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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회사 ‘배터리 내재화’ 트렌드에 소재 업계는 ‘미소’

최근 전기차 시장에 '배터리 내재화' 붐이 일고 있다. 가장 원가가 높은 부품을 스스로 만들어 생산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이러한 흐름에 배터리 소재 업계는 미소를 짓고 있다. 최종 고객사인 자동차 기업과 직접 접촉하면서 전보다 더 비중있는 위치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완성차 기업들이 전기차 캐즘 돌파 방안으로 '배터리 내재화' 계획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기존 테슬라, 폭스바겐 등에 이어 최근엔 현대자동차, 벤츠 등 글로벌 완성차 업계들이 배터리 내재화를 선언했다. 배터리 내재화 전기차 제조업체가 자체적으로 배터리를 생산해 자사의 전기차에 탑재하는 것이다. 기존처럼 배터리 제조업체에 외주를 맡기는 방식에서 탈피하려는 시도다. 배터리는 전기차 원가의 4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격엔 유통비 등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들이 포함돼 있는데 내재화를 하면 이러한 지출을 줄일 수 있다. 이처럼 내재화는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과 직결될 뿐만 아니라 배터리 수급 안정화에도 큰 기여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뿐만 아니라 전기차 화재 원인파악 절차의 효율성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는 이미 실행에 옮겼다. 오는 12월 현대차 의왕연구소에 차세대 배터리 연구동을 신설하고 전고체 배터리를 비롯한 차세대 배터리 개발을 가속화 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지난 8월 CEO 인베스터 데이서 “내재화된 배터리 개발 역량을 기반으로 배터리 셀 경쟁력을 높이고, 배터리 안전 기술을 고도화하는 등 고객 가치 실현을 위한 노력을 지속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완성차 업계의 이러한 움직임에 배터리 소재들은 미소를 보이고 있다. 완성차 회사가 배터리 생산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기 위해선 이전보다 배터리 소재 기업과의 접촉 및 직거래가 많아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소재 기업 입장에선 이전보다 최종 고객사인 자동차 기업과 거래가 많아지면 포트폴리오 확대, 정확한 시장 파악, 매출 증가 등 다양한 긍정적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 배터리 소재 업계 관계자는 “최근 자동차 업계서 제품 포트폴리오 강화와 원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소재사와 직접 계약 추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소재사는 최종 고객사 니즈에 맞춰 더욱 능동적인 대응 가능하기 때문에 제품 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기존 고객사인 배터리사와 더불어 자동차 기업과의 거래도 늘어난다면 매출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유통과정이 줄어 비용이 주는 만큼 이전보다 더 높은 가격에 소재를 납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 소재 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론 큰 변화가 없겠지만 장기적으로 완성차 기업과 배터리사 모두와 거래할 수 있는 것은 분명히 긍정적인 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배터리 제조업체들은 내재화에 대해 다소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소재기업과 자동차 회사의 직거래가 늘수록 배터리사의 주도권이 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LG에너지솔루션은 3분기 컨퍼런스 콜에서 “OEM사의 배터리 내재화 추진으로 경쟁이 더욱 격화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최윤범의 ‘벼랑끝 유증’… 백기사 표심 얻을지 ‘위태한 승부수’

최윤범 회장이 단행한 고려아연의 대규모 유상증자가 경영권 방어를 위한 '벼랑 끝 전술'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최 회장의 우호 세력으로 분류됐던 현대자동차 등이 경영권 분쟁에서 중립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면서 자칫 백기사들이 중립을 선택할 가능성을 고려해 유상증자를 단행했다는 진단이다. 4일 산업권에 따르면 조만간 열릴 고려아연 주주총회가 중요한 변곡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고려아연 지분을 더 많이 확보한 MBK파트너스·영풍 측이 고려아연 이사회를 장악하기 위해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청구하고 법원의 가처분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이에 최 회장 측은 최근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겠다고 밝혀 반격을 노리는 모습이다. 최 회장이 결정한 대규모 유상증자는 앞서 자사주 공개매수처럼 시장의 예상을 벗어나는 승부수라는 의견이 나온다. 특히 이번 유상증자는 소액주주와 캐스팅 보터인 국민연금이 지지를 잃게 될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단행된 조치라 더욱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최 회장 측은 이에 대해 뚜렷한 이유를 공개하고 있지 않다. 다만 재계에서는 그동안 우호 세력으로 분류된 지분들이 막상 표 대결에서 중립을 지킬 가능성이 높아져 최 회장이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번 경영권 분쟁을 살펴보면 상대측인 MBK·영풍은 서로간의 계약이라는 확실한 결속력을 통해 단일한 대오로 움직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최 회장 측의 백기사들은 각자 고려아연 지분 보유 목적과 이해관계가 상당히 다르다는 진단이 나온다. 백기사 중 고려아연 지분 5.05%를 보유한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9월 최 회장의 비전인 '트로이카 드라이브'에 협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투자를 진행한 것으로 파악된다. LG화학도 배터리 소재 확보를 위한 협력 차원으로 지분 1.9%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0.5%를 보유한 모건스탠리는 지분 투자를 통한 수익 창출이 목적이다. 이들이 주주총회에서 최 회장을 지지할지 확실치 않다는 진단이다. 실제 고려아연 이사회에 입성해 있는 현대차 측 이사는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 결정과 가격 상향 결정 이사회에 연달아 불참한 것으로 파악된다. 때문에 현대차그룹이 계획에 없었던 경영권 분쟁에 엮여 어느 한 쪽과 불편해지는 일을 피하고 싶어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이 이 같은 입장이라면 분쟁의 변곡점인 주주총회에서도 기권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다. 사정이 비슷한 LG그룹과 모건스탠리도 이 같은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적지 않다. 아울러 MBK·영풍이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발표한 직후 현대차·LG그룹 주요 관계자들은 백기사를 확보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최 회장과 회동하는 모습을 보이기보다는 다소 선을 긋고 멀리서 관망하는 태도를 보여왔다. 이 시기 최 회장과 직접 면담한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다. 또 지난해 말 MBK파트너스의 공격을 받았던 한국타이어는 스스로를 최 회장의 우호주주라고 선언했으나 다른 백기사들은 비슷한 신호를 내놓지 않았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하면 최 회장이 지분 보유 목적이 다른 각각의 주요 주주들로부터 확실하게 지지를 얻기가 쉽지 않다. 만약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현대차·LG·모건스탠리가 중립을 택해 7.45% 수준의 지분이 기권표가 된다면 7.5% 가량의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이 최 회장의 손을 들어주더라도 결국 MBK·영풍과의 지분 격차인 3%포인트(p)를 좁혀 역전하기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MBK·영풍이 고려아연 이사회를 장악하게 되고 최 회장은 순식간에 경영권을 잃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백기사가 중립을 택해 기권표가 나오더라도 MBK·영풍을 앞지르기 위해 최 회장이 유상증자를 결정하게 됐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자사주 공개매수 때 최 회장의 백기사 중 일부가 지분을 매각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며 “벼랑 끝에 서 있는 최 회장 입장에서는 모든 백기사를 신뢰하기가 어려운 상황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김영섭 KT 대표, 자회사 전출 압박 논란에 “송구하다”

김영섭 KT 대표가 사내 임직원들에게 네트워크 전문 자회사 설립 등 조직개편 과정에서 발생한 경영진들의 전출 압박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4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김 대표는 이날 광화문 사옥에서 사내방송을 통해 특별대담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선 네트워크 전문 자회사 2곳의 설립 취지와 향후 운영 계획을 설명했다. 아울러 직원들과 실시간 질의응답도 가졌다. 앞서 KT는 신설 자회사 전출 희망자 접수 마감일을 지난달 28일에서 이달 4일로 1주일가량 연장하고, 주요 경영진들이 권역별로 돌며 자회사 전출 대상 직원 대상 설명회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안창용 KT 엔터프라이즈부문장(부사장)이 직원들의 전출을 종용하는 듯한 발언이 담긴 영상이 공개돼 논란이 커졌다. 이에 대해 사내 다수 노조인 KT노동조합(1노조)은 지난 1일 성명문을 통해 조합원에 대한 강요와 압박을 중지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김 대표는 해당 임원의 발언에 대해 “최근 회자된 불미스러운 사례에 대해 최고경영자로서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직원들의 전출을 강요한 인력들에 대해선 징계를 검토하겠다고도 밝혔다. 조직개편 및 자회사 설립 배경에 대해선 역량·사업구조 조정을 뒷받침하기 위해 조직·인력 구조에 변화를 주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 대표는 “빅테크들이 과감히 혁신해 성장하는 동안 국내외는 통신사 십수년 간 성장 정체기를 겪고 있다"며 “AI를 빠른 시간 내에 장착하지 못하고 혁신하지 못하면 심각한 국면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강압적인 대규모 구조조정이 아닌, 신설 전문 기업을 설립해 앞으로도 함께 일하는 구조를 만들어 망 안전성을 지키자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네트워크 운영·관리 부문 인력 구조조정 사유로 신입사원이 입사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점을 언급한 점에 대해서도 밝혔다. 그는 “현장 인력의 70% 이상인 9200여명이 50대 이상"이라며 “선로 관리 등 분야에서 시장 임금 체계보다 KT 임금이 높아 그간 신입사원을 채용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신설 자회사엔 기존 네트워크 업무를 담당하던 직원들을 우선 전출한다는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자회사로 이동한 직원들이 정년때까지 잔여기간에 받을 수 있는 급여 등 경제적 효익 측면에서 손해가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신설 법인은 KT 100% 자회사로, 협력회사가 아니다"라며 “네트워크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법인을 구성하면 새로운 방식의 전문성을 확실히 도모할 수 있는 체제와 집단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게임 사전검열 논의 확대…핵심은 ‘위법성·자율규제’

게임물 사전검열 제도 폐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각계에서 제도의 위법성과 자율규제 가능성을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현행 법·제도가 국내 게임업계의 창의적 시도를 가로막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모인다. 3일 게임업계와 정계,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32조 2항 3호에 대한 헌법소원 청구에 21만명이 넘는 게임 이용자가 모인 것을 계기로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달 1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를 시작으로 17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감에서도 비중 있게 다뤄졌다. 이어 지난달 22일엔 개혁신당에서 정책 간담회를 진행했으며, 30일엔 법무법인 화우 주최 제5회 게임 대담회에서 해당 제도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이 제도는 범죄·폭력·음란 등을 지나치게 묘사해 범죄심리 또는 모방심리를 부추기는 등 사회질서를 어지럽게 할 우려가 있는 게임 제작·반입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검열 기준이 모호해 게임물의 내용·장르에 대한 검토 없이 차단된다는 지적을 받는다. 핵심은 제도의 합법성과 차별적 규제다. 특히 각계가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문제점은 체계성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제도에 명시된 '건전성'·'지나치게' 등 단어가 자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처벌 근거가 불명확하다는 점에서다. 그럼에도 게임에 대한 부정 인식이 팽배해 다른 콘텐츠보다 강도 높은 규제가 정당화되며 제도 변화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은 “국가보모주의(정부나 정책이 개인을 과보호하거나 개인의 선택을 간섭한다는 견해)적인 우리나라 사회 검열과 사전 모니터링과의 전체적 대결 구도를 이번 헌소가 만들어 줬다"며 “해당 제도는 게임이 유튜브와 같은 콘텐츠에 비해 차별받고 있으며, 나아가 '악마화'가 일상화됐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법조계에서도 위헌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분위기다. 대부분 자체 등급분류를 갖추고 있어 사전통제 방식인 법정 등급분류가 불필요하다는 것이다. 예컨대 구글·애플과 같은 앱마켓의 경우, 플랫폼을 자체 통제하고 있어 내부 등급분류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앱마켓에 등재될 수 없다. 자체 등급분류는 정해진 등급 연령에 따라 본인 인증을 거쳐 이용하는 시스템이다. 이 과정에서 청소년은 법정 대리인의 동의를 받아야 하므로, 보호 체계가 충분히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과징금 부과 등 사후 규제를 통해서도 실효성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어 웹툰과 같은 자율규제 방식으로 운영되는 게 좋을 것이란 논리다. 정호선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자체 등급분류로도 청소년 보호가 가능한 구조고, 웹보드 게임은 등급분류보다 시행령 준수 여부 확인을 통해 행정규제되고 있다"며 “게임은 창작물인데, 국가로부터 승인받은 게임만 유통된다면 표현의 자유가 제약받을뿐더러 수익모델(BM)이 일률적으로 제한되며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최근 '게임물 등급분류 기준 등 개선방안' 입찰을 마친 후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는 합리적 심의 기준 마련을 위한 것으로, 결론은 올해 말에서 내년 초쯤 나올 전망이다. 이에 앞서 오는 6일 오후엔 서태건 게임위원장 취임 첫 기자간담회가 열릴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게임물 사전검열 및 등급분류 제도에 대해 어떤 입장을 밝힐지 업계 관심이 집중된다. 서 위원장은 지난 17일 문체위 국감에서 “상호작용이 게임의 특성이긴 하나, 과학적 연구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관련 법안에 대해 헌소가 청구된 상태로, 헌법재판소 판단을 따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고려아연 지름길 ‘유증’…완주 막는 3가지 리스크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라는 방법을 선택하면서 시장이 경악하고 있다. 유증은 성공할 경우 이번 경영권 분쟁에서 확실한 승기를 받을 수 있는 묘수기는 하다. 하지만 돌파해야 할 난관도 확실하다. 금융당국 심사, 법원 판단, 실권주 리스크라는 세 개의 높은 장벽을 모두 넘어야 하는 상황이다. 한 곳이라도 막히면 유상증자는 무산될 수 있다. 특히 이번 유상증자는 공개매수 직후 진행되는 데다 3% 청약 제한이라는 이례적인 조건이 붙어 있어 시장의 우려가 깊다.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고려아연의 유상증자를 주관한 미래에셋증권에 대한 현장조사가 시작됐다. 조사인력 10여 명이 투입된 이번 조사는 공개매수와 유상증자를 모두 주관한 미래에셋증권의 업무처리 적정성을 검토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공개매수 당시 “재무구조 변경 계획이 없다"고 공시한 뒤 한 달 만에 유상증자를 결정한 것을 두고 공시의무 위반 여부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이번 조사는 단순한 실태 점검이 아닌 강도 높은 특별조사다. 금감원은 이번 유상증자를 위한 실사가 공개매수 기간 중에 이미 진행되었다는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중대한 공시의무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조사의 초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공개매수 당시 재무구조 변경 계획이 없다고 밝힌 것이 허위 공시인지 여부다. 둘째, 미래에셋증권이 공개매수와 유상증자를 동시에 준비하면서 이해상충 방지 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는지다. 셋째, 89만원에 자사주를 매입한 뒤 67만원에 유상증자를 결정한 것이 배임에 해당하는지다. 금감원은 증권신고서 심사 과정에서 자금사용 계획의 구체성도 꼼꼼히 들여다보고 있다. 고려아연은 유상증자 자금 2조5000억원 중 92%인 2조3000억원을 채무 상환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고려아연의 차입금 현황을 보면 메리츠증권 1조원(금리 6.5%), 한국투자증권 2000억원, KB증권 2000억원, 하나은행 4000억원, SC은행 5000억원 등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채무 상환 계획 자체는 이해할 수 있지만, 나머지 2000억원의 사용계획이 모호하다"며 “특히 고금리 차입금 상환 우선순위와 구체적인 일정이 제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 관문인 법원의 판단에서는 세 가지 쟁점이 부각된다. 첫째는 3% 청약 제한의 적법성이다. 고려아연은 우리사주조합을 제외한 모든 청약자에게 총 공모주식수의 3%(11만1979주)로 청약 한도를 제한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러한 제한이 자본시장법상 일반공모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고 본다. 일반공모는 불특정 다수에게 균등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3% 제한은 사실상 대주주나 특정 세력의 지분 확대를 막기 위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높다. 둘째는 배임 혐의다. 89만원에 자사주를 매입한 후 67만원에 유상증자를 진행하는 것은 주주가치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 373만주와 22만원의 차액을 계산하면 8206억원의 주주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러한 결정이 이사진의 선관주의 의무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셋째는 경영권 방어 목적의 유상증자가 주주 이익에 부합하는지 여부다. MBK·영풍 측은 “경영진이 자신들의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주주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며 가처분 신청을 준비 중이어서 금융당국의 심사와 함께 이 문제에 대한 검증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 관문인 실권주 리스크도 이번 유상증자의 성패를 좌우할 변수다. 고려아연은 이번 유증 물량 총 373만2650주 중 우리사주조합에 20%(74만6530주)를 우선배정하고, 나머지 80%(298만6120주)는 일반공모로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시장가에서 30% 할인된 67만원이 공모가며, 여기에 12월 초 기준주가에서 추가 30% 할인이 예정되어 있어 최종 공모가는 46만9000원 수준까지 내려갈 수 있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일반공모 청약결과 발생하는 실권주 및 단수주는 미발행 처리할 예정"이다. 이는 실권주가 발생하면 그만큼 유상증자 규모가 자동으로 줄어든다는 의미다. 실권 규모에 따라 당초 목표했던 2조5000억원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으며, 이 규모가 클 경우 유증 자체를 취소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이처럼 세 갈래 관문을 모두 통과해야 하는 고려아연의 유상증자는 빠른 길을 택한 만큼 리스크도 크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금융당국 심사, 법원 판단, 실권주 리스크 중 어느 하나라도 어긋난다면 유상증자는 무산될 수 있다"며 “경영권 방어를 위해 선택한 가파른 지름길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전영현, 삼성전자 반도체 임원들과 토론…‘근원적 경쟁력’ 회복할까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 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이 취임 이래 처음으로 소속 임원들과 토론회를 진행한다. 고 대역폭 메모리(HBM) 경쟁력 약화와 시스템 LSI·반도체 위탁 생산(파운드리) 적자 폭 확대 등 삼성전자 반도체 전반에 걸쳐 '위기론'이 제기되는 가운데 전 부회장이 쇄신 작업에 나서며 분위기가 반전될지 주목된다. 3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전 부회장은 지난 1일 DS 부문 경쟁력 회복을 위한 임원 토론회를 시작하고 이달 초중순까지 순차적으로 임원들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토론회는 회사의 근원적 경쟁력 회복을 위해 소통을 강화하고 쇄신 방안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하자는 취지로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5월 전 부회장이 취임한 이래 임원 대상 토론회를 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앞서 전 부회장은 지난 8월 사내 공식 메시지에서 경쟁력 약화 원인으로 '부서 간 소통의 벽', '문제를 숨기거나 회피하고 희망치만 반영된 비 현실적인 계획을 보고하는 문화 확산' 등을 꼽으며 토론 문화를 강조한 바 있다. 전 부회장은 당시 “현재 우리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지만, 반도체 고유의 소통과 토론 문화, 축적된 연구 경험과 노하우를 토대로 빠르게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DS 부문은 올해 3분기 4조원을 하회하는 영업이익을 거뒀다. HBM 공급 지연과 PC와 모바일 수요 회복 지연에 따른 재고 조정, 중국산 범용 D램 물량 확대로 가격 하락 압박이 커진 영향으로 해석된다. 전 부회장은 3분기 잠정 실적 발표 이후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근원적인 기술 경쟁력과 회사의 앞날에 대해서까지 걱정을 끼쳐 송구하다"며 이례적으로 사과 메시지를 내기도 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K-방산 4대 기업, 3분기 합산 영업익 7538억원…추가 수주 기대감도

국내 주요 방위산업체들이 올해 3분기에도 매출과 이익을 대폭으로 키워 성장 신화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해당 기업들은 2∼3년 전부터 대규모 수출에 연이어 성공했고, 각각 20조∼30조원 내외의 수주 잔고를 쌓아둔 상태이고, 중동·유럽·미국 등에서 추가 수주에 도전하고 있어 올해 기록적인 성장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과 최근 3개월 래 증권사들의 실적 전망치를 종합한 결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국항공우주산업(KAI)·현대로템·LIG넥스원 등 4대 방산 기업의 올해 3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총 7538억원으로 추산됐다. 이는 지난해 3분기 2333억원 대비 223.1% 증가한 셈이다. 4대 방산 기업의 3분기 합산 매출 추정치는 총 5조3602억원으로, 작년 4조951억원보다 30.9%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 중 대장 격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2조6312억원, 4772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61.9%, 457.5% 늘어났다. 이는 폴란드 수출 실적이 반영된 영향이 크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2년 7월 폴란드 군비청과 K-9 자주 곡사포 672문, 다연장 로켓 '천무' 288대를 수출하기 위한 기본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어 그해 8월과 12월, 올해 4월 기본 계약 이행을 위한 시행 계약을 연이어 맺고 실적에 반영되는 모습이다. 3분기에는 폴란드로 인도된 K-9 24문과 천무 12대 등이 실적으로 인식됨에 따라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폴란드와의 K-9 잔여 계약분인 284문이 남아있는 데다, 지난 7월 루마니아와 1조3000억원 규모의 K-9 수출 계약을 체결하는 등 추가 수주에 성공하고 있어 앞으로의 실적 전망도 밝다는 평가를 받는다. 3분기 기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수주 잔고는 지상 방산 분야에서만 29조9000억원 수준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지난 8월 호주 생산 공장 완공 후 자주포·보병 전투 장갑차 '레드백' 인도가 빨라지고, 이집트에서 수주한 K-9이 내년부터 본격 인도되면서 연간 영업이익이 내년 1조1000억원대, 그 다음 해에는 1조3000억원대로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K-2 흑표 전차를 앞세운 현대로템은 3분기 매출이 1조935억원으로 전년 대비 18.0% 늘어나고, 영업이익은 1375억원으로 3.3배(233.7%) 증가했다. 현대로템은 재작년 폴란드와 1000대 규모의 K-2 전차 수출 기본 계약을 맺어 업계를 놀라게 한 데 이어 1차 계약분으로 180대에 대한 계약을 완료했다. 현재 820대 규모의 2차 계약을 체결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로템은 지난 2분기부터 폴란드 수출 물량에 대한 매출 인식이 본격화되며 실적에 파란불이 들어왔다. 수주 잔고 역시 19조원에 육박해 넉넉하다. 현재 루마니아 등과도 수출 계약을 타진하고 있어 추가 수주 가능성도 높게 점쳐진다.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 보라매와 다목적 전투기 FA-50 등을 생산하는 KAI는 3분기 매출 9072억원, 영업이익 763억원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은 작년보다 9.9%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16.7% 늘었다. 업계는 태국으로의 T-50TH 전투기 납품과 폴란드로 납품 예정인 FA-50PL과 말레이시아에 초도납품 예정인 FA-50M의 진행률 진척, 이라크 항공기 계약자 군수 지원 사업 등이 해외 부문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고 보고 있다. KAI의 수주 잔고는 22조4000억원 수준이다. 중동향 수리온 헬기 수출, FA-50의 우즈베키스탄 수출과 필리핀 추가 수출 등 기대감도 큰 만큼 꾸준한 성장이 예상된다. 유도 무기 전문 기업 LIG넥스원의 3분기 매출은 7283억원으로 작년 3분기보다 35.9% 신장될 것으로 보인다. 영업이익은 628억원으로 52.8% 증가할 전망이다. LIG넥스원 역시 19조원에 달하는 안정적인 수주 잔고를 바탕으로 매출·영업이익 동반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이라크와 3조7000억원 수준의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체계 '천궁-Ⅱ' 수출 계약을 맺으며 글로벌 시장에서 외연 확장에 나섰다. 연내 말레이시아와 함대공 미사일 해궁의 판매 계약을 체결할 가능성이 높아 올해 최종 테스트를 통과한 유도 로켓 비궁의 미국 수출도 내년 성사될 공산이 큰 것으로 예상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돈 안되는 TV… 삼성·LG ‘FAST’ 승부수

삼성전자와 LG전자가 TV 사업을 전개함에 있어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FAST)'를 새로운 성장 돌파구로 낙점한 모습이다. TV 시장이 위축된 데 더해 중국 제조사들의 공세까지 심화되며 관련 사업에서 어려움을 겪자 광고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내기 위한 움직임이다. 3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에서 TV 사업 등을 담당하는 영상디스플레이(VD)·가전 부문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은 53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와 비교해선 증가했지만 과거 분기 1조원대 영업이익을 올린 것과 비교하면 수익성이 떨어졌다는 평가다. LG전자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 회사에서 TV 사업을 맡고 있는 홈엔터테인먼트(HE) 사업본부는 3분기 전년 동기(1157억원) 대비 절반 이상 감소한 494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올해 들어 매분기 지난해와 비교해 실적 하향세를 겪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는 근본적으로 TV 판매 둔화가 깔려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TV 출하량은 전년 대비 2.7% 감소한 1억9500만대로 집계됐다. 지난 10년 내 최저치다. 전 세계 TV 시장은 코로나19 수혜로 수요가 급증했던 지난 2020년(2억1700만대) 정점을 찍은 이후 지속 감소하는 추세다.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여기에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한 중국산 TV가 글로벌 무대에서 약진하며 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 사업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일례로 중국의 대표적인 TV 브랜드 TCL은 올 3분기 출하량이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그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퀀텀닷-유기발광다이오드(QD-OLED) 등 하드웨어적 혁신을 더한 제품 판매에 주력하며 TV 사업에서 존재감을 키워왔다. 하지만 TV 자체가 팔리지 않고 있고, 중국 제조사까지 몸집이 커지며 국내 업체들은 더 이상 제품 판매만으로는 우위를 가져가기 어려운 실정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시선이 FAST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FAST란 무료로 TV 프로그램 수준의 콘텐츠를 광고 기반으로 제공하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말한다. 주로 스마트 TV나 스마트폰 등에서 구동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타이젠OS, 웹OS를 자체 개발했고, 이를 기반으로 하는 FAST '삼성 TV 플러스'와 'LG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FAST의 서비스 국가와 채널을 확장하는 데 주력하며 사업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 TV 플러스의 경우 현재 약 30개 국가에서 총 3000여개의 채널을 제공 중이다. LG 채널은 29개국에 3800개 이상 채널을 서비스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FAST 사업을 키워가는 건 제조비용 없이 소비자의 광고 시청 등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데 있다. FAST는 사용자들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지만, 대신 광고 건너뛰기 없이 시청하는 구조이기에 제조사들 입장에선 광고 수익이 발생한다. 이승엽 국립부경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FAST 시장 현황과 국내기업 발전 가능성'이라는 리포트를 통해 “FAST는 다양한 채널들을 이용해 방대한 광고 인벤토리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기업들에게 새로운 수익모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LG는 전용 채널 내 독점 콘텐츠 확보에도 적극적이다. 삼성전자는 유튜브 채널 콘텐츠를 송출하는 '바오패밀리' 채널을 새로 선보인데 이어 국내에서는 'KLPGA 투어', 유럽에서는 '유로2024' 등 스포츠 경기 실시간 생중계 서비스도 시작했다. 또 숏폼·미드폼 콘텐츠에 익숙한 MZ세대를 겨냥한 인기 인플루언서 VOD 콘텐츠도 도입했다. LG전자는 파라마운트, 디즈니플러스 등과 협업을 통해 콘텐츠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눈에 띄는 콘텐츠가 많아질수록 스마트폰 등을 통해 FAST를 이용하던 소비자들이 더 큰 화면을 통한 시청 니즈가 증가, 자연스럽게 스마트 TV 구매 유도로 이어질 수 있단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LG는 향후 지속적으로 FAST 강화 전략을 취하며 TV 사업 반등을 도모할 것으로 보인다. 노경래 삼성전자 VD 사업부 상무는 최근 열린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삼성 TV 플러스를 통한 광고 중심 서비스 사업을 확대해 성장 동력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는(CEO)도 지난 8월 '인베스터 포럼'에서 “TV 사업의 지향점을 미디어&엔터테인먼트 플랫폼 기업으로 하고 웹OS 광고, 콘텐츠 사업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테슬라 매출 앞선 中 BYD, 한국선 경쟁력 “글쎄”

한국 진출을 앞두고 있는 중국 전기차 기업 BYD(비야디)가 테슬라의 분기 매출을 앞지르며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매출의 대부분은 한국서 인기가 없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고 전기차 성장률은 주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일각에선 오로지 전기차로만 승부를 봐야하는 한국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의 시선이 나오고 있다. 최근 한국 전기차 시장은 캐즘과 포비아가 겹치며 하락세를 뚜렷히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BYD는 지난 3분기 전년 대비 24% 증가한 2010억위안(약 39조원) 기록했다. 이는 테슬라 252억달러(약 35조원)를 넘는 기록이다. BYD 성장세의 주인공은 PHEV였다. 지난 3분기 BYD의 PHEV 모델은 69만대 판매되며 전년 대비 76% 늘어난 수치를 기록했다. 캐즘으로 전기차 판매가 주춤하자 PHEV 모델 출시를 통해 빈틈을 메운 것이다. 특히 유럽의 경우 전기와 가솔린 주행이 모두 가능하고 연료 효율이 높은 PHEV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BYD의 이러한 전략이 통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BYD의 순수전기차 판매는 3% 증가한 44만대에 그치며 주춤했다. BYD의 이러한 실적에 한국 자동차 업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BYD 전기차의 글로벌 경쟁력이 그만큼 미미한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 시장은 전기차 캐즘과 포비아가 겹치며 EV 수요가 꾸준히 줄고 있다. 이에 일각에선 BYD가 저렴한 모델을 출시하더라도 큰 영향력이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BYD는 한국 시장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해부터 한국 진출을 위한 움직임을 조금씩 보여 왔고 최근엔 더욱 구체화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BYD는 한국 출시 모델을 국내로 들여와 정부 인증 절차를 밟고 있다. 보조금, 제원,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 등을 검사받는 절차다. 해당 모델은 아토3, 씰로 추정되고 있으며 해외에선 약 3000~4000만원대 팔리고 있는 전기차다. 반면 현재 한국 전기차 시장은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 올해 3분기 누적 신차 판매량 자료에 따르면 올해 1~9월 국내 시장에 등록된 전기차는 10만8430대로 전년 대비 7.8% 하락했다. 지난해보다 전기차 선택지가 더 많아졌음에도 불구하고 떨어진 기록이다. 이처럼 캐즘이 심화된 상황에서 BYD는 국내 시장에 전기차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한국 시장은 다른 시장처럼 PHEV로 보완할 수도 없는 곳이다. 한국 소비자들은 전기차도 아니고 하이브리드도 아닌 PHEV보다 풀하이브리드를 훨씬 선호하기 때문이다.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 '상반기 연료별 신차 등록 현황'에 따르면 지난 1~6월 국내 시장에 등록된 PHEV는 2842대에 그쳤다. 전년 동기 5072대 대비 44% 감소한 수치다. 뿐만 아니라 BYD 전기차는 보조금이나 관세 측면에서도 상당히 불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가장 강력한 무기인 '저가 공세'도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국내 기업도 BYD의 진출에 대한 대비책을 내놓고 있다. 현대차는 2000만원대 전기차 캐스퍼 일렉트릭을, 기아는 4000만원대 EV3을 선보이는 등 중국의 저가공세에 대한 방어태세를 갖추고 있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내년 해운 시장 ‘빙하기’ 우려…컨테이너 운임 급락 오나

최근 국내 해운사들이 따뜻한 시기를 보냈으나, 내년부터 다시금 힘든 시기를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얼마나 어려울 것이냐를 걱정하는 모양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HMM의 올 3분기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조원·1조원을 상회할 전망이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8%, 영업이익은 1360%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앞서 실적을 발표한 팬오션은 매출 1조2768억원·영업이익 1281억원을 달성했다. 매출은 14.9%, 영업이익은 61.2% 늘어났다. 대한해운도 매출 4100억원·영업이익 780억원을 시현하는 등 실적이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동 분쟁으로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컨테이너선들이 홍해를 지나지 못하고 남아프리카 희망봉으로 돌면서 지난 7월5일 기준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3733를 넘는 등 업황이 회복된 영향이다. 한국수출입은행은 3분기 발틱운임지수(BDI)도 1871로 전년 동기 대비 56.7% 높게 형성되는 등 벌크선 시황도 양호했다고 설명했다. 상반기 철광석 가격이 낮았던 까닭에 수입량이 불어났고, 아시아 지역을 덮친 폭염으로 냉방용 발전을 위한 석탄 수요도 늘어난 덕분이다. 그러나 SCFI는 최근 2000대 초중반, BDI도 1400 밑으로 하락했다. 이후로는 더욱 내려갈 전망이다. 업황을 뒷받침했던 요인들이 축소되면서 해운사에게 불리한 수급이 형성되는 탓이다. 홍해 사태 완화로 선박들이 수에즈운하를 지나게 되면 운임 하락폭이 예상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컨테이너선의 경우 1만2000TEU이상급 대형선이 잇따라 투입되면서 공급과잉 국면이 본격화되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9월말 상하이-유럽 노선 운임이 TEU당 2250달러로 7월 중순 대비 50% 넘게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상하이와 미국 서·동안을 잇는 노선도 같은 기간 40% 넘게 낮아졌다. 내년에도 컨테이너 물동량이 3% 증가에 그치는 반면, 선복량 증가율은 대형선을 중심으로 6%를 상회하면서 이같은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형 컨선 중 선령 15년을 넘긴 선박이 14척(2.0%) 수준이라는 점도 언급했다. 노후선 폐선으로 조정되는 공급물량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신조선 생산슬롯을 확보하기 어렵고 환경규제가 크게 달라지지 않은 점도 선주들이 기존 선박을 계속 운영하게 만드는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최근 1만2000TEU 이상급 컨선 중 폐선된 경우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벌크선의 경우 파나마운하 통행량 회복에 발목을 잡힐 공산이 큰 분야로 꼽힌다. 거리효과에 의한 추가 수요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논리다. 파나마운하는 8월 기준 일일 통행 가능 물량이 35척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예년의 87.5% 수준이다. 선복량 증가율(3% 안팎)은 컨테이너선 보다 적지만, 중국 경기부양책의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도 수요 회복의 걸림돌이다. 탄소 저감을 위해 액화천연가스(LNG)가 석탄을 대체하는 것도 수요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수은은 탱커 시황도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2022년 이후 수익성이 개선되면서 불어난 발주량이 내년부터 시장에 진입한다는 이유다. 석유교역 수요가 3% 가량 많아지는 반면 선복량은 5.5% 가까이 확대되면서 운임 하락이 점쳐진다는 것이다. LNG운반선 역시 17만4000㎥급 대형선 확대로 이미 운임이 대폭 낮아졌고, 내년에도 선복량이 11.5% 이상 불어나는 등 공급 증가폭이 수요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LNG운반선의 경우 대규모 발주가 이뤄진 만큼 향후 몇년간 이같은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4분기가 바닥이면 내년 이후에는 지하실이 될 수 있다"며 “운행 중인 선박의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속도를 늦춘 것이 그나마 공급과잉을 완화하는 정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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