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경제신문=정희순 기자] 구현모 KT 대표의 연임 여부가 늦어도 이번 주 안에는 가려질 전망이다. 주식 시장을 비롯한 KT노조 및 관련업계에선 구 대표의 연임을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KT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막판 변수로 떠올랐다. 국민연금이 KT와 같은 소유분산 기업의 지배구조에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쳐서다. ◇ 구현모 대표 연임 적격 심사 결과, 이번 주 나온다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T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가 오는 16일 이전까지 구 대표의 연임 적격 여부를 가린다. 구 대표는 13일 회의에서 2차 면접을 받는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구 대표는 지난달 8일 연임 의사를 표명했다. 재신임에 성공해 임기를 모두 완주한다면 내부 출신으로는 첫 사례가 된다. 2002년 민영화 이후 연임 임기를 완주한 이는 황창규 전 회장이 유일하지만 그는 삼성전자 출신이다. 구 대표의 연임에 대해 주식 시장 및 관련업계의 분위기는 매우 우호적이다. 구 대표가 재임 기간 KT의 체질을 ‘디지코(DIGICO)’로 확실하게 개선하면서 실적과 주가 모두 탁월한 성과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IT연맹 소속으로 1만6000명의 조합원을 거느린 KT노조도 지난 6일 성명서를 통해 "구 대표가 KT를 안정적으로 이끌어야 본궤도에 오르고 있는 KT의 미래 비전이 성공적으로 결실을 볼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구 대표의 대표이사 연임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 구현모 대표 연임 두고 국민연금이 ‘견제구’?그러나 최근 KT 안팎에서는 ‘외풍’의 불씨가 아직 남아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KT와 같은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해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국민연금은 지분 10.35%를 보유한 KT 최대주주다. 김 이사장은 "소유분산기업에 회장을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가 고착화되어 있고, 연임 과정에서 쟁점이 발생하는 데, 이는 지배구조 기준이 명확히 제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라며 "회장 선임 시 내부자를 우선하는 규정이나 후계자 양성 시 사회적인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원칙이 정립되어야 한다"고 했다. KT가 구 대표의 연임 여부를 심사하는 상황에서 국민연금 이사장의 이같은 발언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은 지난 3월에 KT가 박종욱 경영기획부문 사장을 사내 이사로 선임하려던 주총 안건에 제동을 걸었다. ◇ KT 민영화 수준 가늠좌 될 듯 과거 KT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최고경영자(CEO)가 교체되는 불운을 겪어왔다. 구 대표는 지난 2020년 3월 취임사에서도 "KT그룹을 외풍(外風)으로부터 흔들리지 않는 기업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특히 KT노조는 무엇보다 회사가 또다시 정치권 외풍에 휘둘리는 것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구 대표의 연임 심사 결과가 KT의 민영화 수준을 가늠하는 지표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재임 기간 실적도, 내부 평판도 좋은 구 대표의 연임이 좌절된다면 또다시 KT가 정치적 외풍에 휘둘렸다는 평가에 휩싸일 수 있다. 만일 내년 주총에서 국민연금이 구 대표 연임에 반대할 경우 현대차그룹·신한금융그룹의 의결권에 이목이 쏠릴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KT 지분 7.79%(현대차 4.69%·현대모비스 3.10%)를 보유한 2대 주주, 신한은행은 5.58%로 3대 주주다. hsjung@ekn.kr구현모 KT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