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경제신문 안효건 기자] 여당인 국민의힘에서 유력 정치인들을 향한 ‘함구령’이 계속되고 있다. 내부 논란이 당 지지율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로 보이지만, 제약에 따른 불만도 이어진다. 당장 지도부에서만 전당대회 이후 불과 1달여 만에 최고위원 2명이 실언으로 인해 사실상 언론 인터뷰 금지 조치를 당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기현 대표는 지난 18일 태영호 최고위원을 직접 만나 최근 논란을 경고하면서 언론 인터뷰 등 대외 활동을 자제하라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태 최고위원은 전날 공개된 한 월간지 인터뷰를 통해 "지난 구정에 KBS ‘역사저널 그날’ 프로그램에서 이승만 대통령은 ‘통일정부 수립’을 반대하고, 김구 선생은 마지막까지 ‘통일정부 수립’을 위해 노력하다가 암살됐다는 식으로 역사를 다룬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북한을 모르는 사람들이 그걸 봤을 때는 김구 선생이 통일을 위해 노력했다고 하지만, 북한의 대남 전략 전술을 아는 사람 입장에서 볼 때 김구 선생이 김일성의 통일전선 전략에 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태 최고위원은 지난 2월에도 ‘(제주) 4·3이 북한 김일성 지시에 의해 촉발됐다’고 발언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김 대표에는 태 최고위원에 앞서 3·8 전당대회 최고위원 경선에서 최다 득표로 선출된 김김재원 최고위원에도 함구령을 내렸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달 말에서 이달 초까지 ‘5·18 정신을 헌법에 수록할 수 없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목사가 우파 진영을 전부 천하통일했다’, ‘4·3 기념일은 3·1절 보다 격 낮은 기념일’ 등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다. 이에 김 대표는 직접 페이스북에 "당 대표로서 김 최고위원 발언에 매우 큰 유감의 뜻을 전했다. 오직 민생을 살피고 돌봐야 할 집권 여당의 일원이 불필요한 분란을 야기하며 국민과 당원에게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태는 더 이상 허용될 수 없다"고 밝혔다. 함구령은 최고위원 뿐 아니라 대선주자급인 홍준표 대구시장에도 언급됐다. 당 상임고문이었던 홍 시장은 김 최고위원 등 논란이 잇따르자 당에 거침없는 쓴소리를 던졌다. 그는 특히 "또다시 총선을 앞두고 비대위 체제로 가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느냐"며 김 대표 체제 좌초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이 과정에서 김 대표는 홍 시장에 "지방자치행정을 맡은 사람은 그에 대해 더 전념하셨으면 좋겠다"고 견제구를 던졌다. 그러나 홍 시장이 김 대표에도 거듭 날을 세우자 홍 시장을 당 상임고문에서 면직했다. 면직된 홍 시장은 전날에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당 지지율 폭락이 내 탓인가? 그건 당 대표의 무기력함과 최고위원들의 잇단 실언 탓"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분간 당 대변인이 말한 대로 입 닫고 있을 테니 경선 때 약속한 당 지지율 60%를 만들어 보시라"며 "그렇게 하지 못하고 이대로 가면 총선을 앞두고 각자 도생해야하는 비상사태가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최근 국민의힘에서 대선주자급 정치인에게까지 ‘함구령’이 내려진 건 처음이 아니다. 지난 전당대회 과정에서도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아무 말도 안 하면 아무 일도 안 일어날 것"이라며 안철수 의원을 직격한 바 있다. 안 의원이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등의 전당대회 개입론을 주장하고 나선 뒤 나온 반응이었다. 당시 이 수석은 "우리도 (경고를) 하고 싶어서 한 게 아니다"라며 "(안 의원이) 하니까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hg3to8@ekn.kr태영호 의원과 대화하는 김기현 대표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태영호 최고위원이 지난 13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화하는 모습.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