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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에너지 슈퍼스테이션과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올 겨울 급등한 난방비에 대한 불만의 불똥이 애 먼 국내 정유산업으로 옮겨 붙는 형국이다. 난방비와 직접적인 상관이 없는 데도 작년 대외적 요인에 의한 호실적에 서민 가계 난방비 경감을 위한 재원을 부담하라는 정치권의 압력이 거세다. 물론 사회적 고통 분담 차원에서 이익을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주장은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유권자에게 소구력이 있다. 하지만 국내 정유산업이 처한 중장기적 현실을 고려할 때, 오히려 산업의 체질 개선이나 구조조정이 더 시급한 용처가 아닐까 싶다. 특히 소매를 담당하는 주유소 상황을 보면 더욱 그렇다. 모두가 공감하듯 가까운 장래에 내연기관차가 전기·수소차로 전환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이는 휘발유, 경유 등이 전기·수소로의 대체도 병행, 기존 주유소의 상당한 영업 손실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2040년까지 수송에너지 전환으로 주유소 1개소당 평균적으로 30% 이상 영업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현재도 사업을 지탱할 수 있는 임계수준임을 고려하면 주유소 사업의 급격한 위축으로 2019년 1만1509개인 주유소의 74% 정도인 8529개가 향후 20년 이내에 퇴출당할 것으로 전망됐다. 2050년까지 주유소의 존속은 담보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다. 그럼 주유소의 몰락을 그저 지켜만 봐야 할까? 그러기에는 알토란 같은 주유소 터, 특히 도심지 내 차량의 접근성이 우수한 목 좋은 부지가 너무도 아깝다. 어차피 차량을 대상으로 수송용 에너지 공급사업을 한다는 점에서 해당 부지는 전기·수소차 충전소 용지로 전용될 수 있다. 더욱이 전기·수소차 충전소는 필요한 전기·수소를 외부가 아니라 부지 내에서도 일부 자체 생산이 가능하다. 가령 주유소를 수소충전소로 전용하고, 도시가스 배관망에 연결된 수소추출기와 천연가스를 공유 가능한 연료전지를 부지 내에 설치, 생산된 전기로 전기차를 충전하면 부가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다른 연료전지, 태양광발전, 수요반응 자원 등과 함께 분산형 전원으로 지역 내 통합 가상발전소(VPP)를 통해 전력시장이나 지역 직거래 소비자에게도 공급할 수 있다. 이처럼 연료전지·태양광발전·전기차충전·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이 통합 설치된 주유소가 바로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이다.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을 분산형 전원으로 활용하면 국가 전력망 계통의 전력 부담을 크게 낮출 수 있고, 수도권 및 대도시의 경우 주유소 부지 활용으로 자연경관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다. 정부도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을 분산에너지의 중요한 축으로 인식, 적극적인 구축 지원을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작년 2월과 9월에는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금천구와 양천구에 300kW급 연료전지 발전설비를 갖춘 에너지슈퍼스테이션이 개소하였다. 하지만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이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위해서는 해결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우선 규제 해소가 급선무다. 현행법상 주유소 부지 내 전기차 충전기 이격거리 규제 완화나 허용 가능한 시설물에 연료전지 등을 포함하는 등 위험물안전관리법 등 관련 법령 개정이 시급하다. 궁극적으로는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의 수익성을 담보해주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슈퍼스테이션이 유류판매를 넘어 자체 발전한 전기판매가 수익원이지만, 현행법률상으로는 실현 자체가 불가능하다. 개소된 2개 에너지 슈퍼스테이션도 법령 미비로 생산한 전기를 그저 한전에 공급, 상계처리 용도로만 활용하고 있다. 그나마 지난해 말 발의, 국회에 계류 중인 분산에너지 활성화특별법을 통해 이 같은 제도적 한계를 일부나마 극복할 수 있다. 특히 2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안에는 ‘분산에너지 특구’라는 단서 조항이 있지만, 분산에너지사업자인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이 전기차를 포함, 직접 전기사용자에게 전기 판매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더불어 분산에너지의 사회적ㆍ경제적 편익을 인정, 에너지 슈퍼스테이션도 일정 정도 정부로부터 보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길도 열어두었다.하지만 기획재정부 등 일부 부처에서 이들 법안에 난색을 표명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장기적 안목에서 전향적으로 수용할 것을 주문한다.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E칼럼] 에너지문제, 더 이상 임시방편으론 안된다

얼마 전까지 한전 적자문제로 시끄럽더니 이번에는 난방비 문제로 옮겨 붙었다. 원인은 둘 다 비슷하다.국제 에너지가격의 급등과 경직된 우리의 요금규제방식에서 비롯됐다. 2021년까지만 해도 kWh당 100원 근처이던 도매전력가격이 2022년 들어 200원으로 오르더니 작년 12월에는 270원까지 폭등했다. 도매가격의 90% 이상을 결정하는 천연가스 가격 급등이 가장 큰 원인이다. 대부분 가스에 의존하는 난방비 문제도 마찬가지다. 에너지가격이 오르다 보니 여기저기 시비가 일어난다. 그러나 이미 봐왔던 것처럼 국민들의 정서를 달래는 쪽으로 대응하고 있다. 얽혀있는 고리를 풀고 바로잡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때다. 에너지문제를 바라보는 정책결정자 소위, 정치권과 정부의 시각과 해법은 오랫동안 별로 변한 것이 없다. 언론이나 정치권에서 문제를 제기하면 정부는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에 급급하다. 사실 모두가 원인과 해법을 알고 있지만 실행하는 사람은 없다. 진단과 처방이 다른 이중적인 행태가 되풀이되고 있다. 임시방편식 대응과 효과가 불확실한 구먹구구식 지원책이 반복되고 있다. 세금으로 막든, 빚을 내서 막든,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이러는 사이 공기업의 적자는 눈덩이로 불어나고 있다. 국내에서 에너지분야는 다양한 이슈가 표출되고 있으며, 당장 국가적 의사결정과 해법을 제시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다. 온실가스 감축, 환경오염 저감, 안정적 공급력 확보, 전력품질 유지, 공급비용 최소화, 에너지산업 육성 등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다. 그럼에도 정파나 이해관계에 따라 한쪽으로 기울어진 부정확한 정보와 왜곡된 주장의 영향을 받고 있다. 사실 일반 국민은 에너지 수급의 메커니즘이나 에너지원별 공급비용을 세세히 알기는 어렵다. 그저 언론이나 SNS를 통해 보고 들으며 동조하기 십상이다. 탈원전도 재생에너지도 전기요금도 난방비도 많은 부문이 그런 범주에 속하는 것들이다. 전원의 경제성 문제만 보더라도 미래의 비용을 판단하는 문제인데 과거의 잣대로 평가한다. 요금 문제도 재화의 수급과 가격신호를 제쳐둔 채 에너지비용이나 보편적 공급이라는 부수적인 관점에서만 보고있다. 우리나라에는 주관부처, 에너지 공기업, 국책연구기관, 대학, 단체, 산업체 등에 에너지를 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수없이 많다. 수십 년 동안 실력을 쌓아온 전문가도 적지 않다. 근래 들어 에너지에 대한 논쟁은 많으나 심도 있는 보고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또 진영이나 이해관계에서 벋어난 목소리도 잘 들리지 않는다. 작은 목소리 마저 행정력과 이런저런 규제권력에 막혀 제대로 된 역할을 못한다. 이제라도 중립성과 투명성이 확보된 기구를 통해 정파나 이익집단에 휘둘리지 않는 전문가 중심의 독립적 거버넌스 체계가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 세상은 혼자만의 힘으로 살 수 없다. 에너지문제도 마찬가지다. 환경과 기술, 시민의식의 변화로 인해 에너지 이용과 공급방식에 대한 선호와 선택이 변하고 있다. 또 국가마다 처한 환경과 과거의 유산도 크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과거 화석연료에만 의존하던 시대에는 부존자원에 따라 국가의 기술선택이 달라졌다. 과거 자원이 풍부한 캐나다·노르웨이는 수력, 영국은 가스, 미국과 중국은 석탄을 각각 최대 에너지원으로 활용했다. 부존자원이 거의 없는 일본과 한국은 에너지원간 균형 즉, 적정 전원믹스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재생에너지 확산이 밀어닥치면서 국가들의 선택도 변해가고 있다. 에너지산업에도 ‘시대정신’이 투영되면서 친환경과 에너지절약이라는 새로운 물결이 밀려오고 있다. 우리는 지난 수십년간 에너지문제 대응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미 1980년대부터 전력수급계획을 만들어 왔고, 2000년대 이후에는 국가에너지계획을 통해 미래를 전망하고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그러나 계획의 그늘에서 시스템은 망가지고 작동을 멈추었다. 수급계획은 전시용으로 전락했고 가격신호는 고장난 지 오래다. 포퓰리즘인지, 정략적 의도인지 엉뚱하게도 전기요금을 틀어쥐고 흔드는 통에 가격신호는 먹통이 되었다. 말할 것도 없이 에너지가 줄줄 새고 있다. 말로는 에너지절감을 외치지만 스위치만 누르면 되는 값싼 전기가 있는데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동안 ‘제대로 된 에너지규제기구가 필요하다’, ‘요금조정메커니즘이 필요하다’, ‘전력시장을 개선해야 한다’,‘전력산업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목이 아프게 소리쳤지만 메아리조차 없다. 이제라도 정상화를 향해 나가야 한다. 에너지문제는 편법과 미봉책, 묘책과 임기응변으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라는 말이 있다. 에너지 전력산업은 이미 오랫동안 가랑비뿐만 아니라 소나기를 맞고 있는 형국이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제라도 제대로 바로잡아야 할 때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인프라와 인력, 그리고 노하우를 활용하여 에너지산업의 정상화를 위해 나가야 한다. 더 이상 임시방편으로 일관하며 헛되게 시간을 낭비할 때가 아니다.이창호 가천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과 교수

[이슈&인사이트] 국내 마이너 완성차 업체의 위기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국내시장 신차판매 점유율이 88%를 넘는 호실적을 거뒀다. 더 이상 높이기 어려운 역대급 실적이다. KG그룹 품에 안긴 쌍용차(KG모빌리티)도 신차 토레스의 인기에 힘입어 연간 판매 5만대를 넘어 국내시장 3위에 안착했다. 르노코리아가 5만 여대로 4위, 한국GM은 3만 여대로 꼴찌다.한국GM은 연간 전체 판매량이 현대차의 인기모델인 그랜저(6만 여대) 한 모델의 절반수준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이다. 현대차와 기아차를 제외한 이른바 국내시장 ‘마이너 3사’의 경우 존재감과 미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쌍용차는 새 주인을 찾았지만 아직은 ‘부활’보다는 ‘생명연장’쪽에 가깝다. 토레스 가솔린모델의 판매호조는 가성비보다는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전반적인 수급난에 따른 반사효과 영향이 크다. 물론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도 한 몫 했다. 그렇더라도 결과적으로 선전했다. 쌍용차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전기차 등 미래 자동차에 대한 기술확보와 역량 강화를 기반으로 독자적인 라인업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LPG 겸용의 바이퓨얼 모델 출시는 그 좋은 대안이다. KG그룹도 평택공장 부지의 활용방안 마련 등을 통해 쌍용차의 미래기술 개발 등 자생력 확보를 위한 ‘실탄’을 공급하는 데 힘써야 한다. KG모빌리티로의 사명 변경을 미래 자동차 기업으로의 도약 계기로 삼아야 한다. 로노코리아도 미래가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할 신차 없이 여전히 QM6 등 LPG 모델에만 의존하는 상황이다. 한때 QM3는 6개월 이상을 기다릴 정도로 흥행몰이하기도 했다. 이렇듯 르노코리아도 국내에서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모델 개발에 대한 실력을 갖춘데다 한국GM에 비해 운신의 폭이 커 충분한 성장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국내 완성차업체에서 가장 불확실성이 큰 곳이 한국GM이다. 경차인 스파크 단종과 부평2공장 생산중단으로 이렇다 할 자체 신차가 없어 판매실적이 바닥을 기는 데다 노조리스크까지 겹치면서다. 효율성을 제1의 가치로 삼는 본사에서 사업 철수 가능성 마저 제기된다. 국내에 비해 GM본사는 글로벌 시장에서 입증된 자동차 라인업을 잘 갖추고 있는 만큼 OEM수입차로 다양하게 무장하는 것은 물론 국내의 우수한 인력을 활용해 전기차 생산 등의 거점으로 키우는 것으로 돌파구를 찾을 필요가 있다. GM의 대표적인 전기차 모델인 ‘시보레 볼트’가 한국GM에서 전적으로 개발하고 모든 특허와 시설을 미국으로 옮겨,현지 제작해 국내로 수입하여 판매하는 잘못된 사례가 더 이상 재현돼서는 안된다. 한국GM은 미국 본사의 입장에서 주관적으로 판단하고 설득할 수 있는 명분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GM이 사는 길은 미국 본사에 휘둘리지 않을 정도의 독자적인 능력을 갖추는 일 밖에 없다. 그것은 바로 우수한 인력을 활용한 기술개발과 역량강화다. 르노코리아의 독자적인 역량 강화 전략을 참고할 만하다. GM은 최근 한국GM의 회사 이름을 ‘GM 한국사업장’으로 바꾸고 미국 현지에서의 다양한 신차를 국내 시장에 도입한다고 발표해 주목 받고 있다. 이른바 미국산이라는 ‘아메리칸 스타일’을 앞세워 국내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국내외적으로 사상 최대의 실적행진을 하는 현대차·기아에 비해 국내 완성차업계 마이너 3사 에게는 녹록지 않은 난관과 과제가 놓여 있다. 이 가운데 외국계인 르노코리아와 한국GM은 본사측의 ‘철수’라는 초강수가 대기 중이다. 저조한 실적이 이어지고 노조리스크까지 지속된다면 본사에서 철수 카드를 뽑아들 수도 있다.글로벌 자동차업계에서는 ‘한국에서 통해야 외국에서도 통한다’는 말이 공공연하다. 그만큼 국내 자동차시장은 한편으로 기회의 땅이기도 하다. 국내 마이너 3사는 이 기회의 땅에서 기회를 잘 잡아야 한다. 올해가 골든 타임이다.김필수 김필수자동차연구소 소장/대림대학교 교수

[이슈&인사이트] 인공지능의 가치판단 허용되나

작년 말 오픈AI에서 공개한 챗(Chat)GPT-3.5가 사회 전체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기존 챗봇보다 훨씬 인간과 유사하게 대화한다는 평가를 받는데다 다음 모델인 GPT-4는 인공지능 최초로 튜링 테스트를 통과했다는 소문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이런 챗GPT-3.5는 GPT(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라는 용어 자체에서 알 수 있듯이 데이터를 사전 학습해 출력값을 내는 생성 AI로, 대화의 맥락을 이해해 답변을 한다. 챗GPT 공개 후 많은 질문과 답변이 공유됐는데, 필자 역시 챗GPT에 오랫동안 논쟁이 됐던 일명 ‘트롤리 딜레마(Trolley Dilemma)’에 대해 질문해봤다. 대화의 맥락을 파악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라면 향후 특정 부문만이 아니라 범용으로 이용되고, 가치판단을 포함한 의사결정에도 이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추가적인 데이터 학습을 통해 더욱 발전할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 챗GPT의 답변도 놀랍다. 최초 질문은 "열차가 지나가는 철로에 5명의 사람들이 묶여 있고, 철로를 변경할 수 있는 스위치를 작동시키면 열차가 다른 선로로 움직여서 5명을 구할 수 있지만, 다른 철로에 있는 1명의 사람이 다치는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였다. 챗GPT는 이러한 결정을 할 책임자가 필요하고, 5명과 다른 철로의 1명을 구할 기회가 얼마나 있는지, 이런 상황을 피할 다른 방법이 있는지를 고려할 추가 판단 근거들을 요구했다.이번에는 보다 명확한 답변을 얻기 위해 질문을 더 구체적이고 폐쇄적으로 구성했다. 열차가 그대로 지나가면 5명은 죽고, 스위치를 작동시키면 다른 철로의 1명도 죽는데 스위치를 작동시키는 선택만 할 수 있다고 질문을 바꿨다. 챗GPT는 "이 경우에는 최소한의 상해를 입히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5명의 사람들을 살리는 것이 우선적"이라고 답했다. 인공지능인 챗GPT도 트롤리 딜레마에 대해 스스로 결론을 내린 것이다. 이 답변에는 가치판단이 포함되고, 윤리와 법체계에 비춰 보면 생각할 여지가 많다. 기존에 움직이는 열차의 선로에 있는 사람 5명과 다른 철로에 있는 1명을 비교해 최소한의 상해를 입히는 것이 좋다는 공리주의적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5명의 사람들을 살리는 것이 우선하므로 다른 철로에 있는 1명을 희생시키는 결정을 해야 한다는 것인데 5명과 1명을 비교해 5명의 생명의 가치가 높다고 본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다른 선로의 1명을 아기로 바꿔 질문했더니 개인의 의견에 따라 가장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한다고 답변을 변경해 아기에 대한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을 고려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열차가 진행하는 선로에 있는 5명을 희생시킨다면 아무런 행위를 하지 않는 단순한 부작위인 반면, 5명을 구하고 1명을 희생시키려면 스위치를 작동시키는 행위인 작위를 해야 한다. 법적으로 사람을 살리지 않는 부작위보다 적극적으로 사람을 죽이는 작위에 대한 비난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이런 판단이 법적으로도 정당화될 수 있을지 고민이 된다.챗GPT가 이런 답변을 하는 이유는 기존 데이터를 학습해서 사람들과 유사하게 답변하기 때문이다. 사실 여러 연구결과에 따르면 트롤리 딜레마를 접한 사람들 상당수가 5명을 살리기 위해 스위치를 작동시키는 결정을 했다. 문제는 앞으로 인공지능이 인간 대신 그런 가치판단을 포함한 자동화된 의사결정을 하게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여러 명의 보행자를 살리기 위해 차량에 탑승한 1명을 희생시키는 판단을 하는 인공지능이 탑재된 자율주행자동차를 판매하는 것이 법적으로 허용될 수 있을 지, 만약 허용된다면 차량에 탑승할 소비자들이 그런 차량을 선뜻 구매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사회 전반적으로 인공지능의 판단에 대해 신뢰가 쌓이기 전까지는 쉽지 않아 보이는데, 저 앞을 달려가는 기술을 법제도가 힘겹게 뒤따라가는 상황이라 이제라도 더 활발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양희철 법무법인 명륜 파트너변호사

[EE칼럼]사용후핵연료 해결 출발점은 특별법 제정

사용후핵연료 특별법 제정이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1월 2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공청회를 개최하여,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특별법안들에 대한 진술인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그러나 이날 시민단체는 특별법안 폐기를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여는 등 특별법 제정에 반대하고 있다.심화하는 기후 위기와 에너지 수급 위기로 원자력의 가치가 재조명 받고 있다. 작년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에너지 수입액이 2021년 1124억 달러에서 지난해 1908억 달러로 증가했다. 에너지원별 2021년과 2022년 수입액을 살펴보면, 원유는 670억 달러에서 1058억 달러로, 천연가스는 308억 달러에서 568억 달러로, 석탄은 145억 달러에서 281억 달러로 급증했다. 에너지 빈국인 우리나라에서 준국산 에너지 원자력의 에너지 안보 강화 역할이 더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원자력 이용 확대를 가로막는 걸림돌이 있다. 사용후핵연료가 그것이다. 사용후핵연료는 원전을 가동하는 데 사용하고 배출된 핵연료를 말한다. 원전에서 배출된 사용후핵연료는 원전 부지 내 저장시설에 보관한다. 원전 가동 초창기에는 저장시설에 사용후핵연료를 임시 보관하며 방사능과 열을 식힌 후, 중간저장시설이나 영구처분시설로 옮겨 장기 저장하거나 영구처분할 계획이었다. 그래서 국내 대부분 원전의 저장시설은 해당 원전의 운영허가 기간 중 발생하는 모든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할 수 있는 용량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중간저장시설과 영구처분시설을 계획대로 확보하지 못한 채 사용후핵연료 발생이 누적되면서 문제가 커졌다. 국내 일부 원전의 저장시설 포화 시점이 임박했기 때문이다. 2022년 9월 말 현재 국내 원전에서는 경수로 사용후핵연료 2만1000다발(8900톤), 중수로 사용후핵연료 49만4000다발(9300톤) 등 총 51만5000다발의 사용후핵연료가 발생하였다. 국내 원전 저장시설 중 고리와 한빛 원전 저장시설은 2031년, 한울 원전 저장시설은 2032년이면 포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저장시설 확충은 당면한 저장시설의 포화 문제 해결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중간저장시설이나 영구처분시설의 부지확보를 위한 논의조차 개시하지 못한 상황에서, 저장시설을 제때 확충하지 못하면 원전에서 배출되는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할 공간이 부족해져 원전 가동을 멈춰야만 한다. 원전 가동 중단은 해당 원전 용량만큼 전력공급 부족을 의미한다. 저장시설 확충 없이 대체 발전원까지 제때 확보하지 못하는 최악의 경우 만성적 전력 부족 사태로 온 국민과 기업이 큰 불편과 피해를 볼 수 있다. 이런데도 원전 주변 지역주민은 저장시설 확충에 반대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확충된 저장시설이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시설로 둔갑할까 우려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치인까지 가세하여, 저장시설 운영기한을 법에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사용후핵연료 처리 사업이 지역 사회와 국민의 수용성을 바탕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점에서 이들 의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사용후핵연료 문제의 완전한 해결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서둘러야 한다. 저장시설 운영기한을 특별법에서 정하면, 그 기한 이후 저장시설을 운영하지 못해 원전 가동이 멈출 수 있다. 원자력안전법에 따라 허가된 원전 운영기한을 특별법이 제한하는 법률간 충돌상황이 초래될 수 있어, 특별법에서 저장시설 운영기한을 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 대신 특별법에 영구처분시설 확보 시한을 정하고, 그 이후 저장시설의 사용후핵연료를 영구처분시설로 순차적으로 옮겨야 한다는 의무조항을 담은 특별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특별법은 원전 주변 지역주민의 우려를 해소하여 저장시설 확충에 대한 수용성을 높여 줄 것이다. 영구처분시설 확보 시한은 가능한 이른 시점으로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선언’ 지원, EU 녹색분류체계와 보조 맞추기 등을 감안할 때, 영구처분시설 확보 시한을 2050년으로 하는 것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매우 도전적이지만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다. 원자력 혜택을 향유한 현 세대가 미래세대에 너무 늦지 않게 빚을 갚아야 한다.문주현 단국대학교 에너지공학과 교수

[기자의 눈]

SK바이오사이언스가 지난해에 전년대비 51% 감소한 456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8일 이러한 잠정실적을 공시했지만 언론보도를 위한 자료는 따로 배포하지 않았다. 지난해 2월 7일 2021년도 실적 공시 외에 별도의 보도자료를 통해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고 밝혔던 것과는 사뭇 대비되는 모습이다.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절반 이상 줄었을 뿐 아니라 2021년 9290억원 달성 이래 제약바이오업계에서 대기업으로 불리기 위한 기준으로 여겨지는 매출 1조원 돌파를 후일로 미뤄야 하는 아쉬움의 표현으로 받아들여졌다. 그 대신 같은 날 SK바이오사이언스는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시설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총 3257억원을 투자해 인천 송도에 ‘송도 글로벌 R&PD 센터’를 짓기로 결정했다는 것이 그것이다. 코로나 특수 기간에 SK바이오사이언스는 1조6000억원 가량의 현금성 자산을 비축해 놓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최대 10조원을 동원하는 공격적인 M&A 계획도 공개한 상태다. 물론 이러한 투자가 매출로 이어지기는 시간이 걸린다. 송도 R&PD 센터는 2025년 상반기 완공이 목표이다. M&A 계획도 국내외 100여개 바이오테크 기업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하지만 곧바로 매출로 이어질만한 M&A(인수합병) 계획은 아직 가시화된 것이 없다. 화이자·존슨앤존슨·머크 등 글로벌 제약사들의 코로나 백신·치료제 매출도 급감 중이다. 백신 전문기업으로서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백신, 코로나·독감 범용백신, 비만 백신 등 차세대 백신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SK바이오사이언스에겐 미래를 내다보는 긴 호흡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업계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화이자·모더나 등 자국 코로나 백신 개발업체에 대한 미국 정부의 지원의 10분의 1도 안되는 우리 정부의 지원을 받고 코로나 백신을 자체 개발한 것 만으로도 대단한 성과라고 평가하고 있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아직 자체 개발 코로나 백신이 없는 일본은 올해 들어서야 자국 첫 메신저리보핵산(mRNA) 코로나19 백신 생산공장 건설에 착수하고 있다. 올해로 설립 6년차에 불과한 SK바이오사이언스의 안재용 대표는 앞으로 2년 뒤인 오는 2025년쯤 현재 진행 중인 M&A 계획의 결과물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반등은 이제 시작으로 보인다. kch0054@ekn.kr

[기자의 눈] 뜬금없는 ‘갤북논란’이 씁쓸한 이유

최근 국내 정보기술(IT) 커뮤니티에서는 삼성전자 노트북 갤럭시 북3 시리즈가 화제다. 저렴한 가격에 압도적인 성능을 갖춘 가성비로 입소문을 타면서다. 해당 제품 개발부터 출시까지 진두지휘한 노태문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사업부 사장을 장난스럽게 ‘노태북’이나 ‘갓태문’이라고 부른다. 삼성전자는 매년 프리미엄 노트북 신제품을 선보여왔지만, 지금처럼 소비자 호응이 좋았던 적은 없었다.긍정적이지만 한편으론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노트북보다 주목도가 높아야 하는 스마트폰 ‘갤럭시 S23’ 시리즈에 대한 반응이 시원치 않다. 초반 흥행에 좀처럼 가속도가 붙지 않는 모습이다.작년 S22 시리즈는 사전 예약을 시작한 첫날 예약자가 몰리며 전자상거래 사이트가 마비되고 인기 있는 색상은 일찍이 동났다. 하지만 S23은 삼성닷컴과 쿠팡, 11번가 등을 통틀어 사전 예약 이틀째인 8일까지 모델이나 사양, 색상을 선택해 수월하게 구매할 수 있다. 초반 구매 수요가 저조하다고 밖에 볼 수 없는 상황이다.일각에서는 전작 대비 소폭 오른 가격을 걸림돌로 꼽는다.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 탓에 삼성전자는 2년 만에 가격을 모델별로 15만원에서 21만원까지 올렸는데 이 탓에 초반 흥행에 변수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새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와 2억 화소 카메라 등이 쉽게 체감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하지만 IT 커뮤니티에서는 전작에서 보여준 성능 논란으로 구매에 신중하게 됐다는 의견이 다수 보인다. 2021년 출시한 ‘S21’ 시리즈는 발열 문제가, 이듬해 선보인 S22는 게임최적화서비스(GOS)가 발목을 잡았다. 스마트폰 사전 예약을 신청하는 소비자는 매년 신제품을 망설이지 않고 구매하는 ‘전자기기 마니아’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갤럭시 스마트폰 신제품 초반 흥행 부진을 두고 그동안 갤럭시 브랜드에 신뢰를 보내온 이들이 신제품 구매에 신중해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해석도 나온다.갤북대란처럼 소비자는 우수한 제품에 대한 구매와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하지만 몇 차례 부정적인 사건으로 신중해진 소비자를 다시 끌어당기기는 어렵다. 관심이 저조해 부각되진 않지만 갤럭시 S23 시리즈에 대한 평가는 우수한 편이다. 신제품이 전작에서 불거진 성능 논란을 불식하는 신호탄이 되길 기대해본다.jinsol@ekn.kr이진솔 산업부 기자

[기자의 눈] 尹 대통령의 與 당권경쟁 개입 논란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13년. ‘검사 윤석열’은 국정감사 자리에서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 수사 과정에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하며 이 말을 남겼다. 당시 모두가 이 발언에 주목했다. 모든 검사가 피라미드 계층조직 구조에서 상하복종관계에 있도록 하는 ‘검사동일체’ 원칙의 배신이나 다름없었다. 검사 윤석열은 그 폭로 이후 수년간 여러 차례 좌천성 인사로 고배를 마셨다.그런 그를 국민들에게 ‘칼잡이’ 검사로 더 강렬한 인상을 남기게 한 계기는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이다. 당시 검사 윤석열은 국정농단 사태 특검의 수사팀장을 맡았다. 이 활동을 발판으로 승승장구하던 검사 윤석열은 6년 뒤인 2019년 문재인 전 정부 당시 검찰총장 후보로 올랐다."자유, 인권, 공정, 연대의 가치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를 만들겠다."‘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명언을 남긴 지 9년 뒤인 2022년. 검사 윤석열은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거쳐 대통령 윤석열이 됐다. 취임사에서만 35번 외칠 정도로 자유를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으로 대선 승리까지 이룬 국민의힘은 이제 내년 총선 승리만 남아있다. 3월 8일 전당대회가 결전의 날이다. 국민의힘이 진정 여당으로서 활약하기 위한 도약과 내년 총선에서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자 포석을 깔 수 있는 시작점이다.대통령도 ‘당원 1호’라는 점을 내세워 여당 지도부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지금까지 유력한 당권주자로 꼽혔던 나경원·유승민 전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했다. 나 전 의원이 전대 출마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는 숱하게도 대통령실과 의견 충돌이 일었다. 대통령실은 후보 등록을 마친 안철수 의원에게도 마치 ‘선 넘지 말라’는 뉘앙스로 경고를 내렸다.당내에는 대통령이 국정과제를 잘 수행하도록 여당의 뒷받침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는 점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이를 위해 당심이 ‘윤심’(윤석열 대통령 마음)으로 모아져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당원들이 각자의 ‘윤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게 불편할 수 있다.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을 들먹이거나 ‘윤심’과 조금이라도 들어맞지 않으면 바로 주머니에서 레드카드를 꺼낸다. 모순이다.이번 전당대회 결과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윤석열 정부로선 의회 권력을 새롭게 재편하는 내년 총선의 승리가 지상 과제다. 내년 총선 이후 임기 반환점을 도는 윤석열 정부의 개혁 과제 추진에 국회의 도움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윤 대통령으로선 이번 전당대회에서 측근 인사들을 당 지도부에 다수 포진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내년 총선 승리를 이끌고 싶을 것이다. 반대로 윤 대통령이 전당대회 관련 언급을 할수록 윤 대통령과 가깝지 않은 당 인사들은 내년 총선 공천 탈락의 불안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게 이번 윤 대통령의 국민의힘 전당대회 선거 개입 논란을 빚은 이유다.하지만 윤 대통령의 당 지도부 선거 개입은 자신이 그토록 외치던 자유와 배치된다. 제왕적 권력을 통제하고 독재 뿐 아니라 다수까지 견제하기 위한 삼권 분리의 취지에도 어긋난다. 행정부의 수장이 국회의원을 입맛에 맞는 사람들로만 채우려고 개입하는 건 행정부와 입법부의 분리에 장애가 된다. 비록 집권당의 1호 당원일지라도 여당을 거수기 또는 허수아비로 만드는 건 법치를 입버릇처럼 언급하는 윤 대통령의 말과도 맞지 않는다. 윤 대통령은 당 지도부 선거에 엄정경고를 날릴 게 아니라 엄정중립을 지켜야 한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이유가 좌천의 당위성이 되지 않도록 말이다.

[EE칼럼] 난방비 폭탄의 진실

연초부터 가스·전기료 인상에 따른 ‘난방비 폭탄’으로 시끄럽다. 필자는 지난 대선 이전에 개최된 한 세미나에서 우리나라도 에너지 위기의 영향으로 가격이 기록적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것이 난방비 폭탄으로 현실화됐다. 난방비 폭등의 책임을 놓고 여야 정치권에서는 ‘네 탓’ 공방이 한창이다. 일각의 주장처럼 정치적인 영향이 아주 없지는 않지만 난방비 급등의 근본적인 문제는 아니다. 다수의 언론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 탓을 한다. 이 역시 위기를 심화시킨 것일 뿐 근본 원인은 못 된다. 그동안 유럽은 폭염과 한파로 신재생에너지가 제대로 생산되지 못하면 천연가스에 의존해오다 2021년 9월 재고가 바닥을 드러냈고 주변국들도 가뭄 등 기후변화로 수력발전 등이 제 기능을 못하면서 생긴 에너지 부족으로 모든 화석연료의 가격이 치솟기에 이르렀다. 글로벌 에너지난은 전기 및 난방요금 급등과 함께 기록적인 물가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야당은 정부에 대해 난방비 폭탄에 대한 근본 대책을 내놓지 못한다고 비난하지만 전 세계 어느나라도 현재로선 뽀족한 수단은 없다. 재생에너지가 전력을 생산하지 못해 이를 대체해야 할 화석연료가 전 세계적으로 부족해지자 유럽은 장작과 쓰레기, 말똥까지 태우고 있고 미국은 2021년부터 장작과 나무 스토브를 찾는 사람이 급증하고 있다. 폴란드와 독일은 부족한 에너지를 유지 보수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고 탄소저감 설비가 없는 석탄발전으로 충당하면서 한국보다 훨씬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내뿜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현재 한국의 에너지요금인상과 물가 급등은 우리 내부의 문제도 있지만 외부의 영향이 더 크다. 따라서 유럽과 미국 등 서구권 국가들이 기존의 신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정책을 수정하지 않으면 에너지요금 급등과 물가 상승 문제의 해소는 요원하다.여당도 문재인정부의 에너지 요금인상 유보정책 탓으로 돌리지만 이 또한 일부만 맞는 얘기다. 2021년 LNG 가격 급등 등으로 한국가스공사는 8차례 가스 요금 인상을 요청했지만 당시 문재인정부는 이를 계속 묵살했고 이것이 최근 요금 인상을 한 원인 중의 하나인 것은 맞다. 여야도 그동안 표를 의식해 요금인상에 뒷짐을 져왔다. 이전 정부와 국회가 요금인상을 미루면서 결국 요금폭탄으로 이어졌다. 영국 등 유럽 일부에서는 조만간 에너지요금 지원을 축소하거나 폐지한다. 통화정책은 긴축인데 재정정책이 완화로 가면 물가 상승의 고통은 더욱 심해지는 데다 금리는 계속 올려야 하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나마 한국은 균형 잡힌 에너지원을 가지고 있어 이번 위기에 선방하는 중이지만 그렇다 해도 글로벌 위기가 전이되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었기에 난방비 폭탄을 경험 중이다. 필자는 지난해 한국은 물량이 아니라 가격이 문제라고 누누이 주장해왔다. 국민들은 난방비 폭탄이 현실화하자 이제 이 말의 의미를 체감하고 있다. 한국의 난방비 수준은 유럽에 비하면 훨씬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비난 여론이 들끓자 정부와 여야 모두 불똥이 튈까 전전긍긍하며 정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2018년 40도가 넘는 폭염에 이전 정권은 오히려 누진제를 완화하며 사실상 전기 요금을 내렸다. 그렇게 포퓰리즘 정책으로 일관한 것이 지금 요금 폭탄의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다. 에너지요금의 인상은 더 이상 멈출 수가 없게됐고 국민들은 갑작스런 요금 폭탄을 피할 수 없다. 더구나 국제적으로도 현재의 에너지난은 10년은 지속될 것으로 본다. 유럽과 한국의 잘못된 에너지 정책이 전 세계를 10년의 위기로 몰아넣고 국민들을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 정부도 국민들이 납득하도록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비싼 에너지원을 탄소중립이라는 명분으로 계속 사용할 것인지. 아니면 에너지안보를 최우선으로 저렴한 에너지원을 확보해야 할지를 말이다.최승신 C2S컨설팅 대표

[이슈&인사이트] NFT, MZ세대에 건네준 세상을 연결하는 열쇠

지난 3년간 지구인들의 자유로운 이동을 막았던 코로나 봉쇄에서 피어났던 다섯 살배기 NFT(Nonfungible Token)도 갑작스럽게 돌변한 중앙은행의 불친절한 안내에는 견디지 못했다. 여러 국내 보도에서는 금리가 오르고 돈줄이 막힌 데다 거래수단인 이더륨의 가격도 폭락하면서 NFT 시장이 쪼그라들고 있다고 법석이다. 이는 NFT를 한갓 투자대상으로만 바라보며 하는 말이다. NFT가 어떻게 세상을 만들어 가는지를 진지하게 들여다 본다면 옳은 말이 아니다. 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Dapp) 시장조사기관인 DappRadar에 따르면 지난해 블록체인 플랫폼과 마켓플레이스에서의 NFT 거래규모는 약 247억 달러로 2021년의 251억 달러에 비해 소폭 하락하는데 그쳤다. 설사 투자대상으로 NFT가 실망스럽더라도 같은 기간에 NFT가 어떤 의미 있는 변화를 일으키는 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NFT는 블록체인에 생성·저장되고 유통되는 컴퓨터 파일, 즉 디지털 아이템(digital item)이다. 디지털화된 수집품 또는 예술품은 물론 가상 부동산, 도메인 이름과 비디오게임에서 이용되는 장비 등 거의 제한이 없다. 블록체인의 변조방지, 검증가능 속성을 갖는 디지털 아이템은 유일하고 진품임을 증명해준다. NFT의 이면에 담긴 아이디어는 물리적 자산처럼 쉽고 안전하게 구매, 판매 할 수 있는 디지털 자산을 만들고 거래하면서 새롭고 흥미로운 방법을 제공한다. 또한 NFT를 통하여 우리가 디지털 콘텐츠에 대해 생각하고 평가하는 방식을 변화시키는 잠재력도 갖는다. 2017년 최초로 만들어진 NFT는 디지털 수집품과 예술품이었다. 크립토키티즈와 같은 디지털 고양이 또는 디지털 그림들이다. 이후 NFT는 예술, 음악, 비디오 등과 같은 광범위한 디지털 자산의 소유권을 나타내는 데 사용되고, 한정판의 디지털 자산을 만들 수 있기에 가상세계에서 제작자가 창작품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NFT가 디지털 유틸리티 아이템(digital utility item)으로서 가상세계에만 머물지 않고 현실세계와도 연결되면서 우리가 구매하는 디지털 제품 및 서비스를 잠그거나 사용하는 열쇠로 작동하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고 있다. 패션 아이템인 NFT 스니커즈가 메타버스 공간에서만 적용된 것과 다르게 실제 공간에서도 증강현실을 활용해 전시하거나 NFT 형태의 운동화를 스마트폰에 저장하여 걷거나 뛰면 GPS로 이를 측정하여 암호화폐를 지급(Move-to-Earn, M2E)하는 경우다. 액시인피니티, 샌드박스 등 NFT 게임을 하면서 수익을 얻는 이른바 P2E(Play to Earn)도 비숫한 사례다. 나아가 현실세계에서 부동산과 같은 물리적 자산의 소유권 또는 기업의 상표 등록 및 특허권을 위한 NFT 활용도 점차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이 밖에도 제품의 원산지와 진위를 추적하는 공급망 관리(supply chain management), 개인의 건강 및 교육 정보를 안전하게 관리하는 디지털 신원(digital identity) 등 처럼 디지털 소유권과 희소성이 중요한 도메인에 적합한 잠재력을 갖는다. 무엇보다 NFT가 발현하는 진정한 가치는 커뮤니티에 있다. 새로 발행된 토큰화된 수집품(NFT)인 두들스(Doodles)의 경우처럼 활기차고 참여적인 커뮤니티의 지원은 NFT 사업의 성공과 성장에 필수적이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가치를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 즉, 커뮤니티는 네트워크 효과를 통하여 NFT와 그 응용의 잠재력에 대한 인식을 전파하고, NFT 비즈니스에 귀중한 피드백을 제공하고 새로운 사용 사례와 응용 프로그램을 제안함으로써 혁신을 추진하는 새로운 주체인 것이다. 또한 커뮤니티는 발생 가능한 우려를 드러내고 직접 해결함으로써 NFT에 대한 신뢰를 구축하기도 한다. 따라서 기업은 NFT를 통하여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머물지 않고 열성적인 고객을 얻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NFT와 같은 새롭고 혁신적인 개념에 개방적인 계층은 Z세대(1997-2012년 출생) 뿐이다. 이들은 기술과 인터넷을 삶의 필수로 성장한 디지털 네이티브로 소셜미디어, 온라인 커뮤니티, 가상경제에 익숙하며 이를 통하여 디지털 아이템을 수집하고 콘텐츠로 수익을 창출하고 디지털 자산을 거래한다. NFT야말로 Z세대에 건네준 세상을 연결하는 황금열쇠다.김한성 마이데이터코리아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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