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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 김필수자동차연구소 소장 |
그런데 최근들어 전기차 대중화 시대가 열리면서 기존의 자동차 제작 생태계가 무너지고 자동차 산업 전반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부품수가 크게 줄었다는 점이다. 기존 내연차의 경우 자동차를 굴리기 위해 연료를 태워 에너지를 얻고 이것을 운동에너지로 바꾸는 등의 과정에서 엄청난 부품이 소요된다. 하지만 전기차는 배터리 배터리 하나로 모든 에너지를 얻기에 에너지 생산과정이 생략되면서 엔진과 동력전달장치(변속기·구동장치),전기장치 외에는 사실상 부품이 필요없게 된 것이다. 특히 내연기관차에서 엔진과 변속기는 가장 높은 난이도를 가진 제품으로 약 1만개의 부품으로 이뤄져 있지만 전기차에서는 이 자체가 필요 없다.실제로 전기차의 부품수는 1만3000개에서 1만8000개 정도로 내연기관차의 절반 수준이다.
이렇게 부품수가 적은 만큼 제작 공정과 조립과정이 단순화돼 생산 인력도 크게 줄어든다. 실제로 전기차의 경우 생산인력은 기존 내연기관차에 비해 30% 이상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산업이 대표적인 노동집약적 산업이라는 말이 옛말이 된 셈이다.
문제는 현대차·기아 등과 같은 기존 내연기관차 업체들이 전기차로의 전환과정에서 기존 인력의 재배치나 전환배치 또는 인력 감축 등 근무조건 변경에 따른 갈등으로 전기차로의 전환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국내 완성차 업체의 경우 노조의 위력이 상대적으로 거센 상황이어서 해당 기업으로서는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실제로 노조에서는 해당 생산 인력에 대한 기존 근로조건 보장은 물론 정년연장 등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을 요구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기존의 완성차 업체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은 기존의 생산 인력의 관리를 비롯한 전기차에 최적화된 인력의 안정적인 확보가 최대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경직된 노사문화와 함께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신규 인력부족에다 기업규제가 여전히 상존하는 상황이어서 국내에서의 생산활동에 많은 제약을 받고 있다. 이런 와중에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앞세운 미국은 물론 EU 등 우리나라 기업의 주력 수출 시장에서 각국이 자국 우선주의 정책으로 옥죄면서 국내 기업들의 국내에서의 생산 여건이 더욱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이처럼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에 따른 인력 수요감소는 완성차 업체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최근 전기차 전용공장을 건설하면서 기존 인력을 40%이상 감축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게다가 모듈화 공법 도입과 자동화 등으로 인력수요는 앞으로도 더 줄어 들 수 있다는 점이다. 기업으로서는 자동화는 경영안정 측면이나 제품 경쟁력 확보차원에서 매력이 아닐 수 있다. 노조와의 갈등이나 안전사고로 인한 시간적·경제적 기회비용을 줄일 수 있고 필요하면 24시간 생산체제도 가능해 제품가격을 낮출 수 있고 이렇게되면 판매량도 늘어 높은 성장을 꾀할 수 있다.
그렇다고 무작정 자동화에만 매달릴 수 만은 없는 현실이다. ESG 시대를 맞아 기업에게 고용창출과 사회공헌 등 상생이라는 사회적 책무가 강조되고 이것이 또 하나의 경쟁력 지표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완성차 업체들이 기존 인력의 업종전환이나 직무 전환 교육은 물론 전기차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힘써야 하는 이유다.이에 맞춰 노조 문화도 개선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