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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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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관전 포인트는 신규원전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9.04 09:06

노동석 에너지정보문화재단 원전소통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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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석 에너지정보문화재단 원전소통지원센터장

정부는 지난 7월 전력정책심의회를 열어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추진방향’을 논의하며 제11차 전기본 수립에 착수했다. 전기본이 2년 주기로 수립되는 점을 고려하면 6개월 정도 앞당긴 셈이다. 조기착수 배경으로 정부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첨단산업 신규투자 확대, 데이터센터 증설, 산업과 생활의 전기화 확산, 4월 발표된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의 발전부문 온실가스 배출량 목표 강화 등 급격한 전력 수급여건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전기본에 신규원전 반영 등 윤석열정부의 에너지정책 의지를 반영하기 위한 것으로도 알려진다.

필자는 지난해 초 에너지경제신문에 기고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관전 체크 리스트’ 칼럼에서 전기본의 관심 포인트로 실무소위 위원들의 성향, 수요예측 결과, 재생에너지 발전비중, 송전망 건설계획, 탈원전 폐기 후 원자력의 반영 정도,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계통안정성 확보 방안과 비용 등을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10차 전기본 수립 결과는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위원들은 친재생에너지 인사들로 채워졌고, 전력수요는 거의 늘어나지 않는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당초 반영키로 했던 산업·수송·건물 등 각 분야의 전기화와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데이터센터 수요 등은 추정치의 일부만 반영돼 ‘2030년 온실가스 배출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겠다는 국가온실가스감축(NDC) 목표 이행에 대한 의지를 의심하게 했다. 변화가 전혀 없지는 않았다. 원자력 비중이 확대됐고 재생에너지 목표 비중 달성 시기는 미뤄졌다. 원자력은 신한울 3·4호기 공사 재개와 11기 원전의 계속운전이 반영됐다. 이를 통해 2036년 원전 발전비중이 34.6%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재생에너지는 NDC 상향 안에 비해 축소돼 2036년에야 비중을 30%까지 늘리는 것으로 조정됐다. 정부로서는 정책변화에 부응하기 위한 고심의 결과라고 후한 평가를 기대했겠지만 친 원전계의 ‘신규원전 언급 없음’ 과 친 재생에너지계의 ‘재생에너지 축소’라는 양측 모두의 비판에 직면했다.

그렇다면 11차 전기본은 10차와 어떻게 달라질까. 우선 소위 위원이 대폭 바뀐 것 부터가 가장 큰 변화다. 젊고 참신한 전문가들로 대거 교체됐다. 새 위원들의 성향 파악은 어렵지만 대폭 교체 그 자체로 이전과는 사뭇 다른 전기본이 수립될 것이라는 짐작이 가능하다. 정부가 내세운 11차 전기본 수립의 조기착수 이유로 전력수요 급증을 꼽은 만큼 전력수요 예측치가 얼마나 늘어날 지도 관심사다. 전력수요 예측은 10차 전기본 때와 마찬가지로 기존 예측모형을 적용하고 ‘전력화’ 수요는 다른 기관에서 다른 방법으로 추정한 후 합산하는 방식이다. 주목할 점은 전력화 수요를 어느 정도로 보는 가다.

무엇보다 11차 전기본의 최대 관심사는 신규원전의 규모다. 신한울 4호기가 2033년에 준공되기 때문에 반영 대상기간은 5년(2034∼2038년)에 불과하다. 물론 신규원전 수를 비롯한 전체 원전용량과 재생에너지 용량, 그리고 각 전원의 발전구성비 등은 당연히 수요예측 결과에 달려 있다. 예를 들어 10차의 전력수요 증가율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신규원전이 건설되지 않아도 2038년의 원전 발전비중은 34% 수준이 된다. 하지만 전력수요가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신규원전이 반영되지 않는다면 원전 발전비중은 20% 대로 추락하게 된다.

11차 전기본에 신규 원전이 반영되더라고 과제는 여전히 남는다. 최근 일부 지자체에서 신규원전 유치 움직임이 있기는 하지만 반대여론이 여전하고, 공사기간도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이다. 원전건설 기간은 예전의 2배로 늘어 실제 공사 기간만 10여년이 소요된다. 부지 등 사전준비 기간을 포함하면 적어도 15년 정도가 될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진단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신규 원전의 기간 내 준공 가능성도 그리 높지 않다. 원전 준공 후에도 송전망과 양수, BESS 등 에너지저장장치의 대량 확보가 없다면 원활한 가동은 불가능하다. 최근 양수발전 유치 희망지역이 늘어나고 있지만 전력 유통의 전제인 송전망 확충은 앞이 보이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11차 전기본의 관전 포인트는 10차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10차 전기본이 전 정부의 영향이 상당히 남아 있다는 평가이고 현 정부 에너지정책이 반영되는 전기본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시각도 있다. 어떤 그림이 그려질 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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