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경제신문 안효건 기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침공 이후 1년’을 앞둔 가운데, 러시아에서 전쟁을 위한 물적·경제적 자원 소모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반대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 지원이 늘어나는 와중 전황은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 교착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벨라루스를 동원한 우크라이나 북부 루트 침공을 시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0일(현지시간) CNN·뉴욕타임스(NYT)·DPA통신 등을 인용한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미국과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들은 러시아군 포격이 가장 치열했을 때에 비해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러시아군 포격에 쓰이는 하루 평균 탄약 수와 관련 미국 관계자들은 2만발 수준에서 5000발 수준으로, 우크라이나 측은 6만발 수준에서 2만발 수준으로 감소했다는 추산을 내놨다. 양측이 제시하는 절대적 수치는 다르지만 약 3분의 1 내지 4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는 점이 일치한다. 양국 관계자들은 아직 명확한 설명을 내놓거나 단일 원인을 지목하지 않고 있다. 다만 러시아가 탄약 공급 부족 탓에 포탄 사용 할당량을 정했거나 우크라이나 방어가 성공적인 상황에서 전술을 재검토하고 있을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온다. 우크라이나 군이 밀어 올리는 전황에 러시아는 방어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영국 국방부는 지난 8일 올린 정보 업데이트에서 "만약 자포리자에서 우크라이나가 주요 돌파구를 마련하는 데 성공한다면, 러시아의 로스토프 지역과 크림 반도를 육로로 잇겠다는 러시아 측 계획의 실현 가능성에 상당한 제약이 생기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만약 루한스크주에서 우크라이나의 작전이 성공한다면 러시아가 공언해 온 ‘돈바스 해방’이라는 전쟁 목표가 더욱 훼손된다"고 러시아 방어 강화 배경을 설명했다. 최근까지 러시아 무기 부족 현상에 대한 지적은 주로 정밀 타격이 가능한 순항미사일과 탄도미사일 등 첨단무기에 집중됐다. 그러나 이제는 탄약 등 재래식 무기의 공급도 상당히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미국 정부 관계자들 얘기다. 지난해 러시아 재정 적자 역시 군비 지출 증가에 따라 소련 해체 이후 역대 2번째 대규모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적자는 코로나19가 확산하며 경제가 위축된 2020년에 발생했다. NYT는 러시아가 올해 군비 지출을 30%가량 늘릴 계획인데다 서방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가 재정 수입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만큼 올해도 러시아 정부가 대규모 재정 적자를 낼 전망이라고 전했다.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는 주요 7개국(G7)을 중심으로 작년 12월부터 서방 국가들이 본격 도입한 제재 조치다. 러시아 전쟁 자금 조달을 어렵게 하기 위해 배럴당 60달러 이하로만 원유를 수출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다. G7은 내달 5일부터 원유뿐만 아니라 러시아산 석유 제품에 대해서도 가격 상한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이 가운데 우크라이나는 최근 눈에 띄게 러시아와 군사적으로 밀착하고 있는 북부 접경국 벨라루스 참전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벨라루스 국경을 가로지르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까지 최단거리로 진격하는 지름길이 열릴 수 있다. 교착 전황이 일순간에 뒤집힐 수 있는 셈이다. 키이우 방위 책임자인 올렉산드르 파블류크 중장은 이날 러시아 진군을 늦출 수 있도록 탱크 접근이 가능한 모든 벨라루스 방면 지점에 지뢰를 매설해뒀다고 설명했다. 그는 "러시아군이 이 장벽에 가로막히면, 집중돼있는 병력을 우리 포병력으로 손쉽게 박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DPA는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수주간 벨라루스 국경 지대에 추가된 러시아군 주둔 병력으로부터 또다른 공격이 가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관영 타스 통신도 이날 벨라루스 국방부가 작년 10월 중순부터 시행한 군 징집 대상자 명부 확인 절차를 95%가량 완료해 관련 작업을 마무리지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친러시아 성향 벨라루스는 작년 10월부터 러시아군 국경 주둔을 허용했다. 최근에는 시가전 연습이나 공군 전술훈련 등 양국간 연합훈련 강도를 높이는 중이다. 다만 참전설은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벨라루스가 잠재적 징집 대상자 기록을 검토한 사실이 공개되면서, 사실상 참전을 위한 동원령 정지작업을 벌이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hg3to8@ekn.krRussian President Putin meets with Education Minister Kravtsov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TASS/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