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경제신문 김기령 기자] #서울에 거주 중인 결혼 3년차 박 모씨 부부는 최근 아이가 생기면서 좀 더 넓은 집으로의 이사를 계획 중인데 비용 때문에 걱정이다. 살고 있던 9평 오피스텔보다 넓은 투룸 오피스텔이나 구축 아파트를 알아보고 있는데 4억원 이하 전세 매물을 찾기 어려워서다. 박 씨는 "금리가 더 오르기 전에 고정금리 상품으로 대출을 받으려고 찾고 있지만 조건을 맞추기가 어렵다"며 "주거 비용이 두 배로 많아지고 육아에 들어가는 비용도 늘어날 텐데 앞으로가 걱정"이라며 하소연했다.#30대 회사원 한 모씨는 이직한 직장 근처로 지난달 이사했다. 보증부월세 70만원에 계약했다. 전세도 알아봤지만 전세자금대출 시 2억원 대출을 받으면 한 달에 이자만 80만원 가까이 들어간다는 사실에 마음을 접었다. 한 씨는 "70만원 월세도 많이 부담스러운 가격이지만 대출이자를 내는 것보다 낫다고 판단해 월세로 계약했다"고 말했다.잇따른 기준금리 인상에 전세자금대출 금리도 덩달아 불어나면서 신혼부부 등 2030세대의 이자 상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자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월세로 전환하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월세 가격도 오르고 있어 주거 비용 부담이 계속 커지는 상황이다. 정부에서 전세대출에 대해 고정금리로의 전환이나 저금리 대출상품을 내놓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1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지난 12일 석 달 만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또 한 번 단행하면서 기준금리 3% 시대가 됐다. 현재 전세자금대출 금리는 신규 코픽스 취급액 기준 연 4.34%~6.60% 수준이다. 오는 11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올릴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전세대출 금리는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기준금리가 3%까지 오른 것은 지난 2012년 10월 이후 정확히 10년 만이다. 지난 10년간 저금리 기조 속에서 낮은 이자율로 대출을 받아왔던 2030세대는 경험하지 못했던 갑작스러운 고금리 시장 흐름에 타격을 크게 입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대부분의 전세대출 금리 유형이 변동금리인 점도 이자 상환 부담을 높이는 요인 중 하나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전세자금대출 금리 유형은 변동금리부 대출이 93.5%를 차지했다. 다시 말해, 전세자금대출 10건 중 9건은 ‘변동금리’라는 것. 기준금리가 오를수록 차주들의 이자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금리 인상이 잇따르자 이자 부담이 큰 전세를 피해 월세를 선택하는 전세의 월세화 현상도 가속화되고 있다.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9월까지 전국 월세 거래량은 107만2370건으로 사상 처음으로 100만건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하지만 월세 수요 급증이 월세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세입자들에게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월세가 100만원이 넘는 고가 월세 거래량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8월 전국 아파트 월세 가격은 0.20% 상승했다. 서울(0.12%)과 인천(0.28%), 대전(0.10%), 강원(0.24%), 경남(0.42%) 등 전국 곳곳에서 전월 대비 상승 폭을 키운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만랩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지난 1월부터 9월까지 서울 소형 아파트의 월세 100만원 이상 거래량은 7190건으로 지난해보다 43.9%가 증가했다.노원구 상계동의 A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전세는 이자 부담이 워낙 커졌기 때문에 전세 대신 월세를 찾는 세입자들이 늘어났지만 2030세대가 감당하기에는 월세 가격이 만만치 않게 오르고 있다"며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금리가 안정되면 높은 월세 대신 다시 전세를 선택하는 시점이 올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그동안은 월세 수요가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이렇듯 전세대출 이자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좀 더 저렴한 월세로 전환하는 방법은 한계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금리가 올라서 전세대출 이자보다 월세가 유리하다고 계산되면 월세를 선택하는 것일 뿐 월세 가격이 오르는 추세이기 때문에 월세로 돌리는 것이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김 소장은 그러면서 "적정 가격 이하는 고정금리로 저렴하게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정부에서 정책을 마련해야 할 시기"라며 "정부와 금융권이 머리를 맞대고 고통 분담 차원에서 서민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금리가 저렴한 상품을 더 많이 출시하는 등 방법을 고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서울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서울 주택가. 사진=김기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