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경제신문 안효건 기자] 지난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시작된 전쟁으로 인해 주변 인접 국가들에도 ‘불똥’이 튀는 가운데, 긴장 증폭으로 인한 전쟁 확대 우려도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연합뉴스는 16일 (이하 현지시간) 미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을 인용해 러·우 전쟁 관련 발사체가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 인근 유럽 국가를 침범한 사례는 전날 폴란드가 처음이 아니라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3월 10일에는 우크라이나에서 발사된 대형 드론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 영토를 침범했다. 이 드론은 루마니아와 헝가리 영공을 지나 크로아티아 수도 자그레브의 외곽에 추락했고 큰 폭발을 일으켰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학생 기숙사 바로 옆에 대형 분화구가 생성될 만큼 폭발 강도가 컸다. 당시 나토는 동맹국 방공망 시스템을 통해 드론 비행경로를 추적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크로아티아 당국은 해당 정보를 받지 못했다고 항의했다. 이에 잠재적 공격에 대한 나토 대응 태세에 의문이 제기됐다. 이 사건 나흘 뒤에는 러시아군 ‘오를란-10’ 정찰 드론이 연료 부족으로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루마니아 국경 지대에 추락했다. 또 다른 러시아 정찰 드론도 같은 날 우크라이나 상공에서 폴란드로 넘어왔다가 다시 우크라이나로 향한 뒤 격추됐다. WSJ은 이런 사건들이 유럽 민간 항공에 우크라이나 전쟁이 미치는 위험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군이 적군 레이더 등을 교란하기 위해 사용하는 전파방해장치 역시 민항기 교신을 방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방어용 미사일 피해로 알려진 15일 폴란드 농민 사망 사고의 경우 특히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다.폴란드 방공망이 핵심 기반시설을 중심으로 배치돼 국토 전역을 방어하지 못하는 까닭이다. 이번 사고는 당초 러시아 미사일이 나토 동맹국을 타격한 것으로 알려져 유럽을 발칵 뒤집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에 우크라이나 전쟁이 언제라도 러시아와 나토가 직접 상대하는 더 큰 전쟁으로 번질 수 있음을 분명히 보여줬다고 평했다. 미사일과 포탄이 날아다니는 격렬한 전쟁이 오래 이어지면 더 큰 충돌로 이어질 수 있는 사건·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NYT는 설령 러시아가 나토 일원을 실수로 타격했을지라도 전쟁이 더 큰 충돌로 비화할 수 있다는 현실을 극명히 드러냈다고도 짚었다. 독일마샬펀드 브뤼셀 사무소의 이언 레서 소장은 "병력이 근접 대치해 있고, 전쟁이 잦아들 기미가 없이 길어지면 나토와 러시아 전체 지역에서의 위험도 높아진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이번 일이 발생한 직후 나타난 과도하고, 성급한 반응은 ‘경고 신호’라고 지적했다. NYT는 또 더 위험한 점이 서방 동맹을 분열시키고, 민간인들 사이 공포를 심으려는 러시아가 군사·정치적으로 이득이 있다는 계산 아래 핵무기 사용 주판알을 두드리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관료 출신의 제러미 샤피로 유럽외교관계위원회 연구국장은 "긴장 고조에 대한 우려는 매우 실제적인 것"이라며 "미국 정부는 이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있으며, 우발적인 긴장 고조보다는 의도적인 긴장 고조에 대한 우려가 더 크다"고 지적했다. 또 "러시아 정권은 위험을 감수한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라며 "전쟁에서 패하고 있고, 스스로의 생존이 위협받는다고 느끼면 서방 결의를 약화시키기 위해 군사적 또는 심리적인 영역에서 변화를 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핵무기 사용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내다봤다.그는 미국 정보수장이 최근 튀르키예에서 러시아 정보수장을 만난 것에도 이런 우려가 녹아 있다고 봤다. 백악관 대변인은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14일 앙카라에서 러시아 대외정보국(SVR) 세르게이 나리시킨 국장을 만나 우크라이나에 대한 핵무기 사용금지를 경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샤피로 국장은 이와 관련 핵무기 사용과 관련한 러시아의 위험 계산을 바꾸는 것이 번스 국장 임무였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샤피로 국장은 또 ‘우리가 당신들의 의사결정은 물론 현재 당신들이 어느 단계에 와 있는지를 알고 있다’, ‘당신들이 얻을 것으로 생각하는 이점을 결코 얻지 못할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hg3to8@ekn.kr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EPA/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