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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주가조작 세력과의 전쟁 끝낼 때

주식시장이 주가조작 사태로 바람 잘 날이 없다. 지난 4월 차액결제거래(CFD)를 악용한 ‘무더기 하한가’ 사태가 발생한 데 이어 지난 6월에는 동일산업·방림 등 5개 종목에 대한 ‘제2의 하한가’ 사태가 터졌다. 이어 4개월여 만인 지난 18일 영풍제지·대양금속의 동시 하한가로 주가조작 의혹이 불거지면서 시장이 또 한 번 발칵 뒤집혔다. 주가조작 사태가 연이어 벌어지면서 주가가 급락하자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졌다. 지난 4월 발생한 일명 ‘라덕연 사태’로 불리는 무더기 하한가 사태의 관련주인 대성홀딩스는 지난 4월 21일 13만100원이었던 주가가 사태 이후 지난 27일 9890원에 마감했다. 하한가 직전 주가 대비 92%가 하락한 수준이다. 지난 6월 하한가를 맞은 5개 종목들 역시 여전히 주가가 하락했다. 지난 27일 기준 동일산업은 77.4%가 하락했으며 방림(-72.7%), 대한방직(-84.4%) 등도 여전히 반토막 이상 마이너스를 기록중이다. 영풍제지 역시 하한가 사태 직전인 지난 17일 4만8400원에서 지난 27일 1만6650원까지 떨어졌다. 이를 두고 증권사의 리스크 관리 부실에 대한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이번 영풍제지 하한가 사태를 키웠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키움증권이다. 키움증권은 영풍제지의 증거금률을 유일하게 상향하지 않아 이번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키움증권은 반대매매를 통해 4943억원의 미수금을 회수해 리스크를 최소화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영풍제지가 하한가로 계속 떨어지면서 미수금 회수에 차질을 빚고 있다. 업계에서는 키움증권이 약 5000억원 상당의 미수금 전부를 회수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번 영풍제지 사태를 계기로 키움증권의 리스크 관리 실태 점검에 나설 방침이다. 이처럼 주가조작 사태가 벌어지면 증권사들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증권사 창구를 통해서 물량이 거래되는 과정에서 시세 조작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사안을 생각보다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분위기다. 한 증권사 관계자에 키움증권이 이번 사태 이후로 얼마나 타격을 입을 것 같냐고 물었더니 그는 "논란이 반짝 일다가 시간이 지나면 묻히겠죠"라고 답했다. "키움증권이 리테일 시장점유율 1위인 만큼 키움 고객들이 대거 이탈해 다른 증권사로 넘어가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시간이 약이다’라는 말을 적용하기에는 사안이 심각하다. 주가조작 사태는 날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고 투자 피해는 커지고 있지만 피해 보상도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또 다른 주가조작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금융당국과 증권사들이 이상거래 적출 기준을 마련하는 등 투자자들의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제도 개선에 서둘러 나서길 바란다.증명사진

[이슈&인사이트] 기업활동 발목잡는 공정위 고발지침 개정안

우리나라의 공정거래법은 크게 경쟁법과 대기업 집단을 규율하는 부분으로 나뉜다. 경쟁법 분야는 가격 담합,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지위 남용 등 건전한 시장경쟁을 해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이다. 이는 미국, EU, 일본 등 세계 주요국들도 유사한 규정 아래 엄격하게 법을 집행한다. 반면 대기업 집단을 규율하는 부분은 우리나라만의 매우 독특한 제도다. 세계 주요국 중 대기업 집단을 규제하는 법제를 가진 나라는 찾아 볼 수 없다. 이러한 대기업 집단 규제의 연원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미 군정이 일본에서 실시한 대기업 집단 규제에서 찾을 수 있다. 미 군정은 일본이 전쟁을 일으킨 배경 중 하나를 일본의 경제를 장악하고 있는 전범기업 집단으로 보고, 이를 해체하기 위해 대기업집단 규제를 단행했다. 미 군정이 물러난 후 일본은 이 규제가 경제 발전을 저해한다는 판단에 따라 일찌감치 폐지했다. 그런데 일본 전범기업을 규제하기 위한 미 군정 당시의 규제를 1986년 우리나라 공정거래법에 도입해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전범기업으로 대상으로 한 규제인 데다 경제발전을 가로막는다는 취지에서 이미 철폐한 구시대적 제도를 왜 하필 우리나라에 끌어들였는지, 그리고 아직까지 당국이 ‘전가의 보도’처럼 쓰는 것이 의아하다. 대기업 집단에 대한 규제에는 대기업집단 지정제도, 동일인 지정제도, 상호출자 금지, 각종 의결권 제한 등이 있다. 이 제도들은 일견 기업에 대한 규제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기업 총수를 규제하는 것이 목적이다. 예를 들어 대기업 집단 지정시 계열사에 대한 각종 자료를 공정위에 제출해야 하는데 오기나 일부 자료를 누락하면 기업 뿐 아니라 기업총수를 검찰에 고발해 형사처벌을 부과한다. 공정거래법상 의무 이행의 책임을 총수에게 지우고 있다. 앞으로 총수에 대한 형사책임이 더 무거워질 가능성이 높다. 공정위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등의 위반행위의 고발에 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지침 일부 개정안’(고발지침 개정안)’을 행정예고 했기 때문이다. 공정위 보도자료에 따르면 일감몰아주기 위반으로 법인을 고발하는 경우 특수관계인, 즉 총수도 원칙적으로 고발하겠다는 것이다. 현행 고발지침에는 총수의 법 위반 정도가 중대해야 고발 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법 위반 경중을 따지지 않고 일단 기업 충수를 고발하겠다는 의도다. 문제는 법률도 아닌 지침으로 국민의 인권을 침해할 수 있는 사항을 정한다는 것은 ‘권리를 제한 할 때는 법률로서 한다’는 헌법 규정과 충돌 소지가 크다. 더구나 상위법인 공정거래법 제129조 제2항에서는 ‘그 위반의 정도가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중대하여 경쟁질서를 현저히 해친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만 공정위가 고발할 수 있도록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이런 헌법과 법률의 원칙을 하위법령인 지침으로 거스른다는 것은 우리 법체계를 흔드는 엄중한 사안이다. 공정위에 전속고발권을 부여한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 전속고발권은 공정거래 사건의 전문기관이 공정위가 사건을 조사하고 법위반의 경중을 따져 고발 여부를 결정하라는 취지다. 지침 개정안과 같이 공정위가 법 위반의 경중을 고려하지 않고 기업 총수를 검찰에 고발하게 된다면 공정위 전속고발권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법적, 제도적 모순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기업 입장에서 총수가 검찰 고발을 당한다면 기업의 이미지는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된다. 특히 해외에서는 경영자의 평판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해외사업에 지장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우리나라 경제는 지금 가시밭길을 지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고유가, 고금리 그리고 주요 수출국인 중국의 경기침체 등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것이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 경영자들이 자유롭게 기업활동을 할 수 있는 정책 환경을 만드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정부도 기업을 그 어느 때 보다 중요시하고 정책 환경 개선을 위해 규제개혁을 중요한 정부 정책기조로 삼고 있다. 공정위의 고발지침 개정안은 이런 정부의 정책기조와도 맞지 않는다. 고발지침 개정안은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유정주 한국경제인협회 기업제도팀장

[김성우 칼럼] 국제사회에서 한국 녹색성장 위상 드높일 때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확산의 불안감을 고조시킨 가자지구 내 알아흘리 병원 폭발이 있던 지난 17일 필자는 가자지구의 유일한 출구 접경국인 이집트에 있었다. 세계은행이 이날 카이로에서 개최한 KGID(Korea Green Innovation Days)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KGID는 세계은행내 유일한 녹색성장 신탁기금인 KGGTF(Korea Green Growth Trust Fund)의 지원을 받은 개발도상국 녹색성장 사례를 확산하기 위한 연례행사다. 올해 KGID는 아자이 방가(Ajay Banga) 신임 총재가 부임한 후 처음으로 진행한 모로코 연차총회와 연계해 개최됐다. 세계은행의 새로운 비전인 ‘To create a world free of poverty on a livable planet(살기 좋은 행성에서 가난으로부터 자유로운 세상을 만들기’ 아래 개발도상국 녹색성장을 위한 민간투자 연계가 핵심 의제였다. 세계은행 19개 사업팀과 이집트 중앙부처, 한국 16개 기관 등에서 200여명이 참석해 세계은행과 한국의 자금과 경험으로 만들어낸 개발도상국의 녹색성장 성과를 중동 및 북아프리카(MENA) 지역 리더들과 공유했다. 이-팔 전쟁의 긴장감 탓인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에너지 부문 피해 및 재건 발표에 우선 관심이 쏠렸다. 전쟁 발발 후 1년간 에너지 시설의 58%가 파괴돼 가용 에너지시설 용량이 36GW에서 14GW로 급감했고, 피해 금액은 100억 달러가 넘는다고 한다. 이에 전기와 열 공급 재개를 위해 변압장비와 이동형 발전기 등에 5억달러 규모의 지원이 시작됐다. 그리고 향후 에너지시설 재건 때 핵심 고려사항 중 하나로 EU기준에 맞는 고효율전력설비와 에너지저장장치 및 재생에너지설비 등을 지원하는 녹색성장 기반의 재건을 꼽았다. 에너지 전환을 고려하자는 것이다. 개발도상국은 전쟁영향 뿐만 아니라 인플레이션,부채증가,기후피해까지 최악의 여건 속에서도 다양한 녹색성장을 시도하고 있다. 모터, 보일러, 공조시스템 등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설비별 전기소비 현황을 파악하고 설비효율 기준을 만들어 고효율설비 확산을 도모한 사례는 물론이고, ICT기술을 접목해 자원순환, 기후조기경보 및 기후정보관리(기후적응), 재생에너지 공급관리 및 전자지불시스템(에너지전환), 이모빌리티 운영체계(친환경운송)를 시도한 사례까지 다양하게 소개됐다. 이런 개발도상국의 녹색성장 시도는 미래 기술에도 적용된다. 이집트 환경부장관 및 환경공단 CEO와 별도 간담회를 가졌는데, 일조량이 한국의 두 배인 이집트는 재생에너지가 원료인 그린수소를 싸게 생산해 수출하는 것을 중요한 국가 전략으로 삼고 있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현재 신재생발전 비중이 약 20%인데, 2035년 이를 42%로 높여 2040년에는 전세계 그린수소 중 5%를 공급한다는 전략이다. 화석연료시대 가스수출국에서, 탄소중립시대의 수소수출국으로 변모하려는 확고한 의지가 엿보였다. 이같은 시도의 뒤에는 한국정부와 세계은행이 2011년 설립한 KGGTF의 지원이 있다. 한국은 그 동안 교통·환경·에너지·디지털·물 등 7대 분야에 걸쳐 총 217건에 1억1700만 달러 규모의 무상지원을 통해 190억 달러의 파이낸싱을 이끌어 냈고, 2024년부터는 60%를 증액할 예정이다. 돈 보다 더 주목할 것은 정책과 기술이다. 고성장 경제구조 아래서의 녹색성장 경험으로 한국의 정책(탄소가격제)과 기술(에너지효율)이 개발도상국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필자가 기조강연에서 ‘한국 녹색성장의 교훈과 기업투자 유인 방안’을 소개하면서 MENA지역에 한국의 탄소시장제도 도입과 친환경ICT기술 적용을 구체적으로 제안한 이유다. 개발도상국 입장에서는 민간의 기후대응 투자를 촉진하고 기술확보와 비용절감 등 성장도 도모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큰 관심을 받았다. 이집트에서 귀국 직후 국내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사우디·카타르 순방이 주요 뉴스였다. 특히 사우디 국빈 방문 마지막 날인 지난 24일 빈살만 왕세자가 윤 대통령을 태우고 직접 차를 몰아 행사장까지 가는 파격 대우를 했다는 소식이 눈에 띄었다. 화석연료가 주 수입원인 국가이기에 녹색성장이 더 절실할 텐데, 마침 한국이 무에서 유를 창조하며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한 성과를 보여주었고 녹색성장에 필요한 정책과 기술에 대한 경험까지 있으니 어쩌면 이런 대우는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국제사회에서 녹색성장에 대한 한국의 높은 위상을 정확히 인지하고 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데스크칼럼]공단·직영병원·나이롱환자

#2005년 목과 허리, 어깨 관절의 염좌로 산업재해로 인정받은 A씨는 총 180일을 입원한 뒤 지금까지 18년째 통원 치료를 받고 있다. A씨에게 지출된 총 보험급여는 11억9410만원 달한다. #B씨는 2015년 목 디스크를 시작으로 사지부전마비, 신경인성 방광, 발기부전, 변비, 변실금 등으로 산재 승인을 받은 뒤 3년을 요양 한 후 2018년 복직, 6개월 지나지 않아 다른 이유로 재입원, 2021년 디스크를 이유로 또 산재 승인 받음. B씨는 8년째 휴직상태이며, 장해급여 6458만원, 휴업급여 연평균 2605만원, 이송비 연평균 1011만원 등 연평균 4604만원이 지급됐고, 진료비와 간병비 등을 포함하면 B씨에게 투입된 보험급여 총액은 6억6886만원. B씨는 근로복지공단에서 지급한 휠체어를 타고 이동하다가 최근 멀쩡하게 일어나서 담배를 사가지고 나오는 게 적발됐다. 100% 사업주가 부담하는 산재보험금이 줄줄이 새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주환 의원(국민의힘·부산 연제구)이 고용노동부 산하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제출 받은 산재 환자 현황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해 8월까지 6개월 이상 요양한 사람이 총 7만1306명으로 집계됐다. 수령한 보험급여는 1인당 평균 1억5436만원, 총 11조원에 달했다. 10억원 이상 보험급여를 지원 받은 사람은 1136명으로 이들의 평균 입원일수는 13년4개월, 평균 통원일수는 6년5개월로 집계됐다. 또한 2016년 7876명에 불과했던 연간 산재 판정 건수가 2021년 2만435명으로 5년만에 약 3배 가량 증가했다. 산재 판정 건수가 이같이 급증한 이유는 문제인 정부 시절 산재인정 기준을 대폭 완화한 것이 한 몫 했다. 2018년 만성과로 인정기준을 완화 했고, 사업주 날인을 폐지했다. 특히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어려운 다양한 질병에 대해서 ‘추정의 원칙’을 도입하면서 이전 보다 쉽게 산재로 인정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 무면허사업자가 시공하는 소규모 건설공사, 상시 1인 미만 사업장도 적용 산재 대상에 포함시켰다. 직업성 암 인정기준도 완화했다. 이렇게 늘어난 산재 환자들은 공단이 운영하는 10개 직영병원의 운영수익 흑자전환에 기여했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누적 영업손실 546억원을 기록했지만, 이후 5년간 누적 영업이익은 471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이 기간 ‘집중재활치료’ 같은 일반병원에는 없는 ‘산재 환자 전용 특별 수가’ 등이 적용됐으며, ‘산재보험 의학자문 운영지침’에 "직영병원에서 제출된 ‘진료계획서’는 의학 자문 생략 가능"이란 항목까지 신설됐다. 문 정부 5년 동안 산재 판정을 감독하는 각종 견제 장치가 사라졌으며 일명 ‘산재 나이롱 환자’의 폭증을 가져왔다. 심지어 이주환 의원에 따르면 공단은 일반병원에서 수술한 산재환자를 직영 산재병원에 입원시키기 위해 산재 환자 상담시 특별수가 항목이 많은 직영병원의 재활 특진이나 입원 연장을 미끼로 직영병원으로 옮길 것을 유도했다. 이 같은 행위는 공단 고위층의 지시에 의해 조직적으로 움직였으며, 지사 실적에 따른 포상금까지 지급했다고 한다. 이런 산재 환자 빼오기와 일반병원 대비 산재 환자들의 직영병원 장기 요양에 대해 부당함을 호소한 일선 직원들의 의견은 묵살당했다. 직영병원 부장들이 공단 보상부장으로 근무하는 피감독자가 감독자가 되는 문제점도 지적됐다. 물론 산재를 당한 근로자에게 신속한 치료와 보상, 재활치료는 당연하다. 하지만 사업주가 100% 내는 보험금이라고 해서 비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죄를 짓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산재 카르텔’을 근원부터 척결하는 메스를 가하길 기대한다.송영택 송영택 산업부장/부국장

[주말 건강체크] 자각증상 없는 경동맥협착증, 관리 안하면 뇌경색 초래

[에너지경제신문 박효순 메디컬 객원기자] 뇌혈관이 막혀 발생하는 허혈성 뇌졸중의 30%는 경동맥협착증 때문에 발생한다. 경동맥은 심장에서 뇌혈관으로 이어지는 목 부위의 동맥으로, 뇌로 가는 혈액의 80%가 지나간다. 이 경동맥에 동맥경화가 진행되어 혈관이 점점 좁아지는 질환을 경동맥협착증이라고 한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경동맥협착증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2017년 6만 8760명에서 2022년 12만 5904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연령대별로는 60∼70대가 66%가량 차지해 가장 많았다. 60대부터 환자가 많이 증가하는 이유로 강동경희대병원 신경외과 고준석 교수는 "만성질환이 잘 관리되지 않은 결과가 60대쯤부터 나타나기 때문"이라며 "만성질환을 잘 관리하지 않아 혈관 손상이 오랜 기간 지속되면 경동맥협착증이 발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경동맥협착증의 원인이 되는 동맥경화는 주로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과 같은 만성대사질환과 흡연 때문에 발생한다. 만성대사질환 환자가 늘면서 자연스레 경동맥협착증 환자도 늘고 있다.이렇듯 경동맥협착증은 방치해 협착이 심해지면 언제, 어떻게 증상이 나타날지 모르는 무서운 질환이다. 심하게는 뇌경색으로 인한 뇌 기능 마비뿐 아니라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70% 이상 진행된 경동맥협착증이 발견되었다면 증상이 없어도 즉시 치료를 받아야 한다.문제는 경동맥협착증이 위험한 이유로 혈관이 절반 가까이 좁아져도 자각증상이 없다는 점이다. 증상이 없어 초기 진단이 어렵고, 발견되어도 증상이 없어 치료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50대 이상이면서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거나 흡연자라면 위험군이므로 예방적 차원에서 검사를 받아야 한다. 진단은 경동맥 초음파 검사로 비교적 간단히 확인할 수 있다.경동맥의 협착이 심하지 않거나 증상이 없으면 약물치료를 시행한다. 경동맥이 70% 이상 좁아져 있고 증상이 있는 경우에는 수술(경동맥 내막 절제술)이나 시술(경동맥 스텐트 확장술)이 필요할 수 있다.경동맥 내막 절제술은 협착 부위의 동맥경화 찌꺼기를 직접 제거하는 수술이다. 대부분 전신마취를 하고 진행한다. 원인 물질을 직접 제거할 수 있어 수술 후 재협착률이 상대적으로 낮다. 경동맥 내막 절제술은 △협착이 매우 심하거나 △스텐트 확장술을 시행하기에는 혈관 굴곡이 너무 심한 경우 △경동맥협착증이 심해져 뇌색전증을 일으킨 경우 등에서 유용한 치료 방법이다.경동맥 스텐트 확장술은 전신 상태가 좋지 않은 고령 환자, 심장병을 동반한 환자, 전신마취가 부적합해 수술 위험성이 높은 경우 비교적 안전한 방법으로 선택할 수 있다. 경동맥 내로 미세 도관과 미세 철사를 이용해 풍선 위치시키고 풍선으로 협착 부위를 확장한 후 스텐트를 거치해 치료한다. 전신마취가 필요 없고 회복이 빠른 편이다. 그러나 동맥경화 찌꺼기를 직접 제거하지 않기 때문에 재협착 가능성이 경동맥 내막 절제술보다는 높다.강동경희대병원 신경외과 고준석 교수가 경동맥협착증의 원인과 치료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강동경희대병원

[이슈&인사이트] 대통령의 중동 순방과 ‘제2의 중동 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부터 26일까지 4박 6일 일정으로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를 잇달아 국빈 방문했다. 이번 방문은 에너지와 건설, 첨단기술 등 전반에 걸쳐 중동의 핵심 협력국인 양국과 협력을 한층 강화하고 새로운 협력 영역을 발굴하며 우리 기업들의 중동 진출을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윤 대통령은 사우디 실권자 빈 살만 왕세자와의 회담을 통해 양국 관계가 전통적인 에너지, 건설 등의 분야에서 자동차, 선박도 함께 만드는 첨단산업 파트너십으로 발전시키고 관광· 문화교류 분야에서도 협력을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아울러 국제 원유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현 상황에서 에너지 시장의 핵심 국가이자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에 대해 시장안정을 위한 리더십을 발휘해 달라고 말했다. 양국 간 경제·국방·안보 등 포괄적인 분야에서 상호협력을 한층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도 채택했다. 한·사우디 공동성명 발표는 1980년 최규하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 이후 43년 만이다. 양국은 공동성명을 통해 네옴 프로젝트를 비롯해 사우디가 추진 중인 키디야·홍해개발·로신·디리야 등 기가 프로젝트와 이와 연관된 인프라 사업의 성공을 위해 함께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그리고 관광·스마트팜·특허·해운 및 해양수산·통계·사이버안보·식약 규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 잠재력이 크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앞으로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지도록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사막의 다보스 포럼’으로 불리는 미래 투자 이니셔티브(FII) 포럼에 주빈으로 참석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윤 대통령의 숙소인 영빈관에서 행사장까지 직접 차를 운전해 친근감을 표시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다음번에 오시면 사우디에서 생산한 현대 전기차를 함께 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국빈 방문 계기에 현대차는 사우디 국부펀드와 공동으로 약 5억 달러를 합작 투자해 전기자동차 조립공장을 설립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윤 대통령은 포럼 연설에서 ‘여행을 떠나기 전에 함께 같이 갈 친구를 선택하라’는 아랍 속담을 인용한 뒤 "대한민국은 미래를 위해 함께 연대할 수 있는 혁신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라고 말했다. 카타르 방문에서는 현대중공업과 국영기업 카타르에너지 간에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17척에 대한 건조 계약이 체결됐다. 정상 임석하에 스마트팜 협력, 건설·건축 분야 첨단기술 협력, 국가 공간정보 협력, 중소벤처 협력, 무역투자촉진 프레임워크 등의 MOU도 맺었다. 사우디와 카타르는 우리의 주요 교역국이자 중동지역 정치 경제의 핵심 플레이어로 이들 국가들과의 우호 협력은 우리의 경제와 안보에 매우 중요하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1호 영업사원’으로서 세일즈 외교에 공을 들여왔는데, 주요 대상이 바로 중동이고 성과도 많이 냈다. 지난해 11월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방한때 체결한 계약 및 MOU 사업규모가 290억 달러에 달하고, 올해 1월 윤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하며 300억 달러의 투자를 이끌어냈다. 이번 한·사우디 정상회담을 계기로 모두 51건 156억 달러 규모의 투자계약 및 MOU가 체결됐다. 카타르 방문 일정에서 MOU·계약 총 12건을 체결해 46억달러 규모의 수출·수주 성과를 거뒀다. 특히 HD 현대중공업이 카타르 에너지와 39억달러 규모의 LNG 운반선 계약을 체결하며 국내 조선업계 사상 단일 계약 최대 규모를 경신했다. 이로써 지난 1년 간 사우디·아랍에미리트(UAE)·카타르로 대표되는 중동 ‘빅3’에서 거둔 성과만 792억달러(약 107조원)에 달한다. 지난 수 십 년 동안 열사의 땅 중동에서 벌어들인 오일머니는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원동력이 됐다. 이제 107조원이라는 거대한 ‘경제 운동장’이 중동 지역에서 만들어졌다. 총 5000억 달러(676조2500억원)의 사우디 ‘오일머니’가 투입되는 네옴시티 사업에 한국기업의 참여 기회도 늘어날 전망이다. 방산 협력도 기대감을 키우게 한다. ‘제2의 중동 붐’으로 확산시켜야 한다. 이번 대통령의 방문을 통해 더욱 튼튼해진 기반위에서 시장개척을 가속화하면서 한편으로 중동국가들과 지속가능한 상호 호혜적 협력을 이루어 경제위기 타개는 물론 새로운 발전의 모멘텀을 확보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이강국 전 중국 시안 주재 총영사

[기자의 눈] 연금개혁, 칼을 뽑았으면 무를 썰어라

독일과 프랑스의 경제 상황이 엇갈리고 있다. 독일에서 ‘위기론’이 나오는 사이 프랑스는 유로존 평균 대비 높은 경제성장률을 달성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통일 직후 유행하던 ‘유럽의 병자’라는 말이 다시 들린다. 프랑스는 각종 경제지표가 개선되며 고무된 분위기다. 이 같은 현상의 원인을 쉽게 단정하기는 어렵다. 두 나라는 산업구조가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수년간 프랑스가 각종 개혁을 수행했다는 점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2017년 취임 이후 사회구조를 지속적으로 가다듬었다. 노동개혁, 공무원감축, 연금개혁 등을 추진했다. 엄청난 반대에 지지율이 폭락했지만 ‘해야 할 일’을 멈추지 않았다. 한국의 경제·사회 환경도 녹록지 않다. 출산율이 곤두박질치며 과거에 했던 모든 예측이 빗나가고 있다. 노동·교육·연금개혁 없이는 더 이상 발전하기 힘들다. 윤석열 정부가 취임하며 이 같은 ‘3대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사실상 제자리걸음 중이다. 국민연금만 놓고 보면 상황이 더 심각하다. 국민연금은 애초부터 덜 내고 더 받는 구조로 설계됐다. 거칠게 표현하면 ‘합의된 폰지사기’다. 앞으로 돈 낼 사람이 계속 줄어드는데 기금이 지속 가능할 리가 없다. 정부는 이 와중에 여론 눈치 보느라 바쁘다. 국회는 차라리 없는 게 나은 수준으로 기능하고 있다. 지난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민연금공단 국정감사에서 연금개혁과 관련해 여야 의원들이 발언한 내용을 보면 기가 찰 정도다. 대부분 사람들은 살 빼는 방법을 안다. 덜먹거나 더 움직이면 된다. 두 가지를 같이 실천한다면 금상첨화다. 체중 탓에 목숨이 위태로운 사람이 ‘밥을 더 먹고 대신 운동을 많이하자’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연금개혁도 마찬가지다. ‘더 내고 덜 받는’ 안을 내놔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27일 제3차 국민연금 심의위원회를 열고 개혁안을 확정한다. 국무회의를 거친 종합운영 계획안은 이달 말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구체적인 숫자 없이 방향성만 담긴 계획안이 나올까 걱정된다. 그렇다면 정부는 자신들이 전 정권과 똑같이 이 분야에서 무능하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다. 칼을 뽑았으면 무를 써는 시늉이라도 해야 한다. yes@ekn.kr여헌우 산업부 기자 여헌우 산업부 기자

[EE칼럼] 지금이 신재생에너지 R&D투자 늘릴 때다

가정이지만 ‘만일 십오 년 전 녹색성장 때부터 신재생에너지를 기술기반의 국내 산업 육성 방향으로 이끌었다면 지금 우리나라는 탄소중립 전열에 훨씬 더 유리한 위치에 있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해 본다. 안타깝게 당시에도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는 R&D보다는 보급 주도의 정책이 지배적이었다. 기술개발에 자금을 쏟기보다는 국산이든 수입산이든 설치만 하면 보조금을 받을 수 있으니, 아직 성과를 인정받지 못하는 국산 보다는 당장 설치 가능한 수입산으로 물량 목표 채우기에 급급했던 것이다. 그 결과 국내의 태양광·풍력 발전 산업 생태계는 붕괴됐고, 오늘날 국내 재생에너지 보급은 해외 종속형으로 변질됐다. 탄소중립도 좋고 넷제로도 좋고 2030 온실가스 감축도 다 좋지만, 장기적으로 이를 달성할 수 있는 국내 산업기반이 없고 부가가치 제고로 연결되는 글로벌 밸류체인 구축에도 실패한다면 좋다고 하는 이 모든 정책의 지속가능성 자체가 무의미하다. 미국, 유럽, 중국, 호주, 일본 모두 자국의 기술과 산업, 자원 육성을 근간으로 정책을 추진한다. 정부는 최근 마련한 내년도 예산안에서 재생에너지 분야에 대한 R&D 예산을 대폭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보조금 나눠먹기 식으로 무분별하게 집행된 재생에너지의 보급 관련 예산을 조정하는 것은 일견 타당하다. 그러나 산업육성을 위한 R&D 예산은 이와는 구분되어야 한다. 특히 지금처럼 경기가 좋지 않을 때일수록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는 우선되어야 한다. 연방정부와 주정부, 시장간의 역할이 분권화된 미국에서는 화석연료를 선호하고 재생에너지를 터부시했던 트럼프 행정부 당시에 오히려 재생에너지 보급속도는 역대 최대였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의도 여부와는 상관없이 결과가 그랬기에 트럼프를 이은 바이든 행정부는 에너지전환 정책에서 비교우위를 갖게 됐다.우크라이나 전쟁과 이-팔 전쟁으로 인한 중동위기 고조, 미국의 경기침체설 재부상 등 거시경제 지표가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글로벌 메이저 기업들의 신재생 에너지 분야 투자가 끊이지 않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미국의 옥시덴털 페트롤리움은 탄소포집저장 사업인 스트라토스(Stratos)에 11억 달러를 투자했는데 여기에는 아마존, 쇼피파이와 같은 이커머스 기업은 물론 휴스턴 텍사스 풋볼팀까지 가세했다. GE는 올해 해상풍력에서 막대한 손실을 입었는 데도 관련 투자는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R&D 예산을 줄이면서 일부에서는 이런 주장을 하기도 한다. 사업성 갖춘 R&D는 굳이 정부 재정 지원없이 민간이 주체적으로 수행하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전력 및 가스시장을 보면 이러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을 공공 물가안정 차원에서 철저하게 규제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앞서 언급한 미국의 옥시덴탈도 바이든 행정부의 투자 인센티브 없이는 탄소포집 사업을 개시할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가 이전 정부의 탈원전 내상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신재생에너지 분야 투자를 게을리 하는 사이에 해외 유수 메이저들의 저탄소 전열은 재정비될 것이다. 그리고 어느 때에 이르면 지금보다 훨씬 더 가혹한 에너지 전환 비용 청구서를 받게 될 것이다. 지난 몇 년간 탈원전 정책 속에서 혼선을 겪었고 지금은 태양광과 풍력 발전 등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비슷한 경험을 되풀이하고 있다. 정치적 구호와 목표수치로만 점철되는 원자력과 재생에너지의 대립구도 아래서는 지속가능한 기술개발과 산업생태계를 이룰 수 없다. 사회적 피로현상만 누적될 뿐이다.송전 계통과 ESS 등 제반 장애요인을 하나씩 해결하면서 태양광과 풍력의 보급은 속도조절에 나설 필요가 있다. 그동안 2030 NDC 목표에 매몰돼 물량위주로 추진된 부작용을 해소한 후 전진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히려 이럴 때일수록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R&D에 대한 정부의 적절한 지원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박호정 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이슈&인사이트] 완성차 업체의 전기차 전환 딜레마

내연기관차는 약 3만개의 부품으로 이뤄져 있다. 1~3차 협력사를 통해 단순 부품부터 모듈에 이르기까지 융복합적인 생산 과정과 최종 조립단계를 거쳐 완성차가 탄생한다. 협력사를 제외하더라도 완성차 업체의 최종 제작 공정에는 수많은 부품의 조립과 검사, 출고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많은 인력이 투입돼 유기적으로 생산 활동을 벌인다. 그런데 최근들어 전기차 대중화 시대가 열리면서 기존의 자동차 제작 생태계가 무너지고 자동차 산업 전반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부품수가 크게 줄었다는 점이다. 기존 내연차의 경우 자동차를 굴리기 위해 연료를 태워 에너지를 얻고 이것을 운동에너지로 바꾸는 등의 과정에서 엄청난 부품이 소요된다. 하지만 전기차는 배터리 배터리 하나로 모든 에너지를 얻기에 에너지 생산과정이 생략되면서 엔진과 동력전달장치(변속기·구동장치),전기장치 외에는 사실상 부품이 필요없게 된 것이다. 특히 내연기관차에서 엔진과 변속기는 가장 높은 난이도를 가진 제품으로 약 1만개의 부품으로 이뤄져 있지만 전기차에서는 이 자체가 필요 없다.실제로 전기차의 부품수는 1만3000개에서 1만8000개 정도로 내연기관차의 절반 수준이다. 이렇게 부품수가 적은 만큼 제작 공정과 조립과정이 단순화돼 생산 인력도 크게 줄어든다. 실제로 전기차의 경우 생산인력은 기존 내연기관차에 비해 30% 이상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산업이 대표적인 노동집약적 산업이라는 말이 옛말이 된 셈이다. 문제는 현대차·기아 등과 같은 기존 내연기관차 업체들이 전기차로의 전환과정에서 기존 인력의 재배치나 전환배치 또는 인력 감축 등 근무조건 변경에 따른 갈등으로 전기차로의 전환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국내 완성차 업체의 경우 노조의 위력이 상대적으로 거센 상황이어서 해당 기업으로서는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실제로 노조에서는 해당 생산 인력에 대한 기존 근로조건 보장은 물론 정년연장 등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을 요구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기존의 완성차 업체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은 기존의 생산 인력의 관리를 비롯한 전기차에 최적화된 인력의 안정적인 확보가 최대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경직된 노사문화와 함께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신규 인력부족에다 기업규제가 여전히 상존하는 상황이어서 국내에서의 생산활동에 많은 제약을 받고 있다. 이런 와중에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앞세운 미국은 물론 EU 등 우리나라 기업의 주력 수출 시장에서 각국이 자국 우선주의 정책으로 옥죄면서 국내 기업들의 국내에서의 생산 여건이 더욱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이처럼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에 따른 인력 수요감소는 완성차 업체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최근 전기차 전용공장을 건설하면서 기존 인력을 40%이상 감축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게다가 모듈화 공법 도입과 자동화 등으로 인력수요는 앞으로도 더 줄어 들 수 있다는 점이다. 기업으로서는 자동화는 경영안정 측면이나 제품 경쟁력 확보차원에서 매력이 아닐 수 있다. 노조와의 갈등이나 안전사고로 인한 시간적·경제적 기회비용을 줄일 수 있고 필요하면 24시간 생산체제도 가능해 제품가격을 낮출 수 있고 이렇게되면 판매량도 늘어 높은 성장을 꾀할 수 있다. 그렇다고 무작정 자동화에만 매달릴 수 만은 없는 현실이다. ESG 시대를 맞아 기업에게 고용창출과 사회공헌 등 상생이라는 사회적 책무가 강조되고 이것이 또 하나의 경쟁력 지표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완성차 업체들이 기존 인력의 업종전환이나 직무 전환 교육은 물론 전기차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힘써야 하는 이유다.이에 맞춰 노조 문화도 개선돼야 한다.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 김필수자동차연구소 소장

[이슈&인사이트] 의사만 좇는 세상, 4차 산업은 누가 키우나

윤덕균 한양대학교 시스템공학부 명예교수‘대한민국은 의사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의사 직종이 ‘신의 직업’으로 추앙받으며 의대 진학 열풍이 거세다. 고졸 수험생은 물론 재학중인 대학생들도 멀쩡한 기존 학과를 그만두고 반수,재수를 통해 의대 문을 두드리고는 게 일반화됐다. 심지어는 강남권 등 일부에서는 초등학생 때부터 의대 진학에 맞춘 진학반을 운영하는 세태다. 디지털 혁명, 인공지능 등의 4차 산업혁명의 성공 열쇠는 인재 양성에 있다. 중국은 연간 이공계 졸업생이 460만 명에 달한다. 그런데 한국은 10만여 명에 불과하다. 양적인 열세와 함께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질적인 문제다. 서울공대의 최고 경쟁학과가 전국 대학의 의예과, 치의예과, 한의예과, 수의학과, 약학과에 못 미친다. 서울공대보다 지방대 의대를 나와서라도 의사 면허를 취득하는 걸 선호한다. 이공계 인재를 키우기 위해 설립된 영재고 졸업생이 의대에 진학하면 각종 불이익을 주고 있지만, 의대행을 막지 못한다. 의대 선호 현상은 2023학년도 대학 정시모집에서 그대로 보여준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고려대·서강대·연세대·한양대 4개 대학의 반도체 계약학과에 합격하고도 등록을 포기한 수험생 수는 73명으로 전체 모집 인원인 47명보다 많았다. 종로학원이 2023학년도 정시모집 추가 합격자 발표를 마감한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모집 결과를 분석했더니 최종 1343명이 등록을 포기했다. 이는 세 대학 모집 정원(4660명)의 28.8%에 달한다. 자연 계열 등록 포기자의 상당수는 의·약학 계열에도 중복으로 합격해 옮겨간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대 신입생 3606명 중 225명이 1학기에 휴학했다. 재수해서 의약계를 지망하겠다는 의도다. 초등학교에서는 때 이른 입시 준비로 의대 입시반 광풍이 불고 있다. 의대·치대·한의대 등 의학 계열 학과 입학을 위해 초등학교 입학부터 준비에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학부모들 사이에 ’영어 유치원-초등 의대 반-자사고‘는 의대 입학으로 가는 ‘로열로드’로 꼽힌다. 문제는 이공계 인재들의 이대 쏠림 현상이 심각한 수준으로 치달으면서 한국의 미래산업,이른바 4차 산업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이러한 광풍을 잠재워야 할 정부가 나서서 기름을 붓는 격이다. 정부는 과학기술계의 카르텔 타파를 명분으로 내년 연구·개발 예산을 올해 대비 5조2000억 원이나 깎으면서, 부족한 의료인력을 확충한다며 의대 정원에 늘리기에 혈안이다. 물론 의료인력 부족 현상도 해소해야 한다. 의사 부족으로 지방 의료가 붕괴하면서 환자들은 서울로 몰리고,환자 부족으로 지방 병원 붕괴가 가속화되는 빈곤의 악순환이 반복된다. 여기에 정부는 국립대 병원을 보건복지부로 이관하고 지방 의대 정원을 대폭 늘려 지방 의료를 살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복지부가 의사 인력 확충·지원이 정부 의료 개혁의 핵심이라고 거듭 강조하는데 그 타당성에 일정 부분 동의한다. ‘청주 종합병원 심장내과에서 최근 ‘심장내과 의사에게 연봉 10억 원을 주겠다’라는 채용 공고를 냈지만, 지원자가 없었다. 속초의료원은 연봉 4억 원을 주고 응급실 의사 3명을 충원했다’라는 등의 토픽으로 등장하는 의사 구인 이슈다. 그런데 본질적인 해법을 압구정동에 성형외과가 수백 개가 밀집된 현상에서 찾을 수 있다. 이러한 구인난의 본질이 의사의 수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 극심한 편중 현상에서 기인한다. 극심한 의사 난의 화두가 ‘지방’, ‘응급’, ‘수술’ 등 이른바 의료 3D직종에 속한다.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의대 정원을 늘린다 해도 3D 기피는 상존한다. 의료 3D 해소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 의사 증원만이 해법이라면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 활용하는 해외 의료 고급 두뇌를 수입하는 대안도 있다. 의사 수를 늘리면 의료 취약지역과 취약 분야에 대한 낙수효과도 기대난망이다. 현행 의료 문제는 한국의 미래 산업의 경쟁력에 약화 문제에 비해서 작은 문제다. "의사만 늘리면 4차 산업 첨단 연구는 누가 하나?"라는 산업계의 절규에 정부는 답해야 한다.윤덕균 교수 윤덕균 한양대학교 시스템공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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