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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트랙 타는 SK하이닉스, ‘eSSD’ 독자 생태계 확장

SK하이닉스가 AI 반도체 시장에서 HBM과 eSSD라는 두 개의 성장 엔진을 가동하고 있다. HBM은 엔비디아-TSMC와의 협력을 통해, eSSD는 독자 생태계 구축을 통해 각각 다른 성장 경로를 만들어가고 있다. 특히 eSSD 사업은 최근 테슬라와의 대규모 계약을 계기로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4년 전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 이후 eSSD 시장에 빠르게 안착 중이다. 28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테슬라와 약 1조원(7억2500만달러) 규모의 eSSD 공급 계약을 협상 중이다. 테슬라는 AI 슈퍼컴퓨터 '도조' 구축을 위해 SK하이닉스의 대용량 eSSD를 선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계약은 SK하이닉스가 4년 전 인텔의 낸드사업부를 인수한 이후 거둔 가장 큰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인수를 결정할 당시만 해도 AI 시장의 폭발적 성장을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려웠다. 일각에서는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도 했다. 하지만 AI 시대가 됐다. 테슬라는 자율주행과 로봇택시,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을 위한 AI 학습에 매년 10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eSSD(Enterprise Solid State Drive)는 반도체 메모리를 사용해 데이터를 저장하는 SSD 중에서도 특히 데이터센터와 서버용으로 특화된 제품을 말한다. AI 모델 학습과 추론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규모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고 저장할 수 있어, AI 시대의 필수 부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SK하이닉스의 eSSD 사업 성장은 2020년 90억달러 규모의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에서 시작됐다. 인수는 두 단계로 진행됐다. 1단계로 2021년 12월 인텔의 SSD 사업부와 중국 다롄 낸드 공장을 70억 달러에 인수했고, 자회사 솔리다임을 설립했다. 오는 2025년 3월에는 2단계로 낸드 웨이퍼 제조 및 설계 관련 IP와 R&D 인력을 20억 달러에 추가 인수할 예정이다. 올해 3분기 SK하이닉스의 eSSD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30%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HBM 매출 성장률 330%를 웃도는 수준이다. 전체 낸드플래시 매출에서 eSSD가 차지하는 비중도 60%를 넘어섰다. 글로벌 eSSD 시장에서 SK하이닉스와 솔리다임을 합친 점유율은 31.8%로, 삼성전자(43.2%)에 이어 2위다. AI 모델 학습과 추론에 필요한 대용량 데이터 처리를 위해 고성능 eSSD의 수요가 급증한 덕분이다. 현재 SK하이닉스는 AI 메모리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낸드플래시 분야에서는 멀티 플러그(Multi-Plug) 기술과 올(All) PUC(Peri. Under Cell) 기술을 업계 최초로 확보한 덕분에 제품 크기를 줄여 생산성을 높일 수 있게 됐다. 특히 QLC(Quadruple Level Cell) 기술을 통해 AI 서버용 eSSD의 경쟁력을 한층 강화했다. QLC 기술은 고용량 특화와 함께 읽기/쓰기 속도를 개선했으며, TCO(총소유비용) 절감이라는 장점까지 갖추고 있다.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SK하이닉스는 업계 최초로 60TB 대용량 eSSD 공급 능력을 확보했으며, 2024년 상반기에는 122TB eSSD 고객 테스트를 앞두고 있다. 최근 SK하이닉스는 세계 최초로 10나노급 6세대 1c 미세공정을 적용한 DDR5 D램을 통해 생산성을 30% 이상 향상시키고 9% 이상 개선했다. 이 기술들을 적용할 경우 데이터센터의 전력 비용을 최대 30%까지 절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AI 시대에 데이터센터용 대용량 스토리지 수요가 급증하면서 eSSD 시장은 2027년까지 2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이러한 시장 확대에 대응해 QLC 낸드플래시 기반의 차세대 eSSD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의 eSSD 사업이 AI 시대의 핵심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HBM은 엔비디아와의 협력을 통해 안정적인 수요처를 확보했고, eSSD는 다양한 고객사 확보로 리스크를 분산시켰다"며 “특히 eSSD 사업은 독자 생태계 구축을 통해 수익성과 안정성을 모두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고려아연 자사주 9.85% 매수···백기사 베인캐피털도 1.41% 확보

고려아연은 지난 23일까지 진행한 공개매수를 통해 자사주 9.85%를 확보했다고 28일 공시했다.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의 '백기사' 역할로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참여한 사모펀드 베인캐피털은 지분 1.41%를 확보했다. 고려아연은 지난 23일까지 주당 89만원에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를 진행했다. 최대 20%를 목표로, 베인캐피털 측과 안분비례하면 자사주 최대 17.5%, 베인 측 우호지분 2.5%가 최대였다. 이날 고려아연 공시에 따르면, 지난 23일까지 주식 233만1302주가 응모했고 고려아연은 이를 모두 매수했다. MBK·영풍 대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의 지분 경쟁도 팽팽하게 이어질 전망이다. MBK측은 기존 지분 약 33%에 공개매수 지분 5.34%를 더해 38%대 수준의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 측은 우호 지분을 합한 기존 지분이 약 34%였고, 공개매수를 한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기 때문에 베인캐피탈 몫 공개매수 지분 약 1.41%가 더해지면 최대 36% 수준으로 추산된다. 고려아연이 사들인 자사주 소각이 이뤄지면 전체 주식수량이 줄어 MBK·영풍 측과 최 회장 측 지분이 각각 약 40% 이상으로 높아지는 효과가 나타나지만, 양측 모두 과반 지분 확보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향후 장내 매수 및 우호 지분을 통한 지분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포토뉴스] ‘화끈한 드리프트’ 선보이는 아키오 회장

토요다 아키오 토요타 회장이 27일 용인 스피드웨이서 열린 '현대 N x 토요타 가주 레이싱 페스티벌'서 랠리카 퍼포먼스 주행을 선보이고 있다. 조수석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타고 있다. 토요다 아키오 회장은 '모리조(MORIZO)'라는 이름의 마스터 드라이버로 활동하며 다수 레이싱 대회에 참여하고 있다. 아키오 회장은 “지원해주신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한다"며 “토요타와 현대차가 함께 손잡고 더 나은 사회와 모빌리티의 미래를 만들어 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포토뉴스] “사랑해요” 현대차·토요타 행사 관객들에 인사하는 아키오 회장

토요다 아키오 토요타 회장이 27일 용인 스피드웨이서 열린 '현대 N x 토요타 가주 레이싱 페스티벌'서 관객들을 향해 “사랑해요"를 외치며 인사하고 있다. 아키오 회장은 “올해 초 정의선 회장과 일본에서 만나 이야기가 진행됐고, 10개월만에 이 이벤트를 실현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정의선 회장 “N브랜드 통해 모터스포츠 문화 선도하겠다”

“레이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대회를 마련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토요다 아키오 토요타 회장과 합작한 '현대 N x 토요타 가주 레이싱 페스티벌' 개최 소감을 밝혔다. 27일 현대차와 토요타는 용인 스피드웨이에서 '현대 N x 토요타 가주 레이싱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행사는 정의선, 아키오 회장의 랠리카 퍼포먼스 주행으로 시작됐다. 아키오 회장이 운전하고 정의선 회장은 동승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아키오 회장은 여느 프로레이서 못지않은 주행실력을 선보였다. 굉음을 내뿜으며 등장해 수십번의 드리프트를 구사하며 자신의 운전 실력을 가감 없이 공개했다. 퍼포먼스 주행 후 두 회장은 간단한 행사 참여 소감을 밝혔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올해 초 아키오 회장님을 만나서 레이싱을 사랑하는 두 사람이 무언가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토요타와 논의 후 이날 자리를 마련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아키오 회장은 업계에서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서 많이 배우려고 한다"며 “오늘 퍼포먼스 주행실력을 보니 더욱 신뢰가 간다. 이 자리에 함께 해 영광"이라고 덧붙였다. “사랑해요"라고 첫 인사를 나눈 아키오 회장은 “한국서 현대차와 이렇게 훌륭한 행사를 진행하게 될 줄 몰랐다"며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현대 N브랜드와 고성능차량에 대한 철학을 묻는 질문에 정의선 회장은 “N브랜드를 통해 자동차에 심장이 뛰는, 소울이 있는 분들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토요타와 함께 협력해 더 많은 사람들이 운전을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키오 회장과 주행하기 위해 드리프트 연습을 해봤지만 성공하지 못했다"며 “더욱 노력해 기회가 될 때 여러분 앞에서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아키오 회장은 “아키오 "토요타와 현대가 함께 손을 잡고 더 좋은 차, 모빌리티의 미래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모터스포츠서 만난 정의선·아키오, ‘미래 모빌리티’ 협력까지 확대하나

현대자동차와 토요타의 수장들이 '모터레이싱 페스티벌'서 마주했다. 경쟁은 잠시 뒤쳐두고 모터스포츠를 통해 협업을 넓혀 나간다는 목표다. 특히 두 기업의 회장이 이번 만남을 계기로 '미래 모빌리티' 협력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돼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대차는 27일 모터스포츠 문화 발전과 모터스포츠에 대한 고객들의 공감 확대를 위해 토요타와 함께 용인 스피드웨이서 '현대 N x 토요타 가주 레이싱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페스티벌은 월드 랠리 챔피언십(WRC)에 참여 중인 고성능 브랜드 현대 N과 토요타 가주 레이싱이 손잡고 고객들에게 모터스포츠의 매력을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이번 행사는 정의선 현대차 회장과 토요타 아키오 회장이 참석한다. 두 회장은 함께 퍼포먼스 주행을 선보이며 행사의 막을 올린다. 대회는 양사 회장의 '모터스포츠에 대한 열정'으로 기획됐다. 현장에 참석한 장지하 드라이빙익스피리언스&모터스포츠팀장은 “자동차 산업을 대표하는 회장 두 분이서 유럽 등 해외지역처럼 모터스포츠를 발전시키자는 순수한 의미에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아키오 회장의 모터스포츠 사랑은 유명하다. 그는 '모리조'라는 이름의 마스터 드라이버로 활동하며 다수 레이싱 대회에 참여하고 있다. 야리 마티 라트발라 토요타 가주 레이싱 월드랠리팀 대표는 “아키오 회장은 매년 드라이빙 실력이 향상하는 좋은 드라이버"라며 “모터스포츠에 대한 열정과 관심이 많은 선수"라고 평가했다. 행사는 30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쇼런, 트랙데이, 택시 드라이빙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고객들이 직접 느껴볼 수 있는 다양한 참여형 프로그램들도 마련됐다. 또 각 브랜드 전시 부스를 운영해 각 사의 차세대 친환경 고성능차, 고성능 라인업, 경주차 등을 선보인다. 대회 말미엔 행사에 참여한 수십대의 레이싱 차량들이 '퍼레이드 랩'을 선보인다. 특히 정의선 회장과 토요다 아키오 회장은 직접 선두에서 아이오닉 5 N 드리프트 스펙, GR 야리스 랠리 1 하이브리드 차량을 각각 운전하며 퍼레이드를 이끌 예정이다. 반면 업계 관계자들은 대회를 토대로 추후 양사의 협력이 강화되는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양사의 미래 모빌리티 협업이 기대되는 이유는 글로벌 시장서 두 기업만큼 미래차 시장에 열정적인 곳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두 회사는 '수소차' 개발에 가장 앞선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수소차는 기술력, 인프라 등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대부분의 기업들이 섣불리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양사의 협력 가능성은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선두의 두 기업이 힘을 합쳐 기술을 개발하고 모델을 출시한다면 비용을 절감하고 더 좋은 상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더욱 확고한 시장 선점읕 통해 중국 등 다른 경쟁국의 진입도 막을 수 있다. 이번 모터레이싱 현장에도 양사는 다양한 수소차 기술을 선보였다. 현대차는 배터리 모터와 수소연료전지를 결합한 수소 하이브리드 롤링랩 N Vision 74를, 토요타는 가주 레이싱 부스에는 액체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콘셉트카 ORC 루키, GR 코롤라 H2 콘셉트를 전시했다. 양사는 수소차 이전에 '로봇 분야'서 이미 협력을 시작했다. 현대차그룹 로봇 자회사인 보스턴다이내믹스와 토요타그룹서 연구개발을 맡는 토요타리서치연구소(TRI)는 인공지능(AI) 기반 범용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개발 협력을 맺었다. 이에 업계에선 이번 모터스포츠서의 만남을 계기로 수소차, 휴머노이드 로봇 등 다양한 분야의 협력에 대한 기대의 눈길이 쏟아지고 있다. 협력에 대한 현대차 관계자의 직접적 언급도 있었다. 장지하 팀장은 “양사 회장이 만나 모터스포츠 이외 분야의 협업에 대한 얘기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르포] “이야, 영점 맞추기 어렵네”…좌충우돌 이스타항공 FTD 체험기

“십자가를 조그만 사각형 안에 맞추세요. 어떻게? 이렇게 당기고, 왼쪽으로, 자, 십자가 쪽으로 가줘야죠? 너무 많이 당겼어요. 적당히 맞춰줘야 해요." 공건영 이스타항공 운항훈련팀 교관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양손에 쥔 조종간(요크)을 조금만 움직여도 화면 속 비행기가 크게 요동친다. 아무리 정중앙의 영점을 맞추려 애를 써도 좀처럼 쉽지 않다. 실제 상황이라고 상상하니 이미 병풍 뒤에서 향냄새를 맡고 있었을 것 같아 손바닥에 땀이 배어나왔다. 지난 11일 서울 강서구 발산동 소재 이스타항공 본사 운항 훈련 센터에 방문해 보잉 737-8 기종의 고정식 훈련 장치(FTD, Fixed Training Device)를 경험했다. 플라이트데크 솔루션이 제작한 이 FTD는 시뮬레이터 만큼은 아니지만 매우 높은 수준으로 실제 항공기와 흡사한 조종실(칵핏) 환경을 구현해 조종사들의 절차 훈련에 사용되는 고가의 장비다. 공 교관은 FTD가 비행기 조종 감각을 익히는 데에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비행에 앞서 위험 부담 없이 다양한 상황을 반복 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날의 FTD 체험은 저시정 상태에서 인천국제공항 활주로를 출발해 제주국제공항으로 향하는 시나리오로 시작됐다. 기장석에 앉자 눈앞에 펼쳐진 현란한 계기판과 다닥다닥 붙어있는 수백개의 스위치들에 압도됐다. 그러나 타 항공사에서는 점보기까지 운항해 베테랑 그 자체인 공 교관이 좌표와 행선지, 도착 공항의 활주로 등 제반 계획 정보를 컴퓨터에 입력하는 데에는 불과 1분 남짓한 시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후 공 교관의 안내에 따라 이륙을 위해 활주로에 정대했고, 기장석 왼쪽의 스티어링 핸들로 조종을 시도했더니 '갈 지(之)'자 모양으로 움직여 순간 술 마신 사람이 운전하는 건가 싶어 당황했다. 현대 과학 기술의 총아인 항공기가 그 크기에 비해 섬세함을 요한다는 점이 신기했다. 이륙 결심 속도(V1)에 이르러 묵직한 조종간을 몸쪽으로 당기자 비행기가 서서히 떠올랐다. 하지만 고도 유지는 매우 어려웠다. 순항 고도에 이르렀나 싶어 방심한 새에 비행기가 급하강하거나 상승하는 등 불안정한 상태에 빠졌다. 넷플릭스 예능 프로그램 '흑백 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의 유행어 '이븐한 굽기'처럼 조종사에게 '이븐한 운항'이란 무엇일까. 공 교관은 “비행기 조종은 끊임없는 미세 조정의 연속"이라며 단 한 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아선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전체 비행 시간 중 30% 정도에서 고도의 집중을 요하는데, 특히 이륙 후 3분과 착륙 전 8분이 가장 중요한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FTD에서는 버드 스트라이크와 같은 다양한 비상 상황을 상정한 프로그램도 체험할 수 있었다. 공 교관이 갑자기 엔진 고장 상황을 설정하자 경고음과 함께 계기판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 순간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런 상황에서 조종사들은 신속하고 정확한 판단으로 대처해야 한다. 공 교관은 “실제 비행에서는 이런 상황이 거의 발생하지 않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철저히 훈련한다"고 했다. 그는 “조종사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 3년 이상의 훈련 기간이 필요하다"며 “이스타항공을 위시한 저비용 항공사(LCC) 입사를 위해서는 통상 300시간, 대형 항공사의 경우 1000시간 이상의 비행 경력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기자가 공 교관에게 “좋은 조종사란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잠시 침묵에 잠겼다. 이내 그는 “어떤 상황에서도 승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기고 행동하는 게 좋은 조종사이고 진정한 프로"라며 “멀티 태스킹과 같은 기술적인 능력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안전에 대한 확고한 마인드"라고 했다. 조종사 각 개인의 운항 철학이 존재할 수 있느냐고도 질문했다. 그러자 공 교관은 “절대 있으면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항공사는 안전 비행을 할 수 있도록 규격 또는 정형화된 좋은 조종사로 만들기 위해 매뉴얼을 마련해둔다"며 “휴먼 에러를 최소화 하기 위해 운항 기준 표준화에 굉장히 많은 관심을 갖고 노력을 쏟고, 교육 용어 자체가 다 통일돼 있다"고 귀띔했다. 또한 “비행 전 충분한 휴식과 철저한 준비는 기본"이라며 “조종사의 컨디션이 곧 승객의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에 술을 마시거나 과로한 상태로 비행에 임하는 것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첨언했다. 2시간 남짓한 좌충우돌 FTD 체험이 끝나갈 무렵, 항공기 조종사들의 전문성과 책임감에 대해 곱씹게 됐다. 수백 명의 승객 생명을 책임지는 그들의 업무가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할 수 있었고 경외심마저 들었다. 과연 조종사는 전문직이 맞다는 말이 절로 나왔고, 각각 전문성·지식·기술·책임을 의미하는 기장의 견장 네 줄의 의미가 또 다르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또한 사세 확장을 거듭해나가는 이스타항공이 단순 외형 성장 뿐만이 아닌 질적 수준 제고에도 얼마나 신경쓰는지도 확인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정쟁 속 건진 ‘통신·AI·빅테크’…과방위 국감 “절반 수확”

지난 7일부터 약 3주 동안 진행한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마무리됐다. 정보통신기술(ICT) 현안을 주로 다루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국정감사에선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를 둘러싼 현안을 놓고 격한 갈등을 빚었다. 다만 통신·인공지능(AI)·빅테크 규제 등에 대해선 '송곳 질의'도 나타나 수확이 전혀 없진 않다는 평가다. 27일 정계와 ICT업계에 따르면 올해 과방위 국감은 전반적으로 냉·온탕을 오갔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야는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2인 체제의 위법성과 KBS 사장 선임 등을 놓고 부딪치다가도 통신·과학기술 현안 질의에는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특히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폐지 △4세대 이동통신(LTE)-5세대 이동통신(5G) 역전 현상 △AI 산업 육성 방안 △구글·애플의 인앱결제 논란과 망 사용료 분담 회피 등 현안이 비중 있게 다뤄졌다. 가장 화두가 된 단통법 폐지에 대해선 통신 3사 모두 소비자에게 돌아갈 이익이 크다면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다. 다만 급격히 추진할 경우 시장 혼란이 발생할 수 있어 이해관계자 간 폭넓은 조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폐지안 중 자료제출 의무 조항을 확대하는 것에 대해선 신중론을 펼쳤다. 해당 조항엔 통신사가 제출자료를 작성할 때 단말기 제조사로부터 받은 장려금 규모를 노출하지 말아야 한다는 규정이 있는데, 이에 대한 공개 여부를 놓고 여야 입장차가 큰 상황이다. 이에 대해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제조사인 삼성전자의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을 하고 있어 관련 영향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LTE와 5G 요금제 간 역전 현상 문제에 대해선 개선 의지를 밝혔다.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LTE 요금제가 5G 요금제보다 비싸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김영섭 KT 대표는 “LTE와 5G 요금제를 통합해 하나의 요금제로 출시해 문제를 해소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AI 산업 육성에 대해선 인프라 확보와 생태계 확대 방안에 대한 질의가 이어졌다. 여야는 데이터센터 및 그래픽처리장치(GPU) 확충이 필요하다는 점과 AI 기본법 제정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다. 유 장관은 “엔비디아의 GPU로 데이터센터를 만들면서 차세대 신경망처리장치(NPU)를 개발하는 투트랙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빅테크에 대한 규제 역차별 문제도 화두였다. 과방위는 이번 국감에서 빅테크가 국내에서 막대한 트래픽을 유발해 수익을 올리고 있음에도 망 사용료 분담과 같은 사회적 의무는 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집중 질타했다. 김 대표는 구글로부터 망 사용료를 받지 않고 있는 이유에 대해 “망 사용료를 받는 건 당연한 이치“라면서도 “구글이란 거대한 기업과 힘의 차이가 있어 협상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법인세 회피 의혹과 관련해선 세금을 부과할 수 없는 원인인 구글 아시아본부의 위치를 싱가포르에서 한국으로 이전하는 방안이 거론됐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구글이 한국에 온다면 국회는 여러 가지를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다만 방통위를 둘러싼 여야 정쟁에 방송 현안은 뒷전으로 밀려 아쉬움을 남겼다. 지난 8일 과기정통부 국감에서 인터넷TV(IPTV)·케이블TV(SO)·위성방송 등 유료방송사가 방송채널(PP)사용사업자에 지급하는 콘텐츠 사용료의 하한선을 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게 전부였다. 업계에서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꼽는 방송통신발전기금 개편 및 송출수수료 갈등, 통합미디어법 제정, 전반적인 규제 체계 재정립 등에 대한 논의는 사실상 실종됐단 지적이다. 이와 관련 정보기술(IT)업계 한 관계자는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이나 AI 산업 육성과 같은 분초를 다투는 현안 처리에 탄력이 붙었단 점에선 고무적"이라며 “방통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나 미디어 정책 제언보단 막말과 욕설이 난무한 언쟁으로 파행을 빚으며 위원회 품격을 떨어뜨린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단독] K-공항 플랫폼 해외 수출 첨병 ‘한국공항학회’ 출범

한국형 공항 플랫폼을 해외로 전파하기 위한 학회가 생겨난다. 26일 본지 취재 종합 결과 관련 업계는 오는 29일 16시 서울 강서구 공항동 국립항공박물관 강당에서 '한국공항학회' 출범식을 개최할 것으로 확인됐다. 초대 학회장은 국토교통부 제2차관을 역임한 여형구 한국항공대학교 석좌 교수(교통공학 박사)이고, 임원진에 해당하는 부회장단은 학술분과위원장인 백호종 한국항공대학교 항공교통물류학부 미래항공교통학과 교수를 위시해 10인으로 구성된다.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이사(사장)·최기주 아주대학교 총장이 고문역을 맡는다. 학회 사무국은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현천동 소재 한국항공대 내에 설치하기로 했다. 기관 회원으로는 대한항공·한국공항공사·인천국제공항공사·삼성물산 건설부문·현대건설·DL·유신·한국전력공사·포스코, 종합건축사사무소 근정·희림 등이 참여하고 아직 개인 회원 모집은 하고 있지 않다. 대한항공은 공항 건설 후 운영에 들어갈 경우 항공기 관련 분야에 대한 조언을 담당한다. 양대 공항공사는 학회에서 공항 플랫폼 해외 수출 전략을 구상하고 본격 연구에 나선다. 건설사들과 엔지니어링 업체들은 활주로 포장을 비롯, 공항 설계와 건설 등 역량 제고에 머리를 맞댈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공항은 토목·건축·플랜트 등 다양한 공종의 노하우를 집대성해 안전하게 짓는 것이 중요하다"며 “일반 공사와 달리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미국 연방항공청(FAA)·국제항공운송협회(IATA) 등 규격화된 국제 기준에 따라 건설되기에 고도의 기술력과 시공 능력이 요구되는 분야"라고 언급했다. 협회가 아닌 학회로 만들어진 이유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학술적 발전이 첫번째 목적인 만큼 발전적인 의견을 내고자 한다"면서도 “공항 주무부처인 국토부의 영향을 받지 않고 정책에 대한 찬반 입장을 독립적으로 개진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이유로 대표자 역시 현직 교수 중에서 선임했다고 했다. 앞서 업계는 공항 플랫폼 수출을 위한 조직을 만들고자 노력했지만 공기업에 적용되는 예비 타당성 조사와 인력에 관한 규제 등으로 인해 추진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을 계기로 본격 K-공항 플랫폼 수출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항 개발 사업은 철도·도로에 이은 세계 3대 인프라 시장이다. 코로나 엔데믹 시대로 접어들자 공항 투자 규모는 전세계적으로 대폭 늘어나는 추세다. 실제 최근 국내 뿐 아니라 △폴란드 바르샤바 신 공항 △페루 친체로 신 공항 △인도네시아 바탐 공항 △라오스 루앙프라방 공항 △에콰도르 만타 공항 △베트남 롱타인 신 공항 등 다수의 해외 입찰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천국제공항은 그 자체로 글로벌 항공업계에서 최고의 브랜드 가치를 지녔다"며 “공항 산업은 건설 뿐만 아니라 운영이 중요한데, 우리나라는 최고의 기술을 확보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철도공사는 고속 철도 열차 정비 기술을, 한전은 원자력 발전소를 해외에 수출하고 있는데 공항이라고 못할 게 없다"고 부연했다. 한편 국토부가 학계와 전문가 1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내 관련 업계의 경쟁력 설문 조사 결과, 사업 기획 분야에서는 보완이 필요한 것으로 평가됐다. 이와 관련, 국토부 항공정책실 공항정책과 관계자는 “사업 모델 구축·인력 양성 등 중장기 종합 수주 역량을 높이기 위한 노력은 지속돼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대형 공항 운영의 강점을 살려 선진국 공항 지분 인수와 투자 개발 사업에, 한국공항공사는 아시아 등 신흥국 중소형 공항 개발 사업 등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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