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닛산 로고.
세계를 호령하던 자동차 기업 닛산의 몰락이 가속화되고 있다. 거듭된 경영실패로 18년 만에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서고 세계 공장 7곳을 줄이는 작업에 착수했다.
닛산의 실패는 최근 전성기를 구가하는 현대차그룹에 많은 시사점을 남긴다. 아직까지는 선제적 대응으로 탄탄대로를 걷고 있지만 잠재적 리스크를 관리하지 않는다면 닛산의 길을 따라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닛산, 시장변화 대응·내부 혁신 실패로 '몰락'
19일 업계에 따르면 닛산자동차는 지난 18일 판매 부진과 경영난을 이유로 2만명 감원과 2007년 이후 18년 만의 일본 내 조기 퇴직자 모집을 공식화했다.
2024년에만 6700억엔(약 6조4500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한 닛산은 세계 공장 17곳 중 7곳 폐쇄 등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닛산의 위기는 단순한 경기 침체나 일시적 실적 부진 때문만은 아니다. 닛산은 2010년 세계 최초의 양산형 전기차 '리프(Leaf)'로 EV 시장을 선도했지만 이후 신흥 기업들에 밀려 자리를 잃었다.
더불어 신차 개발 지연과 투자 위축이 이어졌고, 지난해에는 1533억엔 규모의 배터리 공장 건설 계획마저 실적 부진을 이유로 4개월 만에 철회하는 등 시장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혁신의 선두에서 한순간에 후발주자로 밀려난 셈이다.
경영진의 불안정과 전략 일관성 상실도 치명적이었다. 2018년 카를로스 곤 전 회장 체포 이후 6년 사이 CEO만 3번 교체되는 등, 이사회와 경영진 사이의 혼선이 이어졌다. 최근엔 혼다와의 합병 논의조차 내부 혼선 속에 무산됐고 구조조정만 반복했다.
매출도 악화됐다. 닛산의 글로벌 판매는 2017년 577만대에서 2024년 330만대로 급감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닛산은 지난해 4분기 141억엔 순손실, 연간 6700억엔 이상 적자, 영업이익 88% 감소에 신용등급까지 '정크'로 강등됐다.
현대차, 선제적 전동화·현지화 전략 수립…리스크는 존재
반면, 현대차그룹은 닛산 사태 이전부터 미래차 전환과 유연한 혁신, 리더십 강화를 선제적으로 추진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20년대 초부터 '현대 모터 웨이' 등 중장기 전동화 전략 수립해 2030년 전기차 200만대 판매 목표, 10년간 100조원 이상 투자 계획 발표했다.
또 하이브리드·전기차·수소 등 친환경차 라인업 확대,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자율주행, 로보틱스, AAM 등 미래 신사업 선제적 추진하고 있다.
더불어 글로벌 생산거점 다변화, 미국·인도·동남아·남아공 등 현지화 전략, 공급망·탈탄소 등 글로벌 규제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정의선 회장 체제 이후 전략기술본부·기획조정실 중심 미래차 대응 조직 강화, 글로벌 M&A 및 핵심 기술 내재화, 실력 중심 인재 등용, 거버넌스 혁신 등 체질개선 지속 중이다.
다만, 현대차 역시 닛산과 유사한 리스크를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다. 순환출자 등 지배구조 취약성, 오너 중심 체제의 투명성 이슈가 잠재적 리스크로 지적되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공급망 불안(반도체·배터리), 미중 갈등 등 지정학적 리스크, 미국·유럽의 통상 규제, 중국 부품 의존도, 노동조합과의 갈등 등도 구조적 위험요인으로 꼽힌다.
정의선 회장 역시 매년 혁신을 강조했다. 정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혁신을 향한 굳은 의지는 조직 내부를 넘어 외부로 힘차게 뻗어 나가야 한다"며 “산업 패러다임 변화와 기술 발전을 선도하고 핵심 분야에 과감히 투자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경쟁자와도 전략적으로 협력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