지 나온다. 21세기에 반도체 없는 세상은 상상하기 힘들다. 중국 경제가 타격을 피해갈 도리가 없다.

미국은 세계 1위 경제대국 지위를 넘보는 나라를 용납하지 않는다. 1980년대 일본 경제는 그야말로 잘나갔다.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이란 책이 나온 것도 바로 이때다. 그러자 미국 의회는 ‘일본 때리기’에 열을 올렸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이던 1985년 미국 정부는 이른바 플라자 합의를 통해 엔화 가치를 확 끌어올렸다. 인위적인 엔고는 일본 경제에 자산 거품이라는 치명상을 안겼다.

중국 개혁·개방을 이끈 덩샤오핑은 1980~1990년대 외교노선을 도광양회(韜光養晦) 네 글자로 정리했다. 자기 재능이나 명성을 드러내지 않고 참고 기다린다는 뜻이다. 힘을 더 키울 때까지 미국에 맞서지 말하는 뜻으로 해석됐다.

반면 시진핑 국가주석의 외교노선은 유소작위(有所作爲)로 요약할 수 있다. 해야 할 일은 적극 나서서 이뤄낸다는 의미다. 떨쳐 일어난다는 뜻의 굴기라는 용어도 자주 쓰인다. 심지어 전랑(戰狼) 외교라는 말까지 나왔다. 전랑은 늑대전사란 뜻이다. 글로벌 패권에 도전한 시 주석의 외교 전략이 유일 초강대국 미국의 심기를 건드렸고, 미국은 즉각 반응했다. 덩샤오핑이 오늘의 미·중 관계를 본다면 과연 뭐라고 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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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이 베이징에 건설 중인 주거용 건물(8월11일 촬영). 사진=로이터/연합뉴스

◇ 과도한 우려인가?

사실 중국 부동산 기업들이 처한 어려움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다. 시진핑 주석은 "집은 사는 곳이지 투기하는 곳이 아니다"라는 말을 되풀이 강조했다. 중국 정부는 집값 거품을 잡기 위해 2020년 8월 이른바 삼도홍선(三道紅線) 규제를 도입했다. 3대 레드라인은 부채비율 70% 미만, 시가총액 대비 부채비율이 100% 미만, 단기 차입금 대비 보유 현금 1배 이상을 말한다. 셋 중 하나만 걸려도 신규 대출을 끊고 기존 대출은 회수하는 강력한 규제다. 헝다 등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바로 이 레드라인에 걸렸다.

부동산 거품 제거는 당국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구조조정엔 늘 대가가 따른다. 돈줄을 죄는 긴축에 경기침체라는 대가가 따르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데 최근 들어 부동산 정책에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지난달 하순 시 주석은 당 중앙정치국 회의를 열어 하반기 경제 정책 방향을 논의했다.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회의는 "부동산 시장 수급에 중대한 변화가 생겼다"며 "새로운 상황에 적응해 부동산 정책을 적시에 조정하고 최적화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번 회의에서 ‘집은 거주하는 곳이지 투기 대상이 아니다’라는 시 주석의 언급이 빠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블룸버그는 "중국 당국이 부동산 시장을 지원하는 쪽으로 선회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아니나 다를까, 중국 인민은행은 단기 정책금리를 잇따라 인하하는 등 고위층의 ‘정책의 최적화’ 방침에 장단을 맞추기 시작했다.

기획재정부 산하 국제금융센터는 9일 ‘불안한 중국 경제, 위기인가?’라는 제목으로 외부 전문가 간담회를 열었다. 전문가들은 "최근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중국 위기론은 과도하다고 진단"했다. 이들은 현재의 경기 부진이 중국 정부가 구조조정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데 기인하고 있는 만큼 심각한 경기침체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부동산 시장 위축을 비롯한 경기 하방 압력은 지속될 것으로 봤다.

◇ 위기 유의하되 과장은 피해야

세계은행은 2006년 보고서에서 ‘중진국 함정’(Middle Income Trap) 현상을 깊이 분석했다. 왜 어떤 나라는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하고, 어떤 나라는 중진국에서 정체 또는 후퇴하는지 원인을 살폈다. 남미의 아르헨티나 등이 정체에 빠진 대표적인 나라다. 반면 한국, 대만, 싱가포르는 선진국 도약에 성공했다.

그 차이는 경제체질 혁신과 과감한 투자에 있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한국은 외환위기 때 함정에 빠질 위험에 처했다. 그러나 IT 혁신으로 체질을 바꾸는 데 성공했고, 연구개발(R&D) 투자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시스템 반도체 절대강자인 TSMC 사례에서 보듯 대만 역시 체질 개혁으로 함정을 피해갔다.

중국이 한국과 대만처럼 중진국 함정을 슬기롭게 극복할지는 미지수다. 미국 등 서방의 견제는 또다른 변수다. 지금과 같은 국가주도형 경제체제가 머잖아 한계를 드러낼 것이란 관측도 있다. 중국 경제 위기론은 언제든 불거질 수 있는 이슈다.

다만 유의하되 현상을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서방 정치인이나 언론은 중국 경제를 비관적으로 보려는 또는 보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다. 사실 바이든 대통령이 정치자금 모금 행사에서 언급한 중국 성장률 수치도 부정확하다. 그는 "2%에 가깝다"고 했지만,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올 1분기 중국 경제는 전년동기에 비해 4.5%, 2분기는 6.3% 성장했다. 중국은 올해 성장률 목표치를 5% 안팎으로 잡았다.

7월 소비자물가가 2년 5개월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고는 하지만, 한달치로 디플레이션 여부를 가늠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부동산 시장도 ‘정책 최적화’로 방향을 튼 만큼 당분간 동향을 지켜보는 게 현명하다.

재차 강조하지만 중국 경제 곳곳에 불안한 구석이 보이는 건 사실이다. 압축성장 이후 중진국 함정에 빠지는 것도 흔한 일이다. 다만 보고 싶은 것만 봐서는 곤란하다. 한·중 두 나라 경제는 깊숙이 연결돼 있다. 비중이 점차 줄곤 있지만 중국은 여전히 한국이 수출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다. 냉정하게 봐야 올바른 대책을 세울 수 있다.

<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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