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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통제 역설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하면서 무역전쟁으로 치닫고 있다. 양국간 무역전쟁에서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통제다. 바이든 정부는 동맹국을 대중국 반도체 통제에 끌어들이면서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자국 반도체 기업들의 대중국 수출을 통제하면서 자국 기업의 이익마저 희생시키고 있다. 반도체 통제는 반도체 칩과 반도체 제조설비를 모두 포함하고 있으며, 생성형 인공지능(AI) 고성능 반도체 뿐만 아니라 일반 반도체까지 확대하고 있다. 중국의 반도체 자립도가 낮고 반도체가 첨단 산업에 핵심 부품인 점을 감안할 때 중국 첨단 산업은 그야말로 위기를 맞고 있다. 이 시점에서 과연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통제가 중국의 첨단 제조업과 AI 등 미래산업을 약화할 것인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반도체 통제는 단기적으로 중국의 한국 반도체 추격을 늦추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한중 반도체 격차를 계속 확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통제가 강화할수록 중국 정부의 자국 반도체 국산화를 위한 지원은 크게 강화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전기차 및 배터리에 대한 보조금은 중단하면서 반도체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제재를 받는 기업에 대한 지원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한때 중국 정부가 보조금을 잘못 지원해 먹튀기업을 양산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검증된 기업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중국 SMIC(중신궈지)라는 기업은 7나노 반도체를 생산해 화웨이 스마트폰에 장착했다. 미국의 제재로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위상이 크게 떨어진 화웨이는 애플을 넘어 다시 1위 자리를 회복하기도 했다. SMIC는 7나노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지만 수율이 매우 낮아 생산할수록 적자를 보지만 중국 정부의 보조금 덕분에 이를 극복할 수 있었다. SMIC는 보조금에 힘입어 생산을 늘리면서 수율을 점차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중국 최대 낸드플래시 회사인 YMTC(양쯔강메모리테크놀로지)는 232단 3D 낸드플래시를 출시했는데, 세계 최고 수준의 품질을 갖췄다고 한다. YMTC의 232단 낸드 제품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와 견주어 별 차이가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의 MIT라 할 수 있는 칭화대 전자공학과 연구진은 네이처에 게재한 논문을 통해 엔비디아의 주력 AI 반도체 A100보다 3000배 빠른 저전력 고성능 AI 반도체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또 화웨이는 통신장비와 스마트폰 회사로 잘 알려졌지만,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을 통해 반도체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중국의 최대 검색엔진 기업인 바이두는 미국의 통제로 AI 칩을 조달하기 어려워지자 화웨이에 910에센드(Ascend) AI 칩을 대량으로 주문했다. 어센드 칩은 화웨이가 엔비디아 A100을 대체하기 위해 개발한 제품이다. 바이두는 챗GPT의 대항마로 AI 챗봇인 ‘어니봇’을 출시하면서 GPU반도체가 대거 필요한 상황이다. 반도체 칩 뿐만 아니라 반도체 장비에서도 중국의 국산화 비율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미국의 통제로 해외 반도체 설비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중국 반도체 설비 주문이 늘고 있다. 우리나라는 메모리 반도체에서 높은 경쟁력을 가지고 있고 파운드리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메모리, 파운드리, AI반도체, 팹리스(설계), 생산설비 등 전 분야에서 독자적인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언제까지나 반도체 칩에서 중국에 절대적인 우위를 유지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미국의 반도체 통제가 역설적으로 중국의 국산화 속도를 높여 한중 반도체 격차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구기보 숭실대학교 글로벌통상학과 교수

[EE칼럼] 한일 수소협력, 에너지 협력의 견인차 되길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지난 15일(현지시간)부터 2박3일 일정으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렸다. 이번 APEC 회의는 무엇보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미중 정상회담이 열려 세계적인 이목이 쏠렸다. 윤석열 대통령도 중요한 일정을 소화했다. 첫날 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에서는 기조연설을 통해 세계 경제의 연결성을 강조했고, 애플의 CEO인 팀 쿡과 GM의 수석부회장과도 만남을 가졌다. 그리고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는 이틀 연속 회동하며 양국 간 협력 의지를 거듭 다졌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함께 스탠퍼드대학을 찾아 좌담회에 참석한 것은 매우 흥미로운 행보였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한·미·일 세 나라 간 첨단 분야에서의 기술협력을 강조했다. 이는 지난 8월 캠프 데이비드에서 있었던 삼국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에서의 공동 연구와 개발, 인적 교류 확대의 연장선상이다. 아울러 한일 두 정상은 한일 간 협력의 잠재성이 큰 수소 분야에서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한국은 수송 분야를 중심으로 발전용 연료전지까지 수소 활용 측면에서 세계 1위로 평가 받고 있고, 일본은 수소와 관련된 특허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두 나라 모두 기후 및 지질 조건 상 자체적으로 수소를 대량으로 생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기후위기 시대에 화석연료·원료로 주목받는 수소는 생산 방식에 따라 앞에 여러 색깔을 붙여서 그 특징을 표현한다. 화석연료를 개질(reforming)해 생산된 수소를 그레이수소, 그레이수소와 같은 방식으로 생산하되 생산 공정에서 발생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 및 저장해 배출을 줄이는 방식으로 생산된 수소를 블루수소,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원을 기반으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으면서 물을 전기 분해하는 방식으로 생산된 수소를 그린수소, 물을 전기분해하는 점에서 그린수소와 같지만 그 에너지원이 원자력인 경우를 핑크수소라고 부른다. 그런데 수소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바로 저장 및 수송이다. 수소를 기체 상태로 수송하기에는 부피가 너무 커 액화 과정이 필요한데, 수소를 액체 상태로 만들기 위해서는 영하 253도의 극저온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이런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목받고 있는 것이 암모니아다. 암모니아는 질소 원자 1개와 수소 원자 3개로 결합돼 있으면서 영하 33도에서 액화처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수소를 수송·저장하는 대안으로 주목 받고 있다. 일본은 아베 신조 전 총리 재임 시절인 2017년 12월에 2050년까지 수소를 주요 에너지원으로 삼는 사회를 구현하겠다는 내용의 ‘수소기본전략’을 발표한 바 있는데, 이를 올해 6월 개정하면서 수소 및 암모니아 정책을 더욱 강화했다. 지난해 1월에는 일본 가와사키중공업(KHI)이 건조한 액화수소운반선인 ‘수소 프론티어’(Suiso Frontier)가 호주에서 일본으로 세계 최초로 액화수소를 운반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일본은 섬나라이기 때문에 해외로부터 에너지원을 수송하는 파이프라인이 갖춰져 있지 않다보니 해상수송 기술을 발전시켜 온 이력이 있다. 일본이 한창 고도성장기 시절이던 1969년, 도쿄가스(東京ガス)와 도쿄전력(東京電力)은 세계 최초로 발전과 가스 사업에 대한 액화천연가스(LNG)의 공동 공급 시스템을 구축하고, 미국 알래스카에서 LNG 수입을 실현한 바 있다. 한국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다른 국가와 파이프라인으로 연결된 에너지 인프라가 없어 해상수송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데다 기후 및 지질 조건 상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수소를 대량 생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결국 일본과 유사한 호주, 캐나다, 중동 등에서 유사한 경로로 수소 도입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고민이 비슷한 두 나라이기 때문에 수소 공급망 구축에서 힘을 합친다면 천연가스 시장에서 이른바 ‘아시아 프리미엄’으로 불리는 리스크 비용을 감당했던 전력을 반복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에 양국 정상이 수소협력 의지를 확인한 만큼, 정부간이나 민간기업간에 보다 구체적인 실현 방안을 활발하게 논의하고 적극 추진해 나가야 한다.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기자의 눈] 무이자 혜택마저 자취 감춰…카드사는 왜

[에너지경제신문=박경현 기자] 정부가 상반기에 이어 또 다시 상생금융을 외치는 가운데 금융권이 너도나도 ‘상생금융 시즌2’에 참여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카드사는 업황 악화를 이유로 눈을 감고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소비자 혜택을 줄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은행과 금융지주, 손해보험사들이 앞다퉈 상생금융 방안을 내놓고 있다. 최근에는 은행권을 넘어 2금융권인 보험사들에 상생 바람이 불고 있다. 손보사들의 자동차보험료 인하가 가시화됐고, 개별 회사들이 내놓은 것도 모자라 업계 공동차원의 방안마련도 고려되고 있다. 반면 카드사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무이자 할부 혜택을 줄이기 시작했다. 이에 가맹점마다 6개월 이상 지원되는 무이자 할부가 자취를 감췄다. 혜택 축소는 이렇게 1년 가량 유지되고 있다. 현재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BC·우리·하나 등 8개 전업카드사들 중 최대 6개월 무이자 할부를 지원하는 회사는 신한·BC·우리 3곳이다. 나머지 회사들은 최대 3개월 무이자나 부분 무이자할부만을 제공하고 있다. 세금 납부 시 제공되던 무이자할부도 축소했다. 지난해는 카드로 세금을 납부할 경우 최장 7개월 무이자 할부를 제공했지만 현재는 현대·비씨·우리카드가 3개월 무이자 할부 혜택만 제공하고 있다. 연말 특수 앞에서도 할인이나 혜택을 줄여 예년대비 잠잠한 모습이다. 반면 상반기 할부 서비스 수수료는 1조5000억원 이상 거둬들였다. 업계에 따르면 7개 전업카드사(비씨제외)의 관련 수익은 1조53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8%가량 뛰었다. 이자가 20%대에 육박하는 리볼빙 잔액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해 카드사 수익성을 높이고 있다. 지난 9월 말 기준 리볼빙 잔액은 7조6130억원으로 지난 5월 7조원 돌파 후 급증세다. 카드사들은 업황이 어려워 소비자 혜택부터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 본업 수익성을 잃어 상생금융 압박에 눈을 감아도 인정해 줄 것이란 입장이 만연하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조달금리 압박에 업황이 어려워 상생금융은 꿈꾸기 어렵다"며 "할부이자 혜택이나 단종카드 부활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20%에 육박하는 리볼빙금리를 매겨 이를 사용할수 밖에 없는 중저신용자들의 신용도 하락마저 카드사들이 눈감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보여주기식이나 압박에 따른 상생이 아닌 서민을 위한 상생이 고민돼야하는 시점이다. pearl@ekn.krIMG_0264 박경현 금융부 기자.

[데스크칼럼] 택지개발촉진법 개정과 중견건설사 존폐

국토교통부와 정치권이 추진하고 있는 ‘택지개발촉진법 시행령 개정안’이 중견건설사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되레 시장 내 공정경쟁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비판이 업계 내에서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택지 입찰을 두고 중견건설사들이 모기업 계열사들과 함께 입찰에 나서는 것을 두고 ‘불공정경쟁’·‘벌떼입찰’이라고 매도하는 것이 정작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를 추구하는 우리나라 시장주의 원칙에 맞는건지 의구심이 들 수 있기 때문이다.대형건설사에 비해 브랜드 파워가 약하고 시공능력평가에서도 격차가 있는 중견건설사는 사실상 필지를 확보하고 개발에 들어가야 하는 상대적인 약점이 있다는 게 중견건설업계 항변이다. 특히, 재개발·재건축의 경우, 조합이 중견건설사와 정비사업 도급계약을 체결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깨고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대형사와 재계약하는 경우도 업계에서 속출하고 있다. 즉, 개발과 시공을 위해서 중견사로서는 필지 확보가 필수불가결하며 공룡같은 대형건설사들 틈바구니에서 생존하기 위한 ‘최후의 보루’(The last resort)인 셈이다. 이러한 필지 확보를 위해 입찰을 하는 데 있어 모회사뿐 아니라 계열사들까지 복수로 지원하는 것은 사실상 지금까지 관례처럼 여겨져왔다. 약육강식의 생태계에서 덩치 큰 육식동물들이 먹지 않는 먹잇감을 그보다 작은 동물들이 차지하기 위해 쟁탈전을 벌이는 것과 마찬가지다. 문제는 정부가 그들만의 생태계에 인위적으로 개입하려 하는데서 출발한다. 생태계 보존을 위해 유령회사나 페이퍼컴퍼니, 위장계열사를 동원해 입찰을 불법적으로 방해하는 중소건설사들을 걸러내고 적절히 처벌하는 것은 마땅하다. 하지만 합법적인 법인을 설립하고, 회사에 필요한 인력을 구축하고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중소건설사들이 모기업의 계열이란 이유만으로 입찰에서 원천적으로 배제한다면 올바른 시장주의 원칙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한 중견건설사 고위 관계자는 최근 자기 회사가 이러한 벌떼입찰이란 오명을 썼다고 하소연을 했다. 그는 아직 택지개발촉진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되지도 않았을뿐더러 공공 택지를 분양한 주택 당국과 지자체 산하 공사는 입찰 자격에 택지개발촉진법 시행령 개정에 위배되는 행위에 대해 명확히 규정하지도 않고 있다고 피력했다. 이런 상황에서 아직 중견건설사가 복수의 계열사와 함께 필지 입찰에 들어가는 것이 탈법이나 위법은 아니며, 정상적인 경영행위를 한 것이라는 게 중견 건설업계가 개진하는 의견이다. 제 삼자가 볼 때 이런 관례 속에서 정부가 택지개발촉진법 시행령 개정안을 시행하려면 무엇보다 먼저 벌떼입찰이라는 것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그동안 중견 건설사들이 숨쉬고 살아왔던 생태계가 급변할 때 이들이 도태되지 않고 유기적인 시장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며 진화할 수 있도록 돕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물론 벌떼입찰 문제는 불법적인 부분에 대해 규제할 필요가 있고, 입찰의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제재를 가해할 분야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최근 "벌떼입찰은 건설사들의 대표 불공정행위로, 국토부는 모든 제재를 통해 공공택지 시장에서 페이퍼컴퍼니를 퇴출하고 벌떼입찰을 차단해 공공택지 시장의 공정질서를 바로 세우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같은 정부 수장의 발언은 시장 경제의 공정성 확보를 위한다는 목적에서 법적으로 볼때 불합리한 제한이 될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같은 택지개발촉진법 시행령 개정안이 금지하고자 하는 행위의 범위와 형태에 대해 명확히 법률에 규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아울러, 그 조사의 대상과 처벌의 정도를 수사기관 또는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에 따라 좌우될 수 있도록 하는 규제 방안은 헌법상 ‘법률유보의 원칙’에 위반돼 기업들의 직업 수행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할 것이 우려되는 현실이다.

[이슈&인사이트] 미중 ‘관리모드’, 한중 실리외교 계기 삼아야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5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아·태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G20(20국) 정상회의에서 첫 대면회의에 이은 두 번째 대면 회담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을 마친 후 가진 단독 기자회견에서 세 가지 회담성과를 꼽았다. 첫 번째는 수년간 보류되었던 마약 대응 협력 재개다. 펜타닐은 마약성 진통제로 미국은 중국에 대해 펜타닐 원료 유통 차단 등에 대한 협력을 요구해왔다. 중국 측은 펜타닐 원료를 만드는 화학회사를 직접 단속하겠다고 화답했다. 두 번째는 군 대화 소통 재개다. 미국은 남중국해·동중국해 공역에서 중국군이 위협적 공세를 계속하고 있는 만큼, 오판을 막기 위한 군 소통 채널의 복원이 시급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이에 대해 양국 군의 고위급 소통, 국방부 실무회담, 해상군사안보협의체 회의, 사령관급 전화통화 등을 재개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세 번째는 인공지능(AI) 개발에 관한 문제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문가들과 함께 인공지능(AI)과 관련된 위험 및 안전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양국 간 최대 갈등 현안인 대만문제에 대해서는 평행선을 달렸다. 시진핑 주석은 미국이 대만독립을 지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구체적인 행동으로 구현해야 한다며 대만 무장을 중단하고 중국의 평화통일을 지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결국 통일될 것이고 반드시 통일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평화통일을 위해 노력하겠지만 무력 사용을 포기하지는 않는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하나의 중국’ 원칙은 변함없다고 확인하면서도, 대만의 선거 절차를 존중해 달라고 요구했다. 내년 1월에 열리는 대만 총통 선거에 개입하지 말라는 경고 메시지다. 대중국 수출 통제에 대해 미국은 양보하지 않겠다는 기존 방침을 고수했다. 시 주석이 중국의 정당한 이익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며, 일방적인 제재를 해제해 중국 기업에 공평하고 공정하며 비차별적인 환경을 제공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미군을 상대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은 중국에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번 정상회담은 ‘소통은 하지만 국익이 걸린 핵심 현안은 양보하지 않는다’라는 말로 평가할 수 있다. 군사 소통채널 복원에 합의하는 등 긴장 완화를 위한 제스처를 취했지만, 대만 문제와 중국에 대한 미국의 수출 통제에 관해서는 현저한 시각차를 드러냈고 서로 물러서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국은 회담 결과에 대해 긍정적인 의미를 부각시키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나눈 가장 건설적이고 생산적이 대화 중 하나"라고 자평했다. 중국 신화통신은 "중미 관계와 관련된 전략적·전반적·방향적 문제와 세계 평화·발전에 연관된 중대 문제에 관해 솔직하고 심도 있게 의견을 교환했다"고 평했다. 회담 모두발언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경쟁이 충돌로 비화되지 말아야 한다"고 한 데 대해 시 주석이 "충돌은 감당 불가"라고 화답했다. 내년 11월 대선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과 경기침체에 직면한 시 주석이 충돌 격화만은 막은 셈이다. 지난 몇 년 동안 패권경쟁으로 칭할 정도로 충돌했던 미중관계는 바이든 대통령이 기자 질문에 시진핑을 주석을 독재자로 칭하고, 중국외교부가 무책임하다고 반발하는 돌발 상황이 발생한 것처럼 앞으로도 많은 우여곡절을 겪겠지만 일단은 관리 모드로 가는 분위기는 조성됐다고 볼 수 있다. 한국으로서는 이번 정상회담 결과를 외교적 활동 공간을 넓혀나가는 기회로 활용해 나갈 필요가 있다. 먼저, 한중간 전략적 소통을 강화해 북한 핵·미사일 문제와 탈북자 문제 등에 있어서 중국의 협조를 이끌어내야 한다. 둘째, 중국의 갈륨·게르마늄, 그리고 흑연 등 핵심 소재에 대한 수출 통제로 인해 한국의 경제안보가 위협받지 않도록 관리해 나가야 한다. 아울러 반도체, 석유화학, 자동차 등 주력 제조업 생산에 필수적인 원부자재의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데 박차를 가해야 한다. 셋째, 미중 간 마약 대응 협력 재개 기회를 활용해 국제협력을 강화함으로써 연예계, 학원가 등에 확산되고 있는 마약 퇴치에 진력해야 한다. 넷째, 대외활동을 자제해 온 시진핑 주석이 APEC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6년 만에 미국 땅을 밟았는데, 시 주석의 방한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해 한중관계를 회복하고 발전시키는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이강국 전 중국 시안주재 총영사

[기자의 눈] 강제연장 방지 당근 빠진

[에너지경제신문 김유승 기자] 정부가 현행 주52시간제 근로시간을 완화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윤석열 정부 들어 지난해 한 차례 개편을 시도하려다 국민 반대 여론에 부딪혀 무산된 뒤 지 채 1년도 안되는 ‘숨고르기’를 하다 재추진 카드를 빼든 것이다.고용노동부는 지난 13일 제조업, 건설업, 연구·공학, 보건·의료직 등 일부 직종에 한해 현행 주 52시간의 근로시간를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안은 지난 3월 전체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근로시간 제도 개편이 국민의 거센 반발을 사 실패한 지 약 8개월 만에 내놓은 수정안이다. 지난 3월의 실패를 보완하기 위해서일까, 고용노동부는 이번 시도에서 지난 6∼8월 국민 약 6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근로시간 관련 대면 설문조사 결과를 추진 근거로 내밀고 정부 일방진행이 아닌 노사 간 합의를 거쳐 근로시간 개편을 추진한다는 형식적 절차를 갖췄다.대국민 설문조사가 아니더라도 정부가 근로시간제도 개편 작업에 손을 떼지 못하는 것은 인력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들로부터 주 52시간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중소 제조업체 대표는 "제조업은 일반업종과 특성이 다르다"면서 "추석·설 등 명절 대목을 맞아 일감이 들어왔을 때 납품 기한을 맞출 수 있도록 바짝 일하고, 일감이 없을 때는 푹 쉴 수 있도록 하는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며 주 52시간제 개편 필요성을 호소했다.그럼에도 일반국민들의 반대가 꺾이지 않는 이유는 한국이 최장근로시간 국가라는 오명을 쓰고 있을뿐 아니라 윤석열 정부의 기업친화정책에 상응하는 근로자가 체감할 수 있는 노동정책이 없는 가운데 근로시간 개편으로 ‘일하는 시간’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많기 때문이다.실제로 최근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여전히 장시간근로 비율이 17.5%로 유럽연합 국가들의 수치인 7.3%에 비해 2배 이상 높았다. 전체 근로자의 연평균 근로시간도 지난해 기준 1901시간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8개 회원국 가운데 튀르기예·콜롬비아를 제외한 나라 중 멕시코(2226시간), 코스타리카(2149시간), 칠레(1963시간)에 이어 상위 4위를 차지하고 있다.또한, 지난 13일 ‘공짜 야근’의 주범으로 불리며 주52시간제 개편의 최대 걸림돌로 꼽혀온 포괄임금제 오남용 방지 법제화도 좌절되는 등 ‘보상 없는’ 연장근로를 근절할 법적 개선 방안도 마련되지 않았다. 정부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이 장시간 근로가 필요할 때 바짝 일하고 쉴 때 몰아쉴 수 있어 근로자에게도 좋은 제도라며 전형적인 ‘탁상행정 논리’를 펴고 있다. 가뜩이나 워라밸(일과 여가생활의 균형)을 추구하는 20~30대 MZ세대들이 노동시장 편입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작금의 현실에서 근로자의 편의를 보장할 수단 없는 근로시간 개편안 추진은 연장 근로의 명분을 위한 것이라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계에서 연장근로를 계속 요구하는 만큼 정부가 정말 국민 공감대를 형성해 근로시간 개편안을 추진하고 싶다면 강제 연장노동 금지 관련 법제화 등 일반 근로자와 그 가족들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는 강력한 메시지를 함께 제시해야 할 것이다. kys@ekn.kr김유승 유통중기부 기자.

[이슈&인사이트] 트렌드를 읽자

"내년엔 좀 좋아질까?" 많은 사람들은 내년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어떤 변화를 예상해야 하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품고 있다. 그래서 연말이 가까워 올 수록 내년에 예상되는 유행과 트렌드에 관심을 쏟고, 트렌드를 예측하는 관련 도서가 쏟아져 나온다. 트렌드와 유행은 비슷한 개념이지만 트렌드는 오래 지속되는 패턴이나 변화를 말하고, 유행은 일시적이고 급격한 인기를 얻는 단기적인 현상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런 차이 때문에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서 발생하는 변화와 소비자들의 취향 변화는 새로운 해에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궁금해 한다. 하지만 트렌드 분석에 회의적인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현재의 패턴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트렌드 분석에 대한 불확실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여기에 일부의 사회적 이슈들은 트렌드로 지속하기 못하고, 일시적인 유행에 불과하기 때문에 오랜 기간 동안 유지되지 않을 수 있는 만큼 유행과 트렌드의 구분이 어렵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트렌드에 대한 주관적 분석과 그 결과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어떤 트렌드가 진정으로 중요한지 혼란이 생길 수 있다. 이런 모호성에도 트렌드 분석은 여전히 중요한 비즈니스 및 개인적인 전략 수립 도구로 자리잡고 있다. 그렇다면 트렌드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뭘까? 사람들은 트렌드를 지나가는 ‘유행’쯤으로 간주해 버리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트렌드는 단순한 유행에 그치지 않고, 사람들의 욕망과 해당 시대의 가치를 반영해 사회·문화적인 변화의 흐름을 나타내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트렌드를 이해하는 것은 개인 및 비즈니스 관점에서 모두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 트렌드는 우리의 갈망과 가치를 형성하고 이를 통해 현대 사회의 흐름을 읽을 수 있게 해준다. 트렌드를 지속적으로 분석하여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면, 기업은 더 현실적이고 성공적인 비즈니스 전략을 구축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그렇다면 트렌드 전망이 가져오는 장점은 무엇일까? 첫째, 소비자의 욕망과 선호도를 반영한다. 소비자들의 변화하는 욕망에 민감하게 대응해 제품과 서비스, 마케팅 전략을 지속적으로 조정하는 것은 현대 비즈니스에 있어서 필수적이다. 소비자들이 무엇을 원하고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지 이해하면 제품이나 서비스의 맞춤화가 가능하고 이는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데 기여한다. 둘째, 트렌드를 이해하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견하고 혁신을 추구하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트렌드는 미래의 가능성을 열는 열쇠이며, 이를 통해 기업들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제품, 서비스를 창출하는데 필요한 동력을 얻을 수 있다. 미래를 예측하고 그에 따라 조치를 취함으로써 기업은 기존의 경쟁자들을 뛰어넘고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나아가 트렌드를 기반으로 한 혁신은 제품과 서비스의 다양성을 증가시키고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선택의 기회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기업은 고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제품과 기업에 대한 충성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 셋째, 트렌드는 사회적인 변화와 연관이 있다. 따라서 이를 이해하면 사회적 책임을 가지고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것이 가능해지고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트렌드 분석을 통해 미래의 변화를 예측하고, 이에 대비하는 것은 비즈니스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함으로써 예상치 못한 문제를 방지할 수 있다. 트렌드를 이해하는 것은 단순히 유행을 따라가는 것 이상으로 비즈니스 전략을 수립하고 개인적인 발전에 도움이 되는 중요한 요소다. 따라서 사회적 현상에 대한 통찰력을 얻기 위해서 우리는 트렌드를 읽을 필요가 있다.이홍주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

[EE칼럼] 폐 배터리냐, 사용 후 배터리냐

일본 에도시대, 에도(江戶)에 ‘인분(人糞)’ 거래시장이 있었다. 에도지역의 인구 급증으로 도시의 농산물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서 인근지역의 농산물 생산을 위한 인분 퇴비의 수요가 덩달아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시장이다. 인분의 수요가 크게 늘어나자 그동안 기존 인분 처리업자들이 돈을 지불하고 수거·처리하는 보통의 폐기물에 지나지 않았던 인분, 특히 고품질 인분을 확보하기 위해 앞다퉈 뛰어들었다. 급기야 인분에도 품질에 따라 등급이 부여되고 가격을 차등화하며 사실상 ‘상품화’ 됐다. 요즘에도 ‘상품’과 ‘폐기물’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는 분야가 있다. 바로 전기차 배터리다. 이와 관련해 최근 흥미로운 사건이 있었다. 지난 14일 배터리 제조, 전기차 제작, 배터리 재활용, 유통·물류 분야에 이르는 24개 민간업체·기관이 참여한 협의체인 ‘배터리 얼라이언스’가 업계의견을 담아 ‘사용후 배터리 통합관리체계’ 업계안을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했다. 이 안에는 향후 규모가 커질 것으로 보이는 전기차 사용후 배터리 시장을 조성, 육성하기 위해, 민간 중심의 사용후 배터리 거래 체계 구축, 배터리 전주기 통합이력관리 시스템 구축, 공정한 거래 시장 조성을 위한 시장거래 규칙 마련, 재생원료 사용의무제 도입, 사용후 배터리 산업육성을 위한 정부 지원 등에 대한 정책제언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법률안까지 담았다. 헌데 상당히 광범위한 내용을 담고 있는 이 업계안에는 이목을 사로잡는 2가지 대목이 있다. 첫 번째는 전기차 ‘사용후 배터리’의 정의 부분으로 업계는 사용후 배터리를 ‘폐기물’이 아닌 ‘상품’으로서 ‘전기차에서 분리돼 재제조·재사용과 함께 재활용 대상이 되는 배터리’까지로 새롭게 정의하자고 한 것이다. 두 번째는 이 안이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됐다는 점이다. 그 동안 해당 정책을 주도해온 환경부가 아니고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환경부는 인식이 다르다. 환경부는 기본적으로 전기차에 탑재됐다가 폐차 등으로 철거되는 배터리를 ‘폐기물’로 인식해 ‘폐배터리’로 지칭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기존 폐기물 정책의 연장선상에서 새로운 유형의 폐기물로 간주, 전처리 후 일정 공정을 통해 니켈, 코발트, 리튬 등 희귀 유가금속 등을 추출하는 ‘재활용’ 측면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환경부는 자원순환법 개정하면서 전기차 배터리가 다시 전기차 재사용되거나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으로 재제조할 경우에만 순환자원으로 인정, 폐기물 규제를 면제해주는 대신 ‘재활용’에 대해서는 ‘지정폐기물’로 지정, 규제·관리하겠다고 천명했다. 배터리가 순환자원이 아닌 지정폐기물로 분류되면 밀폐·보관사항에 대해 안전규제를 받고, 어디에서 어떻게 이동하는지를 실시간으로 감시받으며, 사업허가나 입지규제, 보관, 운송, 거래 등 전반에 걸쳐 보다 강화된 규제가 적용된다. 그러니 환경부가 재활용 배터리에 대해서는 ‘보다 강한 그립(Grip)감을 유지한다’는 말이 나온다. 사실은 전기차에서 탈착된 배터리가 재제조·재사용하든, 재활용하든 사실상 동일 생산라인에서 동일한 원료를 다루는 공정이라 위험 물질 함유량에 차이가 없다. 그리고 전기차에서 탈착한 배터리가 잔존성능이 70~80%이면서 경제성이 높은 광물을 포함한 경우 재제조하거나 재사용된 이후 재활용으로 이어지는 ‘순환구조(closed loop)’ 속에서 이해당사자들이 자유롭게 거래하는 하나의 ‘상품’이 되어야 건강하게 성장하는 순환경제 기반 산업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현재는 재제조·재사용처럼 배터리(특히 셀·Cell) 원형을 그대로 보존해 활용하면 ‘상품’으로서의 ‘사용후 배터리’가 되지만, 배터리를 파쇄하면 폐기물인 ‘폐배터리’가 된다. 결국 재활용 배터리는 적어도 아직까지는 법적으로 아직 육성해야 할 시장이 존재하는 ‘상품’이 아닌 그냥 위험한 폐기물로 취급받고 있다. 물론 최근 전기차의 보급 추세가 한풀 꺾이기는 했지만, 여전히 확장성은 크다. 이에 따라 향후 전기차에서 쏟아져 나올 사용후 배터리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이를 잘 활용해 자원 순환도하고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전기차 ‘사용후 배터리’ 신시장을 열려는 관심과 노력이 이어지고 있고 또한 이어져야 한다. 그러나 그에 앞서 전기차 탈착후 배터리 정책 관련해 산업육성 전담 부서인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규제를 전담하는 환경부가 벽을 허물어야 한다. 당장 따로국밥인 ‘사용후 배터리’·‘폐배터리’라는 용어부터 자원순환에 초점을 맞춰 ‘사용후 배터리’로 통일해야 한다. 더 근본적으로는 상위 조직으로 범부처가 참여하는 총리직속의 ‘컨트롤타워’ 설치를 검토해 볼만하다.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기자의 눈]

현대자동차·기아가 글로벌 무대에서 활약하면서 연일 박수를 받고 있지만 국내 중견 완성차 3사인 한국지엠, KG모빌리티, 르노코리아자동차는 마냥 웃을 수 없는 상황이다. 내수 부진으로 점유율 두 자릿수를 넘지 못하는 상황인데다 수입차 판매량이 늘어나면서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젠 본격적으로 북미, 유럽, 중동 등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할 때다. 올해 1~9월 중견 3사 승용차 판매량은 9만7100대다. 국내 완성차 브랜드 전체 판매량 중 10.6%에 불과한 수치다. 기업별로 살펴보면 KG모빌리티 5만984대, 한국지엠 2만9056대, 르노코리아 1만7060대다. 중견 3사 내수 점유율은 그간 두 자릿수를 거뜬히 넘었다. 2017년엔 22%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후 꾸준히 감소하며 지난해엔 11.4%로 반토막이 났다. 올해는 최저 점유율을 기록할 전망이다. 지난달만 해도 이들의 성적표는 처참하다. 한국지엠·르노코리아자동차·KG모빌리티의 지난달 판매량은 5만8435대로 국내 완성차 5개 사의 전체 판매량의 8.41%에 그쳤다. 같은 기간 현대차는 9.6% 증가한 37만7986대를, 기아는 7.7% 늘어난 25만7709대를 판매했다. 중견 3사는 수입차에도 밀리는 상황이다. 지난 9월 판매량을 보면 KG모빌리티 4069대, 한국지엠 2632대, 르노코리아 1651대 수준에 그쳤다. 같은 기간 메르세데스-벤츠는 6971대, BMW는 6188대를 판매했다. 향후 현대차·기아 또는 수입차로 향하는 소비자 쏠림 현상은 심화될 것이다. 현대차·기아는 신차 개발·생산, 플랫폼 개발, 공급망 확보 등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진행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 점에서는 이기지 못할 싸움이다. 이젠 생각을 다르게 해 봐야 할 때다. 국내 시장을 놓지는 말되 시야를 해외 시장으로 넓힐 필요가 있다. 실제 글로벌 시장에선 나쁘지 않은 성적을 보였다. 한국지엠은 올해 국내에선 부진하지만 트레일블레이저와 트랙스 북미 수출이 성공하면서 수출 물량이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성장했다. 올해 1~9월 한국지엠 수출은 29만4263대로 전년대비 81.4% 증가했다. 내수판매에 비해 10배 많은 수준이다. 지난 9월 해외 판매는 전년대비 66.2% 증가한 총 3만3912대를 기록하며 18개월 연속 전년대비 성장세를 이어갔다. 또 3분기 누적 수출만으로도 이미 작년 연간 수출량을 넘었다. 이대로 밀리기엔 중견 3사의 기술력과 노하우가 너무 아깝다. 가끔은 ‘이렇게 잘 만든 차가, 이렇게 가성비 좋은 차가 밀린다니’라는 아쉬움이 든다. 이젠 ‘아픈 손가락’처럼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 꼭 더 큰 물에서 기량을 뽐내길 응원한다. kji01@ekn.kr김정인 산업부 기자 김정인 산업부 기자

[EE칼럼] 에너지 산업에 필요한 넛지 디자인

최근에 안전에 대한 관리감독자 교육에 참석했다. 바쁘다고 그 동안 미뤄왔던 교육이었지만, 의무적으로 연내에 수료를 해야 하기 때문에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어 이틀이나 꼼짝 없이 교육장에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왕 이렇게 된 것 오랜만에 학생의 기분으로 열심히 들어보자는 마음에 수업을 하나하나 수강했는 데 예상외로 재미도 있었고 안전에 대해 다양한 각도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 그 중 한 수업 시간에 안전 및 보건 분야에 적용된 다양한 디자인적 요소나 인센티브에 대해 들으면서 자유주의적인 개입을 의미하는 ‘넛지(Nudge)’에 대해 오랜만에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리처드 세일러와 캐스 선스타인의 공동 저서 제목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 이 개념은 전 세계에 퍼지기 시작한지도 이미 10년 이상 됐고, 행동주의 심리학에 기반하고 있지만 경제학, 사회학, 그리고 정책학 분야 등으로 확장되며 큰 호응을 얻은바 있다. 특히 마케팅 차원에서 다양하게 적용된 사례들을 찾아 볼 수 있는데, 구매 결정을 유도하는 과정에서 상품에 대한 홍보를 대놓고 하기 보다는 구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조장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아이가 아파서 병원에 갔다가 돌아올 때면 장난감 가게에 들르지도 않았는데 어김없이 손에 장난감 하나가 들려있는 경우다. 이는 진료를 받은 후에 약국에 들어갔을 때, 부모들이 처방전을 약사에게 내미는 동안 아이들이 자기 눈높이에 맞추어 진열돼 있는 장난감이 포함된 비타민 사탕을 손으로 집을 수밖에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러한 넛지 기반의 디자인적 요소가 에너지 분야에는 어느 정도 적용돼 있을까? 잠시 생각해 봤지만 그다지 효과적인 설계 예시가 떠오르지 않았다. 아마도 아파트 관리비 고지서에 나오는 동일 면적 세대 대비 에너지 사용량 그래프 정도가 아닐까 싶다. 경쟁 심리를 끌어들여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기 위해 도입된 것으로 처음에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을지 모르지만, 요즘에는 이 글을 쓰고 있는 본인조차도 그 그래프를 볼 때만 인식할 뿐 에너지 절약을 위한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지는 않는다. 중장기적인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효율향상과 함께 에너지 절약이 수반돼야 한다. 하지만 에너지 효율향상을 위한 기술개발이나 관심도는 어느 정도 가시적인 것에 비해 절약 부분에 대한 기술개발이나 관심도는 상대적으로 낮은 분위기다. 지난달 한 대학에서 에너지산업 및 정책에 대하여 특강을 할 기회가 있었다. 당시 30대 이상의 수강생 30여 명 중에서 2~3명 정도만 자기 집의 전기요금 수준을 알고 있다고 답했던 것을 상기해 보면, 일반 국민들의 에너지 요금에 대한 관심도나 절약 차원의 행동을 유도할 수 있는 넛지 기반의 디자인적 요소들이 더 많이 나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경제학적으로 소비의 양을 조절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요소는 가격이다. 최근에 전기요금이 조정됐지만 국민들이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을까? 인상된다는 내용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고 있지만, 이내 연예계나 정치계의 주요 사건들을 다루는 기사에 덮여 금세 잊히는 것 같아 좀 아쉽다. 이달 들어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면서 전력사용량이 또 급증할 조짐이다. 이-팔 전쟁으로 ‘에너지 보고(寶庫)’인 중동 지역의 분위기가 좋지 않은 시기에 또 다시 에너지 수급의 위기가 오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아무 쪼록 에너지 절약을 위한 넛지 기반의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와서 자연스럽게 에너지절약 분위기가 조성됐으면 한다.손성호 한국전기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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