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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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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토지거래허가구역 연장에 주민 반발…"형평성에 어긋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4.16 12:59

서울시,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



갭투자 문의 ‘뚝’…집주인들 "가격 낮춰도 안 팔려 답답"



집값 상승세 ‘반포’는 왜 빠져 있나…"불공평한 처사" 지적도

목동7단지

▲서울시가 목동·여의도·압구정·성수 등 총 4곳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하기로 해 해당 주민들 사이에서 반발이 커지고 있다. 목동신시가지7단지 전경. 사진=에너지경제신문 김기령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김기령 기자] "이번에도 연장되면서 거래가 또 얼어붙었어요. 올 초까지만 해도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기대감을 갖고 있었는데 희망이 사라졌어요."

16일 서울 양천구 목동에서 만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연장에 대해 이같이 말하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오는 26일 만료되는 압구정·목동·여의도·성수 토지거래허가구역이 1년 연장된다는 소식에 해당 구역 주민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토허제 내년 4월까지 1년 연장…매수 문의 사라져


서울시는 지난 12일 제5차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강남구 압구정동 아파트지구·양천구 목동 택지개발지구·영등포구 여의도동 아파트지구·성동구 성수 전략정비구역 총 4곳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하는 안건을 가결했다.

해당 4개 구역은 지난 2021년 4월 27일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이후 지난해 한 차례 연장된 바 있다. 재지정 이후 오는 26일까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었고 만료를 열흘 가량 앞두고 또 한 차례 재지정되면서 내년까지 효력이 연장됐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개발 호재 등의 이유로 집값이 급등할 우려가 있는 지역의 투기를 억제하기 위한 제도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이 구역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주택·상가·토지 등을 거래할 때 관할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특히 주거용의 경우 매수자가 2년 동안 직접 거주해야 하기 때문에 임대를 놓거나 전세를 끼고 집을 매수하는 ‘갭투자’가 불가능하다.

올해 들어 부동산 시장 침체로 집값이 하락하고 거래가 끊기면서 목동 등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목동의 A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만료일이 다가오면서 한동안 매도·매수 문의가 많았다"며 "부득이하게 실거주를 할 수 없어서 매수를 포기했던 손님들도 다시 연락이 왔었고 매물을 내놓은 집주인들도 거래 활성화를 기대하는 눈치였다"고 말했다.

목동 신시가지 8단지 전용면적 71㎡는 15억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동일 면적의 최근 전세는 4억6000만원에 체결됐다. 만약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됐다면 약 10억원가량의 자본으로 매수할 수 있었을 테지만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으로 갭투자가 불가능해졌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재지정한다는 서울시의 발표가 나오자 거래 문의가 다시 끊겼다는 게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목동의 B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갭투자 목적으로 매물을 보고 있던 손님들이 거래를 못하게 되니 매물을 찾는 사람이 급격하게 줄었다"며 "반포 같은 동네는 목동보다 집값이 더 비싼 데도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빠져 있는데 무슨 기준인지 답답할 노릇"이라고 하소연했다.

여의도도 상황은 비슷하다.

여의도 시범아파트 주민 김모씨는 "주변 주민들 얘기를 들어보면 집을 팔고 싶어서 가격을 낮춰서 내놓아도 살 사람이 없어서 못 팔고 있다고 한다"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어놓는다고 해서 집값이 떨어지는 게 아닌데 지금은 집을 팔 수도 살 수도 없게 해놓은 꼴 아니냐"고 말했다.


◇ 선정 기준 두고 반발도…반포·한남은 거래 활발 "불공평해"


반면 집값 과열 양상을 띠고 있는 서초 반포·용산 한남 등은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제외된 것을 두고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목동 7단지 주민 정모씨는 "딸 결혼을 앞두고 있어서 집을 팔고 자금 마련을 할 생각인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으니 팔리지도 않고 어떻게 해야 하나 막막하다"며 "반포는 재건축으로 신축 아파트가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신고가를 경신하는 등 집값이 계속 오르고 있는데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빠져 있는 게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강남구와 양천구, 송파구는 서울시의 재지정 결정에 앞서 지난달 서울시에 공식적으로 토지거래허가지역 지정 해제 의견을 제출한 바 있으나 결과적으로 연장으로 가닥이 잡혔다. 이번 연장 결정에 오는 6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기한이 만료되는 강남구 청담·삼성·대치동과 송파구 잠실동 등 4곳도 기한 연장 가능성이 높아졌다.

giryeong@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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