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일본 엔화 가치가 급락한 영향으로 19일 원·엔 환율이 장중 100엔당 800원대까지 떨어졌다. 엔화 환율이 900엔대가 깨진 것은 8년 만이다. 엔저(円低) 현상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이날 외환시장에서 오전 8시 23분 기준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897.49원으로 고시됐다. 지난 4월말까지만 해도 100엔당 1000원 안팎이던 원·엔 환율이 이날까지 100원 넘게 떨어지며 수직낙하했다. 원·엔 환율이 800원대를 기록한 것은 2015년 6월 25일(897.91원) 이후 약 8년 만이다. 다만 환율은 서울 외환시장 개장 이후 900원대 초중반 흐름을 보이면서 오름세로 돌아섰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통화완화 정책을 고수한 것이 주요국 통화 대비 엔화의 가치를 끌어내려 원화 대비 환율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달러대비 엔화 환율은 달러당 141.975엔까지 오르면서 7개월만 최고 수준으로 급등했다. 같은 날, 유로화 대비 엔화 환율 역시 한때 1유로당 155.355엔을 기록, 15년래 최고치를 찍었다. 일본은행은 지난 16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어 단기금리를 -0.1%로 동결하고,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 금리는 0% 정도로 유도하는 대규모 금융완화정책을 유지하기로 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취임 직후인 4월 27∼28일 열린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도 전임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가 추진한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에 변화를 주지 않았다.그는 오히려 지난 16일 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내외 경제와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 끈기 있게 금융완화를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최근 원화의 상대적 강세도 엔·원 환율에 하락 압력을 더하고 있다. 원화는 반도체 시장 회복 기대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종료 기대감 등이 맞물리면서 원·달러 환율이 최근 1270∼1280원대를 보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4∼5월 1300원대 박스권에 머물러 있었다. 전문가들은 엔화 가치가 단기적으로 회복될 가능성을 배제하는 분위기다. 일본은행의 완화 기조가 긴축으로 선회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뱅크오브싱가포르의 만수르 모히 우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은행은 통화 완화정책 없이 일본 인플레이션 급등세가 유지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며 "성장 촉진을 위해 마이너스 금리를 이어갈 것"이라고 이날 로이터통신에 전했다. 일본 최대 은행인 MUFG는 이달초 보고서를 통해 "일본은행의 정책 전환 없이 엔화는 약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한 바 있다.19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원·엔 환율이 표시돼 있다.(사진=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