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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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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공단·직영병원·나이롱환자 '산재 카르텔' 척결해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10.29 08:00
송영택

▲송영택 산업부장/부국장

#2005년 목과 허리, 어깨 관절의 염좌로 산업재해로 인정받은 A씨는 총 180일을 입원한 뒤 지금까지 18년째 통원 치료를 받고 있다. A씨에게 지출된 총 보험급여는 11억9410만원 달한다.

#B씨는 2015년 목 디스크를 시작으로 사지부전마비, 신경인성 방광, 발기부전, 변비, 변실금 등으로 산재 승인을 받은 뒤 3년을 요양 한 후 2018년 복직, 6개월 지나지 않아 다른 이유로 재입원, 2021년 디스크를 이유로 또 산재 승인 받음. B씨는 8년째 휴직상태이며, 장해급여 6458만원, 휴업급여 연평균 2605만원, 이송비 연평균 1011만원 등 연평균 4604만원이 지급됐고, 진료비와 간병비 등을 포함하면 B씨에게 투입된 보험급여 총액은 6억6886만원. B씨는 근로복지공단에서 지급한 휠체어를 타고 이동하다가 최근 멀쩡하게 일어나서 담배를 사가지고 나오는 게 적발됐다.

100% 사업주가 부담하는 산재보험금이 줄줄이 새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주환 의원(국민의힘·부산 연제구)이 고용노동부 산하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제출 받은 산재 환자 현황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해 8월까지 6개월 이상 요양한 사람이 총 7만1306명으로 집계됐다. 수령한 보험급여는 1인당 평균 1억5436만원, 총 11조원에 달했다. 10억원 이상 보험급여를 지원 받은 사람은 1136명으로 이들의 평균 입원일수는 13년4개월, 평균 통원일수는 6년5개월로 집계됐다.

또한 2016년 7876명에 불과했던 연간 산재 판정 건수가 2021년 2만435명으로 5년만에 약 3배 가량 증가했다. 산재 판정 건수가 이같이 급증한 이유는 문제인 정부 시절 산재인정 기준을 대폭 완화한 것이 한 몫 했다. 2018년 만성과로 인정기준을 완화 했고, 사업주 날인을 폐지했다. 특히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어려운 다양한 질병에 대해서 ‘추정의 원칙’을 도입하면서 이전 보다 쉽게 산재로 인정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 무면허사업자가 시공하는 소규모 건설공사, 상시 1인 미만 사업장도 적용 산재 대상에 포함시켰다. 직업성 암 인정기준도 완화했다.

이렇게 늘어난 산재 환자들은 공단이 운영하는 10개 직영병원의 운영수익 흑자전환에 기여했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누적 영업손실 546억원을 기록했지만, 이후 5년간 누적 영업이익은 471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이 기간 ‘집중재활치료’ 같은 일반병원에는 없는 ‘산재 환자 전용 특별 수가’ 등이 적용됐으며, ‘산재보험 의학자문 운영지침’에 "직영병원에서 제출된 ‘진료계획서’는 의학 자문 생략 가능"이란 항목까지 신설됐다. 문 정부 5년 동안 산재 판정을 감독하는 각종 견제 장치가 사라졌으며 일명 ‘산재 나이롱 환자’의 폭증을 가져왔다.

심지어 이주환 의원에 따르면 공단은 일반병원에서 수술한 산재환자를 직영 산재병원에 입원시키기 위해 산재 환자 상담시 특별수가 항목이 많은 직영병원의 재활 특진이나 입원 연장을 미끼로 직영병원으로 옮길 것을 유도했다. 이 같은 행위는 공단 고위층의 지시에 의해 조직적으로 움직였으며, 지사 실적에 따른 포상금까지 지급했다고 한다. 이런 산재 환자 빼오기와 일반병원 대비 산재 환자들의 직영병원 장기 요양에 대해 부당함을 호소한 일선 직원들의 의견은 묵살당했다. 직영병원 부장들이 공단 보상부장으로 근무하는 피감독자가 감독자가 되는 문제점도 지적됐다.

물론 산재를 당한 근로자에게 신속한 치료와 보상, 재활치료는 당연하다. 하지만 사업주가 100% 내는 보험금이라고 해서 비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죄를 짓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산재 카르텔’을 근원부터 척결하는 메스를 가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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