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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경제학 박사 |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10일 새롭게 수정해 제시한 경제전망을 통해 "최근 우리 경제는 제조업을 중심으로 경기부진이 완화되고 있다"며 올해 경제성장률을 지난 5월 제시한 1.5%를 그대로 유지했다. 그러면서 "상반기에 경기 저점을 형성한 후 하반기에는 경기가 완만하게 회복될 것"이라고 낙관론을 폈다. 그 다음날 민간연구기관인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2023년 3분기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극심한 부진을 겪고 있는 우리 경제가 연내 흐름을 반전시키기는 힘들 것"이라며 올해 경제성장률을 역대 최저 수준인 1.3%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국책연구기관과 민간연구기관이 같은 사안을 놓고 상반된 전망을 내놓으면서 경제계에서 큰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동시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경제 상황의 좋고 나쁨을 판단하는 것 즉 ‘현재의 경기 국면 판단’, 그리고 경제가 좋아지는 방향인지 나빠지는 방향인지를 가늠하는 것 ‘미래 경기 국면 예측’은 쉽지 않은 일이다. 왜냐하면 우선 경제 상황을 판단하는 데 있어 어떤 지표를 보느냐에 따라 의견이 갈리고, 특히 향후 경제의 방향성을 판단하는 것은 말 그대로 예측이어서 더 큰 불확실성을 가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통계청은 연구자나 연구기관들의 경기 국면 판단과 예측에 도움이 되도록 ‘경기종합지수’라는 것을 매달 발표한다. 경기종합지수는 크게 경기동행지수, 경기선행지수, 경기후행지수로 구성된다. 동행지수(순환변동치)는 현재의 경기국면을 판단하는 데,선행지수(순환변동치)는 향후 경기 방향성을 예측하는 데,후행지수(순환변동치)는 나중에 경기 국면을 확인하는 데 각각 활용된다.
그런데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으로 유발된 경제 위기 이후 경기지수의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바로 선행지수와 동행지수가 가리키는 경기 방향성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경기 선행지수는 2021년 6월 이후 계속 하락하다가 올해 4월 바닥을 찍고 2개월 연속 상승 중이다. 이 부분만 놓고 보면 향후 어느 시점에서 실제 경기 저점이 형성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 과거 경기순환사이클에서 선행지수가 실제 경기 저점보다 짧게는 1개월 길면 8개월 미리 반등했던 경험을 비추어 보면 이번 경기 저점은 2023년 5월에서 2023년 12월 중 형성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반면 경기동행지수는 2023년 2월에 바닥을 찍고 강하게 올라가다가 6월에는 주춤거리며 소폭 하락하는 모습이다.
여기서 두 가지의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첫째는 이론상에만 근거할 때, 동행지수의 2월 저점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즉 선행지수가 4월에 저점을 찍었기 때문에 동행지수는 선행지수보다 먼저 반등을 할 수 없다. 이에 따르면 경기 저점은 아직 오지 않았고, 대략 하반기 언제 쯤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하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어떤 이유로 선행지수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해 실제 경기 저점이 2월이고 이후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올해 6월 의 동행지수 하락은 일시적이고 향후 다시 반등하면서 경기가 좋아질 가능성을 시사한다.
최근 정부나 국책기관의 하반기 경제에 대한 낙관적인 시각은 두 번째의 시나리오와 궤를 같이한다. 반면 첫 번째 시나리오는 동행지수가 미래 어느 시점에서 다시 찐 바닥을 찍어야 하기 때문에 하반기 경제 상황은 좋지 않을 것이라는 민간의 시각과 합치된다. 어느 쪽이 맞을지는 모른다. 다만 두 번째의 낙관적인 시각이 맞는다면 통계청 경기선행지수의 무용론이 도마 위에 오를 것은 분명해 보인다.
통계청은 수년에 한 번씩 경기종합지수를 개편한다. 각 지수는 여러개의 개의 경제 지표들로 구성돼 있는 데 개편 때마다 구성 지표에 대해 가감한다. 최근 개편의 주된 이유는 선행지수가 경기선행을 하지 않고 경기동행을 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낙관적인 시나리오는 경기선행지수가 동행은 고사하고 되레 후행하고 있어 이전과는 전혀 다른 근본적인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이런 혼란은 코로나 위기 이후 인플레이션, 고금리,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 경제 디플레이션 등 다양한 경제 충격이 혼재하면서 기존의 경제를 움직이는 규칙에 큰 균열이 갔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는 전통적인 경제 이론이 아닌 새로운 세상에 맞는 새로운 경제 이론으로 바라봐야 한다. 그래도 여전히 난감하다. 정부의 시각대로라면 선행지수가 동행지수에 후행한다는 것인데, 그러면 그것이 경기후행지수이지 경기선행지수가 될 수 없지 않은가. 어쩌면 많은 연구자들이 경기 판단과 전망에 대한 근거 없이 이제는 경험과 직관에만 의존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반기 경제전망을 놓고 민간부문과 국책기관이 비관론과 낙관론으로 갈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