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 김철훈 기자] 최근 헬스케어 스타트업 ‘알고케어’는 그동안 협업 미팅을 해오던 대기업 L사가 자신의 영양제 디스펜서(자동분배기기)의 디자인과 제품구조를 베꼈다며 대기업의 아이디어 탈취를 고발하는 회사 입장문을 발표해 끊이지 않는 중소기업 기술유출의 심각성을 부각시켰다.L사는 기술탈취가 아니라고 반박했으나 국회와 정부에서 스타트업 기술탈취 피해근절 논의가 이어지자 해당 제품을 출시하지 않겠다며 사업철수 의사를 밝혔다. 이같은 상대적으로 약자인 중소기업의 기술유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소벤처기업부는 8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서울에서 ‘중소기업 기술보호 지원 강화방안’ 발표회를 갖고, 대기업의 중소·벤처기업 기술·아이디어 도용을 근절하기 위한 종합대책을 밝혔다. 이날 발표회에서 조주현 중기부 차관은 예방부터 피해회복까지 중소기업 기술보호의 전(全)주기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우선, 예방단계에서는 대기업의 기술도용 의도를 사전에 억제하기 위해 위반기업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액 한도를 기존 피해액의 3배에서 5배로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또한, 도용한 기술을 활용해 만든 물건·설비를 폐기하도록 법원에 청구할 수 있는 ‘금지청구권 제도’를 도입하고, 기술보증기금·변호사·변리사를 통한 법률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최근 5년간 중소기업의 기술유출 경험(인지) 건수
연도
건수
2017년
78건
2018년
75건
2019년
39건
2020년
55건
2021년
33건
합계
280건
자료: 더불어민주당 김정호 의원실, 중소벤처기업부
분쟁단계에서는 챗봇을 활용해 피해 중소기업이 민원제기부터 문제해결까지 맞춤형 상담을 원스톱으로 받을 수 있는 ‘범부처 기술보호 게이트웨이’를 구축하기로 했다. 또한 신속한 조정절차를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기술분쟁조정제도의 실효성을 강화하기로 했다. 마지막 회복단계에서는 피해기업의 경영안정화를 위해 최대 10억원의 융자를 제공하고 기술분쟁회복센터를 신설하기로 했다. 이날 발표회에는 알고케어 관계자를 비롯해 기술탈취 피해를 경험했던 스타트업 대표들도 참여해 정부의 중소기업 기술보호 의지를 높게 평가하면서도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다양한 보완책을 제안했다. 현장에 참석한 알고케어 관계자는 "피해기업의 판로확대 방안을 보다 강화해 주길 바란다"며 "징벌적 손해배상 등 기술탈취 예방을 넘어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상생을 위한 협의체도 마련되길 바란다"고 제안했다. 돌봄케어 분야 스타트업인 HMC네트웍스 김견원 대표는 "대기업과 체결하는 비밀유지협약(NDA)이 대기업의 잦은 문구 수정과 삭제로 실효성이 떨어지는 만큼 정부가 NDA 표준양식을 마련해 공증과 같은 효력을 갖도록 해주길 바란다"고 제안했다.
중소기업 기술보호 지원 강화방안 주요내용
구분
세부전략
목표
-중소기업 기술보호 전(全)주기 지원 -예방·분쟁·회복 등 3단계 지원체계 수립
예방단계
-징벌적 손해배상 한도 상향 (피해액의 3배→ 5배)-탈취기술 활용한 물건·설비 폐기 등 ‘금지청구권’ 도입 -변호사·변리사 법률지원 확대 -피해기업 보호 위한 익명제보시스템 설치
분쟁단계
-피해기업 원스톱지원 위한 챗봇 기반 범부처 ‘기술보호 게이트웨이’ 구축-‘기술보호 백신바우처(가칭)’ 신설 -기술분쟁조정제도 실효성 강화
회복단계
-피해기업 경영안정화 자금 융자(최대 10억원) -기술분쟁 회복지원센터 신설
자료: 중소벤처기업부
중소기업 기술보호의 모범 대기업 대표격으로 참석한 예범수 KT 상무는 "실무미팅 과정에서 대기업과 스타트업 실무자들이 수시로 주고받는 자료·메일 등을 일일히 제한하긴 어렵다"며 "클라우드·스트리밍 기술을 활용해 자료를 일괄적으로 전송, 열람, 관리, 삭제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국가적으로 마련하면 효과가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다만, 이날 발표회에서 ‘자료 유출’ 외에 대기업이 스타트업의 핵심개발 인력을 빼가는 ‘인력 유출’ 문제에 대한 대책은 언급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중기부 관계자는 "인력 유출 문제는 이직(직업선택)의 자유와 연관된 문제인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주현 차관은 "유관부처와의 협업을 통해 부처별로 분산돼 있는 지원사업을 연결·통합시키고 예방·분쟁·회복 등 3단계로 구성된 전주기 지원 강화를 통해 법과 원칙에 따른 공정한 기술시장이 조성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kch0054@ekn.kr조주현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왼쪽 세번째)이 8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서울에서 열린 ‘중소기업 기술보호 지원 강화방안’ 발표회에서 참석 스타트업 대표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김철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