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글로벌경제를 제조와 금융 중심의 ‘골리앗기업’이 이끌었다면, 21세기 경제는 혁신창업기업 스타트업(start-up) ‘다윗기업’이 주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실제로 최근 20여년 간 글로벌 경제와 시장의 변화의 주인공은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스타트업이었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 테슬라, 알리바바, 틱톡은 물론 국내의 네이버, 카카오, 넥슨, 쿠팡 등도 시작은 개인창업에서 출발했다. 이들 스타트업들이 역외와 역내 경제에서 새로운 부가가치, 새로운 직종(일자리) 창출을 선도하고 있다. 한낱 ‘목동’에서 당당한 ‘장군’로 성장한 ‘스타’ 스타트업을 꿈꾸며 벤치마킹하는 국내외 창업 열기가 어느 때보다 뜨겁다. 그러나 성공의 열매를 맛보기 위한 과정은 매우 험난하다. 스타트업(창업)은 했지만 점프업(성장)하기까지 성공보다 좌절이 더 많은 ‘정글 게임’에서 살아남기 위해 오늘도 부단히 돌팔매질을 연마하는 ‘다윗 후예’ 스타트업들을 소개한다. [에너지경제신문 김유승 기자]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대기업, 중소기업 가리지 않고 전 산업계의 경영 아이콘으로 떠오른 가운데 인공지능(AI) 솔루션으로 음식을 스캔해 친환경 급식을 선도하는 스타트업이 주목받고 있다. 화제의 스타트업은 누비랩으로, 식사 전후 식판을 스캔해 섭취량·잔반량 등 데이터를 수집한 뒤 이용자의 메뉴별 선호도와 만족도를 분석해 소비량을 예측하는 ‘푸드 스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누비랩 류제윤 최고 기술 경영자는 "스마트 급식소 구축으로 음식물 쓰레기 및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자랑스럽게 소개했다. 음식 섭취량을 파악해 개인에게는 식습관 개선에 도움을 주고, 관리자에게는 이용자가 선호하는 음식과 남기는 부류의 음식을 파악해 효율적인 식단을 짤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음식물 쓰레기가 줄어드는 만큼 탄소절감 효과를 거두고 있다. 실제로 국방부는 누비랩의 푸드 스캔 서비스를 이용하기 전에 장병들에게 일인당 110g의 쌀밥을 제공했다. 그러나, 푸드 스캔 서비스 도입 이후 장병들의 평균 식사량이 90g으로 줄었다. 국방부는 이같은 푸드 스캔 데이터를 토대로 장병들에게 식사로 제공하는 밥의 양을 100g으로 줄였고, 그 결과 총 130억원의 식사비용을 절감했다고 누비랩 측은 밝혔다. 현재 누비랩은 주로 정부기관과 회사, 학교 등 단체 급식소와 계약을 맺고 있다. 국내 70개 업체에서 누비랩을 이용 중이다. 김대훈 누비랩 대표는 "운동하느라 점심을 늦게 먹는 편이었다"며 "남긴 잔반을 자주 보게 되다보니 자연스럽게 음식물 쓰레기 문제에 경각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창업 계기를 밝혔다. 회사의 배식구 상반 트레일러에 핸드폰 카메라를 설치해 남은 잔반 접시를 녹화하며 어떤 음식을 왜 많이 버리는지,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를 줄일 수 없을 지 다각도로 사업화 구상을 고민했다. 김 대표가 찾은 해답은 인공지능(AI) 기술과 3D 데이터의 접목을 통한 분석이었다. 김 대표는 공동 창업자인 류제윤 경영자와 함께 잔반 이미지를 모아 학습 데이터를 만든 뒤 AI 모델을 만들고, 3D 스캔으로 음식의 양과 무게를 파악해 동시에 여러 가지 음식을 판별할 계획을 짰다. 이같은 창업 아이디어로 정부 창업 아이디어 공모전에 참여해 환경부 장관상을 타면서 누리랩의 사업을 본궤도에 오르기 시작했다. 류제윤 경영자는 "창업 과정에서 AI 기술을 이용한 만큼 잔반 학습데이터를 만들 때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고 밝혔다. 다양한 환경조건마다 조명이나 식판을 놓는 책상이 달라 식판을 인식하는 기술 데이터를 일괄적으로 적용할 수 없는 난제가 가로막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음식 이미지의 경우 온라인에서도 다양하게 찾아볼 수 있지만 잔반 사진은 획득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었다. 누비랩은 보다 정확한 모델을 만들기 위해 여러 회사와의 접촉을 통해 잔반 사진 데이터를 확보했다. 누비랩은 탄소 절감을 위해 퇴식구에 스캐너를 설치해 식판을 스캔한 뒤 이용자가 잔반을 남기지 않으면 탄소를 얼마나 절감했는지 알려주는 방식으로 잔반을 줄일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 지난해 6개월간 누비랩과 함께 제로웨이스트 캠페인을 운영한 SK텔레콤은 푸드 스캔 서비스를 통해 6400㎏의 탄소를 절감했다고 밝혔다. 이는 소나무 101그루가 흡수하는 탄소에 맞먹는 양이다. 누비랩 고영곤 마케팅 리드는 "추후 국내 프랜차이즈업계와 손을 잡고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푸드 스캔 서비스를 프랜차이즈업계에 적용하면 프랜차이즈 본사가 전국 가맹점에 메뉴 품질을 동일하게 유지하고 제품을 균등화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현재 누비랩은 해외 진출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미국의 유명 식품 서비스업체 아라마크와 계약을 맺은 것을 계기로 전세계 19개 나라에 유통망을 보유한 아라마크의 파트너로 등록해 세계시장 공략에 본격 나선다는 구상이다. 더욱이 누비랩은 구글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구글 포 스타트업’에 선정된 전세계 12개 기업의 하나로, 구글의 지원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김대훈 대표는 "누비랩은 AI 개발을 위한 초기 인프라 구축 과정에 정부의 도움을 받아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면서 "누비랩을 포함한 스타트업이 앞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선 해외판로 개척에서도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제목 없음D 한 급식업체의 영양사가 누비랩의 음식 스캔 AI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누비랩 제목 없음DF 김대훈 누비랩 대표. 사진=누비랩 K-스타트업 미니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