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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더불어민주당이 딜레마에 빠졌다. 지난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이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 차원에서 부정부패 혐의에 단호하게 대응하면 이중잣대 비판이 뒤따라올 수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도 아직 해결이 되지 않아서다. 반면 돈 봉투 의혹을 덮으려고 하면 ‘부패 비호 정당’, ‘방탄 정당’이라는 이미지가 강해질 수밖에 없다.민주당은 사건이 처음 공론화됐을 때 자체 진상 규명 카드를 꺼내 들었다. 선제적인 대응으로 여권의 ‘부패 정당’ 프레임을 차단하고 내년 총선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녹음본이 공개되자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이 대표는 당내에서 ‘송영길 전 당 대표 책임론’이 급부상하자 송 전 대표에 조기 귀국을 촉구했다. 그러나 송 전 대표는 조기 귀국을 거부하고 ‘개인적 일탈 행위’라 규정하며 사건에 거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민주당은 송 전 대표를 포함해 돈 봉투 의혹을 받는 윤관석·이성만 의원에 대해서도 여전히 ‘정치 탄압’으로 치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마디로 민주당 내부에서 책임을 지려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본인을 향한 수사에서는 ‘당의 단일대오’를 강조했던 이 대표는 오도 가도 못하는 모습이다. 당을 위해 관련 의원들에게 출당·탈당을 요구할 수도 있지만 당헌·당규까지 바꾸며 대표직을 유지한 터라 명분이 서지 않는다.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사건은 이제 시작점에 섰을 뿐이다. 총선이 1년도 남지 않은 지금 상황에 민주당이 수사에 적극 협조하지 않는다면 더욱 큰 정치적 위기에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이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는 자신의 주장대로 ‘정치 탄압’이라면 그 구체적인 근거를 설명하든지, 아니면 근거 없는 비판을 멈추고 투명한 진실 규명을 위해 수사에 협조해야 한다. 현역 의원은 당 내부에서 공정한 자체 조사를 통해 검찰의 진실 규명을 돕고 문제가 있다면 그 연루자들을 징계하는 게 마땅하다. 송 전 대표 역시 ‘측근의 개인적 일탈’이라는 주장을 철회하고 즉시 귀국해 실체 규명에 최선을 다할 필요가 있다.이 대표도 이제 더는 불체포 특권의 방패 뒤에 숨어서는 안된다.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를 요청한다’던 이번 입장 표명과 같은 태도를 본인 관련 사건에도 적용하는 것이 옳다.‘엄정한 진실규명, 예외 없는 책임추궁’ 원칙은 민주당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검은 돈’을 주고 받는 퇴행적인 악습을 뿌리뽑기 바란다.ysh@ekn.kr

[이슈&인사이트] 노후 대비 연금과 함께 근육도 저축하자

우리나라의 고령화가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노인이 겪는 4가지 고통(4苦)이 있다. 질병(病苦), 가난(貧苦), 외로움(孤獨苦), 그리고 할 일이 없는 것(無爲苦)이다. 이 같은 고령기의 고통에 대비하려면 연금과 건강이 긴요하다. 이 중 연금은 국가, 기업, 개인이 준비하되 다양한 금융상품과 제도를 이용할 수 있지만 건강관리는 전적으로 개인이 책임져야 할 영역이다. 노화나 건강관리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특정 국가·지역에서 태어난 인구의 예상 수명인 이른바 ‘기대수명’이다. 0세부터 계산한다고 해서 ‘0세 기대여명’ 이라고 부르는 데 기대여명은 특정 나이까지 생존한 사람이 앞으로 더 생존하리라고 기대되는 평균나이를 말한다.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2021년 기준 여자 86.6세, 남자 80.6세로 성별간 격차는 2년 연속 6년이다. 기대수명에 남녀간 차이를 보인 원인으로 1990년에는 교통사고,간·뇌혈관 질환, 간암 순이었고, 2000년에는 간질환, 폐암, 교통사고, 간암, 뇌혈관질환 순, 2010년에는 폐암, 간암, 극단적 선택, 뇌혈관 질환, 심장질환이었다가 2020년에는 폐암, 폐렴, 심장질환, 극단적 선택과 간암 순으로 시대에 따라 변하고 있다. 출생일 나이와 실제 건강 나이에 차이가 존재하기에 고령화된 국가일수록 기대수명이나 기대여명 보다는 건강수명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지고 있다. 규칙적인 운동과 균형 잡힌 식단, 금연과 금주는 평균수명이나 건강수명에 바람직한 차이를 보장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제공하는 도구로 측정했을 때 건강나이가 주민등록 나이보다 높게 나오면 나쁜 습관을 교정해 건강수명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주민등록 나이는 45세지만 지속적인 흡연과 음주습관으로 혈당이나 혈압까지 비정상이라면 실제 건강나이는 50대로 사망위험도 50대와 동일하다는 의미다. 건강나이가 주민등록 나이보다 2~6세 많으면 사망위험은 1.2배, 7세 이상 많으면 1.35배가 높아진다.최근 프랑스에서는 연금수령 시점을 62세에서 2년 연기하려는 정부의 개혁안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우리나라도 연금 수령시점은 늦추고, 수령액은 낮추고, 납입액은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고령사회에 대한 이른바 가성비를 높일 수 있는 현실적이며 근본적인 대안이 있다. 바로 좋은 습관을 길러서 건강 나이를 낮추고, ‘근감소증’ 등을 예방하는 등 노쇠(frailty)증상을 최대한 억제하는 것이다. 이미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선진국들은 국가 노인복지사업의 일환으로 노인 운동증진정책을 중시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근육이 연금보다 강하다’라는 말을 자주 접하게 된다. 100세 시대에 삶의 질을 좌우하는 것은 근육의 양과 질이라는 의미다. 노인일수록 근육이 건강해야 면역력도 강해지고 활력이 넘치며 장수한다. 반면 근육량이 줄어들면 체력이 저하되는 것은 물론이고 보행속도와 균형감각도 떨어져 낙상이나 골절위험이 커지고,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위험도 높아진다. 더구나 근육은 혈압과 혈당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므로 심혈관 질환과 당뇨병을 개선시킨다. 실제로 근감소증을 가진 남성 노인은 사망 또는 요양병원에 입원할 확률이 5배 높고, 여성 노인도 2배 이상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과거에는 노인의 근육량을 늘려주는 운동을 권장했지만 지금 선진국들은 근육의 질,즉 근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인운동에 ‘속도’ 개념을 도입하고 있다. 근육의 파워를 높이려는 것으로, 세계적으로 노인운동의 지침까지 변화시키고 있다. 노인 비율이 증가하면 노인을 바라보는 사회적 관점과 대응방안도 바뀌어야 한다. 노인은 사회적 약자로 부양과 돌봄의 대상이지만, 인구의 3분의1 정도까지 다수집단이 되면 약자의 혜택은 줄어들고 책임과 의무를 지는 기간이 길어질 것이다. 우리나라는 개인별 노후생활의 60%는 국가가 책임져준다는 기대가 강한 편이다. 하지만 오늘부터 당장 연금과 더불어 좋은 건강습관과 근육저축을 시작하자. 이것이 고령세대와 젊은 세대 모두를 위해서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사회복지이기 때문이다.방준석 숙명여자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대한약국학회 회장

[EE칼럼]재생에너지 확대 가로막는 독점 전력사업자의 횡포

작년 말 전기위원회는 한국전력이 제출한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고객 요금제 신설’에 관한 기본공급약관 변경을 인가했다. 재생에너지를 직접 PPA(전력구매계약)로 구입하는 기업에 대한 별도의 요금제를 인가한 것이다. 별도의 요금제는 재생에너지 전력을 직거래하는 전력 사용자들이 한전으로부터 전력을 구입할 때 적용되는 요금제인데 기본요금과 경부하요금은 크게 올리고 최대·중간부하 요금은 낮췄다. 이런 식이면 기존보다 최대 1.5배 비싸게 지불하도록 설계된 셈이다. 이를 두고 여기저기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로 인해 한전은 두 차례 그 시행을 유예하고 있다. 이번 일은 한전의 독점적 지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직접 PPA 요금제는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고 기습적으로 통과됐다. 이처럼 중대한 사안이라면 적어도 몇 차례의 공청회나 토론을 거쳐야 했다. 언론에 따르면 전기위원회 회의 당일 당연직 위원들 조차 안건에 대한 사전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알려진다. 작년 말 전기요금 인상안과 함께 기습적으로 통과시켰다는 것이다. RE100을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수출업체들의 어려움을 외면하고 한전이 급작스럽게 약관을 변경한 점은 이해되지 않는다. 직접 PPA를 통해 재생에너지 전력을 구입하는 사업자는 어차피 한전의 전력을 구매할 수밖에 없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때문에 24시간 재생에너지 전력만을 공급받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또한 재생에너지가 공급될 수 없는 비상 상황에는 한전의 전기를 공급받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 사업자들이 RE100을 지향하지만 100% 재생에너지 전력만을 공급받을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이러한 틈을 이용해 한전이 직접 PPA로 재생에너지 전력을 이용하는 고객에게 비싸게 전기를 판다는 것은 전력 독점 판매자의 횡포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한전은 직접 PPA 고객에게 높은 요금제를 적용하는 이유를 PPA 고객이 재생에너지 전력을 사용해 한전 전력 사용량이 감소하면 적정 고정비를 회수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해명한다. 즉, 고객의 기본요금 부담완화를 위해 고정비 일부를 전력량 요금으로 회수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전력사용량이 예상보다 증가하면 고정비를 많이 받은 셈이니 환불해 주겠다는 것인가? 아니면 예상보다 적게 쓴 경우는 추가요금을 징수하겠다는 것인가? 잘못 설계한 기본요금을 근거로 직접 PPA 고객에게 다른 요금을 적용한다는 것은 억지스럽다. 직접 PPA 고객에 대한 요금제는 한전으로부터 전기를 구입하지 않는 고객에게 불이익을 줘 독점력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한전의 가격정책이라고 판단된다. 한전은 재생에너지 전력을 구매하는 고객에게 불이익을 주는 방법으로 재생에너지 전력판매자에 대한 진입장벽을 쌓고 있는 것이다.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6조에서는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을 담고 있는 약관은 공정성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글로벌 RE100 및 K-RE100 관련 기업 321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의 86.5%는 한전의 PPA 전용 요금제로 손해를 볼 것이라고 답했고 재생에너지 전력을 PPA로 구입하기로 계획 중이었던 기업들은 PPA 검토 보류, 추진 중단 및 계약 파기 등의 유형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직접 PPA 요금제는 불공정약관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8월 보도자료를 통해 직접 PPA 제도 도입으로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구매 선택 폭이 넓어진다고 홍보했다. 이에 따르면 전력거래소의 거래수수료를 3년간 면제하고 중소·중견기업은 망 이용요금을 1년간 지원할 계획이라고도 했다. 또한 20MW 이상의 설비는 발전량 중 일부를 직접 PPA로, 나머지는 전력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분할거래’를 허용했다. 그러나 한전의 직접 PPA 요금제는 사실상 재생에너지 전력의 직거래를 하지 말라는 우회적 경고와 다름없으며 산업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노력에도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전력산업의 독점구조가 재생에너지 확대에도 장애가 되고 있다.조성봉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기자의눈] 전기차 악재 만난 韓 기업, 이젠 대통령이 나서야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를 바라보는 산업계의 눈빛이 간절하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수 없는 처지에 놓인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더 그렇다. ‘올 게 왔다’는 분위기지만 시장 경쟁력은 당분간 미국 차에 밀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타개책이 필요하다.미 재무부는 17일(현지시간) ‘자국 우선주의’ 기조 하에 추진 중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부지침에 따른 보조금 지급대상 전기차 제조업체와 세액공제 조건 등을 공개했다. 미국은 IRA 법조항에서 최종적으로 북미에서 조립된 전기차에 대해서만 세액공제 형태로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했다. 북미에서 조립한 전기차라 해도 배터리 부품과 핵심 광물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보조금을 받지 못한다. 북미에서 제조·조립한 배터리 부품을 50% 이상 사용 시 3750달러, 미국이나 FTA 국가에서 채굴·가공한 핵심광물의 40% 이상 사용시 3750달러가 각각 지급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결국 보조금을 받는 전기차는 16개(하위 모델 포함 22개) 대상 차종으로 모두 미국 브랜드다. 구체적으로는 △테슬라 모델3, 모델 Y △제너럴모터스(GM) 쉐보레 볼트, 에퀴녹스, 블레이저, 실버라도 △포드 E-트랜짓, F150 라이트닝, 머스탱 등이다.현대차와 기아는 명단에서 제외됐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월부터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을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양산해 ‘북미 현지 조립’ 요건을 충족했지만 배터리 핵심 광물의 40% 이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최종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빠진 것이다.현대차 아이오닉5·아이오닉6·코나일렉트릭, 기아 EV6·니로일렉트릭, 제네시스 GV60 등이 전기차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된데다 수소연료전지차 모델인 넥쏘도 혜택을 받지 못한다.물론 예견된 일이었다. 현대차는 현 상황을 예상하고 미국 내 전기차·배터리 공장의 조기 완공, 배터리 광물의 탈중국화 등을 통해 최대한 신속히 보조금 지급 대상에 진입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또 리스·법인차 판매 등 상업용 자동차를 통해 IRA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 틈새를 찾기도 했다.그러나 타격은 불가피하다. 이미 현대차그룹의 북미 전기차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보조금까지 받지 못하면 현지 가격 경쟁력이 뒤쳐질 수 있다.업계에선 오는 24일로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일정에 희망을 품고 있다. 윤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통해 한국 기업에 불리한 IRA 지침 등에서 전기차 차별을 바로잡는 성과를 끌어내야 한다. 결국 누군가는 나서야 한다면 그건 대통령의 몫이다. 대통령의 미국행을 바라보는 국내 자동차 업계의 기대를 저버려선 안된다.kji01@ekn.kr김정인 산업부 기자

[EE칼럼]다목적 양수발전 늘리자

재생에너지 자원의 확대에 따라 양수 발전이 주목받고 있다. 양수발전은 하부댐의 저장물을 상부댐으로 올려 에너지를 저장해두었다가 낙차를 이용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으로, 과거에는 주로 심야시간대의 원자력 발전 잉여전기 활용을 위해 주로 이용됐다. 오늘날에는 태양광 발전 변동성 대응 수단으로 각광 받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현재 190GW에 달하는 글로벌 전기저장용량 중 약 85%를 양수발전이 차지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펌핑 모드를 통해 가장 비용효과적인 수요측 관리자원으로서의 핵심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전망했다. 배터리 다음으로 핵심적인 에너지 저장장치 역할을 하며 2030년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7% 더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요국의 양수발전에 대한 관심과 투자를 보면 놀라운 수준이다. 영국의 재생에너지 기업 SSE는 스코틀랜드 하이랜드에 올림픽 규격 수영장의 약 1만1000배에 해당되는 1.5GW 규모의 신규 양수발전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저장용량은 30GWh에 달한다. 블룸버그는 중국이 2025년까지 200개가 넘는 양수발전을 건설해 270GW규모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발전설비의 약 2배에 해당되는 규모다. 우리나라 역시 꾸준히 양수발전 설비를 확충하고 있다.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재생에너지 확대 대응 목적으로 장주기 에너지 저장장치인 양수발전을 1.75GW 새로 반영하였다. 지난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반영된 용량까지 포함하면 2036년까지 8.25GW로 현재(4.7GW)의 1.8배 수준으로 늘어난다. 이렇게 해도 주요국 양수 설비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양수발전 규모는 매우 낮은 수준이어서 양수발전의 특장점을 잘 살려 보다 적극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우선 양수발전은 재생 발전 변동성 대응 자원으로 비용효과적이다. 사실상 양수설비는 수명이 100년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LCOS(Levelized Cost of Storage) 측면에서도 경제성이 높다. IEA도 가장 비용효과적인 저장장치로 인정한다. 변동성 대응 기능을 보면, 현재도 경부하기의 태양광 탈락 대응수단으로는 Fast DR, 발전 제약 외에 양수 펌핑을 활용하고 있다. 주파수 59.75Hz 이하 사태 즉시 펌핑을 차단함으로써 재생에너지 추가 탈락 규모를 최소화할 수 있는데, 이런 대응이 신속하고도 규모 있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양수발전 설비를 늘려야 한다. 특히 저탄소 고성능 초속응성 예비력 자원 확충 차원에서 주파수 조절 기능을 갖춘 가변속 양수발전 투자가 확대돼야 한다.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상 2036년에 재생에너지 설비 규모가 100GW 이상으로 확대됨에 따라 유연성 자원으로 신규 양수발전이 1.75GW 반영되긴 했지만 2050 탄소중립까지 감안하면 이 보다 더 늘려야 한다. 양수발전은 현재 진행형인 탄소국경조정제(CBAM),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저탄소 무역라운드에서도 효자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처럼 대규모 양수발전은 더 이상 재생에너지 관련 계통안정을 위한 저장장치가 아니라 하나의 발전시설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잉여 태양광 펌핑의 양수발전이 PPA를 통해 철강산업에 공급되면 한국과 중국의 철강 톤당 탄소배출량은 역전될 가능성도 있는 만큼 탄소국경조정제의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 양수발전이 모든 해결책이 될 수는 없지만 나날이 치열해지는 저탄소 통상전쟁에서 다양한 해결방안 중의 하나로 적극 검토돼야 한다. 양수발전은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효과도 있다. 국내 일부 양수발전 지역에서 경험하고 있듯이 상·하층부의 저수댐을 테마로 한 관광지로 활용할 수 있다. 건설과 운영 과정에서의 일자리 창출 효과도 기대된다. 영국 SSE의 콰 글라스 양수발전 프로젝트의 경우 건설과정에서 최대 5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평가된다. 대규모 토목공사로 인한 환경파괴를 최소화해야 하는 과제도 있다. 이는 부지 선정단계에서부터 생태계 등급을 고려함으로써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양수발전은 물 관리 차원에서도 활용가치가 높다. 최근 호남지역의 극심한 물 부족 사태에서 경험하듯이 양수발전 저장물을 적절히 활용하면 비상 시 농업용수로도 활용가능하다. 시스템 최적화를 통해 기후적응형 모델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박호정 고려대학교 자원경제학과 교수

[이슈&인사이트]리튬이온 vs.리튬 인산철 전기차 배터리  승자는?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김필수자동차연구소 소장 전기차의 보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배터리 주도권 싸움도 날로 가열되고 있다. 배터리는 전기차 가격의 약 40%를 차지할 정도로 배터리 패키지는 전기차 시대의 총아다. 특히 최근 테슬라가 ‘반값 전기차’를 내세우면서 배터리의 가격 경쟁력 확보가 업계의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유럽의 핵심원자재법(CRMA)에서 중국을 배제하면서 우리나라 배터리기업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미국과 유럽의 자국 우선주의가 더 심화될 경우 자유무역협정(FTA)과 같은 국제간의 공정한 무역관행이 무너질 수 있는 만큼 꼭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그만큼 전기차 시장에서 배터리의 가격 경쟁은 심화할 수 밖에 없다. 현재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의 주도권 경쟁은 소재에 따라 리튬 이온(NCM)과 리튬 인산철(LFP)이 힘겨루기 하는 양상이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가격은 높지만 에너지 밀도가 뛰어나고 배터리 리사이클링(다른 자원으로 재활용) 측면에서도 활용도가 높다는 이점이 부각되면서 상대적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특히 현재 개발이 진행 중인 전고체 배터리가 빨라야 오는 2030년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리튬이온 배터리의 독주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비해 리튬 인산철 배터리는 중국 시장에서 범용되고 있다. 세계 1위 전기차 배터리기업인 CATL과 BYD 등 2개 중국기업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중국 전기차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다. 리튬 인산철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고 안전성은 높지만 에너지 밀도가 낮아 무게와 부피가 크다는 점에서 한계가 많다. 더 큰 문제는 리사이클링이 사실상 불가능해 환경을 중시하는 미국이나 유럽 등 서방 선진국으로의 공급에는 제약이 크다. 앞의 두 가지 배터리는 상호 장단점이 교차하면서 주도권 경쟁이 진행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CATL도 리튬 인산철 배터리의 한계 때문에 리튬이온 배터리를 앞세워 선진국 전기차시장 공략에 나서면서 기업간 경쟁도 가열되고 있다. 리튬 인산철 배터리도 에너지 밀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중간 모듈 단계를 없앤 셀투팩(Cell to Pack)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 공략에도 고삐를 조이고 있다. 국내 배터리 3사는 국내 시장 수성, 중국 및 선진국시장 공략이라는 두가지 과제를 안고 있다.우선 중국 시장 개척을 위해 리튬인산철 배터리 개발과 양산을 추진 중이다. SK온은 에너지저장장치(ESS)용인 리튬 인산철 배터리를 최근 열린 인터배터리 전시회에서 샘플용을 전시하며 전기차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격경쟁력이다. 배터리 가격을 낮춰야 전기차 가격도 낮아지고 대중화를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이미 상하이 공장에서 중국 중심의 일부 차종에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탑재해 최대 20%까지 가격을 낮춘 전기차 보급에 나섰다. 이에 맞서 포드 등 경쟁사들도 전기차 가격을 8% 가량 낮췄다. 포드는 포드 전기차종 일부에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탑재하기 위해 CATL과 합작 공장 설립을 진행 중이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도 리튬인산철 배터리는 세계적으로 범용 가능성이 작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리튬인산철 배터리 점유율은 20~30%에 머물 전망이다. 아직 리튬이온 배터리를 따라 갈 수 있는 전기차 배터리는 없다. 배터리 전쟁은 한·중·일 삼국지로 귀결된다. 그래도 미국과 유럽이 중국을 배제하고 있고 일본 파나소닉은 기술이 뒤처져 현재로선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대한민국이 쥘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미국이나 유럽의 기업들도 관련 기술개발 투자와 공장설립 등을 통해 주도권 경쟁에 뛰어들고 있는 만큼 만만치가 않다.따라서 현재의 유리한 여건을 최대한 활용해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주도권을 굳히기 위해 산·학·관·연이 지혜를 모아야 한다. 지금이 골든타임이다.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김필수자동차연구소 소장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김필수자동차연구소 소장

마크롱 연금개혁에서 우리가 배울 점 [곽인찬의 뉴스가 궁금해?]

<요약> 마크롱이 연금개혁을 1년만에 전광석화 처리했다. 고령화가 부른 연금 위기 속에 재빠른 돌파력은 우리가 배울 점이다. 그러나 여론의 반대 속에 의회를 패싱하면서 고집불통 이미지가 굳어졌다. 마크롱이 마침내 연금개혁을 마무리지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대국민 연설에서 "개혁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해 유감이지만 이는 필요한 개혁이었다"고 말했다. 하루 전 마크롱은 연금개혁 법안을 공포했다. 마크롱은 작년 4월 대선에서 연금개혁을 공약했다. 그리고 1년만에 전광석화처럼 일을 해치웠다. 이를 두고 평가가 갈린다. 한국 내 보수층은 마크롱의 뚝심에 찬사를 보낸다. 반면 진보층은 마크롱의 불통에 초점을 맞춘다. 진영을 떠나 마크롱의 연금개혁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작년 대선 유세에서 유력 후보들은 입을 모아 국민연금 개혁을 약속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다가오지만 개혁이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 오히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개혁이 물건너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 보인다.프랑스 연금개혁의 경과를 살펴보고, 우리에게 주는 교훈을 짚어보자.◇ 1기 때 실패, 2기 때 재도전마크롱은 2017년 봄 대선에서 혜성처럼 등장했다. 그는 1977년 12월생이다. 5년 임기의 대통령에 취임할 당시 마크롱은 만 39세에 불과했다. 엘리제궁의 주인이 되자마자 마크롱은 프랑스 뜯어고치기에 나섰다. 그만큼 저항도 컸다. 2018년 유류세 인상을 계기로 이른바 노랑조끼 운동이 프랑스를 뒤흔들었다. 결국 마크롱은 유류세 인상을 취소했다.그렇다고 마크롱의 개혁 마인드가 꺾인 것은 아니었다. 이번엔 연금개혁 카드를 꺼냈다. 그러나 거대한 반대 여론 속에 2020년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개혁은 시나브로 동력을 잃었다. 집념의 마크롱은 2022년 4월 재선에 성공했다. 2기 임기를 시작하자마자 연금개혁의 칼을 뽑았다. 그러나 의회가 걸림돌이었다. 2022년 6월 의회 선거에서 집권 르네상스당과 연합세력은 과반 확보에 실패했다.그러자 마크롱은 의회를 우회하는 강수를 뒀다. 프랑스 헌법 49조③항은 특정한 상황에서 정부가 국회의 승인 없이 입법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의회가 들고 난 것은 당연했다. 여론도 악화됐다. 반대 시위가 프랑스 전역을 뒤덮었다. 그러나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에 대한 의회의 불신임 투표는 부결됐다. 프랑스 헌법위원회(한국의 헌법재판소 격)는 연금개혁 법안의 핵심조항에 대해 대부분 합헌 결정을 내렸다. 마크롱은 지체 없이 법안에 서명하고 관보에 실었다. 이로써 연금개혁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17일 대국민 담화에서 마크롱은 연금개혁의 불가피성을 재차 강조했다. 야당은 마크롱의 불통을 맹비난했다. 연합전선을 구축한 노조는 "마크롱이 국민의 분노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5월 1일(노동절) 프랑스 전역에서 국민의 진짜 분노를 보여주겠다"고 벼르고 있다. ◇ 프랑스 연금 어떻게 바뀌나지난 3월 언론 인터뷰에서 마크롱은 "내가 (2017년 첫 임기) 일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연금 수급자가 1000만명이었으나 (6년이 지난) 지금은 1700만명이 됐다"고 말했다. 이대로 두면 국가 재정이 거덜나게 생겼으니 개혁이 불가피하다고 역설했다. 2021년 1월 기준 프랑스 인구는 총 6800만명에 이른다. 프랑스는 대표적인 고령화 국가로 꼽힌다. 장수의 저주는 프랑스라고 예외가 아니다. 연금 지급을 손꼽아 기다리는 은퇴자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 재정이 바닥을 드러내는 건 순식간이다. 가장 확실한 대응책은 연금을 깎는 것이다. 그러나 그랬다간 정권 자체가 위태로울 수 있다. 마크롱은 차선책으로 연금을 더 늦게 주는 방법을 택했다. 정년을 현행 62세에서 오는 2030년까지 순차적으로 64세로 높이기로 했다. 자연 연금 수령 나이가 2년 늦춰졌다. 또 연금을 100% 받기 위해 보험료를 내는 기여 기간도 2027년부터 42년에서 43년으로 1년 늘렸다. 현재 42개로 쪼개진 연금 제도를 단일 시스템으로 통합하는 것도 개혁의 주요 과제 중 하나다.◇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나*교훈1=대통령 주도 아래 속도전을 펴야 성공한다. 프랑스 연금개혁은 처음부터 끝까지 마크롱 대통령의 작품이다. 마크롱은 손에 피 묻히는 걸 피하지 않았다. 의회나 정부에 책임을 떠넘기지 않았다. 심지어 의회를 패싱하는 비상조치까지 동원했다. 사실 헌법 규정이라고는 하나 입법권을 가진 의회를 무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여론이 악화된 데는 민주적 절차를 무시한 마크롱의 ‘무리수’에 대한 반발이 작용한 탓도 크다. 그러나 마크롱이 이것저것 고려했다면 연금개혁은 유야무야 끝났을 공산이 크다. 지난 3월 언론 인터뷰에서 마크롱은 "단기적인 여론 조사 결과와 국가의 일반적인 이익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후자를 택하겠다"고 단호하게 말했고, 그대로 실천했다. 굴에 들어가야 범을 잡는다는 우리말 속담이 있다. 마크롱은 바로 그렇게 했다. *교훈2=지지율 하락을 각오해야 한다. 일찍이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사람은 자기 소유물을 빼앗겼을 때보다 부모가 죽은 쪽을 더 빨리 잊는 법"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하면, 자기 재산을 빼앗기면 죽어도 잊지 못한다는 뜻이다.내 물건에 손 대는 걸 싫어하는 건 본능이다. 연금 개혁은 국가가 내 재산에 손을 대는 격이다. 그러니 누가 좋아하겠는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에 따르면 마크롱의 4월 지지율은 28%로 연초 대비 10%포인트가량 떨어졌다. 낮은 지지도가 아예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지지율은 정치인의 자산이다. 그런데 마크롱 자신은 다음 선거를 의식할 필요가 없다. 프랑스 대통령은 5년씩 두 번, 연임만 허용된다. 마크롱이 연금개혁을 밀어붙인 데는 이런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차기 대선에서 정권이 반대 세력으로 넘어가면 자칫 애써 이룬 연금개혁이 후퇴할 수도 있다.*교훈3=임기 초반이 적기다. 1기 때 마크롱은 임기 중반에 연금개혁에 시동을 걸었다. 그러나 노랑조끼 시위를 달래느라 정권은 이미 힘을 다 소진한 상태였다. 여기에 코로나까지 터지면서 개혁은 물거품이 됐다.마크롱은 2기 출범과 동시에 연금개혁을 속전속결로 처리했다. 정권 초 힘이 있을 때 몰아붙이지 않으면 또 실패할 것이란 우려가 작용한 듯하다.◇ 국내 연금개혁은 어디까지 왔나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이재명, 안철수 후보는 국민연금 개혁에 공감했다. 그러나 과연 윤석열 정부에서 연금 개혁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현재 연금개혁 논의는 두 갈래로 진행 중이다. 국회는 작년 11월 연금개혁 특별위원회 아래 민간자문위원회를 설치했다. 한때 자문위는 뭔가 성과를 올리는 듯 했으나 결국 뚜렷한 결론을 내는 데 실패했다. 3월 말 자문위는 그저 보험료율(9%)도 높이고, 가입상한(59세)도 높이고, 수급개시 연령(69년생부터 65세)도 올려야 한다는 원칙만 담은 경과보고서를 특위에 제출했다. 연금개혁은 욕을 바가지로 먹는 작업이다. 어정쩡한 보고서를 받아든 국회가 내년 봄 총선을 앞두고 총대를 멜 리가 없다. 정부도 느긋하긴 마찬가지다. 3월 말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는 오는 2055년 연금이 고갈될 걸로 내다봤다. 복지부는 이를 토대로 10월쯤 국민연금 개혁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임기 초반에 속도전을 펴도 힘겨운 작업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전임 문재인 정부는 국민연금 개혁에 손도 대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 눈높이를 내세워 복지부가 애써 준비한 개혁안에 퇴짜를 놓기도 했다. 복지부는 2018년 말에 미지근한 수정 개편안을 내놨지만 이조차도 국회 서랍에서 먼지만 쌓였다. 윤석열 정부는 내년 총선에 사활을 걸어야 할 처지다. 공연히 연금개혁 카드를 꺼냈다 여론을 자극하면 선거에서 좋을 게 없다. 이대로 가면 현 정부에서도 국민연금 개혁이 흐지부지 끝날 공산이 크다. ◇ 마크롱 뚝심 하나는 알아줘야마크롱식 개혁을 보는 눈은 긍정과 부정이 엇갈린다. 고집불통, 상처뿐인 영광으로 보는 시각도 타당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모두가 박수를 치는 연금개혁은 세상에 없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 중이다. 58년 개띠가 상징하는 베이비 부머들이 대거 은퇴하고 있다. 대조적으로 출산율은 세계 최저다. 젊은이들은 노인 부양에 허리가 휜다. 이러다 정작 자신들은 연금을 받지 못할까봐 걱정이 태산이다. 탱크처럼 밀어붙이는 마크롱 스타일은 문제가 없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령화의 급속한 진전 속에 연금개혁이 불가피하다는 문제의식과 거침없는 돌파력은 우리가 배울 점이다. <경제칼럼니스트>▲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대국민연설에서 연금개혁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하루 전 마크롱 대통령은 개혁법안을 공포했다.사진=EPA/연합뉴스▲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대국민 연설을 한 17일 연금개혁 반대 시위대가 불을 붙인 쓰레기통이 길거리에 나뒹굴고 있다.사진=로이터/연합뉴스▲3월 29일 국회에서 열린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용하 민간자문위원회 공동위원장이 질의에 답하고 있다. 자문위는 보고서에 뚜렷한 결론을 담지 못했다. 왼쪽부터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김용하 공동위원장, 김연명 민간자문위원회 공동위원장. 사진=연합뉴스곽인찬의 뉴스가 궁금해

[기자의눈] 오피스텔 시장 이대로 놔둬도되나?

오피스텔 시장에 이례적인 침체기가 찾아오면서 소유주들의 불안감이 극도로 커지고 있다. 오피스텔 가격은 3분기 연속으로 떨어지며 하락 곡선을 그리고 있다. 여기에 더해 전·월세도 함께 떨어지면서 시장이 급격하게 위축되고 있다. 이 같은 하락세의 영향으로 분양 실적 또한 초라해 보이기만 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전분기 대비 오피스텔 매매가격은 1.19%, 전세가격은 1.25%, 월세가격은 0.18% 하락했다. 분양 실적 또한 부진하기만 하다. 올해 1분기 전국 오피스텔 분양물량은 1464실로 7282실을 기록했던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0%나 감소했다. 이는 최근 10년 중 가장 낮은 수준이며 1분기 평균 분양실적인 1만2723실과 비교하면 약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오피스텔의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2월 전국 오피스텔 거래량은 4930건으로 전년 동월에 비해 54%나 감소했다. 특히 한때 아파트 규제 반사이익으로 수요자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던 ‘아파텔’의 부진은 재앙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아파텔은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합친 합성어로 전용면적 60㎡ 이상의 주거용 오피스텔을 뜻한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매매가격이 폭락하는 오피스텔이 속출하고 초기 분양가 대비 억대 ‘마피(마이너스 프리미엄)’가 붙은 물건들이 쏟아지면서 일부 소유주와 당첨자들은 손해를 감수해서라도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아파텔을 처분하는 눈물의 바겐세일에 나섰다. 불행 중 다행으로 정부가 오는 24일부터 오피스텔 대출 시에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방식을 아파트 등 일반 주택과 같은 방식으로 개선해 실제 대출만기에도 적용하기로 했지만 청약시장은 물론 경매시장에서도 수요자들의 관심은 차갑게 식은 상황이다. 앞서 오피스텔 소유주들은 정부가 실시하는 규제완화가 매매가격에 영향을 끼치고 특례보금자리론 등의 혜택 대상에서 제외되는 과정에서 불만을 표출한 바 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이어진다면 오피스텔 시장 침체기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오피스텔 시장 부진이 부동산 시장 전체에 ‘나비효과’를 불러오기 전에 정부가 개입해 규제완화를 통한 시장 활성화에 나서주기를 간절히 기대해본다.증명사진

[이슈&인사이트]복합위기 극복 근본해법은 일자리다

지난 3월 말 S&P Global은 한국의 국가리스크 중 경제리스크부문에 대해 "해외수요 부진 속에 수출이 계속 감소하고 내수도약화하면서 경제에 대한 역풍이 계속 불고있다. 3월에 수출감소 폭이 다소 축소됐지만 세계경제둔화, 중국의 고르지 않은 경제회복, 글로벌 전자 경기침체, 지속적인 재고 조정에다 지정학적 긴장 속에서 적어도 2023년 상반기에는 수출 부진이 지속될 것이다. 여전히 높은 인플레이션과 높은 차입비용, 긴축된 금융상황은 가계의 부채상환부담을 가중시키고 기업의 사업운영 조건을 약화시키며 투자심리와 수요를 해칠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국가리스크(country risk) 평가는 실질적인 비즈니스 수행에 앞서 진출 관심국가의 거시환경을 사전적으로 진단하고, 의사결정 지원을 위한 기초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S&P Global의 경제 국가리스크부문에서는 각 국의 위험등급을 결정하기 위해 정치, 경제, 법무, 조세, 사업환경, 안전의 6개 기본항목을 포함해 범죄 및 부패수준 등의다양한 평가수치를 집계해 미래지향적 국가별 위험등급 정보를 제공한다. 특히 1980년대에 국가리스크는 대체로 정치적 리스크를 의미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민관 모두 해외투자와 무역확대로 지식(Intelligence)의 사용자들에게 경제리스크의 활용비중이 커졌다. 한국에서 경제활동이 활발하게 일어나면서 생산이 많아지고 국민들의 소득과 소비수준이 높아졌다. 하지만 한국인들의 관심사에서도 경제부문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이유는 그것이 행복의 가장 기본이 되는 먹고 사는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누리는 행복을 온전하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중에 가장 기본적인 것은 무엇보다 경제적 만족이라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한국의 국가리스크 등급이 한국인들이 느끼는 행복지표와 직접적인 연관성을 나타내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거시경제 변수요인들 가운데 행복과 관련된 연구들은 국가리스크 평가의 중요항목인 경제부문의 인플레이션과 실업변수로 모아진다.인플레이션은 고통이다. 인플레이션 공포는 서민에게 시름을 안긴다. 지난해 6월 한국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6.0%오르며 23년 7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일정기간 벌어들이는 소득의 상승보다 물가상승속도가 더 빠른 고통의 세상이다.대다수의 상품과 서비스 가격이 전반적으로 오르고 생활비도 덩달아 치솟는 데 비해 소득은 정체상태여서 상대적으로는 소득이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났다. 이는 자산가격을 상승시키고 현금의 가치를 낮춰 실질소득을 낮추는 등 빈부격차 심화로 이어지고 있다. 인플레이션에 따른 자산가치상승은 물론 기존의 구매상품 보다 질이 떨어져도 저렴한 상품을 구매하는 것으로 생활비 지출 수준을 유지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미 지출을 최대한 줄여 더 이상 생활비 지출을 줄일 수 없는 빈곤층은 최악이다. 빈부의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상황이 국가리스크 지표에 크게반영되지는 않지만 한국이 행복한 국가인지를 평가하는 행복지표에는 좋지않은 영향을 미친다. 이런 현상을 서민의 경제적 고통유발이라고 한다. 절대로 쉽지는 않겠지만 경제당국은 불확실성 시대에 서민의 경제적고통을 줄여주기 위해 공평하고 공정한 분배와 인플레이션 안정에 모든 지혜를 모아야 한다. 2022년 세계 경제를 강타한 우크라이나전쟁, 인플레이션, 경기침체, 고물가, 기후위기는 안타깝게도 지금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세계 전체가 경제는 물론 정치, 사회, 문화 등 전반에 걸쳐 유례 없는 복합위기에 빠져 있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이른바 ‘3고’에다 가계부채의 증가,주식·부동산·가상화폐 등 자산가격의 폭락,빈부격차 심화 등의 복합위기를 극복함으로써 국가적 경제리스크를 해소하고 국민의 행복지수를 끌어올리는 묘약은 없을까. 그것은 바로 자본소득이 아닌 노동소득에 기반한 경제체제를 갖추는 것이다. 양질의 일자리야말로 복합위기에 빠진 한국경제와 국민을 구할 근본 처방전이다.박세원 S&P글로벌 상무/거시경제 국가리스크 총괄

[EE칼럼]역사가 평가해 줄 한국의 ‘탈원전 폐기’와 독일의 ‘원전 제로’

2023년 4월16일 0시를 기해 독일은 원전 선진국 중 유일한 원전 제로(0) 국가가 됐다. 자축하는 국민들도 있지만 우려도 작지 않다. 독일의 기민당 등은 52%의 계속운전 지지 여론을 등에 업고 탈 원전 정책이 기후변화 대응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원전의 계속운전을 주장했지만 집권 여당인 녹색당과 사민당의 완고한 반대로 일축됐다. 독일의 원전 제로에는 불가피한 측면이 여럿 있다. 다음은 필자가 생각하는 몇 가지 이유다.첫째, 에너지정책을 정치인들이 좌우하고 있는 점이다. 2011년 후쿠시마 사고 이후 독일은 탈 원전을 법으로 못 박았다. 게다가 탈 원전을 주장하는 사민·녹색당이 현재 집권하고 있다. 그게 전부가 아니다. 독일 에너지정책 정보를 제공하는 CLEW(clean energy wire)는 ‘원자력은 역사적으로 독일 사회에서 강력한 기반을 갖지 못한 새로운 에너지이고 석탄은 200년 동안의 깊은 뿌리를 가지고 있으며 정치적 영향력이 훨씬 크기 때문에 탈 원전이 탈 석탄에 비해 쉬웠다고 설명한다. 1960년대 초반부터 지리하게 이어져 온 원자력 논쟁을 다시 시작할 만한 정치세력이 없다는 것도 한 이유다. 둘째, 1980년대 이후 신규원전이 없어 원전 생태계가 완전히 없어진 이유도 있다. 독일에는 보호해야 할 원전산업이 없어졌다. 공급망이 소멸된 국가에서 원전을 다시 추진하려면 생태계 구축 등에 훨씬 많은 비용이 발생한다. EU의 신규원전 건설비용 집행실적은 독일 원전 지지자들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했다. 원전의 경제성이 없어진 것이다. 프랑스 Flamanville의 새로운 원전(EPR) 건설비용은 190억 유로 이상으로 당초 예정된 34억 유로보다 6배 가까이 늘었다. 영국의 Hinkley Point C의 전력 판매 예정가격은 92.5파운드/MWh(kWh당 155원)으로 우리나라 원전 정산단가의 2.5배가 넘는다. 셋째, 독일 국민의 원전 안전성에 대한 걱정이 생각 이상이라는 점이다. TMI 사고는 의회 밖에서 논의되던 원전 안전성 주제를 의회 안으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했고, 체르노빌 사고는 독일 사회의 원전에 대한 생각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국민들은 원전사고를 공포로 받아들였고, 원전운영사인 전력회사 마저도 스스로 탈 원전을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어쩌면 독일의 원전제로는 예정된 수순이라고 봐야 할 듯 하다. 그러면 앞으로 독일의 에너지 수급에는 어떤 상황이 전개될 것인가. 첫째, 독일의 에너지주권이 매우 취약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원전제로 상태에서 탄소중립, 에너지안보 증진을 위한 선택은 재생에너지 밖에 없다. 일부 전문가들은 바람이 유럽대륙을 가로질러 이동할 때 바람이 많이 부는 국가가 다음 국가에 전기를 융통해 주고 다음 국가에 바람이 많이 불면 전기를 공급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렇게하기 위해서는 다른 국가와의 전력망 연계를 더 강화해야 한다. 이것은 에너지 안보(수급안정)를 기상조건에, 그리고 다른 국가에 의존하는 정도를 높이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둘째, 전기요금은 수용가능한 수준에서 유지될 수 있을까. 잘 아는 바와 같이 독일의 전기요금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에너지위기가 발생했던 지난해 우리나라 전기요금의 6배까지 오른 때도 있었다. 독일 전기요금은 도매가격, 재생에너지 보조금, 망 비용, 세금으로 구성되며 각 4분의 1의 비중으로 보면 크게 틀리지 않는다. 2000년 OECD 평균 수준이던 전기요금이 최고 수준이 된 이유는 탈 원전과 재생에너지 확대가 결정적이다. 당시 7% 수준이던 재생에너지 비중이 45% 안팎으로 확대되면서 재생에너지 보조금은 6배 넘게 증가했다. 독일은 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까지 80%로 늘린다는 계획인데 보조금과 망 비용이 어느 정도 증가할 것인지가 전기요금 수준을 결정하는 관건이 될 것이다. 전기요금이 현재의 두 배로 올라도 전기소비자가 수용할 지는 의문이다. 셋째, 재생에너지 목표 달성은 가능할까? 2022년 독일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은 태양광이 60GW, 풍력 64GW 수준이다. 재생에너지 발전비중 80%를 달성하려면 2030년까지 매년 29GW씩 늘려야 한다. 지난 21년 동안의 재생에너지 용량이 연간 5GW 정도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는 이 보다 5∼6배의 가속이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는 5년 동안 전력망 연계도 없이 독일의 에너지정책을 그대로 복사, 추진했다. 이제 정권이 바뀌어 우리나라는 탈 원전 폐기, 독일은 탈 원전 고수로 원전제로 국가가 됐다. 어떤 선택이 옳은 것인지는 약 7년 후 역사가 판단할 것이다.노동석 서울대학교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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