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국내 금융회사들의 해외 부동산 투자가 부실화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투자자들은 일본 호텔 인수에 열을 올리고 있어 관심이 쏠린다. 엔화 환율 급등에 따른 엔저 현상, 호텔 요금의 상승세, ‘관광 큰손’인 중국인들의 여행 기대감 등이 맞물리자 일본 호텔이 아시아에서 가장 매력적인 부동산으로 부각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MSCI 리얼 에셋 자료를 인용, 올해 해외 투자자들이 일본 호텔 인수에 들인 자금이 20억 달러(약 2조 6750억원)를 넘었다고 보도했다. 이는 올해 아시아 상업용 부동산별 투자액 중 가장 큰 규모이자 2022년 한 해 동안 일본 호텔에 투자됐던 금액(14억 달러)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호텔 수요 급증, 요금 상승세 등을 고려했을 때 일본 호텔 투자가 최상의 선택지라는 분석이다. 아시아 부동산에 투자하는 사모투자펀드(PEF)인 인비전 투자관리의 케니 호 최고경영자(CEO)는 "새로운 (호텔) 인수 기회를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며 "일본 관광이 전 세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만큼 호텔 시장은 다양한 유형의 숙박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요가 급증하면 요금이 오르는데 호텔들은 이런 환경을 틈타 가격을 실시간으로 조정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호텔이 아파트, 사무실, 창고 등 기타 부동산보다 주목을 더 받고 있는 것이다. 실제 부동산 데이터 제공업체 코스타에 따르면 올 상반기 일본 방문객과 호텔 이용률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상반기를 여전히 밑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같은 기간 호텔 요금은 2019년 대비 평균 16%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했을 때 관광객들이 일본 숙박을 위해 지출하는 비용이 더 늘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또 일본 관광청에 따르면 해외 관광객의 올 2분기 소비액이 2019년 동기 대비 95.1% 급증한 1조 2052억엔(약 11조 661억원)으로 집계됐고 이중 숙박이 3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여기에 엔화 약세로 일본이 관광객과 투자자 모두에게 매력적인 지역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엔·달러 환율은 올 연초 달러당 130엔 수준에서 현재 145엔대로 급등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해외 투자자들은 지금도 일본 호텔 인수에 열을 올리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중 하나인 블랙스톤의 키타 다이스케 일본 부동산 총괄은 일본 호텔이 인수 우선순위에서 "1순위"라고 이달 강조했다. 블랙스톤은 작년까지만 해도 45억 달러가 넘는 일본 부동산을 매각한 바 있다. 또 싱가포르 부동산 투자회사 SC 캐피털파트너스는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중동 국부펀드 아부다비투자청(ADIA)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일본 호텔 27곳을 인수했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이밖에 캐나다 사모펀드 벤탈그린오크는 올 여름 일본 후쿠오카에 위치한 리츠칼튼 호텔을 인수했고 올 봄에는 미국 투자회사 KKR이 홍콩 사모펀드 거캐피탈과 공동으로 하얏트 리젠시 도쿄를 사들였다.일본 호텔 인수 경쟁 또한 치열한 것으로 나타났다. MSCI에 따르면 올해 해외 투자자들이 일본 호텔을 사들이는 규모가 2014년 이후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으며 인수 비용 또한 약 10년만 최대폭을 기록했다. 다만 블룸버그는 일본 호텔 업계에서는 노동력 부족이란 난제에 직면하고 있어 사업과 수익성이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일본 도쿄 거리(사진=AFP/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