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경제신문 김철훈 기자] GC녹십자가 국내 제약사 최초로 미국 혈액제제(사람의 혈액 성분을 정제해 만드는 의약품) 시장 공략에 시동을 건다. 18일 GC녹십자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15일(현지시간) GC녹십자의 혈액제제 ‘알리글로(ALYGLO)’의 품목 허가를 승인했다. 알리글로는 선천성 면역결핍증으로 불리는 ‘일차 면역결핍증’에 사용하는 정맥투여용 면역글로불린(면역항체) 10% 제제로, 국산 혈액제제가 미국에서 승인 받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FDA 승인으로 총 13조원 규모의 미국 혈액제제 시장에서 조 단위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돼 올해 매출·영업이익 동반감소와 구조조정 등 힘든 한 해를 보내고 있는 GC녹십자에게 다가오는 2024년 새해에 실적 반등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GC녹십자는 주력제품 중 하나인 알리글로를 미국에 진출시키기 위해 지난 10여 년간 공들여 왔다. 지난 2020년 북미지역에서 임상 3상을 마치고 2021년 FDA에 품목허가를 신청했으나, FDA가 보완을 요구해 승인이 늦춰졌고, 코로나 팬데믹으로 FDA 해외 현장실사도 지연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러나, 올해 4월 충북 오창공장의 FDA 실사를 마치고, 7월 허가신청서를 재차 제출해 이번에 국산 혈액제제 첫 FDA 승인이라는 낭보를 받았다. GC녹십자는 면역글로불린 정제공정에 혈액응고인자(FXIa) 등 불순물을 제거하는 핵심기술 ‘양이온 교환색층 분석법(CEX 크로마토그래피)’ 기술을 자체 개발해 적용한 결과 제품의 안전성을 극대화하는데 성공했다. 미국은 인구고령화와 자가면역질환 증가로 면역글로불린 혈액제제의 현지 수요가 늘어나고 있으나, 혈액제제는 고도로 전문화된 생산설비와 경험이 필수적이라 생산업체가 매우 제한적인 탓에 현지의 공급부족 현상이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기준 미국의 면역글로불린 시장은 104억 달러(약 13조원) 규모에 이르며, 알리글로는 이 가운데 최소 1조원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GC녹십자는 내년 하반기에 미국 현지법인인 GC바이오파마USA를 통해 미국시장에 알리글로를 출시할 계획이다. 업계는 FDA의 알리글로 승인이 국내 제약사의 글로벌 위상은 물론 GC녹십자의 실적 개선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한다. GC녹십자는 올해 1~3분기 누적 매출액 1조2217억원, 영업이익 428억원을 기록해 같은 기간 상위 5대 제약사 중 유일하게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전년동기 대비 감소하는 부진을 겪었다. 이 여파로 GC녹십자는 지난달 조직의 10%를 통폐합하는 것을 목표로 희망퇴직 신청을 접수하는 구조조정을 감수해야 했다. 이처럼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지난 11월 전남 화순 백신공장에 메신저리보핵산(mRNA) 파일럿(시범) 생산시설을 구축했고, 이달 초 인도네시아에서 인도네시아 최초의 혈액제제 생산공장 착공식을 개최하는 등 성장을 위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허은철 GC녹십자 대표는 "이번 알리글로 FDA 승인으로 미국 내 면역결핍증 환자에게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 옵션을 제공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허 대표는 "GC녹십자는 그동안 각국의 희귀질환 환자를 위해 헌신해 온 만큼 앞으로 전 세계로 영역을 확장해 환자와 의료 전문가에게 더 나은 치료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kch0054@ekn.kr허은철 GC녹십자 대표 허은철 GC녹십자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