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우리금융지주가 4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상반기 순이익이 역성장했음에도 시장 안팎에서는 장밋빛 전망이 나오고 있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우리투자증권, 동양·ABL생명 등 비은행 자회사의 실적이 개선되면서 보통주자본(CET1)비율을 바탕으로 주주환원율도 오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국회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더 센' 상법 개정안이 통과된 가운데 우리금융은 주주가치 제고, 포트폴리오 다변화, 생산적 금융 강화 등을 통해 현 정부와 보폭을 맞추고 있다.
◇ 임 회장 취임 후 우리금융 주가 124%↑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 주가는 임 회장 취임 첫날인 2023년 3월 24일 1만1010원에서 이달 현재 2만4650원으로 124% 급등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31.6%)을 큰 폭으로 상회한다. 외국인 지분율은 2023년 3월 40.03%에서 이달 47.05%로 상승했다.
우리금융 주가가 가파르게 오른 것은 임종룡 회장이 재임 기간 우리투자증권 출범, 생보사 인수 등 굵직한 인수합병(M&A) 딜을 성사시키며 기업가치 제고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예금보험공사가 우리금융지주 잔여지분 1.24%를 우리금융지주에 매각한 점도 임 회장의 주요 성과다. 우리금융이 예보 보유 지분을 인수해 1998년 공적자금 지원 이후 26년 만에 완전 민영화를 달성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만일 은행장 출신 금융지주 회장이라면 예보 완전 민영화, 보험사 인수 등을 이루는 게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우리금융은 CEO의 경영능력이 곧 조직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고 강조했다.
◇ 李정부 밸류업...우리금융, 주주환원 여력 갖췄다
우리금융의 실적이 역성장했음에도 임 회장 경영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불거지지 않은 점도 이례적이다. 우리금융지주는 올해 상반기 누적 당기순이익 1조551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63% 감소했다. 올해 초 실시한 희망퇴직, 충당금 적립 등 일회성 비용이 반영되면서 4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순이익이 전년 대비 줄었다.

▲우리금융지주 보통주자본비율 추이.
그럼에도 그룹 내부는 물론 시장 안팎에서도 여전히 임 회장의 리더십에 후한 점수를 부여하고 있다. 우선 시장에서는 우리금융지주 CET1 비율이 12.76%로 사상 처음으로 12.5%를 초과한 점을 주목하고 있다. 동양·ABL생명 편입으로 위험가중자산(RWA)가 증가했음에도, 환율 하락에 따른 외화 익스포저 감소와 순이익 기여 효과로 CET1 비율이 올해 1분기(12.45%)보다 0.31%포인트 올랐다. CET1 비율은 주주환원 여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우리금융지주는 해당 비율이 12.5%를 초과하면 총주주환원율을 최대 4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동양·ABL생명이 올해 7월 1일자로 우리금융그룹에 편입됐고, 우리투자증권이 이제 막 출범 1주년을 맞이한 점을 고려하면, 주주환원율을 비롯한 밸류업과 실적에 대한 기대감은 올해보다 내년이 더 크다는 평가다.
◇ 임 회장, '결자해지'...금융당국과 약속 이행 책무
임 회장은 앞으로 생보사를 중심으로 계열사 간 협업을 통해 보험 산업 내 새로운 성장모델을 구축하고, 그룹 공동상품 출시, 차별화된 종합금융서비스 제공 등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나아가 우리금융이 동양·ABL생명 자회사 편입을 승인받는 과정에서 금융당국에 제출한 내부통제 개선계획, 중장기 자본관리계획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도 임 회장의 책무다.
금융위는 올해 5월 우리금융의 자회사 편입을 승인하며 우리금융지주가 제출한 내부통제 개선계획, 중장기 자본관리계획에 대한 이행실태를 2027년까지 반기별로 금융감독원에 보고해야 한다는 부대조건을 달았다. 금감원은 우리금융의 내용을 점검해 연 1회 금융위원회에 보고한다. 우리금융이 내부통제 개선계획을 충실히 이행하지 않으면 시정명령이 부과되고, 시정명령도 이행하지 않으면 주식처분명령이 부과된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임 회장이 롯데손해보험 등 시장에 나온 매물을 고사하고, 동양·ABL생명을 인수하겠다고 결단을 내린 만큼 우리금융을 향후 더 큰 금융그룹으로 키우는 것도 임 회장의 몫 아니겠나"라며 “금융당국은 우리금융의 생보사 인수를 조건부로 승인했기 때문에 당시 (당국에) 약속한 내용들도 임 회장이 책임지고 수행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