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 김아름 기자] 조선 및 철강업계가 대내외적인 악재로 몸을 사리는 상황에서 사업장 노조의 계절별 투쟁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까지 파업에 가담하면서 피해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사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에 대한 목소리까지 거세지고 있다. 관련 업계와 경제단체는 이러한 분위기가 자칫 경제 기반을 흔드는 것은 물론, 서민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6일 산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조선 및 철강업계가 노조의 장기 파업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가시적인 손실은 물론이고 실적면에서도 부진을 겪고 있다. 일례로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22개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가 참여한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가 지난 6월 초 임금 30% 인상과 단체교섭을 요구하며 도크(선박 건조 공간)를 점거하고 파업을 벌였다. 파업 기간만 51일. 이로 인해 대우조선해양은 진수 작업 지연으로 총 8000억원의 손해를 입었다. 이는 대우조선해양 실적에도 악재가 됐다. 올해 3분기 영업손실 627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190억원 손실)보다 적자 폭이 확대된 것이다. 철강업계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현대제철의 경우 올해 성과급 지급 문제 등을 놓고 게릴라 파업까지 이어지는 극한의 상황으로 속앓이를 했다. 이러한 가운데 화물연대가 지난달 24일부터 안전운임제의 적용 차종, 품목 확대를 요구하며 총파업을 시작했다. 그 결과, 철강을 비롯해 시멘트와 타이어, 자동차, 석유화학, 정유 등으로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정부에 따르면 화물노조 파업으로 철강·석유화학·정유·시멘트·자동차 등 5대 업종의 출하 차질 규모를 3조5000억원으로 추산된다. 특히 철강·석유화학은 적재 공간 부족으로 이르면 이번 주부터 감산을 검토해야 하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역협회도 이날 오전 10시까지 82개 화주사로부터 139건(중복선택 가능)의 화물연대 파업 관련 애로사항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납품 지연으로 위약금이 발생하거나 해외 바이어 거래가 단절된 사례가 60건(43.2%), 물류비 증가 41건(29.5%) 등이었으며 원·부자재 반입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생산이 중단된 사례도 31건(22.3%)에 달했다. 관련업계와 경제단체 등에선 노조의 무리한 파업이 자칫 국가 경제기반을 뒤흔드는 요인이 된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석유화학은 "고유가와 전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인한 수요 감소로 대부분 업체가 적자를 기록하는 등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가 장기화로 제품을 출하하지 못해 재고가 쌓이면서 곧 공장 가동이 중단될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석유화학의 공장 가동이 중지될 경우 하루 평균 1238억원에 달하는 매출 차질은 물론 석유화학 소재를 사용하고 있는 자동차 등 각종 주력산업과 플라스틱 등 연관산업도 연쇄 가동 중단이 불가피하다"고 염려했다. 그러면서 "자동차에 필요한 수소 충전, 식음료와 신선식품 배송에 필요한 액체탄산 등의 공급도 중지돼 국가 경제는 물론 국민 생활에 커다란 불편이 야기될 수 밖에 없다"며 "화물연대는 즉각 집단운송거부를 중단하고 운송에 복귀해 줄것을 요청한다"고 했다. 경제계는 노사교섭력의 균형을 유지하고 공정한 노사관계 질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노조의 부당노동행위 제도를 신설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다. 추광호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우리나라는 노조의 쟁의행위 권리는 충분히 보장하고 있으나, 주요 선진국들과 달리 사용자의 방어권은 미흡한 편"이라며 "노사갈등으로 인한 산업피해를 최소화하고, 노조에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해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노조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파업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총파업이 8일째에 접어든 1일 서울의 한 주유소 유가정보란에 품절 문구가 붙어 있다. 휘발유 공급 차질이 가시화되자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유조차로 확대하는 것도 검토에 들어갔다. 연합뉴스 대우조선4 대우조선해양 도크 점거가 중단되며서 작업이 재개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