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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우주연구원 개원…‘K-스페이스 시대’ 선도

카이스트(KAIST·총장 이광형)가 30일 '우주연구원'을 개원하고 비전 선포식과 함께 특별강연 기념행사도 진행했다. 카이스트 우주연구원은 대한민국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를 이끌어갈 수 있는 우주 임무 및 융합·핵심 기술 연구를 위해 신설된 조직이다. 카이스트에 따르면, 지난 2022년 9월 추진단을 발족해 본격적인 조직 구상에 나서 올해 4월 교내 정식 조직으로 설치된데 이어 만 2년만에 우주연구원 개원의 꿈을 이뤘다. '한계를 넘는 꿈의 실현'이라는 슬로건 아래 △최초를 지향하고 인류 삶의 지평을 넓히는 우주 분야 연구 수행 △글로벌 선도 대학 우주연구 집결체로서 우주 연구와 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 △도전적 우주 임무 실증 및 개척을 통한 국내 우주기술 혁신 및 우주 산업 생태계 구축 기여 △창의적 우주융합인재 양성으로 지속 가능한 국가 우주개발 지원 등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조직 운영에 들어간다. 카이스트는 우주연구원 개원을 위해 그동안 여러 부서로 분산돼 독립 운영 중이던 교내 우주 분야 연구조직을 통합·재편했고, 산하조직으로 '인공위성연구소'에 이어 △우주기술혁신인재양성센터 △우주핵심기술연구소 △우주융합기술연구소를 추가로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이 가운데 핵심 산하조직인 인공위성연구소는 올해 4월 국내 최초 양산형 '초소형 군집위성 1호'를 개발해 발사하는데 성공했다. 현재는 우주물체 능동제어 기술 실증을 위해 오는 2027년 위성 발사를 목표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동시에 △한화스페이스허브-KAIST 우주연구센터 △페리지-KAIST 로켓연구센터 △미래우주교육센터는 우주연구원 소속으로 재편된다. 한재흥 KAIST 우주연구원장은 “우리나라에 우주기술을 뿌리내리게 한 고(故) 최순달 박사의 타계 10주년이 되는 해에 '우리별'의 정신을 계승하고, 기존의 성과를 발전시켜 나갈 KAIST 우주연구원을 설립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이광형 총장은 개원식에서 “카이스트 우주연구원은 우주 연구와 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창의적인 인재를 양성해 국가 우주개발을 이끄는 우주 연구 집결체로 자리할 것"이라며 육성 의지를 드러냈다. 한편, 이어진 특별강연에서 권세진 항공우주공학과 교수가 'KAIST 우주 탐사 여정과 비전'을, 우주연구원 부원장이자 초빙석학교수인 다니엘 제이 쉬어레스(Daniel J. Scheeres) 교수가 '소행성 탐사의 미래'를 주제로 강연했다. 김철훈 기자 kch0054@ekn.kr

자율주행차 중기·스타트업, ‘한국판 테슬라’ 향해 질주

국내 중소기업 에스더블유엠(SWM)이 최근 서울 강남에서 심야 로보택시 상용화 서비스를 시작해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완전자율주행 모빌리티 기술력에 도전하는 국내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들 자율주행 기술 기업들은 글로벌에서도 경쟁 가능한 혁신기술을 개발 중으로, 자율주행 차량 양산이 가능해지는 오는 2027년부터는 길거리에서도 이송·물류 차량의 자율주행시대를 앞당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9일 모빌리티 업계에 따르면, 자율주행 차량에 탑재된 감지기로 주행을 결정하는 인지부터 판단·제어까지 모든 과정을 총괄하는 소프트웨어를 뜻하는 '풀 스택' 기술을 보유한 국내 기업이 서비스 실증 단계에 접어들며 도약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들은 차량에 자율 주행 소프트웨어를 탑재해 운전자가 탑승할 필요 없이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한 '레벨 4' 수준의 기술을 구현해 상용화하는 것이 목표이다. 최근에는 SWM이 서울시의 실증 프로젝트에 참여해 강남에서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를 제공하며 모빌리티 업계 뿐 아닌 소비자들에게도 큰 관심을 받았다. 로보택시는 탑승자가 앱(APP)으로 호출하면 센서와 인공지능이 스스로 길을 찾아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기술이 탑재된 차량이다. 현재는 약 3대를 운영 중으로, 당분간 무료 운영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SWM의 로보택시에는 신경 처리장치(NPU)와 중앙처리장치(CPU) 등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묶어 통칭하는 '암스트롱 플랫폼'이 적용됐다. 특히, 슈퍼 컴퓨팅 시스템인 AP-500를 탑재해 초당 테라 연산(1000TOPS)으로 차량을 제어하며 데이터를 안정 수집해 약 200개 이상의 사물을 동시 인지, 방향을 예측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SWM은 안정적인 모빌리티 서비스 운영을 위해 향후 운행 범위를 주간 시간과 강남 이외 지역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으로, 오는 2027년 법제도 정비 시점에 맞춰 완전 무인(Driverless) 자율주행 서비스로 확장할 계획을 지니고 있다. 자율주행 차량 분야에서 손꼽히는 국내 스타트업 중 하나인 라이드플럭스도 풀스택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개발하는 기업이다. 라이드플럭스는 △측위 라이다·카메라·레이더 모두 사용 △다중 센서로 기반 인지 △출발 목적지 사이 최적 경로를 생성하는 판단 제어 △정밀 지도 구축 △차량 원격 제어 등의 장점을 갖추고 있다. 이 덕분에 라이드플럭스는 혼잡한 도심 도로와 시속 80㎞ 이상 고속도로, 눈·비 등 다양한 날씨 환경에서도 자율 주행이 가능하다. △신호·비신호 회전 교차로에서 우회전 및 좌회전 △갓길 주정차 차량을 회피해 주행 △차로 합류 구간에서 주변 차량을 감지, 속도를 조절해 차로 변경 등의 기능도 지원한다. 이에 힘입어 라이드플럭스는 지난 2020년 5월 제주공항 쏘카스테이션 셔틀 서비스를 시작했다. 올해 6월에는 국내 최초로 운전석에 안전요원이 타지 않은 '무인 자율주행' 임시운행 허가를 국토부로부터 획득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 7월부터는 제주 첨단과학기술단지에서 왕복 116㎞로 세계 최장거리인 자율주행 노선버스형 대중교통 서비스를 시작했다. 글로벌 자율주행 기술 종합 순위 세계 13위를 자랑하는 스타트업 오토노머스에이투지도 여객·물류용 자율주행 차량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8월 기준 누적 자율주행 거리 50㎞를 달성한 기업으로, 현재 약 13개 도시에서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오토노머스에이투지는 차량이 아닌 교통 인프라에 라이다를 설치해 데이터를 수신하는 라이다 인프라 시스템(LIS) 플랫폼을 개발해 자율주행 차량 센서의 인지범위를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LIS는 신호등 잔여 시간, 교통 상황, 보행자 정보 등 200여종의 변인을 구분 가능한 기술로 현재 △판교 △세종 △서산 △대구 등 주요 도시에서 실증을 완료했다. 오토노머스에이투지는 오는 2027년 4레벨 자율주행 차량 상용화에 맞춰 제품 대량 양산에 나설 예정이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정의선, 현대 ‘N 페스티벌’ 4라운드 대회 방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현대차 주최 모터스포츠 대회 '현대 N 페스티벌'을 방문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정의선 회장은 전날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국내 최대 규모 원메이크(단일차종) 레이스 '현대 N 페스티벌' 4라운드 대회 현장을 방문했다. 정 회장은 대회 개회사를 통해 국내 모터스포츠 문화 발전을 위한 응원과 격려 메시지를 전하고, 선수 및 관람객들과 소통했다. 또 모터스포츠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이벤트존과 고객 편의를 위한 부대시설 등을 점검했다. 올해 현대 N 페스티벌 대회는 지난 4월 강원 인제 스피디움에서 열린 1라운드를 시작으로 오는 11월 전남 영암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에서 열리는 마지막 경기까지 총 6라운드로 개최된다. 고성능 전기차 아이오닉5 N을 기반으로 한 국내 첫 레이스 전용 전기차 경주인 'eN1'과 아반떼 N으로 치러지는 N1, N2 대회 등 총 3개 클래스로 구성됐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광저우 공장 털어낸 LG디스플레이, 실적 개선 가능할까

LG디스플레이가 중국 업체와 광저우 LCD 공장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유기 발광 다이오드(OLED) 사업으로의 전환과 재무 개선에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되지만 고객사 다변화와 삼성디스플레이와의 격차를 좁히기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LG디스플레이 광저우 생산 법인 지분 100%를 중국 현지 업체 TCL CSOT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 건에는 본사가 보유한 중국 법인 51%, 광저우 법인이 보유한 중국 법인 8.5%까지 포함된 것이고, 총 매각 대금은 2조256억4800만원이다. 처분 예정 일자는 내년 3월 31일이다. 지금까지 LG디스플레이는 광저우 공장에서 대형 액정 표시 장치(LCD)를 생산해왔다. 그러나 TV용 등 성숙 단계에 진입한 LCD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은 저가 공세를 이어와 국내 기업들은 맥을 추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앞서 2020년 삼성디스플레이도 쑤저우 공장을 TCL CSOT에 매각한 바 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최근 수년간 차별화 여지가 크지 않고 시황에 따른 변동성이 커 경쟁력이 약화된 대형 LCD 사업 비중을 축소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이번 매각을 통해 OLED 중심의 사업 구조 재편의 박차를 가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대형 부문에서는 고화질·고휘도 구현이 가능한 메타 테크놀로지 등 차별화 기술과 제품을 통해 OLED 시장 확대에 집중하고 있고, 투명·게이밍 등 새로운 제품 영역으로의 확장을 해나가 차별화·하이엔드 제품 라인업 확대·제품 경쟁력·원가 혁신을 통해 수익성을 확보하고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한다는 방침이다. 중소형 OLED 사업 부문에서 모바일용 OLED는 강화된 생산 역량을 기반으로 하이엔드 시장 내 점유율을 제고하고, IT용 OLED는 기술 리더십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양산과 출하를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특히 LG디스플레이는 현재 애플을 장기 고객사로 두고 있어 적자 폭은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영업손실은 2조5102억원, 올해는 149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게 시장 컨센서스다. 금융 정보 업체 에프엔 가이드는 내년에서야 LG디스플레이가 적자 탈출에 성공해 영업이익 6093억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LG전자에 대한 매출 의존도는 상당히 줄었지만 작년 상반기 기준으로도 여전히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각에서는 매출 다변화가 필요한 가운데 LG디스플레이가 LCD에서 OLED로의 과감한 전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아니냐는 평가를 내놓기도 한다. 글로벌 매크로 환경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탓에 현재 디스플레이 관련 소비(B2C)와 기업들의 투자 심리(B2B)는 위축 국면에 있다. 그럼에도 동종 업계 주요 경쟁 상대인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2분기 영업이익 1조100억원을 거뒀다. 이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선택과 집중' 전략을 구사해 중소형 OLED 패널 시장에서 강세를 보인 덕이라는 분석이다. 디스플레이 업계 내 경쟁의 핵심은 △기술 선도력을 통한 프리미엄 제품·신제품 개발△수익성 확보가 전제된 시의 적절한 투자 △시장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제품군 구성 △공장 운영 △제품 가격 △원가 경쟁력 △생산성 혁신 △고객과의 관계 △독자 브랜드 보유 고객에 대한 제품 마케팅의 성공 여부 △산업 내 경쟁 환경·경제 상황 △환율 변동 등 내·외적인 요소에 의해 결정된다는 게 중론이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당사는 WOLED·POLED·IPS·옥사이드·인 터치 등 다양한 기술·제품으로 디스플레이 업계 선도 기업으로서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며 “영업 측면에서도 고객 확보와 기술 개발을 위해 글로벌 기업들과 장기적인 관점에서 긴밀한 파트너십을 유지·강화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먹통방지 미흡”…과기부, 카카오 이어 네이버도 첫 시정명령

카카오에 이어 네이버도 최근 정부로부터 '먹통' 방지 대책 미흡으로 시정명령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29일 국민의힘 김장겸 의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지난달 19일 네이버에 통신재난관리 계획 이행 미흡 사항에 대한 시정명령을 통지했다. 과기정통부는 통지서에서 지난 6월 11일 네이버의 통신재난관리 계획 이행 여부를 점검한 결과, 네이버가 작업관리 중앙통제시스템(TTS)을 통해 작업계획서를 등록하고 승인체계를 갖추고 있지만 시스템적 통제 기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작업자 실수 및 작업관리 미흡으로 인한 장애를 최소화하기 위해 승인된 작업자, 작업범위, 작업시간 등에 만 허용되도록 자동화 작업관리 통제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며 구축 완료 후 보고할 것을 요구했다. 과기정통부가 통신재난관리계획 이행 점검을 하거나 시정명령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지난해 7월 시행된 '카카오톡 먹통 재발 방지법'에 따라 기간통신사업자에 한정됐던 정부의 디지털 재난 관리 대상이 네이버와 카카오 등 이용자 1000만명 이상의 플랫폼 사업자로 확대된 결과다. 네이버는 19일 과기정통부에 시정계획서를 제출하며 올해 4분기 내에 자동화된 작업관리 통제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과기정통부는 카카오가 5월 13일부터 21일 사이 3차례 서비스 장애를 겪자 현장 점검을 실시하고, 사전테스트 미실시, 작업관리 통제 미흡, 비상조치 계획 부재 등을 지적하며 시정조치를 요구했다. 카카오는 이달 13일 사전테스트 내부 지침 마련과 위기 대응 매뉴얼 보완, 통합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등을 완료했다고 발표했지만 이후 모바일·PC 버전 카카오톡의 전송 지연 문제가 발생해 다시 현장 점검을 받았다. 네이버도 시정계획서 제출 5일 후인 24일 오후 카페 서비스에서 오류가 발생해, 플랫폼 사업자들이 '먹통' 방지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장겸 의원은 “네이버와 카카오는 연이어 서비스 장애를 겪고 시정명령을 받았다"며 “이들 기업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SK ‘12단 HBM3E’로 다시 혁신 주도…뜨거운 AI ‘칩워’

SK하이닉스가 12단 HBM3E(High Bandwidth Memory 3E)의 양산을 발표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HBM 기술의 또 다른 중요한 이정표로, 한국 기업들이 주도해 온 HBM 기술 혁신의 새로운 장을 열 전망이다. 29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HBM 중 최대 용량인 36GB를 구현한 HBM3E 12단 신제품을 세계 최초로 양산하기 시작했다. HBM은 2013년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혁신적인 메모리 기술이다. 기존 GDDR 메모리에 비해 월등히 높은 대역폭과 에너지 효율성을 제공하는 HBM은 고성능 그래픽 처리와 데이터 집약적 작업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당시 SK하이닉스의 첫 HBM 제품은 1Gbps의 데이터 전송 속도와 최대 128GB/s의 대역폭을 자랑했다. 2015년 AMD의 Radeon R9 Fury X GPU에 첫 탑재돼 상용화된 HBM은 이후 빠른 속도로 발전했다. 2016년 1월 삼성전자가 HBM2의 대량 생산을 시작하며 시장에 가세했고, 같은 해 8월 SK하이닉스도 4GB 스택의 HBM2 제품을 출시하며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됐다. HBM2는 2Gbps의 데이터 전송 속도와 256GB/s의 대역폭을 제공하며 고성능 컴퓨팅과 AI 분야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2019년, 양사는 더욱 발전된 HBM2E를 선보이며 기술 경쟁을 가속화했다. 삼성전자의 'Flashbolt'와 SK하이닉스의 HBM2E 제품은 각각 16GB의 용량과 410GB/s, 460GB/s의 대역폭을 제공하며 시장을 주도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2020년 7월 HBM2E의 데이터 전송 속도를 3.6Gbps까지 끌어올리며 기술력을 과시했다. 2022년 HBM3 표준이 제정되면서 기술은 한 단계 더 도약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NVIDIA)의 A100 및 H100 GPU용 HBM3 칩을 공급하며 시장 지배력을 한층 강화했다. 이는 SK하이닉스가 AI 가속기 시장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2023년 들어 경쟁 구도에 새로운 변화가 생겼다. SK하이닉스가 5월 HBM3E 개발을 발표한 데 이어, 7월 미국의 마이크론이 자사의 HBM3E를 공개하며 시장에 가세한 것이다. 마이크론의 HBM3E는 핀당 9.6Gbps의 데이터 전송 속도로 당시 업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보여주며 한국 기업들을 긴장시켰다. 이러한 경쟁 속에서 SK하이닉스가 발표한 12단 HBM3E 양산 계획은 시장의 판도를 다시 한 번 바꿀 것으로 보인다. 12단 적층 기술을 통해 단일 HBM 패키지에서 36GB의 대용량을 구현할 수 있게 됐다. 이는 더욱 복잡하고 규모가 큰 AI 모델 처리를 가능케 해 고성능 컴퓨팅 분야에 새 지평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삼성전자도 12단 HBM3E (36GB, 1.28TB/s) 개발은 완료한 것으로 알려지며, SK하이닉스를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양사의 치열한 경쟁은 HBM 기술 발전을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업계는 2026년경 HBM4 대량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HBM4에서 16단 48GB 용량을 구현하고, 대역폭을 40% 향상시키며, 전력 소비를 70% 감소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TB/s의 대역폭을 목표로 하고 있어, HBM3E 대비 66% 증가한 수치다. 양사 모두 더 높은 성능과 효율성을 갖춘 HBM4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향후 AI와 고성능 컴퓨팅 시장에서의 주도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한국 기업들이 주도해 온 HBM 기술은 AI와 빅데이터 시대의 핵심 기술"이라며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경쟁, 그리고 마이크론의 가세로 인해 기술 혁신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크래프톤, 3분기도 실적 ‘고공행진’…‘넥스트 배그’ 찾기는 숙제

크래프톤의 실적 성장세가 매섭다. 올 상반기 반기 기준 역대 최대 성적표를 받아든 가운데 3분기도 안정적인 실적 흐름을 이어갈 거란 전망이 나온다. 'PUBG: 배틀그라운드(이하 배그)' 의 흥행에 힘입은 결과란 관측이다. 다만 일각에선 회사에 돈을 벌어다 주는 게임이 사실상 배그 하나밖에 없다는 점에서 '넥스트 배그' 찾기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올 3분기 매출 6420억원, 영업이익 2480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3%, 영업이익은 31% 증가할 전망이다. 앞서 크래프톤은 올 상반기에도 호실적을 거뒀다. 상반기 누적 매출은 1조3729억원, 영업이익은 6426억원을 달성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8.3%, 55.0% 늘었다. 이러한 크래프톤 실적을 견인하고 있는 건 배그 지식재산권(IP)이다. 출시 7년이 지났지만 다양한 서비스와 상품을 통해 이용자 관심을 끌어 모으며 시장의 배그 IP 노후화 우려를 불식시켰다. 여기에 이색 컬래버레이션 등이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거란 평가다. 크래프톤은 지난 7월 말 이탈리아 스포츠카 제조업체 오토모빌리 람보르기니와 협업한 아이템을 선보인 바 있다. 이창영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PC 배그에서 진행된 람보르기니 컬래버가 전 세계 사용자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며 “이에 힘입어 크래프톤의 3분기 실적이 성장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배그 IP가 건재하지만 업계에선 배그 의존도 탈피를 크래프톤의 우선 과제로 꼽는다. '원게임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원게임 리스크란 회사 수익 비중이 특정 게임에 몰려 있는 현상을 말한다. 현재 크래프톤 전체 매출 가운데 배그 비중은 90%가 넘는 걸로 추정된다. 빠르게 변하는 게임 시장의 흐름 속에서 흥행 게임의 매출도 언제든 고꾸라질 수 있는 만큼 안정적인 수익을 지속적으로 내기 위해선 제 2의 배그 찾기가 절실한 상황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배그 IP가 견조한 건 맞지만 트렌드가 빠르게 바뀌는 시장 특성상 당장 내년에라도 매출적인 측면이 어떻게 달라질지 알 수 없다"며 “배그의 뒤를 이을 신규 IP 발굴에 힘 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크래프톤이 제 2의 배그로 꺼내든 카드는 '다크앤다커 모바일'과 '인조이' 등이다. 연내 서비스 시작을 목표로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크앤다커 모바일은 '던전'이라 불리는 지역을 탐험하는 게임이다. 인조이는 유저들이 캐릭터를 맞춤화하고 가치관 등 성향을 설정하는 게임으로 과거 선풍적인 인기를 끈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 '심즈'와 유사한 장르다. 크래프톤은 정식 출시 전부터 이용자들에게 두 게임을 알리기 위해 분주하다. 29일까지 열리는 '도쿄게임쇼 2024'에서 구글플레이 등 협업 파트너 부스를 통해 다크앤다커 모바일 게임 시연을 진행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를 통해 일본 이용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겠다는 의지다. 아울러 크래프톤은 오는 11월 열리는 국내 최대 게임쇼 '지스타 2024'에서 인조이를 선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지난 8월 말 독일에서 열린 게임쇼 '게임스컴'에서 공개한 이후 두 번째다.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는 게임스컴 2024에서 “배틀그라운드가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는 것처럼 다크앤다커 모바일과 인조이도 이용자들에게 즐거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마지막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며 “크래프톤은 앞으로도 끊임없이 새로운 크리에이티브를 찾기 위한 노력을 더욱 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통신비 인하 국감 화두로…“부담 낮추려면 단말 판매 채널 다변화해야”

가계통신비 인하가 올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위원회 국정감사 핵심 현안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측된다. 요금 부담 요인을 둘러싼 통신사와 제조사 간 신경전이 치열한 가운데 단말 시장 경쟁 활성화를 위한 유통구조 개선 필요성에 공감대가 모이고 있다. 29일 통신업계와 정계에 따르면 과방위 국감은 다음달 7일부터 25일까지 총 19일 동안 진행된다. 7일 방송통신위원회를 시작으로 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4~25일 종합감사까지 이어진다. 과방위는 이번 국감에서 가계통신비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룰 전망이다. 소비자들의 비용 부담은 여전히 높지만, 품질 만족도는 낮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자원은 올해 통신 3사 기준 1인당 통신비는 월평균 6만5027원, 서비스 만족도는 3.47점으로 집계됐다. 알뜰폰(2만252원)의 3배에 육박하는 수준임에도 만족 지수가 전년(3.42점)보다 소폭 상승했음을 고려하면 가격 대비 체감 만족도는 전반적으로 높지 않다는 평가다. 이와 관련해 과방위는 김영섭 KT 대표·임봉호 SK텔레콤 커스터머사업부장·정수헌 LG유플러스 컨슈머부문장 등 통신 3사 임원들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중저가 단말과 관련해선 정호진 삼성전자 한국총괄 부사장이 증인으로, 노태문 MX사업부장이 참고인으로 증언대에 설 전망이다. 통신사는 단말가가 치솟으면서 가계통신비 부담을 높이고 있다고 지적한다. 플래그십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평균가가 치솟고 있기 때문.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의 '이동통신 산업·서비스 가이드북 2024'에 따르면 2022~2023년 국내에서 판매된 5세대 이동통신(5G) 단말 평균가는 140만원을 넘어섰다. 특히 고가 단말 비중이 늘며 지난해 평균가는 전년 대비 약 24만원 올랐다. 반면 제조사는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등이 오르는 상황 속에 연구개발(R&D) 투자를 지속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단말가가 비싸다고 보기 어렵단 입장이다. 윤남호 삼성전자 MX마케팅그룹장(상무)은 지난달 '단통법 폐지 및 바람직한 가계통신비 저감 정책 마련' 토론회에서 “미국·중국 등 글로벌 업체들과 경쟁을 펼치며 R&D 투자가 늘었고, 소비자 선택권을 넓히기 위해 중저가 제품을 틈틈이 공급하고 있다"며 “통신사는 서비스 매출을 매달 올리는 구조인 반면 제조사는 제품을 판매해 이익으로 남기는 구조다 보니 장려금으로 쓸 수 있는 재원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가계통신비 증가 요인으로 불투명한 단말기 유통구조를 꼽는다. 통신사의 판매장려금 차등 지급이 유통 채널 간 차별을 심화시키면서 통신비 인상 및 이용자 차별로 이어진다는 것. 이와 관련 이용자의 단말 구매 경로를 다변화해 시장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용재 한국외대 교수가 쿠팡·아마존 등 오픈마켓에서 판매하는 자급제 단말과 통신사 판매 단말을 비교분석한 결과 자급제가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채널 간 가격 차이는 해외 17~34%, 우리나라는 6~15%로 해외 자급제가 2배가량 저렴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외의 자급제 경쟁이 우리나라보다 더 치열해 통신비 절감 효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우리나라 통신 요금은 시장 환율·임금 대비 통신비 비중 등 모든 비교 구간에서 해외보다 저렴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통신 회선과 초고속 인터넷을 결합할 경우 해외 주요국의 평균 이하로 요금이 낮아졌다. 결합상품 요금(통신 3회선+초고속인터넷)은 시장 환율 기준 46~47%, 국가별 임금 기준 31~33% 가량 저렴했다. 그러나 단말 구입비까지 포함할 경우 통신비 부담 수준이 가중됐다. 특히 중저가 단말을 구매할 경우 총 가계통신비는 오히려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통신사 유통망 △오픈마켓 △제조사 자사 유통망 등 판매 채널 간 경쟁을 촉진시키는 한편 각 채널의 내부 경쟁도 온·오프라인으로 병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국내 통신 환경과 이용자 사용 패턴이 반영된 합리적 비즈니스 모델 설계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 교수는 "완전자급제나 전환지원금 확대 등 인위적 제도 수립은 오히려 시장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며 "단통법 폐지 자체가 목적이 돼선 안 되고, 실질적인 유통구조 선진화와 서비스·단말시장 경쟁 촉진이 가능한 합리적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한화엔진·HD현대마린엔진, 中 컨선 수주 호황 수혜

중국 조선소들이 7000TEU 이상급 컨테이너선 시장에서 올해 발주 물량의 90% 이상을 수주하는 등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향후에도 이같은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 엔진 업체들도 중국향 판매 등에 힘입어 실적을 끌어올리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조선소들이 수주한 컨선 물량 중 대부분은 액화천연가스(LNG)와 메탄올 이중연료(D/F) 엔진이 적용될 예정이다. 환경규제 및 선사들의 ESG 역량 확대 니즈가 반영된 셈이다. 특히 MSC·머스크·CMA-CGM을 비롯한 메이저 기업들이 중국 발주 비중을 끌어올리는 중으로, 향후에는 탑10 아래에 있는 선사들도 동참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중연료 엔진은 2가지 연료를 사용할 수 있는 모델로, 가격과 마진이 기존 제품 보다 높다. 그러나 중국 현지의 친환경 엔진 생산력이 이를 따라잡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변용진 iM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중국의 LNG 이중연료 인도 실적은 11척이 최대치지만, 내년 이후 100척에 달하는 수주잔고가 잡혀있다고 분석했다. 메탄올 이중연료는 실적이 없음에도 50척에 달하는 선박을 인도해야 한다. 국내 업체들에게 시선이 쏠리는 까닭이다. 실제로 HD현대마린엔진은 중국 조선소들과 올 상반기 총 700억원 이상의 선박엔진 공급계약을 맺었고, 중국향 매출 비중이 35%에 육박했다. 수출 비중은 49.2%로 지난해(61.8%) 보다 낮아졌으나, 2022년(17.6%)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높아졌다. 또한 현지 주요 고객에 선제적·집중적으로 대응하는 등 물량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전 우호 조선소를 재확보하고, 새로운 고객을 창출한다는 목표도 갖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HD현대마린엔진 매출과 영업이익을 각각 3216억원·348억원으로 보고 있다. 이는 전년 대비 31.2%, 94.4% 높은 수치다. 특히 이번달에만 중국 조선소들과 총 1300억원 이상의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의 절반이 넘는다. 한화엔진은 세계 최초로 선박용 이중연료 저속엔진을 상용화했고, 친환경 엔진 생산 확대 및 신규모델 엔진의 선 제작 경험 확보로 시장 수요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중국시장에서도 입지 강화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매출의 21% 이상이 중국에서 발생했고, 올 상반기에는 뉴타임즈쉽빌딩을 비롯한 중국 조선소와 700억원 가량의 선박엔진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하반기 들어서도 3000억원이 넘는 계약을 맺었다. 이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의 30%를 웃도는 수준이다. 신증설·개보수·신제품 개발·IT시스템 구축 등을 위한 투자도 이어가고 있다. 2022년과 지난해 400억원 이상의 자금이 집행됐고, 올 상반기에는 189억원이 투입됐다. 올 하반기부터 2026년까지 1300억원 상당의 투자도 계획하고 있다. 한화엔진의 올해 예상 매출은 1조1473억원이다. 이는 전년 대비 34.3%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87억원으로 흑자전환한 데 이어 올해는 722억원을 달성할 전망이다. 한화엔진은 최근 미국 휴스턴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스 전시회 '가스텍 2024'에서 한화오션 등 한화그룹 계열사들과 참가해 친환경 이중연료 엔진 라인업 등도 소개했다. 변 애널리스트는 단기간에 급증하는 중국의 이중연료 컨선 인도 스케쥴을 고려하면 엔진업체가 향후 판가 협상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그룹과 HD현대그룹이 각각 HSD엔진·STX중공업을 인수한 것은 2030년 15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보이는 글로벌 선박엔진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선박 납기의 키포인트로 불리는 엔진 수급 안정성을 높이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이제부터 최윤범 회장의 시간···상대방 공세 확인 마치고 반격 나설 듯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돌입한 MBK·영풍 측이 최근 주식 공개매수 가격까지 상향 조정하면서 쓸 수 있는 수단을 모두 활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상대측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에게 공이 넘어갔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추석 연휴부터 우군 확보에 총력을 다한 최 회장이 이제부터 본격적인 반격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최근 여론전도 최 회장 측에 웃어주는 모습이라 분쟁이 오래 지연될수록 최 회장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29일 산업권과 IB(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최근 MBK·영풍 측이 광폭 행보를 보였다. 지난 27일 영풍이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고 경영권 분쟁의 원인은 고려아연 측에 있다며 생존을 위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손잡았다고 주장했다. 영풍이 이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6일 공개매수 가격을 상향 조정한 직후 기자간담회까지 일사천리로 추진한 것이다. MBK·영풍 측은 고려아연 공개매수 가격을 기존 66만원에서 75만원으로, 주요 관계사인 영풍정밀에 대한 공개 매수가도 기존 2만원에서 2만50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시장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MBK·영풍이 가격 조정과 기자간담회를 통해 각각 공개매수와 여론전에서 승리하기 위한 공세를 단행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이제는 MBK·영풍 측의 공세가 한계에 도달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공개매수 가격 상향 조정으로 MBK·영풍 측이 고려아연·영풍정밀 주식 공개매수에 투입할 자금은 기존 2조1332억원에서 2조4397억원으로 3000억원 이상 치솟게 됐다. 국내 공개매수 역사상 유례가 없는 규모다. 아울러 지난 26일은 MBK·영풍 측이 공개매수 기간의 종료 시점(10월 4일)을 연장하지 않고 공개매수 가격을 인상할 수 있는 마지막 일자였다. 공개매수가 종료 시점 직전에 거래가 집중적으로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MBK·영풍 측이 종료 시점을 뒤로 늦추면서 더욱 가격을 상향 조정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론전을 주도하기 위한 기자간담회도 MBK와 영풍이 이달 각각 한 차례씩 진행했기 때문에 추가로 진행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결국 MBK·영풍 측은 종료 시점까지 큰 움직임을 자제하고 공개매수의 성패를 지켜볼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최 회장은 분쟁 상대방의 패를 모두 확인했으니 이제부터 본격적인 반격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최 회장이 상당한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우군을 확보한 이후 MBK·영풍 측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대항 공개매수를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최 회장은 우군 확보를 위해 국내외를 누비고 있다. 최근 최 회장은 LG, 한화, 한국투자증권, 한국앤컴퍼니 및 일본의 대형 종합상사 스미토모와 소프트뱅크 등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져 이들이 우군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재계에서는 최 회장이 직접 우군 후보들을 방문해서 논의를 나눈 만큼 이들 중 상당수가 최 회장을 지원하기 위해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다만 MBK·영풍의 공개매수 종료 시점이 단 3영업일 밖에 남지 않았기에 빠르게 우군을 결집시켜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최 회장 측이 여론전에서 MBK·영풍 측을 압도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우선 향토기업인 고려아연을 지키려는 울산 시민들의 '고려아연 1인 1주 갖기 운동'이 지속되고 있는 점이 고무적이다. 김두겸 울산시장이 지난 18일 고려아연 울산 시민 주식 갖기를 호소한 후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상공계, 체육, 문화·예술, 복지 등 전 지역사회가 동참 의사를 밝혔다. 지난 20일 '울산사회단체연합' 6개 단체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44개 단체 501명이 각각 고려아연 주식 갖기를 독려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한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고려아연이 전구체 가공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선정해달라고 정부에 신청한 것도 여론전을 유리하게 이끌어가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해 김병주 MBK 회장과 장형진 영풍 고문, 최 회장의 국회 국정감사 출석이 이뤄질지도 주목된다. 현재 이들의 출석일은 공개매수 종료 시점 이후인 다음달 7일이다. 이 같이 여론이 불리하게 돌아간다면 MBK·영풍 측의 움직임이 소극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 IB업계 관계자는 “26일까지가 MBK·영풍의 시간이었다면 27일부터는 최윤범 회장의 시간"이라며 “상대의 패를 모두 확인한 최 회장인 최선의 반격 방안을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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