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은행권을 필두로 전 금융권이 이찬진 신임 금융감독원장과의 첫 상견례를 앞두고 있다. 첫 대면 자리에서 이 원장이 취임 직후 꾸준히 강조하고 있는 소비자 보호 강화를 주문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업권별로 마주한 이슈에 따라 제각기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 원장, 소비자 보호 강화 예상…정부 과제 대응 두고 은행권 긴장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원장이 28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은행들과 만나 각종 현안에 대해 논의한다. 이 원장은 내달 1일 보험업권, 4일 저축은행업권, 8일 금융투자업권, 16일 카드·캐피탈 등 여신전문금융업계와도 만남을 가진다.
금융 관련 경력이 없는 이 원장의 공식적인 첫 대외활동인 만큼 업계가 이번 만남을 통해 향후 감독 방향을 가늠해 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전 정부에서와 비슷하게 대통령 최측근이 금감원장 자리에 앉으면서 금감원의 목소리에 힘이 커진 데 대한 높은 긴장감도 실린다.
첫 공식 대면 자리에서는 가장 먼저 소비자보호 강화에 대한 강조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 원장은 지난주 업무보고와 최근 임원회의를 거치면서 소비자보호 강화 방안을 주문한 바 있다. 금감원은 금융소비자 보호와 사전 예방을 위한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태스크포스(TF) 설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1일 이재명 대통령이 불법 추심으로부터 금융취약층을 보호할 대책을 마련하라는 지시 이후 금감원은 대부업체와 채권 추심사, 대부중개 사이트 등 10개사 대상 현장 검사에도 착수한 상태다. 올 들어 금융사고 규모가 2000억원을 넘기면서 이 원장이 책무구조도의 고강도 점검도 예고한 만큼 내부통제 운영 현황에 대해서도 깊이있는 수준의 검사가 예상된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28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은행들과 만나 각종 현안에 대해 논의한다.
은행권은 금융권 중에서도 가장 긴장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되는 가운데 최근 확대되고 있는 상생금융과 관련해 이 원장의 의중을 묻거나 목소리를 전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은행권은 정부 출범 초기부터 '이자장사' 질책과 '효율적 배분'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된데다 포용 금융, 석유화학산업계 구조조정 동참, 국민성장펀드 참여, 배드뱅크 출범, 교육세 인상 등 정부 국정과제에 부응할 방안에 고심하고 있다.
홍콩 주가연계증권(ELS), 부동산담보대출비율(LTV) 과징금 이슈와 같이 민감한 영역도 당장 마주한 문제로, 금감원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주제다. 금감원은 ELS 과징금 안건을 곧 제재심의위원회에 부의할 예정으로, 은행권이 감당할 과징금 규모가 수조원으로 점쳐지고 있다. 은행권은 이미 소비자에 자율배상을 한 상황에서 조단위 과징금이 가혹하다는 입장이지만 이 원장이 소비자 보호에 감독 방향을 잡고 있는 만큼 이번 과징금 산정에도 이목이 모인다.
보험·카드·증권, 상대적으로 차분한 만남 예상
보험업권은 규제와 관련한 이슈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조용한 소통의 자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최근 발생한 삼성생명 회계처리 논란이 꺼내질지 여부엔 관심이 모인다. 취임 후 첫 움직임으로 삼성생명 회계처리 관련 비공개 간담회를 진행한 만큼, 해당 논란을 이 원장이 어떤 시각으로 바라볼지에 대한 궁금증이 실리는 것이다. 손해보험업계는 자동차보험료와 손해율로 인한 구조개선이 시급해 효율화를 건의할 것으로 보인다.
저축은행업권은 인수합병(M&A)이나 영업관련 규제 완화를 요구함으로써 수익성 보전에 대한 목소리를 낼 전망이다. 현재 업권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장기화로 인한 건전성 회복 부담을 비롯해 저축은행 내 자산 규모 양극화 문제도 안고 있어 비교적 경직된 분위기다. 특히 정부의 서민금융 확대 기조와 건전성 사이에서 수년간 딜레마를 겪고 있어 중저신용자 대상 정책금융과 대출 건전성 관리 문제 등에 대해 현실적 조율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카드 및 여전업권은 수익성 활로 모색에 따라 최근 신기술금융, 스테이블코인 등 디지털화 이슈가 많지만 비교적 차분한 소통이 이어질 전망이다. 민생회복 소비쿠폰의 적극 시행으로 정부 주도 정책에 힘을 보탰기에 타 업권보다 긴장감은 덜한 것으로 평가된다. 증권업계는 앞서 이 원장이 취임사 등을 통해 모험자본을 확대할 것으로 강조한 바 있어 다소 희망적인 기대도 품고 있다. 다만 발행어음업 인가 심사와 관련한 문제로 금감원의 추후 입장에 집중하고 있다.
내달 중순 이후인 19일에는 상호금융권(농협, 수협, 신협, 산림조합 등)과도 간담회를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상호금융권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건전성 관리를 비롯해 △상호금융 비과세 혜택 축소 문제 △예금보호한도 상향 영향 △지역금융 역할 강화와 같은 현안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상호금융권에 비과세 혜택 단계적 축소가 예고돼 수신 환경에 변화가 예상되면서 업권 차원의 건의가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