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 나광호 기자] 국내 배터리 3사가 글로벌 전기차 시장 불확실성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3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1380만대 규모로 전년 대비 30% 가량 증가했다. 그러나 이는 2022년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머무는 성장률이다. 올해는 20% 정도로 더욱 낮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얼리어답터들의 초기 구매 수요가 충족되는 등 ‘캐즘’ 구간에 진입한 탓이다.전 세계 경기 침체 및 고금리가 이어지면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은 전기차에 대한 니즈가 하락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테슬라·제너럴모터스·포드를 비롯한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투자를 망설이는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CATL과 BYD를 비롯한 중국계 업체들이 자국 외 시장에서도 입지가 강화되는 것도 악재로 꼽힌다. 실제로 지난해 1~11월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624.4GWh 중 국내 업체들의 점유율은 23.1%로 전년 동기 대비 1.3%포인트 하락했다.LG에너지솔루션은 하이니켈 제품 역량을 높이고 고전압 미드 니켈 NCM을 비롯한 기술로 중저가 시장 공략을 가속화한다는 전략이다. 원재료 직접 조달 영역을 넓히고 주요 소재를 전환하는 등 원가 경쟁력 향상도 지속한다. 스마트팩토리를 활용해 생산성과 품질을 높여 고정비도 절감한다는 구상이다. 물류비와 유틸리티 등 운영비용 합리화도 모색한다.2027년 리튬황 전지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리튬메탈전지 상용화도 추진 중이다. 리튬메탈전지는 기존 흑연계 음극재를 리튬메탈로 대체한 것으로 에너지밀도와 수명을 끌어올릴 수 있다. 올해도 지난해 수준의 생산시설 투자(약 10조9000억원)를 단행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생산거점을 확대한다는 목표다.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세액공제도 실적 향상에 기여할 전망이다. 지난해 4분기에만 2051억원이 영업이익에 반영됐고 올해는 지난해의 2배 이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삼성SDI는 자동차용 고용량 프리미엄 배터리 P5·P6 제품을 앞세워 매출 신장을 노린다. 지난해부터 파일럿 라인을 통해 전고체 배터리 납품도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고체 배터리는 액체 대신 고체 전해질을 사용하는 것으로 주행거리를 연장할 수 있다. 차량 경량화와 화재 위험 감소 등 전기차의 약점도 보완 가능하다.삼성SDI는 2027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중대형전지사업부 산하에 전고체 배터리 전담조직 ‘ASB 사업화 추진팀’도 만들었다. 스텔란티스와 손잡고 미국 인디애나에서 건설 중인 북미 1공장 가동 시기도 2025년에서 올해로 앞당긴다. IRA 세액공제를 빠르게 받기 위함이다. 1공장 인근에 2공장도 짓는다. 양사는 총 67GWh급 ‘스타플러스 에너지 코코모 기가팩토리’를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2공장은 2027년 초 가동 예정이다. 고객사 확장도 추진 중이다. 올해 기준 세액공제가 적용되는 차종 19종 가운데 삼성SDI의 배터리를 탑재한 차종이 9종에 달하지만, 스텔란티스와 리비안의 판매량이 다른 완성차 업체에 비해 높지 않은 탓이다.SK온은 당초 예상 보다 흑자전환 시점이 늦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공격적 투자로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5위에 올랐으나 고정비 부담도 커졌기 때문이다. SK온도 세액공제가 실적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으로 미국 공장 수율 개선과 세액공제 확대 등으로 흑자전환을 모색한다. LFP 배터리 공급도 박차를 가하는 등 포트폴리오 다각화도 지속하고 있다.폼팩터 확장도 지속하고 있다. 파우치형 배터리 의존도를 낮춰 시장 변화에 대응하는 역량을 높이고 수주 역량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이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서 "각형 개발은 이미 완료했고, 원통형 배터리 개발이 꽤 많이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전고체 배터리 기술도 높이고 있다. 미국 전고체 배터리 기업 솔리드파워와 기술 이전 협약도 체결했다. 솔리드파워는 SK온에 황화물계 고체전해질을 공급한다.업계 관계자는 "미국 대선에 따라 IRA 세액공제가 줄어들 경우 국내 업체들은 타격을 입을 수 있으나, 대중국 규제 강화로 장기적인 수혜를 입을 수도 있다"며 "전기차 시장 성장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지만, 탄소중립 달성 등을 위한 각국의 전동화 정책이 전기차 침투율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spero1225@ekn.kr(위에서부터)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공장, 삼성SDI 헝가리 법인, SK온 미국 조지아 1공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