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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한 괴담과 진실

후쿠시마 원전에 보관 중인 오염수의 방류가 빠르면 오는 6월부터 시작된다. 2011년 3월 지진해일로 녹아내리면서 뜨겁게 달아오른 원전 3기의 노심을 식혀준 132만 톤의 지하수를 모아놓은 것이다. 더욱 복잡해지고 있는 일본과의 관계를 고려하면 오염수 방류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논란에 대해 적극적이고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일본이 아니라 우리 자신을 위한 일이다. 후쿠시마산 수산물의 수입 문제까지 더해지면 상황은 더욱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먼 산 보듯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오염수 방류를 무작정 반대할 수도 없다. 액체 상태의 오염수를 무한정 저장탱크에 넣어둘 수는 없기 때문이다. 관리의 비용과 노력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만에 하나 저장탱크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걷잡을 수 없이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국제 사회가 인정하는 ‘계획적 방류’가 오히려 더 나은 선택이 될 수도 있다. 일본의 오염수 방류가 우리에게 실질적인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확인해야만 한다. 일본 정부에 오염수 방류에 따른 피해 여부 등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당당하게 요구하는 것이 그 시작이다. 우리가 별난 특혜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이 위치한 우리에게는 지극히 당연한 요구다. 일본도 국제 사회에서 우리와의 관계 정상화를 위해 그런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관련 정보를 낱낱이 밝혀야 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통한 오염수 모니터링에도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다행히 우리도 IAEA가 직접 참여해서 채취한 처리수 시료와 어류·해조류·해저퇴적물을 분석하는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우리의 노력이 하루 이틀에 끝나는 것도 아니다. 방류 작업이 계속되는 30년 동안 잠시도 게을리 할 수 없는 일이다. 일본 정부가 국제 사회에 약속한 방사성 오염물질의 제거(除去)·희석(稀釋) 과정을 성실하게 수행하는지를 철저하게 확인하는 것이 핵심이다. 필요하다면 우리 전문가가 방류 현장을 직접 모니터링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우리 해역에 대한 투명하고 공개적인 확인 작업도 강화해야 한다. 적지 않은 비용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지만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앞장서서 엉터리 괴담을 퍼뜨리는 일부 언론의 보도행태도 바로잡아야 한다. 지난달 한 대학 교수를 출연시킨 한 언론의 대담 프로그램의 내용은 전문가의 입장에서 보기가 민망할 정도였다. 해당 교수는 여기서 오염수를 희석시키는 일이 공학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야말로 억지다. 하루 120톤의 오염수를 희석시켜 바다로 방류하는 일도 해내지 못하는 공학은 의미가 없는 것이다. 철제 탱크에서 녹아 나오는 부식성 물질(녹물)도 걱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어처구니 없다. 오염수에 대한 그의 과거 발언도 설득력이 없다. 오염수를 희석시켜도 오염물질의 총량은 변하지 않는다는 발언은 물론이고 무거운 삼중수소가 바다 밑으로 가라앉기 때문에 바닥에 서식하는 넙치를 먹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태평양의 생선을 한 마리도 먹으면 안 되지만, 우리나라에서 잡은 생선은 괜찮다는 말도 했다. 오염수를 대형 저수지에 가둬둘 수 있다는 주장도 맞지 않는다. 언론에서 괴담을 앞세워 여론을 호도하고 혼란을 조장하는 엉터리 전문가를 확실하게 걸러내야 한다. 보도의 균형과 형평을 핑계로 과학적 사실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언론은 더 이상 언론이라고 할 수가 없다. 물론 과학계에서도 엉터리 전문가에 의한 사회적 피해를 최소화시키기 위한 자율적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에 대한 합리적인 대응도 중요하다. 후쿠시마산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작정 거부하는 자세는 바람직하지 않다. 수산물의 ‘원산지’가 오염의 직접적인 근거가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합리적인 농수산물 품질 기준을 구체화·현실화하는 노력이 훨씬 더 현명한 방법일 수 있다.이덕환 서강대학교 명예교수

[기자의 눈] KT의 주인은 누구인가

KT가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이했다. 차기 대표 선출은 진즉에 물 건너갔고, 이사회 구성마저 못할 상황이다. KT의 차기 수장을 뽑는 절차가 시작된 지도 4~5개월이 훌쩍 지났다. 그런데도 아직 정리가 안 됐고, 앞으로 5개월은 더 걸릴 거라고 한다. 연매출 25조원, 임직원 2만명을 거느린 재계 서열 12위 KT가 처한 현실이 이렇다. KT 차기 대표 후보 선출 과정을 취재하면서 ‘이해관계자’의 영향력에 매우 놀랐다. 구 대표가 이사회의 연임 적격 판정을 받고도 다른 후보들과 경쟁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후, KT는 후보 선출을 위한 절차를 소개하면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청취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했고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반영한 심사기준을 결정하겠다"고 했다. 최근 대표이사 직무대행을 맡은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은 경영 안정화와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의지를 밝히면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KT에 ‘이해관계자’가 누구인지를 물었을 때 KT는 ‘국내외 주주’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돌아가는 지금까지 상황을 종합해 보면, 결국 ‘이해관계자’는 국민연금을 앞세운 정부·여당이라는 게 자명해 보인다. 국민연금은 기금운용본부 내부에 ‘건강한 지배구조 개선위원회’(가칭)를 구성해 소유분산 기업 지배구조 개선점을 본격적으로 들여다볼 예정이다. KT와 같은 소유분산 기업이 가져야 할 바람직한 지배구조 모델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다. 그런데 위원 인선은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맡는다고 한다. 국민연금 이사장 자리가 전직 장차관들의 텃밭이라는 점을 떠올리면, 외풍에서 벗어나겠다는 KT의 의지는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노조 조합원을 비롯한 소액주주들은 정치권 외풍만은 막아야 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번에 바로잡지 못하면 다음 정부에서 또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KT의 차기 대표 선임 절차는 다시 원점이다. 첫 단추를 잘 꿰야 한다. 전문성과 정당성을 동시에 갖춘 인물이 공정하게 선출돼 KT의 기업가치를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hsjung@ekn.kr정희순 산업부 기자. hsjung@ekn.kr

[이슈&인사이트]산림을 신성장동력으로 키우자

올해는 1973년 시작된 산림녹화(국토녹화) 50주년을 맞는 해이다. 개인적으로는 산림청과 인연을 맺고 산림정보화와 산림정책 등의 자문을 시작한 지 20년이 되는 해이다. 4월5일 식목일을 맞아 산림과 탄소중립,산림과 ESG의 의미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산림청은 국토녹화 50주년을 맞아 올해부터 2027년까지 5개년 계획인 ‘선진국형 산림경영관리를 통한 산림르네상스 추진 전략’을 통해 ESG를 실천하고 있다. 산림청이 지난 5년간 추진한 주요 정책을 살펴보자. 먼저 산림자원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산림자원을 조성하고, 목재이용 확대를 촉진하고 있다. 산림의 가치향상을 위해 7만5000ha의 경제림 조성과 109만ha에 달하는 숲 가꾸기를 실시했다. 2020년에 목조건축의 높이ㆍ규모 제한 규제를 폐지하고 제천과 춘천 등에 목재산업단지를 조성해 국산목재 활용을 촉진하고 있다. 남성현 산림청장은 평소 "목재를 이용하는 것이 탄소중립으로 가는 길"이라고 강조한다. 건축과 실생활에서 목재 사용을 늘리는 것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좋은 방법 중의 하나다. 다음은 기후변화 분야로,산림청은 산림탄소중립전략 마련과 생태복원 등을 통해 산림건강성을 증진에 힘쓰고 있다. 민관협의회 합의로 ‘2050 산림부문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도출했다.산림의 순환경영과 보전ㆍ복원으로 2050년 탄소중립에 2670만tCO₂를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가리왕산, 섬숲 등 산림생태 복원을 추진하고, 산림복원ㆍ황폐화 방지 등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열대림 보전·복원 ‘글로벌산림재원서약’ 동참, 황사ㆍ미세먼지 저감 한·몽협력 등 국제산림협력을 전개하고 있다. 안전 분야에서는 지능형 대응체계 구축, 안전관리 강화로 산림재해에 대비하고 있다. 산불 대응에 드론, 산불확산예측시스템 등 첨단기술을 활용하고 산불진화 헬기,산불재난 특수진화대 등 정예 진화자원을 신속하게 투입하고 있다. 산지태양광시설의 허가기준 강화와 전문기관 점검 의무화로 안전을 확보하고 산사태 취약지역 조사 및 사방댐 조성을 확대하고 있다. 산림복지 분야에서는 코로나19 회복 지원과 산림복지서비스 다변화를 추진했다. 코로나19 대응인력과 자가격리자 등 총 1만4556명을 대상으로 372차례에 걸쳐 산림치유를 실시하고 반려식물 4000그루를 제공해 ‘코로나 블루’ 극복을 지원했다. 도시숲의 체계적 조성ㆍ관리를 위한 ‘도시숲법’ 제정과 국가숲길 도입, 국가정원 지정(태화강) 등을 통해 산림복지 저변을 확대했다. 산림청은 윤석열 정부의 비전인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 함께 잘 사는 국민의 나라’를 ‘산림 르네상스’ 비전을 통해 산림에도 구현하고 있다. 국토면적의 63%를 차지하는 산림은 핵심자원으로 기후위기 대응, 지속가능경영, 다양한 가치의 극대화를 위해 산림전략의 ‘재탄생(renaissance)’을 추진하고 있다. 산림행정을 경제ㆍ환경ㆍ사회ㆍ문화의 미래 정책수요까지 포괄하는, 글로벌스탠더드에 부합한 융합과 통섭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산림청의 ‘산림 르네상스’ 정책이다. 산림녹화 50년의 성과를 바탕으로, 이제 100년을 준비할 시점이다. 산림에서 100년 지속가능한 신성장동력을 찾을 수 있다. 고령화, 산촌의 인구 감소,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원자재난 등의 경제위기에서 산림자원을 활용하는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를 발굴할 필요가 있다. 민간의 산림부문 투자를 유도하고 산림규제를 풀어 임업경영을 1·2·3차 산업을 아우르는 6차 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 국제사회 기여차원에서 50년 산림녹화 노하우인 ‘K-Forest’를 한국의 대표 ODA(공적개발원조)로 전략화할 필요도 있다.문형남 숙명여자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한국AI교육학회 회장

[기자의 눈] 고래 싸움에 새우 등

최근 들어 정비사업장 곳곳에서 조합과 시공사가 공사비 증액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양상이다. 조합과 시공사 간 공사비 갈등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고금리 및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장기화에 따른 원자재 가격 폭등까지 겹치면서 상황이 과거보다 심각해졌다. 시공사들은 "인건비 상승에 원자재 가격까지 급등해 공사비 부담이 커졌다"며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지만 조합은 "당초 계약서상 명시된 금액 이상 줄 수 없다"며 이를 거부하면서 갈등이 시작되는 것이다. 올해 들어 입주를 앞둔 단지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갈등이 곪아 터져 나왔다. 입주일을 불과 하루이틀 앞둔 시점까지도 조합과 시공사가 공사비 증액 문제를 협의하지 못하면서 시공사가 입주 열쇠를 불출하지 않거나 아예 단지에 ‘출입금지’가 적힌 띠를 둘러 진입 자체를 막아서는 경우도 발생했다. 정해진 날짜에 이사를 하지 못해 모텔을 전전하는 입주 예정자들도 생겨났다. 사실 정비사업에서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은 불가피하다. 다만 이 싸움이 끝없이 이어지다 보니 그 피해가 고스란히 입주를 앞둔 수분양자에게로 확산되고 있다는 게 문제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속담을 인용해 고래(조합과 시공사) 싸움에 새우(수분양자)만 피해를 보고 있다며 해결 방안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두 고래의 입장이 너무나도 극과 극을 달리기 때문에 적절한 합의점을 도출하기가 만만치 않다. 시공사 입장에서 봤을 때 인건비나 자재 가격이 오르면 현실에 맞게 공사비 단가를 산정하는 게 맞다. 수년 전 가격 그대로 공사를 마무리하면 손해를 보면서 아파트를 지을 수밖에 없는 꼴인데 어느 기업이 손해 보는 장사를 하겠냐는 거다. 반면 조합 입장에서 보면 오른 공사비 전액 부담을 조합원에게 100% 전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이미 정비사업을 진행하는 동안 억대 분담금을 낸 상황에서 추가 분담금까지 지불하기에는 그 부담이 상당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계약 시점에서 조항에 공사비 증액과 관련한 특약 등을 꼼꼼하게 기입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지만 사실 계약서 명시가 완벽한 해법은 될 수 없다. 그나마 반가운 소식은 지난 28일 서울시가 조합과 시공사 간 분쟁 차단 방안을 시행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공사비 검증을 입주예정시기 1년 전까지 착수하도록 조합정관을 개정하고 SH공사 등 정비사업 지원기구가 나서서 공사비 증액 검증을 진행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제 시작 단계이지만 이 방안을 계기로 조합과 시공사, 분양자 모두 웃으며 사업을 마무리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증명사진

[이슈&인사이트]토지거래 허가제 폐지 검토할 때

최근 들어 서울 압구정과 목동 등 주요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풀어달라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거세다. 이에 강남구와 양천구 등 해당 자치구에서도 서울시에 해당 지역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요청했다. 주택시장 침체가 가속화되면서 토지(주택)거래가 급감하고 가격이 급락한데다 주민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제약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목동신시가지의 경우 지난해 부동산 거래량이 86건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전인 2020년(707건)의 12% 수준으로 급감했고 가격도 최대 6억6000만원까지 떨어졌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는 지난 1월 신속통합기획(주택재개발) 후보지 16곳과 공모추천지 54곳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다시 묶었다. 이에 해당 지역 토지소유자들이 강력 반발하며 서울시와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 대한 재산권 침해 논란은 1980년대 제도도입 당시부터 이어지고 있다. 정부 당국은 부동산 시장이 과열된다 싶으면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전가의 보도처럼 꺼내 들고, 주민들은 재산권 침해를 주장하며 반발한다. 투기를 방지하고 정상적인 거래질서를 확립한다는 취지로 1979년 1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도입된 토지거래허가제는 도입 당시부터 지나치게 사유재산제도의 본질을 침해한다는 위헌론이 지속적으로 제기됐지만 헌법재판소에서는 1988년과 1992년 두차례 합헌 결정했다. 합헌 결정 근거는 투기적 거래를 방지한다는 제도의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사유재산권 제한이 불가피하고 다른 적절한 방법이 없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헌법재판소 결정을 근거로 토지거래허가제가 무조건 합헌으로 봐서는 안된다. 1988년 위헌심판에서 5대4로 위헌의견을 낸 재판관이 많았지만 위헌결정 정족수인 6명에 못미치며 합헌결정이 이뤄졌다. 1992년 심판에서는 앞선 1988년의 결과를 그대로 수용해 별도의 판단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를 근거로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서울시가 재건축 단지 등에 적용하는 주택에 대한 토지거래허가제는 위헌적 소지가 다분하다. 첫째,헌재 판단은 토지거래허가제가 다른 제도보다 강한 사유재산권 침해라는 것을 인정한 것으로, 어디까지나 토지거래허가제를 투기방지를 위한 우선적인 제도로서 활용하라는 것이 아니라 최후적 수단으로, 제한적으로만 사용하는 것이라는 것을 전제에 둔 해석이다. 정부가 나서서 대부분의 부동산 규제지역을 풀고,대출을 완화하며,유주택자의 조세 부담을 경감하는 등 부동산 시장 침체 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독 서울시가 토지거래허가제를 유지한다는 것은 헌법재판소 판시 취지에 비춰 최소침해성 원칙에 위반된다. 둘째,헌재 판결례에서의 토지거래허가제도의 범위는 ‘토지’ 거래행위에 대한 것이다. 헌재는 1988년 결정에서 "토지거래허가제는 그 주된 목적이 토지의 투기적 거래 억제에 있다"고 봤다. 그런데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토지거래허가제는 재건축·재개발 등을 예고한 ‘주택’에 이를 적용. ‘주택거래허가’의 목적으로 제도를 운용해 개인의 사유재산권이나 헌법에 보장된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 셋째,현 시장 상황에서 토지거래허가제가 정말 필요한 지 충분히 납득하기 어렵고 실수요에 따른 정상적인 거래 마저 막는 등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점이다. 투기적 거래를 방지하기 위하여 불가피하게 토지거래허가제까지 도입해야 할 상황이 있을 수도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그러나 시장 상황에 따라 그 필요성을 재검토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토지거래허가제가 사유재산권에 대한 지나친 제약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고금리와 부동산 경기침체로 고통받는 서민들이 합리적으로 거래여부를 판단해 자연스러운 시장경제의 흐름이 되살아 날 수 있도록 토지거래허가제를 풀 것을 제안한다.박지훈 비욘드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E칼럼]에너지정책에서 정치거품 빼기

입춘(立春)과 경칩(驚蟄)이 지나 이제 봄이다. 곧 여름이 올 것이다. 당연한 시절흐름을 강조하는 것은 에너지걱정에 편치 않았던 겨울이 지났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가스가격 급등-전기요금 추가상승- 가정 난방비용 등 에너지비용 동반 급등- 물가상승과 인플레 가중- 건전성장과 균형복지체계 붕괴라는 악순환이 에너지시장 불안정을 중심축으로 지속되었다. 그런데 세상사 걱정은 항상 끝이 있다. 유럽의 예상외 따뜻한 겨울날씨에다 각국 정부의 긴축정책 효과로 극심한 에너지 곤궁은 모면하였다. 특히 소비자들의 합리적 소비행태가 결정적 역할을 한 것 같다. 이에 선진 각국은 보다 미래지향적인 에너지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에너지전략을 통해 세계질서 단극(單極)주도국 위치 강화를 꾀하고 있다. 에너지자립과 LNG수출시장 주도능력을 기반으로 반도체지원법(CHIPS Act)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확실한 세계 정치·경제 주도권 확보에 노력하고 있다. 유럽(EU)도 러시아 악몽에서 벗어나 에너지·환경문제의 합리적 연계를 주도하고 있다. 이 달 채택된 유엔 ‘기후변화에관한정부협의체’(IPCC) ‘제6차 보고서’에서 기후변화 완화를 위한 유럽의 적극적 기여가 대표적이다. 중국은 신재생에너지 실용화능력과 막대한 희귀광물자원의 전략적 활용으로 존재를 과시하고 있다. 여기에다 러시아와 적극적 연계를 통해 미국과 양극(兩極)체재 구축을 노골화하고 있다. 일본은 시장경제원칙과 기술혁신 중시 체재 아래에서 느리지만 큰 혼란 없는 에너지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심지어 유럽 에너지위기의 원인 제공자인 러시아도 중국·중동과의 에너지연대로 경제파탄을 극복하고 광범위한 사회주의 연대체계 구성을 시도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나라는 걱정이다. 아직도 이념과잉 에너지정책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장실패-정책실패의 폐해를 모두 국민 부담으로 전가하고 있다. 이에 관련정책의 보완은 다급한 과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기존의 백가쟁명(百家爭鳴)식 보완은 안 된다. 대부분 낡은 ‘경로 의존적(path dependant)’ 전략으로 큰 쓸모가 없다. 문제 진단과 분석, 그리고 대안 제시라는 과학적 전략 도출 원칙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에너지라는 재화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경우도 많다. 에너지는 그 자체가 가치를 가진 경우가 적다. 다른 재화·서비스의 가치를 키우는 중간투입재일 뿐이다. 그래서 단기적으로는 에너지가격 하향 조정 이 외에 뚜렷한 위기해결책이 없다. 더 큰 문제는 해결이 쉽지 않기 때문에 정치적 목적에 활용된다는 점이다. 결과검증이 쉽지 않은 에너지문제를 정치이념의 합리화도구로 활용한다. 지지층 결집을 위한 ‘비(非)과학적’ 목표를 일단 제시하고, 장기 여건변동을 핑계로 책임을 회피한다. 이에 에너지시장은 시장왜곡의 상징이다. 정부-민간 간의 이기적 담합이 우려된다는 걱정이 많다. 이에 정부의 도덕적 권위를 강화하는 정책체계도입이 시급하다. 이런 맥락에서 공공 필수재인 에너지정책 체계구성에 공공선(共同善·Public Good) 개념도입이 요구되는 것이다. 공공선이란 인간 개개인의 존엄성 존중을 통해 다수의 삶의 질을 높이는 ‘윤리적인 시장경제’ 개념이다. 따라서 재화와 서비스의 단기 투입수준을 따지기보다 집단지성을 통한 중·장기적 공동체 구성 방법론과 사회적 후생 ‘거버넌스’ 조성에 치중한다. 인간은 공존적(共存的) 존재이기 때문에 공익보다 사익만을 지나치게 앞세우면 공동체 연대의식 붕괴와 함께 결국은 현존 문명체계 훼손으로 이어진다. 현실에서는 이미 바로 활용 가능한 공공선의 평가논리와 실행수단이 많다. 기업의 사회적책임(CSR)논리가 대표적이다. 기후변화 적응과 에너지 절약도 그러하다. 현행 인류문명은 지구온난화, 질병통제, 정보격차, 금융위주 구주확대에 따른 형평성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그래서 모든 문제 해결에는 자본주의 한계를 극복할 투자와 규제의 복잡다기한 조화가 필요하다. 정부와 민간을 망라한 기술·조직·사회 혁신도 필요하다. 특히 느리고, 비효율적인 기존 정부정책 보완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 정부의 시장개입에 따른 부정적 효과 감축 대책이 긴요하다. 투입-산출 효율검증 제도부터 바꿔야 한다. 우리 정부가 공공선을 가치판단 기준으로 새로운 도덕적 권위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에너지정책 추진 체계도입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이를 통해 세계적 에너지 공급제약에 대비하여 기업에게 사회적 책임차원의 기여와 희생을 요구할 수 있다. 또한 소비자들에게 당장 ‘대가 없는’ 공익 차원 에너지 절약을 떳떳이 당부할 수 있다. 결국 도덕적 권위를 가진 정부만이 규제와 시장개입으로도 안 되는 ‘단기’ 에너지 문제,특히 요금 논란을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손 쉬운 정치의 힘을 버리고 도덕적 권위를 찾는 정부를 보고 싶다. 정치화된 ‘자칭 전문가’들을 앞세운 정치개입의 합리화는 더욱 안 된다.최기련 아주대학교 에너지학과 명예교수

[기자의 눈] 韓日 경제, 협력하되 ‘한배’는 타지 말자

‘노 재팬’(No Japan) 열풍이 불던 게 4년여 전이다. 일본이 태평양 전쟁 항복을 선언하며 우리나라가 해방된 게 78년 전.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가 조선을 침략한 지는 431년이 지났다. 전세계적으로 이웃나라끼리 사이좋게 지내는 경우는 많지 않다. 영국과 프랑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중국과 인도,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등의 관계·역사는 한일 관계만큼 복잡 미묘하다. 일본에 대한 한국인들의 감정이 매우 ‘특별’한 것은 사실이다. 기자 역시 일본 또는 일본인을 업신여기거나 무시하는 단어가 전혀 어색하지 않다. 최근 한일 관계를 두고 갑론을박(甲論乙駁)이 뜨겁다. 대통령이 일본을 찾은 것이 도화선이었다. 일제 강제 징용 피해자의 배상금을 우리 정부가 물어준다는 결정을 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이 같은 대형 정치 이슈가 경제 문제까지 집어삼키고 있다는 점이다. 정치는 정치고 경제는 경제다. 감정에 휘둘려 국익을 해치거나 스스로 고립될 이유는 없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우리나라의 수출구조가 한일 관계 악화 이전 수준으로 복원될 경우 국내 수출액이 연간 26억9000만달러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양국이 반도체, 배터리, 모빌리티 등 3대 신산업 분야에서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다만 우리가 일본과 한배를 탈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은 망상이다. 미국이 반도체·전기차 등 분야에서 폭주하는 것은 철저히 자국의 이익만 챙기기 때문이다. 단순한 ‘정치 놀이’가 아니다. 우리가 일본과 연대해 다양한 국제 정세에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근거가 없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한국은 무역 의존도가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지만 일본은 내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국가입니다. 두 나라가 경제적으로 같은 생각을 할 리가 없습니다. 반도체 등 협력할 수 있는 분야에서 손을 잡되 미국-중국 갈등 국면에서 그들과 무조건 한배를 탈 이유는 없습니다." 장하준 케임브리지대학 교수가 최근 기자와 만나 한 말이다. ‘일본과 관계를 어떻게 가져가야 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장 교수는 "양국 경제는 구조적으로 다르다. 우리가 일본한테 말려들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바야흐로 ‘복합 위기’ 국면이다. 활로를 찾기 위해 우리는 ‘무조건 국익’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무역·여행 수지 측면에서 우리나라는 일본에 돈을 퍼주는 대표적인 국가다. 양국 경제 협력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야 할지 답은 정해져 있다. 정부 안에도 이를 아는 사람이 있긴 있을 것이라 믿는다. yes@ekn.kr2023030601000241500011121 여헌우 산업부 기자

[이슈&인사이트] 중소기업만 잡는 중대재해처벌법

지난해 1월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같은 해말까지 이 법률 위반으로 입건된 사건 수는 229건에 달하지만 검찰이 기소한 사건은 고작 11건이다. 이 중 중견기업 1건을 제외하고 10건은 모두 중소기업·중소건설사다.중대재해처벌법으로 기소된 대기업은 단 한 곳도 없다. 특히 중소건설사가 최악이다. 11건의 사고 중 7곳이 중소건설사인데 이들은 직원수가 10∼40명인 소규모 기업이다. 상시근로자 50인 미만 사업 또는 사업장이거나 공사금액 50억 원 미만 건설공사 현장의 경우 이 법률의 적용이 내년 1월 27일까지 유예되지만, 상시근로자 50인 미만이라도 공사대금 50억 원 이상 건설공사 현장은 이 법률이 적용되고 있다. 기업규모가 작을수록 사고발생 및 사법 리스크가 크다. 이는 일찌감치 예상된 것이었고 전문가들이 이미 누차 지적해 왔던 문제다. 경제적 약자를 돕겠다고 입버릇처럼 호언장담하는 한국 국회가 도리어 여건이 어려운 중소기업, 특히 소규모 건설기업에게 대형 사법리스크를 안긴 셈이다. 더구나 수사 장기화로 이들 기업은 2차 피해를 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수사기관(노동청ㆍ검찰)이 경영책임자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기소(11건)하는 데 걸린 기간은 평균 237일이다. 노동청 수사가 평균 93일이고, 사건이 검찰로 넘어가 다시 144일이 걸렸다. 판결을 받기까지가 아닌, 검찰이 기소하는데 걸린 시간만 이 정도다. 법률 시행 후 1년 2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판결이 난 사건은 한 건도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사건 처리가 이처럼 장기화되는 이유는 우선 누가 과연 경영책임자인가를 가려내는 것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법률에는 ‘사업대표’와 ‘이에 준하는 자’를 경영책임자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 중 누가 경영책임자로서 권한과 책임을 갖고 의무를 이행했는지 확인해야 하고 복수의 대표이사와 사업부문별 대표이사를 둔 경우도 피의자 특정을 위한 조사에 많은 시간이 소모된다. 그런데 법률규정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입건 및 기소된 경영책임자는 모두 대표이사다. 현재까지 CSO(최고안전보건책임자)를 선임한 기업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에도 CSO가 경영책임자로 기소된 사례는 없다. ‘대표이사에 준하는 최종 의사결정권을 가진 자만 경영책임자가 될 수 있다’고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률 위반 사실 자체를 확정하기도 어렵다. 사고 발생시 법 위반 사실을 증명하려면 경영책임자의 고의와, 고의와 사고 간의 인과관계를 증명해야 한다. 경영책임자의 관리책임 위반을 발견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사고를 발생시킬 고의까지 증명해야 하는데, 세상에 어떤 경영책임자가 고의로 사고를 내기를 원하겠는가. 사고의 경우 증인을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증거 또한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근로자의 부주의로 인한 사고의 경우에도 일단은 경영책임자가 수사를 받아야만 한다. 더구나 노동청과 경찰의 수사경쟁으로 수사 인력이 방대해지고, 중복수사도 만연한 실정이다. 현장 및 본사 압수수색, 대표이사 입건, 상당한 범위의 관련자 소환조사 진행 등 수사 범위가 넓고, 기존 사건의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신규사건이 계속 발생ㆍ누적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본래 태어나지 말았어야 하는 법률이다. 이미 같은 내용의 ‘산업안전보건법’이 있다. 이 법률을 개정하면 될 일을 국회의원들이 서민들의 표를 긁어모으고자 무리하게 만든 법률이 오히려 서민을 울린다. 요즘 변호사 수가 많이 늘어나고 있지만, 중대재해처벌법 특수로 작년 로펌들의 매출액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중대재해처벌법 사건 재판 중 위헌법률심판제청이 접수됐고 검찰 내부 및 법무부 연구용역 결과에서 위헌성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법률 같지도 않은 이 엉터리 법률은 그야말로 재앙이다. 국회는 책임지고 조속히 이 법률을 폐기하고 산업안전보건법으로 일원화하기 바란다.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EE칼럼]배터리 핵심 원료 확보에 외교력 모아야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 소재 확보 전쟁에 뛰어 들고 있다. 특히 전기차 수요가 늘어나면서 전기차 배터리 생산 원가의 40%를 차지하는 양극재의 핵심 광물인 리튬 수요가 덩달아 치솟고 있다. 에너지 전문 조사기관 블로버거 NEF에 따르면 지난해 60만t 수준이던 배터리용 리튬 수요는 2030년에 218만t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리튬은 수소, 헬륨 다음으로 가벼운 원소 기호를 갖고 있다. 밀도가 낮은 원소 중 리튬은 전기를 전달하는 전도성 좋은 금속이면서도 가벼운 게 특징이다. 리튬의 이런 성질 때문에 오늘날 ‘리튬 이온 배터리’가 탄생했고 전기차 시대를 여는 동력이 됐다. 리튬은 산업용으로는 유리와 도자기에 먼저 활용됐다. 유리에 리튬을 첨가하면 녹는점과 점도가 낮아져 가공이 수월해 진다.리튬은 도자기 강도를 높이고 유액 색을 더 선명하게 만든다. 지금도 세계 리튬 수요의 약 15%가 유리와 도자기 산업에 쓰인다. 미국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 세계 20여개 국에 부존 하는 리튬 매장량은 9800만t이다.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5531만t이 중남미에 매장돼 있다. 볼리비아가 2100만t으로 가장 많고, 아르헨티나(2000만t)와 칠레(1100만t)가 2,3위다. 멕시코(170만t)와 페루(88만t), 브라질(73만t)도 매장량이 적지 않다. 남미 이외 지역에서는 미국(2100만t), 호주(790만t), 중국(680만t), 유럽(592만t) 등이다. 최근 남미의 ‘리튬 트라이앵글’로 불리는 칠레, 아르헨티나, 볼리비아와 멕시코, 브라질 등이 합세해 중남미 리튬 협의 기구를 만들 계획을 갖고 있다. 중남미 국가들은 리튬 매장량이 많음에도 기술과 자금 부족 등으로 생산과 가공이 모두 부진해 보유한 매장량에 걸맞은 영향력을 누리지 못해 왔다. 특히 리튬 가공 분야에서는 중국이 전체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리튬 처리 시설의 75%가 있는 중국이 사실상 글로벌 리튬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다. 중남미 리튬 트라이앵글 지역이 세계 전체 리튬 매장량의 약 60% 가량을 보유하고 있는 이유는 염호 때문이다. 염호란 안데스 산맥의 융기로 육지에 갇힌 바닷물이 3만~4만년간 증발해 만들어진 소금 사막을 말한다. 소금 사막 아래엔 막대한 해수가 갇혀 있고, 1kg당 1.5g의 리튬을 갖고 있다. 휴대전화엔 리튬이 5g 들어가지만 전기차 배터리에는 60kg까지 들어간다. 따라서 세계 여러 국가들이 배터리 원료 쟁탈전에 뛰어 들고 있다. 미국 GM은 최근 캐나다 광산업체에 6억5000만달러(약 8500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발표했다. 미국 네바다주의 태거패스 리튬 광산개발에 참여해 안정적인 배터리 원료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GM은 이번 투자를 통해 중국 최대 리튬 기업인 간펑리튬을 제치고 리튬아메리카 최대 주주가 됐다. GM은 또 브라질 대형 광산업체 발레의 비철금속 부문 지분 10%를 인수할 계획이다. 발레는 브라질, 캐나다, 호주에 있는 광산에서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니켈, 코발트 등을 채굴하고 있다.국내 배터리 업체도 원료 확보에 나서기 시작했다. 지난달 LG화학은 미국 광산업체 피드몬트리튬으로부터 연간 5만t의 리튬 정광을 공급받기로 했다. 리튬 정광은 캐나다 퀘벡에 있는 NAL광산에서 채굴되고 있다. 리튬 정광은 리튬 광석을 가공해 농축한 고순도 광물로, 수산화 리튬을 추출할 수 있다. 포스코는 최근 호주 진달리리소스와 협약을 체결하고 미국에서 리튬사업을 본격 추진키로 했다. SK온은 지난해 10월 호주 광산업체 레이크리소스의 지분 10%를 확보하고, 고순도 리튬 23만t을 장기 공급받기로 했다.우리나라는 배터리용 핵심광물을 포함 첨단산업에 소요되는 광물의 수요 확대가 예상되는 만큼 중국에 편중된 공급망부터 다변화해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수요 광물의 95%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 중 배터리 양극재 소재인 수산화 리튬 84%, 황산코발트 97%, 탄산망간 100%를 중국에서 들여온다. 음극재 소재인 천연흑연과 인조흑연은 각각 72%, 87%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전기차 모터의 핵심인 영구자석 네오디뮴도 86%를 중국에서 조달한다. 배터리 제조사들은 지속해서 해외 기업과 협력 기회를 모색하고 있지만 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다. 현재처럼 해외 자원 교류의 생태계가 많이 기울어진 만큼 정부가 나서 자원외교를 펼쳐 줘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 자원부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 교류가 성사되면 우리는 필요 광물을 얻고 상대국은 경제발전 기회를 얻게 돼 상호 이익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외교력이 절실히 요구된다.강천구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기자의 눈] 재생에너지 보급, 법만 만들지 말고 비용도 설명해야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상 2036년 신재생에너지의 설비용량은 108.3기가와트(GW)로 계획됐다. 전체 239GW의 45.3%에 해당한다. 원자력은 13.2%인 31.7GW다. 다만 발전량은 원자력이 230.7테라와트시(TWh), 신재생이 204.4TWh로 오히려 더 많을 전망이다. 원자력발전보다 설비용량은 3배 이상 많지만 발전량은 더 적은 것이다. 또한 여전히 전국적으로 발전설비보다 송전망이 부족한 상황이라 전력공급망에 전력이 지나치게 많이 공급되면 계통과부하로 정전이 일어날 수 있다. 전력을 생산지에서 소비지로 보내는 전력계통망은 흐르는 전력량이 일정해야 한다. 발전량이 일정하지 않은 재생에너지의 발전량이 지나치게 많으면 전력계통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이에 출력제한이 필요한 것이다. 그동안은 재생에너지 잉여 전력을 활용할 방법이 없어 출력이 과다할 경우 발전소의 가동을 중단하는 방식을 택했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2036년 4월 전국 평일 태양광·풍력 출력제어 비중은 16%로 예측됐다. 해당 기간 태양광과 풍력 출력제어 전 일간발전량 합계는 646기가와트시(GWh)이며, 104GWh 정도의 출력제어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해 말 기준 정산단가로 계산할 경우 하루 약 108억원 어치에 달하는 전력이 낭비 되는 것이다. 지난 정부는 물론 현 정부도 강조하는 ‘에너지효율’과는 거리가 멀다. 산업부는 앞으로 주간시간 발생하는 잉여전력은 에너지저장장치(ESS) 저장 및 출력제어로 대응하고, 주간시간 저장한 충전전력은 야간시간에 방전하는 방식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그런데 비용에 대한 설명은 하지 않는다. 지난 2021년 국회를 통과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법안’에도 비용 추계가 빠져있다. 당시 전문가들은 해당 법안의 목표인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 61.9%를 달성하기 위해선 ESS 구축에 최소 787조 원에서 최대 1248조 원이 소요된다고 지적했다. 저장비용만 1000조 원이니 비용 추계를 하면 국회 통과가 안 될 법안이었다. 지난 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분산에너지활성화특별법에도 비용 설명은 없다. 해당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이 제출한 비용추계서 미첨부 사유서에는 ‘향후 시행할 재정사업규모 추정 곤란’, ‘의안의 내용이 선언적·권고적인 형식으로 규정되는 등 기술적으로 추계가 어려운 경우에 해당’이라고 적혀있다.전지성 증명사진 전지성 정치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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