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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마켓컬리와 ‘범위의 경제’

‘규모의 경제’란 용어는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범위의 경제’에 대해서는 생소하게 느낄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규모의 경제는 기업이 기존 제품을 통해 기존 시장에 침투하는 동시에 제품을 생산 및 공급하고 고객을 유치 및 유지하는 단위당 평균 비용을 절감할 때 만들어진다. 이에 비해 범위의 경제는 기업이 현재의 전략적 위치나 역량을 활용하여 새롭게 시장을 확장하거나, 새로운 제품 카테고리를 도입하고, 새로운 비즈니스를 시작하는 동시에 제품을 생산 및 공급하며, 고객을 유치하고 유지하는 단위당 평균 비용을 줄일 때 만들어진다. 사업을 성장시키는 방법은 대체로 두 단계를 거치게 된다. 처음에는 규모의 경제를 통해 사업을 성장시키다가 고성장이 필요한 시점에 들어서면 범위의 경제를 통해 사업을 확장해야 한다. 즉, 새로운 시장에 진입하거나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는 것으로 사업확장 또는 사업 다각화가 여기에 해당한다. 최근 마켓컬리가 기업공개를 철회한 반면 같은 새벽배송업체인 오아시스마켓이 주식상장을 추진해 화제가 되고 있다. 범위의 경제를 키울 때 유의해야 할 점은 비용이 크게 증가되며, 시장 진입장벽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마켓컬리의 영업손실은 매년 늘어나 2021년에는 적자가 2177억원이나 됐다. 마켓컬리가 새벽배송 서비스를 전국으로 확대하며 물류센터 투자비용과 인건비 부담 등 운영비용을 키운 것이 적자의 원인이 됐다. 마켓컬리가 상장 계획을 철회한 주요 원인은 하락한 기업가치다. 마켓컬리는 2021년 프리 IPO(상장 전 지분투자)까지만 해도 몸값이 4조원대에 달했지만 지난해 글로벌 증시가 침체를 면치 못하면서 기업가치가 추락했다. 마켓컬리의 성장에 대해 시장이 의심의 눈길을 보내자 마켓컬리는 범위의 경제를 확대하기 위해 식품 카테고리 위주에서 화장품 판매몰을 오픈하고, 직매입을 기반으로 하는 사업에서 소비자와 판매업체를 연결하는 오픈마켓으로의 서비스 영역 확장을 통해 범위의 규모를 달성함으로써 기업가치를 키워 상장하려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범위의 경제를 달성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규모의 범위를 확장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다음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스페인에서 성공적으로 규모의 경제를 확보한 피자배달 전문점인 텔레피자는 해외 진출을 시작했다. 인근 포루투갈에서는 손쉽게 시장진입을 하였으나, 멀리 떨어진 라틴 아메리카 시장에서는 스페인에서 작동이 잘 되었던 중앙집중식 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다. 새로운 시장 의 고객니즈와 기대는 달랐기 때문에 스페인에서 적중했던 제품 및 배달 서비스와 지식을 적용할 수 없게 되어 결국 해외사업은 주춤거리게 되었다. 이에 텔레피자는 해외진출은 포기하고 새로운 레스토랑 컨셉으로 스페인에서 사업확장을 시도했으나,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결국 사모펀드에 지분이 넘어가게 되었다. 텔레피자의 새로운 주인이 된 사모펀드는 신규 레스토랑 컨셉을 버리고 해외확장을 속도조절 했다. 대신 온라인 유통채널인 텔레세프로 기존 가맹점뿐만 아니라 호텔, 기업체, 타지역에 신선한 피자와 건강 사이드 디시 유통을 확대했는데, 이렇게 조정된 규모의 범위는 회사가 안정적인 성장궤도로 진입할 수 있게 했다. 한편, 온라인 신발전문점인 자포스는 의류 및 액세서리로 범위를 성공적으로 확장함으로써 기업가치를 키워서 아마존에게 높은 기업가치를 받고 인수되었다. 온라인 신발전문점으로 시작한 한국의 무신사 역시 의류사업으로 범위를 넓히면서 사업의 새로운 성장단계로 진입하였다.기업이 계속 성장함에 따라 초기 사업의 규모에서 범위 확장으로 전환이라는 두 번째 혁명적 변화의 시기로 진입하는 경우가 많다. 이 전환기에 리더는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거나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기로 결정할 수 있으며, 필연적으로 전략적 복잡성이 증가한다. 비즈니스 전략의 범위가 넓어지면 새로운 조직 단위가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고 조직의 복잡성도 증가한다. 과연 마켓컬리는 성공적으로 ‘범위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을까.박주영 숭실대학교 경영대 교수

[EE칼럼] 해외시장서 존재감 커진 K-재생에너지

중국은 막대한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전 세계 태양광 모듈 시장의 약 70%, 풍력 터빈 시장의 약 43%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유럽이 에너지전환을 가속화하면서 지난해 상반기에만 중국산 태양광 모듈의 유럽 수출 규모가 42.4 GW로 2021년의 40.9 GW를 넘어섰다. 유럽의 ‘리파워 플랜(REPowerEU Plan)’, 독일의 ‘신재생에너지법(Renewable Energy Act)’ 등의 태양광 확대 정책으로 인해 중국산 모듈의 유럽 수출 증가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풍력 터빈도 중국 기업들은 자국 내에서의 치열한 경쟁을 통해 가격과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였는데, 중국의 육상풍력 터빈 가격은 타국의 1/2 수준에 불과하며, 해상풍력 터빈 가격이 유럽과 미국의 육상풍력 터빈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이를 바탕으로 2020년에 최초로 1 GW 이상의 풍력 터빈을 수출하였다.우리나라 기업들은 어떨까. 태양광 산업에서 한화솔루션은 중국 기업들 틈바구니 속에서도 작년 3분기까지 미국 주택용과 상업용 태양광 모듈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올해 1월 한화솔루션은 미국 조지아주에 태양광 제조공장을 신·증설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약 3.2조원을 투자하여 잉곳, 웨이퍼, 셀, 모듈을 각각 연간 3.3 GW 생산하는 공장을 신설하고, 현재 연 1.7 GW인 모듈 생산능력을 증설을 통해 2024년까지 8.4 GW로 약 5배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8.4 GW 규모의 생산능력은 실리콘 전지 기반 모듈 생산 기업으로는 북미 최대 규모이다.미국 백악관에서는 곧바로 이를 환영하는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가장 큰 태양광 투자를 발표한 것은 조지아주의 근로자 가정과 미국 경제에 큰 의미가 있다며, 조지아주에서 수천 개의 고임금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며, 공급망을 되찾아 다른 나라에 의존하지 않고 청정에너지 비용을 낮추고 기후 위기에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투자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것이다. 지난해 미국 IRA 예산안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관련 세액 공제 및 투자 금액이 1165억 달러(약 152조원) 이상이다. 한화솔루션은 기존 공장과 신규 투자로 인해 10년간 약 8조원의 세제 혜택을 받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우리나라 풍력 기업들도 하부구조물, 타워, 해저케이블과 같은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삼강엠앤티는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제작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기업으로는 최초로 2020년 5월에 해상풍력 하부구조물을 수출하였다. 대만 창화해상풍력단지 1단계 공사에 자켓 21세트를 수출한 것이다. 대만은 해상풍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2025년까지 5.6 GW를 설치하고, 2026년부터 2035년까지 10년간 15 GW를 설치할 계획이다. 대만의 해상풍력 발주가 본격화됨에 따라 삼강엠앤티의 수주 물량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덴마크 오스테드와 블라트, 싱가폴 케펠, 대만 CDWE 등과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공급 계약을 체결하면서 2021년 1766억원이었던 수주액이 지난해 7812억원으로 4배 넘게 증가하였다. 이에 따라 약 5000억원을 투자하여 경남 고성에 160만 ㎡ 규모의 세계 최대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생산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풍력타워 제작 분야는 우리나라에 본사가 있는 씨에스윈드가 세계 1위 기업이다. 중국 시장을 제외하고 세계시장 점유율이 약 16%에 달한다. 베스타스, 지멘스가메사 등 주요 풍력터빈 기업을 고객사로 두고 있으며, 미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중국, 대만, 터키, 포르투갈 등 주요 풍력발전 시장에 생산거점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씨에스윈드는 지멘스가메사와 내년 5월부터 2030년 12월까지 해상풍력 타워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 이로 인한 예상 매출액은 약 3.8조원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높은 기술력과 특수 설비로 인해 진입장벽이 높아 전 세계적으로 프랑스의 넥상스, 이탈리아의 프리즈미안, 일본의 스미토모 등 소수 기업이 과점하고 있는 해상풍력 해저케이블 분야에도 우리나라의 LS전선이 본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최근 3년간 하이롱 해상풍력단지 등 대만으로부터의 수주액이 약 8000억원에 달한다. 영국은 현재 13 GW 규모인 해상풍력을 2030년까지 4배 가까이 늘려 50 GW를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LS전선은 영국에서도 2022년 10월 보레아스 프로젝트 약 2400억원, 12월 뱅가드 풍력발전단지 약 4000억원 규모의 케이블 공급 계약을 체결하였다. 이에 따라 LS전선이 2022년 아시아, 유럽 등 해외에서 수주한 규모가 약 1.2조원에 이른다. 지금까지 풍력과 태양광 분야의 대표적인 기업들을 살펴보았다. 제조업 강국으로서 재생에너지 산업에서도 우리 기업들은 경쟁력을 갖추고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아쉬운 점은 국내가 아닌 해외에 공장을 두고 있거나 신규 공장도 해외 설치를 늘려 간다는 점이다. 우리 기업들이 국내에 공장을 짓고,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으면 한다.박성우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정책실장

[기자의 눈] 알뜰폰업계, 경쟁자 등장 반기는 이유

혁신 금융플랫폼 ‘토스’가 알뜰폰(MVNO)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빠른 개통과 24시간 고객센터 운영 등 토스모바일은 기존 알뜰폰 시장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혔던 불편함을 해소하는 데 집중했다. 요금제 뚜껑을 열어보니 가격은 기대만큼 저렴하지 않다는 게 통신업계 중론이다. 토스모바일은 당분간 ‘오픈 프로모션가’로 고객을 흡수하겠다는 입장인데, 이 특수가 사라지고 나면 기존 알뜰폰 업체들과 가격경쟁력에서 크게 밀린다. 그래서일까. 경쟁 알뜰폰 사업자들은 과거 KB국민은행의 ‘리브엠(Liiv M)’ 때보다 우호적인 분위기다. 리브엠은 출시 당시 망 도매대가가 3만3000원이었던 요금제를 2만2000원에 판매하면서 기존 알뜰폰 생태계를 교란했다는 지탄을 받았다. 그에 반해 토스모바일은 막강한 자본력을 내세운 가격 경쟁이 아니라, 서비스 경쟁에 집중했다는 평가다.한 알뜰폰 업체 관계자는 "요금만으로 놓고 보면 토스모바일의 요금제가 다른 알뜰폰 사업자들이 내세우는 요금제보다 저렴하진 않은 것 같다"며 "다만 24시간 고객센터 운영 등은 고객들의 효용을 높이는 서비스 혁신이라고 생각한다"고 평했다. 알뜰폰업계는 토스모바일이 기존 이통3사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는 고객들의 알뜰폰 진입장벽을 낮춰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통3사(MNO)와 알뜰폰(MVNO)의 대결 구도에서 알뜰폰 시장의 규모를 키울 수 있는 역할을 토스모바일이 해줄 것이라는 판단이다. 일단 처음 알뜰폰에 진입하는 게 어렵지, 월 통신요금이 저렴하다는 걸 고객이 느끼고 나면 MNO로 다시 돌아갈 확률은 그리 높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이기도 하다. 토스모바일에 따르면 사전 신청자 가운데 이통3사의 통신서비스를 사용 중인 고객은 전체 사전신청자의 73%, 알뜰폰 고객은 27%였다. 그만큼 이통3사 서비스에서 ‘환승 수요’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의미다. 토스모바일도 요금제를 출시하면서 "서비스 품질은 낮고 가입 경험이 어렵다는 MVNO에 대한 기존의 고정관념을 바꾸는 브랜드로 자리잡고자 한다"면서 "가격 경쟁이 아닌 통신 서비스 경험 혁신을 통해 MVNO 시장의 저변을 넓혀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토스모바일이 시장의 메기가 될 것 같냐고? 답은 이미 나와 있다. hsjung@ekn.kr

[이슈&인사이트] 챗GPT와 초거대 AI 경쟁

‘챗GPT(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가 화제다. 챗GPT는 그동안 GPT 시리즈로 뛰어난 자연어 능력을 보여주고 있는 미국의 비영리 연구소 ‘오픈AI’가 개발해 불과 2개월 전 출시한 대화형 AI(인공지능) 챗봇이다.챗GPT에게 "한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가수는?"하고 물었더니 "시대와 사람의 개인적 견해에 따라 변하므로 꼬집어 대답은 힘들지만, 가장 성공적이었던 몇 명은 싸이, BTS, 블랙핑크, EXO, 빅뱅 등이 있다"고 대답한다. 마치 대화하는 듯한 이 반응 때문에 인공지능이 생각을 한다거나, 사람같은 인공지능이 곧 탄생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하지만 사람의 대화란 ‘생각의 전달’이고, ‘문법에 맞는 문장’은 그 형식에 불과한데, 언어 모델은 단지 ‘문법에 맞는’ 문장을 생성하는 것일 뿐이다. 즉 GPT는 인간의 ‘형식’을 흉내낸 단계일 뿐, 생각을 전달하는 대화가 아니다.챗GPT는 수십억 개의 문장을 학습하여, 그 중 대답으로 그럴싸하며 문법에도 맞는 문장을 생성하도록 특화되었다. 마치 사람처럼 생각하고 대화하는 듯 착각을 주기엔 충분하지만, 사전에 학습되지 않은 어떤 주제도 자신의 ‘생각’을 전달할 수 없다. 이런 주제에 대해서는 그저 "모른다"라고 학습 목록에 없던 주제임을 알릴 뿐이다.눈에 보이는 것과 실제는 다르며, AI 기술을 그저 피상적으로 해석하면 안된다. 특히 비용 때문에 상용화가 불가능한 것도 많다. 그렇다면 AI 기술은 지금 어떤 단계까지 왔고, 우리는 그 기술을 어떤 시각으로 보아야 할까.지난 1월초에는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가 3년만에 대면 행사로 열렸다. 전시부스 640여개에는 41개로 세분화된 각종 기술이 전시되었고, AI 기업도 많이 참여했다. 삼성과 LG전자를 중심으로 된 부스도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TV 자체의 선명도를 위해 AI가 응용되기도 했지만 가전이나 사물을 중심으로 연결을 보다 스마트하고 효율적으로 통제하는데 인공지능 기술이 역할을 했다. CES를 중심으로 바이오 헬스, 자율 주행,초 연결 등으로 인공지능의 기술 트렌드를 분석한 글은 많고 이와 별도로 영국의 미래학자 버나드 마르는 다섯 가지 트렌드를 소개하기도 했다.그러나 이러한 분류는 주관적일 수밖에 없고, 전체 트렌드를 이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CES와 최근 경향을 중심으로 AI기술이 지속적으로 지향하고 있는 세가지 키워드를 살펴보고자 한다.첫째, 더욱 확대되어 가는 ‘초거대 AI’이다. GPT를 위해 오픈AI가 사용한 매개변수는 무려 1750억개였다. 매개변수란 모델을 정의하는 값으로 생각할 수 있으며, 개수가 많아질수록 더 복잡하고 정교한 모델을 정의할 수 있으나, 여기에는 기하급수적인 계산량과 전력이 요구된다. LG는 한발 더 나아가 6000억개의 매개변수를 가진 모델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이런 초거대 모델은 막대한 하드웨어를 동원할 수 있는 대기업의 전유물이 되고 있고, 구글·네이버·카카오 등 굴지의 대기업들이 보다 큰 연산량을 소화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기 위해 뜨겁게경쟁하고 있다. 둘째는, 생성모델의 약진이다. 과거 일반적인 인공지능모델은 ‘판별모델’이었다. 데이터가 주어지면 그 데이터에서 최대한 정보를 추출하여 ‘판단’하는 것이 일반적인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와 반대로 생성모델은 소위 무에서 유를 창출하는 방식이다. 불규칙한 노이즈에서 목표로 설정한 의미있는 영상이나 정보를 생성해낸다. 컴퓨터로 그림도 그리고, 소설도 쓸 수 있는 것이다. 문장을쓰면, 그대로 그림을 그려주는 ‘스테이블 디퓨젼(Stable Diffusion)’, 질문에 답하는 챗GPT 등이 생성모델을 활용한 예이며 보다 상호작용적인 응용이 쏟아질 것이다.세번째는 설명가능한 모델이다. 의사결정에 인공지능이 더 활용되면서 특히 딥러닝의 블랙박스 성질은 문제가 되고 있다. 예컨대 딥러닝이 특정 주식이 크게 오른다고 예측한 경우, 왜 그렇게 예측했는가에 대한 아무런 정보가 없다면 단순히 인공지능의 결과만을 믿고 거금을 들여 선뜻 주식을 매수하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닐 것이다. 천문학적인 매개변수간의 복잡한관계를 통해 어떤 결과를 예측하는 딥러닝의 특성상 모든 결과는 블랙박스로 다가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때문에 결과와 함께 왜 그런 결과를 예측했는지에 대한 정보를 같이제공해주는 기술인 ‘설명가능한 AI’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흔히 어떤 특징변수의 어떤 값이 그러한 결론에 이르게 했는 지에 일종의 리버스엔지니어링까지 동원된다.앞으로도 AI의 여러 트렌드가 생겼다 사라지기를 반복하겠지만, AI 본연의 기능은 데이터에서 정보를 추출하고 이를 통해 사람의 의사결정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며, 그러한 맥락에서 전술한 세가지 키워드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주요한 과제로 연구될 것이다.이병욱 서울과학종합대학원 AI전략경영 주임교수

[EE칼럼] 에너지 고비용 구조와 분산에너지활성화 특별법

매서운 추위가 닥친 1월 난방비 부담이 폭증하면서 시민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가스공사는 부채비율이 500%이며 미수금이 9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작년말에 한전의 적자가 30조 원이 넘을 것이라는 뉴스도 우리를 무겁게 했다. 우리나라 에너지 산업이 어쩌다 이렇게 문제 투성이로 전락했는지 안타깝기 짝이 없다. 에너지에 대한 전반적인 대책을 다룰 수 있는 에너지기본계획법은 탄소중립·녹색성장법이 제정되면서 사라지고 온실가스 저감만이 유일한 목표인 상위근거법이 존재할 뿐이다. 전력, 가스를 포함하여 전반적인 미래 에너지전환 사회를 설계하고 논의할 장마저 사라진 것이다. 저탄소 사회로의 에너지전환은 관념적인 사고만으로는 진행되지 않는다. 특히 재생에너지 설치 확대 일변도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음을 제주도와 남해안에서 목도하고 있다. 탄소중립에서 가장 중요한 방법은 전기화이고 청정전기생산이다. 그러나 국내 최종에너지 소비에서 전기가 차지하는 비율은 50%에 불과하며 전기화의 효율은 35%에 불과하다. 결국 나머지 50%에 해당하는 열에너지를 청정전기로 전환해야만 궁극적인 탄소중립 달성이 가능하다. 국내 에너지전반의 문제를 분산형 구조로 바꾸기 위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 계류중인데 이에 대한 조속한 처리가 절실하다.우리나라 전력시장도 재생에너지가 대규모로 늘어나면서 여러 가지 계통상의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지난해 재생에너지 출력제어가 제주도에서만 103회 발생하였다. 근본적으로 간헐적이고 변동성이 높은 재생에너지가 계통에 부담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는 재생에너지를 처음 보급할 때부터 내재돼 있던 것으로 전문가들이 오래전부터 문제제기를 해온 바이다. 태양광과 풍력이 풍부한 남해안과 제주도 근방에 태양광과 풍력이 설치되어 왔고, 향후에도 주로 남쪽에 건설될 재생에너지는 수요지인 수도권과는 괴리되어 있어서 이미 전남은 전력자급률이 185%까지 늘어나 있지만 서울은 11%에 불과하다. 전력시장의 수급을 지역적으로 맞추기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남해안부터 수도권까지 송배전망을 연결하자면 설치비용도 천문학적이겠지만, 거쳐오는 지역들의 수용성을 확보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신규원전과 석탄발전이 들어올 강원도권도 망건설에 대한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데 계획했던 HVDC는 언제 들어올지 기약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또한 저가 인버터 때문에 재생에너지가 관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탈락한 사례도 3차례나 발생하여 인버터도 KS 기준에 맞도록 성능개선이나 교체를 해야 하는 실정이다. 재생에너지가 증가하고 지역적으로 편중된 원자력발전이나 석탄발전이 늘어나면서 계통과 관련된 문제는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수급균형의 어려움, 관성유지 어려움, 망건설 수요 급증, 배전망 운영 복잡화, 에너지 저장장치 확대, 예비력자원 확보와 보상 문제 등 과거의 전통적인 망운영으로는 도저히 지탱할 수 없는 한계적인 상황에 내몰리고 있어서 언제 광역정전이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제는 전력시장 운영에 대한 개념을 새롭게 정의해야할 때이다. 전력망을 운영하는 전력거래소는 기상상황에 따라 재생에너지의 예기치 못한 변동성을 대비하고 신뢰도를 제고하고 주파수 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양수, ESS 등의 예비력자원들을 쳐다보면서 피말리는 운영을 할 수밖에 없다. 지역적 덕커브(Duck curve)가 상이하고 지역적 피크수요가 유동적으로 변동하기 때문에 지역적 수급을 고려한 전력시장 인프라 투자와 시장운영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어려움을 덜기 위해서는 지역적 수요는 지역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라도 분산형 에너지 망을 구축하고 이에 대한 시장설계와 인프라 구축을 해야만 지금부터 닥쳐올 신에너지환경에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재생에너지 잠재량에 기반한 입지 선정과 재생에너지 수요처를 유치하고 매칭함으로써 RE100 달성을 용이하게 해야 한다. 대규모 전력소비처를 적극 재생에너지와의 PPA를 중심으로 설계함으로써 지역수급을 유도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요금제를 실시하여 전원 수급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지역적 발전도 동시에 꾀할 수 있어야 한다. 더 이상은 중앙집권화된 전력시장 설계와 운영으로는 우리나라의 저출산과 노령화가 도래하는 사회적 구조변화에 대응할 수가 없다.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을 조속히 제정하여 4차 산업혁명과 연계한 전력신산업 창출을 적극 유도함으로써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산업으로 육성해 나가야 할 것이다.조홍종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기자의 눈] 우려스러운 부동산 경매 열풍

"앞으로 경매 물건이 쏟아질 거라고 하던데, 경매 공부를 시작해볼까 합니다."부동산 시장 침체 속에서 부동산 경매 시장이 때아닌 관심을 받고 있다. 경매는 대표적인 재산 증식의 수단이지만 위험부담도 커서 일명 ‘경매박사’들만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투자 분야다. 하지만 지난 2~3년간 집값 폭등기를 겪으면서 전 국민이 ‘부동산박사’가 된 탓에 경매 투자에 대한 벽이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시장에는 경매 투자 기술을 알려주는 온·오프라인 경매 강의, 경매 스터디가 성행하고 있고 주식 투자 서적이 일색이던 대형서점 매대에서도 부동산 경매 서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 2021년만 해도 경매법원은 텅텅 빈 경우가 다반사였으나 지난해와 올해 경매법원 풍경은 사뭇 다르다. 지난해 12월 찾은 경매법원은 발 디딜 틈 없이 수요자들로 가득 찼을 뿐 아니라 여러 경매학원에서 수강생들을 데리고 단체로 경매 현장을 찾아 입찰서류를 써보는 등 실습을 진행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경매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데는 아이러니하게도 시장 불황 속에 경매로 나오는 물건이 늘어나서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국 부동산 강제경매개시결정’ 건수는 6200건으로 지난해 월별 기준 최초로 6000건을 넘어섰다. 금리 인상 여파로 집값이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집값이 보증금보다 저렴해지거나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강제로 경매로 넘어가는 경우가 늘어난 것이다.업계에서는 경매 시장은 보통 부동산 시장보다 6개월 정도 후행하기 때문에 올해 본격적으로 경매 물건이 쏟아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여파가 부동산 시장에 타격을 미치기 시작한 게 빅스텝을 단행한 지난해 7월부터였던 점을 감안했을 때 지난해보다는 올해 초 경매 물건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또 금리가 3%를 넘어선 지난해 10월 이후 부동산 시장 혼란이 심화됐기 때문에 올해 상반기보다는 하반기에 경매 물건이 더 늘어날 수 있다.부동산 경매가 효율적인 투자 수단임은 분명하다. 다만 자칫 시장 분위기에 휩쓸려 무리하게 투자에 뛰어드는 수요자들이 늘어날까 우려스럽다. 집값 하락이 영끌족, 빌라왕 등의 사태를 낳은 상황에서 경매 시장에서도 피해자를 양산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한 예방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싶다.

[이상호 칼럼] 확전 치닫는 우크라이나 전쟁

최근 미국과 독일 등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은 러시아와 전쟁에서 고전 중인 우크라이나에 서방의 최신예 주력 전차를 공급하는 결정을 했다. 러시아와 갈등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에 많이 고민했지만 결국 전쟁 장기화 가능성에도 러시아에 강력하게 대응하는 선택을 했다. 이 결정에는 미국과 독일 주도로 영국, 폴란드, 포르투갈, 스페인, 덴마크, 핀란드, 노르웨이, 프랑스 등 많은 나토 회원국이 동참했다. M-1 에이브럼스, 레오파드 2, 챌린저 2 전차 등 서방이 보유한 강력한 주력 전차 약 176대를 우크라이나에 양도할 예정이다. 이외 과거 공산권 국가지만 현재 나토 회원국인 폴란드 등이 보유하고 있는 구소련·러시아제 전차도 추가 제공할 예정이어서 우크라이나는 최종적으로 약 350대 이상의 전차를 신규 보유하게 된다. 이를 두고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주도권을 장악할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궁지에 몰린 러시아가 전쟁을 유럽 전역으로 확대하여 제3차 세계대전을 초래하는 잘못된 판단이란 주장이 충돌했다. 이 결정으로 우크라이나의 방어 능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대결에서 우위를 확보하거나 전쟁에서 승리하지는 못할 것이다. 아무리 대규모 고성능 전차 돌격으로 러시아군에 피해를 줘도 러시아군을 괴멸시키지는 못할 것이다. 오히려 제공권을 확보하지 못한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의 역공으로 막대한 피해를 볼 수 있다. 현대전의 승리는 무엇보다 전폭기, 공격헬기 등이 주도하는 제공권 확보가 중요하며 제공권이 없으면 아무리 강력한 수백 대의 전차부대도 단 한 번의 폭격으로 전멸하는 불상사가 발생한다. 우크라이나는 여전히 러시아에 지상 전력도 열세고 제공권도 확보하지 못했다. 반면 이런 서방의 결정이 러시아를 크게 압박하여 반발을 초래할 수 있다. 우선 우크라이나의 전력이 보강되어 전장이 고착화되면 전쟁의 장기화가 불가피하다. 이 경우 러시아의 피해가 크게 확대될 것이다. 우크라이나 동부를 확보한 러시아가 이들 지역을 포기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특히 러시아가 국가 전략 요충지로 생각하는 크림반도가 위협을 받으면 러시아는 전술핵 사용을 고려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는 서방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여 중장기적으로 러시아의 국력과 잠재력을 훼손하려는 의도를 잘 알고 있다. 서방이 이 기회에 러시아의 국력과 영향력을 확실히 소진한다면 앞으로 유럽에 대한 러시아의 위협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충분히 논리적인 판단이다. 안타깝지만 우크라이나 영토와 국민을 희생하여 유럽과 러시아 사이의 파멸적인 전쟁을 회피하고 유럽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은 비도덕적일 수 있지만, 충분히 가능한 선택이다. 이를 알고 있는 러시아는 전력이 더 손실되기 전에 발트 지역이나 폴란드 등 나토 회원국을 침공하여 서방에 전면전을 강요하는 선택을 할 수 있다. 이 경우 확전을 두려워하는 서방과 타협을 통해 러시아가 유리한 환경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고 유럽을 길들이는 좋은 선택이라는 판단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러시아는 1천만 명 전사(戰死)라는 엄청난 인명 피해를 초래했던 제2차 세계대전 방식의 국가 총력전을 개시하여 서방에 막대한 희생을 강요할 것이다. 핵무기 사용도 적극 고려하여 전쟁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운영할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제3차 세계대전을 선택하는 게 궁극적으로 더 유리하다고 오판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크게 보면 서방 자유민주주의와 러시아, 중국, 이란, 북한 등 권위주의 독재 세력과의 대결이다. 서방이 우크라이나를 돕고 중국, 이란, 북한이 러시아를 군사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러시아, 중국 등 이들 국가는 이미 느슨한 동맹을 구축했고 천연자원,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영토 분쟁 등의 도구를 공유하며 서로 협력하고 있다. 반민주주의 세력은 동북아시아, 중동 등 전 세계에서 전방위적으로 세력을 확대하고 있고 서방도 이에 대응하는 각종 대응 체계를 만들고 있다. 인도와 태평양 지역 국가를 묶은 쿼드(QUAD), 영국과 오세아니아, 미국 등 유럽과 아시아·태평양 전역을 커버하는 오커스(AUKUS) 등이 그 사례이다. 서방은 이들 반민주주의 세력이 경제적·군사적으로 더 강해지는 것을 막아야 국제사회 평화 유지가 가능하다고 판단한다.이미 제3차 세계대전이 시작되었는지 모른다. 사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우크라이나나 유럽만의 문제가 아니다. 6.25 한국전쟁이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서방이 공산주의 확산을 저지하기 위한 공동 노력의 상징이었듯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도 상징적 사건이다. 이번 서방의 전차 공급 결정은 러시아가 전쟁을 제3차 세계대전으로 확대할 만큼 자극하지는 않되 러시아의 잠재력에 최대한 타격을 주어 중장기적으로 반민주주의 세력의 규합과 확산을 억제하려는 조심스러운 시도로 볼 수 있다. 적어도 가장 큰 무력을 가진 러시아가 반민주주의 세력 진영의 주도 국가가 되는 것은 막을 수 있을 것이며 이 세력의 빠른 확산을 견제할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이상호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 전공 교수

[EE칼럼] 급증하는 데이타센터, 전력계통영향평가제 도입을

지난해 10월 카카오 데이터센터에 화재가 발행하여 서버작동에 필요한 전원 공급이 끊겨 SNS, 금융, 교통 등 관련 서비스 앱에서 일제히 오류가 발생하는 바람에 전 국민이 혼란에 빠졌다. 정부는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 재발 방지 대책으로 부가통신사업자도 데이터를 이중화하도록 추진해 데이터 보호조치 의무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데이터 이중화는 같은 기능을 가진 시스템을 두 개 이상 준비해 만약의 사태에도 운용이 중단되지 않도록 하는 제도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데이터 센터는 인터넷과 연결된 데이터를 모아두는 시설을 말하는데 통신 기기인 라우터와 수많은 서버, 그리고 안정적 전원 공급을 위한 UPS 등으로 구성된다. 오늘날 고화질 사진과 동영상·게임 등의 사용량과 시간이 증가하면서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데이터가 점점 많아져 데이터센터의 수요가 증대되고 있다. 2000년 이전 50여개에 불과했던 국내 데이터센터는 꾸준히 증가해 2020년 기준 156개이고, 2024년까지 19개 이상 신축이 예정되어 있다.데이터센터는 1년 365일 24시간 서버와 스토리지를 가동한다. 내부 온도와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력사용량이 클 수밖에 없다. 데이터센터 1곳의 평균 연간 전력사용량은 25GWh로, 4인 가구 6000세대 사용량과 맞먹는다.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1곳 당 전력사용량은 평균 300MW로 원전 1기 발전설비의 1/3에 해당한다. 이로 인하여 데이터센터는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고 있다. 2022년 9월 기준 전국에 구축된 데이터센터 중 60%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안양시의 경우 축구장 12배 크기의 데이터센터가 설치돼 있는데, 추가로 4곳의 데이터센터를 건설 중이다. 오는 2029년까지 신설 계획인 데이터센터 637곳 가운데 86.3%에 해당하는 550곳이 서울·경기·인천에 들어설 예정이다. 정부에 데이터센터 건설 계획을 아직 통보하지 않는 ‘숨은 수요’까지 감안하면 그 수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데이터센터 등 대규모 전력수요시설의 수도권 추가 입지 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전력 수급 불균형 심화 우려되고 있다. 전력 수요 및 발전설비의 지역 불균형으로 안정적 전력 수급을 위한 전력망 보강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이에 정부는 데이터센터를 지방으로 이전하거나 지방에 신설하는 기업에 최대 1000억 원의 투자 보조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 시설부담금 할인, 예비전력 요금 면제 등 인센티브도 제공 예정이다. 이와 같이 정부는 데이터센터 지역 분산을 권고하고 있지만 수도권을 선호하는 민간 기업의 입지 선정에 개입할 방도가 없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전력계통영향평가 제도의 구축을 고려할 수 있다.영향 평가는 개발을 허가 하는 경우 당해 개발로 인하여 환경에 미치는 영향, 교통의 소통 및 교통편의에 미치는 영향, 재해위험 요인을 사전에 예측·분석하여 사전에 보전방안을 마련하도록 하여 환경보호, 교통의 원활한 소통과 교통편의, 재해로부터 국민의 생명, 신체 및 재산을 보호하는 제도이다. 현행 법률에 의한 영향평가로 환경영향평가, 교통영향평가, 사전재해영향성검토가 있고, 현행법상 3대 영향평가로 불린다. 전력계통영향평가는 권역별 전력수급 균형을 이루는 전력망 구축 방안을 검토하고, 특정 지역에 편중된 전력망 수요의 분산을 촉진하여 데이터센터 등과 같은 에너지 다소비 건물이 신축되더라도 전력계통의 안정성 확보하기 위한 제도이다. 대규모 전력수요처 사업에 대해 사전에 영향평가를 수행하고, 정부 내 심의위원회에서 심의를 하고, 에너지다소비 건물 개발자는 심의 결과에 따른 조치 사항을 이행하도록 하여야 한다. 만약 개발자가 이를 이행하지 않고, 그로 인하여 전력계통에 중대한 영향이 미칠 것으로 판단될 때는 공사를 중지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이와 같이 전력영향평가는 사업자에 대한 규제적 측면이 있기 때문에 법적근거가 필요하다. 향후 분산에너지활성화특별법 제정 시 전력계통영향평가 제도를 법률안에 담아야 하는 이유이다.향후 전력계통 영향평가 제도의 도입을 통하여 전력수요가 급속하게 증대하고 있는 지역에 집중되는 전력수요를 다른 지역으로 분산하여 배전망에 대한 과도한 부담을 완화하고, 도시에 입지할 수밖에 없는 대규모 전력수요시설에 대하여 자가발전을 통하여 일정규모의 분산형 전원을 구축하게 함으로써 전력계통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이동일 법무법인에너지 대표변호사

[데스크 칼럼] 계묘년 부동산 시장에서 희망하는 것은 좋은 가격

"적게 버는 것도 아닌데 이런 저런 비용 제하고 나면 매월 마이너스 되는 달도 많습니다." 서울 강남에 거주하고 있는 40대 맞벌이 생활자 A씨의 자조스런 말이다. 그를 가장 우울하게 만드는 건 매월 급등하고 있는 전세자금대출 이자다. 그는 전세대출이 7억원에 매월 추가로 월세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A씨는 청약통장에 2000만원을 넣어놓고 올해에도 분양을 노려볼 예정이다. 어차피 월급받아도 대출로 다나가는 마당인데 집 한채 없는 것이 더 참담하다면서, 올해는 어떻게든 전세를 최대한 갚고 다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해서 수도권 똘똘한 한 채 아파트에 도전해 볼 계획이다. 그는 특히 강남권의 집값이 더 조정되길 원하고 있다.성남에 사는 70대 B씨는 올해 11월 서울 개포동 한 재건축 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있다. 30억원을 호가하는 대형 평수에 입주하는 B씨는 말 그대로 하우스푸어다. 젊은 시절 사업으로 종잣돈을 마련해 개포동에 아파트를 마련했지만 이제는 은퇴자이기 때문에 취득세, 보유세, 매도시 양도소득세를 우려하고 있다. 그는 자식들에게도 말했다. 이 아파트는 자신의 노후라고. 욕심내지 말라고 했다. B씨는 지난 3일 정부가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및 용산구를 제외하고 해제한 규제지역에 강남구도 포함시켜주길 고대하고 있다. 그는 아파트를 최대한 높은 가격에 팔아 그 돈으로 수도권 인근 빌라로 이사가 임대사업을 하고 싶어한다.계묘년 새해에도 부동산 시장 내 매도자와 매수자가 간 줄다리기는 계속되고 있다. 서로 희망하는 것은 ‘합리적인 가격’(reasonable price)이다. 하지만 한쪽은 가격이 더 떨어지길 바래고 있고, 다른 한쪽은 또 한번의 부동산시장 호황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이 올해 가장 원하는 건 규제해제뿐만이 아니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완화 등 대출의 빗장이 풀리고 무엇보다 통화 당국의 기준금리 인하를 염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장금리가 꺾이면서 작년 말 고점을 찍었고 기준금리는 조금더 올라갈 수 있겠지만 거의 막바지에 다다랐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주택담보대출 이자까지 하락 반전돼 지금이 부동산시장 바닥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이를 반증하듯 지난 23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주에 비해 0.31% 하락했다. 지난해 5월 마지막주부터 35주 연속 하락세가 지속됐지만 낙폭은 지난해 말(-0.74%) 이후 4주 연속 둔화된 것이다.하지만 올해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어두운 터널을 지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22년 12월 기준 미분양이 2018년 수준인 약 6만가구에 달하는 등 분양시장도 붕괴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미분양 주택 위험선으로 판단하는 6만2000가구에 가까운 수치이다. 특히 2023년 미분양은 8만2000가구로 전망되고 있다.물론 정부는 올해도 부동산 경기의 연착륙을 위한 더욱 적극적인 행보에 나설 전망이다. 반전의 열쇠는 금리 인하다. 역사적으로 금리 인하 후에 미분양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2009년, 2013~16년, 2019년에 금리 인하가 나타났고, 미분양이 감소했다. 결국 정부의 1·3 대책은 미분양 감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무주택도, 1주택도, 다주택자도 규제지역을 제외한 곳에서 청약하라는 의미다. 이로인해 이번 정책이 올해 청약시장 바로미터가 될 ‘둔촌 주공아파트’ 구하기라는 지적도 많았다.문제는 이러한 규제완화에 더 높은 가격을 희망하는 매도자는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고, 매수자는 여전히 가격 하락을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매수자 매도자 둘 다 고금리에 고통받고 있다. 결국 해답은 시장의 원리 회복에 있다. 이전 정부는 총 26번의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며 급등하는 집값을 잡으려 했지만 실패했다. 마찬가지로 또 인위적인 손으로 시장에 개입한다면 집값 왜곡, 거래절벽, 미분양, 고금리 기조 등을 해결하지 못할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를 반면 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기자의 눈] 테슬라 전기차와 ‘왕관의 무게’

테슬라가 또 도마 위에 올랐다. 재고가 쌓였다는 이유로 차량 가격을 한순간 수천만원씩 인하한 탓이다. 기존 구매자들은 분노했다. 코로나19 시기 수차례 예고 없이 판매가를 올려온 터라 파장이 더 크다. ‘고무줄 가격’ 정책은 자동차 제작사가 고객 신뢰를 잃는 지름길이다.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의 기행은 이미 도를 넘어선지 오래다. 트위터 인수 이후 특히 심해졌다. 주식을 처분하지 않겠다는 말로 여러 차례 시장을 교란한 것은 애교 수준이다. 그의 거짓말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머스크는 테슬라를 경영한 이후 약속을 한 차례도 지킨 적이 없다. 차량 출시나 신기술 도입에 대한 일정, 제원 등 모든 분야에서 그랬다. 테슬라가 전기차 시장 리더라는 점은 부인하기 힘들다.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이후 자동차 산업의 최대 화두는 ‘테슬라 따라잡기’였다. 수십차례 파산 위기를 넘겨온 일개 스타트업이 100년 넘게 자리를 잡은 산업의 비전을 완전히 바꾸는 데 일조했다. 모델 3, 모델 Y 등 차량 상품성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렇다고 테슬라가 전기차 ‘왕좌’를 차지한 것은 아니다. 시장 자체가 태동기 수준인데다 기존 완성차 업체의 추격이 워낙 거세다. 무엇보다 테슬라는 왕관을 쓸 자격 자체가 없다. 두 가지 핵심 알맹이가 빠졌기 때문이다. 자동차 회사가 최우선 가치로 여겨야 하는 ‘안전’과 소비재 기업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해야 하는 ‘소통’이다. 테슬라는 초창기부터 꾸준히 안전 논란에 휩싸여왔다. 화재가 난 자동차 문이 열리지 않거나 자율주행 보조시스템 완성도가 떨어지는 등 종류도 다양하다. 테슬라의 운전자 보조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인 것은 맞다. 다만 전문가들은 기존 완성차 업체들은 안전에 대한 경각심 탓에 선뜻 적용하지 못하는 기술을 테슬라가 선제적으로 적용한 영향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오토파일럿 관련 사망사고가 유난히 많이 발생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B2C 기업이 고객 목소리를 듣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고무줄 가격 정책’이나 화재 사고 등 각종 이슈에 대한 소통이 부족했다. 왕관을 쓰려는 자는 그 무게를 견뎌야 하는 법이다. 꿈과 희망만으로 테슬라 차량과 주식을 사던 시대는 저물어가고 있다. 테슬라가 세상을 바꾼 혁신 기업으로 기억되려면 보다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yes@ekn.kr2022122801001449200063001 산업부 여헌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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