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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4일(현지시간) 스텔스 전투기 등을 동원해 자국 영토에 진입한 중국의 ‘정찰 풍선’을 격추하고 있는 모습(사진=연합) |
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앞서 미국은 지난달 28일 자국 북동부 알래스카주 상공인 베링해의 알류샨 열도 위로 이 풍선이 지나가는 것을 발견했으며, 정찰풍선의 움직임을 추적하다가 지난 4일 F-22 스텔스 전투기 등을 동원해 남동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해안 18∼20km 상공에서 이를 격추했다.
미 국방부는 그 잔해를 수거하기 위해 해군함과 잠수병 등 자원을 동원해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잔해 수거 작전은 며칠 걸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수심이 비교적 얕은 위치에서 풍선을 격추한 만큼 작업이 크게 어렵지는 않을 것으로 미 당국은 보고 있다.
미 국방부는 풍선 잔해를 가능한 한 전량 수거해 영공 침입 목적과 중국의 정보수집 역량을 분석하겠다는 방침이다. 수거된 잔해는 미 연방수사국(FBI)을 비롯한 법 집행기관과 정보기관 등 여러 기관에 인계돼 조사·분석을 거칠 예정이라고 당국자들은 말했다.
이번 수거 작전이 며칠 내로 성공하면 중국의 첩보 능력 수준에 대한 미 정보기관의 이해도가 한층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지적했다. 이번 사건은 이미 반도체 등 중국의 군사용 첨단기술 강화를 견제하기 위한 미 정부의 전략이 충분한지를 두고 조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압박을 키우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중국은 이 풍선이 기상 관측용 비행선이라며 반발했다.
중국 외교부는 전날 성명을 내고 "중국 측은 미국 측에 이번 사건을 침착하고 전문적이고 절제된 자세로 적절히 다뤄 달라고 명확히 요구했다"며 "미국이 무력을 사용해야겠다고 고집하는 것은 명백히 과잉반응"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중국 측이 미국 측의 정찰풍선 격추에 대해) 추가 대응을 할 권리를 갖고 있음을 밝힌다"고도 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계열 글로벌타임스는 6일 이 사건에 대해 "미국이 의도하지 않은 사고를 과장해 격화된 양국 관계에 불확실성을 높이고, 민간영역과 군사영역 사이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는 선례를 만들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라고 전했다.
한 군사 전문가는 "위협적이지 않은 비행선을 격추한 것은 비무장 민간인을 쏜 것과 같다"며 "양국 사이 상호작용에 나쁜 선례를 만들었다"고 비난했다.
다만 뉴욕타임스(NYT)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입장에서 이번 사건에 대한 대응을 정하는 것은 까다로운 일이라고 논평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아시아태평양 정책 담당 대통령 특별보좌관을 지낸 에번 메데이로스 조지타운대 교수는 NYT에 중국의 지정학적 운신의 폭이 매우 좁다며 "들켜버렸는데 갈 곳이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이 미국 등 다른 주요 국가들과 관계를 개선하기를 원하는 이 시점에 이 사건이 발생해 더욱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는 것이 메데이로스 교수의 설명이다.
실제로 중국이 작년 말 코로나 19 방역정책을 갑작스럽게 완화한데다가 부동산 위기까지 겹쳐 경제가 어려운 상황이다. 또 미국이 첨단 반도체 등 고급 기술을 중국에 팔지 못하도록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시 주석이 미국과의 갈등을 더욱 부추기는 일은 하기 어렵다는 진단이 나온다.
NYT는 또 중국 외교부 성명 등의 표현 선택을 살펴보면 이번 다툼이 더 커지지 않도록 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분석했다.
특히 중국 측이 미국의 풍선 격추에 대해 ‘국제 관행 위반’이라고는 했으나 ‘국제법 위반’이라고 하지 않은 점이 주목되며, "관련 기업의 정당한 권리와 이해관계를 옹호할 것"이라고 함으로써 중국 정부가 이 풍선을 보내지 않았다고 강조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는 것이다.
주펑 난징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50여년 전에 우리 관계(미국과 중국의 관계)의 해빙(解氷)은 핑퐁(탁구) 외교로 시작됐다"며 "(미중 관계의 해빙) 시작은 조그만 공이었고, 이제 우리 관계는 큰 공, 즉 풍선 때문에 위기에 처했다"고 NYT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