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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마이클 벡클리와 할 브랜즈는 미국 유명 대학 정치·국제관계학 교수인 동시에 둘 다 현재 국방부 등 미국 정보·국가안보 관련 다양한 기관에 자문하는 현역 외교·안보 분야 핵심 전략가라는 점에서 미국 조야에 편만한 대중국 인식과 전략이 엿보인다. 우리에게 주는 함의도 묵직하다. 과거처럼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중립적 외교 기조를 유지하기 어렵게 됐다. 중국을 포위·고립시킬 ‘맞춤형 봉쇄’ 전략을 취하는 미국이 이를 두고 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급변하는 국제 질서를 일반 대중도 피부로 느낄 수 있게 만든 사건이 최근 발생했다. 중국 정부가 자국 내 비료업체에 요소 수출 중단을 지시했다는 소식이 지난 7일 외신을 통해 알려진 것이다. 물론 보도 다음 날 우리 정부는 중국 정부가 공식적인 비료용 요소의 수출 통제는 하지 않으며, 비료용 요소는 수입 다변화가 이뤄져 수급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발 요소수 파동을 몸 소 겪은 소비자들을 진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우리나라의 요소수입 의존도가 큰 중국이 지난 2021년 10월 석탄 부족으로 요소 수출을 제한하자 호주와 베트남 등에서 부족분 일부를 수입했지만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일부 공장이 멈춰 서고 화물차 운행이 중단됐다. 이 ‘학습효과’로 또다시 공급 대란이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사재기 등이 발생하면서, 실제로 수입에 문제는 없는 데도 시장에서는 혼란이 빚어졌다. 문제는 이런 공급망 위기는 미·중 갈등과 국제 질서 재편 등 날로 불확실성이 커지는 국제정세와 맞물려 앞으로도 발생빈도가 더 커질 수 있다는 데 있다.
농업용 비료나 디젤엔진의 질소 산화물 절감용 요소수 등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요소’는 보통 암모니아와 이산화탄소를 활용, 보쉬-마이저 요소 공정(Bosch-Meiser urea process)을 통해 만들어진다. 그래서 요소는 암모니아를 활용하는 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또 암모니아는 수소에 ‘하버-보쉬합성법’을 이용해 질소와 합성하는 방식으로 생산된 수소화합물이다. 그래서 요소 역시 크게 보면, 수소 및 수소화합물을 아우르는 범(凡) 수소경제의 한 부분이다.
수소경제 시대를 맞아 세계는 수소, 특히 청정수소 확보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수소 자체를 장거리 파이프라인이나 액화하는 방식으로 국가 간에 이송할 수 있다. 하지만 기술적 성숙도나 경제성을 고려할 때 사실상의 섬나라인 우리나라나 일본 등은 암모니아를 활용한 해운운송이 보다 적합하다. 멀리는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따라 2050년에는 전체 청정수소 수요(약 2800만톤)의 80%를 해외에서 들여와야 한다. 당장 청정수소 발전의무화제도에 따라 2027년부터는 청정수소로 발전해야 하는 데 이때 국내 청정수소 생산의 한계로 인해 상당 물량을 불가피하게 해외로부터 암모니아 형태로 수입해야 한다. 문제는 요소 공급 대란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청정수소·암모니아에 대한 해외 의존도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공급 안보가 걱정될 수밖에 없다. 특히 미·중 갈등 등 불안정한 국제 질서 재편과정에서는 그 중요성은 배가 된다.
수급안정은 물론 국가 안보차원에서라도 수소의 수입선 다변화 전략과 함께 수소·암모니아 비축을 서둘러야 한다. 우리나라 석유비축을 담당해 온 한국석유공사가 암모니아 등 수소화합물도 사업영역에 포함시켜 취급할 수 있도록 하는 ‘한국석유공사법’ 개정안이 지난달 국회 소관상임위원회를 통과해 본 회의 의결을 앞두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석유공사는 현재 운영 중인 석유 비축시설을 암모니아 저장시설로 전환해 저장 공간 임대나 비축사업 진출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다만 석유공사법 개정안은 석유공사가 석유·천연가스와 함께 암모니아도 취급할 수 있도록 하는 정도에 불과하다. 비축시설을 바로 석유에서 암모니아로 용도를 전용할 수 있도록 하는 보완입법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