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토

이태민

etm@ekn.kr

이태민기자 기사모음




‘직장내 괴롭힘 연루’ 네이버 최인혁 4년 만에 복귀…노사갈등 조짐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5.19 15:26

노조 “재발방지 약속 어겨…모든 조치 취해 복귀 저지”
이번주 내내 피케팅 진행…복귀 찬반 조합원 총투표도
일각서 ‘회전문 인사’ 지적도…조직문화 회귀 우려↑
의견 수렴 없을 시 27일 집회…2022년 이후 3년만

ㄹㄹ

▲네이버 노동조합 '공동성명' 소속 조합원들이 19일 오전 경기 성남시 1784 사옥에서 최인혁 전 COO 복귀 반대 피케팅 시위를 열고 있다. 사진=이태민 기자

네이버가 과거 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최인혁 전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최고경영자(CEO) 직속 조직 '테크비즈니스부문' 초대 대표로 내정하면서 노사갈등이 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네이버 노동조합인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노조 네이버지회(공동성명)는 19일 오전 경기 성남시 1784 사옥에서 최 대표 복귀 반대 피케팅 시위를 열었다. 이날 현장에는 조합원 약 60여명이 참가했다.


앞서 네이버는 지난 15일 인도·스페인 등 신시장 개척과 헬스케어 사업 강화를 위해 테크비즈니스부문을 신설, 최 전 COO를 신임 대표로 내정했다. 그는 이해진 창업자와 삼성SDS 재직 시절부터 호흡을 맞춰온 '복심'으로 꼽힌다.


업계 일각에선 사실상 이 창업자 체제를 굳히기 위한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특히 최 대표가 이 창업자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물이란 점에서 '회전문 인사'라는 지적도 적잖다.


노조는 이를 두고 최수연 대표가 공언한 '조직문화 개선' 약속과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지난 2021년 발생했던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인물이 복귀하는 것은 재발방지 약속을 어기는 것이란 주장이다.




당시 극단적 선택을 한 직원을 직접적으로 괴롭히는 데 가담했단 의혹을 받는 직원 A씨 채용 과정과 연관된 인물이 최 대표라는 게 노조 측 설명이다. A씨는 이전 직장에서도 괴롭힘으로 악명높은 인물이었는데, 최 대표가 “책임지겠다"며 영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네이버의 조직문화는 2021년까지만 해도 상당히 수직적이었고, 책임자들이 인사권을 비롯한 권한을 갖고 있어 부당한 일이 발생해도 제대로 대응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이같은 조직문화 속에서 곪아 있던 문제가 해당 사건으로 공론화돼 최 대표가 책임지고 물러난 상황인데, 가벼운 처분만을 받은 채 복귀하는 현상이 반복되면서 조직문화가 과거로 회귀할 수 있단 내부 우려가 높다.


ㄹㄹ

▲19일 오전 경기 성남시 1784 사옥 인근에 최인혁 전 COO 복귀 반대 문구가 담긴 현수막이 부착돼 있다. 사진=이태민 기자

실제 최 대표 내정 사실을 알리는 사내 공지엔 1000명에 가까운 구성원이 6시간 만에 반대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임직원 수가 지난해 12월 기준 4535명임을 고려하면 약 4분의 1에 달하는 규모다.


오세윤 지회장은 “사건 이후 사내문화를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 노사가 함께 노력해 왔는데, 이를 외면하고 4년 전으로 돌아가겠다는 결정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이에 대한 책임을 제대로 지지 않았는데 아무렇지도 않은 듯 복귀하는 건 구성원 수천 명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며, 재발방지에 나서겠다던 약속을 어기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창업자 복귀 당시 여러 의문이 있었지만, 이를 반드시 막아야겠다고 느낀 구성원은 많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런데 그 뒤에 이어지는 결정이 최 전 COO 복귀란 게 너무 실망스럽다"고 했다. 또 “'어제의 성공방정식에 얽매지 않는다'는 말을 본인들도 지키지 않으면서 어떻게 네이버다운 것을 하겠단 건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이날부터 오는 26일까지 6일 동안 최 대표 복귀 찬반 여부에 대한 조합원 총투표를 실시한다. 임금및단체교섭(임단협) 외 안건으로 조합원 총투표를 진행하는 건 노조 설립 이후 처음이다.


이후 노조의 의견이 수렴되지 않을 경우, 오는 27일부터 대규모 집회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노조가 집회를 여는 건 지난 2022년 계열사 엔테크서비스(NTS) 임단협 교섭 체결 촉구 집회 이후 약 3년 만이다.


한편, 사측은 이같은 내부 반발 여론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